입꼬 버꼬 쇼핑몰 여사장의 뒷조사를 의뢰했다.
그 형은 왜냐고 이유를 캐물었다. 짝사랑하느냐고 물어왔다.
이유를 묻지 말고 자세하게 조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모의 뒤를 캐기 위해 나는 이모의 돈으로 선수금을 실시간 이체해 주었다.
생각해보니 이모는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술집에 가서 뭇 남성들에게 술을 따르라 해도 할 것이고
창녀촌에 가서 모르는 남자들 밑에 가랑이 벌리고 있으라 해도 할 것 같았다.
산에서만 봐도 엄마의 복수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모를 망가뜨리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문제는 이모의 너무 순종적인 자세였다.
시키는 대로 다하고 무진장 퍼주는 것이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아파트에 돌아오니 미애가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어! 웬일이야? 촬영 끝났어?”
“낮에 자기 전화 받고나니 내가 너무 무심했나 싶어 미안 했어.”
“잘 왔어. 들어가.“
나는 비번을 누르고 문을 열었다.
“58 다음에 모야?”
나는 대답을 하려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미애가 현관 문 비밀 번호를 묻고 있었다.
산에서 일을 생각하면 미애를 신뢰할 수 없었다.
이모는 스커트도 까뒤집어 포즈를 취했는데 미애는 단추도 풀지 않으려 했었다.
“내가 열어주면 되잖아. 알아서 뭐 하게.”
“오늘같이 자기 없으면 들어가서 빨래도 해주고 청소도 해야지.”
갈등이 일어났다. 사귀는 여자에게 비번을 숨겨야하나? 그런데 가르쳐 줄 수가 없었다.
내가 없을 때는 들어가 있어도 되지만 이모가 와 있을 때
미애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곤란한 일이었다.
미애가 58은 이미 보았다. 뒤에 두 자리가 궁금한 것이다.
뒤에 두 자리. 45는 내가 가르쳐 주지 않았다.
“비번은 비밀이야. 비밀.”
“자기. 나 사랑하지 않는구나. 나 안 믿는구나.”
미애가 토라졌다. 가르쳐 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에 드나드는 여자가 미애 하나가 아니었다.
“여보야는 포털 사이트 암호 다 가르쳐 줄 수 있어? 비밀이잖아.”
“아니야. 자기가 원하면 가르쳐 줄게.”
미애는 곧바로 컴퓨터로 달려갔다. 부팅시켜 놓고 돌아보며 말했다.
“일루 와. 당장 가르쳐 줄게.”
나는 난감했다. 미애는 기어이 현관 비번을 알아낼 태세였다.
마음속엔 갈등이 소용돌이쳤다. 가르쳐 줄까? 안 돼. 삐칠건데. 할 수 없지.
“여보야 비번은 여보야가 지켜. 괜히 메일이 지워졌느니 하지 말고.”
“그런 소리 안 해. 암호 가르쳐준 내 책임이지.”
“나중에 가르쳐 줄게. 지금은 안 돼.”
“실망 했어. 나 혼자 자기 좋아하는 거지. 공부 많이 해서 출세하면 날 버릴 거지?”
“아니야. 나는 너 안 버려. 예쁜 네가 도망갈까 봐 걱정이지.”
나는 미애의 허리를 팔로 감아 안았다. 그리고 당겼다.
“놔. 싫어. 우리사이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미애는 삐쳐서 쌀쌀맞게 가버렸다. 컴퓨터에 로그인을 해 놓은 채로.
찬바람 일으키며 튀어 나가는 미애를 나는 잡을 틈도 없었다.
내가 뛰어 나갔을 때는 이미 엘리베이터가 출발한 뒤였다.
걱정은 안 했다. 미애 화나서 간 게 한 두 번인가?
뒤끝 없는 아이라서 언니 집에 도착하면 화 풀려서 전화 할 거니까.
그러나 그날 밤. 미애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잠들 때까지는 오지 않았다.
이모와 산에 가고 미애와 비번 때문에 승강이 하느라고 예습을 못했다.
용케도 새벽에 잠이 깨어 예습을 했다.
복습이 끝나면 곧바로 예습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새벽잠을 설치며 예습을 한 효과는 있었다. 기합을 받지 않았고
선생님의 노여움을 사지 않았다. 수업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하루 종일 미애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언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과도 화해도 아닌 전화를 해왔었다.
단단히 틀어진 모양이다. 문자로 비번을 가르쳐 줄까? 많이 생각했다.
갈 때까지 가야했다. 미애에게 이모가 노출되면 사건이 될 것 같았다.
그걸 덮을 수 있는 묘안이 있어야 비번을 공개 할 수 있었다.
그날 저녁에도 미애가 왔다. 밤 11시가 되었는데 촬영을 마치고
언니 집에 가지 않고 미애가 아파트를 방문했다.
미애는 1시간 정도 아파트를 살피고 갔다.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수사관인양 나의 집을 샅샅이 살피고 다녔다.
“이 방은 왜 안 열려? 잠갔어?”
“그 방은 비밀의 방이야. 아무도 들어 갈 수 없는.”
“비밀도 많다. 비번도 비밀, 방도 비밀. 나하고 공유하는 건 뭐야?”
“모두 다 공유하잖아. 숨기는 게 뭐 있어?”
“그러지마. 미애 속상해. 모두가 숨기는 거잖아.”
“‘나에게도 비밀이 있어요.’ 라는 영화 몰라? 나도 나 혼자 간직하는 것 좀 가져 보자.”
미애가 새치름한 눈으로 나를 째려 봤다. 의심의 여지가 많다는 듯이.
“자기. 이 집 벌어서 샀다했지?”
“응. 그래. 내가 벌어서 샀어. 왜 안 되니?”
“고모가 보태준 건 아니지?”
“그래. 내 힘으로 벌었다. 불만 있어?”
“피팅모델 해서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말이지.”
대답이 궁해졌다. 말을 잘 못 한 것 같았다.
능력 있는 남자라고 미애를 감동 시키고 싶었는데 이렇게 코나로 몰릴 줄은 몰랐다.
미애가 소파에 앉은 내 앞에 쪼그려 앉으며 물었다.
“자기. 시간당 페이가 얼마야? 일주일에 며칠 일했어? 모델한지 일 년 안 됐지?”
내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어떻게 변명하나. 뭐라고 둘러대나?
이참에 찢어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모가 영리하고 계산적이고 복잡 미묘하다면 미애는 너무나 단순 무식했다.
마음이 넓은 척 하면서도 쉽게 삐치는 미애였다.
“일 년은 넘었어.”
“일 년 하고 몇 개월. 우리 계산 좀 해보자.”
“뭘 알고 싶은데? 내가 도둑질이라도 했을까봐?”
나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미애가 주춤했다. 표정이 누그러졌다.
“아니, 부모님이 남겨주신 재산이라도 있었나 해서 물어 봤지.”
“그래. 나 도둑질해서 아파트 샀다. 신고할래?”
다시 미애의 인상이 구겨졌다.
“왜 자기가 화내? 화나는 사람은 난데.”
“억지 좀 쓰지 마. 니가 내 속을 긁고 있잖아.”
“자기가 바른 말 하면 내가 따지지 않지. 방도 잠가놓고 비번도 못 가르쳐 줘.
아파트 구이비도 비밀. 따지지 않게 생겼어?“
미애는 기관총을 쏴댔다. 역시 여자의 입은 재바르다. 속사포다.
나는 이 위기를 넘겨야 했다. 자금의 출처를 만들어야 했다.
“나 도둑질 했어. 퍽치기 날치기 들치기해서 모은 돈이야. 모델해서 이 집 못 사지.”
나는 미애를 소파 앞에 버려두고 세면장으로 휑하니 갔다. 문을 꽝 닫았다.
손을 씻고 한숨 돌리고 나오니 미애는 핸드백을 챙겨들고 간다는 말도 없이 가버렸다.
뛰어 나가니 엘리베이터는 이미 15층을 지나고 있었다. 지하까지 내려간
엘리베이터를 다시 불러 올려 타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지만 미애의 차는 없었다.
나는 주차장 벽을 주먹으로 두어 번 쥐어박았다. 쿵 쿵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날도 미애의 화해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나는 비번 때문에 새로운 갈등에 휩싸이게 됐다.
가시나가 경찰에 신고하는 거 아냐? 퍽치기 날치기 들치기해서 아파트 샀다고.
머리가 혼란했다. 비밀번호 가르쳐 주고 이모와는 밖에서만 만날까?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 같았다.
미애와 이모만 이 집안에서 만나지 않으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모가 어찌 이 아파트에 영영 안 올 수 있다는 말인가.
작은 방까지 잠가 놓았고 내 공부 뒷바라지도 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미애의 고집을 꺾고 관계를 지속 시키는 방법밖에.
새날이 오고 오후 수업을 받는데 초인종이 울었다.
인터폰으로 보니 이모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선생님이 벌떡 일어났다.
나도 따라 일어났다. 내가 문을 열어 주었다.
이모는 거실에 들어와 내 머리를 어린아이 머리처럼 쓸어내리며 선생님께 말했다.
“말 안 듣는 아이죠? 선생님만 믿어요.”
나에겐 그토록 냉정하고 터프하던 선생님이 이모 앞에 양 손을 모아잡고
허리를 구십도 꺾고 이모를 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대답했다.
“아닙니다. 날로 발전하는 자세에 제가 보람를 느낍니다.
머리도 좋고 하려는 마음이 남들과 다릅니다. 가르칠수록 재미있습니다.“
선생님의 비굴한 자세를 보며 나는 속으로 나는 속으로 외쳤다.
“기합주고 골병 드리는 것이 재미있겠지.”
이모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 호 호 웃었다.
“예. 선생님. 머리는 좋은 아이인데 다독여주는 사람이 없어서 좀 어긋 나갔어여.”
“제가 바로 잡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가르쳐 보니 희망이 많습니다.”
“그렇죠? 선생님이 보셔도 희망이 있죠? 이제 제가 마음이 놓이네여.”
그 때 또 초인종이 울었다. 인터폰에 웬 아저씨가 있었다.
내가 문을 열어 주니 아저씨가 과일 을 한 상자 들이민다.
“공부 하다가 목마르면 먹으라고 배를 좀 샀어요. 지나다가 민호도 보고 싶고.”
“우리가 사먹어도 되는데 괜한 걸음 하셨습니다. 나중에 결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모 앞에서 벌벌 기는 선생님을 보며 나는 배알이 꼴렸다.
어찌 사람이 저렇게 헤까닥 할 수 있을까? 선생님은 대통령을 모시는 수행비서 같았다.
배가 들어오자 이모는 공부에 방해 됐다며 서둘러 나갔다.
배하나 맛보고 가시라고 선생님이 꽁지를 따라 나갔다.
나는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까지 굽실거리며 따라가고 있을 선생님을 상상했다.
에라이, 주차장까지 따라 가거라. 아니, 같이 차타고 가버려라.
나는 소파에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리모컨을 잡았다.
“공부 시간에 모하는 거야? 이모가 뺏어간 20분 연장 수업한다.”
어느새 선생님이 와 있었다. 주차장가진 따라내려 가지 않았나보다.
선생님의 호통에 나는 깜짝 놀라 책상에 앉았다. 선생님도 책상에 마주 앉았다.
“너는 이모가 왔는데 배웅도 안 하니? 인간성 상실. 오늘 기합은 오리걸음이다.”
공부를 하는데. 오리걸음을 생각하니 이미 다리가 아팠다.
오늘은 1층에서 20층까지 몇 번이나 왕복하려나?
저녁에 이모가 왔다. 퇴근 하자마자 왔으니 저녁 8시가 되지 않았다.
“저녁 드셨어여? 안드셨져?”
“와! 이모. 낮엔 쩔던데. 선생님이 벌벌 기데.“
“후 후. 그게 돈의 위력이예여. 공부는 할만 해여?”
“아. 죽겠어. 하긴 해야 되고 하기는 싫고.”
일부러 엄살을 떨었다.
점점 재미있어 진다고 해서 이모를 기쁘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쉽다는 말 들으셨죠?”
“몰라. 누가 그런 쓸데없는 말 했는데.”
나도 들었다. 매스컴에서 떠들고 학교 선생님들 입으로 리바이벌 되던 말이었다.
“s대 수석한 학생이 한 말이잖아여. 정말 감동이었어여.”
“별게다 감동이다. 수석 했으니 공부가 젤 쉽지.”
“우리 자기도 언젠가 공부가 제일 쉽다고 할 거에여.”
이모는 싱글벙글 웃으며 세면장으로 갔다.
빨래 통을 들고 나와서 베란다 세탁기를 돌렸다.
그리고 저녁을 차렸다.
이모가 화, 금요일 날 오면 정식 코스가 있었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저녁을 차린다. 나하고 마주 앉아 저녁을 먹고 나면
설거지를 하고 안방을 닦고 거실이며 세면장, 베란다 창문까지 청소를 한다.
그리고 반찬을 만들고 세탁기가 멈추며 빨래를 넌다.
나는 중간 중간에 따라 다니며 이모를 괴롭히는 것이 할 일이다.
“느끼지 마. 반응하지 말고”
걸레질 하는 이모의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엉덩이를 만지고 똥고를 쑤신다.
빨래 너는 이모의 뒤에 붙어 서서 젖탱이를 만진다.
반찬을 만드는 이모의 스커트 속에 들어가 빤추를 벗기고 씹물을 뽑아낸다.
그래도 세면장 청소할 때는 근처에 가지 않는다. 물 튀는 것은 싫으니까.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걸레를 빨아 안방으로 가는 이모의 허리를
두 팔로 껴안았다. 이모는 걸음을 멈추었다.
이모를 바짝 들어 소파로 옮겼다. 소파에 앉혀 놓고 스커트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빤추는 이미 설거지 할 때 벗겼으니 털이 손에 듬뿍 잡힌다.
털을 헤치고 구멍을 찾는다. 찾다가 내가 이모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모. 털이 구멍을 막아서 귀찮다. 제거해 버리자.”
“네에?”
이모는 놀란 고양이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제모 하자고. 털 깎는 거 몰라? 보지가 깨끗하게 밀어 버리자규.”
이모가 내 손이 들어가 있는 스커트를 양 손으로 누르면서 엉덩이를 뒤로 뺐다.
“하! 자가이. 털을 어떻게 깎아여? 망측하게.”
이모가 난색을 표하니 깎아야겠다는 욕구가 심하게 발동했다.
“어떻게 깎다니? 면도기로 깎지. 연필 깎는 칼로 깎겠냐?”
“하아! 자기이. 보지를 가리라고 있는 게 털인데 그걸 왜 깎아여.”
“너를 점령한 몸뚱아리의 주인이 털을 깎겠다는데 무슨 앙탈이 심하냐.”
“하아! 그 건 안 되여. 자기야. 정말로.”
“내가 누구냐?”
“지희 보지에 정액을 넣어 주신 분.”
“그니까 너를 점령한 주인이라 메. 주인으로 모시겠다며.”
“예! 맞아여. 주인님. 그래서 스폰도 해 드리구. 밥도 차려 드리구.”
“이 몸뚱아리는 내거니까 내 마음대로 하겠어. 깎아 놓으면 예뻐.”
나는 여자 제모 한 것을 본적이 없다.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았다.
사진으로 제모한 것을 보니 내 눈에는 암탉 털 뽑아 버린 것 같아 볼품없었지만
이모의 보지 털은 내가 깎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깨끗하게.
이모가 난색을 표하는데 내 손으로 홀랑 깎는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그것이 엄마의 복수가 시작되는 셈이라고 나는 속으로 명분을 세웠다.
“안 되여. 주인님. 사생활은 보존해 주셔야지여. 사우나는 어떻게 가고
남편이 보면 뭐라고 설명해여.“
앙탈은 앙탈로 끝나는 것이다.
이모가 거부해도 나는 힘으로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이모가 가랑이 쩍 벌리고 내가 이모의 사티구니에 비누 거품을 잔뜩 바르고
면도를 하는 상상을 하니 성기가 터질 듯이 팽창해서 차라리 아파왔다.
사생활 보호? 남편? 거기서 나는 주춤 했다.
파멸로 몰아가기 전에 무리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았다.
차츰 진흙탕으로 밀어 넣어야지 복수한다고 갑자기 외딴섬 술집에
팔아버리면 오히려 사단이 날 것이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내가 도리어 인생이 매장 될 수도 있다.
개구리가 가마솥에서 물이 끓어 가는 줄 모르고 헤엄쳐 놀다가
나중에 삶겨 죽는 것처럼 스스로 젖어들고 빠져들게 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내 복수의 시나리오였다.
진흙탕에 빠져서도 스스로를 한탄하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나를 원망하지 않고 자책하는 파멸을 만들어야 한다.
그 것이 복수가 복수를 낳지 않는 스토리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사생활과 남편까지 무시할 용기는 나에게 없었다.
“이모는 내가 지켜 줄게. 걱정 마. 내가 주인이잖아.”
움츠려 벌벌 떠는 이모를 나는 품에 꼭 안아 주었다.
꼬시고 달래서 보지를 깨끗하게 밀어줄 작정이었다.
-- 띵동 딩동~ --
초인종이 울었다. 시계가 밤 10시를 넘어서는 데 초인종이 울었다.
인터폰을 보니 문 앞에 미애가 서 있다.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나는 순간 머리가 아찔해 오고 온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인터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머리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텅 비었고 완전 백지 강태였다. 이런 환장할!
내가 멍하게 인터폰을 보고 있는 동안 이모는 잽싸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빤추와 핸드백을 챙겨들고 작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모가 작은 방으로 잽싸게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웬일이야? 피곤 할 텐데.”
미애는 까만 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내 말에 대답도 없이 현관을 들어서서 작은 방을 잠시 째려보더니
거실로 들어가 바닥에 검은 봉지를 놓았다.
그리고는 상을 펴고 까만 봉지를 헤쳐 양주 한 병과 구운 오징어를 꺼내 놓았다.
“자기야. 내가 너무 심했지? 미안해. 언젠가는 알게 될 비번인데 내가 심했어.”
미애는 블라우스를 훌렁 벗고 브라자를 보여주며 양주병을 땄다.
그리고는 내 잔에 술을 채우고 자기 잔에 술을 따랐다.
“열심히 공부한 당신. 마셔라!”
술잔을 들고 건배를 청해 왔다. 나는 건배를 하지 않고 일어났다.
냉장고에 가서 우유와 얼음을 챙겨왔다. 어디선가 보았다.
양주엔 얼음과 우유가 필요한 것을. 미애가 손가락으로 얼음을 집어
컵에 넣고 우유를 채웠다. 그리고 우리는 건배를 했다.
미애는 양주를 세 병이나 사왔다. 금방 한 병을 비웠다.
이거 다 마시고 퍼져 잘 거냐? 나는 혼자 속으로 미애에게 물으며 머리를 굴렸다.
내 머릿속엔 작은 방이 그려졌다. 불시에 들이닥친 미애 때문에 이모가 얼마나 놀랐을까?
그래도 작은 방을 확보해 놓고 대비한 이모의 재치가 놀라웠다.
철교위에서 기차를 만나도 피할 난간을 만들어 두는 이모의 치밀함.
그것이 이모의 기본 삶이었다. 나도 보고 배워야할 이모의 습성이었다.
철교위에서 기차를 만나면 대부분 사람들은 강으로 뛰어들 것이다.
이모는 피할 자리를 만들어 두고 모험을 거는 여자였다.
작은 방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이모를 생각하면 빨리 미애를 보내야 했다.
술 취한 미애가 다짜고짜 작은 방을 열라고 하면 큰 낭패가 될지도 모른다.
미애를 어떻게 구슬리서 집에 보내야할지 나는 골몰하고 있었다.
두 병째 양주가 까만 봉지에서 나왔다. 미애가 거냈다.
“여보야. 내일 촬영 없어? 노는 날이야?”
“촬영 있어. 돈 벌어야지.”
“카메라 앞에서 비틀거릴 거야? 표정 안 나온다고 쫓겨 올 거야.”
“괜찮아. 괜찮아! 미애는 자기만 있으면 돼.”
“여보야. 나 여기 있잖아. 왜 그래? 나 어디 안 가.”
“자기 없는 세상은 앙꼬 없는 찐빵이고 밴드 없는 빤추야.”
“자기야. 취했구나. 안방에 들어가서 한숨 자자.”
보내지 못하면 재워야 될 것 같았다.
안방에서라도 재워야 내일 촬영장에서 욕은 먹지 않을 것이다.
미애를 안방에서라도 재워야 이모를 집에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미애를 달랑 들어 안았다. 그리고 안방으로 향했다.
미애를 침대에 눕히니 목을 팔로 감고 놓아 주지를 않는다.
미애의 입술이 내 입술을 찾고 있었다. 혀가 입술을 헤집고 있었다.
나도 미애 위에 포개질 수밖에 없었다.
키스를 나누며 젖통을 만지며 옷을 벗겼다.
술이 취해 비몽사몽인 미애의 구멍에 성기를 찔러넣고
방아를 찧었다. 술 취한 미애가 교성을 질러댔다.
“흐으아. 자기 넘 좋아. 흐으응. 자기 너무 좋아.”
내 신경은 온통 작은 방에 가 있었다.
이모가 다 듣겠다. 이 소리 들으면 이모도 꼴리겠지.
혼자서 문에 귀를 대고 몸을 뒤틀고 있을 이모가 떠올랐다.
나는 미애의 자궁 깊숙이 씨를 부리고 몸을 일으켰다.
미애가 목을 감은 팔을 놓아 주지 않았다.
잠시 그대로 포개져 있었다. 나를 안고 미애는 오래지 않아 잠이 들었다.
나는 바지를 입고 안 방 문을 살며시 닫고 까치걸음으로 움직였다.
작은 방 문을 노크 했다. 똑. 똑. 똑.
이모가 문을 빼꼼 열었다.
눈이 마주치자 이모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엷은 미소를 흘렸다.
이모는 이미 옷이며 머리 매무새를 정리하고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잠들었어. 집에 가야지.”
“예.”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했다.
“세탁기 끝났을 거예여. 빨래는 지금 바로 널어야 해여.”
“알았어. 내가 할게.”
우리는 숨죽여 말했다. 누가 들을 새라 조용조용히.
“탈탈 털어서 널어야 해여. 아시져?”
“그래 알았어. 알아서 할게.”
마음이 급하고 뒤가 켕기는 중에도 이모는 빨래 걱정을 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이모는 급히 핸드백에서 수표 두 장을 꺼내 내손에 쥐어 주었다.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덥석 받아 지갑에 넣고 이모를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층 표시를 지하까지 지켜보았다.
나는 양주를 챙겨 냉장고에 넣고 빨래를 널고 미애 옆에 나란히 누워 잠을 잤다.
술 취해 잠든 미애가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밥상이 다 차려진 뒤였다.
“자기! 깨우려고 했는데 일어났네. 밥 먹자.”
멀쩡하다. 술 먹은 표시가 없다. 나는 미소로 답하고 세면장을 향했다.
“여보야는 술이 약하네. 금방 취하냐?”
“미애, 양주 첨 먹었어. 맥주만 홀짝 거리다가 양주 마셨더니 필름이 끊겼어.”
“어디부터 끊겼어?”
“양주 두 병째 꺼낸 거는 기억하는데 마셨는지 기억이 안 나.”
“세 병 다 마셨잖아. 바보야. 오늘 또 사와.”
“알써.”
미애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아침 상 차리면서 냉장고는 열어 보았을 텐데. 양주는 못 본 모양이다.
숨바꼭질은 계속 되었다.
이모는 내가 부르지 않아도 화, 금요일은 어김없이 왔고
미애는 계속되는 촬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수시로 불시에 뛰어 들었다.
나는 점점 이모를 밖에서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다.
화, 금요일도 미애가 올 것 같은 예감이 들면 전화를 미리 이모에게 했다.
문자나 전화를 해서 밖에서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에 가면 나는 재빨리 이모의 코란도 조수석에 타곤 했다.
우리는 이모의 코란도를 타고 공원 주차장에서 주로 데이트를 즐겼다.
야구장 표를 끊어 놓고도 중계카메라에 잡힐까봐 관람하지 못하고
야구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라디오 중계를 들으며 노닥거렸다.
밤늦게까지 이모와 데이트를 즐기다 오면
미애는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꼬박꼬박 졸고 있기도 했다.
어떤 날은 미애가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자기 차안에서 잠들어 새벽에 언니 집에 들어간 적도 있다고 했다.
용역회사의 아는 형이 나를 불러낸 것은 이모를 의뢰 한지 한 달이 지나서였다.
커피숍에서 만난 형은 대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서류를 대충 훑어보고 이모가 준 수표로 비용을 지불했다.
“내가 회사에 보고 안하고 혼자 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해해라.”
“그럼 이 돈 형 혼자 다 먹겠네. 좋겠다.”
“야. 혼자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것도 회사 몰래.”
“여튼 수고했어. 고마워.”
“사실 친구 한 명 거들었어. 회사 직원 아닌 친구 한 명 불러서 시켰지.
미행은 그 녀석이 거의 다했어. 나는 지시하고 정리하고.“
“와. 형도 CEO 해라. 나도 형이 용역회사 차리면 직원 할게.”
“지금은 자금이 없어. 물주 하나 물어야 되는데.”
“어떤 물주? 여자?”
“과부 하나 물어도 좋고 잘 사는 집 딸 꽤서 처가 덕 볼 수도 있고.”
“잘 사는 집 딸 많잖아. 뒷조사해서 덮쳐!”
“그럴까? 뒷조사가 내 직업인데. 하 하 하.”
우리는 쓸데없이 마주보며 웃었다.
세상사가 말처럼 된다면 정말 모순이 될 것이다.
세상만사가 사람들의 생각대로 다 된다면 세상은 거꾸로 돌아 갈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많은 것을 바라고 이루어지는 것은 많지 않다.
“그년도 바람피우고 남편도 바람피우던데 그거 다 알아봐 줄까?”
“아냐. 필요하면 다시 연락 할게. 지금은 아냐.”
“근데 왜 이년 뒷조사 하는 거야? 피해 본 거 있어? 아니면 협박하려구?”
“그냥 필요해서. 거기까지만 알아둬. 많이 알면 다쳐.”
형이 내 머리를 툭 쳤다. 그리고 빙긋이 웃었다.
“너 뭔가 뜯어내려고 그러지. 그년이나 남편의 불륜을 캐야 약점이 될 텐데.”
“아냐. 그런 거. 나 그 여자 쇼핑몰에서 일해. 피팅 모델로.”
“어? 그년 남자 피팅 모델하고 바람났던데.”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형이 말하는 그 피팅모델이 나인 것은 조사를 안 했나 보다.
“남편은 여대생 두 명이나 아파트 사주고 번갈아 즐겨. 콩가루 집안이야.”
“그래? 능력 있는 남자네.”
“하긴. 자지에 힘도 있고 가진 돈도 있어야 마누라까지 건사하지.”
우리는 자리를 옮겨 소주 다섯 병을 나눠먹고 헤어졌다.
그 형은 나 보다 2년 선배였다. 고교 때 주먹으로 명성을 떨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형을 따라다녔다. 퍽치기 날치기 들치기도 그 형에게 배웠다.
그래서 그 형이 고모에게 아이 버려 놨다고 멱살 잡힌 적도 있었다.
그 형은 나더러 이모와 이모 남편의 불륜도 조사 의뢰 하라고 여러 번 권했다.
그 일은 자기 혼자 못하니까 용역회사에 직접 의뢰하면 자기가 낱낱이 밝혀 주겠단다.
이모의 불륜은 내가 더 잘 아는데 의뢰할 필요가 없었다. 남편의 불륜은 내 알바 아니었다.
나는 형에게 다음을 기약하며 얼버무렸다. 이 자료부터 검토하고 차후에 생각하겠다고 미루었다.
형과 헤어져 아파트에 와서 나는 술 취한 머리를 흔들며 졸리는 눈을 비비며 형이 조사해 온 자료들을 검토 했다.
자료의 내용은 내가 아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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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고아원에서 성장했고 칼국수 집에서 일하며 고등학교를 다녔고
직물공장, 전자회사, 의류회사, 가정부를 전전하며 야간 대학교를 다녔다.
가정부를 하며 처녀가 아이를 가졌고 그 아이는 고아원에 맡기고
이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이 된다.
공무원 생활을 하며 만난 사업가 강 모 씨와 결혼을 하고 곧바로
전업주부가 된다. 조신하게 살림만 하던 이모는 결혼 10년차에 쇼핑몰을 시작했다.
남편의 공장에서 원가에 가져온 의류는 타 쇼핑몰에 가격, 품질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며 급성장한다.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고 찍히고
웹디자인까지 하며 냉철하고 철저하게 쇼핑몰을 운영했다.
촬영, 모델, 웹디를 전문인에게 맡겨도 자신이 할 수 있으므로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이모의 성격은 표독스럽고 앙칼지며 적극적이다.
자기가 고용한 남자 피팅 모델과 근래에 정분이 나서 함께 차를 타고
야외로 공원으로 야구장으로 붙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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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남편 강 모 씨는 경기도 어느 촌동네 부잣집에 칠남매 중에 맏이로 태어났다.
이기주의적인 성격인 그는 장남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부모의 논밭을 팔아 사업을 시작한다.
사업이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공무원인 아내와 결혼하고 아내의 로비로 많은 이권을 따내며 급성장한다.
지금은 시판보다 수출에 치중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강씨는 결혼 5년차부터 한눈을 팔기 시작했다.
주로 여대생을 상대로 스폰서라는 명목으로 계약 동거를 했다.
강은 한 여자를 2년 이상 보살피지 않았다.
지금은 2명의 명문대생과 계약 동거를 하고 있다.
집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거의 별거라 해도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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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희
00중학교 3학년.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밝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 성장하지만 적극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리더십이 좋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도 운동도 일등을 놓쳐 본 적이 없는 욕심쟁이다.
풍족한 가정에 태어나 씀씀이는 헤프지만 돈을 어디다 써야 하는지는 안다.
힘든 친구를 살피고 어려운 벗을 챙기는 아름다운 마음도 있다.
현재, 00중학교 전교 회장이다.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에게 신망은 두텁다.
이야기의 기 승 전 결을 구상해 놓았지만 캐릭터 중심으로 글을 씁니다.
그 캐릭터에 맞추어 사건을 전개 시키고 갈등을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많이 길어 졌습니다.
30부 정도에 끝내려고 구상 했는데 어느새 40부가 넘어 갔군요.
우리 독자님들 지루하지 않은가 걱정 됩니다.
이야기는 하다 보니 길어지네요.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야설에 이모를 접수하다에 꼭 필요한 인물은 민호, 지희, 미애입니다.
저는 세 사람의 캐릭터만 정해 놓고 글을 씁니다.
-=-=-= 민호는 TV스타 최수종을 연상 하시면 되겠습니다.
착하고 잘생기고 선한 역할, 좋은 배역만 맡는 캐릭터입니다.
가슴속에 응어리가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
-=-=-= 지희는 TV스타 한예슬을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
차갑고 계산적인 역할. 애교 있고 보드라운 여자. 카멜레온 처럼
필요에 따라서 변화무쌍한 여자. -=-=-=
-=-=-= 미애는 TV스타 황정음을 비교해 주세요.
착하고 맹한 여자. 단순하고 불도저식 여자.
마음이 넓은 듯 하지만 수시로 삐치는 여자. -=-=-=
최수종, 한예슬, 황정음의 인간성이나 됨됨이는 모릅니다.
최수종, 한예슬, 황정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TV에서 맡은 배역이나 소화한 캐릭터를 참고로 했습니다.
글 읽기에 도움이 될까 해서 연결해 보았습니다.
그 형은 왜냐고 이유를 캐물었다. 짝사랑하느냐고 물어왔다.
이유를 묻지 말고 자세하게 조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모의 뒤를 캐기 위해 나는 이모의 돈으로 선수금을 실시간 이체해 주었다.
생각해보니 이모는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술집에 가서 뭇 남성들에게 술을 따르라 해도 할 것이고
창녀촌에 가서 모르는 남자들 밑에 가랑이 벌리고 있으라 해도 할 것 같았다.
산에서만 봐도 엄마의 복수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모를 망가뜨리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문제는 이모의 너무 순종적인 자세였다.
시키는 대로 다하고 무진장 퍼주는 것이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아파트에 돌아오니 미애가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어! 웬일이야? 촬영 끝났어?”
“낮에 자기 전화 받고나니 내가 너무 무심했나 싶어 미안 했어.”
“잘 왔어. 들어가.“
나는 비번을 누르고 문을 열었다.
“58 다음에 모야?”
나는 대답을 하려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미애가 현관 문 비밀 번호를 묻고 있었다.
산에서 일을 생각하면 미애를 신뢰할 수 없었다.
이모는 스커트도 까뒤집어 포즈를 취했는데 미애는 단추도 풀지 않으려 했었다.
“내가 열어주면 되잖아. 알아서 뭐 하게.”
“오늘같이 자기 없으면 들어가서 빨래도 해주고 청소도 해야지.”
갈등이 일어났다. 사귀는 여자에게 비번을 숨겨야하나? 그런데 가르쳐 줄 수가 없었다.
내가 없을 때는 들어가 있어도 되지만 이모가 와 있을 때
미애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곤란한 일이었다.
미애가 58은 이미 보았다. 뒤에 두 자리가 궁금한 것이다.
뒤에 두 자리. 45는 내가 가르쳐 주지 않았다.
“비번은 비밀이야. 비밀.”
“자기. 나 사랑하지 않는구나. 나 안 믿는구나.”
미애가 토라졌다. 가르쳐 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에 드나드는 여자가 미애 하나가 아니었다.
“여보야는 포털 사이트 암호 다 가르쳐 줄 수 있어? 비밀이잖아.”
“아니야. 자기가 원하면 가르쳐 줄게.”
미애는 곧바로 컴퓨터로 달려갔다. 부팅시켜 놓고 돌아보며 말했다.
“일루 와. 당장 가르쳐 줄게.”
나는 난감했다. 미애는 기어이 현관 비번을 알아낼 태세였다.
마음속엔 갈등이 소용돌이쳤다. 가르쳐 줄까? 안 돼. 삐칠건데. 할 수 없지.
“여보야 비번은 여보야가 지켜. 괜히 메일이 지워졌느니 하지 말고.”
“그런 소리 안 해. 암호 가르쳐준 내 책임이지.”
“나중에 가르쳐 줄게. 지금은 안 돼.”
“실망 했어. 나 혼자 자기 좋아하는 거지. 공부 많이 해서 출세하면 날 버릴 거지?”
“아니야. 나는 너 안 버려. 예쁜 네가 도망갈까 봐 걱정이지.”
나는 미애의 허리를 팔로 감아 안았다. 그리고 당겼다.
“놔. 싫어. 우리사이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미애는 삐쳐서 쌀쌀맞게 가버렸다. 컴퓨터에 로그인을 해 놓은 채로.
찬바람 일으키며 튀어 나가는 미애를 나는 잡을 틈도 없었다.
내가 뛰어 나갔을 때는 이미 엘리베이터가 출발한 뒤였다.
걱정은 안 했다. 미애 화나서 간 게 한 두 번인가?
뒤끝 없는 아이라서 언니 집에 도착하면 화 풀려서 전화 할 거니까.
그러나 그날 밤. 미애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잠들 때까지는 오지 않았다.
이모와 산에 가고 미애와 비번 때문에 승강이 하느라고 예습을 못했다.
용케도 새벽에 잠이 깨어 예습을 했다.
복습이 끝나면 곧바로 예습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새벽잠을 설치며 예습을 한 효과는 있었다. 기합을 받지 않았고
선생님의 노여움을 사지 않았다. 수업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하루 종일 미애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언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과도 화해도 아닌 전화를 해왔었다.
단단히 틀어진 모양이다. 문자로 비번을 가르쳐 줄까? 많이 생각했다.
갈 때까지 가야했다. 미애에게 이모가 노출되면 사건이 될 것 같았다.
그걸 덮을 수 있는 묘안이 있어야 비번을 공개 할 수 있었다.
그날 저녁에도 미애가 왔다. 밤 11시가 되었는데 촬영을 마치고
언니 집에 가지 않고 미애가 아파트를 방문했다.
미애는 1시간 정도 아파트를 살피고 갔다.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수사관인양 나의 집을 샅샅이 살피고 다녔다.
“이 방은 왜 안 열려? 잠갔어?”
“그 방은 비밀의 방이야. 아무도 들어 갈 수 없는.”
“비밀도 많다. 비번도 비밀, 방도 비밀. 나하고 공유하는 건 뭐야?”
“모두 다 공유하잖아. 숨기는 게 뭐 있어?”
“그러지마. 미애 속상해. 모두가 숨기는 거잖아.”
“‘나에게도 비밀이 있어요.’ 라는 영화 몰라? 나도 나 혼자 간직하는 것 좀 가져 보자.”
미애가 새치름한 눈으로 나를 째려 봤다. 의심의 여지가 많다는 듯이.
“자기. 이 집 벌어서 샀다했지?”
“응. 그래. 내가 벌어서 샀어. 왜 안 되니?”
“고모가 보태준 건 아니지?”
“그래. 내 힘으로 벌었다. 불만 있어?”
“피팅모델 해서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말이지.”
대답이 궁해졌다. 말을 잘 못 한 것 같았다.
능력 있는 남자라고 미애를 감동 시키고 싶었는데 이렇게 코나로 몰릴 줄은 몰랐다.
미애가 소파에 앉은 내 앞에 쪼그려 앉으며 물었다.
“자기. 시간당 페이가 얼마야? 일주일에 며칠 일했어? 모델한지 일 년 안 됐지?”
내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어떻게 변명하나. 뭐라고 둘러대나?
이참에 찢어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모가 영리하고 계산적이고 복잡 미묘하다면 미애는 너무나 단순 무식했다.
마음이 넓은 척 하면서도 쉽게 삐치는 미애였다.
“일 년은 넘었어.”
“일 년 하고 몇 개월. 우리 계산 좀 해보자.”
“뭘 알고 싶은데? 내가 도둑질이라도 했을까봐?”
나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미애가 주춤했다. 표정이 누그러졌다.
“아니, 부모님이 남겨주신 재산이라도 있었나 해서 물어 봤지.”
“그래. 나 도둑질해서 아파트 샀다. 신고할래?”
다시 미애의 인상이 구겨졌다.
“왜 자기가 화내? 화나는 사람은 난데.”
“억지 좀 쓰지 마. 니가 내 속을 긁고 있잖아.”
“자기가 바른 말 하면 내가 따지지 않지. 방도 잠가놓고 비번도 못 가르쳐 줘.
아파트 구이비도 비밀. 따지지 않게 생겼어?“
미애는 기관총을 쏴댔다. 역시 여자의 입은 재바르다. 속사포다.
나는 이 위기를 넘겨야 했다. 자금의 출처를 만들어야 했다.
“나 도둑질 했어. 퍽치기 날치기 들치기해서 모은 돈이야. 모델해서 이 집 못 사지.”
나는 미애를 소파 앞에 버려두고 세면장으로 휑하니 갔다. 문을 꽝 닫았다.
손을 씻고 한숨 돌리고 나오니 미애는 핸드백을 챙겨들고 간다는 말도 없이 가버렸다.
뛰어 나가니 엘리베이터는 이미 15층을 지나고 있었다. 지하까지 내려간
엘리베이터를 다시 불러 올려 타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지만 미애의 차는 없었다.
나는 주차장 벽을 주먹으로 두어 번 쥐어박았다. 쿵 쿵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날도 미애의 화해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나는 비번 때문에 새로운 갈등에 휩싸이게 됐다.
가시나가 경찰에 신고하는 거 아냐? 퍽치기 날치기 들치기해서 아파트 샀다고.
머리가 혼란했다. 비밀번호 가르쳐 주고 이모와는 밖에서만 만날까?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 같았다.
미애와 이모만 이 집안에서 만나지 않으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모가 어찌 이 아파트에 영영 안 올 수 있다는 말인가.
작은 방까지 잠가 놓았고 내 공부 뒷바라지도 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미애의 고집을 꺾고 관계를 지속 시키는 방법밖에.
새날이 오고 오후 수업을 받는데 초인종이 울었다.
인터폰으로 보니 이모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선생님이 벌떡 일어났다.
나도 따라 일어났다. 내가 문을 열어 주었다.
이모는 거실에 들어와 내 머리를 어린아이 머리처럼 쓸어내리며 선생님께 말했다.
“말 안 듣는 아이죠? 선생님만 믿어요.”
나에겐 그토록 냉정하고 터프하던 선생님이 이모 앞에 양 손을 모아잡고
허리를 구십도 꺾고 이모를 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대답했다.
“아닙니다. 날로 발전하는 자세에 제가 보람를 느낍니다.
머리도 좋고 하려는 마음이 남들과 다릅니다. 가르칠수록 재미있습니다.“
선생님의 비굴한 자세를 보며 나는 속으로 나는 속으로 외쳤다.
“기합주고 골병 드리는 것이 재미있겠지.”
이모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 호 호 웃었다.
“예. 선생님. 머리는 좋은 아이인데 다독여주는 사람이 없어서 좀 어긋 나갔어여.”
“제가 바로 잡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가르쳐 보니 희망이 많습니다.”
“그렇죠? 선생님이 보셔도 희망이 있죠? 이제 제가 마음이 놓이네여.”
그 때 또 초인종이 울었다. 인터폰에 웬 아저씨가 있었다.
내가 문을 열어 주니 아저씨가 과일 을 한 상자 들이민다.
“공부 하다가 목마르면 먹으라고 배를 좀 샀어요. 지나다가 민호도 보고 싶고.”
“우리가 사먹어도 되는데 괜한 걸음 하셨습니다. 나중에 결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모 앞에서 벌벌 기는 선생님을 보며 나는 배알이 꼴렸다.
어찌 사람이 저렇게 헤까닥 할 수 있을까? 선생님은 대통령을 모시는 수행비서 같았다.
배가 들어오자 이모는 공부에 방해 됐다며 서둘러 나갔다.
배하나 맛보고 가시라고 선생님이 꽁지를 따라 나갔다.
나는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까지 굽실거리며 따라가고 있을 선생님을 상상했다.
에라이, 주차장까지 따라 가거라. 아니, 같이 차타고 가버려라.
나는 소파에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리모컨을 잡았다.
“공부 시간에 모하는 거야? 이모가 뺏어간 20분 연장 수업한다.”
어느새 선생님이 와 있었다. 주차장가진 따라내려 가지 않았나보다.
선생님의 호통에 나는 깜짝 놀라 책상에 앉았다. 선생님도 책상에 마주 앉았다.
“너는 이모가 왔는데 배웅도 안 하니? 인간성 상실. 오늘 기합은 오리걸음이다.”
공부를 하는데. 오리걸음을 생각하니 이미 다리가 아팠다.
오늘은 1층에서 20층까지 몇 번이나 왕복하려나?
저녁에 이모가 왔다. 퇴근 하자마자 왔으니 저녁 8시가 되지 않았다.
“저녁 드셨어여? 안드셨져?”
“와! 이모. 낮엔 쩔던데. 선생님이 벌벌 기데.“
“후 후. 그게 돈의 위력이예여. 공부는 할만 해여?”
“아. 죽겠어. 하긴 해야 되고 하기는 싫고.”
일부러 엄살을 떨었다.
점점 재미있어 진다고 해서 이모를 기쁘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쉽다는 말 들으셨죠?”
“몰라. 누가 그런 쓸데없는 말 했는데.”
나도 들었다. 매스컴에서 떠들고 학교 선생님들 입으로 리바이벌 되던 말이었다.
“s대 수석한 학생이 한 말이잖아여. 정말 감동이었어여.”
“별게다 감동이다. 수석 했으니 공부가 젤 쉽지.”
“우리 자기도 언젠가 공부가 제일 쉽다고 할 거에여.”
이모는 싱글벙글 웃으며 세면장으로 갔다.
빨래 통을 들고 나와서 베란다 세탁기를 돌렸다.
그리고 저녁을 차렸다.
이모가 화, 금요일 날 오면 정식 코스가 있었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저녁을 차린다. 나하고 마주 앉아 저녁을 먹고 나면
설거지를 하고 안방을 닦고 거실이며 세면장, 베란다 창문까지 청소를 한다.
그리고 반찬을 만들고 세탁기가 멈추며 빨래를 넌다.
나는 중간 중간에 따라 다니며 이모를 괴롭히는 것이 할 일이다.
“느끼지 마. 반응하지 말고”
걸레질 하는 이모의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엉덩이를 만지고 똥고를 쑤신다.
빨래 너는 이모의 뒤에 붙어 서서 젖탱이를 만진다.
반찬을 만드는 이모의 스커트 속에 들어가 빤추를 벗기고 씹물을 뽑아낸다.
그래도 세면장 청소할 때는 근처에 가지 않는다. 물 튀는 것은 싫으니까.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걸레를 빨아 안방으로 가는 이모의 허리를
두 팔로 껴안았다. 이모는 걸음을 멈추었다.
이모를 바짝 들어 소파로 옮겼다. 소파에 앉혀 놓고 스커트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빤추는 이미 설거지 할 때 벗겼으니 털이 손에 듬뿍 잡힌다.
털을 헤치고 구멍을 찾는다. 찾다가 내가 이모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모. 털이 구멍을 막아서 귀찮다. 제거해 버리자.”
“네에?”
이모는 놀란 고양이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제모 하자고. 털 깎는 거 몰라? 보지가 깨끗하게 밀어 버리자규.”
이모가 내 손이 들어가 있는 스커트를 양 손으로 누르면서 엉덩이를 뒤로 뺐다.
“하! 자가이. 털을 어떻게 깎아여? 망측하게.”
이모가 난색을 표하니 깎아야겠다는 욕구가 심하게 발동했다.
“어떻게 깎다니? 면도기로 깎지. 연필 깎는 칼로 깎겠냐?”
“하아! 자기이. 보지를 가리라고 있는 게 털인데 그걸 왜 깎아여.”
“너를 점령한 몸뚱아리의 주인이 털을 깎겠다는데 무슨 앙탈이 심하냐.”
“하아! 그 건 안 되여. 자기야. 정말로.”
“내가 누구냐?”
“지희 보지에 정액을 넣어 주신 분.”
“그니까 너를 점령한 주인이라 메. 주인으로 모시겠다며.”
“예! 맞아여. 주인님. 그래서 스폰도 해 드리구. 밥도 차려 드리구.”
“이 몸뚱아리는 내거니까 내 마음대로 하겠어. 깎아 놓으면 예뻐.”
나는 여자 제모 한 것을 본적이 없다.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았다.
사진으로 제모한 것을 보니 내 눈에는 암탉 털 뽑아 버린 것 같아 볼품없었지만
이모의 보지 털은 내가 깎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깨끗하게.
이모가 난색을 표하는데 내 손으로 홀랑 깎는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그것이 엄마의 복수가 시작되는 셈이라고 나는 속으로 명분을 세웠다.
“안 되여. 주인님. 사생활은 보존해 주셔야지여. 사우나는 어떻게 가고
남편이 보면 뭐라고 설명해여.“
앙탈은 앙탈로 끝나는 것이다.
이모가 거부해도 나는 힘으로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이모가 가랑이 쩍 벌리고 내가 이모의 사티구니에 비누 거품을 잔뜩 바르고
면도를 하는 상상을 하니 성기가 터질 듯이 팽창해서 차라리 아파왔다.
사생활 보호? 남편? 거기서 나는 주춤 했다.
파멸로 몰아가기 전에 무리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았다.
차츰 진흙탕으로 밀어 넣어야지 복수한다고 갑자기 외딴섬 술집에
팔아버리면 오히려 사단이 날 것이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내가 도리어 인생이 매장 될 수도 있다.
개구리가 가마솥에서 물이 끓어 가는 줄 모르고 헤엄쳐 놀다가
나중에 삶겨 죽는 것처럼 스스로 젖어들고 빠져들게 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내 복수의 시나리오였다.
진흙탕에 빠져서도 스스로를 한탄하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나를 원망하지 않고 자책하는 파멸을 만들어야 한다.
그 것이 복수가 복수를 낳지 않는 스토리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사생활과 남편까지 무시할 용기는 나에게 없었다.
“이모는 내가 지켜 줄게. 걱정 마. 내가 주인이잖아.”
움츠려 벌벌 떠는 이모를 나는 품에 꼭 안아 주었다.
꼬시고 달래서 보지를 깨끗하게 밀어줄 작정이었다.
-- 띵동 딩동~ --
초인종이 울었다. 시계가 밤 10시를 넘어서는 데 초인종이 울었다.
인터폰을 보니 문 앞에 미애가 서 있다.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나는 순간 머리가 아찔해 오고 온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인터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머리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텅 비었고 완전 백지 강태였다. 이런 환장할!
내가 멍하게 인터폰을 보고 있는 동안 이모는 잽싸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빤추와 핸드백을 챙겨들고 작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모가 작은 방으로 잽싸게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웬일이야? 피곤 할 텐데.”
미애는 까만 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내 말에 대답도 없이 현관을 들어서서 작은 방을 잠시 째려보더니
거실로 들어가 바닥에 검은 봉지를 놓았다.
그리고는 상을 펴고 까만 봉지를 헤쳐 양주 한 병과 구운 오징어를 꺼내 놓았다.
“자기야. 내가 너무 심했지? 미안해. 언젠가는 알게 될 비번인데 내가 심했어.”
미애는 블라우스를 훌렁 벗고 브라자를 보여주며 양주병을 땄다.
그리고는 내 잔에 술을 채우고 자기 잔에 술을 따랐다.
“열심히 공부한 당신. 마셔라!”
술잔을 들고 건배를 청해 왔다. 나는 건배를 하지 않고 일어났다.
냉장고에 가서 우유와 얼음을 챙겨왔다. 어디선가 보았다.
양주엔 얼음과 우유가 필요한 것을. 미애가 손가락으로 얼음을 집어
컵에 넣고 우유를 채웠다. 그리고 우리는 건배를 했다.
미애는 양주를 세 병이나 사왔다. 금방 한 병을 비웠다.
이거 다 마시고 퍼져 잘 거냐? 나는 혼자 속으로 미애에게 물으며 머리를 굴렸다.
내 머릿속엔 작은 방이 그려졌다. 불시에 들이닥친 미애 때문에 이모가 얼마나 놀랐을까?
그래도 작은 방을 확보해 놓고 대비한 이모의 재치가 놀라웠다.
철교위에서 기차를 만나도 피할 난간을 만들어 두는 이모의 치밀함.
그것이 이모의 기본 삶이었다. 나도 보고 배워야할 이모의 습성이었다.
철교위에서 기차를 만나면 대부분 사람들은 강으로 뛰어들 것이다.
이모는 피할 자리를 만들어 두고 모험을 거는 여자였다.
작은 방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이모를 생각하면 빨리 미애를 보내야 했다.
술 취한 미애가 다짜고짜 작은 방을 열라고 하면 큰 낭패가 될지도 모른다.
미애를 어떻게 구슬리서 집에 보내야할지 나는 골몰하고 있었다.
두 병째 양주가 까만 봉지에서 나왔다. 미애가 거냈다.
“여보야. 내일 촬영 없어? 노는 날이야?”
“촬영 있어. 돈 벌어야지.”
“카메라 앞에서 비틀거릴 거야? 표정 안 나온다고 쫓겨 올 거야.”
“괜찮아. 괜찮아! 미애는 자기만 있으면 돼.”
“여보야. 나 여기 있잖아. 왜 그래? 나 어디 안 가.”
“자기 없는 세상은 앙꼬 없는 찐빵이고 밴드 없는 빤추야.”
“자기야. 취했구나. 안방에 들어가서 한숨 자자.”
보내지 못하면 재워야 될 것 같았다.
안방에서라도 재워야 내일 촬영장에서 욕은 먹지 않을 것이다.
미애를 안방에서라도 재워야 이모를 집에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미애를 달랑 들어 안았다. 그리고 안방으로 향했다.
미애를 침대에 눕히니 목을 팔로 감고 놓아 주지를 않는다.
미애의 입술이 내 입술을 찾고 있었다. 혀가 입술을 헤집고 있었다.
나도 미애 위에 포개질 수밖에 없었다.
키스를 나누며 젖통을 만지며 옷을 벗겼다.
술이 취해 비몽사몽인 미애의 구멍에 성기를 찔러넣고
방아를 찧었다. 술 취한 미애가 교성을 질러댔다.
“흐으아. 자기 넘 좋아. 흐으응. 자기 너무 좋아.”
내 신경은 온통 작은 방에 가 있었다.
이모가 다 듣겠다. 이 소리 들으면 이모도 꼴리겠지.
혼자서 문에 귀를 대고 몸을 뒤틀고 있을 이모가 떠올랐다.
나는 미애의 자궁 깊숙이 씨를 부리고 몸을 일으켰다.
미애가 목을 감은 팔을 놓아 주지 않았다.
잠시 그대로 포개져 있었다. 나를 안고 미애는 오래지 않아 잠이 들었다.
나는 바지를 입고 안 방 문을 살며시 닫고 까치걸음으로 움직였다.
작은 방 문을 노크 했다. 똑. 똑. 똑.
이모가 문을 빼꼼 열었다.
눈이 마주치자 이모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엷은 미소를 흘렸다.
이모는 이미 옷이며 머리 매무새를 정리하고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잠들었어. 집에 가야지.”
“예.”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했다.
“세탁기 끝났을 거예여. 빨래는 지금 바로 널어야 해여.”
“알았어. 내가 할게.”
우리는 숨죽여 말했다. 누가 들을 새라 조용조용히.
“탈탈 털어서 널어야 해여. 아시져?”
“그래 알았어. 알아서 할게.”
마음이 급하고 뒤가 켕기는 중에도 이모는 빨래 걱정을 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이모는 급히 핸드백에서 수표 두 장을 꺼내 내손에 쥐어 주었다.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덥석 받아 지갑에 넣고 이모를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층 표시를 지하까지 지켜보았다.
나는 양주를 챙겨 냉장고에 넣고 빨래를 널고 미애 옆에 나란히 누워 잠을 잤다.
술 취해 잠든 미애가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밥상이 다 차려진 뒤였다.
“자기! 깨우려고 했는데 일어났네. 밥 먹자.”
멀쩡하다. 술 먹은 표시가 없다. 나는 미소로 답하고 세면장을 향했다.
“여보야는 술이 약하네. 금방 취하냐?”
“미애, 양주 첨 먹었어. 맥주만 홀짝 거리다가 양주 마셨더니 필름이 끊겼어.”
“어디부터 끊겼어?”
“양주 두 병째 꺼낸 거는 기억하는데 마셨는지 기억이 안 나.”
“세 병 다 마셨잖아. 바보야. 오늘 또 사와.”
“알써.”
미애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아침 상 차리면서 냉장고는 열어 보았을 텐데. 양주는 못 본 모양이다.
숨바꼭질은 계속 되었다.
이모는 내가 부르지 않아도 화, 금요일은 어김없이 왔고
미애는 계속되는 촬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수시로 불시에 뛰어 들었다.
나는 점점 이모를 밖에서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다.
화, 금요일도 미애가 올 것 같은 예감이 들면 전화를 미리 이모에게 했다.
문자나 전화를 해서 밖에서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에 가면 나는 재빨리 이모의 코란도 조수석에 타곤 했다.
우리는 이모의 코란도를 타고 공원 주차장에서 주로 데이트를 즐겼다.
야구장 표를 끊어 놓고도 중계카메라에 잡힐까봐 관람하지 못하고
야구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라디오 중계를 들으며 노닥거렸다.
밤늦게까지 이모와 데이트를 즐기다 오면
미애는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꼬박꼬박 졸고 있기도 했다.
어떤 날은 미애가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자기 차안에서 잠들어 새벽에 언니 집에 들어간 적도 있다고 했다.
용역회사의 아는 형이 나를 불러낸 것은 이모를 의뢰 한지 한 달이 지나서였다.
커피숍에서 만난 형은 대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서류를 대충 훑어보고 이모가 준 수표로 비용을 지불했다.
“내가 회사에 보고 안하고 혼자 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해해라.”
“그럼 이 돈 형 혼자 다 먹겠네. 좋겠다.”
“야. 혼자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것도 회사 몰래.”
“여튼 수고했어. 고마워.”
“사실 친구 한 명 거들었어. 회사 직원 아닌 친구 한 명 불러서 시켰지.
미행은 그 녀석이 거의 다했어. 나는 지시하고 정리하고.“
“와. 형도 CEO 해라. 나도 형이 용역회사 차리면 직원 할게.”
“지금은 자금이 없어. 물주 하나 물어야 되는데.”
“어떤 물주? 여자?”
“과부 하나 물어도 좋고 잘 사는 집 딸 꽤서 처가 덕 볼 수도 있고.”
“잘 사는 집 딸 많잖아. 뒷조사해서 덮쳐!”
“그럴까? 뒷조사가 내 직업인데. 하 하 하.”
우리는 쓸데없이 마주보며 웃었다.
세상사가 말처럼 된다면 정말 모순이 될 것이다.
세상만사가 사람들의 생각대로 다 된다면 세상은 거꾸로 돌아 갈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많은 것을 바라고 이루어지는 것은 많지 않다.
“그년도 바람피우고 남편도 바람피우던데 그거 다 알아봐 줄까?”
“아냐. 필요하면 다시 연락 할게. 지금은 아냐.”
“근데 왜 이년 뒷조사 하는 거야? 피해 본 거 있어? 아니면 협박하려구?”
“그냥 필요해서. 거기까지만 알아둬. 많이 알면 다쳐.”
형이 내 머리를 툭 쳤다. 그리고 빙긋이 웃었다.
“너 뭔가 뜯어내려고 그러지. 그년이나 남편의 불륜을 캐야 약점이 될 텐데.”
“아냐. 그런 거. 나 그 여자 쇼핑몰에서 일해. 피팅 모델로.”
“어? 그년 남자 피팅 모델하고 바람났던데.”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형이 말하는 그 피팅모델이 나인 것은 조사를 안 했나 보다.
“남편은 여대생 두 명이나 아파트 사주고 번갈아 즐겨. 콩가루 집안이야.”
“그래? 능력 있는 남자네.”
“하긴. 자지에 힘도 있고 가진 돈도 있어야 마누라까지 건사하지.”
우리는 자리를 옮겨 소주 다섯 병을 나눠먹고 헤어졌다.
그 형은 나 보다 2년 선배였다. 고교 때 주먹으로 명성을 떨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형을 따라다녔다. 퍽치기 날치기 들치기도 그 형에게 배웠다.
그래서 그 형이 고모에게 아이 버려 놨다고 멱살 잡힌 적도 있었다.
그 형은 나더러 이모와 이모 남편의 불륜도 조사 의뢰 하라고 여러 번 권했다.
그 일은 자기 혼자 못하니까 용역회사에 직접 의뢰하면 자기가 낱낱이 밝혀 주겠단다.
이모의 불륜은 내가 더 잘 아는데 의뢰할 필요가 없었다. 남편의 불륜은 내 알바 아니었다.
나는 형에게 다음을 기약하며 얼버무렸다. 이 자료부터 검토하고 차후에 생각하겠다고 미루었다.
형과 헤어져 아파트에 와서 나는 술 취한 머리를 흔들며 졸리는 눈을 비비며 형이 조사해 온 자료들을 검토 했다.
자료의 내용은 내가 아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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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고아원에서 성장했고 칼국수 집에서 일하며 고등학교를 다녔고
직물공장, 전자회사, 의류회사, 가정부를 전전하며 야간 대학교를 다녔다.
가정부를 하며 처녀가 아이를 가졌고 그 아이는 고아원에 맡기고
이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이 된다.
공무원 생활을 하며 만난 사업가 강 모 씨와 결혼을 하고 곧바로
전업주부가 된다. 조신하게 살림만 하던 이모는 결혼 10년차에 쇼핑몰을 시작했다.
남편의 공장에서 원가에 가져온 의류는 타 쇼핑몰에 가격, 품질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며 급성장한다.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고 찍히고
웹디자인까지 하며 냉철하고 철저하게 쇼핑몰을 운영했다.
촬영, 모델, 웹디를 전문인에게 맡겨도 자신이 할 수 있으므로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이모의 성격은 표독스럽고 앙칼지며 적극적이다.
자기가 고용한 남자 피팅 모델과 근래에 정분이 나서 함께 차를 타고
야외로 공원으로 야구장으로 붙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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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남편 강 모 씨는 경기도 어느 촌동네 부잣집에 칠남매 중에 맏이로 태어났다.
이기주의적인 성격인 그는 장남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부모의 논밭을 팔아 사업을 시작한다.
사업이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공무원인 아내와 결혼하고 아내의 로비로 많은 이권을 따내며 급성장한다.
지금은 시판보다 수출에 치중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강씨는 결혼 5년차부터 한눈을 팔기 시작했다.
주로 여대생을 상대로 스폰서라는 명목으로 계약 동거를 했다.
강은 한 여자를 2년 이상 보살피지 않았다.
지금은 2명의 명문대생과 계약 동거를 하고 있다.
집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거의 별거라 해도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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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희
00중학교 3학년.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밝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 성장하지만 적극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리더십이 좋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도 운동도 일등을 놓쳐 본 적이 없는 욕심쟁이다.
풍족한 가정에 태어나 씀씀이는 헤프지만 돈을 어디다 써야 하는지는 안다.
힘든 친구를 살피고 어려운 벗을 챙기는 아름다운 마음도 있다.
현재, 00중학교 전교 회장이다.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에게 신망은 두텁다.
이야기의 기 승 전 결을 구상해 놓았지만 캐릭터 중심으로 글을 씁니다.
그 캐릭터에 맞추어 사건을 전개 시키고 갈등을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많이 길어 졌습니다.
30부 정도에 끝내려고 구상 했는데 어느새 40부가 넘어 갔군요.
우리 독자님들 지루하지 않은가 걱정 됩니다.
이야기는 하다 보니 길어지네요.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야설에 이모를 접수하다에 꼭 필요한 인물은 민호, 지희, 미애입니다.
저는 세 사람의 캐릭터만 정해 놓고 글을 씁니다.
-=-=-= 민호는 TV스타 최수종을 연상 하시면 되겠습니다.
착하고 잘생기고 선한 역할, 좋은 배역만 맡는 캐릭터입니다.
가슴속에 응어리가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
-=-=-= 지희는 TV스타 한예슬을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
차갑고 계산적인 역할. 애교 있고 보드라운 여자. 카멜레온 처럼
필요에 따라서 변화무쌍한 여자. -=-=-=
-=-=-= 미애는 TV스타 황정음을 비교해 주세요.
착하고 맹한 여자. 단순하고 불도저식 여자.
마음이 넓은 듯 하지만 수시로 삐치는 여자. -=-=-=
최수종, 한예슬, 황정음의 인간성이나 됨됨이는 모릅니다.
최수종, 한예슬, 황정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TV에서 맡은 배역이나 소화한 캐릭터를 참고로 했습니다.
글 읽기에 도움이 될까 해서 연결해 보았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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