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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1 23:51 1,448회 0건



90. 임영선의 천기누설과 선수 아이린





그런데 전화기 저쪽에는 임영선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어디로 사라지고, 기운이 하나도 없고, 풀이 죽어있는 목소리이다.



"자기야. 자는 것을 내가 깨웠니?"
"아니. 이제 자려고 하는 중이야. 아직 병원이니?"

"응."
"곧 엄마랑 동생이랑 오신대."

"그럼 나도 갈까?"
"자기가 그래 주면야 진짜 고맙지."

"저녁은 먹었니?"
"아..니..."

"저런. 그러다가 너도 쓰러진다.
거기서 기다려. 바로 출발할께."



나는 바로 병원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임영선은 다시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의 엄마랑 여동생이 와서, 자기는 병실을 나왔다면서, 병동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회장님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시나?"
"아직이야. 의사들 말로는 이번 고비를 넘기지 못하실 것 같대."

"그래서 오늘은 동생도 같이 나가있구나."



나는 병동 입구에서 임영선을 태우고 논현동 쪽으로 나왔다. 큰길 4거리에 있는 감자탕집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영선은 집밥을 먹을꺼라면서,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한다.



"밤 늦게 저런 음식을 먹으면 살찌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어."
"영선이 너는 그렇게 찐 것 같지도 않은데?"

"자기는 여자 몸을 잘 모르니까 그렇지.
여자라면 복병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야."

"지금 이 판국에 그런 일이 걱정거리가 되나?"
"나는 한평생 살과의 전쟁을 해야 하는 체질이라서, 잠시만 방심해도 엄청나."



나는 임영선의 아파트로 차를 몰았다. 임영선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같이 올라가자고 했다. 그 넓은 아파트가 텅 비어있어서 도저히 혼자는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임영선이 너무 딱해 보인다. 나는 그녀와 같이 올라갔다.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서자 임영선은 불을 켜고, 내 손을 잡아 끌다시피 하여 바로 주방으로 갔다.



"자기야. 한 숟가락이라도 같이 먹자. 나 혼자는 뭘 씹어도 모래알일 것 같아."



임영선은 뭘 하든 나와 같이 하자고 한다. 나는 식탁에 앉아있고, 그녀는 찌개를 덥히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다가 금방 식탁을 차린다. 밥을 먹으면서 임영선은 나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이 이렇게 커지는 판국에, 아빠가 저렇게 되니까, 자기가 걱정을 많이 하지?
나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

"만일 회장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회사는 어떻게 되지?"

"지금 상태로는 엄마가 최대주주이니까,
회사 일이야 엄마가 알아서 하실꺼야."

"그럼 영선이가 물려 받으면 되겠네."
"자기도 봐서 알지만 내가 아는 것이 뭐 있어?"

"한상무님도 계신데, 뭐가 걱정이야?"

"아아. 몰라.
지금 그런 일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영선이 입장에서는 회사를 생각하는 일도 중요할껄?"

"자기야."
"응?"

"내일 오후에 기자회견이 있어.
그래서 내일 아침에 나는 출근하자마자 보도 자료를 만들어야 해."

"보도자료라니?
무슨 기자회견까지 해?"

"지금 다른 유통회사나 언론사들이 우리한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거든.
우리가 PB 상품 판매하는 결과 때문이야.
오늘 매출에 대한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내일 나올꺼잖아?
이번에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결과가 엄청 중요해."

"매출액이 월화보다는 수목은 약간 떨어지고, 주말에는 최고로 올라갈꺼니까 .."


"자기 혹시 돈 가진 것 있어?"
"왜? 무슨 돈? 혹시 지금 돈이 필요하니?"

"그 말이 아니야. 내가 무슨 돈이 필요하겠어?
지금은 우리 한강유통 주식이 액면가 이하야.
그렇지만 내일 기자 회견 후에는 증권가에서 우리 주식이 완전 달라질꺼야."

"어제 총무과에서 박대리한테 들었는데, 벌써 증권가 짜라시에는 우리 얘기가 떴다던데?"

"만일 아빠가 돌아가시게 되면 일시적으로 약간 떨어지는 일은 생기겠지.
그렇지만 경영 문제만 별 문제없이 정리되면 금방 만회하니까 그건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또 앞으로 PB 의류 판매도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앞으로 한동안은 계속 뛸거야."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 모아서 주식을 사야겠네."

"그래. 이번 일은 위험한 투기가 절대 아니야.
확실한 예상을 하고 사 모으는 거야."

"영선아. 정말 고맙다."

"지금까지 태현씨가 한 일이 있는데, 내가 이 정도 얘기는 해줘야지."



식사가 끝나고 나는 임영선과 같이 설거지를 했다. 우리는 뒤정리까지 끝내고 임영선은 커피를 내렸다.



"TV보면서 커피 마시고 있어. 씻고 올께."
"그래. 영선이 너 엄청 피곤하겠다."



임영선은 욕실로 갔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갖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임영선이 하는 말에는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나는 박대리로부터 증권 시장에서는 이미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지금 나에게 떠오르는 시람은 아이린 밖에 없다. 나는 아이린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자고 있는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전화를 끊었다.



나는 임영선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했다. 임영선이 샤워하는 데에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한참 후에 임영선이 목욕 가운을 걸친 채로 욕실에서 나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임영선을 따라갔다. 우리는 임영선의 침실 안쪽에 있는 그녀의 화장대로 갔다. 나는 헤어 드라이어로 임영선의 머리를 말려주면서 말했다.



"나는 이제 집에 갈께."
"자기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면 안돼? 우리 방 많은데. .."

"너 혼자는 못 자겠어?"

"너무 무섭고 불안해.
이 밤에 아빠한테 무슨 일이 생길 지도 모르거든요."



임영선은 내게 안겨왔다. 나는 임영선을 안고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럼 차라리 우리 집에 가서 자자."
"아이. 그럴 수는 없지."

"내가 집에 가서 자고,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올께."



나는 임영선을 침대로 데리고 갔다. 임영선은 내가 보는 앞에서 원피스를 입으면서 교묘하게 가운을 벗는다. 그렇지만 임영선의 가슴이나 벗은 몸이 잠시 드러났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개를 돌려서 외면했다. 그녀는 벗은 몸에 잠옷으로 입는 원피스 한장 만 걸쳤다.

나는 임영선을 침대에 눕게 하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녀의 옆으로 걸터앉아서 임영선의 이마와 양쪽 뺨에 키스했다. 임영선은 내 목에 팔을 걸고, 향긋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촉촉하게 빨아당긴다. 우리는 한참동안 키스했다.

임영선의 팔이 내 등으로 내려와서 내 몸을 통째로 당겼다. 순간적으로 나에게도 왈칵 치밀어 오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임영선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영선아. 우리 지금 이러지 말자."
"지금 엄청 하고 싶거든?"

"나도 남자거든요. 너보다는 내가 더 하고싶을껄. 우리 다 마찬가지야.
그런데 이러면 안돼. 지금은 때가 아니니까 참아야 해."

"에이. 참지 말고 그냥 하자. 응?"

"우선은 아빠에게 온 이번 고비를 넘기고 나서, 그 다음에 다시 생각해보자."
"방금 한 그 말 진짜지?"

"응."
"그럼 약속해."

"약속."



우리는 손가락을 걸어서 약속을 했다. 임영선은 팔로 내 등을 감아서 내 몸을 당겼고, 나는 임영선의 몸 위로 쓰러졌다. 내 얼굴은 임영선의 포근한 가슴 사이로 얹혀졌다. 임영선이 덮고 있던 이불은 발채로 미끄러져 내려가 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잠옷 위로 솟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내 목을 감고 있는 그녀의 두 팔에 힘이 들어간다. 우리의 입술과 혀가 한참 동안 뒤엉켰다. 우리는 서로를 탐했다. 나는 입을 떼고 말했다.



"더 하면 위험해. 오늘은 여기서 그만하자."
"하이잉. 가슴만 .."

"안돼. 그러면 정말 나도 더 이상 책임을 지지 못할 일이 벌어져.
방금 전에 우리가 약속한 것이 있잖아?"

"알았어. 거의 다 왔었는데. .. 그 약속 괜히 했네."

"지금은 참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어린 애도 아니고. .. 아무 때나 사고치는 것이 좋으냐?"

"나이트에 가서 원나잇이라도 구하든가 해야지. 이거 원."

"그러고 싶어? 그럼 그러든가.
그런데 웬만하면 저도 자식이니까 병실에 계신 아빠 생각 좀 해라."

"자기 약오르라고 한 소리지.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진짜로 그러겠어?"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현관으로 나왔고, 현관에서 우리는 다시 서로를 부등켜 안고 키스했다. 나는 벽에 기대고 섰고, 임영선은 내게 매달리다시피 해왔다. 나도 임영선의 혀를 빨면서, 내 손은 임영선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한참 후에 아쉬워하는 임영선을 내 몸에서 떨어뜨리고, 우리는 작별했다. 나는 간신히 임영선의 아파트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나는 일단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왔다. 큰 도로로 진입하고 나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시 아이린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연결이 된다.



"누나. 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이 시간에 태현씨가 웬 일이야?"

"누나, 자고 있었어?"
"아니야. 이제 막 씻고 나왔어."

"나 조금 있으면 집에 도착할텐데, 누나 지금 내 방에 와서 기다릴래요?"
"태현씨가 이 늦은 시간에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니까 무섭네. 중요한 일이야?"

"자세한 것은 지금 운전중이어서 말할 상황이 아니거든. 집에서 말할께."
"알았어. 지금 내려갈께."

"그럼 이따 봐요."



늦은 밤이어서 거리는 한산했으므로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차를 도로변에 주차해두고 내 오피스텔로 올라갔다.


아이린은 주방에 맥주를 꺼내놓고 과일 안주를 만들고 있다. 나는 내 책상에서 내 통장을 찾아서 들고 주방의 식탁으로 갔다.



"무슨 일인데 그래?"
"누나, 우선 이리 앉아봐."

"통장은 왜 들고 왔어?"
"지금 잔고가 전부 얼마지?"

"이번 달에는 아직 통장에 찍혀있지 않아.
그런데 내 계산으로는 7천만원 정도 들어있을 거야.""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
"많으면 다행 아냐? 적지 않으면 된 거지."



나는 아이린에게 한강유통의 주식을 사들이는 문제를 의논했다. 그것도 내일 하루 만에 완전 깔금하게 끝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린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깔깔대고 웃는다.



"하아. .. 자기 왜 이렇게 귀엽니? 하하."
"나는 지금 엄청 급하고 심각하거든요."

"주식이 마트에 있는 상품처럼 전시장에 진열돼 있는 것도 아니거든.
그걸 하루 만에 어떻게 전부 다 사들여?"

"그럼 어떻게 하지?"

"태현씨가 거기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 한참 후부터 내가 그 주식을 눈여겨봤어.
그런데 언제든지 그 회사에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나한테 자꾸 드는 거야.
그래서 미진이랑 의논을 했거든.
미진이는 자기 남편한테 그쪽 얘기를 듣으면 바로 나한테 전해주고."

"미진이가 누군데?"

"미진이 몰라? 조해수 엄마 말이야.
그 주식을 내가 벌써 한달쯤 전부터 사들이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은행에서는 그걸 뭐하러 사느냐고 말리는거야.
그래도 워낙 싸니까 돈도 별로 안 들고 해서 그냥 계속 사들였어."

"지금까지 전부 얼마 정도나 샀어?"
"2억 정도?"

"누나. 이번에 제대로 사고친 것 같다. 그것도 완전 대형으로."
"왜 또? 지금 나 폭삭 망한거니?"



나는 한강유통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과, 회장이 이번에 쓰러진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린이 내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거보세요. 내가 일찍 손을 써두기를 잘했지."
"누나 코는 돈 냄새를 맡는 것 같아."

"저거 자기랑 나랑 반반 할까?"
"1억이 안된다며?"

"자기 집에서 어떻게 안되나?"
"엄마를 설득시켜야 하는데, 엄마는 주식이라면 치를 떠시는 분이라서 .."

"그럼 내가 빌려주는 것으로 할께.
내일 은행에 가서 주식 계좌 두 개로 나눠서 넣으라고 할께."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은행에 가야겠네."

"자기야. 나 잘 한거니?"

"잘하기만 해? 이건 완전 대박이야.
누나가 이번에 완전 대박을 터뜨린 거라고."




아이린은 정말 무서운 여자인 것 같다. 내부 사정도 모르면서, 무리를 하다시피 해서라도 2억원어치나 사 모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나는 아이린을 그녀의 아파트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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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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