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갈 데까지 가보는 거야!
“…… 그렇게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나는 이렇게 됐습니다. 하반신 마비로. 그리고 남자로서의 기능도……”
담담함으로 돌아간 지훈의 눈을 바라보는 선경의 눈빛이 심하게 요동쳤다. 지훈의 대답은 선경에게는 예상치 못한 깊은 어둠과도 같았다.
“미안합니다. 부탁… 들어드릴 수가 없군요.”
지훈의 얼굴에 떠오른 그 표정은 잊을 수 없게 가슴 시린 처연함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 되어 두 사람은 그렇게 액자 속의 사진처럼 오래도록 굳어 있었다.
“그래서! 유부녀가 외박하고 와서 잘했다는 거야?”
“그래서 당신은 나를 그런 모임에 데려간 건가요? 다른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탐하는 걸 보고 싶어서?”
“그게 아니라고 했지!”
“아니긴요. 나도 다 알아요. 아주 충분히! 우리 사이에 금이 가게 한 건 바로 당신이에요. 그리고 이제부터… 당신이 나에게서 기대할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을 거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놔요!”
“그게 무슨 말이냐니까!”
“……”
“정말 이렇게 나올 거야?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내가 당신 집안을 지켜줬다는 거… 벌써 잊어버렸어?”
선경의 눈에 극도의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그래서요? 당신이 우리 부모님 대신 갚아 준 빚, 다시 갚기라도 하라는 건가요?”
“내 말은……”
“걱정 말아요.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는 나도 아니까. 승진에 지장 가게는 안 할 테니 걱정말라구요! 다음 모임엔 내가 알아서 당신 뜻대로 해줄 테니까. 그 이상으로 말이에요!”
“뭐어?”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현석의 모습을 뒤로하고 선경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조금 후 현석이 들어왔지만 출근을 위해 옷을 입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현관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누워 등을 돌린 선경은 남편이 나간 지 한참 후에도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눈을 뜨고 있었다. 얼마나 있었을까?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난 선경이 찬물로 샤워를 했다. 평소와 다르게 정성껏 화장도 했다. 그리고 평소 즐겨 입던 평범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는 현관문을 나섰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에 걸음을 옮기던 선경이 멈춰 서서는 뒤를 돌아봤다. 굳게 닫힌 현관문은 언제나처럼 단단해 보였다. 한동안 바라보던 선경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점차 선경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그렇게 굳어진 얼굴로 지나가는 선경을 나들가게 홍여사가 손짓하며 불렀다.
“새댁! 새댁!”
그러나 선경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냥 지나쳐가는 선경을 홍여사가 쫓아 나와 팔을 잡았다.
“새댁!”
“아, 아주머니…”
“무슨 생각을 하느라 그렇게 불러도 몰라?”
“아, 그러셨어요?”
“어! 무슨 일 있어?”
“아뇨……”
안색을 살피는 홍여사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렇담 다행이구. 그건 그렇고 말야, 저기, 내가 좀 해줄 말이 있는데…… 시간 있어?”
“무슨 이야기신데요?”
“있어봐. 우리 영감에게 가게 좀 맡기고. 잠깐만!”
그렇게 말하며 홍여사가 가게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몇 초 만에 다시 후다닥 선경에게로 뛰어왔다.
“저기 놀이터로 가. 내가 긴히 할 말이 있어.”
의아해하는 선경을 팔을 잡아 끌며 홍여사가 걸음을 재촉했다.
“내 말이 믿기지 않지?”
선경의 창백한 뺨이 조금씩 떨려왔다.
“뭐,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혹시 모르니까 새댁도 한 번 살펴보라고 하는 말이야.”
“네… 알겠어요.”
“에구, 내가 공연한 불란을 일으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아니에요. 잘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알건 알아야죠.”
“그래. 새댁이 이리 침착하니 다행이네. 암튼 나도 그날 두 사람이 모텔에서 손잡고 나오는데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나도 모르게 숨게 되더라고. 세상이 참 무서워. 아무리 그래도 아내 친구하고… 그게 말이 돼?”
선경은 허탈하게 웃었다. 남편과 희영이 그렇고 그런 사이란 걸 전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건만, 막상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희영은 자신의 입으로도 섹파가 있다고 대놓고 말하곤 했으니까. 그렇지만 그 대상이 이렇게도 자신의 가까운 곳에 있었을 줄이야!
“고마워요. 아주머니.”
“고맙긴. 새댁이 잘 처리해봐. 남자도 남자지만 상대 여자가 더 문제이지 않겠어?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그 친구란 사람 전부터 옷차림이나 태도나 보통이 아닌 것 같더라구.”
그 이후로 이어진 홍여사의 이야기는 이미 귓등으로 듣고 있는 선경이었다.
“……겠지만 그래도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하니까……”
“저, 아주머니.”
“응?”
“약속이 있어서요.”
“어, 참. 내 정신 좀 봐. 내 할말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네. 그럼 가 봐. 그리고 나중에라도 내가 봐서 알았단 말은 말구. 입장 난처해지기는 싫거든. 이해하지?”
“그럼요. 걱정 마세요.”
“그래, 새댁. 다녀와.”
“네, 그럼……”
홍여사와 헤어져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온 선경은 근처 버스 정류장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을 앉아있었다. 오고 가는 많은 버스와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 선경을 스쳐 지나갔고, 그처럼 많은 생각이 또한 그녀의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긴 시간을 앉아 있던 어느 순간 입술을 꼭 다문 선경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제법 긴 신호음이 가고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어, 선경아!”
“바쁘니?”
“아냐. 바쁘긴. 월요일은 오전만 좀 부산하지.”
“그래? 그럼 우리 저녁에 식사나 할까?”
“식사?”
“음. 기분도 좀 그렇고 해서 말야.”
“왜, 무슨 일인데?”
“남편하고 좀 싸웠어.”
“그래? 니가 부부싸움을 다하고 별일이네. 뭐 땜에 그런 건데?”
“전화론 좀 길어.”
“그래…… 음, 알았어. 저녁에 스케줄이 있긴 한데……”
“그럼 놔두구.”
“아냐. 바꿀 수 있는 거니까. 친구가 먼저지. 안 그래? 호호호……”
“고맙다.”
“일 끝나고 나가면… 7시쯤 약속하면 되겠다. 어디서 볼까?”
“이태원 어때?”
“이태원?”
“음. 너 거기 잘 안다고 했잖아.”
“그거야 뭐, 나야 가끔 가니까.”
“거기 괜찮은 데 알지?”
“알기야 알지.”
“그럼 그 중에서 하나 골라. 저녁은 내가 살 테니.”
“오호! 그럼 좀 고급진 데로 간다?”
“맘대로!”
“어쩐 일이래? 그래 알았어. 7시쯤 보자.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조금 올라오다 보면 이층에 커피숍 하나 있어. 거기서 보자.”
“그래.”
통화를 끝내고 나서도 선경은 딱딱한 정류장 의자에서 한동안 일어서지 않았다. 그런 선경의 눈빛에는 낯설게도 베일 듯한 예기가 흐르고 있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좋아!”
희영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 희영의 웃음을 선경은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아마도 희영은 선경을 이런 데로 데리고 와서 선경이 어떻게 나오는지 무척 궁금할 것이었다. 어쩌면 나사를 풀듯 선경의 보수성을 단칼에 베어 부서뜨리고 싶은 은밀한 욕구가 감춰진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선경은 생각했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희영의 생각을 넘겨짚으며 선경은 생각했다.
(네가 날 농락했듯이 나도 널 농락해줄게. 여태 네가 알았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기대해도 좋아. 너도 이제 곧 알게 될 테지. 내가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를.)
클럽 한 켠 구석진 공간에서 춤을 추며 선경이 손에 들고 있던 맥주병을 한 모금 들이키더니 이내 희영에게 다가가 건넸다. 희영이 선경처럼 한 모금 마시고 돌려주자 선경이 받아 들자 마자 희영의 머리 위에 쏟아 부었다.
“야아!”
희영이 순간 질겁하며 인상을 썼지만 선경은 장난인 듯 웃었다.
“호호호…… 멋지잖아!”
그리고 자신의 머리에도 맥주를 부었다. 그 모습에 희영의 얼굴이 눈빛을 빛내며 풀어지고 오히려 더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주변의 남자들이 조금씩 다가와 두 사람을 감쌌고 어느 누군가의 허리가 선경의 뒤에 바짝 붙여 비벼댔다. 강력하게 일어선 남자의 물건이 금새라도 몸을 뚫고 들어올 것처럼 선경의 갈라진 둔부를 위협했지만, 선경은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들어 흔들면서 남자의 움직임에 리듬을 맞춰 흔들었다.
“와우!”
“더, 더, 더!”
“Come on, baby!”
주변의 남자들이 환호성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런 선경을 보며 희영도 지지 않으려는 듯 뒤에서 비벼대는 남자를 향해 돌아섰다. 순간 희영의 몸이 움찔하는 듯 보였다. 상대는 상당히 큰 키와 근육질의 흑인이었다.
희영이 선경을 돌아봤다. 선경이 손을 뒤로 돌려 뒤에 붙은 남자의 허리를 잡고 더 밀착해서 몸을 움직이며 웃음 띤 얼굴로 희영을 응시했다. 희영의 입술이 살짝 눌러졌다가 펴지는 듯싶더니 이내 상대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한 팔을 남자의 가슴에 갖다 댔다. 이내 남자의 불거진 근육이 희영의 손에 그 굴곡을 드러냈다. 서로를 마주보며 두 사람의 춤이 점차 격렬해지고 있었다.
점차 좁아진 두 사람의 몸이 거의 붙었다 싶은 어느 순간 흑인의 한 발이 순식간에 희영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 탄탄한 허벅지로 희영의 허벅지 사이를 가득 눌러오며 리드미컬하게 몸을 움직여왔다. 그 때문인지 희영의 몸이 짧은 순간 경련하는 듯 보였다. 머리가 뒤로 제켜지며 눈을 감은 것이 보였고 잠시 후 흑인의 큰 입술이 점차 다가와 희영의 도톰한 입술을 감추듯 포개어갔다. 그러면서 더욱 밀착된 남자의 허벅지가 희영의 가운데를 자꾸만 깊이 파고들었고 희영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남자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몸이 뒤로 넘어가지 않으려는 듯 다른 한 팔로 남자의 허리를 움켜 잡는 것이 보였다.
선경의 뒤에 있던 남자가 선경의 어깨를 잡고 힘을 줬다. 뒤로 돌라는 뜻 같았다. 거미에게 포획된 잠자리처럼 작은 파닥임으로 매여있는 희영을 확인하고는 선경도 몸을 돌렸다. 남자는 백인이었다. 조금은 어린 듯 보이는 잘 생긴 친구였다. 조금 전의 흑인만큼의 체구는 아니지만 탄탄한 몸을 가진 것이 한 눈에 보였다. 남자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선경도 남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남자의 손이 선경의 허리를 잡으며 몸을 당겨왔다. 그리곤 제법 능숙한 한국말로 말했다.
“브로치 예쁘네요.”
선경이 자신의 브로치를 내려다 봤다. 조금 큰 듯한 나비 모양의 브로치가 조명에 빛났다.
“괜찮나요?”
“네, 무척!”
선경이 웃자 그도 웃었다.
“여기서 처음 보는 사람이에요.”
“자주 오시나 보죠?”
“쫌.”
조금씩 강하게 비벼오는 그의 살갗을 따라 점점 더 솟아오르는 그의 물건이 기어코 송곳처럼 선경의 깊은 곳을 뚫을 듯이 보였다.
희영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남자들이 준 정체 모를 약에 완전히 몸과 마음이 풀어진 상태였다. 합석해서 한 잔 하던 그들이 희영의 잔에 약을 타는 것을 선경은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자리를 비우고 숨어 지켜보다가 확인했다. 내심 기대했던 바였다. 남자들의 태도로 선경은 그들이 끝까지 가고자 한다는 것을 알았다. 희영이 노는 것과 sex는 별개라며 선을 그을 때,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모종의 작전을 짰다는 것을 선경은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짐작이 맞아 떨어졌고, 그들이 그럴 수 있도록 자리를 비우는 기회를 준 것도 실은 선경이었다.
흑인이 희영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눈을 응시하며 열심히 무언가를 지껄였던 것은 희영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수단이란 것을 숨어보던 선경은 직감했다. 그리고 역시나 눈치를 보던 백인 젊은이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희영의 잔에 넣고 그 잔을 잠깐 흔들더니 희영에게 건네며 건배를 제안했다. 희영은 고개를 저으며 잔을 받아 들고 그들과 함께 원샷을 했다. 그리곤 잠시 후 동공이 풀리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흑인이 그녀의 몸을 자신 쪽으로 당겼을 때도 희영은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 흑인의 두툼한 손이 희영의 스커트 밑으로 사라졌고, 잠시 후 희영의 얼굴이 더욱 더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흑인이 다시 한 번 희영의 입술을 가져갔다. 희영의 팔이 남자의 어깨 뒤로 돌아가며 아까보다 더 적극적으로 남자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희영의 뒤편에 있던 백인이 다가와 희영의 가슴을 손으로 만졌다. 블라우스 단추가 풀어지고 속으로 넣어진 손이 풍만한 희영의 가슴을 마구 헤집었다. 그 사이 희영은 눈을 감고 가뿐 숨을 내쉬기만 할 뿐이었다.
선경이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듯 자리로 가자 백인이 손을 멈추고 선경을 향해 웃었다. 선경이 자리에 앉아 이번엔 선경을 향해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어깨를 잡고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리게 하려 애썼다. 한국에서 몇 년 공부했다는 그는 제법 한국말을 잘했다. 짐짓 선경이 그의 뜻대로 해주는 듯 하자 희영을 농락하던 흑인이 슬그머니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선경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잠시 후 역시나 그들이 건배를 제안했다. 선경은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는 듯이 자신의 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 모금 들이키고는 전화기를 살펴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화가 온 듯 다시 화장실을 향해 가서는 선경은 입안의 술을 모두 뱉고 다시 물로 헹궈냈다.
자리로 돌아가자 백인이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선경이 희영을 봤다. 눈이 풀린 희영은 멍한 상태로 흑인의 손길에 흐느적거리고만 있었다. 선경이 말했다.
“친구와 지내기 위해 호텔 방을 잡아놨어요. 일단 친구를 거기까지 좀 데려다 주세요. 거기서 간단하게 맥주 더 하고 헤어지죠.”
백인이 흑인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흑인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서둘러 일어나 희영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호텔 방에서의 일은 선경이 그렸던 그대로였다. 마주보는 두 개의 방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선경이 희영을 침대에 눕혀 달라고 하고 연락을 해야 한다며 잠시 방을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 백인이 입구에서 침대를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이미 침대 위에서는 흑인의 거대한 몸이 허옇게 드러난 희영의 몸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 백인은 선경에게 건너편 방으로 가자고 했지만 선경은 친구가 걱정된다며 오히려 소파로 그를 이끌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낸 선경이 그에게 한 캔을 주고 자신도 캔을 땄다. 서둘 것 없다고 했다. 밤은 길다고. 더불어 자신은 성적 취향이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 말에 백인 청년의 얼굴이 묘하게 변하며 그럼 자신이 친구와 좀 놀아도 되냐고 물어왔다. 선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Of cause!”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옷을 벗고 침대로 다가가 흑인에게 속삭이며 무언가 말을 했다. 흑인이 웃더니 희영을 안아 들고 몸을 돌려 누우며 희영을 자신 위에 올라타게 했다. 흑인의 몸에 엎드린 채 희영은 흑인의 커다란 물건이 들고 날 때마다 숨이 끊어질 듯한 신음을 토해냈다. 백인이 그런 희영 옆으로 가서는 희영의 얼굴을 잡고 자신의 물건을 향하게 했다. 희영이 초점 없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는 것을 선경은 눈을 빛내며 바라 봤다. 마치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얼마 후 백인이 희영의 뒤로 다가갔다. 희영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자신을 치켜 올려 치는 흑인의 우람한 물건을 받아들이느라 정신 없이 울부짖고 있었다. 백인이 아래를 내려다 보며 손에 침을 뱉더니 희영의 애널에 발랐다. 다음엔 자신의 물건을 갖다 대고 몇 번 문지르더니 선경을 바라봤다. 선경이 다시 입가에 미소를 짓자 그의 입도 웃었다. 그러더니 희영의 허벅지를 잡으며 자신의 몸을 깊이 밀어 넣었고, 순간 희영의 소리가 급작스레 커지며 마치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아아악!!”
그 소리에도 백인은 행동을 멈추지 않고 리드미컬하게 계속 움직였다. 어느 순간 들고나는 그의 물건에 벌겋게 피가 묻어나고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은 듯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고개를 제치고 눈을 감으며 쾌감을 만끽하는 듯 보였다.
“Oh, yeah!”
그의 몸이 들어갈 때마다 높은 비명과 함께 희영은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퍼덕였지만 두 사람의 손에 붙들린 희영의 몸은 그물 속의 물고기처럼 빠져나가지 못했다.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선경은 조용히 방을 나섰고 행위에 정신 없는 세 사람은 누구도 그녀의 움직임에 신경 쓰지 않았다. 문을 닫기 전, 선경은 온갖 신음과 끈적한 움직임으로 가득 찬 방안을 잠시 들여다 보고는 살며시 문을 닫았다. 입가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정말 클럽이 처음이야?”
“응”
“계집애! 여태 뭐하고 사느라 클럽에를 한 번 안 와봤어?”
“나야 노는 거하곤 담 쌓고 살았잖니.”
“좀 놀아가며 살아. 젊음도 한 때야.”
“그러게.”
“그렇긴 하지만 여기 오는 놈들 다 놀자고 오는 거라 막 들이댈 테니 조심하고.”
“나 같은 아줌마한테 누가 그럴까?”
“아줌마는! 우리 나이면 한창이야. 봐라 제법 꼬일 테니.”
“후훗……”
“까짓 꺼 오늘 같은 날 화끈하게 놀아 보자. 좋지?”
“좋아. 나도 오늘 작정하고 나온 거니까.”
“오호! 좋아, 좋아. 맘에 들어. 그나 저나 이상한 놈만 아니면 좋겠는데……”
“이상한… 놈?”
“어? 어……. 실은 내가 얼마 전에 치질… 수술했거든. 히힛…… 그래서 무리하면 안되거든.”
“너 끝까지 가려고?”
“그거야 상대 봐서지. 맘에 들면 원나잇이야 기본 아니겠니?”
“흠……”
“왜, 거기까지는 용기가 안나?”
“글쎄….. 뭐 맘에 드는 사람 있으면 그럴 수도……”
“바로 그거야, 계집애! 갈 데까지 가보자고. 호호호……”
(그렇단… 말이지?)
또박또박 걸어가는 선경의 발소리를 희영의 날카로운 외침도 숨차게 뒤따라왔다.
“…… 그렇게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나는 이렇게 됐습니다. 하반신 마비로. 그리고 남자로서의 기능도……”
담담함으로 돌아간 지훈의 눈을 바라보는 선경의 눈빛이 심하게 요동쳤다. 지훈의 대답은 선경에게는 예상치 못한 깊은 어둠과도 같았다.
“미안합니다. 부탁… 들어드릴 수가 없군요.”
지훈의 얼굴에 떠오른 그 표정은 잊을 수 없게 가슴 시린 처연함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 되어 두 사람은 그렇게 액자 속의 사진처럼 오래도록 굳어 있었다.
“그래서! 유부녀가 외박하고 와서 잘했다는 거야?”
“그래서 당신은 나를 그런 모임에 데려간 건가요? 다른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탐하는 걸 보고 싶어서?”
“그게 아니라고 했지!”
“아니긴요. 나도 다 알아요. 아주 충분히! 우리 사이에 금이 가게 한 건 바로 당신이에요. 그리고 이제부터… 당신이 나에게서 기대할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을 거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놔요!”
“그게 무슨 말이냐니까!”
“……”
“정말 이렇게 나올 거야?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내가 당신 집안을 지켜줬다는 거… 벌써 잊어버렸어?”
선경의 눈에 극도의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그래서요? 당신이 우리 부모님 대신 갚아 준 빚, 다시 갚기라도 하라는 건가요?”
“내 말은……”
“걱정 말아요.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는 나도 아니까. 승진에 지장 가게는 안 할 테니 걱정말라구요! 다음 모임엔 내가 알아서 당신 뜻대로 해줄 테니까. 그 이상으로 말이에요!”
“뭐어?”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현석의 모습을 뒤로하고 선경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조금 후 현석이 들어왔지만 출근을 위해 옷을 입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현관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누워 등을 돌린 선경은 남편이 나간 지 한참 후에도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눈을 뜨고 있었다. 얼마나 있었을까?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난 선경이 찬물로 샤워를 했다. 평소와 다르게 정성껏 화장도 했다. 그리고 평소 즐겨 입던 평범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는 현관문을 나섰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에 걸음을 옮기던 선경이 멈춰 서서는 뒤를 돌아봤다. 굳게 닫힌 현관문은 언제나처럼 단단해 보였다. 한동안 바라보던 선경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점차 선경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그렇게 굳어진 얼굴로 지나가는 선경을 나들가게 홍여사가 손짓하며 불렀다.
“새댁! 새댁!”
그러나 선경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냥 지나쳐가는 선경을 홍여사가 쫓아 나와 팔을 잡았다.
“새댁!”
“아, 아주머니…”
“무슨 생각을 하느라 그렇게 불러도 몰라?”
“아, 그러셨어요?”
“어! 무슨 일 있어?”
“아뇨……”
안색을 살피는 홍여사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렇담 다행이구. 그건 그렇고 말야, 저기, 내가 좀 해줄 말이 있는데…… 시간 있어?”
“무슨 이야기신데요?”
“있어봐. 우리 영감에게 가게 좀 맡기고. 잠깐만!”
그렇게 말하며 홍여사가 가게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몇 초 만에 다시 후다닥 선경에게로 뛰어왔다.
“저기 놀이터로 가. 내가 긴히 할 말이 있어.”
의아해하는 선경을 팔을 잡아 끌며 홍여사가 걸음을 재촉했다.
“내 말이 믿기지 않지?”
선경의 창백한 뺨이 조금씩 떨려왔다.
“뭐,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혹시 모르니까 새댁도 한 번 살펴보라고 하는 말이야.”
“네… 알겠어요.”
“에구, 내가 공연한 불란을 일으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아니에요. 잘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알건 알아야죠.”
“그래. 새댁이 이리 침착하니 다행이네. 암튼 나도 그날 두 사람이 모텔에서 손잡고 나오는데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나도 모르게 숨게 되더라고. 세상이 참 무서워. 아무리 그래도 아내 친구하고… 그게 말이 돼?”
선경은 허탈하게 웃었다. 남편과 희영이 그렇고 그런 사이란 걸 전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건만, 막상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희영은 자신의 입으로도 섹파가 있다고 대놓고 말하곤 했으니까. 그렇지만 그 대상이 이렇게도 자신의 가까운 곳에 있었을 줄이야!
“고마워요. 아주머니.”
“고맙긴. 새댁이 잘 처리해봐. 남자도 남자지만 상대 여자가 더 문제이지 않겠어?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그 친구란 사람 전부터 옷차림이나 태도나 보통이 아닌 것 같더라구.”
그 이후로 이어진 홍여사의 이야기는 이미 귓등으로 듣고 있는 선경이었다.
“……겠지만 그래도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하니까……”
“저, 아주머니.”
“응?”
“약속이 있어서요.”
“어, 참. 내 정신 좀 봐. 내 할말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네. 그럼 가 봐. 그리고 나중에라도 내가 봐서 알았단 말은 말구. 입장 난처해지기는 싫거든. 이해하지?”
“그럼요. 걱정 마세요.”
“그래, 새댁. 다녀와.”
“네, 그럼……”
홍여사와 헤어져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온 선경은 근처 버스 정류장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을 앉아있었다. 오고 가는 많은 버스와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 선경을 스쳐 지나갔고, 그처럼 많은 생각이 또한 그녀의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긴 시간을 앉아 있던 어느 순간 입술을 꼭 다문 선경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제법 긴 신호음이 가고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어, 선경아!”
“바쁘니?”
“아냐. 바쁘긴. 월요일은 오전만 좀 부산하지.”
“그래? 그럼 우리 저녁에 식사나 할까?”
“식사?”
“음. 기분도 좀 그렇고 해서 말야.”
“왜, 무슨 일인데?”
“남편하고 좀 싸웠어.”
“그래? 니가 부부싸움을 다하고 별일이네. 뭐 땜에 그런 건데?”
“전화론 좀 길어.”
“그래…… 음, 알았어. 저녁에 스케줄이 있긴 한데……”
“그럼 놔두구.”
“아냐. 바꿀 수 있는 거니까. 친구가 먼저지. 안 그래? 호호호……”
“고맙다.”
“일 끝나고 나가면… 7시쯤 약속하면 되겠다. 어디서 볼까?”
“이태원 어때?”
“이태원?”
“음. 너 거기 잘 안다고 했잖아.”
“그거야 뭐, 나야 가끔 가니까.”
“거기 괜찮은 데 알지?”
“알기야 알지.”
“그럼 그 중에서 하나 골라. 저녁은 내가 살 테니.”
“오호! 그럼 좀 고급진 데로 간다?”
“맘대로!”
“어쩐 일이래? 그래 알았어. 7시쯤 보자.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조금 올라오다 보면 이층에 커피숍 하나 있어. 거기서 보자.”
“그래.”
통화를 끝내고 나서도 선경은 딱딱한 정류장 의자에서 한동안 일어서지 않았다. 그런 선경의 눈빛에는 낯설게도 베일 듯한 예기가 흐르고 있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좋아!”
희영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 희영의 웃음을 선경은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아마도 희영은 선경을 이런 데로 데리고 와서 선경이 어떻게 나오는지 무척 궁금할 것이었다. 어쩌면 나사를 풀듯 선경의 보수성을 단칼에 베어 부서뜨리고 싶은 은밀한 욕구가 감춰진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선경은 생각했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희영의 생각을 넘겨짚으며 선경은 생각했다.
(네가 날 농락했듯이 나도 널 농락해줄게. 여태 네가 알았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기대해도 좋아. 너도 이제 곧 알게 될 테지. 내가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를.)
클럽 한 켠 구석진 공간에서 춤을 추며 선경이 손에 들고 있던 맥주병을 한 모금 들이키더니 이내 희영에게 다가가 건넸다. 희영이 선경처럼 한 모금 마시고 돌려주자 선경이 받아 들자 마자 희영의 머리 위에 쏟아 부었다.
“야아!”
희영이 순간 질겁하며 인상을 썼지만 선경은 장난인 듯 웃었다.
“호호호…… 멋지잖아!”
그리고 자신의 머리에도 맥주를 부었다. 그 모습에 희영의 얼굴이 눈빛을 빛내며 풀어지고 오히려 더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주변의 남자들이 조금씩 다가와 두 사람을 감쌌고 어느 누군가의 허리가 선경의 뒤에 바짝 붙여 비벼댔다. 강력하게 일어선 남자의 물건이 금새라도 몸을 뚫고 들어올 것처럼 선경의 갈라진 둔부를 위협했지만, 선경은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들어 흔들면서 남자의 움직임에 리듬을 맞춰 흔들었다.
“와우!”
“더, 더, 더!”
“Come on, baby!”
주변의 남자들이 환호성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런 선경을 보며 희영도 지지 않으려는 듯 뒤에서 비벼대는 남자를 향해 돌아섰다. 순간 희영의 몸이 움찔하는 듯 보였다. 상대는 상당히 큰 키와 근육질의 흑인이었다.
희영이 선경을 돌아봤다. 선경이 손을 뒤로 돌려 뒤에 붙은 남자의 허리를 잡고 더 밀착해서 몸을 움직이며 웃음 띤 얼굴로 희영을 응시했다. 희영의 입술이 살짝 눌러졌다가 펴지는 듯싶더니 이내 상대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한 팔을 남자의 가슴에 갖다 댔다. 이내 남자의 불거진 근육이 희영의 손에 그 굴곡을 드러냈다. 서로를 마주보며 두 사람의 춤이 점차 격렬해지고 있었다.
점차 좁아진 두 사람의 몸이 거의 붙었다 싶은 어느 순간 흑인의 한 발이 순식간에 희영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 탄탄한 허벅지로 희영의 허벅지 사이를 가득 눌러오며 리드미컬하게 몸을 움직여왔다. 그 때문인지 희영의 몸이 짧은 순간 경련하는 듯 보였다. 머리가 뒤로 제켜지며 눈을 감은 것이 보였고 잠시 후 흑인의 큰 입술이 점차 다가와 희영의 도톰한 입술을 감추듯 포개어갔다. 그러면서 더욱 밀착된 남자의 허벅지가 희영의 가운데를 자꾸만 깊이 파고들었고 희영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남자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몸이 뒤로 넘어가지 않으려는 듯 다른 한 팔로 남자의 허리를 움켜 잡는 것이 보였다.
선경의 뒤에 있던 남자가 선경의 어깨를 잡고 힘을 줬다. 뒤로 돌라는 뜻 같았다. 거미에게 포획된 잠자리처럼 작은 파닥임으로 매여있는 희영을 확인하고는 선경도 몸을 돌렸다. 남자는 백인이었다. 조금은 어린 듯 보이는 잘 생긴 친구였다. 조금 전의 흑인만큼의 체구는 아니지만 탄탄한 몸을 가진 것이 한 눈에 보였다. 남자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선경도 남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남자의 손이 선경의 허리를 잡으며 몸을 당겨왔다. 그리곤 제법 능숙한 한국말로 말했다.
“브로치 예쁘네요.”
선경이 자신의 브로치를 내려다 봤다. 조금 큰 듯한 나비 모양의 브로치가 조명에 빛났다.
“괜찮나요?”
“네, 무척!”
선경이 웃자 그도 웃었다.
“여기서 처음 보는 사람이에요.”
“자주 오시나 보죠?”
“쫌.”
조금씩 강하게 비벼오는 그의 살갗을 따라 점점 더 솟아오르는 그의 물건이 기어코 송곳처럼 선경의 깊은 곳을 뚫을 듯이 보였다.
희영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남자들이 준 정체 모를 약에 완전히 몸과 마음이 풀어진 상태였다. 합석해서 한 잔 하던 그들이 희영의 잔에 약을 타는 것을 선경은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자리를 비우고 숨어 지켜보다가 확인했다. 내심 기대했던 바였다. 남자들의 태도로 선경은 그들이 끝까지 가고자 한다는 것을 알았다. 희영이 노는 것과 sex는 별개라며 선을 그을 때,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모종의 작전을 짰다는 것을 선경은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짐작이 맞아 떨어졌고, 그들이 그럴 수 있도록 자리를 비우는 기회를 준 것도 실은 선경이었다.
흑인이 희영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눈을 응시하며 열심히 무언가를 지껄였던 것은 희영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수단이란 것을 숨어보던 선경은 직감했다. 그리고 역시나 눈치를 보던 백인 젊은이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희영의 잔에 넣고 그 잔을 잠깐 흔들더니 희영에게 건네며 건배를 제안했다. 희영은 고개를 저으며 잔을 받아 들고 그들과 함께 원샷을 했다. 그리곤 잠시 후 동공이 풀리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흑인이 그녀의 몸을 자신 쪽으로 당겼을 때도 희영은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 흑인의 두툼한 손이 희영의 스커트 밑으로 사라졌고, 잠시 후 희영의 얼굴이 더욱 더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흑인이 다시 한 번 희영의 입술을 가져갔다. 희영의 팔이 남자의 어깨 뒤로 돌아가며 아까보다 더 적극적으로 남자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희영의 뒤편에 있던 백인이 다가와 희영의 가슴을 손으로 만졌다. 블라우스 단추가 풀어지고 속으로 넣어진 손이 풍만한 희영의 가슴을 마구 헤집었다. 그 사이 희영은 눈을 감고 가뿐 숨을 내쉬기만 할 뿐이었다.
선경이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듯 자리로 가자 백인이 손을 멈추고 선경을 향해 웃었다. 선경이 자리에 앉아 이번엔 선경을 향해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어깨를 잡고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리게 하려 애썼다. 한국에서 몇 년 공부했다는 그는 제법 한국말을 잘했다. 짐짓 선경이 그의 뜻대로 해주는 듯 하자 희영을 농락하던 흑인이 슬그머니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선경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잠시 후 역시나 그들이 건배를 제안했다. 선경은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는 듯이 자신의 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 모금 들이키고는 전화기를 살펴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화가 온 듯 다시 화장실을 향해 가서는 선경은 입안의 술을 모두 뱉고 다시 물로 헹궈냈다.
자리로 돌아가자 백인이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선경이 희영을 봤다. 눈이 풀린 희영은 멍한 상태로 흑인의 손길에 흐느적거리고만 있었다. 선경이 말했다.
“친구와 지내기 위해 호텔 방을 잡아놨어요. 일단 친구를 거기까지 좀 데려다 주세요. 거기서 간단하게 맥주 더 하고 헤어지죠.”
백인이 흑인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흑인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서둘러 일어나 희영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호텔 방에서의 일은 선경이 그렸던 그대로였다. 마주보는 두 개의 방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선경이 희영을 침대에 눕혀 달라고 하고 연락을 해야 한다며 잠시 방을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 백인이 입구에서 침대를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이미 침대 위에서는 흑인의 거대한 몸이 허옇게 드러난 희영의 몸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 백인은 선경에게 건너편 방으로 가자고 했지만 선경은 친구가 걱정된다며 오히려 소파로 그를 이끌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낸 선경이 그에게 한 캔을 주고 자신도 캔을 땄다. 서둘 것 없다고 했다. 밤은 길다고. 더불어 자신은 성적 취향이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 말에 백인 청년의 얼굴이 묘하게 변하며 그럼 자신이 친구와 좀 놀아도 되냐고 물어왔다. 선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Of cause!”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옷을 벗고 침대로 다가가 흑인에게 속삭이며 무언가 말을 했다. 흑인이 웃더니 희영을 안아 들고 몸을 돌려 누우며 희영을 자신 위에 올라타게 했다. 흑인의 몸에 엎드린 채 희영은 흑인의 커다란 물건이 들고 날 때마다 숨이 끊어질 듯한 신음을 토해냈다. 백인이 그런 희영 옆으로 가서는 희영의 얼굴을 잡고 자신의 물건을 향하게 했다. 희영이 초점 없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는 것을 선경은 눈을 빛내며 바라 봤다. 마치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얼마 후 백인이 희영의 뒤로 다가갔다. 희영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자신을 치켜 올려 치는 흑인의 우람한 물건을 받아들이느라 정신 없이 울부짖고 있었다. 백인이 아래를 내려다 보며 손에 침을 뱉더니 희영의 애널에 발랐다. 다음엔 자신의 물건을 갖다 대고 몇 번 문지르더니 선경을 바라봤다. 선경이 다시 입가에 미소를 짓자 그의 입도 웃었다. 그러더니 희영의 허벅지를 잡으며 자신의 몸을 깊이 밀어 넣었고, 순간 희영의 소리가 급작스레 커지며 마치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아아악!!”
그 소리에도 백인은 행동을 멈추지 않고 리드미컬하게 계속 움직였다. 어느 순간 들고나는 그의 물건에 벌겋게 피가 묻어나고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은 듯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고개를 제치고 눈을 감으며 쾌감을 만끽하는 듯 보였다.
“Oh, yeah!”
그의 몸이 들어갈 때마다 높은 비명과 함께 희영은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퍼덕였지만 두 사람의 손에 붙들린 희영의 몸은 그물 속의 물고기처럼 빠져나가지 못했다.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선경은 조용히 방을 나섰고 행위에 정신 없는 세 사람은 누구도 그녀의 움직임에 신경 쓰지 않았다. 문을 닫기 전, 선경은 온갖 신음과 끈적한 움직임으로 가득 찬 방안을 잠시 들여다 보고는 살며시 문을 닫았다. 입가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정말 클럽이 처음이야?”
“응”
“계집애! 여태 뭐하고 사느라 클럽에를 한 번 안 와봤어?”
“나야 노는 거하곤 담 쌓고 살았잖니.”
“좀 놀아가며 살아. 젊음도 한 때야.”
“그러게.”
“그렇긴 하지만 여기 오는 놈들 다 놀자고 오는 거라 막 들이댈 테니 조심하고.”
“나 같은 아줌마한테 누가 그럴까?”
“아줌마는! 우리 나이면 한창이야. 봐라 제법 꼬일 테니.”
“후훗……”
“까짓 꺼 오늘 같은 날 화끈하게 놀아 보자. 좋지?”
“좋아. 나도 오늘 작정하고 나온 거니까.”
“오호! 좋아, 좋아. 맘에 들어. 그나 저나 이상한 놈만 아니면 좋겠는데……”
“이상한… 놈?”
“어? 어……. 실은 내가 얼마 전에 치질… 수술했거든. 히힛…… 그래서 무리하면 안되거든.”
“너 끝까지 가려고?”
“그거야 상대 봐서지. 맘에 들면 원나잇이야 기본 아니겠니?”
“흠……”
“왜, 거기까지는 용기가 안나?”
“글쎄….. 뭐 맘에 드는 사람 있으면 그럴 수도……”
“바로 그거야, 계집애! 갈 데까지 가보자고. 호호호……”
(그렇단… 말이지?)
또박또박 걸어가는 선경의 발소리를 희영의 날카로운 외침도 숨차게 뒤따라왔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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