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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가 질 때까지 - 16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1 23:49 1,246회 0건
16. 새벽을 가르고



하루의 시간이 이렇게도 긴 것인가 선경은 생각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무작정의 시간들. 안개를 헤치고 무조건 직진하는 고속도로처럼 시간은 빠른 듯 느리게 그리고 불안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를 쳐다봤다. 휠체어에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은 그. 복잡함과 초조함이 진하게 배어 나왔다. 지금 그도 자신처럼 외줄을 타듯 위태로운 긴장감으로 애를 태우고 있으리라 선경은 생각했다. 그런 그를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선경이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휠체어 뒤에서 그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려 놓았다. 그가 고개를 바로 하고 말했다.

“내 걱정 말고 좀 자둬요.”
“전 괜찮아요. 지훈씨야 말로 좀 쉬세요.”
“워낙 마음 따로 몸 따로라……”

그의 말이 선경에겐 슬프게 들렸다. 그의 자괴감은 언제쯤이나 끝이 날 수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그를 돕고 싶지만 선경은 그 방법을 몰라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아저씨가 무사할지 걱정입니다.”
“잘 처리하시겠죠.”
“글쎄요…… 이번 일은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요. 자꾸만 뭔가 마음에 걸리고.”

이름이 재복이라던 기사 아저씨에 대해서 선경이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늘 선글라스를 끼고 있고 단순한 기사 이상이라는 것 외에는.

“어딜… 가신 거에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왜 그렇게 오피스텔에서 황급히 이 호텔로 옮기게 된 것인지도 설명 듣지 못한 선경이었다.

“아저씨가 어디선가 무슨 정보를 얻은 것 같은데 저에게도 말을 해주지는 않더군요. 서둘러 오피스텔을 떠나야 한다는 말만 했으니까요. 아무래도 그 때 자초지종을 자세하게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 그랬으면 이렇게 답답하진 않았을 텐데……”

선경은 오늘 낮의 일이 떠올랐다. 혼자서 점심 식사를 하던 차에 지훈과 재복 아저씨가 찾아와 서둘러 모든 짐을 챙기라고 했다. 지훈씨보다 아저씨가 더 서둘렀다. 그리고 방을 나서기 전에도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하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쫓기듯 오피스텔을 나와서는 시내 한 호텔에 방을 잡고 그가 말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두 분은 이 방에서 나오지 마십시오. 혹시 내일까지 제가 오지 못하게 되면 여기도 떠나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저씨!”

지훈도 그의 말이 이해되지 않은 듯 했다.

“도련님! 제 말 잘 들으세요. 예전 자동차 사고……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제가 그 동안 알아본 바 의심쩍은 점이 있습니다.”
“그럼 그 사고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아니, 조사하면 할수록 점점 더 그럴 확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럴 수가…… 그럼 그런 내용을 할아버지도 아세요?”
“예전 어르신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무슨?”
“그 사건이 전적으로 제 잘못인 것만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무언가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고요.”
“그럼 할아버지는 무언가 알고 계셨던 건가요?”
“저도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다만 제가 알지 못하는 다른 정보가 있으셨지 않았나 짐작이 될 뿐입니다.”
“음……”
“그러시면서 시간이 나면 다시 조사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수년간 여러 방면으로 조사를 하던 중에 특이한 사항을 발견했습니다.”
“특이한 사항이라면 어떤?”

아저씨가 선경을 흘깃 쳐다봤다.

“그런데 아가씨께 말씀 드리셨습니까?”
“그럴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제 말씀 드려야죠.”
“무슨 말씀들이세요?”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궁금한 선경이었다. 지훈이 그녀를 향해 휠체어의 방향을 돌렸다.

“미리 말씀 못 드렸습니다. 실은 선경씨 남편분이 다니시는 회사의 이사장이 제 할아버지십니다.”
“네에?”
“우연치고는 참 별나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연결이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러네요. 그런데 이사장이시면 오너… 신거죠?”
“대주주인 셈이죠. 저희 집안에서 경영에 손을 뗀지는 제법 되었습니다. 제 아버님께서 사장으로 계시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이후는 전문경영인체제가 됐지요.”
“그랬군요……”

세상 일이란 것이 참 신기하다. 선경은 속으로 한편으론 이런 것이 인연인가 싶기도 했다.

“근데 특이 사항이라뇨?”
“두 분도 이미 알고 계시는 그 이상한 골프 모임 말입니다.”
“그런… 데요?”
“그 모임을 은밀하게 이끌고 있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그게 누굽니까?”

선경도 지훈도 몹시 궁금한 듯 아저씨를 주목했다.

“그게… 회장이라고들 부르는 인물인 것 같은데 저희 회사 내부사람이 아닌 듯합니다.”
“그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모임 자체가 회사내 모임인데 회사 사람도 아닌 사람이 회장까지 하고 있다니. 이해가 가질 않는군요.”
“저도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만……”
“짐작 가는 것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

아저씨가 쉽게 입을 열지 않는 것에 지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훈이 아는 아저씨는 어떤 것에 있어서도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없었다. 그런 그가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이렇듯 신중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때 무언가 지훈의 머리를 스쳤다.

“혹시……?”

아저씨가 눈빛을 빛내며 지훈과 시선을 맞췄다.

“그 분… 아닌가요? 큰… 아버지!”
“……”

아저씨가 돌아가고 나서 지훈은 호텔 창 밖만을 바라보며 한동안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선경은 그가 무척이나 고민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얼굴에 나타나는 긴장감과 점점이 배어 나오는 땀들이 그가 얼마나 생각에 집중하고 있는 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선경씨, 일어나봐요. 아침 햇살이 아주 좋아요.”

지훈이 선경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벌써 일어나셨어요?”
“잠꾸러기 공주님!”

지훈이 선경의 이마에 입을 맞추곤 다시 내려와 코와 볼과 입술에 키스했다. 선경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끌어안았다. 입안에 들어온 그의 혀와 자신의 혀가 춤을 추듯 격렬하게 뒤엉켰다. 어느 샌가 다리 사이로 내려온 그의 손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와 뜨겁게 선경을 달구기 시작했다. 선경의 입술에서 참을 수 없는 비음이 새어 나왔다.

“하아…… 지훈씨!”

몸이 꼬였다. 다리 사이의 그의 손을 허벅지로 꼭 잡으며 허리를 들썩였다.

“밤새 하고도 또?”
“아잉!”

자신도 상상할 수 없었던 섹스러움이 마구 표출됐다.

“아침 빛이 아주 좋아요. 보여주고 싶어요.”

부드럽고 감미로운 그의 음성이 귓가에서 울렸고 그 소리에 선경의 몸은 자꾸만 들떠 올랐다. 그의 음성은 최고의 최음제였다. 이미 선경의 그곳이 사정없이 미끌거리며 젖어 들었다.

달아오르는 선경의 육체를 그가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서 햇살이 부서지는 창가로 다가가 세상을 향해 섰다. 그의 가슴에 안겨 내려다 보는 세상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러다 문득 선경이 외쳤다.

“당신… 설 수 있군요!”

그 때였다. 어디선가 커다란 차 하나가 나타나 지훈을 옆으로 밀었다. 그 바람에 유리창이 깨어지며 선경이 지훈의 팔에서 떨어져 건물 밑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며 올려다본 저 위에서 망연자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지훈의 육체가 어느 순간 부서지는 유리처럼 다리에서부터 머리까지 점차 잘게 부서진 채 흩어져 내렸다.

“아아악!!!”

벌떡 몸을 일으킨 선경이 마구 뛰는 가슴을 안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둠이 깊었다. 침대 옆에는 피곤했던지 휠체어에 앉은 그대로 잠든 지훈이 보였다.

(꿈이었구나. 다행이야! 휴우……)

그렇게 안도하던 선경이 무슨 생각인지 침대에서 내려 창가로 향했다. 커튼을 젖히자 언제 멎었는지 비는 이미 그쳐있었다. 어둠에 잠든 저 아래를 내려다 보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고개를 뒤로 기대어 젖힌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가 기다리던 아저씨로부터의 소식은 없었다. 테이블 위의 디지털 시계가 새벽 2시 14분을 가리켰다.

(불안해. 여태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것이.)

다시 침대로 걸어가던 선경이 멈춰 섰다.

(내일까지 오지 못하면 여기도 떠나라고 했지…… 그래… 그게 좋겠어! 꿈도 영 이상하고.)

선경은 가운을 벗고 급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담요를 꺼내 잠이 든 지훈의 몸을 감쌌다. 지훈은 무척이나 깊은 잠에 든 듯 깨어나지 않았다. 선경이 주변을 살펴보고는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한 손에 자신의 카트 가방을, 그리고 다른 손으로 지훈의 휠체어를 밀며 호텔방을 빠져 나왔다.

프론트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막 돌아서는 순간, 호텔 정문의 회전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이 보였다. 현석이었다. 선글라스를 다시 올려 쓰며 선경은 얼른 돌아섰다. 그리고 바로 옆 엘리베이터를 향해 서둘러 다가가 스위치를 눌렀다. 마침 위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선경이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 현석이 뛰듯이 달려와 프론트 직원에게 하는 말이 선경의 귀에까지 들렸다.

“정지훈씨 몇 호실인가요?”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힐 때까지 선경은 초조함에 떨었다. 지하층을 손 닿는 대로 누르고 문이 닫힌 후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해서야 선경은 간신히 긴 한 숨을 내 쉬었다. 그렇게 안도의 숨을 쉬며 눈을 감고 있던 선경은 위에서부터 내려와 계속 함께 타고 있던 뒤에 서 있는 남자를 미쳐 의식하지 못했다. 눈을 감고 있는 선경을 뒤에서 내려다보는 그의 입가가 실룩거렸다. 그리고 남자가 한 걸음 선경에게 다가서려 할 때

“어디 가는 건가요?”

지훈이 잠에서 깬 듯 선경을 보고 물었다. 움직이려던 남자가 눈치를 보듯 움직임을 멈췄다.

“깼군요.”
“네.”
“미안해요. 불연 듯 아저씨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요.”
“그랬군요. 참 우리 차는 지하 4층에 있어요.”

엘리베이터는 지하 2층과 3층에 눌러져 있었다. 선경이 다시 4층을 눌렀다. 곧 지하 2층에서 뒤에 있던 남자가 내렸고 지하3층 문이 열리자 지훈이 말했다.

“내려요.”
“차가 지하4층에 있다면서요?”
“어서요.”

엉겁결에 내린 선경에게 지훈이 말했다.

“어서 옆에 엘리베이터 누르세요. 올라가는 거.”
“네?”

지훈이 휠체어를 움직여 직접 스위치를 눌렀다. 그 순간 지하에서 올라오던 옆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서둘러요. 우리 차는 지하1층에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일단 가요.”

지하 1층에서 내린 선경과 지훈이 급하게 차에 올랐다. 운전은 선경이 해야 했다.

“저 이렇게 큰 차는 운전해본 적이 없는걸요.”
“괜찮아요. 하다 보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차는 곧 지상으로 나와 아무일 없이 호텔을 벗어났다. 새벽을 가르며 시내를 지나가면서 지훈이 말했다.

“체크아웃 할 때부터 깨어 있었습니다. 굳이 내가 깨어 있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아 자는 척 했죠.”
“그러셨군요. 알고 보니 지훈씨도 응큼한 구석이 있네요. 후훗!”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남자 말입니다.”
“네.”
“처음에는 층이 눌러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랬어요?”
“네. 실제로는 아마 1층 로비가 그 사람의 목적지였을 겁니다. 그러다가 우리를 보고 기다린 거죠. 그런데 선경씨가 지하2층과 3층을 다 눌렀던 겁니다.”
“아……”
“그 남자 태연하게 지하 2층에서 내린 건 아마도 다른 사람을 불러 들이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우리 차가 지하 4층에 있다면 지하3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를 막고 사람들을 풀어 놓으려 했겠죠.”
“그래서 일부러 지하 4층에 차가 있다고 하셨군요.”
“네. 다행히 잘 빠져 나왔군요.”
“지하 입구에서 막았으면 큰일 날 뻔 했네요.”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지하층 전체의 출입을 막으려 했다면 문제가 생겼겠죠. 호텔측에서도 알게 됐을 거구요. 지하 4층에 차가 있다고 하니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근데… 이제 우리 어디로 가죠?”

뒷좌석에 앉은 지훈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 사이에도 차는 서울의 밤거리를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고 있었다.




“여기가 어딥니까?”

깜빡 졸았다가 눈을 뜬 지훈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통일동산 근처에요. 무작정 달리다 보니 자유로더라구요. 아무래도 어딘가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요.”

차가 몇 개의 모텔이 모인 곳에 들어섰다. 선경은 그 중 가장 높은 층수의 모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꺼내 지훈이 탈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 모습을 본 모텔 직원이 쫓아와 부축해줬다. 제법 호텔 흉내를 낸 모텔이었다. 안내된 방도 넓고 전망이 좋았다.

“모텔이란 곳이 이렇게 생겼군요.”

신기하다는 듯이 지훈이 둘러봤다. 그런 지훈을 보며 선경이 웃었다.

“왜요? 좀 촌놈 같은가요?”
“네. 좀……”
“선경씨는 와보셨어요?”
“네. 신혼 초에 남편하고 몇 번.”
“네……”

선경은 그 순간이 어색했다. 공연스레 남편이란 단어를 입에 올린 것만 같았다.

(이번 일이 마무리 되면 정리해야지.)

선경의 마음은 그랬다. 그렇다고 지훈과의 새출발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그것과 별개로 현석과는 더 이상 부부로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선경이었다.

“우리 이제 부족한 잠이나 좀 잘까요?”

지훈의 말에 선경이 이부자리를 제치고 지훈의 잠 자리를 준비해줬다. 그가 벗어 놓은 옷들을 하나씩 잘 개켜 놓고 민망하게 속옷만 남은 그에게 비치된 가운을 입혀줬다. 침대 옆에 옮겨진 휠체어에서 그가 자신의 힘으로 침대에 눕자 휠체어도 언제든 탈 수 있게 옆으로 잘 붙여 주었다.

“선경씨도 같이… 주무실 거죠?”

트윈이었던 호텔과 달리 더블 침대 하나였다.

“바닥에서 잘까요?”
“어떻게 그러시겠어요. 차라리 제가 소파에서 잘까요?”

선경이 키득이며 웃었다.

“저 작은 소파에서 주무실 수 있겠어요?”

겨우 두 사람이 앉으면 그만인 작은 소파를 가리키자 지훈도 멋쩍게 웃었다.

“주무세요. 저 씻고 와서 잘게요. 오늘은… 같이 자요.”
“그럼… 덜 춥겠군요.”
“추우셨어요?”
“호텔은 이상하게 춥더군요. 집에서는 잘 몰랐는데.”
“댁에 가실 걸 그랬나요?”
“아닙니다. 아마 그곳도 누군가 지키고 있을 겁니다.”

그럴 것이다.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선경이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지훈은 잠을 자는지 눈을 감고 미동도 없이 누워있었다. 살며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무 움직임이 없음에도 선경은 가슴이 뛰었다. 등을 돌리고 누웠다. 잠은 오지 않았다. 그가 말한 것처럼 이불 속은 둘이 있어도 떨어진 공간 때문인지 따뜻하지 않았다. 저절로 몸이 움츠러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한참 후 그가 반대로 등을 돌리며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옹알이처럼 중얼거렸다.

“추워……”

돌아누웠다. 그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등에 가슴을 붙였다. 한 손으로는 살며시 그를 안았다. 조금씩 그도 선경도 따뜻해져 갔다. 불안도 점차 잠들어갔다. 얼마 후 두 사람은 하나로 합쳐져 편안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저 아래 주차장 한 켠에 세워진 그들의 큰 차도 더워진 몸을 조금씩 식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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