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트랜스젠더/SM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께는 이 글을 권하지 않습니다.
-부웅.
"얼마만에 잡는 검이지... 4년... 그래 4년이구나..."
이마르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목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그으며 손에서 느껴지는
낯설지 않은 무게 감각을 기억하려 애썼다.
수년간 무기다운 무기를 잡아본적이 없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이름이 이치마루라 불려질때의 매일같이 손에서 떠날줄 모르던 그 감촉은
파도가 밀려오듯 이마르의 전신을 타고 머리속에서 잊어버린듯 했던 기억들을
차곡차곡 되새겨 나가게 도와주었다.
-부우웅.
잔동작은 조금씩 없어지고, 목검이 허공에 긋는 선은 점점 날카로워 졌다.
그때마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듯이 찌릿찌릿한 감각이
몸에 퍼지는것을 이마르는 느끼고 있었다.
-쉬익
이미 이마르가 하늘로 치켜들었다가 바닥으로 내리긋는 목검에서는
이제껏 들은것과 다른 소리가 들렸다.
마치 잘든 칼로 종이를 자르듯하는 소리.
아무것도 없는 공중을 가르는 목검은 이마르가 목검을 내리그을때마다
조금씩 날카롭고 가벼운 소리를 내었다.
"이 감촉... 아니... 예전하곤 달라... 오히려 더 빠르고 강해진것인가?"
이마르의 몸은 볼품없기 그지 없었다.
4년동안 수련은 한적도 없고, 그저 매일같이 라인츠와 수다를 떨거나
책을 보며 글을 읽고 익히는데에만 투자했다.
그래서 그런지 뼈는 얇고 작았으며,
근육이라고는 찾아볼수도 없는 물렁물렁한 살들만이 몸에 자리잡고 있었다.
평생동안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몇년동안 전쟁을 치뤘던 때와는
정반대의 몸이었건만, 이마르의 검은 예전보다 날카로운 선을 그으며
공중을 휘젓고 있었다.
"이 몸... 여전히 이상하다... 내것이지만 내것같지가 않아...
왜소하고 말랐다. 살의 느낌자체도 달라. 한없이 부드럽고 말랑말랑 하다.
어린아이의 몸이고 딱히 수련을 하지 않았더라도,
남자라면 어느정도의 근육은..."
이마르는 목검을 내려놓고 자신의 손을 보았다.
작고 예쁜 손... 아름다운 선을 그리는 가늘고 긴 손가락이 다섯갈래로 뻗어져 나오고 있었다.
크고 투박한, 그리고 보기에도 강해보이는 손을 가지고 있던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손이었다.
매일같이 손에 박혀있던 굳은살도... 마디마디가 두꺼운 손가락도 없었다.
마치 하루종일 방안에서 수를놓고 그림을 그리는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란 여인들의 손같았다.
이마르는 주먹을 쥐었다.
온힘을 주어 주먹을 꽉 쥐었지만, 작고 앙증맞은 주먹은 힘의 상징 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마저도 연약해 보였을 뿐이었다.
이마르는 자신의 가슴팍으로 손을 옮겼다.
마리아아주머니가 감아준 붕대 안쪽으로는 왠지 모르게 부어오른 가슴이 이마르의 손길을 따라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보통 일반적인 근육통으로 알고 신경 안썼지만,
이상하게도 붕대를 감아주며 불안한 표정을 짓는 마리아 아주머니의 얼굴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여성의 몸... 인가... 하지만 이 몸은..."
이마르는 머리속이 복잡했다.
새로운 곳에서 사는 새로운 삶이라면 여성의 몸으로 사는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혹은 몸을 씻을때마다 자연스레 눈이 갈수밖에 없는
이상하게 생긴 남성의 상징은 자신의 새로운 여성의 몸과 부자연스럽기 그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이마르의 몸은 여성과 남성이 뒤섞여있었다.
아니, 뒤섞이기 보다는 여성의 몸에 남성의 몸이 조금 섞였다고 하는것이 나을것 같았다.
그 섞인 부분이 부분인지라 여성이라고도, 그렇다고 남성이라고도 할수 없었지만,
아직까지는 겉으로 보기에 지나치게 예쁜 미소년정도로 생각될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겉모양도 바뀔것이었다.
가슴과 엉덩이는 커지고 몸은 곡선을 만들어 예쁜 선을 만들어 낼것이다.
언제까지고 완벽하게 속일수는 없었다.
붕대로 아무리 가려도 가슴은 남자들의 시선을 잡기위해 커질것이고
아무리 단련을 해도 뼛속에서 부터 나오는 여성의 곡선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것이었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남자 아이로 살아온 4년간의 세월에 거짓말을 하고
여성으로 돌아가기는 너무 늦어 버렸다.
게다가 아침마다 거침없이 반응하는 남성의 물건 때문이더라도 지금부터 여성의 삶을 산다는것은 무리가 있었다.
"복잡하군... 내가 과연 누구에게서 태어났길래 이런 몸을 가지고 태어난것일까..."
-쉬이익! 쉬익! 쉬익!
이마르는 목검을 다시 휘둘렀다.
빠르고 경쾌한, 그리고 시원하면서도 가벼운소리...
진검도 아닌 목검으로 이런소리를 냈던 사람은 이마르의 머릿속엔 있지 않았다.
그것도 4년간 식칼조차도 잡아본적없는 상태에서라면 이마르의 머릿속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영웅들중에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을것 같았다.
"정말 특이한 몸이야...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한낮부터 시작된 라인츠집 뒤뜰에서 나는 바람소리는
뜨거웠던 태양이 서쪽 모래언덕에 몸을 반쯤 숨겼을때까지 쉬지 않고 프나츠 부족마을의 한켠에서 들리고 있었다.
"다녀왔어요."
"다녀오긴 뭘 다녀와. 바로 뒤뜰에 있었으면서... 지켜보다가 재미없어 죽는줄 알았다."
라인츠는 식탁에 엎드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마르를 보지도 않고
옆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이마르는 그런 라인츠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치면서 라인츠의 맞은 편으로 가 앉았다.
4년이란 시간동안 라인츠와 생활하며 밥을먹었던 익숙한 자리였다.
"오늘 몇월 며칠이냐?"
"응? 뭔소리야 갑자기?"
라인츠는 엎드린자세 그대로 둘둘 말려져 있는 양피지를 이마르에게 굴렸다.
일반적으로 쓰는 양피지가 아니란것을 말해주는 깨끗하고 하얀 양피지가 이마르의 앞으로 굴러오자
이마르는 양피지를 말고있던 금색줄을 풀어 양피지를 펼쳐보았다.
온통 대륙의 귀족들중에서도 높은 직위의 사람들만 쓴다는 룬문자로 쓰여진 글이었다.
"뭐야 이게 하나도 알아볼수 없잖아. 이거... 설마, 이걸 공부시키려고?"
"멍청하긴... 마법사가 될것 아니면 우리한테는 전혀 쓸모없는 언어를 배워서 어따쓰게.
그거랑 이것도 같이 읽어봐."
라인츠는 몸을 일으키며 폼속에서 양피지를 꺼내 이마르에게 건네주었다.
이마르의 손에 들려있는 양피지와는 다르게 군데군데 누렇고 검은 점들이 찍힌 걸로 보아
일반적으로 쓰는 용도의 양피지였다.
"황립학교 신입생 모집 공고? 뭐야 이게?"
"뭐긴 뭐야. 신입생 모집한다잖아... 보고도 몰라?"
이마르는 라인츠가 건네준 양피지를 다시한번 ?어보았다.
라인츠가 직접 해석해서 그런지 몰라도 글은 온통 알아 볼수없을정도로 악필이었지만
이마르는 눈에 힘을 주며 양피지에 쓰여있는 내용들을 쭈욱 ?어 보았다.
"음... 13살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수 있다고?
하지만 이건 말만 그렇지 주로 대륙의 귀족들 자제들이나 합격하잖아.
게다가 전대륙에서 200명만 모집에 마법사 우대?
이건 뭐 만만 누구나지 평민은 코빼기도 못 비출걸?
황립학교면 귀족이나 기사가 되기위한 최고의 엘리트 코스니까 말야..."
"그럴거 같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뭐 여튼 조금 더 읽어보라고.
재밌는 얘기가 나올테니까 말야..."
이마르는 중간부터 다시 읽었다.
안그래도 알아보기 힘든 라인츠의 글씨가 손이 떨려 그랬는지
글씨가 더욱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4년동안 매일같이 봐온 라인츠의 글씨라 그런지 눈에 힘을주고 보니
적당히 읽을정도는 되었다.
양피지에 쓰여진 글을 끝까지 다 읽은 이마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게 정말이야?"
"황립학교에서 뻥을 칠리가 있냐?
서쪽의 사막, 동쪽과 북쪽 지역에 거주하는 13세 이상 16세 이하의 청년들은
따로 50명을 모집을한데.
뭐 이쪽과 그쪽 지역은 말만 황제의 령이지 삼소다(三小多-작은국가, 작은부족, 작은마을) 라고 불릴정도로
통치권 밖으로 불리는 곳이니, 나름대로 정치적으로 쓰려는 냄새가 다분히 나긴하지만 말야..."
천재, 신동이라 불리는 라인츠 다웠다.
현재 대륙을 통치한다는 황제는 허울만 좋은 황제였지만,
그 또한 황제인지라 거느리는 신하들의 존경심과 충성심은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물론 대륙의 기름진 땅인 중앙과 남부를 나누어 통치하는 사왕[四王]들이 시도때도 없이
서로 치고 받고하긴 하지만 그들의 구심점은 여전히 황제였다.
대륙의 정신적지주로 통하여 별다른 통치권을 행사하기 보다는 이름뿐인 황제였어도,
사람들의 존경과 관심을 온몸으로 받고있었다.
다만 황제의 존재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나라는 동,북,서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었고,
사람들의 존경과 관심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황제에게는
동,북,서쪽의 "삼소다"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다시한번 알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우리 사막인들은 대륙의 녀석들에게 진적은 없지만,
대륙의 밑으로 자연스레 들어갔지... 그건 초대황제가 우리의 평화로운 삶을 유지 해주겠다고 공표했고,
직위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막인들은 초대황제에게 사막의 통치권을 주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통치권으로 우리에게 명령을 내린적은 사막의 몬스터토벌 정도이니 약속은 아직까지도
지켜진다고 볼수있으니 불만은 없지만, 이번 신입생모집은..."
"아마 이번 신입생모집으로 황실의 기강을 높히려고 하는것 아닐까? 뭐 나쁜건 아니잖아?"
그 정도의 역사 이야기는 이마르도 알고있었다.
사막진출을 하려던 초대황제가 사막의 변덕이 죽끓듯 하는 날씨 때문에 실패하고는
사막의 족장들을 불러 평화적으로 사막을 흡수했다는것은,
역사책에서도 크게꼽는 평화적인 정복방법이라고 했다.
그 결과는 통치하되 명령은 내리지 않는 이상한 구조가 되었지만,
사막인과 대륙의 귀족들조차도 그 구조에 만족하며 살았다.
물론 그런 이상한 구조는 대륙전쟁때 초대황제에게 항복했던 복쪽의 작은 국가들과
초대황제가 정복하지는 않았으나 본래는 대륙에서 살던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불리우는 동쪽의
화전민 마을에서도 나타났다.
그리고 이번 황립학교 신입생 모집을 서,북,동쪽에서 따로 실시하는것은
그저 서,북,동쪽의 사람들에게 황실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뭐 나쁜건 아니지만..."
"가고 싶은거지? 여기 적혀있네 수확의 달 세번째 태양이라고...근데 이게 몇월 며칠이람..."
"황립학교의 공고는 황제의 명과도 같아서 이상하게 꼬아 쓴거니까 신경쓰지마.
처녀자리가 10일째 되는 날이다. 그리고 누가 가고싶다그래? 난 그딴 용도로 대륙에 팔려가고 싶지 않아."
"흐음~ 처녀자리10일째 날이라... 지금이 쌍둥이 자리니까 3달정도 남았네?"
이마르는 손가락을 펼쳐 하나하나 세며 중얼 거렸다.
뭔가 못마땅 한듯 턱을 괴고 딴곳을 쳐다보는 척하는 라인츠 였지만,
곁눈질로 이마르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입학금도 안드는데. 난 갈래!"
"....뭐!?"
"갈거라구. 황립학교. 가면 재밌을거 같은데?"
"뭐 배울지나 알고 가는거야? 하루종일 검배운다고 쓸데없는 예절 알려주고
마법에 재능있는 애들키운다고 아무나 붙잡아다가 하루종일 앉혀놓고 명상이나 시키고
알아도 쓸모없는 신화, 역사, 마법이론 같은것만 배운다고. 그 뿐인줄알아?
궁중예절은 매일같이 똑같은 동작만 계속하고. 하인다루는 법에서부터...
여튼 쓸데 없는 것만 가르치는곳엘 가서 뭣하려고 그래?
게다가 평민들은 가봤자 귀족애들에게 괜히 따돌림만 당하는게 뻔하니까
평민들중에서는 돈이 많은 대부호의 자식들이나 들어가는 곳이라고."
"헤에? 그런 곳이었구나...? 꽤 자세히 알고있네?"
갑자기 열변을 토해내는 라인츠와
그런 그를 반쯤뜬 눈으로 쳐다보며 알수없는 미소를 짓고 잇는 이마르 였다.
"뭐... 들어서 안다구..."
라인츠는 그런 이마르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얼른 고개를 돌리며 창밖을 쳐다보았다.
물론 곁눈질로 이마르의 눈치를 계속해서 살피기는 했지만,
이마르는 여전히 눈을 반쯤 뜬채 알수없는 미소를 짓고있었다.
"가고싶어서 조사해본건 아니고?
도대체 프나츠부족의 누가 황립학교에대해 그렇게 자세히 알고있는지 모르겠는데?"
"...그게... 저..."
"가고 싶으면 가자구. 마리아 아주머니도 허락하실거야. 물론 시간은 있으니까 슬슬 준비해 둬야겠지?
안갈거면 나라도 갈테니까 말리지 말라구..."
"..."
이마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휙휙저으며 말했다.
그런 이마르의 행동에 라인츠는 할말을 잃은채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이마르의 뒷모습을 쳐다 보았다.
-부웅.
"얼마만에 잡는 검이지... 4년... 그래 4년이구나..."
이마르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목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그으며 손에서 느껴지는
낯설지 않은 무게 감각을 기억하려 애썼다.
수년간 무기다운 무기를 잡아본적이 없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이름이 이치마루라 불려질때의 매일같이 손에서 떠날줄 모르던 그 감촉은
파도가 밀려오듯 이마르의 전신을 타고 머리속에서 잊어버린듯 했던 기억들을
차곡차곡 되새겨 나가게 도와주었다.
-부우웅.
잔동작은 조금씩 없어지고, 목검이 허공에 긋는 선은 점점 날카로워 졌다.
그때마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듯이 찌릿찌릿한 감각이
몸에 퍼지는것을 이마르는 느끼고 있었다.
-쉬익
이미 이마르가 하늘로 치켜들었다가 바닥으로 내리긋는 목검에서는
이제껏 들은것과 다른 소리가 들렸다.
마치 잘든 칼로 종이를 자르듯하는 소리.
아무것도 없는 공중을 가르는 목검은 이마르가 목검을 내리그을때마다
조금씩 날카롭고 가벼운 소리를 내었다.
"이 감촉... 아니... 예전하곤 달라... 오히려 더 빠르고 강해진것인가?"
이마르의 몸은 볼품없기 그지 없었다.
4년동안 수련은 한적도 없고, 그저 매일같이 라인츠와 수다를 떨거나
책을 보며 글을 읽고 익히는데에만 투자했다.
그래서 그런지 뼈는 얇고 작았으며,
근육이라고는 찾아볼수도 없는 물렁물렁한 살들만이 몸에 자리잡고 있었다.
평생동안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몇년동안 전쟁을 치뤘던 때와는
정반대의 몸이었건만, 이마르의 검은 예전보다 날카로운 선을 그으며
공중을 휘젓고 있었다.
"이 몸... 여전히 이상하다... 내것이지만 내것같지가 않아...
왜소하고 말랐다. 살의 느낌자체도 달라. 한없이 부드럽고 말랑말랑 하다.
어린아이의 몸이고 딱히 수련을 하지 않았더라도,
남자라면 어느정도의 근육은..."
이마르는 목검을 내려놓고 자신의 손을 보았다.
작고 예쁜 손... 아름다운 선을 그리는 가늘고 긴 손가락이 다섯갈래로 뻗어져 나오고 있었다.
크고 투박한, 그리고 보기에도 강해보이는 손을 가지고 있던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손이었다.
매일같이 손에 박혀있던 굳은살도... 마디마디가 두꺼운 손가락도 없었다.
마치 하루종일 방안에서 수를놓고 그림을 그리는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란 여인들의 손같았다.
이마르는 주먹을 쥐었다.
온힘을 주어 주먹을 꽉 쥐었지만, 작고 앙증맞은 주먹은 힘의 상징 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마저도 연약해 보였을 뿐이었다.
이마르는 자신의 가슴팍으로 손을 옮겼다.
마리아아주머니가 감아준 붕대 안쪽으로는 왠지 모르게 부어오른 가슴이 이마르의 손길을 따라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보통 일반적인 근육통으로 알고 신경 안썼지만,
이상하게도 붕대를 감아주며 불안한 표정을 짓는 마리아 아주머니의 얼굴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여성의 몸... 인가... 하지만 이 몸은..."
이마르는 머리속이 복잡했다.
새로운 곳에서 사는 새로운 삶이라면 여성의 몸으로 사는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혹은 몸을 씻을때마다 자연스레 눈이 갈수밖에 없는
이상하게 생긴 남성의 상징은 자신의 새로운 여성의 몸과 부자연스럽기 그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이마르의 몸은 여성과 남성이 뒤섞여있었다.
아니, 뒤섞이기 보다는 여성의 몸에 남성의 몸이 조금 섞였다고 하는것이 나을것 같았다.
그 섞인 부분이 부분인지라 여성이라고도, 그렇다고 남성이라고도 할수 없었지만,
아직까지는 겉으로 보기에 지나치게 예쁜 미소년정도로 생각될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겉모양도 바뀔것이었다.
가슴과 엉덩이는 커지고 몸은 곡선을 만들어 예쁜 선을 만들어 낼것이다.
언제까지고 완벽하게 속일수는 없었다.
붕대로 아무리 가려도 가슴은 남자들의 시선을 잡기위해 커질것이고
아무리 단련을 해도 뼛속에서 부터 나오는 여성의 곡선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것이었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남자 아이로 살아온 4년간의 세월에 거짓말을 하고
여성으로 돌아가기는 너무 늦어 버렸다.
게다가 아침마다 거침없이 반응하는 남성의 물건 때문이더라도 지금부터 여성의 삶을 산다는것은 무리가 있었다.
"복잡하군... 내가 과연 누구에게서 태어났길래 이런 몸을 가지고 태어난것일까..."
-쉬이익! 쉬익! 쉬익!
이마르는 목검을 다시 휘둘렀다.
빠르고 경쾌한, 그리고 시원하면서도 가벼운소리...
진검도 아닌 목검으로 이런소리를 냈던 사람은 이마르의 머릿속엔 있지 않았다.
그것도 4년간 식칼조차도 잡아본적없는 상태에서라면 이마르의 머릿속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영웅들중에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을것 같았다.
"정말 특이한 몸이야...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한낮부터 시작된 라인츠집 뒤뜰에서 나는 바람소리는
뜨거웠던 태양이 서쪽 모래언덕에 몸을 반쯤 숨겼을때까지 쉬지 않고 프나츠 부족마을의 한켠에서 들리고 있었다.
"다녀왔어요."
"다녀오긴 뭘 다녀와. 바로 뒤뜰에 있었으면서... 지켜보다가 재미없어 죽는줄 알았다."
라인츠는 식탁에 엎드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마르를 보지도 않고
옆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이마르는 그런 라인츠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치면서 라인츠의 맞은 편으로 가 앉았다.
4년이란 시간동안 라인츠와 생활하며 밥을먹었던 익숙한 자리였다.
"오늘 몇월 며칠이냐?"
"응? 뭔소리야 갑자기?"
라인츠는 엎드린자세 그대로 둘둘 말려져 있는 양피지를 이마르에게 굴렸다.
일반적으로 쓰는 양피지가 아니란것을 말해주는 깨끗하고 하얀 양피지가 이마르의 앞으로 굴러오자
이마르는 양피지를 말고있던 금색줄을 풀어 양피지를 펼쳐보았다.
온통 대륙의 귀족들중에서도 높은 직위의 사람들만 쓴다는 룬문자로 쓰여진 글이었다.
"뭐야 이게 하나도 알아볼수 없잖아. 이거... 설마, 이걸 공부시키려고?"
"멍청하긴... 마법사가 될것 아니면 우리한테는 전혀 쓸모없는 언어를 배워서 어따쓰게.
그거랑 이것도 같이 읽어봐."
라인츠는 몸을 일으키며 폼속에서 양피지를 꺼내 이마르에게 건네주었다.
이마르의 손에 들려있는 양피지와는 다르게 군데군데 누렇고 검은 점들이 찍힌 걸로 보아
일반적으로 쓰는 용도의 양피지였다.
"황립학교 신입생 모집 공고? 뭐야 이게?"
"뭐긴 뭐야. 신입생 모집한다잖아... 보고도 몰라?"
이마르는 라인츠가 건네준 양피지를 다시한번 ?어보았다.
라인츠가 직접 해석해서 그런지 몰라도 글은 온통 알아 볼수없을정도로 악필이었지만
이마르는 눈에 힘을 주며 양피지에 쓰여있는 내용들을 쭈욱 ?어 보았다.
"음... 13살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수 있다고?
하지만 이건 말만 그렇지 주로 대륙의 귀족들 자제들이나 합격하잖아.
게다가 전대륙에서 200명만 모집에 마법사 우대?
이건 뭐 만만 누구나지 평민은 코빼기도 못 비출걸?
황립학교면 귀족이나 기사가 되기위한 최고의 엘리트 코스니까 말야..."
"그럴거 같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뭐 여튼 조금 더 읽어보라고.
재밌는 얘기가 나올테니까 말야..."
이마르는 중간부터 다시 읽었다.
안그래도 알아보기 힘든 라인츠의 글씨가 손이 떨려 그랬는지
글씨가 더욱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4년동안 매일같이 봐온 라인츠의 글씨라 그런지 눈에 힘을주고 보니
적당히 읽을정도는 되었다.
양피지에 쓰여진 글을 끝까지 다 읽은 이마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게 정말이야?"
"황립학교에서 뻥을 칠리가 있냐?
서쪽의 사막, 동쪽과 북쪽 지역에 거주하는 13세 이상 16세 이하의 청년들은
따로 50명을 모집을한데.
뭐 이쪽과 그쪽 지역은 말만 황제의 령이지 삼소다(三小多-작은국가, 작은부족, 작은마을) 라고 불릴정도로
통치권 밖으로 불리는 곳이니, 나름대로 정치적으로 쓰려는 냄새가 다분히 나긴하지만 말야..."
천재, 신동이라 불리는 라인츠 다웠다.
현재 대륙을 통치한다는 황제는 허울만 좋은 황제였지만,
그 또한 황제인지라 거느리는 신하들의 존경심과 충성심은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물론 대륙의 기름진 땅인 중앙과 남부를 나누어 통치하는 사왕[四王]들이 시도때도 없이
서로 치고 받고하긴 하지만 그들의 구심점은 여전히 황제였다.
대륙의 정신적지주로 통하여 별다른 통치권을 행사하기 보다는 이름뿐인 황제였어도,
사람들의 존경과 관심을 온몸으로 받고있었다.
다만 황제의 존재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나라는 동,북,서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었고,
사람들의 존경과 관심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황제에게는
동,북,서쪽의 "삼소다"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다시한번 알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우리 사막인들은 대륙의 녀석들에게 진적은 없지만,
대륙의 밑으로 자연스레 들어갔지... 그건 초대황제가 우리의 평화로운 삶을 유지 해주겠다고 공표했고,
직위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막인들은 초대황제에게 사막의 통치권을 주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통치권으로 우리에게 명령을 내린적은 사막의 몬스터토벌 정도이니 약속은 아직까지도
지켜진다고 볼수있으니 불만은 없지만, 이번 신입생모집은..."
"아마 이번 신입생모집으로 황실의 기강을 높히려고 하는것 아닐까? 뭐 나쁜건 아니잖아?"
그 정도의 역사 이야기는 이마르도 알고있었다.
사막진출을 하려던 초대황제가 사막의 변덕이 죽끓듯 하는 날씨 때문에 실패하고는
사막의 족장들을 불러 평화적으로 사막을 흡수했다는것은,
역사책에서도 크게꼽는 평화적인 정복방법이라고 했다.
그 결과는 통치하되 명령은 내리지 않는 이상한 구조가 되었지만,
사막인과 대륙의 귀족들조차도 그 구조에 만족하며 살았다.
물론 그런 이상한 구조는 대륙전쟁때 초대황제에게 항복했던 복쪽의 작은 국가들과
초대황제가 정복하지는 않았으나 본래는 대륙에서 살던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불리우는 동쪽의
화전민 마을에서도 나타났다.
그리고 이번 황립학교 신입생 모집을 서,북,동쪽에서 따로 실시하는것은
그저 서,북,동쪽의 사람들에게 황실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뭐 나쁜건 아니지만..."
"가고 싶은거지? 여기 적혀있네 수확의 달 세번째 태양이라고...근데 이게 몇월 며칠이람..."
"황립학교의 공고는 황제의 명과도 같아서 이상하게 꼬아 쓴거니까 신경쓰지마.
처녀자리가 10일째 되는 날이다. 그리고 누가 가고싶다그래? 난 그딴 용도로 대륙에 팔려가고 싶지 않아."
"흐음~ 처녀자리10일째 날이라... 지금이 쌍둥이 자리니까 3달정도 남았네?"
이마르는 손가락을 펼쳐 하나하나 세며 중얼 거렸다.
뭔가 못마땅 한듯 턱을 괴고 딴곳을 쳐다보는 척하는 라인츠 였지만,
곁눈질로 이마르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입학금도 안드는데. 난 갈래!"
"....뭐!?"
"갈거라구. 황립학교. 가면 재밌을거 같은데?"
"뭐 배울지나 알고 가는거야? 하루종일 검배운다고 쓸데없는 예절 알려주고
마법에 재능있는 애들키운다고 아무나 붙잡아다가 하루종일 앉혀놓고 명상이나 시키고
알아도 쓸모없는 신화, 역사, 마법이론 같은것만 배운다고. 그 뿐인줄알아?
궁중예절은 매일같이 똑같은 동작만 계속하고. 하인다루는 법에서부터...
여튼 쓸데 없는 것만 가르치는곳엘 가서 뭣하려고 그래?
게다가 평민들은 가봤자 귀족애들에게 괜히 따돌림만 당하는게 뻔하니까
평민들중에서는 돈이 많은 대부호의 자식들이나 들어가는 곳이라고."
"헤에? 그런 곳이었구나...? 꽤 자세히 알고있네?"
갑자기 열변을 토해내는 라인츠와
그런 그를 반쯤뜬 눈으로 쳐다보며 알수없는 미소를 짓고 잇는 이마르 였다.
"뭐... 들어서 안다구..."
라인츠는 그런 이마르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얼른 고개를 돌리며 창밖을 쳐다보았다.
물론 곁눈질로 이마르의 눈치를 계속해서 살피기는 했지만,
이마르는 여전히 눈을 반쯤 뜬채 알수없는 미소를 짓고있었다.
"가고싶어서 조사해본건 아니고?
도대체 프나츠부족의 누가 황립학교에대해 그렇게 자세히 알고있는지 모르겠는데?"
"...그게... 저..."
"가고 싶으면 가자구. 마리아 아주머니도 허락하실거야. 물론 시간은 있으니까 슬슬 준비해 둬야겠지?
안갈거면 나라도 갈테니까 말리지 말라구..."
"..."
이마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휙휙저으며 말했다.
그런 이마르의 행동에 라인츠는 할말을 잃은채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이마르의 뒷모습을 쳐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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