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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少年(미소년) - 3부하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22:08 1,106회 0건

<히야!! 그런 퀸카를 만나고, 대학생활이 첫날부터 잘 풀리는데? >
점심시간이 되어서 우쿄와 함께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석진은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우쿄는 그렇게 좋을까 싶었다.
우쿄도 기본적으로 남자니까 그런 미인이 선생이라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렇게 난리를 칠 일인가 싶은 것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쿄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래 만난 여선생들 중에 가장
미인은 고 1때의 담임이었던 미즈호로 바로 우쿄의 큰 누나이다.
외가의 가족들부터 심지어 친 어머니에 동생까지 대개 이러니 다른 데서
웬만한 미녀를 봐도 다소 무덤덤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석진에 비해 담담했던 것이고, 그래도 미키라는 조교수는 스타일이
확연하게 다른 것뿐이지, 거의 같은 나이일 미즈호와 대등한 수준의 미모임에는
틀림없었다
굳이 평가를 하자면 미즈호는 청순미와 여성미가 인상적이고 조교수는
헤어스타일이나 기타 스타일 등이 상당히 남성적이고 그러면서도 아니,
그런 점이 오히려 섹시하고 관능적이라 할지……
그러고 보면 우쿄는 여성에 대해 한가지 버릇이 자기도 모르게 웬만한
미인을 보게 되면 꼭 누나들과 비교하게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작정하고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게 되면 상당히 까다로워진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서 정말 미인이라고 생각되는 여성은 친 엄마인 우경과
여동생인 수진정도였다.
물론 심한 정도가 아니면 예쁘다, 아니다 하는 문제는 우쿄로서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애초에 이성에 그리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실은 민족적인 정체성만큼이나 자신의 성적인 정체성에 대해서도
-자신이 정상적으로 여자를 좋아하는지 아닌지조차- 자신이 없는 상태였다.
어른들한테는 비밀이지만 지금껏 몇 번인가 성추행을 당했었고 그것도
대부분 같은 남자한테 당했던 데다 거기에 몸이 뜨겁게 반응했었기 때문에
자신이 동성간의 성접촉에 거부감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춘기의 우쿄로서는 처음에는 충격적이었지만 이내 체념적으로 순응하고
말았고 더구나 한번 불이 붙으면 동정을 유지한 게 기적일 정도로 자극에
약했고 성적흥분이 심했다.
가끔 받는 오해처럼 성을 혐오한다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니니 여자의 야한
모습 등에 흥분한다거나 하는 거야 당연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문제는
같은 남자한테까지 반응한다는 게 고민이고 거기다 평소에는 잠잠하지만
성추행 같은 걸 당할 때 -애초에 체력 때문에 저항해봤자지만 -수동적으로
몸을 내맡기게 되면서 기절까지 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고 1때 다른 반에서 남자애들끼리만 모여서 소위”인기 있는
오나펫 투표”라는 걸 했는데 미즈호가 1위였다는 걸 그 반에 속했던
친구에게 듣고 격분했었지만 곧 이어서 여자도 아니고 같은 남자인 자기가
3위를 했다는 데에 할 말을 잃었다가 한동안 그 반은 피해 다녔던 일이 있었다.
물론 한국의 고등학교 남학생들도 오나펫 투표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같은
남자까지 끌어들이는 짓거리는 우쿄의 상상으로는 일본이니까 있었던 일이지,
한국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고 정작 -같은 이름에다 심지어 외모까지
비슷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때문에라도 졸지에 남학생들의 섹스심벌이 된-
미즈호는 처음에는 좀 놀랐지만 무슨 일을 당했던 것도 아니어서 남편과 우쿄의
근황을 알고 싶어 전화를 했던 우경에게 농담으로 그 얘기를 할 정도로
웃어넘겼지만…….
구내식당에서 석진은 정식定食을, 우쿄는 유부 가락국수를 선택했다.
쿠폰을 사서 배식 대에서 음식을 받은 뒤 마주앉아 음식을 다 먹을 쯤에 옆의
상급생이 식사를 마치고 읽고 있던 스포츠신문을 놓아둔 채 자리를 떴다.
석진이 그 신문을 펼쳐 읽다가 역시 식사를 마치고 집에서 보온병에 담아온
엽차葉를 보온병 두껑에 따라 마신 뒤 다음 사람을 위해 냅킨을 물로 적셔서
상을 닦고 있던 우쿄에게 짓궂게 웃으며 읽고 있던 것을 보여줬다.
그 기사의 자료사진은 상당히 선정적인 미국 금발미녀와 일본 아이돌 스타의
누드사진이었다.
잠시 안경을 고쳐 쓰며 그것을 들여다 본 우쿄는 그걸 보고 얼굴이 빨개지더니
살짝 손끝으로 입을 가리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 とにかく最低よ(하여간 저질이야.)。>
<너도 좀 여자나 이런데 관심 좀 가져봐라. 뭐니, 아까 조교수님한테도 무덤덤하고,
야동 좀 보여주면 불결하다고 도망가버리질 않나…… >
우쿄가 느끼기에 석진은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재작년에 처음 보자마자 같은 고등학교 2학년임에도 자기가 형이라며 격의 없이
대하는 게 지나쳐서 처음에는 거부감까지 일었지만 자기가 나이가 어리니 어쩔 수
없는 거고 게다가 같은 반에서 일본인이라며 횡포를 부리던 한국인 급우들로부터
보호해주면서 친동생처럼 다정하게 대해 주는 데 타국에서의 생활에 적응을 못하던
우쿄로서는 고마움까지 느꼈었다.
그건 그렇고 우쿄가 석진한테 느낀 재미있는 점은 상당히 색을 밝히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자기보다 4살이나 어린 수진을 여자친구로 삼았으면서도 간간히 다른
여자들한테 한눈을 팔고 야한 동영상이나 사진 같은 걸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잔뜩
수집하는걸 즐긴다는 점인데 우쿄로서는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밉지 않게 느껴졌다. 좀 짜증스러운 점이라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성적인 편견을
담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한때는 수진이 다른 의미로 위험하다 싶어서 어줍잖게 라도 오빠로서의 입장으로
석진과 수진의 교제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까지 했을 정도였다.
뭐, 다행히 석진이 수진한테 쥐어 사는 형국이고 석진이 기본적으로 선량한 사람이니
그나마 안심이지만…..
석진과는 달리 우쿄는 도색桃色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일러스트를 그릴 때 야하게 그릴 때가 있지만 취향은 극히 소프트 한 것이어서
진하게 나가봐야 속옷차림 정도였다.
우쿄에게 중요한 것은 “귀여움”이지 “성적흥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금 미키나 가끔 보이는 우경의 섹시한 자태와 수진의 귀여운 모습도 일러스트의
소재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사춘기의 우쿄이지만 그 정도의 분별력은 있기 때문이다.
석진은 지금까지 우쿄에게 무의식적으로 여자를 대하듯 하면서 은근히 남자로서
우월감을 지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도 우쿄가 여자아이로 착각될 때가
있어서 잘못하면 뭔 사고 치지 싶어서 자신에게도 우쿄 본인에게도 우쿄는 남자라는
사실을 확인을 시키기위해 (그렇게 성에 개방적이고 호색적 이다는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여자한테 무관심한 우쿄를 자극시켜 주려고 일부러 도색사진이나
AV를 보여주기가 일쑤였다.
성과는 별로라는 수준이지만 두 사람의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돈독히 하는 데는
효과가 그리 나쁘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오늘의 강의가 끝난 뒤 우쿄는 -같이 가자는 석진을 구슬려서 먼저 보낸 뒤-학교의
도서관에 가보기로 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1년 지나 한국의 고등학교로 옮기면서
우쿄의 주요 관심사 중에 하나는 늘 이 학교의 도서실이나 도서관은 어떤가 하는
것이다. 확실히 웬만한 도서관보다야 규모가 훨씬 크지만 문제는 내용물이었다.
도서관에 자료를 대출받으러 갔던 혁은 처음에 자기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진심이긴 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다니, 저렇게까지 순진할 수가!! >
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전에 우쿄의 방에서 사진에서 본 우쿄의 모습과 같은 교복(?)
비슷한 정장차림의 우쿄였다.
상의의 칼라위로 가는 띠로 보이는 와이셔츠의 칼라가 단정했다.
키는 작지만 가냘프고 다리가 상대적으로 길어서 옷차림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우아優雅하고 기품 있었다.
한편으로 아직 어린 남자아이 같아서 무척 귀여웠다.
우쿄는 컴퓨터로 검색한 서적목록을 받아 적은 메모지와 책장 안의 서적들을
번갈아 보다가 제일 위 책장의 책을 보고 그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게 좀체 손이 안 닿았다. 우쿄가 손이 안 닿는 높이에 책이 꽂혀있었던
탓이었다.
< もうちょっと(조금만 더)……>
까치발을 하고 신음소리까지 내면서 손을 있는 대로 뻗어서 책을 집으려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우쿄가 꺼내려던 책은 고대 한일관계사에 관한 책이었다.
혁은 살짝 다가가더니 우쿄가 꺼내려는 책을 꺼내줬다.
<아 네, 감사 합…… 先パイ!!!>
< この本を取り出そうと思ったの?(이 책을 꺼내려고 했니?) >
우쿄는 혁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반색을 했다.
두 사람은 책을 대부 받은 뒤 학교를 나와 앞의 건물의 2층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었다.
아늑한 분위기의 좌석은 창가 쪽이어서 학교 앞의 풍경이 다 보였다.
처음 우쿄가 도서관에서 대출받은 책들에 관한 얘기로 시작했는데 대개는
고대 한국사에 관한 책들이었고 자연히 주제도 그쪽으로 쏠렸다.
놀랍게도 일본 쪽의 역사교과서에서 알기 힘들거나 잘못 알 수 있을 내용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단, 일고 있다는 것도 그뿐으로 서로 내용이 틀릴 때는 서로 내용상의 차이가
있다는 정도로 생각해 두기로 하고 판단은 미뤄둔 상태였다. 단지 그뿐이다.
임나일본부 얘기가 나올 때 그 내용의 잘못을 설명하는 혁의 말에는 우쿄는 흥미
있게 경청했다.
어쨌든 혁은 소년의 높은 지식수준에 감탄했다.
< 韓國でおじさんが本みたいなことをたくさん送ってくれたんですよ。
中高等 學校用 韓國史 敎科書もあったし……(한국에서 이모부가 책 같은 걸
많이 보내주셨었거든요. 중고등학교용 한국사 교과서도 있었고……>
<おじさん? >
< あ, いや, お父さんが…… ただ頃からお父さんと呼ぶにはしたが……(아, 아니,
아버지가요…… 그저께부터 아버지라고 부르기로는 했는데….>
우쿄의 표정에 약간 쓸쓸한 미소가 돌고 있었다.
혁은 그 순간에 지금껏 발랄하던 우쿄의 얼굴에 약간 그늘이 지기 시작함을
느껴야 했다.
주스 잔을 양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우쿄는 착잡하고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10여분 뒤 겨우 들릴까 말까 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率直に何が當たるのか分からないです。 (솔직히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
갑자기 우쿄의 태도가 돌변하자 혁은 약간 당황했다.
<何が 分からないの?( 뭐가 헷갈리니?)>
< どっちを本當の私の親に思わなければならないのか......
私は自らをあくまでも日本人とは思うが
私は本當にどの國人で住まなければならないのか......
そのまま日本人で住んではいけないのか……
(어느 쪽을 진짜 저의 부모로 생각해야 하는 건지......
저는 스스로를 어디까지나 일본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난 진짜 어느 나라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건지......
그냥 일본인으로 살면 안 되는 건지.) 。 >
가느다랗게 한숨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혁은 처음 은사인 석주와의 만남으로 우쿄의 일을 대충은
알고 있었고 영리한 혁으로서는 석주에게서 들은 얘기만으로도
우쿄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 することは, 幼い年令の早乙女君にはあまりにも混亂して頭の中が複雜なの。
( 하긴, 어린 나이의 사오토메군에게는 너무나 혼란스럽고 머릿속이
복잡하겠지.) >
혁 본인도 우쿄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수준의 충격을 겪었다.
혁은 열살 때 어머니를 여의어야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어머니의 장례가 끝나기 무섭게 웬 여자를 데려온 것이다,
그 여자는 혁보다 어린 나이의 여자아이를 데려왔었고, 그런데 아버지가
하는 말씀이 이제부터 그 여자가 자기 어머니이고 여자아이는 동생이라는 것이다.
혁은 황당했지만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나 그 여자아이가 자신의 이복동생이고 이미 어머니께서 자신을 낳으셨을
때부터 두 집 살림을 하다가 어머니가 죽자 때는 왔다 하고 그 여자와 그
사이에서 낳은 딸을 집으로 들였던 것을 알았을 때
(우쿄는 아마도 혁보다 더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도 그럭저럭 순응한 듯 한데)
혁은 아버지에 대해 격렬한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혁은 급격히 삐뚤어져갔고 곧 이어서 집에서 골칫거리가 되었다.
그 결과 고등학교 때에는 외가가 있는 마산으로 집에서 쫓겨나듯 내려왔고
거기서 우쿄의 친아버지인 석주를 담임으로 만나서 갱생生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만약에 그러지 않았다면 혁은 스스로의 상상으로 아버지와는 완전히 인연을
끊은 채 조직폭력배라도 돼서 범법자의 길을 갔을 것이 분명했다.
실은 지금도 의붓어머니와 이복동생과는 표면적으로나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버지와는 사이가 좋아졌다고 할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 때 마산으로 쫓겨 내려간 이래 서울의 집에 방문하는
일은 있어도 이틀 이상 머문 일이 없었다.
서울로 다시 돌아와서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도 하숙집과 제대 후에 지금 기거하고
있는-부친 소유의- 오피스텔의 원룸에서 혼자 살아온 것이다.
안 그래도 엽색행각 등으로 어머니에게 정신적인 상처를 줬었던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멀쩡히 살아 있는 동안에 다른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렸다는 데
대해 용서할 수 없었다.
-혁도 준수한 외모 등으로 여자에게 인기가 많았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젊은
나이가 무색하게 여성경력은 -질적質的으로-화려하지만 연애의 원칙은 분명했다.
한번에 한 명 이상은 사귀지 않고 양다리는 절대 피하며 끝내더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안 주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 등.-
혁이 자신의 옛 일들을 이야기 해주고서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 私はご兩親仕事に對しては無馱な苦情でしょうか? 兩方皆好きな方だから幸せな
惱みをしているという
(저는 부모님 일에 대해선 괜한 투정인가요? 양쪽 다 좋은 분이니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
< そうね, 實際にそうかも知れないでしょう, 私の知っている友達が言っていたよ,
ちょっと貧しいとしてもまじめで良い親下で育つのが最大の幸せだと.
良い親を二つの分ずつやあるから幸せだと言うかも知れないが私の側は意外に
單純明快だからむしろ私が無馱な惱みをするのかも分からなくて…………
深刻な位は早乙女君が加える. 兩方の親の中に一方を薄情に
捨てることもできなくてそれにアイデンティティ 問題もあるから………
元元の親のみを早乙女君の親に認めようとすれば生みの親, 特に韓國人な
實父がかかって, ところが韓國人親お父さんの親戚らのため
日本人としてのアイデンティティや存在が不當に不正されて
そのため逼迫を受けなければならなかったしそれで實父は好きだが親家は
憎いのでそれで親お父さんには內心すまないことで……
(글쎄, 실제로 그럴 지도 모르지, 내가 아는 친구가 그러더군, 좀 가난하더라도
성실하고 좋은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좋은 부모를 두
분씩이나 있으니 행복하다 할지도 모르지만 내 쪽은 의외로
단순 명쾌하니까 오히려 내가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건지도 몰라…………
심각한 정도는 사오토메군이 더 하겠지. 양쪽의 부모 중에 한쪽을 매정하게
버릴 수도 없고 거기다 정체성正體性문제도 있으니까………원래의 부모만을
사오토메군의 부모로 인정하려면 친부모, 특히 한국인인 친아버지가
걸리고, 그렇지만 한국인 친 아버지의 친척들 때문에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이나 존재가 부당하게 부정당하고 그 때문에 핍박을 받아야 했고
그래서 친아버지는 좋지만 친가는 미운 거고 그래서 친 아버지한테는 내심
미안한 것이고……) >
우쿄는 자신의 처지를 명료하게 지적한 혁의 직관에 놀랐고 그렇다고 당장
명쾌한 답을 얻은 게 아니라서 여전히 답답했다.
혁은 풀이 죽어있는 우쿄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서 어깨를 감싸줬다.
< 今すぐ答を出すことができるのではないよ。 氣樂に食べてゆっくり
考えて見る事だから。
(지금 당장 답을 낼 수 있는 게 아니야. 마음 편하게 먹고 천천히 생각해
볼 일이니까. )>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우쿄는 혁이 옆에 앉아서 안아오자 혁에게 고개를
돌려 응시했다.
혁은 그만 경직되고 말았다. 안경 너머의 우수憂愁에 젖은 맑고 깊은 눈동자가
애틋하게 느껴졌다.


<야, 강민혁이! 오래간만이데이! >
혁과 우쿄 동시에 -혁은 또다시 속으로 아연해하면서-정신을 차리고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마르고 큰 키에 모나지 않고 유한 인상의 청년이 아까 우쿄와
석진의 강의를 맡았던 조교수와 카페입구에 들어서서 혁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 신영진!!! >
<임마, 니 우째 지냈노? 어? >
<야, 이 새끼! 그러는 너도 안 죽고 살아있었네? 제대하고 복학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사회에 나왔으면 이 형님한테 신고식은 해야 할 거 아냐, 임마! >
서로 툭툭 치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서로 욕을 하고 치고 박는 게 싸우는 것 같으면서도 얼굴은 서로 반가워 미치겠다는
표정이라니. -한국인의 풍속이 익숙지 못한- 우쿄로서는어안이 벙벙했다.
더구나 다정하고 점잖은 신사紳士인 혁에게 이런 일면이 있다는 데 우쿄는 좀
당황스러웠다.
실제로 지금 혁에게 풍기는 온화한 인상으로 과거의 혁이 “사회가 포기한 문제아”
였다는 사실은 누구든지 전혀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혁은 이중인격자가 아니다.
한때 엇나간 적이 있고 심중에 과격하고 야성적인 남자가 있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온화하고 상냥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화통하고 유쾌한 사람이 있고
섬세하고 유순하며 점잖은 사람이 있고 각각 대할 때는 그에 맞추는 게 좋다.
여기 영진이 전자고 우쿄는 후자에 속한다.
지금 이 모습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이다.
혁은 영진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그 옆의 조교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래간만이야, 미키씨. 조교수로 임용됐다는 얘기는 들었어. >
<그래? 소식이 빠르네, 민혁씨도 전보다 더 멋있어졌는데? >
<한국어가 무척 능숙해졌는 걸? >
혁의 앞에 있는 미키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족들이 영주귀국을 한 뒤에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일본으로 혼자 돌아가 대학원을 다니기
전에 혁과 사귄 적이 있었다.
아니. 그때 둘은 애인관계였다. 혁과 미키는 새삼 감회가 느껴졌다.
영진이 우쿄를 보더니 혁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중삐리는 누구고? 니 조카가? 설마 니 아들은 아닐 테고? >
미키도 우쿄를 보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어줬고 우쿄는 일어서서
가볍게 목례를 했다.
<임마! 내가 그렇게 나이가 많냐? >
<니 마산에 내려오기 전부터 카사노바로 날렸다 아이가, 짜샤!!
한 14~5살 때 제대로 사고 z으믄 이 정도 아들 내미는 있었겠다.
않그렇습니까, 조교수님!>
영진은 미키에게도 고개를 돌리며 번죽거렸다. 미키는 오후에는 대학원에서
영진의 영어강의도 맡고 있었다.
미키는 우습다는 표정을 보였고 혁은 실소했다.
<어이!! 이 애는 겉보기는 이래도 대학생이거든? 이번에 들어온 신입생이야. >
<에이~~ 무신 소리 하노? 아무리 봐도 이제 중핵교 올라갈까 말까 하게
생겼구만!!>
<사실이야!! 이번에 내가 강의를 맡은 신입생 중에 한 명이거든. >
미키가 믿지 못하는 영진에게 사실을 확인해줬다.
<어, 그렇나? 아유!! 몰랐네. 너무 어려 보여서리. 이거 미안해서 우짜노? >
혁은 쓴 웃음을 지으며 우쿄에게 미키와 영진을 소개했다.
<그렇다면 여기 이 누나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테고, 이 형은 내 고등학교
동창. 아 그래, 나랑 같이 권 선생님께서 담임을 맡아주셨지. >
< はじめまして。 早乙女宇京です。よろしくお願いいたします。
(처음 뵙겠습니다. 사오토메 우쿄입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
우쿄는 정중히 인사를 했다.
영진은 우쿄에게 악수를 청하며 뭔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あ, 君が日本 東京大から來たというその秀才だったな, 嬉しい, やあ!
一度見たかったが
(아, 네가 일본 도쿄대에서 왔다는 그 수재였구나, 반갑다, 야! 한번
보고 싶었는데……)그런데 권 선생님이라니, 설마 고등학교 때
우리 담임이었던 “돌기둥石柱” 권 선생님 얘기는 아니겄쟤?
야하고 뭔 상관 있나? >
< 지금 서울에서 근무하고 계셔. 아, 그러니까…… 이 친구가 지금
권선생 댁에서 홈스테이 하고 있거든. >
<아, 돌기둥 선생께서 지금 서울에 계시나? 언제 전근하신 기고?
한번 인사 드리러 가야겄네? 근데 그 분께서 우예 일본학생을 받으실
생각을 하신 기고? 희한하네이~~ 쪽발……아, 아니 일본사람이라면 거의
갈아 마실것 같던 양반이? >
<처가가 일본이라서 거기 친척 애를 맡게 되셨다나 봐……>
혁으로서는 우쿄와 권선생의 관계를 설명하기가 복잡하다는 느낌도
들고 괜히 우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우쿄로서는 차라리 그 편이 좋았다.
<처가가? 그라믄 선생님 사모님이 진짜 일본사람이었단 말이가? >
<응. 그렇다네? 나도 이번에 알았어…… >
<그랬나? 아…… 그때는 재영이 글마가 개구라 까는 줄 알았구만….>
영진은 그때 당시에 급우들에게 거의 숭배의 대상이었던 사모님의
비밀 한가지를 알게 되에 놀라워했다.
우쿄는 잠시 뒤 자리를 떴다.
< 先輩あのこれで行って見ます。 話ずっと交わしてください。
(선배님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얘기 계속 나누세요.) >
< そう。 次にまた會おう。(그래. 다음에 또 보자.) >
혁은 내심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우쿄와는 좀 오래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영진과 미키만 있게 하고 카페의 현관까지 따라갔다.
카페 앞에서 우쿄는 잠시 혁을 보고 얼굴을 붉히더니 약간
주저하며 얘기를 했다.
< すまないです。 變な話をして……
(죄송했어요. 이상한 소리를 해서……).>
혁은 아랫입술을 융기시켜서 턱에는 주름이 지게 만들고 윗입술이
코를 덮게 하다시피 하게 만들고는 우쿄의 어깨에다 한쪽 손을
얹었다.
< 惱みがあるとか誰かに打ち明けたい話があったら私に話してくれ。
役に立つかは分からないが, 一人で盛っておいて惱むよりはましではないの?
( 고민이 있다거나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나한테 얘기해 주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혼자 담아두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않겠니?)>
우쿄는 수줍게 웃어 보이며 인사를 하고는 계단을 내려갔고 혁은 손을
흔들어주며 배웅해줬다.
혁의 생각에 방금 한 말이 주제넘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우쿄에게
심적인 고통이 있다는 걸 안 지금, 그리고 석진한테 들은 바로는 자기
속내를 그렇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라더니
자신에게는 의외로 쉽게 자신의 속내의 일단을 드러내는 걸 보고 우쿄에게
도움이 되어주고 싶은 심정이 간절했다.
한편 우쿄는 기뻤다.
우발적으로 속에 응어리 진 고민 중에 일부를 혁에게 털어놓고 말았는데
혁은 그 고민을 들어주고 도움이 되어주 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생각되자
은연중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느낌이었다.
친부모인 석주와 우경도 있고 이제는 친부모임을 받아들일 수 있다지만
부모한테까지 할 수 있는 말이나 생각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고 사안이
사안이라 오히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던 참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고민 같은 건 가족들에게 얼마든지 털어놓아도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석진의 경우 쾌활하지만 성격이 다소 경솔하고 의외로 단순해서 쉽게 속내를
드러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쿄로서는 그 어떤 것이든 얽매임 없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고 제 3자의 입장에서 그걸 들어주고 이해해줄 사람이
간절했다.

우쿄를 배웅하고 혁은 자리로 돌아왔다.
<참, 귀여운 아이야. 수업태도도 다른 학생들보다 진지하고……. >
미키는 창으로 우쿄가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아침부터 예의주시한
우쿄의 모습을 얘기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의시간 동안 다른 남학생들이 미키-의 얼굴과 정장 상의를 벗고
있어서 남방 윤곽으로 드러난 몸매-거유에 가까운 풍만한 가슴과 대조적으로
가는 허리-와 스커트 아래의 그녀의 각선미-만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쳐다보는 동안 우쿄는 묵묵히 칠판의 내용이나 미키가 말하는 내용 중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필기하면서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었던 게 미키로서는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맨 처음에 강의 파일 안의 교재용 프린터 物을 같이 주우면서 석진이
자신의 다리와 스커트 안을 홀낏 보는 동안 우쿄는 종이를 줍는 데만 열중했던
것도 알고 있었다.
미키의 입장에서는 비록 어린 꼬마지만 우쿄의 지적知的이고 조용하면서
성실하고 우직한 모습이 이런저런 일로 남자한테 약간 질려있었던 그녀에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실은 나도 저 애보고 한눈에 반했었어. 웬만한 여자보다도 너무 예쁘고 해서
…… 아, 남자애한테 귀엽다거나 예쁘다고 하면 실례인 거 아냐?>
<어머! 요즘에는 일본 같으면 그렇지도 않나 봐요. 귀여운 건 귀여운 거니까요. >
<하기사 저 정도 이쁘면 같은 남자라도 홀랑 넘어갈 텐데.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안 있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이쁜 남자애만 보믄 멀쩡한 놈들도 호모들이
돼서 하악하악 댔다 안카나? 소크라테스가 지 제자들 중에 알키비아데스란
애하고 그랬었다 카데. >
혁은 얹잖은 표정을 지었다.
< 거, 말이 좀 심하네!! 그냥 순수하게 귀엽다고는 생각하는 것뿐인데…>
혁은 그저께 밤의 꿈이 다시 생각나 쓴 웃음을 지었다.
행여 꿈에서라도 그랬다는 얘기를 했다간 미친 놈이라고 욕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지금이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라면 혁이
우쿄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욕정이 어느 정도는 용납되었을 거라는 것을
생각하자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얼핏 했다가 내심 놀라서 엉겁결에 고개를
저었다.
우쿄는 같은 남자이고 더구나 미성년자이다. 어느 쪽이든 혁의 연애대상은
절대 아니었다.
<아 맞다. 우리 간만에 만났는데 한잔 꺾어야 안 하겠나? >
<주말도 아니고 월요일에? >
<뭐, 어떻노? 조교수님도 괜찮지 예? >
실은 친구들 사이에 주호酒豪라고 정평이 나 있던 혁도 근래 술을
마신 일이 없었다.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궁상은
그의 성격에 안 맞기 때문이다.


<얘, 소현아. 쟤 좀 봐.>
대학 3학년 생으로 바로 혁의 의부동생인 소현은 친구인 미나가 가리키는 곳을
응시했다. 바로 그저께 우쿄를 에워싸고 꺅꺅댔던 아가씨들 중 두 명으로
한국나이로 22살인 두 사람은 단짝 친구이다.
<어머!! 저 애는? >
그녀들이 본 것은 전철역으로 망연히 걸어가고 있는 우쿄였다.
<맞지? 그 사……. >
<…오토메 우쿄!! >

잠시 뒤 우쿄는 맛있는 거 사준다며 꼬드기는 그녀들에게 근처 카페로
끌려들어와 파르페를 앞에 두었다.
<내 이름은 소현, 얘는 미나야. >
우쿄는 두 명의 꽤 예쁘게 생긴 한국 누나들을 앞과 옆에 두고 눈만 껌벅거렸다.
지금 앞의 두 여자선배들은 꽤 미인들이고 섹시하거나 귀여운 아가씨들이다.
초봄의 날씨가 제법 따뜻해지긴 했지만 “이 추운 날씨에”하는 생각이 들만큼
짧은 초미니스커트가 신경에 쓰였다.
<우쿄군. 우쿄군의 이름은 한자로 어떻게 써? >
옆에서 우쿄의 가는 팔에 자기 두팔을 감고 있는 미나라는 아가씨의 은근한
질문에 우쿄는 묵묵히 가방에서 샤프펜슬과 노트를 꺼내고 이름을 세로로 써
내렸다.
<어머나!! 글씨체가 엄청 예쁘다!! 꼭 여자 글씨 같애!!>
<早乙女 宇京….. 우경이라는 이름 참 예쁜데!! >
<꼭 여자이름 같아. 그럼, 우쿄군♡, 누나들이 “우경이”라고 불러도 돼? >
끈적하고 다정한 어조의 질문에 우쿄는 매정하게 대답했다.
< だめです(안됩니다)。>
우쿄의 반응에 두 아가씨들은 약간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우린 우쿄보다 우경이라는 발음이 더 예쁘다고 생각해서…… >
우쿄로서는 이런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긴 일본에도 이런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고 한국사람들이 일본사람들보다 정이 많아서라고는 하지만
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나치게 친하게 굴고 그런 것 때문에 적당히
예의 같은 것은 무시하려 하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 별명이라고 멋대로
한국식으로 부르겠다니…….
< 私は日本人です, 韓國人ではありません。
(저는 일본인이지. 한국인이 아니에요.) >
<그, 그렇구나. 호호호…. >
<누나들은 우쿄군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거야,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그제야 우쿄는 냉정한 표정을 풀고 약간 웃어 보였다.
실은 상당히 긴장해 있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다보니 모르는
새 조금은 긴장이 풀어져 있었다.
그런대로 미인들이고 착해 보이는 누나들이 이왕에 이렇게 호의를
보여주는데 적당히 친해둬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 두기로 했다.
우쿄는 두 시간 정도 두 아가씨들과 얘기를 나누고 나서 양해를
구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우쿄를 배웅하고 나서 두 아가씨는 근처 칵테일 바로 자리를 옮겼다.
<얘, 우쿄군 있잖아, 좀 무뚝뚝한 것 같애. >
<그러게, 우리정도면 웬만한 남자애들은 바로 넘어오던데?
우쿄군은 일본 애니까 - 일본 여자애들보다 더(?)
예쁜 한국누나들이 꼬시면- 더 들뜨거나 좋아할 것 같은데
오히려 너무 냉정하더라? >
<우리가 걔한테는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가? >
< 일본에 유학 갔던 친구가 그러는데 의외로 일본 애들이 수줍음을
많이 탄대던데? 처음이라 그런 걸 거야. 게다가 원래 일본남자들이
좀 차가운 데가 있다고도 하고......>
<그래도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지? 아까 미소짓는 게 천진난만해서
무척 예쁘지 않아? >
<그러게, 정말 예쁘더라 호호호…… 그리고 예쁘게 생긴 것과는 다르게
그런 게 오히려 다른 애들보다 더 어른스럽고 의젓해 보이고 줏대도
있어 보이고…… >
이 두 아가씨는 지금까지 본 후배들 중에 가장 어리고 귀엽게 생겨서
모성본능도 자극하기 때문에 마음에 쏙 들었던 우쿄는 실은 단순히
어린 꼬마에게 관심을 갖는 누나같은 심정으로 접근했던 건데 뜻밖에도
어른스럽고 냉정한 우쿄의 모습에 놀랐고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오빠!!! >
<형아~~~ >
집 근처에 이르렀을 때, 수진과 누나의 손을 잡고 오고 있는 우주가 우쿄를
부르고 있었다.
우주가 먼저 우쿄에게 그리 짧지 않은 거리를 달려서 우쿄에게 안겼다.
우쿄는 3살배기 동생을 안아 들어올리려다 -우쿄에게는- 만만찮은 무게에
휘청거렸다.
불과 한달 사이에 우주는 우쿄를 잘 따르며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
< 保育園から連れて來る(보육원에서 데려오는) 중이었나 보네.>
<응. 엄마가 오늘 재판에 출석하셔서…. 아침에 오빠가 해준 머리모양
있잖아, 친구들이 너무 예쁘다고 자기들도 하고 싶다고 난리야. >
아침에 오빠가 해준 머리모양에 학교에서 돌아와 교복에서 갈아입은
약간 두꺼운 핑크색 티에 밝은 색 미니스커트, 허벅지 가운데까지
올라오는 순백의 오버니삭스로 된 무척 귀여운 옷차림의 수진이
오빠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다행이다. 근데 아빠는? >
< 今日は宿直だから入って來る事ができないの 。
(오늘은 숙직이라 못 들어오셔.)>
수진의 입에서 일본어가 나오자 우쿄는 되려 당황했다.
우쿄가 아는 한은 수진은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
일본에 와서도 일본어를 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우쿄가 한때 한국어를 재일한국인 친구를 통해서 배웠던 것도
수진 때문이었다.
문제는 막상 배운 한국어가 본토의 한국어와는 판이했고 그래서
너무나 혼란스러웠다는 점이다.
심지어 재작년에는 수진조차 한국생활을 적응 못하고 한국어도 너무
서툴렀던 우쿄에게 창피하니까 일본사람 티 내지 말라고 타박한 적이
있었다. 수진으로서는 그때의 일이 못내 우쿄에게 미안했다.
<秀珍ちゃん 日本語ができるの? (수진짱 일본어를 할 수 있니)? >
< にんじんだ!!!! お兄ちゃんが日本人なのに!!
(당근이지!! 오빠가 일본사람인데♡) >
말을 마친 수진은 발랄하게 혀를 살짝 내밀며 윙크를 했다.
실은 수진도 처음에는 엄마가 어쩌다 한두 마디 하는 것을 배운 것
외에 일본어를 잘 모르다가 우쿄가 한국에서 친척 할아버지한테
일본어를 한다고 얻어맞는 걸 보고 반발해서 곧바로 스스로 일본어를
배웠던 것이다!!
우쿄가 야반도주 하다시피 해서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시간을 쪼개서
엄마한테 배워가면서 공부를 해서 일본인과 다름 없을 정도로 일본어 구사
능력을 갖추어 나갔다.
나중에 우쿄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완전히 오빠편이 되어주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수진은 지금껏 애써 외면했던 외가 쪽의 일본혈통에 대해서도
자각하게 되었다.
다만 지금까지 일본인인 오빠 앞에서 아직은 서투른 일본어를 한다는 게
쑥스럽기도 하고 아직은 지금까지 배워 온 친가의 항일 가풍 탓에 일본어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려서 못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제 유진의 행동은 수진에게 모종의 결심을 굳히게 했다.
< パパも大人たちの前さえなければ大丈夫だとお許し願えたの。
あの, 大丈夫なの, お兄ちゃん?
( 아빠도 어른들 앞만 아니면 괜찮다고 허락하셨어.
저기, 괜찮지, 오빠?)>
우쿄는 말을 못 잇다가 간신히 평정을 되찾았다.
<ありがとう, 秀珍ちゃん。
あ, そう. 今日夕食は私が特別メニュ-で作ってくれる。
(고마워 수진짱.
아, 그래. 오늘 저녁식사는 내가 특별메뉴로 만들어 줄게. )>
<本當に?( 정말?) 와 신난다!!>
우쿄에게 안겨 있는 우주는 형과 누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아직
알아들을 수 없어서 어리둥절해 했다.

일단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에 들어온 우쿄는 들어서자마자 책가방을
바닥에 떨어드린 채 문에 등을 기대었다.
목이 메어서 울음소리조차 안 나왔다.
자기보다 몸만 어른스럽고 키만 컸지, 어리다고만 여겼던 여동생이
너무나 고맙고 정말로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카스미의 사후死後에 우쿄는 앞으로 자신이 불행해질지도 모른다고
예측했고 재작년에 한국에서 그게 현실화됨을 느꼈었다.
하지만 우경과 수진이 한국에서의 확고한 자기편임을 새삼 확인하자
자신이 아직도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사랑 받고 있다는 기분에 실로
오래간만에 행복감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카스미의 사망 이후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받는 게 상당히
소중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은 뒤 목이 메었던 걸 진정시키며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한 시간쯤 뒤 우경은 온 집안을 휘감고 도는 향긋한 요리내음을 감지하며
집에 들어섰다.
우쿄의 옆에서 요리를 거들던 수진이 앞치마를 두른 채 현관에서 엄마를 맞이했다.
<다녀왔어요, 엄마? 재판은 어땠어요? >
<다음이 결심공판結審公判인데 이번에도 이길 것 같아.
어머나. 꽤 맛있는 냄새가 나네? >
<네, 엄마. 오빠가 실력발휘 한 거예요. >
< 정말? 어머어머!! 이를 어째, 엄마가 빨리 와서 저녁을
챙겨줬어야 했는데……>
우경이 황망히 거실을 거쳐 주방으로 들어서자 우쿄가 조리를 마치고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은 요리를 식탁에 올렸다.
식탁에는 이미 몇 가지의 일본풍의 가정요리가 올려져 있었다.
< あら, 京太郞ちゃんがこのすべてのことを作ったの?
(어머, 케타로짱이 이 모든 걸 만든 거야?) >
< いや. 秀珍ちゃんも一緖にです。 お父さんも今日の宿直で
お母さんも遲れると言って..
(아니 수진짱도 같이요.. 아버지도 오늘 숙직이고 엄마도
늦으신다 길래.)>
<어쩜, 남자애가…… >
우쿄는 우경이 코트와 핸드백. 가방을 잠시 식탁 의자에 걸쳐두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을 보고 내심 흐뭇해했다.
색깔만 회색이고 학교에서의 조교수와 완전히 같은 여성용 정장차림으로
긴 생머리에 안경까지 착용한 우경은 평소의 물 찬 제비 같은 재기 발랄한
귀염성이 느껴지는 -마치 갓 시집온 새댁 같은 분위기의-가정주부일 때와는
달리 지적인 캐리어우먼의 분위기를 풍겼다. 단지 긴 생머리를 묶지 않고 보기
좋게 늘여놓은 청순한 모습이나 안경을 착용한 모습은 안 그래도 나이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우경을 더 어려 보이게 만들었다.
아까의 22살쯤이라는 소현과 미나와 같은 나이쯤으로 보일 정도였다.
< どう, ママ? お兄ちゃんすごいでしょう? (어때요, 엄마? 오빠 대단하죠?)>
수진이 엄마를 뒤에서 앙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자못 자랑스럽게 물었다.
<그러게… ところが. 小娘, 結局反抗期に立ち入ったな?
(그런데. 기집애, 결국 반항기에 들어섰구나?)>
우경은 딸에게서 일본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수진의 콧등을 한쪽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두들겼다.
수진은 아까 전처럼 발랄하게 혀를 살짝 내밀며 윙크를 했다.

석주가 빠진 것은 애석하지만 네 가족이 즐겁게 저녁식사를 마친 뒤
우쿄는 우경과 수진이 말리는 데도 자신이 마무리와 설것이까지 하고
2층 욕실의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궜다.
우경은 잠시 할 게 있다고 씻는 걸 미루었고 수진이 우주와 안방
욕실에서 같이 씻기로 했다.
어느 정도 따뜻한 물로 몸을 불릴 무렵, 욕실 문에 노크소리가 들리며
우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 京太郞ちゃん。 背中流したる。(케타로짱 등 밀어줄게.)>
뭐라 대답할 사이도 없이 우경은 긴 생머리를 리본으로 예쁘게 묶고 집에서
입는 미니스커트와 티셔츠 차림으로 욕실로 들어섰다.
우쿄는 순간적으로 확 달아올랐다.
친 엄마에게 알몸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갓난아기 때 이래 처음일 것이다.
우쿄는 욕조 안에서 온 몸을 오무렸다.
<い, いいんです…..(괘, 괜찮은데…..) >
얼굴이 빨개져서 부끄러워하는 아들 모습이 무척 귀엽다.
<恥ずかしがらなくても良い。 實の母の前じゃないの?
(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돼. 친 엄마 앞이잖아?)>
그러고 보면 카스미도 생전에 자주 우쿄를 직접 씻겨주었었다.
<……………それじゃ, お願いしますよ。(그럼, 부탁할게요.)>
아직도 수줍은 어조로 우쿄는 욕조 안에서 단정히 접어서 머리
위에 앉고 있던 수건을 하체에 두른 뒤 욕조에 나와서 욕실용
의자에 앉았다.
우경은 욕실 바닥에 고인 물에 안 젖게 하기 위해서 안 그래도 짧은
스커트를 더 올리고 소매도 팔꿈치 위로 끌어올린 뒤 스펀지에 바디샴푸를
묻혀서 거품을 만들어서 우쿄의 몸을 닦기 시작했다.
친 엄마의 손길이 부드럽고 따뜻했다. 우쿄는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 うちの 京太郞ちゃんは肌が本當にきれい。
(우리 케타로짱은 피부가 참 예뻐.)>
<マジ?(정말요?)>
엄마의 감탄에 문득 혁에게 안겼을 때 본 그의 말끔하게 면도된 얼굴이
생각나 입가를 손가락으로 문질러보았다.
일본의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전주에서 본 사촌동생이라는
애들 중에 하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면도를 했다는 아이도 있었지만 우쿄는
얼굴은커녕 피부에 아기피부에나 날 법한 눈에 보일까 말까 한 솜털이나
겨우 난 정도였다.
수염이나 체모가 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우쿄의 피부는 17살인데도 10살 안팎의 미끄러운 피부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체형體形도 키만 좀 컸지 10살 때와 변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언젠가 본 석주가 면도하는 모습이나 우석의 입가에 난 제법 거뭇한 수염이
은근히 부러울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친구들이나 일본의 어른들이 예쁘다고
칭찬해줘서 좋았던 데다 전주의 “이상한 노인”들이 “사나이 대장부라면
운운云云”하는 싫은 소리를 한 것 때문에 차라리 평생 이런 모습이기를 오히려
바라고 있었다.
우쿄는 짐짓 우경에게 투정부리듯 말했다.
< しかし宇錫君や錫振兄さんより男らしいとかおとなしくなくてそして……
(하지만 우석이나 석진이 형보다 남자답거나 어른스럽지 못하고 그리고……)>
아들이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 우경은 흐뭇했다.
이런 모습은 우쿄가 조금씩 예전처럼 돌아가고 있는 의미 같아서였다.
그리고 친 가족들을 더 이상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 それではどう? うちの息子がいくらきれいな息子なのに?
(그러면 어때? 우리 아들이 얼마나 예쁜 아들인데?)>
실제로 우경은 언젠가 수영장에서 본 우석의 (우쿄와 같은 나이임에도) 완전히
성숙하고 제법 다리 등에 체모도 난 모습을 보고 조카가 아니라 완전히 성인인
외간남자의 몸을 보는 기분에 좀 놀란 적이 있었다.
물론 엄밀히 말해 우석의 모습이 그 나이 때의 소년의 평균적인 성장하는
모습이지만 우경은 그보다는 우쿄의 가녀리고 부드러운 모습이 친정에서는
익숙한 모습이고 거기다 귀여운 요정처럼 느껴져서 더 좋았다.
우쿄는 엄마의 칭찬에 웃음을 띈 모습을 보였다.
몸을 닦아주고 나서 욕조의 물을 뜨려고 일어섰다.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본 우쿄는 화들짝 놀랐다.
허리를 숙인 상태여서 풍만하면서도 예쁘게 모양이 잡힌 엉덩이에다
팬티까지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착 달라붙는 미니스커트여서 탄력적인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가
풍만한 질량 감을 뽐내고 있던 터였다.우쿄는 당황했다가 시치미 뚝 떼고
고개를 앞으로 돌려버렸다. 처음에 얼굴이 빨개진 우쿄는 곧 이어서 살짝
웃음이 터져나왔다.
친 엄마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 우경은 우쿄에게 예쁜 막내 이모였고 또한
그것과는 무관하게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친 엄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막연하게 품었던 꼬맹이의 순진한 첫사랑도 깨진 셈이다.
우쿄가 갑자기 큭큭거이며 웃자 뒤돌아 본 우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どうして笑うの。(왜 웃니?)>
우쿄는 웃는 것을 들키자 민망한 듯 얼굴이 빨개졌다.
<い, いいえ。 そのままお母さんも本當にきれいだという氣がするからです。
(아, 아니에요. 그냥 엄마도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경은 벽의 거울로 스커트 안이 보임을 깨닫고 민망해 하다가 우쿄에게
가볍게 눈을 흘기며 아들을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요게 엄마한테 까분다?>
친엄마의 발랄한 장난에 우쿄는 애교스럽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경은 욕조의 물을 떠서 우쿄를 일어서게 하고는 몸에다 끼얹었다.
몇 번 물이 끼얹어지자 온 몸의 거품이 흔적도 없이 씻겨나갔다.
그런데 그 바람에 우쿄의 하체를 감싸고 있던 수건까지 흘러내렸다.
< あっ!!(엇!!) >
<あら!!(어머♡)>
우쿄의 하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우쿄의 성기까지 드러나버렸다.
발기만 안 한다면 약간 길고 끝이 동그란 크레용을 연상시키는 모양의 우쿄의
음경은 모양으로는 어렸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그래도 그저께
오나니 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막상 발기하면 제법 커지는 모양이지만
지금은 표피가 넉넉히 감싸고 있는 좀 큰 누에蠶 같았다.
우쿄는 순간적으로 양 손으로 양 손으로 사타구니를 가렸다.
우경도 당황했지만 일부러 교태스런 눈웃음을 치면서 짓궂게 말했다.
< うちの息子はチンポも可愛い!!(우리 아들은 고추도 귀여워♡)>
<アイ!! しらんよ!!(아이!! 몰라요!! )>
<どの私たち赤ちゃんチンチンをちょっと觸って見るか?
(어디 우리애기 고추 좀 만져볼까♡ )>
<いや~~~ん!!!(싫어♡)>
짓궂게 고추를 만지는 엄마의 장난기 넘치는 발랄한 모습에 아들도 수줍게
어리광을 부리며 웃어 보였다.
모처럼만의 두 모자간에 단란한 저녁시간이었다……

일단 가까운 호프집에서 가볍게 한잔 하고 나서 어두워지자 영진의 여자친구까지
불러서 나이트 클럽에서 즐긴 다음에 영진이 하숙하고 있는 집에서 마무리로
3차까지 갔다.
영진은 학교 근처의 17평 정도 크기의 주공아파트를 빌려 하숙하고 있는데
이삿짐을 미처 정리하지 못해 좀 어수선 했다.
개인 침실 겸 공부방으로 쓰고 있는 안방의 한가운데 상을 펴놓고 사온 술과 안주,
들어오기 직전에 주문해 나중에 배달 온 치킨 등을 적당히 보기 좋게 펴놓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런데 네 사람의 주변이 좀 소란스러웠다.
돌아보니 영진이 키우고 있는 사람 팔둑정도의 몸길이인 푸들 강아지가
영진의 여자친구인 주희가 오는 길에 친구한테 떠맡아서 데려온 주먹만한
크기의 마르티스 강아지한테 처음에는 교접을 기도하다가 마르티스가
도망가자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좀 시끄럽네? >
<이노마가 주구장창晝夜長川 갇혀있다가 간만에 암캉아지를 보니 꼴는 갑다.
주희야. 암캉아지를 데려올라믄 좀 큼지막한 가시나를 데려와야제, 이런 조막만한
걸 데려와서 우짜라는 기고? >
주희는 기겁을 했다.
<오빠는~~~ 얘도 남자애야!!! 무슨!! >
그러자 다들 황당해서 헛웃음을 지으며 두 마리의 개를 쳐다봤다.
즉 영진이 기르는 수놈푸들 강아지가 자기 몸의 반도 안되는 주희의 같은 수놈인
마르티스 강아지한테 발정發情해서 덤벼들고 있었던 것이다.
영문을 모르는 마르티스는 처음에는 겁을 집어먹고 도망치다 지금은 여유가
생겨서 깡총깡총 뛰면서 오히려 푸들을 놀려먹는 중이고……………..
처음에는 그게 코믹하게 느껴져서 웃음을 터트렸던 혁은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이기 미친나? 와 같은 머스마한테 달려들고 지랄이고? 으잉? >
영진은 자기의 푸들을 쥐어박아댔고 주인한테 쥐어 박힌 푸들은 약간 기가 죽어서는
책상의자 밑에 도망가서 잔뜩 발기한 생식기에서 허언 체액을 흘려대면서 자기
여주인의 품에 숨어든 마르티스를 마치 먹음직스러운 먹이인양 노려보면서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오빠!!! 좋게 달래야지, 그런다고 애를 때리면 어떡해? >
그러면서 주희는 자기 강아지를 미키에게 맡기고 나서 푸들을 꺼내서 자기 품에
안고 달랬다.
< 뭉치(푸들)야~~~~ 송이(마르티스)는 남자애야~~같은 남자끼리 그러면 안되잖아,
그렇지? >
혁은 잠자코 맥주 캔을 기울였다.
뭔가 뾰족한 것이 자신의 마음을 쿡쿡 지르는 기분이라 왠지 맥주 맛이 썼다.
영진은 혁에게 가벼운 인류문화사 지식을 내놓았다.
<원래, 인류의 성性 풍속사를 보믄 여자가 없는 경우에는 어린 소년이 여자역을
맡는 경우가 있다 카드라. 계간鷄姦이니 비역이니 하는 게 그래서 생긴 기고 말이다. >
<아, 그래? 오늘 참 좋은 걸 배우게 되는 군……>
비아냥거리듯 말한 혁은 영 기분이 않좋았다.
역시 자신이 우쿄에게 느끼는 것은 추잡한 욕정인가 하고…….

영진과 주희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혁과 미키는 아파트를 나왔다.
시간은 12시를 넘었다. 초봄의 밤공기가 아직 차가웠다.
<민혁씨, 왠지 기분이 않 좋아 보이네? >
혁의 표정을 살피던 미키가 살며시 팔짱을 끼면서 안겨왔다.
미키가 일본으로 가고 혁이 군입대를 할 때까지는 미키가 2년 후배였다.
지금은 그게 역전逆轉되어 미키는 일본에서 석사碩士학위를 취득한 후 일본 쪽
대학에서 파견된 조교수고 혁은 제대除隊한 뒤 현재 대학원 2년생이다.
그 전에 혁과 미키는 마지막 6달은 동거까지 했을 만큼 한때 뜨거운 연인 사이였고
혁이 입대하고 미키도 일본으로 가면서 둘은 각자의 길로 갈라졌다.
두 사람 공히 사랑 때문에 서로를 얽매겠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 좋을 리가 있나? 간만에 친구도 만나고 옛 여자친구도 만나서 신나게
즐겼는데 …… 오늘 같이 즐거운 날이 최근에 없었어. >
혁은 멋쩍게 웃어 보인 뒤 미키의 턱을 손으로 감싸 올리고 따뜻한 눈길을 보냈다.
<더 예뻐졌구나, 미키는……. >
<……………… 女誘う腕前がちょっと古臭くなった。
(여자 후리는 솜씨가 좀 진부陳腐해졌어♡) -둘 다 웃음-
민혁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 아직도 가족들과는 따로 사는 거야?>
<알고 싶어? >
<응♡ 민혁씨가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
미키의 고혹적인 눈길이 혁의 눈동자에 비춰졌다.
순간 혁은 소년의 우수에 젖은 눈길이 떠올랐다가 이내 떨쳐버렸다.

혁은 자신의 거처의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난방을 켰다.
미키가 하이힐을 벗는 걸 기다려 그녀를 들어올리더니 방으로 들어서
그녀를 책 등은 책장에, 필기구 등은 서랍에 수납해 두고 PC는 옆의 컴퓨터
책상 위에 배치해 두어서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키스를 했다.
영진의 아파트보다 더 넓음에도 베란다와 욕실, 세탁실을 제외하고 확 트인
넓은 혁의 원룸은 며칠 전에 방문했던 -다소 결벽증이 심하다는 -우쿄의 방보다는
그나마 덜 하지만 그래도 남자 혼자 거처하는 곳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청결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지금 은은한 조명으로 여성이 끌릴 만한
무드도 은근히 베어 있어서 신사로서의 혁의 품위가 잘 드러나 있었다.
방 안은 이내 포근한 공기가 돌았다.
<저기….. 민혁씨. 나 좀 씻고 하면 안될까? >
혁은 미키의 프랜치코트와 정장의 상의를 벗겨서 옷걸이에 걸쳐서 수납장의
문에 걸어둔 후에 냉장고에서 위스키를 꺼내 두 개의 글라스 잔에 따른 뒤
한잔은 미키에게 건 냈다.
< 싫은데, 몇 년 만에 만나는 미키의 체취를 진하게 마음껏 즐기고 싶어졌어. >
< いや~ん, へんたい!! (싫어엉, 변태!!) 징그럽게♡ >
미키는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서 책상 한 켠에 놓고서 가슴이 살짝 보일
만큼 남방의 단추를 풀었다.
단추가 풀어진 남방의 사이로 미키의 풍만한 유방이 브래지어에 감싸진 채
드러났고 자신도 웃옷을 벗어서 정장바지와 와이셔츠 차림인 혁은 미키의
관능적인 모습에 흥분했다.
감색 초 미니스커트 밑으로 커피 색 스타킹이 신겨진 쭉 뻗은 긴 다리가
각선미脚線美를 자랑하고 있었다.
미키도 간만에 보는 남성미 넘치는 혁의 모습에 매혹되어 있었다.
뻣뻣하게 다림질이 되어 있던 와이셔츠의 윤곽에서 혁의 늘씬하고 호리호리한
몸매와 탄탄하고 근육질로 된
억세 보이는 가슴과 팔뚝은 강인한 남성으로서의 혁의 늠름한 기개氣槪를
유감없이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의 섬세하고 준수俊秀해 보이는 얼굴과 온화하고 상냥한 눈길이
몸매에서 드러나는 야성적인 남성미를 어느 정도 녹여주었다.

미키는 혁과 다시 강렬한 키스를 나누고 나서 하늘색 남방에 싸인 불룩하게
솟아오른 풍만한 젖가슴을 코앞에다 디밀었다.
남방의 양쪽 가슴에 달린 커다란 주머니가 더더욱 음란한 자극을 가중시켰다.
혁은 미키의 유방을 황홀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두 손으로 한쪽씩을 꽉 쥐고
말랑말랑한 감촉을 즐기면서 주물러댔다.
<….으음~~음~~~>
그녀는 혁의 커다란 손이 유방을 주물러대자 느껴지는 감흥에 조금씩 신음소리를
냈다.
혁은 바퀴가 달린 의지를 당겨 앉고는 그녀의 양 허벅지를 껴안고 얼굴로 문지르면서
미끌미끌한 스타킹의 감촉을 즐겼다. 한쪽 허벅지를 입으로 빨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점점 다리를 올리게 하고는 이윽고 그녀의 발을 만지작거렸다.
하이힐을 신고 있었지만 조금 차갑게 느껴져서 그녀의 매니큐어가 예쁘게 발려진
예쁘면서도 앙증맞은 발을 처음에 마사지를 해주듯 주물러주고는 얼굴에 문질러
뒤에 키스를 했다.
혁은 미키의 예쁜 발에서 배겨나 오는 하이힐의 가죽냄새에 도취되어 있는 듯,
얼굴의 감촉과 후각으로 즐기고 애무했다.
<민혁씨. 너무 이상한 곳을 애무하는 거 아냐? >
<아, 그런가? >
혁은 약간 민망해졌다.
<그럼, 이건 어때? 일본에서 알던 애가 내가 이걸 해주면 좋아하더라구♡ >
미키는 혁에게 쿠션을 등에 받고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서 눕다시피 해서 앉게
한 뒤 발로 능란하게 혁의 벨트를 풀고는 지퍼를 내린 뒤에 속옷까지 바지를
발로만 내렸다.
이미 뻣뻣이 고개를 든 음경이 드러났고 그녀는 한쪽 발등에 음경을 비볐다.
스타킹의 감촉에 음경은 더더욱 단단해지고 터질 듯이 커졌다.
다시 발바닥으로 음경과 陰囊을 즈려밟은 뒤에 다른 발까지 올려서 양 발로 음경을
감싸서 아래위로 문질렀다.
<미키, 이건……… >
<어때? >
<좋은데? 미키의 예쁜 발이 내 그걸 애무해 주니까…… 흐음!! >
혁은 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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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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