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45부
수혼이 체육관으로 나갔다. 토요일이라 수업이 없는 날이다. 체육관 앞에 한 여인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수혼이 다가가 살펴보니 588에서 보았던 노파였다. 그녀가 무슨 일로 체육관을 찾아온 것일까? 혹시 지나가는 길은 아닐까?
수혼이 다가가자 여인은 수혼을 알아보고 수혼에게 다가왔다.
“자네를 만나려고 왔는데 마침 잘됐군. 미희년하고 영감 설명만 듣고 와서........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맞게 찾아온 모양이야.”
“절 찾아오신 겁니까?..............그 여인은 손끝하나 대지 않고 보내주었는데요.”
“그건 고맙게 생각하네. 내가 찾아온 것은 그 말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잠깐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좋습니다.......저쪽으로 가시면 조용한 찻집이 있어요.”
수혼과 노파는 찻집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 노파는 수혼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수혼을 향한 적개심은 없었다. 그 반대로 그녀의 눈동자에 자애로운 빛이 흐르고 있었다.
“자네가 조 수혼이라고........영감만나고 오는 길인데 자네가 음양도의 계승자 같다고 하던데...............정말인가.”
“숨길일도 아니죠. 맞습니다. 할머니도 음양도를 아세요.”
“대충은 알지.......영감에게 설명 들었어.......음양도, 원예도, 국선도 사이에는 삼국시대부터 은원관계가 엉켜있다고 알고 있지........”
“은원관계(?)........”
“나도 잘 몰라.......딴사람에게 들은 말이라???.........하여튼 자네가 월아를 가지고 있나.”
“예~ 월아(?)라니요.”
“한 쌍의 귀걸이 말이야. 미희 귀에 걸려있던 귀걸이.........미희년이 자네가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예~ 제가 가지고 있죠.”
“월아를 돌려주면 안 되겠나~~~”
“그 귀걸이를 월아라고 합니까?..........왜 굳이 돌려 받고자하죠. 특별한 것도 없는 귀걸이 같던데........”
“월아는 우리 월아문 문주의 상징이야. 미희년이 무슨 뜻으로 자네에게 빼앗기도 그냥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 물건은 우리 월아문의 것이니 당연히 돌려받아야하지 않겠나.”
“월아문(?)..............그런 문파도 있었습니까?”
“자네가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사실 나도 월아문 사람은 아냐. 미나와 미희가 월아문 사람이지. 월아문은 자네 음양도처럼 일인전승 무예는 아냐. 크게 검법과 암기 두 가지 무예를 발전시킨 문파지만 사람들 사이에 알려진 문파는 아니지........월아문을 쉽게 말하면 조선시대 여인들이 만든 문파라고 생각하게.”
“그건 말고도 몇 가지 의문가는 점이 있어요. 미나와 미희가 혹시 쌍둥이 아닙니까? 전 두 여자 모두와 대련해 봤어요. 검법에도 당해보고 암기에도 당해봤어요. 근데 두 여자의 생김세가 똑 같아요.........더욱이 제 생각이 맞는다면 두 여자는 어둠의 천사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숨기지 않겠네. 맞아~ 그 아이들이 어둠의 천사 중 마지막 2명이야. 그리고 자네 생각대로 쌍둥이야. 검술을 쓰는 미나가 언니, 암기를 쓰는 미희가 동생이야. 아무도 모르는 사실인데 자네는 쉽게 알아냈군.”
“그래요!!!!!!..........이제야 의문이 풀리네요..........근데 제에게 무리한 부탁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전 두 번이나 죽을 뻔 했어요. 그녀들은 무슨 심보지 제 생명까지 노리더군요. 그런데 절 죽이려는 여인들에게 무기들을 순순히 돌려주라.......”
“미친년들........박재를 만든다! 뭐다해서 발광을 하더니만.”
“예~ 박재를 만들어요. 누굴............제요?”
“자네가 이해하게........그년들은 성격이 별나. 평생은 588밖으로 나간적인 없는 년들이라 성격이 단순하고 남자보는 눈도 약간은 뒤틀려 있어. 미희년이 자네가 마음에 든 모양이야. 미희에게 들어서 알아.........미희가 월아로 자네를 공격했고 그 와중에 자네에게 빼앗겼다고 .......하지만 미희가 맘먹고 공격했으면 자넨 그날 죽었어. 미희가 자넬 좋아하기 때문에 손에 사정을 둔거지.”
“글쎄요.......절 너무 과소평가 하시는군요. 아니면 월아문이란 곳을 너무 높게 평가하시거나..........다 좋아요..........하지만 몇 가지 의문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그녀들은 왜 588에서만 생활한 거죠.”
노파가 길게 한숨을 쉰다.
“휴~~~~ 한가지말 물어보세. 자네~~~ 우리 쌍둥이들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뜻이죠.”
“내가 그 아이들의 어미야. 못난 년이라 어미라고도 나서지도 못하지만.......민지년이 자네에게 나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한 모양인데........모두 사실이야. 내가 588에 잡혀 와서 남자들에게 상처를 입고 영감과는 다시 맺어지지 못했어...........더러워진 몸으로 영감에게 다시 돌아갈 자신이 없었지........하지만 영감은 끈질기게 나의 사랑을 갈구했고 나도 영감의 사랑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했지. 그 와중에 아이들에 태어났어.”
“당신이 588을 떠나지 못한 것은 알겠는데.........왜 그녀들까지...........”
“보았으니 알지.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상이 아니었어. 내가 불민해서 아이들이 7개월 만에 배속에서 나왔지. 처음에 병원에서도 포기하라고 했어............괴로운 심정에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살던 이년 잘못이지.”
노파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영감이 백방으로 노력해 어떻게 살리기는 했지만 천성적으로 몸이 약해서 다른 아이들처럼 성장하지 못했어..........또 잔병치례도 많아서 학교도 보내지 못했지. 영감은 우리 모녀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제자들까지 동원해 588을 지켰고.........영감과 나의 소문을 접한 한 여인이 우리아이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겠다고 했어. 아이들이 자신의 무술을 배우면 건강해 질수 있다고........그 여인이 월아문의 전인 이였어. 그녀도 588에 머물며 아이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고는 얼마 전에 죽었어.”
“.................”
“아이들은 무술을 배우며 건강을 회복했지만 작은 체구 때문에 588 밖으로 나가는 걸 꺼려했어. 학교에 가면 애 같다, 귀엽다는 말과 588창녀 자식이라는 놀림에 상처 입고 다시는 학교도 가지 않았지. 아이들에게 작은 체구와 이 어미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스스로 자신들을 사회와 격리시켜 버린 거야............남자를 보는 눈이 비틀어진 것도 588에 찾아오는 남자들이 어디 정상적인 놈들이 있어. 술 취해 여자를 찾는 놈들과 조직에 몸담고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지. 그런 남자들만 보고 자린 아이들이 남자에게 정을 가질 수 있겠어.”
“그래서 마음에 드는 남자를 박재로 만들어 평생 자신들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군요.”
“그래. 588에 찾아오는 남자들은 성관계를 끝나고 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놈들이 대부분이야. 여자를 그저 성의 배설구로 알고 찾아오는 남자들에게 사랑이 있겠어. 아이들의 눈에 남자들은 자신들을 괴롭히거나 술 취하고 더러운 몸으로 여자에게 성적 욕망의 찌꺼기만 남기고 떠나버리는 사람들이지............그런 아이들이 당신을 특별하게 대하고 있어.........남편이 당신에게 했던 말 기억해.”
“강간해서라도 588밖으로 끌어내달라는 말.........기억하고 있어요.”
“나도 똑같은 부탁을 하려고 해. 당신이 월아를 넘겨주기 싫다면 아이들을 강간해서라도 588밖으로 끌어내........우리 아이들 아직 남자를 모르는 순결한 아이들 이야. 588에 있다고 창녀취급하시면 안돼.”
“만일 제가 거절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노파의 얼굴이 굳어지며 차가운 눈으로 수혼을 바라본다.
“당신이 죽던가..........당신이 그녀들을 죽어야 할 거야. 월아는 월아문의 상징이며 월아문 여인들이 사랑하는 정인에게 주는 정표야. 그걸 가진 남자는 월아문 여인을 책임져야 해. 이건 월아문의 전통이야”
“제가 월아를 돌려주면 해결되나요.”
“늦었어. 현재 월아문 문주는 미희야. 그 아이가 이미 당신을 선택했어.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사실 마음만 먹었다면 월아를 빼앗기고 순순히 돌아올 미희가 아니야.”
“절보고 어쩌라는 거죠. 처음에는 월아만 돌려달라고 하시더니........지금 와서 어쩌라는 겁니까?”
“당신은 이미 우리 비밀을 모두 들었어. 아예 우리 비밀을 몰랐다면 모르지만 안 이상 우리 아이들을 책임져야 해.”
수혼은 갑자기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부부가 와서 똑같은 부탁을 한다. 아니다........남편은 정중하게 부탁하더니 부인은 협박이다.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단 말인가.
“왜 하필이면 제가 해야죠. 단순히 비밀을 들었기 때문인가요.”
“우리들이 588밖으로 나가라고 했을 때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어. 자신들 보다 강한 남자를 만나면 그 사람을 따라 가겠다고........일종의 핑계라고 생각했지. 그만큼 아이들은 강하니까요.......혹시 노력하면 아이들보다 강한 남자를 찾을 수는 있겠지........하지만 당신처럼 젊고 아이들보다 강한 남자는 찾기 힘들어...........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거지.”
“빌어먹을.........부부가 날 잡으려 하는군.”
“당신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야. 우리 아이들 비록 체구는 작지만 여자로써 부족한 점이 없어. 어미로써 하는 말이 아니야.”
“무슨 말씀을........당연히 있죠. 날 박재로 만든다는 여자하고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요. 제가 한눈이라도 팔면 당장 칼이나 암기로 죽이려 들 텐데...........”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월아문은 앞서도 말했지만 여인들이 만든 문파야. 자기 남자가 여러 여자를 만난다고 투기하지 않아. 당신이 아이들을 버리지만 않는다면........당신이 아무리 많은 여자를 만나고 다녀도 이해할 거야.”
도망갈 구멍이 없다. 부부의 협박 아닌 협박에 굴복해야 하는가. 쌍둥이 자매를 책임지라........그리고 지금까지도 의문으로 남는 문제가 있었다. 왜 하필 강간인가?
“근데........왜 강간하라는 거죠.”
“못을 박자는 거지. 아이들이 순순히 당신을 따라 나설 것 같아. 지금까지 남자라는 치를 떨던 아이들인데............ 당신이나 아이들이나 나중에 딴말 못하게 하자는 의미지.”
“죽겠네...........내 인생은 왜 여자들이 꼬이기만 하냐.”
“싫다는 말은 안하는군.........오늘 밤에 미희가 자네를 찾아올 거야. 유엽비도를 잔뜩 준비하는 걸로 봐서 자네하고 한판 할 것 같은데.......암기도 아니고 유엽비도야........조심하게 그 아이의 유엽비도는 정말 무서워.........영감도 꼼짝 못할 정도니.........내말 명심하게 편안히 살고 싶으면 오늘 미희년 그냥 보내지 마. 알았지.”
노파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간다.
“저........저기요.”
“이제 당신에게 할말은 다 했어.........당신이 선택할 문제지.”
노파는 한마디만 남기고 찻집을 나가버린다. 수혼은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날 밤 수혼은 체육관에 있었다. 노파 말대로라면 오늘 미희라는 여인이 찾아올 것이다. 수혼은 아직도 마음의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그녀들을 거두라는 것은 평생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아직 영은이도 잊지 못하고 있는 자신..........미나에게 자꾸만 끌리는 자신.........이런 혼란한 자신에게 한명도 아니고 두 명의 여자를 책임지라니...........
수혼은 호식에게 오늘 저녁에 체육관에 돌아오지 말라는 연락을 했다. 미희와의 대결에 다른 녀석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희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자신을 찾아올 것인가?
노파 말로는 유엽비도라고 했다. 암기도 아니고 비도(飛刀)술로 자신과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말이다. 수혼은 조용한 체육관에 홀로 앉아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었다.
말이 명상이지 잡생각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다. 명경지수처럼 평온함을 유지해야 하는데 도통 뜻대로 되질 않는다.
체육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휘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 수혼은 제자리에서 위로 솟구쳐 올랐다.
“퍽..........퍽~”
수혼의 다리 밑을 지나간 비도는 멀리 날아가 벽에 박히고 공중으로 떠오른 수혼에게 다시금 비도가 날아온다.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힘들게 비도를 피한다.
“퍽~~~~”
수혼은 바닥에 내려서며 체육관 문 쪽을 바라보았다.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손에 유엽비도를 들고 있었다. 작은 체구의 여인........아마도 미희일 것이다.
그녀는 비도를 들고만 있을 뿐 수혼과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역시나 잘 피하시네요. 한두 개 날려서 당신을 상대할 수 없겠어요.”
“첫인사 치고는 고약할 걸..........쩝~~ 당신이 맘먹고 왔으니 피할 수 없겠지......그래 동시에 몇 자루까지 날리는데........지금까지 4자루군.”
“인사는 당신을 제압하고 천천히 하도록 하죠.......비도는 동시에 8개까지 가능해요. 제가 20자루를 가지고 왔으니 16자루가 남았네요.”
“죽일 참인가..........아침에 당신 어머니가 찾아 왔더군.”
“엄마가???.........뭐라고 하셨죠.”
“당신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더군. 쌍둥이라고.........그래서 두 곳에서 존재할 수 있었지...........마지막으로 당신들을 강간해 달라고 하던데.”
“가..........강간?????.............미쳤군..........그래서 당신은 뭐라 해죠.”
“대답도 듣지 않고 그냥 가시더군............아직 생각 중이야.”
미희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순간 수혼도 긴장한다.
“휘~~이~~~익.”
그녀의 손이 흔들림과 동시에 4개의 빛이 솟아진다. 수혼의 급소만을 노리고 날아오는 유엽비도.........수혼은 칠성밟기를 실천하여 비도를 피하고 있었다.
“휘~~이익”
다시 하나의 빛이 번쩍인다. 날아오는 4자루 비도도 피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시금 날아오는 비도........수혼의 몸을 스치고 지나는 4자루 비도, 하지만 나중에 던진 비도는 칠성밟기로도 피하지 못할 것 같았다. 수혼은 금나수를 실천하며 날아오는 비도를 맨손으로 잡아간다.
“퍽~~~~”
마지막 비도가 수혼의 손에 잡혀 부르르 떨고 있었다. 비도가 손바닥을 가르고 피가 흘려 내린다.
“역시!!!!!!!!...............결정 했나요.”
“무슨 결정(?)”
“당신은 좋은 사람 같아요. 미나하고 이야기 했는데........미나도 당신이 싫지 않는 눈치고.......엄마나 아빠도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고........이제 어쩌실 거죠.”
“내가 싫다면??????”
“제 손에 있는 나머지 11개의 비도가 날아가겠지요...........죽기 전에 대답해 주세요. 월아는 어디죠.”
“저기 탈의실 속에 있어. 날 죽이면 직접 찾아가.........11개의 비도가 기대되는데.......한번 날려봐 월아문의 실력이 어느 정도지 보자고”
“정말~~ 죽을 지도 몰라요.”
“나도 이젠 피하지만 않고 공격 할 거야. 당신도 조심해”
“우리들이 싫다는 뜻인가요?”
“일단 대련이 끝난 다음에 결정하지.........나도 아직 모르겠어.”
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았다. 이 남자라면 자신이 믿고 따를 수 있을 것 같다. 그 남자가 자신을 거부한다.
(싫다면...........박재를 만들어서라도 곁에 두고 말거야.)
미희나 미나의 사랑은 맹목적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만 좋다면 상대방의 의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살아온 환경이 복잡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자신들 생각대로 살아온 삶이다. 남녀간의 관계도.......사랑도 복잡한 건 싫다. 상대방이 싫다면 억지로라도 차지해야 한다.
그게 미희나 미나의 사랑 방식이다.
미희가 허리에서 8자루의 유엽비도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었다. 그녀의 허리춤에는 18자루의 유엽비도가 숨어 있었다.
“당신을 죽여서라도 곁에 두겠어요..........대신 당신만 바라보고 살거니 까? 억울해 하지는 마세요.........평생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어요. 진심입니다. 죽더라도 날 원망하지는 마세요.”
8자루 비도가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비도는 수혼이 피할 수 있는 모든 방위를 차단한다.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도 소용없다. 어디에도 피할 공간이 없었다. 머리 위로 날아오는 2자루 비도, 좌우로 2자루씩, 나머지 두 자루는 심장과 목을 향해 날아온다. 수혼이 칠성밟기를 해도 비도를 피할 수 없다. 수혼은 입술을 악물었다. 피할 공간이 없다면..........정면승부다. 수혼의 손에 들려 있던 유엽비도에서 화려한 빛이 발출되고 수혼의 몸이 여인을 향해 돌진한다.
심장과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비도는 쳐내버린다. 날아오는 3개의 비도가 수혼의 검에 맞아 튕겨져 나가고 3자루 비도는 아슬아슬하게 비겨나간다. 귀가를 스치는 비도.......나머지 2자루 비도는 피할 수 없다. 한 자루 비도가 허벅지에 자루만 남기고 박혀 버리고, 나머지 한 자루는 수혼의 어깨에 박힌다. 하필이면 저번에 다친 상처에 박혀버린 비도.......수혼은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허벅지에 박힌 비도 때문에 도약하기 힘들다.
수혼의 몸이 공중에서 제비처럼 비틀어지며 상대방의 머리 위에서 화려한 발그림자와 손 그림자가 피어난다. 수혼은 전력을 다했다. 시간을 끌면 불리하다. 처음부터 음양수와 음양각의 최고 수법을 발휘했다.
체육관에 수혼이 발출한 그림자가 가득하다. 손과 발의 그림자는 만 송이 장미꽃이 날리는 듯 둥근 원을 그리며 공중에서 회전한다.
그림자 하나하나에는 모두 힘이 실려 있는 공격이다. 수많은 그림자가 여인의 작은 몸을 향해 날아오른다.
여인은 팔을 공중으로 뻗어 올린다. 손목에서 번쩍하는 빛이 발출되며 화려한 그림자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퍼~~~퍽~~~파~~~팍”
공중에서 불꽃이 퇴는 것처럼 빛들이 충돌하고, 우렁차 소리가 체육관에 가득하다.
수혼이 만들어낸 그림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자신의 가슴을 노리는 2자루 비도를 들고 있던 비도로 쳐내었다. 튕겨져 나간 비도가 살아있는 생명체 마냥 다시 날아올라 허리를 베어온다.
수혼은 깜짝 놀라 음양도의 검법을 실천하여 자기 몸에 검막(검으로 벽처럼 막을 형성함)을 쳤다.
수혼이 만들어낸 그림자들은 미희의 몸을 덮치기 시작했다. 미희의 발이 교차하며 그림자를 피하고 팔을 공중을 향해 젖는데.........그녀의 손목에는 가드다란 실이 매달려 있었다. 실은 2자루 비도와 연결되어 팔의 움직임에 따라 공중에서 수혼을 공격하고 있었다.
“펑~~~ 팍.....팍........팍”
여인의 몸에 수혼이 발출한 그림자가 적중한다. 그녀가 신법을 펼쳐도 자신을 향하는 수많은 그림자를 모두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더욱이 그림자들은 허상이 아니라 모두 하나하나에 강맹한 힘이 실린 실체들이다. 그녀의 작은 몸이 실 끊어진 연처럼 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튕겨나가는 와중에 팔을 힘차게 쳐낸다.
두 자루 비도가 공중에서 회전하며 수혼의 심장과 목을 향해 날아왔다.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인 듯 비도의 기세는 강맹하여 수혼이 많든 검막을 종이처럼 찢어버리고 날아왔다. 수혼은 손에 들고 있던 비도로 한 자루 비도를 쳐내고 심장으로 날아오는 비도를 금나수를 실천하여 잡았다. 손이 짜릿해지며 부르르 떨린다. 손이 칼날에 배어져 나가며 피가 뚝뚝 떨어진다. 비도는 수혼의 손에 잡혀서도 억울하다는 듯이 빛을 토하고 있었다.
“꽝~~~”
여인의 작은 몸이 벽에 부디 치고.......여인은 가슴을 부여잡고 검은 피를 토해낸다. 다량의 피가 그녀의 하얀 앞섬에 떨어지며 붉게 물들어 버린다. 그녀는 힘들게 벽에 기대에 있었다.
“비~~~틀~~~”
바닥에 차지한 수혼은 허벅지에 박힌 비도 때문에 중심을 바로 잡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수혼의 양손에 한 자루씩의 비도가 들려 있고, 피가 바닥에 점점이 떨어지고 있었다. 또한 어깨에 박힌 비도와 그곳에서 흘려 내린 붉은 피가 수혼을 옷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쿨럭........쿨럭.......주........죽이세요.”
그녀가 피를 토하며 힘들게 말한다. 그녀의 눈에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수혼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를 죽여서라도 곁에 두고 싶었지만 그것도 되지 않았다.
수혼은 힘들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수혼이 다가오자 자세를 바로 잡으려하다 다리에 힘에 빠져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괜찮아~ ”
“동정하는 건가요........쿨럭........쿨럭........깨끗하게 죽이세요.”
수혼은 이 작은 여인이 너무나 불쌍해 보였다. 어쩌면 이 여인도 자신처럼 고독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자신이 겪었던 처절하도록 외로운 고독...........외로움.........이 여인도 자신과 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수혼은 들고 있던 비도를 던져 버리고 그녀 앞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가슴을 부여잡고........아직도 입가에 피가 흘려 내리고 있었다. 수혼은 그녀의 작은 얼굴을 잡았다.
‘파르르~~’ 그녀의 얼굴 근육이 떨린다. 그녀의 뺨은 수혼의 손에서 흘려 내린 피에 붉게 물들어버린다. 고개를 든 여인의 눈동자가 수혼을 바라본다.
처절하도록 슬픔을 머금고 있는 여인의 눈동자........수혼의 마음속에 파문을 일어난다. 가여운 여인.........세상을 등지고 외로움과 고독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는 여인..........수혼의 입술이 그녀에게 다가가 작은 입술을 덮는다.
여인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뜨거운 사내의 입술..........숨을 멈추고 싶다. 자꾸만 올라오는 핏물을 멈추고 싶다. 수혼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덮어버리고........벌어진 입술사이로 뜨거운 혀가 밀고 들어왔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수혼을 거부할 수 없다.
비린 피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녀의 입에 들어가 혀도 비릿한 맛이 난다. 하지만 이 순간 그런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외로움을.........그녀의 고독을 달래주고 싶었다.
수혼의 손이 작은 그녀의 몸을 감싼다. 여인은 힘없이 끌려와 수혼의 품에 안겨온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려 내린다. 숨차게 밀려오는 감격.........성적 흥분이 아니다.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수혼의 품은 한없이 포근하다. 그의 단단한 가슴에 안겨 있으니 세상을 향한 미움도 눈 녹듯 살아진다. 수혼은 그녀의 눈물이 입술에 흘려 내리자 살며시 입술을 때었다.
“바보~~~ 왜 울어.”
“저...........절 받아주시는 건가요.”
“날 박재로 만들겠다는 생각만 접는다면.”
“그........그럼 처음부터 말씀하시지.”
“당신들........자기들 보다 강한 사내에게만 시집가겠다고 했다며.”
“그..........그럼 일부러”
“당신도 그렇잖아. 만일 내가 588에 있을 때 암습했으면 죽일 수도 있었을 테데 굳이 체육관에 찾아와 대련을 한 이유가 뭐지.”
“월아 찾으려.........”
“정말........그 이유가 다야.”
“............다..........당신을 죽일 수 없었어요.”
“둘 다 바보 같다. 그치~~”
그녀는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수혼의 입술이 다시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그녀는 수혼의 넓은 가슴을 파고들며 수혼의 입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었다.
“음~~~~ 아프군.”
“당신~~~ 치료부터 해야겠어요.”
“당신은 어때. 어디 부러진데 없어.”
“치~~~ 연안한 여자를 이렇게 거칠게 다루다니........당신 나빠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단 말이 예요.”
“미안........우리 병원에 갈까?”
“병원(?) 그 바늘로 마구 찌르는데.........싫어요. 병원은 무서워요.”
수혼은 그녀들이 어려서 병원에서 생활하다시피 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녀들에게 병원은 기억하기도 싫은 공간인지 모른다.
“우리 집에 갈래.........거기 가만 상비약이 있으니 대충은 체료를 할 수 있어.”
“다...........당신 집에.............함께요.”
그녀는 고개를 숙여 버린다. 너무나 귀엽다. 수혼은 귀엽다는 말은 못하고 그녀를 안고 일어났다. 다리에 박힌 비도 때문에 불편했지만 힘들게 일어났다.
“칼........뽑아야 되지 않아요.”
“지금은 안돼.........지혈시킬 방법은 없는 걸.”
“그럼~~ 내려 주세요. 제도 걸어갈게요.”
“무겁지도 않는데............그냥 있어. 내가 안고 가고 싶어.”
“피~~~”
그녀는 수혼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수혼은 탈의실로 가서 호식에게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호식은 급하게 달려왔고.........호식의 부축을 받으며 두 사람은 수혼의 집으로 향했다.
수혼이 체육관으로 나갔다. 토요일이라 수업이 없는 날이다. 체육관 앞에 한 여인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수혼이 다가가 살펴보니 588에서 보았던 노파였다. 그녀가 무슨 일로 체육관을 찾아온 것일까? 혹시 지나가는 길은 아닐까?
수혼이 다가가자 여인은 수혼을 알아보고 수혼에게 다가왔다.
“자네를 만나려고 왔는데 마침 잘됐군. 미희년하고 영감 설명만 듣고 와서........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맞게 찾아온 모양이야.”
“절 찾아오신 겁니까?..............그 여인은 손끝하나 대지 않고 보내주었는데요.”
“그건 고맙게 생각하네. 내가 찾아온 것은 그 말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잠깐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좋습니다.......저쪽으로 가시면 조용한 찻집이 있어요.”
수혼과 노파는 찻집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 노파는 수혼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수혼을 향한 적개심은 없었다. 그 반대로 그녀의 눈동자에 자애로운 빛이 흐르고 있었다.
“자네가 조 수혼이라고........영감만나고 오는 길인데 자네가 음양도의 계승자 같다고 하던데...............정말인가.”
“숨길일도 아니죠. 맞습니다. 할머니도 음양도를 아세요.”
“대충은 알지.......영감에게 설명 들었어.......음양도, 원예도, 국선도 사이에는 삼국시대부터 은원관계가 엉켜있다고 알고 있지........”
“은원관계(?)........”
“나도 잘 몰라.......딴사람에게 들은 말이라???.........하여튼 자네가 월아를 가지고 있나.”
“예~ 월아(?)라니요.”
“한 쌍의 귀걸이 말이야. 미희 귀에 걸려있던 귀걸이.........미희년이 자네가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예~ 제가 가지고 있죠.”
“월아를 돌려주면 안 되겠나~~~”
“그 귀걸이를 월아라고 합니까?..........왜 굳이 돌려 받고자하죠. 특별한 것도 없는 귀걸이 같던데........”
“월아는 우리 월아문 문주의 상징이야. 미희년이 무슨 뜻으로 자네에게 빼앗기도 그냥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 물건은 우리 월아문의 것이니 당연히 돌려받아야하지 않겠나.”
“월아문(?)..............그런 문파도 있었습니까?”
“자네가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사실 나도 월아문 사람은 아냐. 미나와 미희가 월아문 사람이지. 월아문은 자네 음양도처럼 일인전승 무예는 아냐. 크게 검법과 암기 두 가지 무예를 발전시킨 문파지만 사람들 사이에 알려진 문파는 아니지........월아문을 쉽게 말하면 조선시대 여인들이 만든 문파라고 생각하게.”
“그건 말고도 몇 가지 의문가는 점이 있어요. 미나와 미희가 혹시 쌍둥이 아닙니까? 전 두 여자 모두와 대련해 봤어요. 검법에도 당해보고 암기에도 당해봤어요. 근데 두 여자의 생김세가 똑 같아요.........더욱이 제 생각이 맞는다면 두 여자는 어둠의 천사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숨기지 않겠네. 맞아~ 그 아이들이 어둠의 천사 중 마지막 2명이야. 그리고 자네 생각대로 쌍둥이야. 검술을 쓰는 미나가 언니, 암기를 쓰는 미희가 동생이야. 아무도 모르는 사실인데 자네는 쉽게 알아냈군.”
“그래요!!!!!!..........이제야 의문이 풀리네요..........근데 제에게 무리한 부탁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전 두 번이나 죽을 뻔 했어요. 그녀들은 무슨 심보지 제 생명까지 노리더군요. 그런데 절 죽이려는 여인들에게 무기들을 순순히 돌려주라.......”
“미친년들........박재를 만든다! 뭐다해서 발광을 하더니만.”
“예~ 박재를 만들어요. 누굴............제요?”
“자네가 이해하게........그년들은 성격이 별나. 평생은 588밖으로 나간적인 없는 년들이라 성격이 단순하고 남자보는 눈도 약간은 뒤틀려 있어. 미희년이 자네가 마음에 든 모양이야. 미희에게 들어서 알아.........미희가 월아로 자네를 공격했고 그 와중에 자네에게 빼앗겼다고 .......하지만 미희가 맘먹고 공격했으면 자넨 그날 죽었어. 미희가 자넬 좋아하기 때문에 손에 사정을 둔거지.”
“글쎄요.......절 너무 과소평가 하시는군요. 아니면 월아문이란 곳을 너무 높게 평가하시거나..........다 좋아요..........하지만 몇 가지 의문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그녀들은 왜 588에서만 생활한 거죠.”
노파가 길게 한숨을 쉰다.
“휴~~~~ 한가지말 물어보세. 자네~~~ 우리 쌍둥이들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뜻이죠.”
“내가 그 아이들의 어미야. 못난 년이라 어미라고도 나서지도 못하지만.......민지년이 자네에게 나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한 모양인데........모두 사실이야. 내가 588에 잡혀 와서 남자들에게 상처를 입고 영감과는 다시 맺어지지 못했어...........더러워진 몸으로 영감에게 다시 돌아갈 자신이 없었지........하지만 영감은 끈질기게 나의 사랑을 갈구했고 나도 영감의 사랑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했지. 그 와중에 아이들에 태어났어.”
“당신이 588을 떠나지 못한 것은 알겠는데.........왜 그녀들까지...........”
“보았으니 알지.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상이 아니었어. 내가 불민해서 아이들이 7개월 만에 배속에서 나왔지. 처음에 병원에서도 포기하라고 했어............괴로운 심정에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살던 이년 잘못이지.”
노파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영감이 백방으로 노력해 어떻게 살리기는 했지만 천성적으로 몸이 약해서 다른 아이들처럼 성장하지 못했어..........또 잔병치례도 많아서 학교도 보내지 못했지. 영감은 우리 모녀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제자들까지 동원해 588을 지켰고.........영감과 나의 소문을 접한 한 여인이 우리아이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겠다고 했어. 아이들이 자신의 무술을 배우면 건강해 질수 있다고........그 여인이 월아문의 전인 이였어. 그녀도 588에 머물며 아이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고는 얼마 전에 죽었어.”
“.................”
“아이들은 무술을 배우며 건강을 회복했지만 작은 체구 때문에 588 밖으로 나가는 걸 꺼려했어. 학교에 가면 애 같다, 귀엽다는 말과 588창녀 자식이라는 놀림에 상처 입고 다시는 학교도 가지 않았지. 아이들에게 작은 체구와 이 어미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스스로 자신들을 사회와 격리시켜 버린 거야............남자를 보는 눈이 비틀어진 것도 588에 찾아오는 남자들이 어디 정상적인 놈들이 있어. 술 취해 여자를 찾는 놈들과 조직에 몸담고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지. 그런 남자들만 보고 자린 아이들이 남자에게 정을 가질 수 있겠어.”
“그래서 마음에 드는 남자를 박재로 만들어 평생 자신들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군요.”
“그래. 588에 찾아오는 남자들은 성관계를 끝나고 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놈들이 대부분이야. 여자를 그저 성의 배설구로 알고 찾아오는 남자들에게 사랑이 있겠어. 아이들의 눈에 남자들은 자신들을 괴롭히거나 술 취하고 더러운 몸으로 여자에게 성적 욕망의 찌꺼기만 남기고 떠나버리는 사람들이지............그런 아이들이 당신을 특별하게 대하고 있어.........남편이 당신에게 했던 말 기억해.”
“강간해서라도 588밖으로 끌어내달라는 말.........기억하고 있어요.”
“나도 똑같은 부탁을 하려고 해. 당신이 월아를 넘겨주기 싫다면 아이들을 강간해서라도 588밖으로 끌어내........우리 아이들 아직 남자를 모르는 순결한 아이들 이야. 588에 있다고 창녀취급하시면 안돼.”
“만일 제가 거절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노파의 얼굴이 굳어지며 차가운 눈으로 수혼을 바라본다.
“당신이 죽던가..........당신이 그녀들을 죽어야 할 거야. 월아는 월아문의 상징이며 월아문 여인들이 사랑하는 정인에게 주는 정표야. 그걸 가진 남자는 월아문 여인을 책임져야 해. 이건 월아문의 전통이야”
“제가 월아를 돌려주면 해결되나요.”
“늦었어. 현재 월아문 문주는 미희야. 그 아이가 이미 당신을 선택했어.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사실 마음만 먹었다면 월아를 빼앗기고 순순히 돌아올 미희가 아니야.”
“절보고 어쩌라는 거죠. 처음에는 월아만 돌려달라고 하시더니........지금 와서 어쩌라는 겁니까?”
“당신은 이미 우리 비밀을 모두 들었어. 아예 우리 비밀을 몰랐다면 모르지만 안 이상 우리 아이들을 책임져야 해.”
수혼은 갑자기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부부가 와서 똑같은 부탁을 한다. 아니다........남편은 정중하게 부탁하더니 부인은 협박이다.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단 말인가.
“왜 하필이면 제가 해야죠. 단순히 비밀을 들었기 때문인가요.”
“우리들이 588밖으로 나가라고 했을 때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어. 자신들 보다 강한 남자를 만나면 그 사람을 따라 가겠다고........일종의 핑계라고 생각했지. 그만큼 아이들은 강하니까요.......혹시 노력하면 아이들보다 강한 남자를 찾을 수는 있겠지........하지만 당신처럼 젊고 아이들보다 강한 남자는 찾기 힘들어...........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거지.”
“빌어먹을.........부부가 날 잡으려 하는군.”
“당신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야. 우리 아이들 비록 체구는 작지만 여자로써 부족한 점이 없어. 어미로써 하는 말이 아니야.”
“무슨 말씀을........당연히 있죠. 날 박재로 만든다는 여자하고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요. 제가 한눈이라도 팔면 당장 칼이나 암기로 죽이려 들 텐데...........”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월아문은 앞서도 말했지만 여인들이 만든 문파야. 자기 남자가 여러 여자를 만난다고 투기하지 않아. 당신이 아이들을 버리지만 않는다면........당신이 아무리 많은 여자를 만나고 다녀도 이해할 거야.”
도망갈 구멍이 없다. 부부의 협박 아닌 협박에 굴복해야 하는가. 쌍둥이 자매를 책임지라........그리고 지금까지도 의문으로 남는 문제가 있었다. 왜 하필 강간인가?
“근데........왜 강간하라는 거죠.”
“못을 박자는 거지. 아이들이 순순히 당신을 따라 나설 것 같아. 지금까지 남자라는 치를 떨던 아이들인데............ 당신이나 아이들이나 나중에 딴말 못하게 하자는 의미지.”
“죽겠네...........내 인생은 왜 여자들이 꼬이기만 하냐.”
“싫다는 말은 안하는군.........오늘 밤에 미희가 자네를 찾아올 거야. 유엽비도를 잔뜩 준비하는 걸로 봐서 자네하고 한판 할 것 같은데.......암기도 아니고 유엽비도야........조심하게 그 아이의 유엽비도는 정말 무서워.........영감도 꼼짝 못할 정도니.........내말 명심하게 편안히 살고 싶으면 오늘 미희년 그냥 보내지 마. 알았지.”
노파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간다.
“저........저기요.”
“이제 당신에게 할말은 다 했어.........당신이 선택할 문제지.”
노파는 한마디만 남기고 찻집을 나가버린다. 수혼은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날 밤 수혼은 체육관에 있었다. 노파 말대로라면 오늘 미희라는 여인이 찾아올 것이다. 수혼은 아직도 마음의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그녀들을 거두라는 것은 평생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아직 영은이도 잊지 못하고 있는 자신..........미나에게 자꾸만 끌리는 자신.........이런 혼란한 자신에게 한명도 아니고 두 명의 여자를 책임지라니...........
수혼은 호식에게 오늘 저녁에 체육관에 돌아오지 말라는 연락을 했다. 미희와의 대결에 다른 녀석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희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자신을 찾아올 것인가?
노파 말로는 유엽비도라고 했다. 암기도 아니고 비도(飛刀)술로 자신과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말이다. 수혼은 조용한 체육관에 홀로 앉아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었다.
말이 명상이지 잡생각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다. 명경지수처럼 평온함을 유지해야 하는데 도통 뜻대로 되질 않는다.
체육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휘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 수혼은 제자리에서 위로 솟구쳐 올랐다.
“퍽..........퍽~”
수혼의 다리 밑을 지나간 비도는 멀리 날아가 벽에 박히고 공중으로 떠오른 수혼에게 다시금 비도가 날아온다.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힘들게 비도를 피한다.
“퍽~~~~”
수혼은 바닥에 내려서며 체육관 문 쪽을 바라보았다.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손에 유엽비도를 들고 있었다. 작은 체구의 여인........아마도 미희일 것이다.
그녀는 비도를 들고만 있을 뿐 수혼과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역시나 잘 피하시네요. 한두 개 날려서 당신을 상대할 수 없겠어요.”
“첫인사 치고는 고약할 걸..........쩝~~ 당신이 맘먹고 왔으니 피할 수 없겠지......그래 동시에 몇 자루까지 날리는데........지금까지 4자루군.”
“인사는 당신을 제압하고 천천히 하도록 하죠.......비도는 동시에 8개까지 가능해요. 제가 20자루를 가지고 왔으니 16자루가 남았네요.”
“죽일 참인가..........아침에 당신 어머니가 찾아 왔더군.”
“엄마가???.........뭐라고 하셨죠.”
“당신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더군. 쌍둥이라고.........그래서 두 곳에서 존재할 수 있었지...........마지막으로 당신들을 강간해 달라고 하던데.”
“가..........강간?????.............미쳤군..........그래서 당신은 뭐라 해죠.”
“대답도 듣지 않고 그냥 가시더군............아직 생각 중이야.”
미희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순간 수혼도 긴장한다.
“휘~~이~~~익.”
그녀의 손이 흔들림과 동시에 4개의 빛이 솟아진다. 수혼의 급소만을 노리고 날아오는 유엽비도.........수혼은 칠성밟기를 실천하여 비도를 피하고 있었다.
“휘~~이익”
다시 하나의 빛이 번쩍인다. 날아오는 4자루 비도도 피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시금 날아오는 비도........수혼의 몸을 스치고 지나는 4자루 비도, 하지만 나중에 던진 비도는 칠성밟기로도 피하지 못할 것 같았다. 수혼은 금나수를 실천하며 날아오는 비도를 맨손으로 잡아간다.
“퍽~~~~”
마지막 비도가 수혼의 손에 잡혀 부르르 떨고 있었다. 비도가 손바닥을 가르고 피가 흘려 내린다.
“역시!!!!!!!!...............결정 했나요.”
“무슨 결정(?)”
“당신은 좋은 사람 같아요. 미나하고 이야기 했는데........미나도 당신이 싫지 않는 눈치고.......엄마나 아빠도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고........이제 어쩌실 거죠.”
“내가 싫다면??????”
“제 손에 있는 나머지 11개의 비도가 날아가겠지요...........죽기 전에 대답해 주세요. 월아는 어디죠.”
“저기 탈의실 속에 있어. 날 죽이면 직접 찾아가.........11개의 비도가 기대되는데.......한번 날려봐 월아문의 실력이 어느 정도지 보자고”
“정말~~ 죽을 지도 몰라요.”
“나도 이젠 피하지만 않고 공격 할 거야. 당신도 조심해”
“우리들이 싫다는 뜻인가요?”
“일단 대련이 끝난 다음에 결정하지.........나도 아직 모르겠어.”
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았다. 이 남자라면 자신이 믿고 따를 수 있을 것 같다. 그 남자가 자신을 거부한다.
(싫다면...........박재를 만들어서라도 곁에 두고 말거야.)
미희나 미나의 사랑은 맹목적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만 좋다면 상대방의 의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살아온 환경이 복잡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자신들 생각대로 살아온 삶이다. 남녀간의 관계도.......사랑도 복잡한 건 싫다. 상대방이 싫다면 억지로라도 차지해야 한다.
그게 미희나 미나의 사랑 방식이다.
미희가 허리에서 8자루의 유엽비도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었다. 그녀의 허리춤에는 18자루의 유엽비도가 숨어 있었다.
“당신을 죽여서라도 곁에 두겠어요..........대신 당신만 바라보고 살거니 까? 억울해 하지는 마세요.........평생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어요. 진심입니다. 죽더라도 날 원망하지는 마세요.”
8자루 비도가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비도는 수혼이 피할 수 있는 모든 방위를 차단한다.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도 소용없다. 어디에도 피할 공간이 없었다. 머리 위로 날아오는 2자루 비도, 좌우로 2자루씩, 나머지 두 자루는 심장과 목을 향해 날아온다. 수혼이 칠성밟기를 해도 비도를 피할 수 없다. 수혼은 입술을 악물었다. 피할 공간이 없다면..........정면승부다. 수혼의 손에 들려 있던 유엽비도에서 화려한 빛이 발출되고 수혼의 몸이 여인을 향해 돌진한다.
심장과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비도는 쳐내버린다. 날아오는 3개의 비도가 수혼의 검에 맞아 튕겨져 나가고 3자루 비도는 아슬아슬하게 비겨나간다. 귀가를 스치는 비도.......나머지 2자루 비도는 피할 수 없다. 한 자루 비도가 허벅지에 자루만 남기고 박혀 버리고, 나머지 한 자루는 수혼의 어깨에 박힌다. 하필이면 저번에 다친 상처에 박혀버린 비도.......수혼은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허벅지에 박힌 비도 때문에 도약하기 힘들다.
수혼의 몸이 공중에서 제비처럼 비틀어지며 상대방의 머리 위에서 화려한 발그림자와 손 그림자가 피어난다. 수혼은 전력을 다했다. 시간을 끌면 불리하다. 처음부터 음양수와 음양각의 최고 수법을 발휘했다.
체육관에 수혼이 발출한 그림자가 가득하다. 손과 발의 그림자는 만 송이 장미꽃이 날리는 듯 둥근 원을 그리며 공중에서 회전한다.
그림자 하나하나에는 모두 힘이 실려 있는 공격이다. 수많은 그림자가 여인의 작은 몸을 향해 날아오른다.
여인은 팔을 공중으로 뻗어 올린다. 손목에서 번쩍하는 빛이 발출되며 화려한 그림자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퍼~~~퍽~~~파~~~팍”
공중에서 불꽃이 퇴는 것처럼 빛들이 충돌하고, 우렁차 소리가 체육관에 가득하다.
수혼이 만들어낸 그림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자신의 가슴을 노리는 2자루 비도를 들고 있던 비도로 쳐내었다. 튕겨져 나간 비도가 살아있는 생명체 마냥 다시 날아올라 허리를 베어온다.
수혼은 깜짝 놀라 음양도의 검법을 실천하여 자기 몸에 검막(검으로 벽처럼 막을 형성함)을 쳤다.
수혼이 만들어낸 그림자들은 미희의 몸을 덮치기 시작했다. 미희의 발이 교차하며 그림자를 피하고 팔을 공중을 향해 젖는데.........그녀의 손목에는 가드다란 실이 매달려 있었다. 실은 2자루 비도와 연결되어 팔의 움직임에 따라 공중에서 수혼을 공격하고 있었다.
“펑~~~ 팍.....팍........팍”
여인의 몸에 수혼이 발출한 그림자가 적중한다. 그녀가 신법을 펼쳐도 자신을 향하는 수많은 그림자를 모두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더욱이 그림자들은 허상이 아니라 모두 하나하나에 강맹한 힘이 실린 실체들이다. 그녀의 작은 몸이 실 끊어진 연처럼 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튕겨나가는 와중에 팔을 힘차게 쳐낸다.
두 자루 비도가 공중에서 회전하며 수혼의 심장과 목을 향해 날아왔다.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인 듯 비도의 기세는 강맹하여 수혼이 많든 검막을 종이처럼 찢어버리고 날아왔다. 수혼은 손에 들고 있던 비도로 한 자루 비도를 쳐내고 심장으로 날아오는 비도를 금나수를 실천하여 잡았다. 손이 짜릿해지며 부르르 떨린다. 손이 칼날에 배어져 나가며 피가 뚝뚝 떨어진다. 비도는 수혼의 손에 잡혀서도 억울하다는 듯이 빛을 토하고 있었다.
“꽝~~~”
여인의 작은 몸이 벽에 부디 치고.......여인은 가슴을 부여잡고 검은 피를 토해낸다. 다량의 피가 그녀의 하얀 앞섬에 떨어지며 붉게 물들어 버린다. 그녀는 힘들게 벽에 기대에 있었다.
“비~~~틀~~~”
바닥에 차지한 수혼은 허벅지에 박힌 비도 때문에 중심을 바로 잡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수혼의 양손에 한 자루씩의 비도가 들려 있고, 피가 바닥에 점점이 떨어지고 있었다. 또한 어깨에 박힌 비도와 그곳에서 흘려 내린 붉은 피가 수혼을 옷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쿨럭........쿨럭.......주........죽이세요.”
그녀가 피를 토하며 힘들게 말한다. 그녀의 눈에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수혼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를 죽여서라도 곁에 두고 싶었지만 그것도 되지 않았다.
수혼은 힘들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수혼이 다가오자 자세를 바로 잡으려하다 다리에 힘에 빠져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괜찮아~ ”
“동정하는 건가요........쿨럭........쿨럭........깨끗하게 죽이세요.”
수혼은 이 작은 여인이 너무나 불쌍해 보였다. 어쩌면 이 여인도 자신처럼 고독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자신이 겪었던 처절하도록 외로운 고독...........외로움.........이 여인도 자신과 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수혼은 들고 있던 비도를 던져 버리고 그녀 앞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가슴을 부여잡고........아직도 입가에 피가 흘려 내리고 있었다. 수혼은 그녀의 작은 얼굴을 잡았다.
‘파르르~~’ 그녀의 얼굴 근육이 떨린다. 그녀의 뺨은 수혼의 손에서 흘려 내린 피에 붉게 물들어버린다. 고개를 든 여인의 눈동자가 수혼을 바라본다.
처절하도록 슬픔을 머금고 있는 여인의 눈동자........수혼의 마음속에 파문을 일어난다. 가여운 여인.........세상을 등지고 외로움과 고독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는 여인..........수혼의 입술이 그녀에게 다가가 작은 입술을 덮는다.
여인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뜨거운 사내의 입술..........숨을 멈추고 싶다. 자꾸만 올라오는 핏물을 멈추고 싶다. 수혼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덮어버리고........벌어진 입술사이로 뜨거운 혀가 밀고 들어왔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수혼을 거부할 수 없다.
비린 피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녀의 입에 들어가 혀도 비릿한 맛이 난다. 하지만 이 순간 그런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외로움을.........그녀의 고독을 달래주고 싶었다.
수혼의 손이 작은 그녀의 몸을 감싼다. 여인은 힘없이 끌려와 수혼의 품에 안겨온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려 내린다. 숨차게 밀려오는 감격.........성적 흥분이 아니다.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수혼의 품은 한없이 포근하다. 그의 단단한 가슴에 안겨 있으니 세상을 향한 미움도 눈 녹듯 살아진다. 수혼은 그녀의 눈물이 입술에 흘려 내리자 살며시 입술을 때었다.
“바보~~~ 왜 울어.”
“저...........절 받아주시는 건가요.”
“날 박재로 만들겠다는 생각만 접는다면.”
“그........그럼 처음부터 말씀하시지.”
“당신들........자기들 보다 강한 사내에게만 시집가겠다고 했다며.”
“그..........그럼 일부러”
“당신도 그렇잖아. 만일 내가 588에 있을 때 암습했으면 죽일 수도 있었을 테데 굳이 체육관에 찾아와 대련을 한 이유가 뭐지.”
“월아 찾으려.........”
“정말........그 이유가 다야.”
“............다..........당신을 죽일 수 없었어요.”
“둘 다 바보 같다. 그치~~”
그녀는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수혼의 입술이 다시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그녀는 수혼의 넓은 가슴을 파고들며 수혼의 입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었다.
“음~~~~ 아프군.”
“당신~~~ 치료부터 해야겠어요.”
“당신은 어때. 어디 부러진데 없어.”
“치~~~ 연안한 여자를 이렇게 거칠게 다루다니........당신 나빠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단 말이 예요.”
“미안........우리 병원에 갈까?”
“병원(?) 그 바늘로 마구 찌르는데.........싫어요. 병원은 무서워요.”
수혼은 그녀들이 어려서 병원에서 생활하다시피 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녀들에게 병원은 기억하기도 싫은 공간인지 모른다.
“우리 집에 갈래.........거기 가만 상비약이 있으니 대충은 체료를 할 수 있어.”
“다...........당신 집에.............함께요.”
그녀는 고개를 숙여 버린다. 너무나 귀엽다. 수혼은 귀엽다는 말은 못하고 그녀를 안고 일어났다. 다리에 박힌 비도 때문에 불편했지만 힘들게 일어났다.
“칼........뽑아야 되지 않아요.”
“지금은 안돼.........지혈시킬 방법은 없는 걸.”
“그럼~~ 내려 주세요. 제도 걸어갈게요.”
“무겁지도 않는데............그냥 있어. 내가 안고 가고 싶어.”
“피~~~”
그녀는 수혼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수혼은 탈의실로 가서 호식에게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호식은 급하게 달려왔고.........호식의 부축을 받으며 두 사람은 수혼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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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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