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한마디: 문득 봄처녀 란 가곡이 생각나네요.
사천당가편도 다소 아쉽지만 이번화에서 마무리입니다. 좀더 매끄러운 전개를 하고 싶었지만,
황궁편이 기다리고 있는터라.
제59장 사천당가편 (아! 떨어진 사천의 별!)
묘일귀의 귀기서린 눈길이 자신의 귀산륜을 저지한 호협아를 보다간 문득 생각난듯
고개를 슬며시 끄덕였다.
호협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마요랑 심정정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딸이자 호협아에게 빠져버린
혈마교의 교중지보 폭풍척살대주 갈서희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지라...
"얼마나 귀여운지 묘노사도 한번 보면 사위 삼고 싶을 거에요! 우훗..."
한번도 보지 못했던 갈서희의 들떠서 흥분된 표정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던 기억이...
지금 눈앞에서 당대의 초 고수들을 맞아 물러섬없이 굳건하게 공세를 주고 받는 저 소년이었다.
"하아아아!!"
당연명이 서슬어린 기합성과 함께 묘일귀의 앞에서 자취를 감춘 순간 절정음마 배독심은
그 패도적인 기세에 주춤하다가 호협아 마저 다시 공세를 펼쳐 옴에 소리쳤다.
"나의 사랑스런 종자들은 게 어디갔느냐!"
동시에 한편에서 당연명을 핍박하는 도중 서풍홍마녀의 대수인 신공에 저지당하여
의외의 고전을 되풀이하던 흑음구잔의 잔당 4인의 심복은 가까스로 홍마녀의 손에서 벗어나며
당연명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그 뒤를 놓칠세라 홍마녀 레나가 붉은 홍의를 휘날리며 쌍장을 날렸다.
"대수인!"
막 발화한 홍련처럼 타오르는 쌍수의 대수인이 흑음구잔의 등판을 가격했다.
"퍼퍼퍼퍼펑!!"
"크아아아아악!!"
"컥~~!!"
주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복종으로 잔악한 음행과 악명을 날려오던 흑음구잔의 사인은
실끊어진 연처럼 힘없이 허공에서 사지를 뻗대며 지면으로 쳐박혔다.
심복들을 잠재운 홍마녀의 대수인에 눈썹을 꿈틀대면서도 내 코가 석자라...
당연명과 쌍수를 겨루던 절정음마 배독심이 ?하고 침을 뱉더니 특유의 섬전같은 경공을 발휘하더니
당연명의 몸을 피해 사천 당가주를 둘러싸고 공방전을 벌이는 절대고수들 틈으로 파고 들었다.
"어엇?"
호협아와 당연명이 다급하게 뒤쫓는 가운데 절정음마 배독심이 당연호의 정면으로 치달리며
소리쳤다.
"노영웅 당가주! 그대가 그 잘난 가문의 명예로 짓밟은 내 어미의 한이 이제 풀리리다."
절정음마 배독심의 때아닌 행동에 놀랄새도없이 호협아와 당연명은 음화보살 소추추와 청홍감록 사대광대가
무찔러 오는 터에 답답한 마음에 발을 동동구르며 쌍수를 들어 맞싸울 수밖에 없었다.
"휘잇~!!! 사부! 당가주를 부탁하오!"
호협아가 용음처럼 우렁찬 휘파람 소리와 함께 서풍홍마녀에게 신호하자,
서풍홍마녀 레나는 다소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화옥신랑 유신백과 그의 처
옥수빙백장 백빙의 뒤로 덮쳐들었다.
"당가주! 당가주! 그대의 업보를 그대가 모르겠소! 내가 바로 그대의 더러운 핏줄기임을!"
당연호는 숨가쁘게 당대를 누비는 혈마교의 절대무위를 자랑하는 혈마십혈사의 일인 혈세마안 비황과
환풍살막의 호법에 준하는 화옥신랑과 옥수빙백장마저 동시에 상대하는 일인무적의 풍모를
보였었는데...일순 그 왜소한 몸뚱이가 천년고목처럼 탁! 하고 멈췄다.
"퍼퍼퍼퍼퍼퍼펑!!!"
그와 동시에 당연호의 가슴팍과 뱃가죽을 수십번 가격하는 털복숭이 검은 팔뚝은 배독심의 쌍장이었다.
"크억~~!!!"
두팔을 허공으로 떠올린채 바닥에 나뒹구는 사천당가주의 모습에 당연명과 호협아를 비롯한
백도의 무림인들이 모두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하아....하아..."
심장의 박동이 잦아가는 가운데 사천당가주 당연호의 노쇄한 두 눈동자를 가득 메운 검은 얼굴...
당연호의 몸앞에 우뚝선 절정음마의 표정이 요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두손...
"헤헤헤헤헷...헤헤헤헤헤..."
광소를 터트리는 절정음마 배독심의 실성한 모습에 음화보살 소추추가 처음으로 눈쌀을 찌푸리며
호협아를 뒤로 물리며 배독심에게 가려했다.
"하압!"
되려 때를 맞추어 다소 밀리던 호협아의 쌍장에 검고 붉은 기운이 휘몰아치며 하나의 기운으로
뭉쳐나갔다. 흑무사신강기를 바탕으로 대수인의 절기가 펼쳐지자,
음화보살 소추추의 앞으로 호보살의 청광대가 쌍조를 교차시키며 막아냈다.
"펑!!"
"!!!"
양팔의 강조가 송두리채 바스라진 청광대는 그것도 모자라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럼에도 신음소리는 커녕 양입꼬리를 좌우로 말아올리는 청광대...
"아버님!"
그와 동시에 안광에 녹황색 빛깔로 완전한 독기를 뿜어내는 사천의 독룡이 허공답보의 술수로
비행하며 절정음마 배독심의 머리위로 날아올라 정수리를 둘로 쪼개갔다.
"머...멈추어라..."
할딱할딱 가느다란 생명으로 꺼져가는 촛불같은 당연호의 나지막하나 강한 어조에 당연명의 쌍수가
거짓말처럼 배독심의 머리위에 얹어진채 멈추었다. 그 커다란 쌍장에 둘러싸인 절정음마의 머리는
독황강기가 조금이라도 펼쳐지면 금세 박살날 것임에 틀림없었는데...
"쿨럭...그는...네 사촌이 되느니라..."
당연호의 눈빛이 순간 번뜩이며 회광반조의 기미를 띄었다.
"헤헤..헤헤..헤헤..."
절정음마 배독심의 두 눈에는 지금껏 음마로서 추잡하게 저질러온 만행에 어울리지 않는
뜨거운 눈물이 후두두둑...후두두둑...하고 마른하늘 장대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헤..헤...흐흐흐흐...헤헤..흐흐흐흐..."
당연명의 쌍수에 핏줄기가 도드라지며 힘이 주어지자 배독심의 머릿가죽을 파고드는 강철같은
쌍장...
그 고통에도 배독심의 시선은 자신의 몸 앞에 쓰러져 죽어가는 노인을 향해 있었다.
"...왜....왜 버렸소...이제 말해보오...헤헤헤헤..."
"...연청은 잘 있는가..."
"헤헤...헤헤...죽었소. 반년전..내 어미인줄 모르고 범하고 죽여버렸오."
"!!! ....쿱..."
사천의 별이었던 당연호의 두눈이 흡떠지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배독심의 퀭한 눈동자를
마주보며 빛나다가 삽시간에 먹구름이 자리하며 그대로 빛을 잃어갔다.
"갈!"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며 사자후를 터트린 당연명이 두팔로 배독심의 양어깨를 잡아 힘주자
퍼퍽!! 부드득 하고 어깨뼈가 터져나가고 동시에 등어림을 타고 허리를 비트는 쌍장에
수수깡처럼 바스라지는 골격... 그리고 양무릅의 견골마져 부숴버리는 잔혹한 복수행위.
"크악..."
전신골격이 이탈되고 바스러지는 상상을 초월한 고통과 충격에 혀를 빼물며 쓰러진 배독심은
의식을 잃어버렸다.
"아버님의 마지막 한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고통속에서 속죄하거라."
동시에 합장하며 명복을 비는 당연명의 등뒤로는 지금껏 목숨을 내놓고 혼전을 벌이던 군웅들이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모두 싸움을 멈추고 있었다.
당가주의 세수식날에 벌어진 참극의 끝...
"이로서 사천의 별은 떨어졌구나..."
다소 허무한듯 조금전까지도 비황의 절기 비황혈무검을 격파하던 노영웅의 주검을 멀리서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혈세마안 비황의 곁으로 천강시 묘일귀가 사삿! 하고 나타나 말했다.
"비황, 이미 당가주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게 되었소. 게다가...이 이상 관여하지 않아도
당가주의 목숨을 거둔 것은 저 서역의 검둥이가 아니오. 우린 이쯤에서..."
환풍살막의 옥수빙백장 백빙도 부군인 화옥신랑을 채근하고 있었다.
"저 사천의 독룡도 우리가 당가주를 죽인 것은 아니니 크게 반발하지 못할거에요.
어차피 어부지리는 거둔 셈이니 막주께서도 기뻐하시겠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혈마교와 환풍살막의 무리들을 지켜보던 백도무림의 영웅들은 탈력하여 쓰러지거나
죽어 쓰러진 무인들의 주검을 살피고...병신이 된 사람들의 사후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백도무림의 실전경험이 부족했던 젊은 후지기수의 기재들의 반수 이상이 죽음을 당하고 중상을 입은
처절한 싸움이었고...만약 시간이 더 흘렀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사파의 무지막지한 위세에 당가의 식솔들은 50인에 이르는 사상자가 나왔고,
헤치운 혈강시는 단시 셋에 불과했다.
........
당연명의 세수식은 금세 장례식으로 변해 버렸고...
노영웅의 은퇴를 맞이해 다소 성대하게 벌어질 예정이었던 식후의 연회는 장례를 위한 준비로 탈바꿈하였다.
"...금성회로서도 명목이 없구려."
대정협객 용비가 혈강시를 맞아 생긴 뺨의 상처에 붕대를 감은 다소 흉한 모습으로 서풍홍마녀
레나의 곁에서 포권하며 말했다.
"...이래서야 발걸음을 옮길 수도 없고요."
서풍홍마녀 레나도 반나절 전만해도 달관한 듯한 미소를 짓던 노영웅의 노안을 떠올리며 후...하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장례식의 준비를 하는 가운데 음화보살 소추추가 우두커니 절정음마 배독심의 사체에 가까운
몸뚱이를 안아들고 한걸음 한걸음 당가의 정문쪽으로 나아가고 그 뒤를 청홍감록 사대광대가
특유의 모습으로 광기어린 미소를 띄운채 따라갔다.
"어이하여 이리도 극락왕생의 길을 재촉했는가. 독심. 그대는 정말로 바보라네."
희대의 음마임에도 자신을 낳은 생모임을 모른채 겁탈하여 죽인후 정신착란 증세를 보여온
배독심과 은은히 친유로서의 정을 쌓아온 음화보살 소추추는 배독심의 최후에 비애와 비통으로
일그러진 가면같은 얼굴로 당가를 떠나갔다.
"관세음보살...나무 관세음 보살...."
.......
장례가 끝난 후에도 노화자 남여초와 곤륜의 도사 신행백 운당은 비통해 통곡하며 사흘간을
머물렀다.
사천의 독룡 당연명은 당연히 당가주의 자리에 올랐으나, 자신의 처소에 칩거하여
그 당당하던 모습을 볼수 없게 되었는데...
"...누이를 부탁하네. 이 말밖에는...달리 할말이 없으이."
호협아를 향해 그 한마디를 남긴채 당연명은 당가 내에서도 은밀한 처소로 몸을 가렸다.
"강호의 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지만...이로서 백도무림도 자신들만이 안식처에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거에요."
서풍홍마녀의 말에 신비객철룡이 역시 한쪽 손가락이 잘려나간 바람에 휘어감은 오른손을
쓰다듬으며 나직히 응답했다.
"백도 무림뿐 아니라, 금성회에서도 자각하여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아니되오."
대정협객 용비와 신비객 철룡...그리고 서풍홍마녀 레나는 호협아만을 남긴채 먼저
금성회로 떠났다.
독서시 당령과의 사연도 있고하여 호협아와 령령만이 사천당가에 잠시 머물렀다.
몇날 몇일을 눈물로 지새웠는가...
당령은 밤하늘에 고요히 떠있는 둥근달의 모습을 보며 합장하며 다시금 어깨를 떨었다.
당령의 고운 옥용은 파리하게 수척한 모습이 보기에도 안스러워 호협아는 가만히
상을 치룬 당령의 어깨를 안으며 속삭였다.
"당부인..."
당령은 이제 의지할 것이라곤 호협아뿐이라는 절박한 심정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녀의 30을 넘긴 나이에도 소년 호협아를 부군으로 모신 터라 정신적인 기둥은
역시 호협아뿐이었으니...또 다른 든든한 벽이 되어 주었던 당연호와 당연명이 더이상
그녀를 돌봐주지 않음이 더욱 불안하고 겁이 났는지도 몰랐다.
무술을 익혔다 하나 사람의 정이 그립고 더군다나 어둡고 괴로운 과거가 그녀를 더욱 나약하게
만든 탓이리라...
호협아의 품을 파고드는 절세 미녀의 가냘픈 몸이 파르르 떨며 계속해서 품속안으로
안겨들자, 호협아는 두팔로 굳건하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주며 말했다.
"내가 그대를 지켜주리다."
"나으리..."
가슴팍을 적셔오는 미녀의 눈물이 왈칵하고 뜨거운 가슴에 불을 지르듯...
호협아의 두팔이 더더욱 힘차게 버들허리가 부러지도록 끌어안았다.
그런 두 사람을 뒤에서 지켜보는 령령은 두손을 가슴에 모으며 기도했다.
령령이 손을 뻗어 백영의 몸을 덮은 모포를 다시금 여며주며 호협아와 당령의 포옹을
다소 서글픈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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