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41부
수혼이 체력을 회복하고 눈을 뜨자 노인도 준비운동을 마치고 수혼을 바라본다. 60순이 넘은 노인은 자애로운 눈동자로 수혼을 바라본다. 그 흔한 살기한점 풍기지 않고 사부가 제자를 대하듯 여유로운 자세로 수혼을 바라본다. 노인의 자세는 허허로고 빈틈이 많아 보이지만 수혼은 노인을 덮치지 못하고 있었다.
노인 또한 수혼의 늘어진 팔과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수혼의 자세의 보지만, 노인 또한 성내거나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수혼과 대치했다.
“자네가 무술을 시행하는 걸을 보니 상대에 따라 힘과 기술을 조절하는 능력까지 있는 것 같군. 자네가 가진 밑천을 보기에는 우리들 실력이 부족한 모양이야.”
“방금 것은 저도 전력을 다한 공격 이였습니다. 이제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부분은 무기를 사용하는 무술과 다른 한 가지 무예밖에 없습니다.”
“하하하~ 자네가 무기까지 들며 상대할 만한 적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소문에 한번 무기를 든 적이 있다고 하던데”
“그때 상황이 위급했고, 또 상대방도 만만치 않아 한수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그 전설의 사나이는 검도(劍刀)를 사용했어. 완전한 검도가 아니라 반토막차리 검도를 사용했는데 그의 검도가 바람을 가르면 수많은 사람들이 썩은 짚단처럼 날아갔다는 전설이 있어. 내가 평생 많은 고수와 손을 섞여 봤지만 그 사내와의 대결이 가장 기억에 남아.......자네를 보니 새삼스럽게 그 사내가 생각나는 군.”
“좀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음양도는 일인전승 무예로 한번도 밖으로 유출된 적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노인께서 말씀하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만나보고 싶군요.”
“글쎄~ 나도 딱 한번 만난 사람이라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군. 사설이 길 군~ 자 덤벼보게”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수혼의 발이 움직이며 일자보로 노인에게 솟아지듯 달려간다. 노인은 전광석화처럼 달려오는 수혼을 향해 한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 그었다. 느리고 간단한 동작에 달려가던 수혼의 균형이 흐트러지며 비틀거린다. 노인의 간단한 동작은 수혼이 접근하는 공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흐트러진 수혼의 팔목을 독수리처럼 날아 체서 관절을 꺾어버리며 밑으로 누른다. 수혼의 다른 손이 은은하게 광음을 내며 노인의 허벅지를 향해 날아가고 노인은 발을 살짝 이동해 수혼의 공격을 피한 다음 밑으로 내려간 수혼의 어깨를 향해 다리를 내지른다.
수혼은 자신의 공격을 너무나 쉽게 피해 버리는 노인에게 놀라며, 바닥을 구르며 노인의 다리를 피하고 노인의 다리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가자 재 자리에서 솟구치며 양다리가 노인의 얼굴과 가슴을 향해 내지른다.
노인은 수혼이 자신에게 잡힌 팔을 풀어버리고 공격하자 수혼의 날아오른 발을 가볍게 쳐내고 수혼의 다리를 잡아 공중으로 던져 버린다. 수혼은 노인이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가볍게 던져버리자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음양수를 노인에게 날린다. 수혼의 착지 지점을 확인하고 떨어지는 수혼을 공격하려던 노인은 공중에서 화려한 꽃잎 같은 수혼의 음양수가 터지자 일일이 맞서지 않고, 정확하게 하나의 손 그림자만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펑~~~”
“음~~~”
짧은 광음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좌우로 갈리고 상대방을 노려본다. 노인은 자신을 팔목을 잡아 약간씩 움직여 보고 있고, 수혼 또한 자신의 팔을 바라보니 어깨부근 도복이 찢어지고 굳힌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노인의 주먹을 피했지만 모두 피하지 못하고 어깨를 쓰치고 지나갔다.
“산을 내려와서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도 될 만 한분을 만났군요. 이게 진전한 전통유술인가요. 대단하네요.”
“허허허허~ 이보게 난 40년을 넘게 유술과 태껸을 수련한 사람이야........그리고 그 사내와 대결에서 처참하게 패하고 나서 절치무심, 그 무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사람이야. 자네가 엄마 배속에서부터 무술을 수련했다고 쳐도 나보다 수련기간이 짧아~........근대도 이 모양이니~~ 자 이번에는 내가 공격해 보겠네.”
노인은 산책하듯 천천히 수혼에게 다가오더니 어느 순간 노인의 몸이 빗살처럼 솟아지고 몸이 공중에서 한바퀴 회전하며 양 다리가 수혼을 향해 날아왔다. 수혼은 칠성밟기로 노인의 공격을 피하는데, 노인의 다리는 공중에서 각도를 바꿔 수혼의 움직이는 방향을 향해 날아왔다. 노인은 수혼의 칠성밟기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는 듯 했다. 철성밟기는 음양오행의 이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단 7개의 걸음 속에 태극과 오행의 변화를 담아낸 심오한 무공인데 노인이 너무나 쉽게 그걸 간파할 줄이야. 수혼은 노인의 다리를 피하지 못하고 팔에 힘을 집중하고 음양권의 붕권(崩拳)을 최대한 끌어올려 노인의 다리를 맞받아 쳤다.
“꽝~~~ 쿵......쿵.....쿵....”
노인의 다리를 공격한 붕권의 힘은 봄빛에 눈 녹듯 기세가 흩어져 버리고 수혼의 팔을 지나져 가슴을 가격해 버리고 말았다. 수혼의 몸이 둔탁하게 뒤로 밀려나며 체육관 바닥에 깊은 발자국을 남기고, 수혼이 밟고 지나간 자리는 바닥에 깐 매트리스가 터져나가면 깊은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한번의 공격을 행한 노인은 착지한 다음 재차 공격하지 않고, 수혼을 바라본다.
“접(椄)인가? 몸에 전달된 힘을 모두 바닥으로 흘려 보내버리는 군. 몸을 타격해도 솜뭉치를 때린 것처럼 느낌이 없단 말이지. 어린나이에 그 정도의 깊이라~ 허허허허~”
수혼은 자기 가슴을 한번 털어버린다. 노인의 발자국이 가슴에 선명하게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대련에서 사부에게 맞아보고........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맞아보는 군요. 그냥 몸으로 막았으면 갈비뼈 몇 개는 아작 나겠군요.”
“자네 사부를 보고 싶군. 자네 같은 초절정 고수를 키워 내다니 대단한 분이야~. 다시 받아보게 이번 공격은 쉽지 않을 거야.”
노인이 주먹이 반쯤 말아 쥐고 수혼에게 빠르게 접근하더니 배, 가슴, 목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데 주먹이 다가오기도 전에 주먹주위에 공기가 휘몰아지며 은은한 광음을 낸다. 수혼의 붕권이 힘을 바탕으로 발경(發勁)의 명경(明勁-먼 거리의 적을 상대로 기를 발출하는 방법) 이용한 공격이라면 노인의 주먹은 발경(發勁) 중에서 촌경(寸徑-가까운 상대에게 기를 발출하고 위력은 명경과 동일하다)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수혼은 이를 악물고 금나수로 노인의 팔을 잡으며 접(椄)으로 힘을 중화하고 해도 손목을 감은 도복에 터져 나간다. 노인의 곡지혈(팔굽에 있는 마혈)제압하고 노인의 힘을 이용해 공중으로 던져 올리고, 수혼도 함께 도약하며 화려한 음양각이 터져 나온다.
노인은 공중에서 수혼의 발그림자 중 하나을 공격하는데........나머지 발그림자가 노인의 가슴과 어깨와 가슴을 연속적으로 타격하고, 노인은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밑으로 떨어져 내린다.
수혼의 음양각은 공중에서 변화하며 노인을 향해 떨어지는데 음약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맹한 힘이 느껴진다. 바닥에 떨어진 노인은 수혼의 다리를 피해 바닥을 구른다.
“쿵~~~~~”
체육과 전체가 천둥이 친 듯 울리고, 수혼의 다리에 체육관 바닥이 터져 나가며 발이 체육관 바닥에 박혀 있었다. 노인은 아슬아슬하게 수혼을 공격을 피하고 5보 밖에서 몸을 일으킨다.
“허상이 아니로군. 분(分)이란 기술인가........검도법도 아니고 각법으로 분(分)을 실천할 수 있는 고수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군. 그리고 마지막 기술은 뭐가~ 처음 보는 기술이군.”
“음양군림보~ 산을 내려오면서 원예도나 국선도 후예에게나 써먹을 줄 알았더니..........대단한 분이네요.”
“허허허허~ 볼수록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군. 아직 새파란 젊은이의 깊이가 이 정도일 줄이야...........청출어람이라...........자네 팔은 괜찮은 건가. 발경을 금나수를 제압하다니 무식하다고 해야 하나~”
“부러질 정도는 아닙니다. 노인의 몸놀림이 하도 빨라서 단순무식한 공격이 아니면 제압할 수 없을 것 같더군요. 당신의 몸은 괜찮은 거죠. 타격할 때 느낌이 없었어요.”
“자네만 접을 사용하는 줄 아는 게 아니야. 다만 늙어서 그런지 기력이 딸려~~ 더 이상 못하겠네.”
“무슨 말씀이죠. 이제야 몸이 풀리는 것 같은데........”
“허허허허~ 젊다는 건 좋은 거야............내가졌네. 싸워봐야 자네를 이길 자신이 없고 제자들도 보는데 험한 꼴 당하지 않으려면 이쯤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편이 낮겠어!~”
“이제야 음양군림보를 쓸만한 상대를 만나서........즐거워지려는데 그만 두시겠다니 무슨 말씀이죠.”
“아주 죽이려고 드는군. 자네의 그 무시무시한 음양군림보가에 맞으면 초상날 것 같아 그만 두겠네..................전설의 사나이 보다 자네가 더 강한 것 같아. 이 대결은 무조건 내가졌어. 오랜만에 힘을 써서.........아구구~~ 삭신이야.”
“그럼 이제 한 가지만 남은 건가요.”
“맞아~ 이제 588에 들어가 고양이처럼 숨어있는 두 년만 잡아와~ 그럼 어둠의 천사는 자네에게 투항하겠네.”
“제가 듣기로 2명의 고수는 여자들이고 당신의 딸이라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허허허~ 민지년이 말한 모양이네.......그년이 자네가 마음에 들었나 보군.......맞아 내 딸들이야~.........이것도 일종의 테스트니 자세한 정보는 줄 수 없고..........한 가지만 말해주지. 정식으로 대결하면 그년들이 자네 상대가 될 수 없지. 하지만 그년들은 암수에 능해~ 특히 상대에게 기습하여 목을 따버리는 기술은.........일본에 있다는 닌자 수준이야. 588들어가면 뒷덜미 조심하게.......하하하~ 우린 멀리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네.”
“저기 청량리는 어떻게 되는 거죠?...........그리고 제압하는 것도 아니고 잡아오라는 말씀은 무슨 말씀인지............”
“이 시간부로 우린 청량리에서 모두 물려나겠네. 청량리는 자네 뜻대로 하게..........우린 자네가 588을 점령하고 그년들을 끌어냈다는 소식이 들리면 다시 찾아오겠네..........그리고 잡아오라는 뜻은........”
노인은 수혼에게 다가와 어깨를 살짝 잡았다. 수혼은 노인의 행동에 적대감이 없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노인의 입이 수혼의 귀 가까이 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년들 성질 더럽거든..........내 딸들이지만 나도 그년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려..........588을 점령하고. 그년들을 588밖으로 끌어내는 게 자네가 수행해야 할 미션이야. 밧줄로 묶어서 끌고 오든 강간을 해서 끌고 오던 자네가 알아서 할일이지.”
수혼은 노인의 말이 황당하여 놀란 눈으로 노인을 보았다. 자기 딸을 강간(?)해서라도 끌고 오라니.......
노인은 미소까지 띠며 다시 수혼의 귀에 속삭인다.
“자네 아직 총각이지.........그년들 생각보다 예뻐. 내 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사실이라고.........고집들이 황소고집이라 강간이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그곳에서 나오지 않을 년들이야..............잘 해 보라고.”
노인은 웃으며 수혼을 두고 체육관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수혼은 노인의 마지막말이 하도 황당해서 멍하니 있었다.
“사부님까지 패하다니.........우리들이 섬길만한 주인을 만난건가?..........하하하~ 사부님 말씀처럼 588들어가면 향상 뒤를 조심하게나........사제들이 장난이 아니라서 말이야~~ 자네 소식을 기다리겠네.........우리도 가지”
나머지 어둠의 천사들도 노인을 따라 체육관을 나갔다. 그들이 살아지고 폭탄을 맞은 것처럼 황패해진 체육관의 풍경 속에 수혼이 고민하는 얼굴로 서 있었다.
“툭~~”
수혼은 누군가 어깨를 치고서야 정신을 차린다. 호식일행이 수혼을 둘려 싸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 속에 승리에 대한 환희가 담겨 있었다.
“무슨 생각해~ 우리가 이겼잖아. 드디어 청량리를 접수했다고........천랑은 기쁘지 않아.”
“어~ 그래~.......아니야............588도 접수해야지. 그래야 전정 승리라고 할 수 있지.”
“하긴..........근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 무슨 고민 있어.”
“응~ 노인의 마지막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말이야~~”
“귀속 말로 중얼거리던 데 ........노인이 무슨 말을 한거야.”
“음~ 나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하여튼 우리가 청량리 업소들을 모두 접수한 건 사실이니까? 네가 청량리 좀 다녀와~”
“가서(?)~~”
“그들에게 제시하는 조건은 똑같아. 네가 업소들을 조사해 보고, 아이들에게 각자 적당한 업소를 분배 해죠. 그리고 부탁인데 말이야 주인들말 잘 듣고........말썽피우지 않도록 철저하게 아이들 교육시켜..........알았지.”
“알았어.........천랑은 뭐하려고”
“난 좀 쉬어야겠어. 노인 실력이 장난이 아니야. 아무래도 팔 근육이 손상된 것 같아.......일단 집에 가서 쉬다가 588을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 좀 하자.”
“그래 쉬어~ 혼자만 고생했는데..........애들아 천랑 가신다.”
“와~~아~~”
수혼은 아이들의 함성을 뒤로 하고 탈의실로 들어가 도복을 벗었다. 도복은 걸레가 되어 있었다. 팔목은 찢어져 나풀거린다. 옷을 벗자 수혼의 가슴에 발바닥자국도 선명하게 파란 멍이 들었고, 팔도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없지만 근육과 힘줄이 놀라 움직이기도 불편했다.
만일 노인과 끝까지 갔다면 누가 승리할지 모르는 상황 이였다.
수혼이 옷을 갈아입고 체육관으로 나오자 호식 일행이 추후 일정을 논의하고 있었다.
“호식아~ 망가진 체육관 좀 수리해라. 이거 전쟁 난 것도 아니고 말이야.”
“하하하~ 알았어. 걱정 말고 집에 가~”
수혼은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서 어름을 빼서 욕탕에 풀었다. 물을 차갑게 하고 욕탕으로 들어가니 온몸 짜릿해지며 근육들이 긴장한다. 수혼은 욕탕에 가부좌를 트고 앉아 심호흡을 하며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몸을 풀었다.
수혼은 오랜만에 혼자서 식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제 개강날짜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영은의 일과, 천랑파 일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했다. 일단 머릿속에 있던 고민들은 떨어버리기로 했다. 영은이 죽음에 대해서는 의심 가는 놈이 있긴 하지만 물증도 없고 행방도 묘연하다. 지금 자신이 고민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또 한 가지 문제인 청량리 588에 대한 문제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무턱대고 달려들다 일이 잘못 되면 큰일이다. 수혼은 일단 체력을 회복하고 밀린 공부를 하기로 하고, 이틀 동안 집안에서 두문불출 했다.
가끔 호식에게 청량리에 대한 보고가 들어왔다. 천랑파가 나머지 업소를 인수하고 아이들에게 각자 업소를 배정했다는 보고다.
그리고 지나가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연락이 왔지만 수혼이 다음에 보고자 거절해 버렸다.
개강을 맞은 학교에 도착하여 새로운 학기에 수강할 과목을 신청하고 교내를 산책하고 있었다. 녹음이 우거진 교내를 산책하다 수혼은 문득 지나가 생각났다. 아직은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지나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지나 학교도 오늘 개강했을 것이다. 수혼은 문득 지나를 찾아가기로 마음먹고 막 길을 나서려는데 자동차 한대가 수혼의 곁에 멈추고 경적을 울린다. 조수석 창문이 내려오며 오정숙 교수의 얼굴이 보였다.
“수혼학생.......오랜 만이네. 머리를 자라서 못 알아 볼 뻔 했어.”
수혼도 반가운 마음에 정숙에게 인사를 한다. 저번 우연히 학교에 왔다가 관계를 갖고 이제는 누나, 동생을 하기로 한 정숙이다.
“안녕하세요.”
“집에 가는 거야. 개강 첫날 이라 수업이 없는 모양이지.”
“예~ 수강신청만 하고, 누구 좀 만나러 가요.”
“음~ 애인이라는 영은씨 만나려 가는 거야. 호호호........고민하더니 잘 해결 된 모양이지.”
정숙이 영은이에 대한 말을 꺼내자 수혼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정숙은 수혼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자신이 말을 잘못해나 싶어.........자동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렸다.
“무슨 일 있는 거야.”
“다음에 조용할 때 말씀드리죠. 하하하~ 국제법(2) 다시 수강신청 했으니 강의실에 다시 뵙겠군요.”
수혼이 억지로 웃음 짖자 정숙도 더 묻지 못하고 걱정스런 얼굴로 수혼의 손을 잡았다.
“말하기 싫어~~, 그럼 다음에 교수연구실로 찾아와 꼭이야~ 알았지.”
“예~ 꼭 찾아가겠습니다.”
수혼은 정숙에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교문 쪽으로 걸어가는데 수혼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2학년 선배인 허영기다. 수지의 애인 이였다가 수지에게 채인 남자.......그는 멀어지는 수혼을 원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보자.........”
낮게 깔린 영기의 중얼거림이 들린다.
수혼은 삼화대학 정문에서 망설였다. 삼화대학은 요즘 들어서 남자학생도 받지만 얼만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만 입학할 수 있는 대학 이였다. 지금도 남학생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이 여학생들이다. 수혼은 망설이다. 교문을 들어선다.
길 가던 남학생에게 법대 건물 위치를 물어보고, 법대로 향했다.
법대 건물 앞에서 핸드폰으로 지나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수혼씨야~ 아하~~~~~ 내일은 서쪽에서 해가 트겠네. 무슨 일이야.”
“어디야~”
“학교지~ 오늘 개강했잖아.”
“법대 건물에 있는 거야.”
“응~ 아직 수강신청 중이야.”
“잠깐 건물 밖으로 나올래. 건물 앞에 돌 의자 있지. 거기로 잠깐 나와”
“어~ 수혼씨가 우리 학교 찾아 온 거야. 잠깐만~ 어 정말이네..........잠깐만 기다려~”
지나는 창문을 통해 보았는지 수혼을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수혼은 의자에 앉아 지나를 기다렸다. 잠시 후 지나가 뛰어오는데 평소 보았던 모습이 아니다. 긴 생머리는 한번에 묶어서 등 뒤로 넘기고, 청바지에 반팔 면 티를 입고 있었다. 향상 미니스커트에 졸 티만 입던 지나 모습만 보았던 수혼은 지금의 지나 모습이 새롭다. 지나는 뛰어왔는지 수혼 앞에서 헉헉거린다.
“뛰어 왔어. 뭐하려 뛰어와~~”
“헉.........헉.........너무 놀라서~~”
수혼은 지나의 어깨를 감싸 자기 옆에 앉도록 했다.
“카악~~ 지나야 누구야. 애인이야~”
건물 위층 창문에 여자들이 고개를 내밀고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년들이~~ 수혼씨 가자~ 저년들 내려오기 전에 도망치자고”
“왜~ ”
“동물원 원숭이 되기 싫으면 빨리 가자고. 저 진득이 같은 년들한테 잡히면 곤란해진다고.”
지나는 수혼을 팔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지나는 법대 건물이 멀어지고 나서야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 있어. 수혼씨가 학교로 다 찾아오고........”
“보고 싶어서 왔어. 근데...........청바지에 면 티...........화장도 안했네.”
“왜~ 이상해. 연락이나 하고 찾아오지..........아이 창피해.”
지나는 부끄러운지 수혼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버린다. 수혼은 수줍어하는 지나가 귀엽게 보인다. 이런 모습 처음 본다.
“예쁜데.........평소에 청바지만 입고 다닌다고 하더니 정말이네.”
“누가 그래~”
“저번에 지선이가 한말 들었어. 나 만날 때만 야한 옷 입는 거야.”
“뭐~ 왜 물어봐~..........정말 보고 싶어서 온 거야.”
“당근이지~....... 수강 신청은 끝났어. 학교에 볼일 없음 나가자.......내가 밥 산다.”
“정말~ ”
“지나 카드가 나한테 있는데 뭐들 못살까? 말만 하라고”
“난 또~............그럼 그렇지~~ 그래도 기분은 좋다............수혼씨 먼저 내래가 난 두고 온 가방 좀 챙겨올게”
“그럼 전화해~”
수혼과 지나는 학교 근처 식당으로 갔다. 학생들이 자주 같은 분식집으로 값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게 주는 곳이다.
“지나가 이런 곳도 알아.”
“맛있어. 양도 푸짐하고........수혼씨 떡볶이 좋아해. 이집 떡볶이 맛있어.”
“하하하~ 이거 큰일인대.........할 수 없이 내 돈으로 계산해야 되겠네. 여기 카드 안 돼지.”
“얼마 안 해~ 내 참~ 기가 막혀서........아줌마 떡볶이 2인분하고.........만두 한 접시 주세요.”
아줌마가 떡볶이와 만두를 푸짐하게 내오자 지나는 맛이게 먹는다. 입술에 빨간 양념을 묵혀가며 맛있게 먹는 지나를 수혼은 바라보고만 있었다.
“왜 안 먹어. 수혼씨 떡볶이 싫어해.”
“아냐~ 먹는 모습이 예뻐서.”
“자꾸 놀리지 마~ 화장도 안 해서 창피한데 놀리고 있어.”
“진심이야~ 지금까지 본 여자 중에서 지나가 제일 예뻐.”
“치~ 정말이야...........수혼씨 내게 바라는 거 있어. 오늘 너무 띄우니까 겁나는데”
“하하~ 먹기나 하자................음 맛있다.”
“그치~ 맛있지.”
수혼은 분식을 맛있게 먹는 지나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향상 비싼 것만 찾고 고급으로만 추구하는 허영심 덩어리 줄 알았더니 이런 면도 있을 줄이야. 한번도 지나를 여자로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 지나을 보고 있자니 사랑스런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지나의 모습, 떨떨하고 순진한 구석이 있는 지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진다.
수혼은 지나에게 카드를 돌려주고 헤어졌다. 지나가 놀다 들어가자는 것을 거절하느라 등줄기에 땀을 흐를 정도였다. 수혼은 지나와 같이 있으면 아무래도 실수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에 지나와 일찍 헤어지기로 한 것이다.
집에 돌아온 수혼은 청량리 일에 대해서 고민했다. 노인이 했던 마지막 말의 뜻은 무엇일까? 자기 친딸을 강간해서라도 밖으로 끌어내라~~~ 부녀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친딸을 강간해 달라는 부탁을 하다니~~ 아무래 생각해 보아도 노인의 부탁이 그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개강 다음날부터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 강의는 간단한 과목소개와 교재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일찍 끝났다. 수혼은 수업이 끝나고 오정숙 교수 연구실로 찾아갔다.
수혼이 문을 노크하고 들어가자 정숙이 책상에 앉아 있다 반갑게 맞이한다.
정숙은 수혼을 소파에 앉게 하고 자신도 소파에 앉았다.
“왔어. 어제는 누구 만난거야.”
“조카 만났어요. 교수님도 수업 끝났어요.”
“응~ 진도는 다음시간부터 나가니까? 일찍 끝내고 왔지..........머리 자른 모습도 보기 좋은데.........더 남자다워진 것 같아.”
“그래요. 전 좀 어색해요. 참~ 남편 분하고는 요즘 잘 지내시죠.”
“그 인간 똑같아. 일주일에 한번 들어올까 말까해. 들어올 때 마다 가식적인 웃음, 마음에도 없는 선물을 가지고 오지. 자식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하~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참 저번에 영은씨 이야기 하니까 표정이 어두워지던데.........무슨 일 있어.”
“죽었어요.”
“뭐~.............사고라도 난거야.”
“자살했어요.”
정숙은 수혼의 말이 믿어지지 않아 수혼의 얼굴을 살핀다. 수혼의 표정은 어두웠다. 수혼이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긴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했다는 거짓말을 하겠는가? 정숙은 수혼에게 다가와 수혼을 안아주었다. 고독하고 외로운 남자..........향상 우수에 젖어 있던 수혼이다. 첫사랑에 대한 아픔을 가슴에 품고 아파하던 모습........새로운 여인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던 수혼의 모습.........이제 막 사랑하기 시작한 그녀까지 떠났다. 이 외롭고 고독한 어린남자에게 하늘은 얼마나 더 큰 시련을 주려하는지.
수혼은 정숙의 따뜻한 가슴에 안겨 있었다. 포근한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다. 아무에게도 자신의 슬픔을 드려내지 않던 수혼이 눈물이 흘려 내린다. 정숙은 가늘게 흔들리는 수혼의 어깨를 감싸주고 자신도 안경을 벗어 흘려 내린 눈물을 닦는다.
“수혼아~........그렇게 불려도 되지. 우리 누나 동생하기로 했잖아........어떠하니 가여운 우리 수혼이.”
수혼은 정숙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 수혼의 기억 속에 어머니라는 존재는 없다. 어머니의 얼굴도,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준 사람은 사부밖에 없었다. 그 사부마저 떠나간 지금....... 자신을 감싸주는 정숙의 품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자꾸만 자신의 품을 파고드는 수혼을 정숙은 포근히 감싸준다.
시간이 흐르고 수혼이 진정되는지 정숙의 품에서 일어났다. 정숙의 흰색 블라우스에 수혼의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죄송해요.”
정숙은 수혼의 머리를 쓸어주며 자애로운 눈빛으로 수혼을 바라보았다.
“마음 아프겠구나. 그동안 혼자서 힘들었겠다. 왜 찾아오지 그렀어.”
“다른 일 때문에 정신없었어요.”
“왜 자살했어.”
“강간당하고........정신적인 충격 때문인 것 같아요.”
“나쁜 놈들...........범인은 잡았어.”
“아직 이요. 찾았으면 제 손에 죽었죠.”
“안돼~ 법에 의해 심판받게 해야지........그런 녀석들 때문에 수혼이 인생까지 망치면 어쩌려고.........범인을 알아내도 경찰에 신고해야 돼~ 약속해.”
“지금은 모르겠어요. 일단 범인부터 찾아야죠.........참~ 누님이나 저나 즐거운 일이 없군요.”
수혼이 진정되자 정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식사 전이지..........우리 밥 먹으러 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그래요........기분도 꿀꿀하데 좋습니다.”
“오랜만에 야외로 나갈까? 동생도 학교에 볼일 없지. 나도 수업 없어.”
“없어요.”
수혼은 정숙의 차에 올라 야외로 달리고 있었다. 올림픽 대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자동차에서 수혼은 창문을 열고 신원한 공기를 호흡했다.
“동생은 운전면허 없어.”
“예········그러고 보니까 죄송하네요. 제가 운전해야 하는데”
“요즘 운전면허 없는 사람도 있네. 시간되면 취득해.........그래야 나도 동생이 운전하는 차타고 편안하게 가 보지.”
“하하하~ 알았어요. 취득하면 제일먼저 누님 모실게요.”
“어머머~ 싫다. 목숨 걸고 타일 있어. 좀 익숙해지면 탈거야.”
“하하하~~~~”
차는 시원하게 올림픽 대로를 달려, 팔당대교를 지나 춘천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밥 한 끼 먹는데 어디까지 가세요.”
“왜~ 상쾌하지 않아. 마음이 답답할 때는 야외로 드라이브하는 것도 기분전환에 좋아. 안 그래”
“너무 멀리가지 마세요. 운전하는데 힘드신데..........”
“걱정해 주는 거야..........호호호 기분 좋네. 다 왔어. 저기로 들어가자.”
차는 강가에 있는 오두막같이 아담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란 주차장에 차는 없었다.
음식점으로 들어가자 창밖으로 강물이 보이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조용한 분위기이다.
“가끔 오는 곳인데.........서울에서 멀지도 않고, 음식 맛도 괜찮은 편이야. 여기 스테이크 맛이게 하는데........수혼도 한번 먹어봐~”
“제가 뭘 알아요. 누님이 알아서 시켜주세요.”
“그럼 스테이크하고........간단하게 와인한잔 하자.”
“운전하는데 괜찮아요.”
“산책하다 가면 깨겠지.”
웨이터에게 스테이크와 와인을 주문하고 잠시 창밖 풍경을 감사하고 있으니 음식이 나온다.
수혼은 양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정숙 말대로 입에 들어가니 은은한 향과 더불어 고기가 연한 것이 씹히는 맛 또한 일품이다. 와인을 한잔씩 하며 이러저런 이야기를 했다. 둘 다 의식적으로 슬픔 이야기는 하지 않고, 맑고 명랑한 이야기만 했다.
정숙은 기분이 좋은지 와인 한 병을 다 마셔버린다. 수혼이 한잔 먹고 안 먹었으니 혼자서 한 병을 다 마신 샘이라 정숙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났다.
수혼은 붉어진 정숙이 아름답게 보였다. 35살의 농익은 여체에서 풍기는 육향과 더불어 은은한 향수 냄새가 좋았다. 정숙은 학교에 정장차림으로 다닌다. 지금도 연한 갈색치마에 꽃무늬 화사한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음~ 동생 안 더워~”
“예~..........누님 술 마셔서 그런 모양인데요.”
“나만 그런가?”
정숙은 상단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세 개의 단추가 풀어지며 그녀의 하얀 속살이 살짝 드려난다. 수혼은 정숙의 모습을 보고 그녀와의 정사가 생각나며 자지가 불끈 서 버린다. 하얀 속살에 살짝 흰색 부라자까지 보인다.
“나가자. 조금 달려가면 경치 좋은 데 있어.”
“술 드시고 운전해도 돼요.”
“여기 앞이야~ 잠깐 하는 건대.........큰일이나 나려고.”
수혼과 정숙은 다시 차를 타고 서울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차는 조금 가더니 한쪽으로 빠진다.
“아~ 어지럽다. 잠깐 쉬어가야겠어. 그리도 되지......”
“그래요. 술도 드셨는데 깨고 가죠.”
차는 한 건물 앞에서 주차했다. 수혼은 강가에 세워진 높고, 멋진 건물이 무슨 건물이지 몰랐다. 그냥 차나 한잔하려나 싶어 정숙을 따라가는데 정숙은 건물에 들어서더니 카운터에서열쇄를 받아 온다.
“올라가자.”
수혼이 정숙을 따라 올라가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붉은 카페트가 갈린 복도가 나타나고 문이 일렬로 나있다. 정숙이 문에 열쇄를 끼고 돌리더니 수혼의 팔목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정숙의 하얀 팔이 수혼의 목을 감고 매달리며 뜨거운 정숙의 입술이 수혼의 입술을 덮었다. 정숙의 혀는 수혼의 약간 벌어진 입술을 비집고 들어와 수혼의 혀를 감아버린다. 두 사람의 혀가 엉키고, 수혼도 몸속에서 불끈 치솟아 오르는 욕정을 참지 않고 정숙을 힘껏 안아주었다. 정숙의 젖가슴이 수혼의 가슴을 압박하고, 수혼의 손은 정숙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 스타킹의 까실한 느낌을 즐기며 부드럽게 쓸어준다.
“하이........하이........그동안 동생 생각나서 미치는 줄 알았어. 연락안 하고.........나빠. 오늘 책임져야 돼~”
“누님~ 흡”
잠깐 떨어졌던 정숙의 입술이 다시 수혼을 덮치고 두 사람의 입술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수혼은 정숙을 번쩍 들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수혼도 이제야 이곳이 말로만 듣던 러브호텔임을 직감했다. 안으로 들어선 수혼은 정숙을 침대에 눕히고, 자신도 정숙의 위에 쓰려졌다.
물침대가 포근하게 두 사람을 맞이하고, 수혼은 정숙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수혼이 체력을 회복하고 눈을 뜨자 노인도 준비운동을 마치고 수혼을 바라본다. 60순이 넘은 노인은 자애로운 눈동자로 수혼을 바라본다. 그 흔한 살기한점 풍기지 않고 사부가 제자를 대하듯 여유로운 자세로 수혼을 바라본다. 노인의 자세는 허허로고 빈틈이 많아 보이지만 수혼은 노인을 덮치지 못하고 있었다.
노인 또한 수혼의 늘어진 팔과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수혼의 자세의 보지만, 노인 또한 성내거나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수혼과 대치했다.
“자네가 무술을 시행하는 걸을 보니 상대에 따라 힘과 기술을 조절하는 능력까지 있는 것 같군. 자네가 가진 밑천을 보기에는 우리들 실력이 부족한 모양이야.”
“방금 것은 저도 전력을 다한 공격 이였습니다. 이제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부분은 무기를 사용하는 무술과 다른 한 가지 무예밖에 없습니다.”
“하하하~ 자네가 무기까지 들며 상대할 만한 적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소문에 한번 무기를 든 적이 있다고 하던데”
“그때 상황이 위급했고, 또 상대방도 만만치 않아 한수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그 전설의 사나이는 검도(劍刀)를 사용했어. 완전한 검도가 아니라 반토막차리 검도를 사용했는데 그의 검도가 바람을 가르면 수많은 사람들이 썩은 짚단처럼 날아갔다는 전설이 있어. 내가 평생 많은 고수와 손을 섞여 봤지만 그 사내와의 대결이 가장 기억에 남아.......자네를 보니 새삼스럽게 그 사내가 생각나는 군.”
“좀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음양도는 일인전승 무예로 한번도 밖으로 유출된 적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노인께서 말씀하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만나보고 싶군요.”
“글쎄~ 나도 딱 한번 만난 사람이라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군. 사설이 길 군~ 자 덤벼보게”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수혼의 발이 움직이며 일자보로 노인에게 솟아지듯 달려간다. 노인은 전광석화처럼 달려오는 수혼을 향해 한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 그었다. 느리고 간단한 동작에 달려가던 수혼의 균형이 흐트러지며 비틀거린다. 노인의 간단한 동작은 수혼이 접근하는 공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흐트러진 수혼의 팔목을 독수리처럼 날아 체서 관절을 꺾어버리며 밑으로 누른다. 수혼의 다른 손이 은은하게 광음을 내며 노인의 허벅지를 향해 날아가고 노인은 발을 살짝 이동해 수혼의 공격을 피한 다음 밑으로 내려간 수혼의 어깨를 향해 다리를 내지른다.
수혼은 자신의 공격을 너무나 쉽게 피해 버리는 노인에게 놀라며, 바닥을 구르며 노인의 다리를 피하고 노인의 다리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가자 재 자리에서 솟구치며 양다리가 노인의 얼굴과 가슴을 향해 내지른다.
노인은 수혼이 자신에게 잡힌 팔을 풀어버리고 공격하자 수혼의 날아오른 발을 가볍게 쳐내고 수혼의 다리를 잡아 공중으로 던져 버린다. 수혼은 노인이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가볍게 던져버리자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음양수를 노인에게 날린다. 수혼의 착지 지점을 확인하고 떨어지는 수혼을 공격하려던 노인은 공중에서 화려한 꽃잎 같은 수혼의 음양수가 터지자 일일이 맞서지 않고, 정확하게 하나의 손 그림자만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펑~~~”
“음~~~”
짧은 광음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좌우로 갈리고 상대방을 노려본다. 노인은 자신을 팔목을 잡아 약간씩 움직여 보고 있고, 수혼 또한 자신의 팔을 바라보니 어깨부근 도복이 찢어지고 굳힌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노인의 주먹을 피했지만 모두 피하지 못하고 어깨를 쓰치고 지나갔다.
“산을 내려와서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도 될 만 한분을 만났군요. 이게 진전한 전통유술인가요. 대단하네요.”
“허허허허~ 이보게 난 40년을 넘게 유술과 태껸을 수련한 사람이야........그리고 그 사내와 대결에서 처참하게 패하고 나서 절치무심, 그 무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사람이야. 자네가 엄마 배속에서부터 무술을 수련했다고 쳐도 나보다 수련기간이 짧아~........근대도 이 모양이니~~ 자 이번에는 내가 공격해 보겠네.”
노인은 산책하듯 천천히 수혼에게 다가오더니 어느 순간 노인의 몸이 빗살처럼 솟아지고 몸이 공중에서 한바퀴 회전하며 양 다리가 수혼을 향해 날아왔다. 수혼은 칠성밟기로 노인의 공격을 피하는데, 노인의 다리는 공중에서 각도를 바꿔 수혼의 움직이는 방향을 향해 날아왔다. 노인은 수혼의 칠성밟기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는 듯 했다. 철성밟기는 음양오행의 이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단 7개의 걸음 속에 태극과 오행의 변화를 담아낸 심오한 무공인데 노인이 너무나 쉽게 그걸 간파할 줄이야. 수혼은 노인의 다리를 피하지 못하고 팔에 힘을 집중하고 음양권의 붕권(崩拳)을 최대한 끌어올려 노인의 다리를 맞받아 쳤다.
“꽝~~~ 쿵......쿵.....쿵....”
노인의 다리를 공격한 붕권의 힘은 봄빛에 눈 녹듯 기세가 흩어져 버리고 수혼의 팔을 지나져 가슴을 가격해 버리고 말았다. 수혼의 몸이 둔탁하게 뒤로 밀려나며 체육관 바닥에 깊은 발자국을 남기고, 수혼이 밟고 지나간 자리는 바닥에 깐 매트리스가 터져나가면 깊은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한번의 공격을 행한 노인은 착지한 다음 재차 공격하지 않고, 수혼을 바라본다.
“접(椄)인가? 몸에 전달된 힘을 모두 바닥으로 흘려 보내버리는 군. 몸을 타격해도 솜뭉치를 때린 것처럼 느낌이 없단 말이지. 어린나이에 그 정도의 깊이라~ 허허허허~”
수혼은 자기 가슴을 한번 털어버린다. 노인의 발자국이 가슴에 선명하게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대련에서 사부에게 맞아보고........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맞아보는 군요. 그냥 몸으로 막았으면 갈비뼈 몇 개는 아작 나겠군요.”
“자네 사부를 보고 싶군. 자네 같은 초절정 고수를 키워 내다니 대단한 분이야~. 다시 받아보게 이번 공격은 쉽지 않을 거야.”
노인이 주먹이 반쯤 말아 쥐고 수혼에게 빠르게 접근하더니 배, 가슴, 목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데 주먹이 다가오기도 전에 주먹주위에 공기가 휘몰아지며 은은한 광음을 낸다. 수혼의 붕권이 힘을 바탕으로 발경(發勁)의 명경(明勁-먼 거리의 적을 상대로 기를 발출하는 방법) 이용한 공격이라면 노인의 주먹은 발경(發勁) 중에서 촌경(寸徑-가까운 상대에게 기를 발출하고 위력은 명경과 동일하다)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수혼은 이를 악물고 금나수로 노인의 팔을 잡으며 접(椄)으로 힘을 중화하고 해도 손목을 감은 도복에 터져 나간다. 노인의 곡지혈(팔굽에 있는 마혈)제압하고 노인의 힘을 이용해 공중으로 던져 올리고, 수혼도 함께 도약하며 화려한 음양각이 터져 나온다.
노인은 공중에서 수혼의 발그림자 중 하나을 공격하는데........나머지 발그림자가 노인의 가슴과 어깨와 가슴을 연속적으로 타격하고, 노인은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밑으로 떨어져 내린다.
수혼의 음양각은 공중에서 변화하며 노인을 향해 떨어지는데 음약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맹한 힘이 느껴진다. 바닥에 떨어진 노인은 수혼의 다리를 피해 바닥을 구른다.
“쿵~~~~~”
체육과 전체가 천둥이 친 듯 울리고, 수혼의 다리에 체육관 바닥이 터져 나가며 발이 체육관 바닥에 박혀 있었다. 노인은 아슬아슬하게 수혼을 공격을 피하고 5보 밖에서 몸을 일으킨다.
“허상이 아니로군. 분(分)이란 기술인가........검도법도 아니고 각법으로 분(分)을 실천할 수 있는 고수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군. 그리고 마지막 기술은 뭐가~ 처음 보는 기술이군.”
“음양군림보~ 산을 내려오면서 원예도나 국선도 후예에게나 써먹을 줄 알았더니..........대단한 분이네요.”
“허허허허~ 볼수록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군. 아직 새파란 젊은이의 깊이가 이 정도일 줄이야...........청출어람이라...........자네 팔은 괜찮은 건가. 발경을 금나수를 제압하다니 무식하다고 해야 하나~”
“부러질 정도는 아닙니다. 노인의 몸놀림이 하도 빨라서 단순무식한 공격이 아니면 제압할 수 없을 것 같더군요. 당신의 몸은 괜찮은 거죠. 타격할 때 느낌이 없었어요.”
“자네만 접을 사용하는 줄 아는 게 아니야. 다만 늙어서 그런지 기력이 딸려~~ 더 이상 못하겠네.”
“무슨 말씀이죠. 이제야 몸이 풀리는 것 같은데........”
“허허허허~ 젊다는 건 좋은 거야............내가졌네. 싸워봐야 자네를 이길 자신이 없고 제자들도 보는데 험한 꼴 당하지 않으려면 이쯤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편이 낮겠어!~”
“이제야 음양군림보를 쓸만한 상대를 만나서........즐거워지려는데 그만 두시겠다니 무슨 말씀이죠.”
“아주 죽이려고 드는군. 자네의 그 무시무시한 음양군림보가에 맞으면 초상날 것 같아 그만 두겠네..................전설의 사나이 보다 자네가 더 강한 것 같아. 이 대결은 무조건 내가졌어. 오랜만에 힘을 써서.........아구구~~ 삭신이야.”
“그럼 이제 한 가지만 남은 건가요.”
“맞아~ 이제 588에 들어가 고양이처럼 숨어있는 두 년만 잡아와~ 그럼 어둠의 천사는 자네에게 투항하겠네.”
“제가 듣기로 2명의 고수는 여자들이고 당신의 딸이라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허허허~ 민지년이 말한 모양이네.......그년이 자네가 마음에 들었나 보군.......맞아 내 딸들이야~.........이것도 일종의 테스트니 자세한 정보는 줄 수 없고..........한 가지만 말해주지. 정식으로 대결하면 그년들이 자네 상대가 될 수 없지. 하지만 그년들은 암수에 능해~ 특히 상대에게 기습하여 목을 따버리는 기술은.........일본에 있다는 닌자 수준이야. 588들어가면 뒷덜미 조심하게.......하하하~ 우린 멀리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네.”
“저기 청량리는 어떻게 되는 거죠?...........그리고 제압하는 것도 아니고 잡아오라는 말씀은 무슨 말씀인지............”
“이 시간부로 우린 청량리에서 모두 물려나겠네. 청량리는 자네 뜻대로 하게..........우린 자네가 588을 점령하고 그년들을 끌어냈다는 소식이 들리면 다시 찾아오겠네..........그리고 잡아오라는 뜻은........”
노인은 수혼에게 다가와 어깨를 살짝 잡았다. 수혼은 노인의 행동에 적대감이 없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노인의 입이 수혼의 귀 가까이 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년들 성질 더럽거든..........내 딸들이지만 나도 그년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려..........588을 점령하고. 그년들을 588밖으로 끌어내는 게 자네가 수행해야 할 미션이야. 밧줄로 묶어서 끌고 오든 강간을 해서 끌고 오던 자네가 알아서 할일이지.”
수혼은 노인의 말이 황당하여 놀란 눈으로 노인을 보았다. 자기 딸을 강간(?)해서라도 끌고 오라니.......
노인은 미소까지 띠며 다시 수혼의 귀에 속삭인다.
“자네 아직 총각이지.........그년들 생각보다 예뻐. 내 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사실이라고.........고집들이 황소고집이라 강간이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그곳에서 나오지 않을 년들이야..............잘 해 보라고.”
노인은 웃으며 수혼을 두고 체육관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수혼은 노인의 마지막말이 하도 황당해서 멍하니 있었다.
“사부님까지 패하다니.........우리들이 섬길만한 주인을 만난건가?..........하하하~ 사부님 말씀처럼 588들어가면 향상 뒤를 조심하게나........사제들이 장난이 아니라서 말이야~~ 자네 소식을 기다리겠네.........우리도 가지”
나머지 어둠의 천사들도 노인을 따라 체육관을 나갔다. 그들이 살아지고 폭탄을 맞은 것처럼 황패해진 체육관의 풍경 속에 수혼이 고민하는 얼굴로 서 있었다.
“툭~~”
수혼은 누군가 어깨를 치고서야 정신을 차린다. 호식일행이 수혼을 둘려 싸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 속에 승리에 대한 환희가 담겨 있었다.
“무슨 생각해~ 우리가 이겼잖아. 드디어 청량리를 접수했다고........천랑은 기쁘지 않아.”
“어~ 그래~.......아니야............588도 접수해야지. 그래야 전정 승리라고 할 수 있지.”
“하긴..........근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 무슨 고민 있어.”
“응~ 노인의 마지막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말이야~~”
“귀속 말로 중얼거리던 데 ........노인이 무슨 말을 한거야.”
“음~ 나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하여튼 우리가 청량리 업소들을 모두 접수한 건 사실이니까? 네가 청량리 좀 다녀와~”
“가서(?)~~”
“그들에게 제시하는 조건은 똑같아. 네가 업소들을 조사해 보고, 아이들에게 각자 적당한 업소를 분배 해죠. 그리고 부탁인데 말이야 주인들말 잘 듣고........말썽피우지 않도록 철저하게 아이들 교육시켜..........알았지.”
“알았어.........천랑은 뭐하려고”
“난 좀 쉬어야겠어. 노인 실력이 장난이 아니야. 아무래도 팔 근육이 손상된 것 같아.......일단 집에 가서 쉬다가 588을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 좀 하자.”
“그래 쉬어~ 혼자만 고생했는데..........애들아 천랑 가신다.”
“와~~아~~”
수혼은 아이들의 함성을 뒤로 하고 탈의실로 들어가 도복을 벗었다. 도복은 걸레가 되어 있었다. 팔목은 찢어져 나풀거린다. 옷을 벗자 수혼의 가슴에 발바닥자국도 선명하게 파란 멍이 들었고, 팔도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없지만 근육과 힘줄이 놀라 움직이기도 불편했다.
만일 노인과 끝까지 갔다면 누가 승리할지 모르는 상황 이였다.
수혼이 옷을 갈아입고 체육관으로 나오자 호식 일행이 추후 일정을 논의하고 있었다.
“호식아~ 망가진 체육관 좀 수리해라. 이거 전쟁 난 것도 아니고 말이야.”
“하하하~ 알았어. 걱정 말고 집에 가~”
수혼은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서 어름을 빼서 욕탕에 풀었다. 물을 차갑게 하고 욕탕으로 들어가니 온몸 짜릿해지며 근육들이 긴장한다. 수혼은 욕탕에 가부좌를 트고 앉아 심호흡을 하며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몸을 풀었다.
수혼은 오랜만에 혼자서 식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제 개강날짜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영은의 일과, 천랑파 일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했다. 일단 머릿속에 있던 고민들은 떨어버리기로 했다. 영은이 죽음에 대해서는 의심 가는 놈이 있긴 하지만 물증도 없고 행방도 묘연하다. 지금 자신이 고민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또 한 가지 문제인 청량리 588에 대한 문제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무턱대고 달려들다 일이 잘못 되면 큰일이다. 수혼은 일단 체력을 회복하고 밀린 공부를 하기로 하고, 이틀 동안 집안에서 두문불출 했다.
가끔 호식에게 청량리에 대한 보고가 들어왔다. 천랑파가 나머지 업소를 인수하고 아이들에게 각자 업소를 배정했다는 보고다.
그리고 지나가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연락이 왔지만 수혼이 다음에 보고자 거절해 버렸다.
개강을 맞은 학교에 도착하여 새로운 학기에 수강할 과목을 신청하고 교내를 산책하고 있었다. 녹음이 우거진 교내를 산책하다 수혼은 문득 지나가 생각났다. 아직은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지나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지나 학교도 오늘 개강했을 것이다. 수혼은 문득 지나를 찾아가기로 마음먹고 막 길을 나서려는데 자동차 한대가 수혼의 곁에 멈추고 경적을 울린다. 조수석 창문이 내려오며 오정숙 교수의 얼굴이 보였다.
“수혼학생.......오랜 만이네. 머리를 자라서 못 알아 볼 뻔 했어.”
수혼도 반가운 마음에 정숙에게 인사를 한다. 저번 우연히 학교에 왔다가 관계를 갖고 이제는 누나, 동생을 하기로 한 정숙이다.
“안녕하세요.”
“집에 가는 거야. 개강 첫날 이라 수업이 없는 모양이지.”
“예~ 수강신청만 하고, 누구 좀 만나러 가요.”
“음~ 애인이라는 영은씨 만나려 가는 거야. 호호호........고민하더니 잘 해결 된 모양이지.”
정숙이 영은이에 대한 말을 꺼내자 수혼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정숙은 수혼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자신이 말을 잘못해나 싶어.........자동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렸다.
“무슨 일 있는 거야.”
“다음에 조용할 때 말씀드리죠. 하하하~ 국제법(2) 다시 수강신청 했으니 강의실에 다시 뵙겠군요.”
수혼이 억지로 웃음 짖자 정숙도 더 묻지 못하고 걱정스런 얼굴로 수혼의 손을 잡았다.
“말하기 싫어~~, 그럼 다음에 교수연구실로 찾아와 꼭이야~ 알았지.”
“예~ 꼭 찾아가겠습니다.”
수혼은 정숙에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교문 쪽으로 걸어가는데 수혼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2학년 선배인 허영기다. 수지의 애인 이였다가 수지에게 채인 남자.......그는 멀어지는 수혼을 원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보자.........”
낮게 깔린 영기의 중얼거림이 들린다.
수혼은 삼화대학 정문에서 망설였다. 삼화대학은 요즘 들어서 남자학생도 받지만 얼만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만 입학할 수 있는 대학 이였다. 지금도 남학생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이 여학생들이다. 수혼은 망설이다. 교문을 들어선다.
길 가던 남학생에게 법대 건물 위치를 물어보고, 법대로 향했다.
법대 건물 앞에서 핸드폰으로 지나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수혼씨야~ 아하~~~~~ 내일은 서쪽에서 해가 트겠네. 무슨 일이야.”
“어디야~”
“학교지~ 오늘 개강했잖아.”
“법대 건물에 있는 거야.”
“응~ 아직 수강신청 중이야.”
“잠깐 건물 밖으로 나올래. 건물 앞에 돌 의자 있지. 거기로 잠깐 나와”
“어~ 수혼씨가 우리 학교 찾아 온 거야. 잠깐만~ 어 정말이네..........잠깐만 기다려~”
지나는 창문을 통해 보았는지 수혼을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수혼은 의자에 앉아 지나를 기다렸다. 잠시 후 지나가 뛰어오는데 평소 보았던 모습이 아니다. 긴 생머리는 한번에 묶어서 등 뒤로 넘기고, 청바지에 반팔 면 티를 입고 있었다. 향상 미니스커트에 졸 티만 입던 지나 모습만 보았던 수혼은 지금의 지나 모습이 새롭다. 지나는 뛰어왔는지 수혼 앞에서 헉헉거린다.
“뛰어 왔어. 뭐하려 뛰어와~~”
“헉.........헉.........너무 놀라서~~”
수혼은 지나의 어깨를 감싸 자기 옆에 앉도록 했다.
“카악~~ 지나야 누구야. 애인이야~”
건물 위층 창문에 여자들이 고개를 내밀고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년들이~~ 수혼씨 가자~ 저년들 내려오기 전에 도망치자고”
“왜~ ”
“동물원 원숭이 되기 싫으면 빨리 가자고. 저 진득이 같은 년들한테 잡히면 곤란해진다고.”
지나는 수혼을 팔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지나는 법대 건물이 멀어지고 나서야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 있어. 수혼씨가 학교로 다 찾아오고........”
“보고 싶어서 왔어. 근데...........청바지에 면 티...........화장도 안했네.”
“왜~ 이상해. 연락이나 하고 찾아오지..........아이 창피해.”
지나는 부끄러운지 수혼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버린다. 수혼은 수줍어하는 지나가 귀엽게 보인다. 이런 모습 처음 본다.
“예쁜데.........평소에 청바지만 입고 다닌다고 하더니 정말이네.”
“누가 그래~”
“저번에 지선이가 한말 들었어. 나 만날 때만 야한 옷 입는 거야.”
“뭐~ 왜 물어봐~..........정말 보고 싶어서 온 거야.”
“당근이지~....... 수강 신청은 끝났어. 학교에 볼일 없음 나가자.......내가 밥 산다.”
“정말~ ”
“지나 카드가 나한테 있는데 뭐들 못살까? 말만 하라고”
“난 또~............그럼 그렇지~~ 그래도 기분은 좋다............수혼씨 먼저 내래가 난 두고 온 가방 좀 챙겨올게”
“그럼 전화해~”
수혼과 지나는 학교 근처 식당으로 갔다. 학생들이 자주 같은 분식집으로 값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게 주는 곳이다.
“지나가 이런 곳도 알아.”
“맛있어. 양도 푸짐하고........수혼씨 떡볶이 좋아해. 이집 떡볶이 맛있어.”
“하하하~ 이거 큰일인대.........할 수 없이 내 돈으로 계산해야 되겠네. 여기 카드 안 돼지.”
“얼마 안 해~ 내 참~ 기가 막혀서........아줌마 떡볶이 2인분하고.........만두 한 접시 주세요.”
아줌마가 떡볶이와 만두를 푸짐하게 내오자 지나는 맛이게 먹는다. 입술에 빨간 양념을 묵혀가며 맛있게 먹는 지나를 수혼은 바라보고만 있었다.
“왜 안 먹어. 수혼씨 떡볶이 싫어해.”
“아냐~ 먹는 모습이 예뻐서.”
“자꾸 놀리지 마~ 화장도 안 해서 창피한데 놀리고 있어.”
“진심이야~ 지금까지 본 여자 중에서 지나가 제일 예뻐.”
“치~ 정말이야...........수혼씨 내게 바라는 거 있어. 오늘 너무 띄우니까 겁나는데”
“하하~ 먹기나 하자................음 맛있다.”
“그치~ 맛있지.”
수혼은 분식을 맛있게 먹는 지나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향상 비싼 것만 찾고 고급으로만 추구하는 허영심 덩어리 줄 알았더니 이런 면도 있을 줄이야. 한번도 지나를 여자로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 지나을 보고 있자니 사랑스런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지나의 모습, 떨떨하고 순진한 구석이 있는 지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진다.
수혼은 지나에게 카드를 돌려주고 헤어졌다. 지나가 놀다 들어가자는 것을 거절하느라 등줄기에 땀을 흐를 정도였다. 수혼은 지나와 같이 있으면 아무래도 실수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에 지나와 일찍 헤어지기로 한 것이다.
집에 돌아온 수혼은 청량리 일에 대해서 고민했다. 노인이 했던 마지막 말의 뜻은 무엇일까? 자기 친딸을 강간해서라도 밖으로 끌어내라~~~ 부녀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친딸을 강간해 달라는 부탁을 하다니~~ 아무래 생각해 보아도 노인의 부탁이 그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개강 다음날부터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 강의는 간단한 과목소개와 교재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일찍 끝났다. 수혼은 수업이 끝나고 오정숙 교수 연구실로 찾아갔다.
수혼이 문을 노크하고 들어가자 정숙이 책상에 앉아 있다 반갑게 맞이한다.
정숙은 수혼을 소파에 앉게 하고 자신도 소파에 앉았다.
“왔어. 어제는 누구 만난거야.”
“조카 만났어요. 교수님도 수업 끝났어요.”
“응~ 진도는 다음시간부터 나가니까? 일찍 끝내고 왔지..........머리 자른 모습도 보기 좋은데.........더 남자다워진 것 같아.”
“그래요. 전 좀 어색해요. 참~ 남편 분하고는 요즘 잘 지내시죠.”
“그 인간 똑같아. 일주일에 한번 들어올까 말까해. 들어올 때 마다 가식적인 웃음, 마음에도 없는 선물을 가지고 오지. 자식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하~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참 저번에 영은씨 이야기 하니까 표정이 어두워지던데.........무슨 일 있어.”
“죽었어요.”
“뭐~.............사고라도 난거야.”
“자살했어요.”
정숙은 수혼의 말이 믿어지지 않아 수혼의 얼굴을 살핀다. 수혼의 표정은 어두웠다. 수혼이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긴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했다는 거짓말을 하겠는가? 정숙은 수혼에게 다가와 수혼을 안아주었다. 고독하고 외로운 남자..........향상 우수에 젖어 있던 수혼이다. 첫사랑에 대한 아픔을 가슴에 품고 아파하던 모습........새로운 여인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던 수혼의 모습.........이제 막 사랑하기 시작한 그녀까지 떠났다. 이 외롭고 고독한 어린남자에게 하늘은 얼마나 더 큰 시련을 주려하는지.
수혼은 정숙의 따뜻한 가슴에 안겨 있었다. 포근한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다. 아무에게도 자신의 슬픔을 드려내지 않던 수혼이 눈물이 흘려 내린다. 정숙은 가늘게 흔들리는 수혼의 어깨를 감싸주고 자신도 안경을 벗어 흘려 내린 눈물을 닦는다.
“수혼아~........그렇게 불려도 되지. 우리 누나 동생하기로 했잖아........어떠하니 가여운 우리 수혼이.”
수혼은 정숙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 수혼의 기억 속에 어머니라는 존재는 없다. 어머니의 얼굴도,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준 사람은 사부밖에 없었다. 그 사부마저 떠나간 지금....... 자신을 감싸주는 정숙의 품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자꾸만 자신의 품을 파고드는 수혼을 정숙은 포근히 감싸준다.
시간이 흐르고 수혼이 진정되는지 정숙의 품에서 일어났다. 정숙의 흰색 블라우스에 수혼의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죄송해요.”
정숙은 수혼의 머리를 쓸어주며 자애로운 눈빛으로 수혼을 바라보았다.
“마음 아프겠구나. 그동안 혼자서 힘들었겠다. 왜 찾아오지 그렀어.”
“다른 일 때문에 정신없었어요.”
“왜 자살했어.”
“강간당하고........정신적인 충격 때문인 것 같아요.”
“나쁜 놈들...........범인은 잡았어.”
“아직 이요. 찾았으면 제 손에 죽었죠.”
“안돼~ 법에 의해 심판받게 해야지........그런 녀석들 때문에 수혼이 인생까지 망치면 어쩌려고.........범인을 알아내도 경찰에 신고해야 돼~ 약속해.”
“지금은 모르겠어요. 일단 범인부터 찾아야죠.........참~ 누님이나 저나 즐거운 일이 없군요.”
수혼이 진정되자 정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식사 전이지..........우리 밥 먹으러 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그래요........기분도 꿀꿀하데 좋습니다.”
“오랜만에 야외로 나갈까? 동생도 학교에 볼일 없지. 나도 수업 없어.”
“없어요.”
수혼은 정숙의 차에 올라 야외로 달리고 있었다. 올림픽 대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자동차에서 수혼은 창문을 열고 신원한 공기를 호흡했다.
“동생은 운전면허 없어.”
“예········그러고 보니까 죄송하네요. 제가 운전해야 하는데”
“요즘 운전면허 없는 사람도 있네. 시간되면 취득해.........그래야 나도 동생이 운전하는 차타고 편안하게 가 보지.”
“하하하~ 알았어요. 취득하면 제일먼저 누님 모실게요.”
“어머머~ 싫다. 목숨 걸고 타일 있어. 좀 익숙해지면 탈거야.”
“하하하~~~~”
차는 시원하게 올림픽 대로를 달려, 팔당대교를 지나 춘천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밥 한 끼 먹는데 어디까지 가세요.”
“왜~ 상쾌하지 않아. 마음이 답답할 때는 야외로 드라이브하는 것도 기분전환에 좋아. 안 그래”
“너무 멀리가지 마세요. 운전하는데 힘드신데..........”
“걱정해 주는 거야..........호호호 기분 좋네. 다 왔어. 저기로 들어가자.”
차는 강가에 있는 오두막같이 아담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란 주차장에 차는 없었다.
음식점으로 들어가자 창밖으로 강물이 보이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조용한 분위기이다.
“가끔 오는 곳인데.........서울에서 멀지도 않고, 음식 맛도 괜찮은 편이야. 여기 스테이크 맛이게 하는데........수혼도 한번 먹어봐~”
“제가 뭘 알아요. 누님이 알아서 시켜주세요.”
“그럼 스테이크하고........간단하게 와인한잔 하자.”
“운전하는데 괜찮아요.”
“산책하다 가면 깨겠지.”
웨이터에게 스테이크와 와인을 주문하고 잠시 창밖 풍경을 감사하고 있으니 음식이 나온다.
수혼은 양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정숙 말대로 입에 들어가니 은은한 향과 더불어 고기가 연한 것이 씹히는 맛 또한 일품이다. 와인을 한잔씩 하며 이러저런 이야기를 했다. 둘 다 의식적으로 슬픔 이야기는 하지 않고, 맑고 명랑한 이야기만 했다.
정숙은 기분이 좋은지 와인 한 병을 다 마셔버린다. 수혼이 한잔 먹고 안 먹었으니 혼자서 한 병을 다 마신 샘이라 정숙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났다.
수혼은 붉어진 정숙이 아름답게 보였다. 35살의 농익은 여체에서 풍기는 육향과 더불어 은은한 향수 냄새가 좋았다. 정숙은 학교에 정장차림으로 다닌다. 지금도 연한 갈색치마에 꽃무늬 화사한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음~ 동생 안 더워~”
“예~..........누님 술 마셔서 그런 모양인데요.”
“나만 그런가?”
정숙은 상단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세 개의 단추가 풀어지며 그녀의 하얀 속살이 살짝 드려난다. 수혼은 정숙의 모습을 보고 그녀와의 정사가 생각나며 자지가 불끈 서 버린다. 하얀 속살에 살짝 흰색 부라자까지 보인다.
“나가자. 조금 달려가면 경치 좋은 데 있어.”
“술 드시고 운전해도 돼요.”
“여기 앞이야~ 잠깐 하는 건대.........큰일이나 나려고.”
수혼과 정숙은 다시 차를 타고 서울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차는 조금 가더니 한쪽으로 빠진다.
“아~ 어지럽다. 잠깐 쉬어가야겠어. 그리도 되지......”
“그래요. 술도 드셨는데 깨고 가죠.”
차는 한 건물 앞에서 주차했다. 수혼은 강가에 세워진 높고, 멋진 건물이 무슨 건물이지 몰랐다. 그냥 차나 한잔하려나 싶어 정숙을 따라가는데 정숙은 건물에 들어서더니 카운터에서열쇄를 받아 온다.
“올라가자.”
수혼이 정숙을 따라 올라가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붉은 카페트가 갈린 복도가 나타나고 문이 일렬로 나있다. 정숙이 문에 열쇄를 끼고 돌리더니 수혼의 팔목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정숙의 하얀 팔이 수혼의 목을 감고 매달리며 뜨거운 정숙의 입술이 수혼의 입술을 덮었다. 정숙의 혀는 수혼의 약간 벌어진 입술을 비집고 들어와 수혼의 혀를 감아버린다. 두 사람의 혀가 엉키고, 수혼도 몸속에서 불끈 치솟아 오르는 욕정을 참지 않고 정숙을 힘껏 안아주었다. 정숙의 젖가슴이 수혼의 가슴을 압박하고, 수혼의 손은 정숙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 스타킹의 까실한 느낌을 즐기며 부드럽게 쓸어준다.
“하이........하이........그동안 동생 생각나서 미치는 줄 알았어. 연락안 하고.........나빠. 오늘 책임져야 돼~”
“누님~ 흡”
잠깐 떨어졌던 정숙의 입술이 다시 수혼을 덮치고 두 사람의 입술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수혼은 정숙을 번쩍 들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수혼도 이제야 이곳이 말로만 듣던 러브호텔임을 직감했다. 안으로 들어선 수혼은 정숙을 침대에 눕히고, 자신도 정숙의 위에 쓰려졌다.
물침대가 포근하게 두 사람을 맞이하고, 수혼은 정숙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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