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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꿈꾸는 늑대 - 74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24 1,005회 0건
낭만을 꿈꾸는 늑대 74부

낭만을 꿈꾸는 늑대 4부를 시작하며.............
낭만~을 맨 처음 올린 것이 2월말, 지금이 6월 중순이니 4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 기획할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줄거리 있는 야설을 만들어 보자는 심정으로 처음 도입부와 마지막 결론을 생각하고 중간에 등장하는 4명(사실 쌍둥이 자매(미희, 미나)는 처음 구상할 때는 한명 이였습니다.)의 여자 주인공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수혼의 여인이 되는지에 대한 줄거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이 하나의 강(줄거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전체적인 줄거리를 만들었습니다.
대충 구상을 끝내고 보니 50부 정도면 끝날 것 같더군요.

1부. 하산 그리고 첫사랑
2부. 학교 그리고 미나, 요코와의 만남.
3부. 국선도를 찾아(부제 : 강철파의 몰락)
4부. 삼국무술의 완성 그리고 화해.

이렇게 구성하고 1부는 그런대로 의도대로 풀어 나갔죠. 그런데 2부 시작과 함께 수혼의 탈선(영은이와의 사랑)으로 글이 길어지기 시작했고.........이왕 길어진 것, 미나도 쌍둥이로 설정하여 더 길게 만들어버리고.........간식(?)으로 준비했던 블랙로즈 회원들과 교수(오정숙)와의 스토리도 길게 서술했습니다. 그리고 3부..........3부는 사실 수혼의 활약이 없죠. 그래서 좀 지루하고 재미없기에 짧게 끝내고 이제.........4부로 넘어갑니다.

4부는 2부처럼 엿가락(?)처럼 길고 자세하게 서술하겠습니다. 혹시 몰라요. 할 이야기가 없음 1부처럼 끝날 지...........4부에도 많은 성원을 부탁드리며......................4부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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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링은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자 마냥 신기하듯 창밖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비행장 주위건물들이 점점 작아지더니 곧이어 북경의 풍경(諷經)이 한눈에 들어온다.........곧이어 건물들이 점점 작아지더니 비행기는 구름을 뚫고 창공으로 날아올라 이젠 기수를 수평으로 맞추고 인천을 향해 속도를 높인다. 링링은 비행기 밑으로 지나는 구름들을 한참을 지켜보더니.........이젠 구름을 보는 것이 식상한지 옆에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수혼을 본다. 수혼은 북경에서 링링과 놀며 피곤했는지 비행기가 이룩하자마자 잠들었다. 링링은 피식 웃고 담요를 수혼에게 덮어주며 자신도 눈을 감는다.

자신의 조국이자 태어나고 자란 중국을 떠다 자신이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를 따라 그가 살고 있는 한국으로 간다. 링링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산천을 떠난다는 아쉬움 보다 사랑하는 임의 나라로 간다는 설렘이 더 많았다. 그는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대충 들어보면 학생의 신분으로 조직(?)을 겨드린 이상한 사람이다. 과연 그의 말대로 그곳에 가면 그를 기다리는 부인들이 있을까? 만일 그의 말이 진실(眞實)이라면...........자신은 어떻게 해야 될까? 링링은 눈을 감고 있어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하고.........수혼과 링링은 출국장을 빠져 나온다. 수혼은 큰 가방 2개를 들었고, 링링은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들이 출국장에 나타내자 3명의 여인들이 수혼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수혼은 여인들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해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그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혼의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수혼은 환한 미소로 그녀들을 포근히 안아주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
“어디 봐요.........매정한 사람........그동안 연락도 안하고........너무 했어요.”
“미안~~~ 일이 많았어.”
“어디 다친대는 없죠.”
“응~ 괜찮아.”

그때 호식과 몇 명의 수하들이 수혼에게 다가와 인사를 한다.
“하하하~ 천랑. 이거 섭섭한데........우린 보이지도 않아.”
“무슨 소리........내가 없는 동안 천랑파 이끌어가느라 고생 많았다.”
“천랑 없으니 나만 좋았지. 아이들이 내가 보스인줄 알더라고........하하하~ 농담이고........돌아와서 반갑다.”
“그래~ 그 동안 별일 없지.”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하고........참 저 아가씨는 누구야? 천랑과 함께 온 것 같은데.......”

호식이 말을 듣고서야 수혼과 부인들이 링링을 보았다. 링링은 복잡한 시선으로 수혼과 그 일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화려한 꽃무늬가 수놓인 차이나 복장을 하고 있는데 치마 부분이 양쪽 허벅지에서 길게 일자로 갈라져 있었다. 그녀는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수혼에게 다가오는데, 그녀의 매끈한 다리가 치마사이로 잠깐잠깐 보인다. 수혼은 헛기침을 하며 링링의 손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니, 링링은 힘없이 무너지듯 수혼의 가슴에 안긴다. 수혼은 얼굴일 붉어져 링링을 조금 물러나게 한 다음 다른 사람이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소개하지.........링링이라고 해. 국선도문에서 날 극진히 보살펴준................동생이야.”
“안녕하세요. 링링이라고 합니다. 아저씨.........아니 오빠를 따라 한국에 오게 됐어요. 근데........오빠~ 이분들이 오빠가 이야기하던 부인들이야.”
“응~ 인사해. 이쪽은 미나, 미희고 이쪽은 요코라고 해. 봐~ 정말이지. 이젠 믿어져.”

링링과 수혼을 보고 있던 쌍둥이 자매와 요코는 링링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본다. 키는 수혼과 비슷할 정도로 크고, 큰 키에 맞게 몸매도 보통여자들보다는 크다. 하지만 뚱뚱하다기 보다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라고 해야 할까?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아름다운 몸매의 소유자다. 그녀도 자신들을 하나하나 보고 있었다. 네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디 치며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링링은 쌍둥이 자매와 요코를 보며 서글픈 심정이 들었다. 그녀들.........수혼의 말은 사실 이였다. 자신을 단념(斷念)시키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 아니었다. 더욱이 그녀들은 하나같이 아름답지 않는가? 링링은 하늘이 무너지는 암담한 심정에 휘청거리고.........수혼은 링링의 어깨를 잡아 준다.

“아가씨가 국선도문에서 수혼씨를 보살펴 주었다고 했나요........일단 감사드립니다...........수혼씨........동생이라고 했나요?”
“응~ 동생이야. 약간의 사연이 있어서 같이 온 거야. 일단 집으로 가자. 그러고 보니까 난 아직 우리 집도 몰라~”
“그래요.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 가서 하죠.”
수혼과 일행은 일단 이곳을 벗어나 일산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서로 상대방에게 할말은 많았지만 복잡한 공항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은 호식이 끌고 온 차에 올라 일산으로 향했다.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가 낀 검은 선글라스가 멀어지는 수혼과 요코의 모습을 비취고 있었다. 그녀는 일본에서 파견된 나카야마 요키에라는 여인으로 인자(忍子)문의 고수이며 야쿠자 사이에서도 지옥혈녀(地獄血女)라 불리는 전설적인 킬러다. 그녀는 보스의 명을 받고 한국에 들어와 오늘 처음으로 수혼을 보았다. 그녀는 멀어지는 수혼을 바라보다 자신도 발길을 돌린다. 이제 목표물은 확인했다. 그녀는 그동안 요코 주위를 감시하고 있었다. 수혼이 중국으로 떠난 시기와 자신이 한국에 도착한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지금까지 수혼의 모습조차 못했는데........드디어 오늘 그를 보았다. 그녀는 차를 타고 떠나는 수혼일행의 뒤를 따라 택시를 타고 뒤 ?기 시작했다. 이제 목표물은 확인했으니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아직 보스가 정확한 명령은 내리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수혼을 처리할 수 있게끔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야한다.

링링은 수혼의 곁에 바짝 붙여 있었다. 수혼도 그녀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도록 배려했다. 그녀는 한국이 처음이며, 이곳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자신밖에 없다. 그녀가 불안해하며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하는 심정을 심분 이해하며 그녀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따뜻하게 감싸준다. 링링은 수혼의 손을 잡고 있었다. 불안하다. 그는 정말 부인들이 있었다. 꽃처럼 아름다운 부인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링링은 가슴이 답답했다.

자신이 한국에 온 목적은 사방신(四方神)을 국선도문으로 돌려보내기 위함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수혼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그가 가는 곳이 설사 지옥이라 하더라도 그와 함께라면 행복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를 떠나 살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사랑하는 부인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꽃처럼 아름다운 여인들..........

수혼은 링링의 손을 잡고 창가에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링링은 수혼의 설명을 듣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힐긋힐긋 쌍둥이 자매와 요코를 보고 있었다.

“수혼씨. 잠시만...........이분이 동생이라고 하셨나요?”
“응~ 동생이야.”
“그럼, 잡고 있는 손 좀 놓아요. 너무 하찮아요. 근 한 달 만에 만난 우리들은 쳐다보지도 않으시고 동생분만 신경 쓰시고............그동안 우리들은 보고 싶지도 않았어요?”
“어~ 그런가?”

수혼이 링링의 손을 슬며시 놓는다. 링링은 수혼이 손을 놓자 잠깐 수혼을 흘겨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인다. 미희는 링링이 수혼에게 눈을 흘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수혼이 링링을 동생이라고 소개했지만 그의 말처럼 단순한 사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미희는 수혼을 믿는다. 아마 수혼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수혼은 그렇게 생각하지 몰라도 링링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그녀의 표정에서 그걸 읽을 수 있었다. 도대체 국선도문에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희뿐만 아니라 미나와 요코도 수혼과 링링이 단순한 사이가 아니란 건 눈치체고 있었다.

“링링이라고 했죠. 국선도문에서 수혼씨를 보살펴 주었다고 하던데..........국선도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링링은 미희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우물거린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수혼이 할아버지와 대결해서 부상을 당했고, 자신이 간호했다고 말해야 하나?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면.........자신과 수혼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지 않는가? 단지..........자신이 일방적으로 수혼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가?................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모르겠다.

링링이 대답이 못하고 있자 대신 수혼이 나선다.
“내가 국선도문을 찾아간 이유는 성민 때문 이였다. 당신들도 알지만 성민이 익히고 있는 무술은 국선도야. 난 성민과 국선도문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고 싶어 국선도문을 찾아간 것이지.”
“그래요. 그래서 그곳에 들어가 성민에 대해 조사하던 중 링링을 만났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이 말이죠.”
“잉~ 무슨 소리야.”
“지금 보니까? 단순한 오빠 동생 사이가 아닐 것 같아요?”
“아니야~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수혼씨는 가만있어요. 수혼씨에게 물어보지 않았어요. 링링이라고 했죠. 제가 나이가 많을 것 같으니 그냥 편하게 이야기할 게요. 링링~ 수혼씨를 어떻게 생각해. 이곳까지 수혼씨를 따라왔을 때는 단순한 감정은 아닌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니까? 링링은 사방신을 설득...........”
“잠깐만 오빠. 내가 대답할게...................저~~.............오빠 사랑해요. 그래서 오빠 따라 한국에 왔어요. 오빠가 절 어떻게 생각하든 전..........오빠! 사랑해요.”
“순~ 바람둥이~ 어찌 눈치가 이상하더라. 수혼씨 어떻게 할 거예요. 무슨 생각으로 링링을 한국에 데려 온 거죠?”
“그...........그게. 국선도 문주님이 링링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보살펴달라고 부탁했어. 그래서 거절할 수 없어서............”
“단지 그 이유뿐인가요? 가슴에 손을 얻고 말해 봐요. 링링에게 흑심 있죠. 당신도 링링 좋아하는 거죠. 혹시 모르지 중국에서 이미 링링을 꿀꺽했는지..........”
“왜~ 내말을 못 믿어. 정말~~~~ 아니라니까?”
“똑바로 말해 봐요. 뭐가 아니죠?”
“그러니까............링링은 단순히 동생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바보~~............링링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데 당신만 동생이라고 우기면 끝나요?”
“이거 미치고 팔짝 뛰겠네............쩝~ 좀 믿어봐~ 내가 언제 거짓말 했어.”
“당연히 거짓말 한 적은 없죠. 단지 문제는.........당신도 링링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를 데려왔다는 거죠.”
“그건 문주님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흥~ 그만두세요. 두고 보면 않겠죠. 링링~ 우리 친하게 지내. 한국에 온 걸 진심으로 환영해.”
“미희씨라고 했죠. 나이가...........”
“내가 어리게 보이지. 미나와 난 25살이야. 언니라고 불러, 그리고 보니 요코도 이제 동생이 생긴 건가?”
“그러게요. 호호호~ 반가워요. 참~ 우리 낭군님은 재주도 좋아. 이젠 안방 삼국지가 펼쳐지겠네........호호호~~~”

수혼은 여자들의 대화를 듣고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저번에 쌍둥이 자매 때문에 요코와도 어찌어찌하다 코가 꾀었는데 링링도 심상치 않다. 하여튼 쌍둥이 자매의 의식구조(意識構造)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리다. 더욱이 쌍둥이 자매와 생활하며 물들었는지 요코까지 이상하게 변했다.

수혼과 일행이 탄 차는 일산신도시를 지나 외곽으로 벗어난다. 차가 한참을 달리더니 허허별판이 나타나고 멀리 거대한 담으로 둘려 쌓인 저택이 나타났다. 차가 정문에 도착하고 두터운 철문이 열리더니 차가 안쪽으로 들어가고..........정문 입구에 멈춘 자동차 문이 열리며 수혼과 일행이 내린다.

수혼은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정문에서부터 늘어선 장정들이 끝없이 이어져 모두 수혼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수혼이 놀라고 있을 정도니 링링은 오죽하겠는가? 그녀는 수혼을 향해 최소한 만 명은 넘을 것 같은 건장한 청년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랑의 귀환(歸還)을 축하합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장정들의 입에서 한번에 터져 나온 고함소리에 건물이 부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수혼은 길에 늘어선 장정들을 쭉~ 살펴보니 선두에 있는 놈들은 대충 알겠지만 뒤쪽에 있는 놈들은 생판 처음 보는 놈들이다.
“호식아~ 어떻게 된 거냐~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천랑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천랑파에 소속된 녀석들을 한 놈도 빠짐없이 모두 집합시켰어. 사실 천랑파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천랑의 얼굴도 모르는 놈들이 부지기수로 많아. 이번 기회에 녀석들에게 천랑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刻印)시킬 필요가 있어서 집합시켰지.”
“지키는 영업장은 어떡하고.............모두 월급 받고 있는 놈들이 멋대로 업소를 비워도 되는 거야. 모두 자신들이 지키는 영업장으로 돌려보내.”
“천랑. 약간의 사정이 있어. 일단 아이들에게 손이라도 흔들어주며 격려 해죠. 이 녀석들은 아침부터 천랑이 오기만 학수고대(鶴首苦待) 하던 녀석들이란 말이야.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천랑이 들어가면 바로 해산시킬게.”
“무슨 짓을 하는지...........하여튼 좋아. 우선은 내말대로 하지. 들어가자.”

수혼은 일행은 천천히 이동하며 늘어선 장정들을 하나하나 보았다. 대체적으로 처음 보는 녀석들이지만 가끔은 강철형님을 따라다니던 녀석들의 얼굴도 보인다. 수혼은 건물을 보고 또다시 놀란다. 처음에는 길에 늘어선 장정들 때문에 집을 살펴보지 못했지만 천천히 걸으며 살펴보니 그 크기에서부터 엄청나다. 중앙에 있는 5층짜리 양옥은 사진에서 보던 유럽의 대저택 같았고, 양쪽에 늘어선 4층 건물도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저택 앞의 넓은 정원은 중앙에 분수대가 있고, 원을 그리며 꽃들이 심어져 있다. 정원의 크기만 해도 원만한 학교 운동장만 했다. 이건 집이라기보다는 무슨 학교 같았다.
수혼이 저택의 입구에 도착하자 길식이 수혼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안으로 드시지요.”
문이 열리며 저택의 로비가 나타나는데...........수혼은 그 화려함에 한번 놀라고, 그 크기에 두 번 놀란다. 수혼은 길식이 일산 쪽에 집을 마련했다는 말만 들었지 이곳에 온 건 처음이다. 수혼과 일행은 로비 좌우에 붙여있는 방중 한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정원이 한눈에 보이도록 한쪽이 통유리로 만들어지고, 중앙에 기다란 탁자가 (ㄷ)형태로 놓여지고 양쪽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회의장 이였다.

수혼이 중앙에 앉고, 좌우로 미나와 미희가 자리했다. 요코와 링링은 미나, 미희 옆자리에 에 앉도록 했다. 잠시 후 20여명의 장정들이 들어와 수혼에게 인사를 하고는 빈자리에 앉는다. 수혼이 보니 회의장에 들어온 녀석들은 천랑파의 중간간부들 이였다.

“모두 들어온 것 같으니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천랑께는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막 해외에서 돌아오셔 피곤하실 터인데 쉬실 시간도 주지 않고 이렇게 회의를 시작하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만한 사정이 있겠죠............저도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일단 제가 설명하는 걸 모두 들으시고 질문은 나중에 해 주세요. 그전에........저분은 누구죠. 처음 보는 분인데.”
“링링~ 이라고 해요. 남이 들으면 곤란한 부분이 있습니까?”
“지금 이 자리는 공식적인 자리입니다. 천랑파와 관련 없는 분들은 잠시 자리를 피해 주셨으면 합니다.”
“링링과 요코를 말하는 거라면 그냥 이야기하세요. 외인(外人)이 아닙니다.”
“천랑(天狼)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요코와 링링은 길식의 말에 좌불안석(坐不安席)이였지만 수혼의 말을 듣고는 약간의 감동까지 느낀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곳 저택은 거대합니다. 이곳은 본래 초등학교였는데 저희가 거금을 주고 사들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한 것입니다. 이곳은 천랑파의 본부로 천랑의 거처와 천랑이 직접 지휘하게 될 친위군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곳입니다. 건물과 인접한 대부분지역도 우리 천랑파가 매입한 사유지들입니다. 이런 거대한 본부를 조성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잠시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
“천랑도 들어오시면 보았을 겁니다. 천랑파는 맨 처음 21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만 명이 넘는 조직원을 가진 거대한 조직으로 발전했습니다. 현재 천랑파는 만2천명의 조직원과 청량리, 신촌, 종료, 은평, 구파발, 일산을 가지고 있으며........만2천명의 조직원 중에서 특별히 선발한 500명의 친위군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도 조직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趨勢)입니다.”
“............”
“천랑은 왜 우리 천랑파가 이렇게 많은 조직원과 친위군이 필요한지 아직 짐작하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현재 서울은........................강철파가 몰락하고 갈치파, 성민파, 자갈치파가 강철파가 가지고 있는 영토를 모두 접수한 상태입니다.”

수혼은 길식의 설명은 듣다 “강철파가 몰락”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는다. 형님이 거느린 강철파가 몰락했다니..........전국제일의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고 이미 조직이라기보다는 기업에 가깝던 강철파가 어떻게 몰락할 수 있단 말인가?

“무슨 말씀이죠? 자세하게 설명해 보세요.”
길식은 그동안 서울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세세하고 자세하게 수혼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혼은 길식의 설명을 말없이 듣고 있었다. 다만 수혼의 얼굴이 탁탁하게 굳어지고 이빨로 입술을 깨물고 있는 것이 심적(心的)으로 터져버릴 것 같은 감정을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이 역역했다.

“현재 강철파는 서울에서 완전히 철수한 상태이며, 어제 뉴스에 경찰이 강원도 모 수련원에 숨어있던 강철파 조직원들을 일망타진(一網打盡)했다는 소식과 함께 경기도 모 별장에서 강철로 의심되는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확인해본 결과 그나마 남아있던 강철파 조직원 중 상당수가 경찰에 검거된 사실을 확인했고..........경기도 별장에서 발견되었다는 강철의 시체는 현제 신원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혀..........형님이 죽었단 말입니까?”
“강철로 의심되는 시체는 팔과 목이 분리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잠수부들이 강물을 정밀 수색하여 팔 한쪽은 찾았지만 끝내 머리는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현재 검찰도 DNA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러니 지금당장 강철이 죽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없는 사이에..........강철파가 몰락하고...........형님은 죽었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말씀입니까?”
“사실입니다. TV뉴스와 신문기사는 모두 모아두었습니다. 정 의심되시면 보시고........또는 지금이라도 강철에게 연락해보면 확인 가능합니다. 아마 누구도 받지 않을 겁니다.”
“전화기 주세요.”

한명이 뛰어와 수혼에게 전화기를 건네자, 수혼은 강철에게 전화를 했다. 한참을 지나도 받지 않는다. 사무실, 핸드폰 심지어 집에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수혼이 들고 있던 전화기가 박살나며 핸드폰 파편이 수혼의 살가죽을 파고들어간다. 수혼은 부르르 떨며 책상을 내리친다.

“꽝~~~~”

책상은 원목으로 만든 튼튼한 탁자였다. 그 탁자에 수혼의 주먹이 푹~하니 박히며 탁자가 부셔져 나간다. 장내는 찬물을 끼얹진 듯 조용한 적막만이 흐른다. 누구하나 숨소리 조착 크게 내쉴 수 없을 정도로 주위 공기가 서늘하게 식어버린다. 수혼은 남들 앞에서 쉬게 화내는 일이 없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밖으로 표출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 그가 불같이 노(怒)했다. 수혼은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붉게 불타고 있었고, 숨소리는 거칠기 그지없었다. 한참 후 씩씩~ 거리던 수혼은 손을 거든다. 그의 손에서 피가 점점이 떨어지자 옆에 있던 미나가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수혼의 다친 손을 감았다. 수혼은 미나에게 손을 맞기며 차츰차츰 숨을 고른다.

“그러니까 갈치파, 성민파, 자갈치파연합군이 강철파를 무너트리고........형님까지 죽었단 말입니까?”
“현재 진행된 상황으로 미루어보아..............그렇습니다.”
“왜 그동안 연락도 없었죠. 상황이 그 지경이 되도록 뭐하신 겁니까?”
“천랑께 연락을 취하기 위해 저희들도 노력했지만.........방법이 없었습니다. 또한 강철파의 몰락까지 숨 돌릴 시간도 없이 급박하게 돌아가 저희가 강철을 돕고 말고 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없었다...............”

수혼은 한손으로 머리를 기대고 탁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속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이 있었다. 무엇이든 때려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하고........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멍했다. 강철..........그가 죽었다. 강철은 자신의 의형이다. 비록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가족같이 믿고 따르던 분이다. 또한........지나의 아빠다.
(맞다.........지나..........지나는 어떻게 된 거지.) 수혼은 지나생각이 머릴 스치고 지나자 그녀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강철이 죽었다면...........그녀도 혹시................

“지.......지나는 어떻게 되었죠?”
“강철의 딸, 지나를 말씀하시는 거라면..........현재 행방불명(行方不明)입니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 찾고 있지만 아직 행방이 묘연(杳然)합니다.”
“행.......방.......불.......명!.............허.............허허허~”

수혼은 고개를 젖히고 천장을 보며 실없이 웃는다. 그녀.........그녀가 행방불명이란다. 자신이 중국에서 돌아오면 결혼하기로 했던.........그녀가 실종되었단다. 참~~ 힘들다. 어찌 그녀와의 사랑은 이렇게 꼬이기만 하는 것일까? 수혼은 눈앞에 닫친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형님이 죽었다는 소식도 충격이자만 지나의 실종소식은 해머로 머리를 강타당한 듯한 충격이다. 멍~~~ 하다.
“수혼씨, 우리도 찾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 있겠죠.”
“호...........혹시. 성민이놈이 또............”
“그건 아닙니다. 저희도 갈치파, 성민파, 자갈치파 모두의 동태를 세밀하게 살피고 있지만 성민이 지나씨를 납치한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당장 확인해 보세요.”
“저희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절대 성민파가 지나씨를 납치한건 아닙니다.”
“그럼 지나가 어찌된 겁니까? 하늘로 날아갔다는 겁니까? 땅으로 꺼졌다는 겁니까?”

미나는 부르르 떨고 있는 수혼을 팔을 잡았다.
“진정하세요. 지나씨는 돌아와요. 꼭! 돌아와요.”
“그치~ 돌아오겠지..........”
“험험~ 강철 딸에 대한 부분은 조사 중이니 사실이 확인되면 그때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우리 천랑파 앞에 닥친 현실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論議)해야 합니다. 계속 설명하겠습니다. 현재 강철파를 몰락시킨 갈치파연합군은 다음 목표로 우리 천랑파를 공격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천랑이 없는 사이 천랑파 조직원이 확대된 배경을 살펴보면 우리가 조직원을 모집한 것이 아니고, 강철파가 몰락하며 강철파에 속해있던 녀석들이 우리 천랑파로 흡수되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천랑에 묻겠습니다...........천랑은 갈치파연합군을 어떻게 상대하실 겁니까?”

“상대? 그 죽일 놈들을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냉정히 생각하세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두 가지입니다. 현재 갈치파연합군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쳐진 오월동주(吳越同舟)같은 사이입니다. 저번에 천랑에게 갈치파 수장이 협력하자는 제의(提議)가 있었습니다. 만일 우리가 지금이라도 갈치피의 제의를 수락하고 손을 잡는다면............성민파나 자갈치파를 서울에서 몰아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나중에 다시 갈치파와 서울을 두고 다시 전쟁이 붙겠지요. 하지만 우리들 혼자 갈치파연합군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형님을 죽음으로 내몬 갈치파와 손을 잡자는 말씀입니까? 전 못합니다.”
“저희도 천랑이 그리 나오실 줄 알았습니다. 해서..............이곳 저택과 친위군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곳 저택은 인가(人家)와 떨어진 외지에 있으며........이곳까지 접근하는 길은 모두 평지라 주변감시에 용이합니다.............갈치파연합군과 우리 천랑파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면 우리가 적대적으로 불리합니다. 우린 이곳에 전력(全力)을 집중하여 저들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며............각개격파(各個擊破)식으로 저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이 대저택과 친위군을 만든 배경이 갈치파연합군과 싸울 것을 대비한 포석(砲石)이란 말씀이군요. 또 저 밖에 대기하고 있는 조직원을 집합시킨 의도도 저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고................”
“맞습니다. 갈치파연합군과의 전투는 피할 수 없습니다. 누가먼저 공격하느냐.........그것만 남았습니다.”

“갈치파연합군과 전투라............그들은 뭐하고 있죠.”
“강철파가 몰락한 것이 어제입니다.”
“그럼 사기가 하늘을 찌르겠군요?.............일단 기다리죠.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죠.”
“아직 저들도 우릴 공격하진 못할 겁니다. 천랑 말대로 더 이상의 회의는 무의미합니다. 오늘 회의는 천랑에게 그동안 일어났던 사건을 보고하는 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수혼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회의는 그것으로 끝났다. 수혼은 머리가 복잡했다. 강철파의 몰락과 지나의 실종이 그에게 준 충격은 컸다. 지나의 얼굴이 생각나고...........한번 보았던 수영의 얼굴이 떠오른다. 수영...........그녀의 말이 현실로 나타났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 자신이 중국에 있는 사이 성민도 돌아와 그 대열에 함유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수혼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저택은 본래는 4층 건물로 리모델링 과정에서 5층을 새로 올려 수혼과 부인들의 처소를 만들었고, 나머지 4층은 수혼이 지휘하게 될 친위군(親衛軍)과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처소로 만들어졌다. 부속 건물로 2개가 있는데 한곳은 체육관과 각종 운동시설들로 채워지고 나머지 한 건물은 현재 비워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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