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예인은 한달음에 석죽산을 내려와,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는 유가장의 정문을 통과해서 사랑으로 내달았다. 그녀가 아는 유관필은 절대로 말을 아끼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런만큼 자신의 질문, 자신의 쓸모에 대해 누구보다 더 정확한 평가를 내려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숨이 찰 때까지 뛰어내려왔기 때문에, 잠시 숨을 고르면서 흐트러진 머리 매무새를 다듬고 있는데, 방안에서 적송자와 유관필의 대화가 들려왔다. 늙수구레 하지만 능글맞은 적송자의 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그 미월루의 월향이에게 자네가 편지를 보냈다는 말인가?"
"네. 처음에는 그냥 베일에 싸인 신비공자가 거리를 지나던 월향이에게 반한 것으로 설정을 하고 표국을 통해 몰래 전달했는데, 그게 그만 의도치않게 잘못되는 바람에."
"잘못되다니."
"세 번째 전서를 보냈을 땐 이미 월향이가 상사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제 편지의 경쟁력을 알 수 있어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미월루를 찾은 안찰사가 그 편지를 보고 제 필적을 알아채는 바람에..."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지요. 편지에다가도 뭘 어쩌고 싶다라던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그저 기녀에게 반한 한량정도로 좀 소문이 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좀 곤란한 지경에 처했습니다."
"곤란한 지경이라니."
"월향이라는 기녀가 기녀 생활을 하면서 돈을 꽤 많이 모았나봅니다. 비용을 치르고, 기적에서 나올 것을 천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저를 꽤 조사를 해서, 제가 아내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유가장 인근의 땅을 계약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뭐라? 이대로 잘 진행만 되면 소실을 들이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사천성 최고 미색이 아닌가. 내 알기로는 월향이가 아직 머리도 올리지 않았다는 말이 있던데. 그럼 기녀라고 하더라도 처녀가 이닌가. 부러우이. 역시 내 단박에 알아보았지. 눈빛이 나와 닮았거든. 소시적에 말이지. 나도 꽤 인기가 있었다네. 사실은 말이지. 내 도적에 이름을 올린 도인이네마는 말이야... "
선생님으로서의 유관필을 세상의 누구보다 존경하고 있는 당예인이었지만, 유관필만큼 오세인도 좋아했던 당예인은 더는 참지 못하고, 늙고 뻔뻔한 적송자의 장광설을 사랑의 문짝을 발로 걷어참으로써 멈췄다.
"뭣들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 전 선생님이 그러실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어떻게.."
"예인아. 그건 오해야."
"오해는 무슨요. 다 들었는데요. 선생님, 실망이에요."
"당씨 꼬맹이. 사내의 길이란 원래 그런 것이야. 그리고 막말로 유 장주가 무슨 잘못을 했나. 자신의 길을 위해서 여자 하나 둘 쯤 갈아치운다고 해도, 그게 무슨 대수야."
"어르신. 그게 무슨."
막무가내 적송자가 하나 쓸 데 없는 역성을 들었기 때문에, 차분히 이야기만 하면, 당예인을 설득할 자신이 있었던 유관필마저 당황을 하고 말았다. 말이 막히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본 당예인은 증거를 잡았다고 확신을 하고 말도 안돼 말도 안돼를 몇 번이고 되뇌다 어께가 축 늘어져 천천히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당예인을 설득하려고 당예인의 뒤를 따르던 관필이 마주친 것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시비 화영과 린아의 싸늘한 눈빛이었다.
"핫핫. 땅을 뭐 보라고 하는가. 저쪽에다 초당을 하나 짓게. 내달쯤이면 지을 수 있을 테고. 그럼 자네 집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인가. 축하하네. 유 장주. 난 사문에 좀 볼일이 있어서 말이지."
오줌이 묻은 노을빛 공단 무복을 입고는 적송자가 유유히 사라졌고, 홀로 부서진 문짝 앞에 선 유관필은 외로웠다. 이러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아직 자신의 솜씨가 쓸만한 것인가를 시험하려던 것 뿐이었는데. 그러다가 유관필은 오세인에게 생각이 미치고 말았다. 자신이 정말로 그런 일을 벌인 것을 알기라도 한다면, 오세인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일일 것이다. 적어도 화영이나 예인이에게 먼저 이 일을 듣게 해서는 안된다. 내 입으로 미리 이야기를 해야 한다. 급히 발길을 내당으로 옮기는데, 축 늘어져서 가던 당예인이 무서운 기세로 유관필에게 다가왔다.
"어디 가세요?"
"응.. 예인아 우리 이야기를 좀 할까. 너도 알잖니. 내가 우리 집사람을 얼머나 사랑하는지."
"그거야 알 수 없죠. 이미 소문이 난 이야기니까요?"
"뭐라고?"
"믿지 않았어요. 얼마나 믿지 않았으면 언니에게 이야기를 했을 정도였어요. 다른 사내들이랑은 다른 분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야기를 했다고?"
"농담으로 한 이야기였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언니는 지금 내원에 누워계세요. 제가 방금 들은 그 이야기를 하면 언니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하니?"
"저랑 지금 미월루로 가요. 거기서 제 눈 앞에서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세요."
"뭘 어떻게..."
당예인에 이끌려서 성도 원경대로의 뒷거리에 위치한 미월루로 향했다. 훌쩍 커다란 말을 탄 화복차림의 당예인은 싱그러울 정도로 예뻤고, 많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뒤에 따라붙은 평상복 차림의 유관필이 뒤를 따르는 시종처럼 보일 정도였다. 홍등가에 들어서자 벌써부터 취한 사람들이 당예인에게 농을 걸려다가 얼음같이 싸늘한 눈에 찔끔해서 딸꾹질을 하는 것이 벌써 몇차례였다. 유관필은 사람이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야담집의 어기상인을 실제로 보는 듯 하여 순간적으로 흥미로웠지만, 미월루에 다가갈수록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사람의 욕구중에 가장 버리기 힘든 것은 식욕도, 수면욕도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굶어죽는 사람도 있고, 수면장애로 미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유관필은 왜 자신이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사천 최고의 기녀에게 연애전서를 보냈을까 생각을 하다가 결국 경사에서 멀어지면서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했던 아집, 명예욕을 버리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벼슬에서 쫓겨난 것이지만, 아니야 난 벼슬길을 버렸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위했던 것이다. 경험이 전혀 없는 야담작가를 꿈꾸면서도, 어쨌거나 과거에 방안을 했던 문장인데 당연히 잘될 거라고, 하지만 혹시라도 화제가 되지 않으면 창피한 일이니 사람의 마음이라도 한 번 흔들어보자는 시험을 했던 것이다. 유관필은 타는 듯 얼굴이 붉어졌고, 숨이 가빠졌다. 아! 이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가.
유관필의 숨소리가 거칠어지자 바로 눈치챈 당예인은 정말로 분했다. 그토록 믿고 따르던 선생님이 아닌가. 고작 기녀 따위에 정신이 팔려서 저런 얼굴을 하다니. 심지어는 기침까지 했다. 얼마나 긴장을 한 걸까? 당예인은 당가의 여식이다. 독왕 당철기의 피를 받은 진녹색 장포의 당가는 원래 참는 법이 없다. 당예인은 더는 참지 못했다. 당예인의 일장은 정확히 유관필의 명치로 향했고, 내공은 없었지만 분노의 마음으로 지른 당예인의 일장은 매섭기 그지 없어서 유관필은 말에서 떨어졌고, 구겨진 휴지처럼 하늘을 날아서 대로의 한가운데에 떨어져 버렸던 것이다.
"선생님. 선생님!"
유관필은 숨을 쉬지 못했다. 기혈이 막힌 듯 했다. 다행히 당예인은 강호의 여인이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었다. 당예인은 유관필의 등을 똑바로 하고, 척추를 곧추세웠다. 그리고는 탁탁쳤지만,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다. 당예인은 유관필의 코를 잡았고, 입술을 가져갔다. 부끄러워서는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몸이 떨렸다. 가까이서 본 스승의 얼굴은 청수했고, 적당히 코에 난 수염은 부드러웠다. 당예인, 방년 19세의 첫 입맞춤이었다.
"그래서, 그 미월루의 월향이에게 자네가 편지를 보냈다는 말인가?"
"네. 처음에는 그냥 베일에 싸인 신비공자가 거리를 지나던 월향이에게 반한 것으로 설정을 하고 표국을 통해 몰래 전달했는데, 그게 그만 의도치않게 잘못되는 바람에."
"잘못되다니."
"세 번째 전서를 보냈을 땐 이미 월향이가 상사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제 편지의 경쟁력을 알 수 있어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미월루를 찾은 안찰사가 그 편지를 보고 제 필적을 알아채는 바람에..."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지요. 편지에다가도 뭘 어쩌고 싶다라던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그저 기녀에게 반한 한량정도로 좀 소문이 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좀 곤란한 지경에 처했습니다."
"곤란한 지경이라니."
"월향이라는 기녀가 기녀 생활을 하면서 돈을 꽤 많이 모았나봅니다. 비용을 치르고, 기적에서 나올 것을 천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저를 꽤 조사를 해서, 제가 아내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유가장 인근의 땅을 계약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뭐라? 이대로 잘 진행만 되면 소실을 들이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사천성 최고 미색이 아닌가. 내 알기로는 월향이가 아직 머리도 올리지 않았다는 말이 있던데. 그럼 기녀라고 하더라도 처녀가 이닌가. 부러우이. 역시 내 단박에 알아보았지. 눈빛이 나와 닮았거든. 소시적에 말이지. 나도 꽤 인기가 있었다네. 사실은 말이지. 내 도적에 이름을 올린 도인이네마는 말이야... "
선생님으로서의 유관필을 세상의 누구보다 존경하고 있는 당예인이었지만, 유관필만큼 오세인도 좋아했던 당예인은 더는 참지 못하고, 늙고 뻔뻔한 적송자의 장광설을 사랑의 문짝을 발로 걷어참으로써 멈췄다.
"뭣들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 전 선생님이 그러실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어떻게.."
"예인아. 그건 오해야."
"오해는 무슨요. 다 들었는데요. 선생님, 실망이에요."
"당씨 꼬맹이. 사내의 길이란 원래 그런 것이야. 그리고 막말로 유 장주가 무슨 잘못을 했나. 자신의 길을 위해서 여자 하나 둘 쯤 갈아치운다고 해도, 그게 무슨 대수야."
"어르신. 그게 무슨."
막무가내 적송자가 하나 쓸 데 없는 역성을 들었기 때문에, 차분히 이야기만 하면, 당예인을 설득할 자신이 있었던 유관필마저 당황을 하고 말았다. 말이 막히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본 당예인은 증거를 잡았다고 확신을 하고 말도 안돼 말도 안돼를 몇 번이고 되뇌다 어께가 축 늘어져 천천히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당예인을 설득하려고 당예인의 뒤를 따르던 관필이 마주친 것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시비 화영과 린아의 싸늘한 눈빛이었다.
"핫핫. 땅을 뭐 보라고 하는가. 저쪽에다 초당을 하나 짓게. 내달쯤이면 지을 수 있을 테고. 그럼 자네 집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인가. 축하하네. 유 장주. 난 사문에 좀 볼일이 있어서 말이지."
오줌이 묻은 노을빛 공단 무복을 입고는 적송자가 유유히 사라졌고, 홀로 부서진 문짝 앞에 선 유관필은 외로웠다. 이러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아직 자신의 솜씨가 쓸만한 것인가를 시험하려던 것 뿐이었는데. 그러다가 유관필은 오세인에게 생각이 미치고 말았다. 자신이 정말로 그런 일을 벌인 것을 알기라도 한다면, 오세인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일일 것이다. 적어도 화영이나 예인이에게 먼저 이 일을 듣게 해서는 안된다. 내 입으로 미리 이야기를 해야 한다. 급히 발길을 내당으로 옮기는데, 축 늘어져서 가던 당예인이 무서운 기세로 유관필에게 다가왔다.
"어디 가세요?"
"응.. 예인아 우리 이야기를 좀 할까. 너도 알잖니. 내가 우리 집사람을 얼머나 사랑하는지."
"그거야 알 수 없죠. 이미 소문이 난 이야기니까요?"
"뭐라고?"
"믿지 않았어요. 얼마나 믿지 않았으면 언니에게 이야기를 했을 정도였어요. 다른 사내들이랑은 다른 분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야기를 했다고?"
"농담으로 한 이야기였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언니는 지금 내원에 누워계세요. 제가 방금 들은 그 이야기를 하면 언니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하니?"
"저랑 지금 미월루로 가요. 거기서 제 눈 앞에서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세요."
"뭘 어떻게..."
당예인에 이끌려서 성도 원경대로의 뒷거리에 위치한 미월루로 향했다. 훌쩍 커다란 말을 탄 화복차림의 당예인은 싱그러울 정도로 예뻤고, 많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뒤에 따라붙은 평상복 차림의 유관필이 뒤를 따르는 시종처럼 보일 정도였다. 홍등가에 들어서자 벌써부터 취한 사람들이 당예인에게 농을 걸려다가 얼음같이 싸늘한 눈에 찔끔해서 딸꾹질을 하는 것이 벌써 몇차례였다. 유관필은 사람이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야담집의 어기상인을 실제로 보는 듯 하여 순간적으로 흥미로웠지만, 미월루에 다가갈수록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사람의 욕구중에 가장 버리기 힘든 것은 식욕도, 수면욕도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굶어죽는 사람도 있고, 수면장애로 미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유관필은 왜 자신이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사천 최고의 기녀에게 연애전서를 보냈을까 생각을 하다가 결국 경사에서 멀어지면서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했던 아집, 명예욕을 버리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벼슬에서 쫓겨난 것이지만, 아니야 난 벼슬길을 버렸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위했던 것이다. 경험이 전혀 없는 야담작가를 꿈꾸면서도, 어쨌거나 과거에 방안을 했던 문장인데 당연히 잘될 거라고, 하지만 혹시라도 화제가 되지 않으면 창피한 일이니 사람의 마음이라도 한 번 흔들어보자는 시험을 했던 것이다. 유관필은 타는 듯 얼굴이 붉어졌고, 숨이 가빠졌다. 아! 이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가.
유관필의 숨소리가 거칠어지자 바로 눈치챈 당예인은 정말로 분했다. 그토록 믿고 따르던 선생님이 아닌가. 고작 기녀 따위에 정신이 팔려서 저런 얼굴을 하다니. 심지어는 기침까지 했다. 얼마나 긴장을 한 걸까? 당예인은 당가의 여식이다. 독왕 당철기의 피를 받은 진녹색 장포의 당가는 원래 참는 법이 없다. 당예인은 더는 참지 못했다. 당예인의 일장은 정확히 유관필의 명치로 향했고, 내공은 없었지만 분노의 마음으로 지른 당예인의 일장은 매섭기 그지 없어서 유관필은 말에서 떨어졌고, 구겨진 휴지처럼 하늘을 날아서 대로의 한가운데에 떨어져 버렸던 것이다.
"선생님. 선생님!"
유관필은 숨을 쉬지 못했다. 기혈이 막힌 듯 했다. 다행히 당예인은 강호의 여인이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었다. 당예인은 유관필의 등을 똑바로 하고, 척추를 곧추세웠다. 그리고는 탁탁쳤지만,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다. 당예인은 유관필의 코를 잡았고, 입술을 가져갔다. 부끄러워서는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몸이 떨렸다. 가까이서 본 스승의 얼굴은 청수했고, 적당히 코에 난 수염은 부드러웠다. 당예인, 방년 19세의 첫 입맞춤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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