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살을 바라보는 설 무영의 눈빛! 웅비하고도 미관이 뚜렷한 용모! 그녀는 새삼스럽게 자신이 생사여탈을 쥐고 있는 주군의 여인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그에게서 풍기는 젊은 혈기의 체취! 공연히 수줍음을 느낀 그녀는 그의 시선을 외면하며 말을 더듬었다.
"저, 저는 동영에서........"
"동영이 더 쉽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옵니다만......."
"하하하…! 내가 삼문을 통과하여 그대를 도우리다."
"어찌 주군께서........"
은비살은 설 무영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감지덕지하여 말문을 잇지 못하였다.
"이리 오게…! 궁금한 것이 또 있으니......."
설 무영은 은비살의 손을 잡아 침대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은비살의 어깨가 살 프시 떨렸다.
"그대는 아름다워! 하지만 난 그대를 취하지 않으리다. 다만 내 생명과 같은 여인이니 그대 를 지키리라."
"주군!"
설 무영의 말에 은비살은 감복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가슴에 안긴 그녀는 감흥에 젖어 파르르 떨었다. 그녀가 내심 흠모하고 있던 주군! 그녀의 여심을 사로잡는 남자였다. 그녀를 가슴에 안은 설 무영의 아늑한 목소리가 흘렀다.
"그대의 체온이 따뜻하군."
은비살의 봉옥이 다시 붉게 물들었다. 은비살이 속삭이듯 작게 말을 했다.
"주군의 몸이옵니다."
"왜 여인의 몸으로 중원대륙에 와서 자객생활을 하는지 말 해 주겠소?"
은비살은 가녀린 인형처럼 설 무영의 가슴에 안겨 있었다. 그림자같이 그를 따르던 흑의의 자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속하의 이름은 유끼꼬! 스가와라 유끼꼬(菅原雪子)예요. 저는........."
"유, 끼, 꼬…!"
설 무영이 그녀의 이름을 되뇌는 목소리를 듣는 은비살의 심장은 마냥 두근거렸다. 그의 가슴에 안긴 그녀는 암사슴처럼 포동포동하였다.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촉촉한 눈방울, 그리고 터질듯이 탱탱하고 작은 입술에 미소가 번졌다. 은비살이 자신의 신상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스가와라 유끼꼬(菅原雪子).
방년(芳年) 이십일 세인 그녀는 동영 아스카국(飛鳥國) 공주이자, 우다천황(宇多天皇)의 자문역 장인두(藏人頭)로서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眞)의 후손이었다. 당시 우다천황은 십오 세의 어린나이였고, 황실은 스가와라가(菅原家)와 후지와라가(藤原家) 두 혈족이 황실의 정권을 쥐고 있었다.
스가와라의 가문은 학자 가문으로 덕망이 높아 미치자네 생전 시에 수백 명의 문하들이 강의를 듣기위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였다. 천황의 황후는 미치자네의 딸이었고, 조정 관료의 절반이상이 스가와라의 문인이었다. 후지와라가는 이 같은 스가와라의 세력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좌대신(左大臣)이었던 후지와라 도키히라(藤原時平)는 스가와라가 우다천황의 외 조카인 도키요천왕(濟世親王)을 천황으로 옹립하려 한다고 모함을 하였다. 우다천황은 미치자네를 구주(邱州)의 대재부(大宰附) 권수(權帥)로 좌천시켰다. 그러나 안심이 되지 않아 도키히라는 자객을 보내 미치자네를 암살하고 말았다.
미치자네가 죽은 후 궁중에는 낙뢰(落雷)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자 이것은 미치자네의 원혼이 후지와라 일족에게 보복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후지와라 일족들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무척 두려워하였다.
정권을 독차지한 후지와라 일족은 그들의 딸을 황후로 삼아 그 소생을 천황으로 옹립하였다. 그리고 스가와라 일족을 역적의 집안으로 내몰며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스가와라 일족의 토지와 가산은 몰수당하였고, 가족은 하인과 기녀로 팔려 나갔다. 일국의 왕족으로 정권을 휘둘렀던 스가와라 일족은 대를 물려 하인과 기녀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후지와라에 대항하는 영주(領主)와 호족(豪族)들이 생겨나고 무사집단이 생겨났다. 무사집단에는 사무라이라는 호위무사와 인자라는 자객으로 구분되었다. 와중에 유끼꼬의 어머니 마사꼬(政子)는 미모가 출중하여 사무라이 기요하라(淸原)의 눈에 들어 그의 부인이 되었다. 허지만 기요히라는 일 년 만에 이요(伊豫)전투에서 죽었다.
마사꼬는 홀몸으로 유끼꼬를 낳고 기녀생활로 돌아가야만 했다. 생활고에 시달린 마사꼬는 열 살밖에 안된 어린 딸을 이요장(伊豫莊) 영주 스미토모(純友)의 하녀로 보냈다. 영주의 하녀가 된 어린 유끼꼬는 밤마다 울음으로 꼬박 새웠다. 그런 세월 속에 어느덧 그녀는 처녀의 냄새가 피어나는 십육 세가 되었다.
춘풍지절(春風之節).
그녀에게도 이성의 손길이 찾아왔다. 그녀가 교자 위에 올라가 문틀을 닦고 있었다.
".......!"
유끼꼬의 뒤에서 그녀를 쳐다보는 정장 청년이 있었다. 이십 세 가량의 청년은 빙긋이 미소를 띠었다. 치마를 걷어 올린 유리꼬의 백삼(白蔘) 같이 하얀 피부가 들어나 보였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희끗희끗 들어났다. 청년은 스미토모 영주의 하나밖에 없는 영식 사다케(佐竹)였다.
사다케가 슬며시 유끼꼬에게 다가가 치마 밑으로 손을 넣었다.
"어 맛!"
유끼꼬가 기겁을 하며 놀라고 교자가 기우뚱하였다. 그 바람에 유끼꼬는 교자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자연스럽게 유끼꼬는 사다케의 품 안에 안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유끼꼬는 다시 한 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소주(小主)와 하녀, 천지간의 지체였다.
"벌을 주십시오!"
유끼꼬는 황급히 사다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장난한걸........하하하!"
"......!"
그러나 감히 유끼꼬는 얼굴을 들지도 못한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사다케가 싱긋 웃었다.
"유끼꼬가 날로 예뻐진단 말이야! 내 색시 될래?"
"놀리지 마십시오! 주군께서 들으면 소녀는 죽습니다."
"하하하……! 앞으로는 이 사다케의 이요성이 될 텐데.......뭘!"
"소녀! 목숨을 부지하고 싶습니다."
유끼꼬는 오들오들 떨었다. 하녀가 소주를 유혹했다는 말이 나오면 그녀는 참살을 면치 못한다.
"염려 마! 사나케가 책임질 테니까."
사다케는 유끼꼬를 일으켜 세우면서 그녀의 둔부를 슬쩍 더듬고 현관 쪽을 향했다. 사다케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그가 어릴 적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점점 활짝 피는 그녀의 미모에 빠져가고 있었다. 그의 부친 스미토모 영주는 이웃의 엣츄(越中)성주의 딸과 혼인을 주선하고 있지만, 꽃봉오리 같이 앙증맞은 그녀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야경에 미나(南近) 정자로 나와라!"
내뱉듯이 한마디하고는 사다케가 사라졌다. 유끼꼬는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바라볼 뿐이다. 그녀는 태산 같은 걱정꺼리가 생겼다. 미나는 버드나무가 많은 이야장의 뒤편 산이었다. 나가지 않아도 사다케 도련님께 벌을 받을 테고, 나가더라도 이야장의 가신들에게 들키면 영주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유끼꼬는 남아있는 사다케의 체흔을 느끼고 얼굴을 붉혔다. 그녀도 사다케가 싫지는 않았다. 아니 꿈속에서 사다케를 만날 정도로 좋아하였다. 영주의 우락부락한 모습에 비해 사다케는 어머니를 닮았다. 무술로 다져진 사내다운 씩씩한 기상과 희고 고운 용모는 뭇 소녀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녀는 사다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지만, 신분의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던 그녀는 밤이 이슥하여 정자로 나갔다. 그러나 사다케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려는가, 밝은 달과 반짝이는 별만이 그녀의 설레는 가슴을 비추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봄의 야경에 풀벌레 소리가 한층 운치를 더해 주었다.
"유끼꼬…!"
".........!"
뒤편으로 부터 인기척이 났다. 그녀는 사다케의 체흔을 느꼈다. 사다케가 그녀의 등을 살 프시 안았다. 그녀의 심장은 두 방망이질 하였다.
"오래 되었나?"
"아니에요......."
"고맙다. 내 마음을 알아주어서......."
"소녀는 죽습니다. 영주님이 아시면......."
"염려 말아라. 내가 꼭 내 각시로 만들 테니까."
그가 그녀를 돌려세우고는 자그마한 그녀의 몸을 가슴 속에 한 아름에 품었다. 그녀는 한없이 하늘 위로 몸이 날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소녀는 소주님 손에 죽을 것 입니다."
"아니…! 영원히 살게 해주마."
삼라만상을 들어내는 달빛은 그들의 사랑의 서곡을 축원하였다. 달빛 찬란한 밤에 그들의 눈동자는 진실함을 표현하였으나, 악마의 시샘은 그들을 평안하게하지 않았다. 그들은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였다.
봄이 가고 초록의 계절 여름이 흘러갔다. 황제의 신임을 받은 스미토모 영주는 국수(國守)로 임명 받아 큰 세력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요장은 온통 축하 분위기속에 여름을 보내고, 단풍이 온 산하를 뒤덮는 만추(晩秋)의 계절이 왔다. 영주는 아직도 국수가 된 열기에 식지 않아 하인들에게 후덕한 배려를 해 주었다.
하인들의 거소도 깨끗하고 넓은 곳으로 옮겨주고, 물자도 풍부하게 주었다. 그런데 항상 이런 분위기를 무너트리는 일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유끼꼬는 바구니를 든 채 환한 표정으로 콧노래를 하며 정원 옆을 지나고 있었다. 그녀가 바구니에는 세탁한 옷이 담겨 있었다.
옷을 건조하느라 세탁물을 널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녀는 체취만으로 사다케의 짓궂은 장난인줄 안다. 사다케가 예의 장난기어린 미소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툭!
그녀의 바구니에 서한(書翰)이 떨어졌다. 사다케는 시침을 떼고 그녀 곁을 사라졌다.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서한을 펼쳤다.
(나의 유끼꼬를 보고 싶다!)
그녀는 붉게 봉옥을 물들이며 사다케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그날 야경의 미나(南近)정자(亭子). 유끼꼬는 낙엽 지는 버들잎이 떨어질 때마다 숫자를 헤아리고 있다.
"오십이, 오십삼, 오십사,......"
사다케가 오기를 기다리며 그가 올 때까지 몇 개의 낙엽이 떨어지는가를 헤아리는 것이다. 그때 언제부터 있었는지 풀숲에서 누군가 펄쩍 뛰어 나왔다.
"유끼꼬!"
"어머…! 깜짝이야!"
사다케인줄 알았던 그녀는 실망하였다. 마스나가(松永)였다. 마스나가는 멸문당한 사다케 외가(外家)로서 사다케보다 한 살 위였다. 영주는 부인을 생각하는 배려에서 그를 주선하여 사다케와 함께 요시테루(義輝) 사부에게 무사 수업을 받게 하고 있다.
요시테루는 황제의 수호장군(守護將軍)도 지낸바 있는 동영 활검(活劍)의 제 일인자였다. 마스나가는 사무라이보다는 원한에 사무처 인자를 원하고 있다. 그는 집안을 멸문당한 원한을 갖고 있다. 허지만, 마스나가는 사악한 면이 있어 주위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는 처지였다.
그런 그가 안타까워 유끼꼬는 측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그가 도리어 유끼꼬를 보면 심술을 부리며 못 살게 굴고 있다.
"유끼꼬. 날 만나러 왔나?"
음흉한 미소를 지며 마스나가가 유끼꼬에게 다가갔다.
"마스나가 도련님. 단풍 구경 왔어요."
유끼꼬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질을 하였다. 또 무슨 심술을 부릴지가 겁났다.
"히힛! 내가 유끼꼬를 즐겁게 해줄게."
마스나가는 유끼꼬의 손목을 덥석 쥐었다. 그녀는 어쩔 줄 모르고 쩔쩔 맬 수밖에 없었다. 마스나가는 천연덕스럽게 유끼꼬의 봉옥에 입술을 대고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었다.
"도련님. 이러시면........."
그녀는 반항도 못한 채 울상이 되었다.
"괜찮아…! 유끼꼬는 영리하지. 앞으로 내 여자가 될 거야."
"영주께서 아시면 제 목숨은 하루도 못 견딥니다."
그녀는 잡힌 손목을 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괜찮다니까! 자…! 자, 가만있으라고."
마스나가는 그녀를 안아서 정자위에 쓰러트렸다.
"흐 흐흑…! 도련님........"
이건 심술궂은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마스나가의 의도를 알고는 울면서 애원을 하였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마스나가의 손이 그녀의 옷 속으로 들어와 막 피어나는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악!"
어린 젖가슴이 우악스런 손아귀에 움켜 쥐여지고 유끼꼬는 순간적인 통증으로 외마디를 질렀다. 오히려 마스나가의 욕정을 자극하는 소리로 변했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가 벌겋게 물들었다.
마스나가는 유끼꼬의 앞가슴을 풀어 헤쳤다. 달빛에 앙증맞은 젖가슴과 연홍빛 유실(乳實) 봉오리가 살 프시 들어났다. 그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우격다짐으로 젖가슴을 입안 가득히 물었다.
"으악!"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유끼꼬의 몸이 화들짝 거렸다.
"죽고 싶으냐?"
마스나가는 게걸스럽게 유끼꼬의 가슴을 탐하더니 손을 뻗쳐 그녀의 하의를 걷어 올렸다. 달빛 아래 뽀얀 허벅지가 들어났다. 고의를 벗겨 내리니 탱탱한 둔부 사이로 갓 피어난 방초가 소담하게 들어났다.
"으 흐흑…! 차라리 죽여주세요. 도련님! 제발........!"
두 다리를 꼿꼿하게 힘을 준채 그녀는 눈물로 애원하였다. 마스나가는 이미 사람이기를 거부한 맹수로 변해 있었다.
"음…!"
유끼꼬의 탐스러운 젖가슴과 하복부의 은밀한 비역을 내려다 본 마스나가는 바지를 벗어 내렸다. 달빛에 시커먼 돌출부가 그녀의 방초를 들여다보았다. 그는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극치감에 이르러 돌출부가 분비액으로 번들거렸다.
마스나가는 돌출부를 유끼꼬의 방초 사이로 찔러 넣었다. 허지만, 죽을힘을 다하며 모으고 있는 허벅지와 아직은 어린 그녀의 은밀한 비소는 쉽게 열리기를 거부했다.
"아악! 제발…! 제발…! 도련님!"
방초 사이를 부딪는 그와 온힘을 다하여 저항하는 그녀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뒹굴었다. 그때였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마스나가의 몸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나가 낙엽더미 위를 굴렀다.
"나쁜 자슥! 넌 사무라이가 될 수 없다."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권(拳)과 족(足)에 마스나가의 몸은 난타 당하였다. 유끼꼬는 몸을 추스르고 일어섰다. 마스나가를 두들겨 패는 것은 사다케였다. 사다케의 분노하는 눈에는 불꽃이 활활 타고 있었다.
"유끼꼬! 안되겠다. 모두에게 내 여자임을 알려야겠다. 가서 기다려라."
사다케는 한마디를 남기고는 마스나가의 목줄을 움켜쥐고 사라졌다.
스미토모 영주의 거실.
영주는 요시테루 사부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황실의 변화에 대처하는 그들의 대화는 진지한 것이었다. 그때 문밖에서 사다케의 소리가 들려왔다.
"사다케 입니다."
"웬일이냐?"
영주는 받쳐 들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말씀 드릴게 있습니다."
"들어와라."
사다케가 시근벌떡 들어와서 무릎을 꿇었다.
"아버님!"
"무슨 일이기에 사나이가 경거망동 하느냐?"
"나스나가를 벌해 주십시오!"
"무슨 일인데......?"
사다케는 흥분하여 자초지종을 토설하였다.
"못된 놈!"
스미토모의 검미가 뻗쳤다. 눈초리가 예리한 요시테루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핫! 나스나가는 심성이 덜 익어서....."
스미토모의 부리부리한 눈이 요시테루를 주시했다.
"요시테루께서 데려다 쓰십시오!"
"거참…! 기술은 있는데 가슴이 모자라는 아이인데......."
"어쩌겠습니까?"
"그러지요. 영주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고개를 끄덕이는 요시테루를 보고는 영주는 사다케에게 손짓을 하였다.
"중요한 대화중이다. 가거라."
"아버님!"
사다케가 다시 영주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영주가 언짢은 표정으로 사다케를 바라봤다.
"유리꼬를 주십시오!"
"네가 무슨 하녀가 필요한 거냐?"
"아닙니다. 부인으로 갖겠습니다."
"뭐야?"
슈욱!
스미토모는 찻잔을 들어 사다케에게 던졌다. 찻잔은 사다케의 가슴을 맞고 떨어졌다.
"여 봐! 그 누구 없느냐?"
영주의 외침에 문이 열리고 나이든 하녀가 들어와 무릎을 조아렸다.
"주군님!"
"유끼꼬를 불러와라!"
대단히 노한 영주를 보고는 하녀가 오금도 못 펴고 나갔다. 영주가 혀를 끌끌하고 찼다.
"못난 놈! 네가 할 일이 무엇이냐?"
"......?"
사다케는 아버지가 노여워 할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로 화를 낼 줄은 몰랐다. 외동아들인지라 웬만한 요구는 들어주던 아버지였다. 그러나 영주의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요구를 아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영주의 포부는 원대하다. 적어도 일국(一國)은 만들고 싶은 그였다.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다른 곳에 정신을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 후, 방문 밖에서 하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군님! 유끼꼬 왔습니다."
"들여보내라!"
겁에 질린 유끼꼬가 문을 열고 들어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사색이 다된 유끼꼬는 방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렸다.
"주, 주군님! 유끼꼬입니다."
유끼꼬의 목소리는 발음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힐끗 영주는 유끼꼬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정작 영주는 아들을 보고 호령을 하였다.
"저 아이는 스가와라의 아스카국(飛鳥國) 공주였지만, 지금은 황제의 역적이고 하인에게 불구하다. 하거늘 사다케의 입에서 무어라 했느냐?"
"........!"
사다케는 더 이상 아버지에게 말을 할 수가 없다. 아버지의 명령은 법이었다. 그 순간 요시테루 사부는 유끼꼬를 보고 내심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계집! 남자로 치면 무골(武骨)은 아니어도 현골(賢骨)이다. 중원에서는 천음옥골(天陰玉骨)이라는 여체가 있다지만, 계집은 요음옥골이다. 아깝다…! 좋은 지체이지만, 요가 끼어서 모든 남자가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지체이니....... 하지만 약하나 강하고 빠른 비강여골(飛强女骨)야.......!)
요시테루는 유끼꼬의 지체와 운명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털 크덕!
스미토모 영주가 검을 집어 사다케 앞에 던졌다
"베어라! 유끼꼬를."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엄명이었다. 유끼꼬의 봉옥이 파랗게 질렸다. 눈동자에 핏발이 선 사다케가 스미토모 영주를 쳐다봤다. 그는 혼자 뇌까린다.
(정말 베기를 원하십니까?)
"너의 잘못된 마음을 베는 것이다. 베어라! 계집을."
다시 한 번 스미토모 영주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다시는 거슬릴 수 없는 엄명! 유끼꼬를 베지 않으면 사다케가 가문에서 추방 당할 것이다.---------------------------------------------------
"저, 저는 동영에서........"
"동영이 더 쉽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옵니다만......."
"하하하…! 내가 삼문을 통과하여 그대를 도우리다."
"어찌 주군께서........"
은비살은 설 무영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감지덕지하여 말문을 잇지 못하였다.
"이리 오게…! 궁금한 것이 또 있으니......."
설 무영은 은비살의 손을 잡아 침대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은비살의 어깨가 살 프시 떨렸다.
"그대는 아름다워! 하지만 난 그대를 취하지 않으리다. 다만 내 생명과 같은 여인이니 그대 를 지키리라."
"주군!"
설 무영의 말에 은비살은 감복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가슴에 안긴 그녀는 감흥에 젖어 파르르 떨었다. 그녀가 내심 흠모하고 있던 주군! 그녀의 여심을 사로잡는 남자였다. 그녀를 가슴에 안은 설 무영의 아늑한 목소리가 흘렀다.
"그대의 체온이 따뜻하군."
은비살의 봉옥이 다시 붉게 물들었다. 은비살이 속삭이듯 작게 말을 했다.
"주군의 몸이옵니다."
"왜 여인의 몸으로 중원대륙에 와서 자객생활을 하는지 말 해 주겠소?"
은비살은 가녀린 인형처럼 설 무영의 가슴에 안겨 있었다. 그림자같이 그를 따르던 흑의의 자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속하의 이름은 유끼꼬! 스가와라 유끼꼬(菅原雪子)예요. 저는........."
"유, 끼, 꼬…!"
설 무영이 그녀의 이름을 되뇌는 목소리를 듣는 은비살의 심장은 마냥 두근거렸다. 그의 가슴에 안긴 그녀는 암사슴처럼 포동포동하였다.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촉촉한 눈방울, 그리고 터질듯이 탱탱하고 작은 입술에 미소가 번졌다. 은비살이 자신의 신상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스가와라 유끼꼬(菅原雪子).
방년(芳年) 이십일 세인 그녀는 동영 아스카국(飛鳥國) 공주이자, 우다천황(宇多天皇)의 자문역 장인두(藏人頭)로서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眞)의 후손이었다. 당시 우다천황은 십오 세의 어린나이였고, 황실은 스가와라가(菅原家)와 후지와라가(藤原家) 두 혈족이 황실의 정권을 쥐고 있었다.
스가와라의 가문은 학자 가문으로 덕망이 높아 미치자네 생전 시에 수백 명의 문하들이 강의를 듣기위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였다. 천황의 황후는 미치자네의 딸이었고, 조정 관료의 절반이상이 스가와라의 문인이었다. 후지와라가는 이 같은 스가와라의 세력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좌대신(左大臣)이었던 후지와라 도키히라(藤原時平)는 스가와라가 우다천황의 외 조카인 도키요천왕(濟世親王)을 천황으로 옹립하려 한다고 모함을 하였다. 우다천황은 미치자네를 구주(邱州)의 대재부(大宰附) 권수(權帥)로 좌천시켰다. 그러나 안심이 되지 않아 도키히라는 자객을 보내 미치자네를 암살하고 말았다.
미치자네가 죽은 후 궁중에는 낙뢰(落雷)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자 이것은 미치자네의 원혼이 후지와라 일족에게 보복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후지와라 일족들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무척 두려워하였다.
정권을 독차지한 후지와라 일족은 그들의 딸을 황후로 삼아 그 소생을 천황으로 옹립하였다. 그리고 스가와라 일족을 역적의 집안으로 내몰며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스가와라 일족의 토지와 가산은 몰수당하였고, 가족은 하인과 기녀로 팔려 나갔다. 일국의 왕족으로 정권을 휘둘렀던 스가와라 일족은 대를 물려 하인과 기녀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후지와라에 대항하는 영주(領主)와 호족(豪族)들이 생겨나고 무사집단이 생겨났다. 무사집단에는 사무라이라는 호위무사와 인자라는 자객으로 구분되었다. 와중에 유끼꼬의 어머니 마사꼬(政子)는 미모가 출중하여 사무라이 기요하라(淸原)의 눈에 들어 그의 부인이 되었다. 허지만 기요히라는 일 년 만에 이요(伊豫)전투에서 죽었다.
마사꼬는 홀몸으로 유끼꼬를 낳고 기녀생활로 돌아가야만 했다. 생활고에 시달린 마사꼬는 열 살밖에 안된 어린 딸을 이요장(伊豫莊) 영주 스미토모(純友)의 하녀로 보냈다. 영주의 하녀가 된 어린 유끼꼬는 밤마다 울음으로 꼬박 새웠다. 그런 세월 속에 어느덧 그녀는 처녀의 냄새가 피어나는 십육 세가 되었다.
춘풍지절(春風之節).
그녀에게도 이성의 손길이 찾아왔다. 그녀가 교자 위에 올라가 문틀을 닦고 있었다.
".......!"
유끼꼬의 뒤에서 그녀를 쳐다보는 정장 청년이 있었다. 이십 세 가량의 청년은 빙긋이 미소를 띠었다. 치마를 걷어 올린 유리꼬의 백삼(白蔘) 같이 하얀 피부가 들어나 보였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희끗희끗 들어났다. 청년은 스미토모 영주의 하나밖에 없는 영식 사다케(佐竹)였다.
사다케가 슬며시 유끼꼬에게 다가가 치마 밑으로 손을 넣었다.
"어 맛!"
유끼꼬가 기겁을 하며 놀라고 교자가 기우뚱하였다. 그 바람에 유끼꼬는 교자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자연스럽게 유끼꼬는 사다케의 품 안에 안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유끼꼬는 다시 한 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소주(小主)와 하녀, 천지간의 지체였다.
"벌을 주십시오!"
유끼꼬는 황급히 사다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장난한걸........하하하!"
"......!"
그러나 감히 유끼꼬는 얼굴을 들지도 못한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사다케가 싱긋 웃었다.
"유끼꼬가 날로 예뻐진단 말이야! 내 색시 될래?"
"놀리지 마십시오! 주군께서 들으면 소녀는 죽습니다."
"하하하……! 앞으로는 이 사다케의 이요성이 될 텐데.......뭘!"
"소녀! 목숨을 부지하고 싶습니다."
유끼꼬는 오들오들 떨었다. 하녀가 소주를 유혹했다는 말이 나오면 그녀는 참살을 면치 못한다.
"염려 마! 사나케가 책임질 테니까."
사다케는 유끼꼬를 일으켜 세우면서 그녀의 둔부를 슬쩍 더듬고 현관 쪽을 향했다. 사다케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그가 어릴 적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점점 활짝 피는 그녀의 미모에 빠져가고 있었다. 그의 부친 스미토모 영주는 이웃의 엣츄(越中)성주의 딸과 혼인을 주선하고 있지만, 꽃봉오리 같이 앙증맞은 그녀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야경에 미나(南近) 정자로 나와라!"
내뱉듯이 한마디하고는 사다케가 사라졌다. 유끼꼬는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바라볼 뿐이다. 그녀는 태산 같은 걱정꺼리가 생겼다. 미나는 버드나무가 많은 이야장의 뒤편 산이었다. 나가지 않아도 사다케 도련님께 벌을 받을 테고, 나가더라도 이야장의 가신들에게 들키면 영주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유끼꼬는 남아있는 사다케의 체흔을 느끼고 얼굴을 붉혔다. 그녀도 사다케가 싫지는 않았다. 아니 꿈속에서 사다케를 만날 정도로 좋아하였다. 영주의 우락부락한 모습에 비해 사다케는 어머니를 닮았다. 무술로 다져진 사내다운 씩씩한 기상과 희고 고운 용모는 뭇 소녀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녀는 사다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지만, 신분의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던 그녀는 밤이 이슥하여 정자로 나갔다. 그러나 사다케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려는가, 밝은 달과 반짝이는 별만이 그녀의 설레는 가슴을 비추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봄의 야경에 풀벌레 소리가 한층 운치를 더해 주었다.
"유끼꼬…!"
".........!"
뒤편으로 부터 인기척이 났다. 그녀는 사다케의 체흔을 느꼈다. 사다케가 그녀의 등을 살 프시 안았다. 그녀의 심장은 두 방망이질 하였다.
"오래 되었나?"
"아니에요......."
"고맙다. 내 마음을 알아주어서......."
"소녀는 죽습니다. 영주님이 아시면......."
"염려 말아라. 내가 꼭 내 각시로 만들 테니까."
그가 그녀를 돌려세우고는 자그마한 그녀의 몸을 가슴 속에 한 아름에 품었다. 그녀는 한없이 하늘 위로 몸이 날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소녀는 소주님 손에 죽을 것 입니다."
"아니…! 영원히 살게 해주마."
삼라만상을 들어내는 달빛은 그들의 사랑의 서곡을 축원하였다. 달빛 찬란한 밤에 그들의 눈동자는 진실함을 표현하였으나, 악마의 시샘은 그들을 평안하게하지 않았다. 그들은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였다.
봄이 가고 초록의 계절 여름이 흘러갔다. 황제의 신임을 받은 스미토모 영주는 국수(國守)로 임명 받아 큰 세력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요장은 온통 축하 분위기속에 여름을 보내고, 단풍이 온 산하를 뒤덮는 만추(晩秋)의 계절이 왔다. 영주는 아직도 국수가 된 열기에 식지 않아 하인들에게 후덕한 배려를 해 주었다.
하인들의 거소도 깨끗하고 넓은 곳으로 옮겨주고, 물자도 풍부하게 주었다. 그런데 항상 이런 분위기를 무너트리는 일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유끼꼬는 바구니를 든 채 환한 표정으로 콧노래를 하며 정원 옆을 지나고 있었다. 그녀가 바구니에는 세탁한 옷이 담겨 있었다.
옷을 건조하느라 세탁물을 널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녀는 체취만으로 사다케의 짓궂은 장난인줄 안다. 사다케가 예의 장난기어린 미소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툭!
그녀의 바구니에 서한(書翰)이 떨어졌다. 사다케는 시침을 떼고 그녀 곁을 사라졌다.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서한을 펼쳤다.
(나의 유끼꼬를 보고 싶다!)
그녀는 붉게 봉옥을 물들이며 사다케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그날 야경의 미나(南近)정자(亭子). 유끼꼬는 낙엽 지는 버들잎이 떨어질 때마다 숫자를 헤아리고 있다.
"오십이, 오십삼, 오십사,......"
사다케가 오기를 기다리며 그가 올 때까지 몇 개의 낙엽이 떨어지는가를 헤아리는 것이다. 그때 언제부터 있었는지 풀숲에서 누군가 펄쩍 뛰어 나왔다.
"유끼꼬!"
"어머…! 깜짝이야!"
사다케인줄 알았던 그녀는 실망하였다. 마스나가(松永)였다. 마스나가는 멸문당한 사다케 외가(外家)로서 사다케보다 한 살 위였다. 영주는 부인을 생각하는 배려에서 그를 주선하여 사다케와 함께 요시테루(義輝) 사부에게 무사 수업을 받게 하고 있다.
요시테루는 황제의 수호장군(守護將軍)도 지낸바 있는 동영 활검(活劍)의 제 일인자였다. 마스나가는 사무라이보다는 원한에 사무처 인자를 원하고 있다. 그는 집안을 멸문당한 원한을 갖고 있다. 허지만, 마스나가는 사악한 면이 있어 주위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는 처지였다.
그런 그가 안타까워 유끼꼬는 측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그가 도리어 유끼꼬를 보면 심술을 부리며 못 살게 굴고 있다.
"유끼꼬. 날 만나러 왔나?"
음흉한 미소를 지며 마스나가가 유끼꼬에게 다가갔다.
"마스나가 도련님. 단풍 구경 왔어요."
유끼꼬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질을 하였다. 또 무슨 심술을 부릴지가 겁났다.
"히힛! 내가 유끼꼬를 즐겁게 해줄게."
마스나가는 유끼꼬의 손목을 덥석 쥐었다. 그녀는 어쩔 줄 모르고 쩔쩔 맬 수밖에 없었다. 마스나가는 천연덕스럽게 유끼꼬의 봉옥에 입술을 대고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었다.
"도련님. 이러시면........."
그녀는 반항도 못한 채 울상이 되었다.
"괜찮아…! 유끼꼬는 영리하지. 앞으로 내 여자가 될 거야."
"영주께서 아시면 제 목숨은 하루도 못 견딥니다."
그녀는 잡힌 손목을 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괜찮다니까! 자…! 자, 가만있으라고."
마스나가는 그녀를 안아서 정자위에 쓰러트렸다.
"흐 흐흑…! 도련님........"
이건 심술궂은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마스나가의 의도를 알고는 울면서 애원을 하였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마스나가의 손이 그녀의 옷 속으로 들어와 막 피어나는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악!"
어린 젖가슴이 우악스런 손아귀에 움켜 쥐여지고 유끼꼬는 순간적인 통증으로 외마디를 질렀다. 오히려 마스나가의 욕정을 자극하는 소리로 변했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가 벌겋게 물들었다.
마스나가는 유끼꼬의 앞가슴을 풀어 헤쳤다. 달빛에 앙증맞은 젖가슴과 연홍빛 유실(乳實) 봉오리가 살 프시 들어났다. 그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우격다짐으로 젖가슴을 입안 가득히 물었다.
"으악!"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유끼꼬의 몸이 화들짝 거렸다.
"죽고 싶으냐?"
마스나가는 게걸스럽게 유끼꼬의 가슴을 탐하더니 손을 뻗쳐 그녀의 하의를 걷어 올렸다. 달빛 아래 뽀얀 허벅지가 들어났다. 고의를 벗겨 내리니 탱탱한 둔부 사이로 갓 피어난 방초가 소담하게 들어났다.
"으 흐흑…! 차라리 죽여주세요. 도련님! 제발........!"
두 다리를 꼿꼿하게 힘을 준채 그녀는 눈물로 애원하였다. 마스나가는 이미 사람이기를 거부한 맹수로 변해 있었다.
"음…!"
유끼꼬의 탐스러운 젖가슴과 하복부의 은밀한 비역을 내려다 본 마스나가는 바지를 벗어 내렸다. 달빛에 시커먼 돌출부가 그녀의 방초를 들여다보았다. 그는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극치감에 이르러 돌출부가 분비액으로 번들거렸다.
마스나가는 돌출부를 유끼꼬의 방초 사이로 찔러 넣었다. 허지만, 죽을힘을 다하며 모으고 있는 허벅지와 아직은 어린 그녀의 은밀한 비소는 쉽게 열리기를 거부했다.
"아악! 제발…! 제발…! 도련님!"
방초 사이를 부딪는 그와 온힘을 다하여 저항하는 그녀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뒹굴었다. 그때였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마스나가의 몸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나가 낙엽더미 위를 굴렀다.
"나쁜 자슥! 넌 사무라이가 될 수 없다."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권(拳)과 족(足)에 마스나가의 몸은 난타 당하였다. 유끼꼬는 몸을 추스르고 일어섰다. 마스나가를 두들겨 패는 것은 사다케였다. 사다케의 분노하는 눈에는 불꽃이 활활 타고 있었다.
"유끼꼬! 안되겠다. 모두에게 내 여자임을 알려야겠다. 가서 기다려라."
사다케는 한마디를 남기고는 마스나가의 목줄을 움켜쥐고 사라졌다.
스미토모 영주의 거실.
영주는 요시테루 사부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황실의 변화에 대처하는 그들의 대화는 진지한 것이었다. 그때 문밖에서 사다케의 소리가 들려왔다.
"사다케 입니다."
"웬일이냐?"
영주는 받쳐 들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말씀 드릴게 있습니다."
"들어와라."
사다케가 시근벌떡 들어와서 무릎을 꿇었다.
"아버님!"
"무슨 일이기에 사나이가 경거망동 하느냐?"
"나스나가를 벌해 주십시오!"
"무슨 일인데......?"
사다케는 흥분하여 자초지종을 토설하였다.
"못된 놈!"
스미토모의 검미가 뻗쳤다. 눈초리가 예리한 요시테루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핫! 나스나가는 심성이 덜 익어서....."
스미토모의 부리부리한 눈이 요시테루를 주시했다.
"요시테루께서 데려다 쓰십시오!"
"거참…! 기술은 있는데 가슴이 모자라는 아이인데......."
"어쩌겠습니까?"
"그러지요. 영주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고개를 끄덕이는 요시테루를 보고는 영주는 사다케에게 손짓을 하였다.
"중요한 대화중이다. 가거라."
"아버님!"
사다케가 다시 영주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영주가 언짢은 표정으로 사다케를 바라봤다.
"유리꼬를 주십시오!"
"네가 무슨 하녀가 필요한 거냐?"
"아닙니다. 부인으로 갖겠습니다."
"뭐야?"
슈욱!
스미토모는 찻잔을 들어 사다케에게 던졌다. 찻잔은 사다케의 가슴을 맞고 떨어졌다.
"여 봐! 그 누구 없느냐?"
영주의 외침에 문이 열리고 나이든 하녀가 들어와 무릎을 조아렸다.
"주군님!"
"유끼꼬를 불러와라!"
대단히 노한 영주를 보고는 하녀가 오금도 못 펴고 나갔다. 영주가 혀를 끌끌하고 찼다.
"못난 놈! 네가 할 일이 무엇이냐?"
"......?"
사다케는 아버지가 노여워 할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로 화를 낼 줄은 몰랐다. 외동아들인지라 웬만한 요구는 들어주던 아버지였다. 그러나 영주의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요구를 아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영주의 포부는 원대하다. 적어도 일국(一國)은 만들고 싶은 그였다.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다른 곳에 정신을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 후, 방문 밖에서 하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군님! 유끼꼬 왔습니다."
"들여보내라!"
겁에 질린 유끼꼬가 문을 열고 들어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사색이 다된 유끼꼬는 방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렸다.
"주, 주군님! 유끼꼬입니다."
유끼꼬의 목소리는 발음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힐끗 영주는 유끼꼬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정작 영주는 아들을 보고 호령을 하였다.
"저 아이는 스가와라의 아스카국(飛鳥國) 공주였지만, 지금은 황제의 역적이고 하인에게 불구하다. 하거늘 사다케의 입에서 무어라 했느냐?"
"........!"
사다케는 더 이상 아버지에게 말을 할 수가 없다. 아버지의 명령은 법이었다. 그 순간 요시테루 사부는 유끼꼬를 보고 내심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계집! 남자로 치면 무골(武骨)은 아니어도 현골(賢骨)이다. 중원에서는 천음옥골(天陰玉骨)이라는 여체가 있다지만, 계집은 요음옥골이다. 아깝다…! 좋은 지체이지만, 요가 끼어서 모든 남자가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지체이니....... 하지만 약하나 강하고 빠른 비강여골(飛强女骨)야.......!)
요시테루는 유끼꼬의 지체와 운명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털 크덕!
스미토모 영주가 검을 집어 사다케 앞에 던졌다
"베어라! 유끼꼬를."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엄명이었다. 유끼꼬의 봉옥이 파랗게 질렸다. 눈동자에 핏발이 선 사다케가 스미토모 영주를 쳐다봤다. 그는 혼자 뇌까린다.
(정말 베기를 원하십니까?)
"너의 잘못된 마음을 베는 것이다. 베어라! 계집을."
다시 한 번 스미토모 영주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다시는 거슬릴 수 없는 엄명! 유끼꼬를 베지 않으면 사다케가 가문에서 추방 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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