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 독백.
강호는 힘이 전부다.
사실 그랬다.
중원강호.
명제국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 명나라 땅 안은 그야 말로 무법지대나 다름이 없었다.
말을 타고 돌아 다니는 도적떼인 마적.
산속에 틀어박혀 있는 산적.
강가에서 출몰하는 수적.
바다에서 노략질 하는 해적.
도적들의 수가 하도 많다 보니, 이 놈의 도적들이 연합체인 녹림십팔채, 혹은 장강수로채니 하는 단체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에 세상이 평화로운 것 같다고?
천만에 말씀 만만의 콩가루다!
사실 이 놈의 세상은 개뿔도 평화롭지가 않다. 그래서 강호는 힘이 전부다. 매일매일 살인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이 중원강호라고 하는 동네다.
그리고 나는 바로 이 중원강호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오게 된 불쌍한 인생이고.
씨발.
진짜 좆도 재수 없네.
&작도문의 문도
“아 젠장할.”
조금 낡은 탁자가 그의 마음을 더욱 울적하게 만든다. 허리춤에는 칼을 하나 차고, 몸은 근육으로 가득 차 있다.
분위기는 울적해 보이지만 외모는 그래도 못생기지는 않았고, 그냥 평범한 그런 모습이었다.
탁자에 앉아서 그는 한숨을 욕설을 한번 내뱉고는 나무로 만든 그릇에 담긴 술을 벌컥 하고 들이켰다.
그의 본래 이름은 형도형이었다.
이름을 뒤집어 불러도 형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있는 이름이었는데, 본래 태생은 사실 명나라가 아니다.
1975년. 대한민국. 서울 태생.
2013년에 1월을 맞이하여 신년이 되었는데 결혼도 못하고, 만년 과장인 상태라고 한탄이나 하던 그저 그런 삶을 살았었다.
돈이야 그럭저럭 있었지만, 일이 바빠서 남들 다 하는 연애도 제대로 못 해본 몸이었다. 사실 한국 중년 남성중 15%정도는 자신의 일이 바빠서 결혼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중소 기업에 취직. 그러나 이 중소 기업이 그다지 잘나가지를 않는다. 그러면 야근은 기본이고, 추가 업무를 뛰어도 모자르게 되는 거다.
그러다 보면 일에 쫒기게 되고, 이런 상황에 빠지면 연애 보다는 집에서 쉬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렇게 나이도 많아지고, 세월이 흐르면 노총각, 노처녀로 늙는 것은 그야 말로 금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인구가 의외로 많다. 그리고 형도형. 그도 그런 부류 중의 하나였다. 삶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 하나 나아지는 것도 없었다.
삶의 재미라고는 시간 남을 때 짬짬이 읽는 무협, 판타지 소설이나 혹은 가끔 가는 술집의 여성들과 놀아다는 것 정도였다.
서른 후반대에 진입해서,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마흔이었던 그다.
재산이야 제법 넉넉하게 있었지만, 결혼을 하자니 이미 한참이나 늦어 버렸다. 중매를 결혼을 해 볼까 했지만 혼자 살아온지가 너무 오래 돼서 그런지 내키지도 않았다.
연애 다운 연애도 한번 해 본적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그럭저럭 살아오던 그였는데, 1월 신년 맞이를 한답시고 고향에 있는 부모를 찾아 뵈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했다.
그가 탄 KTX 기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큰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대형 사고 중에서도 정말 큰 대형 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기차가 뒤집어 질 때 심하게 머리를 부딪치고 나서 부터는 기억이 없다.
지금에 와서 그가 생각하기를 아마 그때 절명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왜냐면 그렇게 정신을 잃고 나서 눈을 떠보니 그는 생전 처음 보는 동네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도 달랐다.
다들 짱개말을 쓰는데, 웃기는 것이 그 말을 알아 듣을 수 있었다.
내 생전 짱개말이라는 건 소싯적에 보던 짱개 영화에서나 들었었는데? 이게 어떻게 이해가 가지?
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바뀌어 있었다.
“대협.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헤헤. 애염이가 이제 단장이 끝났거든요. 그래도 대협께서 오늘 애염이의 첫 손님이십니다요.”
그가 무거운 숨을 토하고 있는데 점원이 다가와 굽신 거리면서 말을 걸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점원을 보았다.
겉 모습은 이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는 그런 청년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차를 타다가 전복 사고로 죽었다.
그걸 인정하고, 인지하는데 무려 일주일이나 걸렸다.
이건 꿈일 거라고, 이건 현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껄떡 거리고 벌떡 일어서는 자신의 똘똘이와 배고 프면 밥달라고 꼬르륵 거리는 굶주린 배가 이건 현실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래.
현실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죽었던 자신이 무려 몇백년전의 과거인 중국의 명나라로 오고 만 것이다.
그것도 그냥 온 것도 아니다.
이 과거의 명나라에도 형도형이라는 작자가 있었는지, 자신이 눈을 뜨자 모두가 자신을 보고는 형도형이라고 불렀다.
형도형.
작도문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문파의 문도였다.
문파!
칼을 차고서, 무공이라는 것을 수련하는 집단.
무공이란게 뭐냐?
잘 싸우는 법이다.
검도. 궁도. 권법. 뭐 이런 것들을 무공이라고 한다.
사실 그것도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현실인 것을 어쩌랴.
이 과거의 중국에는 소설로나 보던 무협의 세계가 실존 하였다. 무공도 있어서 손에서 장풍도 쏘는 그런 일들이 있었던 거다.
그는 그걸 알고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했다. 게다가 더더욱 황당한 것은 형도형이라고 하는 그가 바로 그 작도문의 하급 무사라는 점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무공을 익힌 무림인, 강호인 이라니!
물론 강한 것은 아니긴 하다.
하급 무사이고, 변변치 않은 내공심법을 익혔다고 하지 않던가?
천지자연에 존재한다는 기(氣)!
그 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내공심법이다. 변변치 않은 삼류 내공심법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안 익힌 것 보다는 100배 정도 더 낫다.
그래서 비록 하급 무사이지만, 일반인 보다는 적어도 2~3배는 더 강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거기다가 비록 삼류 무공이지만, 작도문의 무공인 작절도법이라고 하는 도법을 익힌 상태이기도 했다.
작절도법.
찍을 작(斫). 끊을 절(切).
찍어서 끊어 버리는 도법이라는 말이다. 이 도법에 어울리는 칼도 이게 칼인지 도끼인지 모를 두툼한 녀석으로, 중국식 식칼을 길게 늘인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여하튼 그러한 처지에 눈을 뜨게 된 지가 벌써 1년이다. 한국의 형도형이 아닌, 강호의 형도형으로 적응을 하면서 살아온 기간이기도 했다.
저벅저벅.
그는 계단을 오르면서 1년전을 생각했다.
눈을 막 뜨고 나서 혼란 했던 나날들이었다. 마치 소설에서나 있는 일처럼 그 당시에는 여러 가지 기억이 뒤죽박죽 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첫째. 중국말을 할 수 있었다.
둘째. 무공을 어떻게 익히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기억했다.
셋째. 작도문도인 형도형의 삶을 기억했다.
넷째. 대한민국의 형도형의 인격과 삶을 기억 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20세까지 살아온 작도문의 문도였던 20년 인생을 모조리 기억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작도문의 형도형과 한국의 형도형이 합체해 버렸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그러나 주 인격은 한국의 형도형이었다.
그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 했고, 또한 서른 후반까지 연애 한번 못 한체로 일만 했던 홀아비로 여기고 있었다.
강호는 힘이 전부다.
사실 그랬다.
중원강호.
명제국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 명나라 땅 안은 그야 말로 무법지대나 다름이 없었다.
말을 타고 돌아 다니는 도적떼인 마적.
산속에 틀어박혀 있는 산적.
강가에서 출몰하는 수적.
바다에서 노략질 하는 해적.
도적들의 수가 하도 많다 보니, 이 놈의 도적들이 연합체인 녹림십팔채, 혹은 장강수로채니 하는 단체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에 세상이 평화로운 것 같다고?
천만에 말씀 만만의 콩가루다!
사실 이 놈의 세상은 개뿔도 평화롭지가 않다. 그래서 강호는 힘이 전부다. 매일매일 살인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이 중원강호라고 하는 동네다.
그리고 나는 바로 이 중원강호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오게 된 불쌍한 인생이고.
씨발.
진짜 좆도 재수 없네.
&작도문의 문도
“아 젠장할.”
조금 낡은 탁자가 그의 마음을 더욱 울적하게 만든다. 허리춤에는 칼을 하나 차고, 몸은 근육으로 가득 차 있다.
분위기는 울적해 보이지만 외모는 그래도 못생기지는 않았고, 그냥 평범한 그런 모습이었다.
탁자에 앉아서 그는 한숨을 욕설을 한번 내뱉고는 나무로 만든 그릇에 담긴 술을 벌컥 하고 들이켰다.
그의 본래 이름은 형도형이었다.
이름을 뒤집어 불러도 형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있는 이름이었는데, 본래 태생은 사실 명나라가 아니다.
1975년. 대한민국. 서울 태생.
2013년에 1월을 맞이하여 신년이 되었는데 결혼도 못하고, 만년 과장인 상태라고 한탄이나 하던 그저 그런 삶을 살았었다.
돈이야 그럭저럭 있었지만, 일이 바빠서 남들 다 하는 연애도 제대로 못 해본 몸이었다. 사실 한국 중년 남성중 15%정도는 자신의 일이 바빠서 결혼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중소 기업에 취직. 그러나 이 중소 기업이 그다지 잘나가지를 않는다. 그러면 야근은 기본이고, 추가 업무를 뛰어도 모자르게 되는 거다.
그러다 보면 일에 쫒기게 되고, 이런 상황에 빠지면 연애 보다는 집에서 쉬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렇게 나이도 많아지고, 세월이 흐르면 노총각, 노처녀로 늙는 것은 그야 말로 금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인구가 의외로 많다. 그리고 형도형. 그도 그런 부류 중의 하나였다. 삶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 하나 나아지는 것도 없었다.
삶의 재미라고는 시간 남을 때 짬짬이 읽는 무협, 판타지 소설이나 혹은 가끔 가는 술집의 여성들과 놀아다는 것 정도였다.
서른 후반대에 진입해서,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마흔이었던 그다.
재산이야 제법 넉넉하게 있었지만, 결혼을 하자니 이미 한참이나 늦어 버렸다. 중매를 결혼을 해 볼까 했지만 혼자 살아온지가 너무 오래 돼서 그런지 내키지도 않았다.
연애 다운 연애도 한번 해 본적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그럭저럭 살아오던 그였는데, 1월 신년 맞이를 한답시고 고향에 있는 부모를 찾아 뵈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했다.
그가 탄 KTX 기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큰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대형 사고 중에서도 정말 큰 대형 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기차가 뒤집어 질 때 심하게 머리를 부딪치고 나서 부터는 기억이 없다.
지금에 와서 그가 생각하기를 아마 그때 절명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왜냐면 그렇게 정신을 잃고 나서 눈을 떠보니 그는 생전 처음 보는 동네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도 달랐다.
다들 짱개말을 쓰는데, 웃기는 것이 그 말을 알아 듣을 수 있었다.
내 생전 짱개말이라는 건 소싯적에 보던 짱개 영화에서나 들었었는데? 이게 어떻게 이해가 가지?
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바뀌어 있었다.
“대협.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헤헤. 애염이가 이제 단장이 끝났거든요. 그래도 대협께서 오늘 애염이의 첫 손님이십니다요.”
그가 무거운 숨을 토하고 있는데 점원이 다가와 굽신 거리면서 말을 걸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점원을 보았다.
겉 모습은 이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는 그런 청년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차를 타다가 전복 사고로 죽었다.
그걸 인정하고, 인지하는데 무려 일주일이나 걸렸다.
이건 꿈일 거라고, 이건 현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껄떡 거리고 벌떡 일어서는 자신의 똘똘이와 배고 프면 밥달라고 꼬르륵 거리는 굶주린 배가 이건 현실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래.
현실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죽었던 자신이 무려 몇백년전의 과거인 중국의 명나라로 오고 만 것이다.
그것도 그냥 온 것도 아니다.
이 과거의 명나라에도 형도형이라는 작자가 있었는지, 자신이 눈을 뜨자 모두가 자신을 보고는 형도형이라고 불렀다.
형도형.
작도문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문파의 문도였다.
문파!
칼을 차고서, 무공이라는 것을 수련하는 집단.
무공이란게 뭐냐?
잘 싸우는 법이다.
검도. 궁도. 권법. 뭐 이런 것들을 무공이라고 한다.
사실 그것도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현실인 것을 어쩌랴.
이 과거의 중국에는 소설로나 보던 무협의 세계가 실존 하였다. 무공도 있어서 손에서 장풍도 쏘는 그런 일들이 있었던 거다.
그는 그걸 알고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했다. 게다가 더더욱 황당한 것은 형도형이라고 하는 그가 바로 그 작도문의 하급 무사라는 점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무공을 익힌 무림인, 강호인 이라니!
물론 강한 것은 아니긴 하다.
하급 무사이고, 변변치 않은 내공심법을 익혔다고 하지 않던가?
천지자연에 존재한다는 기(氣)!
그 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내공심법이다. 변변치 않은 삼류 내공심법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안 익힌 것 보다는 100배 정도 더 낫다.
그래서 비록 하급 무사이지만, 일반인 보다는 적어도 2~3배는 더 강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거기다가 비록 삼류 무공이지만, 작도문의 무공인 작절도법이라고 하는 도법을 익힌 상태이기도 했다.
작절도법.
찍을 작(斫). 끊을 절(切).
찍어서 끊어 버리는 도법이라는 말이다. 이 도법에 어울리는 칼도 이게 칼인지 도끼인지 모를 두툼한 녀석으로, 중국식 식칼을 길게 늘인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여하튼 그러한 처지에 눈을 뜨게 된 지가 벌써 1년이다. 한국의 형도형이 아닌, 강호의 형도형으로 적응을 하면서 살아온 기간이기도 했다.
저벅저벅.
그는 계단을 오르면서 1년전을 생각했다.
눈을 막 뜨고 나서 혼란 했던 나날들이었다. 마치 소설에서나 있는 일처럼 그 당시에는 여러 가지 기억이 뒤죽박죽 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첫째. 중국말을 할 수 있었다.
둘째. 무공을 어떻게 익히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기억했다.
셋째. 작도문도인 형도형의 삶을 기억했다.
넷째. 대한민국의 형도형의 인격과 삶을 기억 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20세까지 살아온 작도문의 문도였던 20년 인생을 모조리 기억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작도문의 형도형과 한국의 형도형이 합체해 버렸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그러나 주 인격은 한국의 형도형이었다.
그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 했고, 또한 서른 후반까지 연애 한번 못 한체로 일만 했던 홀아비로 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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