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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담소설가 유관필 - 20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57 904회 0건
당예인에게 빠져있는 양우형이 금방 찰싹 달라 붙었지만, 유관필의 다음 말은 들뜬 기분의 젊은 네 남자를 좌절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 비법을 전수할 수는 없네. 비인부전이라는 말을 아는가?"

넷 중 가장 문식을 갖춘 서문진이 유관필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옳은 뜻을 가지지 못한 자에게 전할 수 없다는 왕우군의 말입니다. 선생님."
"그래, 서운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말이다. 나는 아직 너희를 모른다. 모르는 사람에게 나쁜 일을 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냥 모른 척 하기엔 우리 형이 눈이 너무 반짝거리니까 한가지만 가르쳐 줄까?"
"네."

합창을 하듯, 동시에 대답을 하는 네 명의 청년이 기분을 좋게 했다. 유관필은 넷 모두를 데리고 시장거리로 향하면서 한 가지 질문을 했다.

"너희들, 내가 왜 인기가 있다고 생각해?"
"예?"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 여기 환진이의 아버진 당문이라는 큰 세가를 이끄는 분이시지만, 본 지 얼마되지 않은 나를 동생을 삼고 싶어했지. 적 어르신이나, 예인이도 나를 좋아하지. 남녀노소에게 모두 인기가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유 숙이 어렵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진짜 그렇습니다. 세가의 많은 어른들이 있지만, 유 숙처럼 편한 분은 좀처럼 없습니다. 무공을 익히지 않으셔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내가 자유롭지만 격이 있기 때문이야. 그게 어렵거든. 쉽지 않은 일이지. 사람이 고아한 향취를 가지게 되면, 대하기가 어렵게 되고 말거든. 그렇다고 편한 사람이 되면, 편해지는 것은 좋지만, 그게 다거든. 매력이 없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역시 무공들을 익혀놓아서 질문이 빠르구나. 예전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은 모두 생각에 생각을 하고 대답을 했었는데. 하지만 진정한 품격을 갖지 않아도, 그것과 비슷하게 보이는 방법이 있어. 내 경우도 어느 정도는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생각은 편하게 하면서 말은 고급스럽게 쓰는 거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어려운 말을 쓰라는 게 아니야. 내가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을 봤니? 화려한 언사를 구사하지 않아도 돼. 그저 예의에 맞고, 상스럽지 않은 말을 조심스럽게 하면 되는 거야."
"답답하지 않을까요?"
"답답이야 하지. 하지만, 이 기술을 익히고 나면, 너흰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후기지수가 되는 거야. 좋아. 이렇게만 가르쳐주면 써 먹을 수가 없으니까 실전 편을 하나 더 가르쳐주마. 상대방의 언어로 대화를 해."
"예?"

장거리에 도착했더니, 누군가 선생님!이라고 빽 소리를 질러서 봤더니 단팥죽 집에서 당예인과 화영이 입가에 팥물을 묻힌 채로 손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 유관필은 그들에게 다가가서, 오세인이 혼자 있으니 어서 가서 같이 놀아달라는 진지한 부탁을 하고서, 오세인에게 당가의 네 청년과 한 잔을 하고 오겠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고서는 근처의 객점을 찾아 자리에 앉았다. 유관필이 말을 이었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사랑받는 아이가 있어. 예인이야."
"예인이야 얼굴이 예쁘니까요."
"예인이는 선생님과 다른 이유입니다. 그 아이는 당가의 어린 축들 중에서 제일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겁니다."
"난 당가에서의 예인이를 몰라, 내가 아는 예인이는 유가장에서의 예인이야. 유가장에서 예인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 예인이가 어리고 예쁘고 자질이 뛰어나서가 아니야. 예인이는 천성적으로 상대에 맞추는 대화를 하는 아이야. 누구에게나 사랑받으며 떠받들여지며 커 온 예인이가 화영이같은 시비 아이와 대화거리가 많을까? 예인인 우리 집 하인들을 대신해서 나무를 심을 땅을 대신 파거나, 찬모 할머니와 나물을 캐러 다니면서도 그런 시간들을 좋아해. 자기 일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이 있겠어. 아까 내가 말한 상대방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 그런 거야. 내가 너희와 구양순과 왕우군의 서체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재미가 있겠니? 아, 키 큰 진이는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재미없을거야. 이제 좀 알아 듣겠니?"

당환진은 유관필을 알면 알수록 매료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저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자신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딱딱했고,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터놓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관필에게는 무슨 이야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고작 이틀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유관필은 처음 보는 자신에게 편하게 반말을 했고 그것도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당환진은 유관필의 이야기에 빠져서 미리 나온 엽차잔을 들고 있는 세 명의 친구들을 보았고, 그 중에 호승심으로 똘똘 뭉친 당한이 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고 말았다.

당예인과 화영이 팥죽집에서 오가상단의 지부로 돌아왔을 때에 오세인은 잠들어 있었다. 오래 배를 탔고, 또 유관필과의 뜨거운 시간이 있었기에 나른해진 나머지 잠이 들었던 것이다. 조심스럽게 잠든 오세인을 바라보다가 둘은 주방에서 사온 음식들을 펼치고선, 둘만의 대화를 이어갔다.

"그런데, 화영이 넌 누구 좋아하는 사람 없어? 하긴, 유가장은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내가 우리 당가 사람들 중 하나를 소개시켜줄까?"
"아니요. 무인들은 싫어요. 전 오래 사는 남자랑 혼인할 거에요. 무인들은 빨리 죽으니까요."
"야장은 어때? 이걸 만든 사람인데, 아직 어려서 그렇지 십년 안에는 성도 최고가 될 거라는 말이 있는 사람인데?"

당예인은 은으로 만든 작은 비수 하나를 껀냈다. 화려한 장식이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많이 반짝거렸다. 꽤나 노골적이었다. 화영이의 마음에 쏙 들었다. 유가장의 사람들은 이런 식의 솔직함을 좋아했다. 장주인 유관필의 취향이기도 했는데, 상가의 딸인 오세인 역시 실질적인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오세인을 모셔온 화영이 역시 고상함보다는 반짝거림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이다.

"예쁘네요. 그런데, 그걸 만든 사람 말이에요. 잘 생겼어요?"
"음, 객관적으로 봐서 그리 잘생기지는 않았어. 대신 야장생활을 오래해서 덩치는 좋아."
"좋아요. 아가씨가 소개를 시켜준다니까 한 번 만나보기는 할게요."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런데, 어떻게 따라붙을 방법이 없을까?"
"어디를요?"
"선생님이 언니 돌아가는 편에 나도 성도로 돌아가라고 하셔서."
"장주님은요?"
"오라버니들이랑 동정호를 다녀올 생각이신가 봐. 오라버니들 모두 강호에 초행이니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신거지. 너무 다정하시다니까. 그렇게까지 신경 안써주셔도 모두 잘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말이야."
"별 방법이 없지 않을까요? 우리 마님도 아가씨 어머니랑 크게 싸우셔서, 아가씨가 장에 드나드는 것도 좀 부담스러워하실지도 모르고요."
"진짜, 엄마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니까. 이거 맛있다. 먹어 봐."
"오, 진짜요. 맛있네요."

주위가 산만한 두 사람이 사온 음식들 중 작은 물만두의 진한 맛에 감탄을 내뱉고 있을 때, 뒤에서 쓰윽하고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머리 사이로 하얀 손 하나가 비집고 들어와 물만두를 하나 손으로 집어갔다. 오세인이었다.

"상공이 어딜 가신다고?"
"언니, 일어났어요? 아까는 너무 곤하게 주무셔서 깨우지 않았어요. 선생님은 오라버니들이랑 한 잔 한다고 나가셨어요."
"응, 그런데 동정호 이야기는 뭐야?"
"선생님께서 오라버니들이랑 동정호에 가신댔거든요. 오라버니들 강호초행이니 경사 대신에 가실 것 같아요."
"아직인가 보네."
"뭐가요?"
"예인아, 걱정하지 마. 상공은 예정대로 경사에 가실거야. 그리고 경사에 가서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뭔데요?"

그저 유관필과 경사에 가게 됐다는 사실이 기쁜 당예인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경사에 가서, 상공과 함께 최학사님의 문상을 가 줘. 상공은 최학사님을 도망쳐서 사천으로 온 거거든. 문상을 가지 않으려는 이유도 뻔해. 최학사님은 상공이 저렇게 살아가야겠다는 이상을 보여준 분이야. 그런 분의 마지막을 볼 자신이 없는거야. 하지만, 언제까지나 최학사님의 등 뒤에 머무를 수는 없는거야. 상공을 위해서 한 사람을 세가로 초빙해 와야겠어."
"누구를요?"
"아, 월영산인 선생님."
"신필을 아세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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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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