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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열전(仙女列傳) - 17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57 970회 0건
선녀열전(仙女列傳)




17부


세월(歲月)이 흘러서 성종(成宗) 임금이 승하(昇遐)하고 그 아들 연산군(燕山君)이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

하루는 도원산장으로 급한 비보(飛報)가 날라들었다.

소식을 접한 무림신녀(武林神女)는 자기의 후계자가 된 비연맹녀(飛燕猛女)를 급하게 불러 빨리 개성으로 가서
그녀의 부모(父母)를 안전한 곳으로 피난(避難)시킬 것을 명령했다.

“노 태영 암행어사를 파직(罷職)시키고 그 동안 감옥(監獄)에 갇혀서 있던 왕 송하와 장 동구 허 광수 이 성근이가
장 녹수에게 뇌물(賂物)을 써서 모두 다 풀려서 났고 뿐만 아니라 포도대장을 하던 왕 송하는 함경도 감사가
되었고 장 동구는 평양감사가 되어 조만간 선아 너의 부모님들을 해하려고 잔악(殘惡)한 음모(陰謀)를 꾸미고
있다는 급한 소식(消息)이 왔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급히 개성으로 가서 저희 부모님을 안전(安全)하게 피난(避難) 시켜서 놓고 오겠습니다.”

선아 아가씨는 자기의 스승인 무림신녀의 말에 늘 자기를 호위하고 다니는 열 명의 여자들을 데리고 천마산을
떠나 개성으로 향했다.

선아 아가씨는 개성으로 가는 길에 조 지호의 집에 들러서 그를 데리고 함께 개성으로 가기로 하였다.

송학산을 넘어가면서 그 전에 산적들과 싸우던 감회(感懷)가 떠올라 미주가 옥자를 보며 말했다.

“옥자야! 우리가 전에 이 산에서 산적들과 싸울 때 말이야 그 때만 해도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막 겁도 없이
싸웠는데 지금은 우리가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니?”

“응? 우리가 달라져? 에이 뭐가 달라지긴?”

미주의 말에 옥자는 별다른 관심도 없이 그냥 대답했다.

“아니야? 나이도 들었고 그 동안 세상 풍조(風潮)도 많이 알게 되었잖아”

“하긴 그렇기는 하지”

세상(世上) 풍조(風潮)라는 말에 옥자는 결국 동감을 하며 인정을 했다.

“이제 이 고개만 넘어가면 우리의 예쁜 동생 지호를 만나 볼 수 있겠구나!”

갑자기 서진이가 지호의 이야기를 꺼내며 활기를 찾았다.

서진이의 말을 듣고 옥자가 대뜸 나서며 말했다.

“지호를 미주 네가 아주 좋아하지?”

“응? 지호를 내가 참 좋아 한다고?”

옥자의 말에 미주는 놀란 듯이 반문(反問)했다.

“그래 내가 보니 미주 네가 마음속으로 우리 지호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 같던데”

옥자가 자기의 생각이 틀림이 없다는 투로 말을 했다.

“내가 지호를 참 좋아하기는 하는데 지호는 이 누나의 마음을 전혀 알지를 못하고 항상 우리 맹녀님만 따라 다니고
있지”

야속하다는 듯이 미주가 말했다.

“그야 아직 지호가 나이도 어리고 여자를 보는 눈이 아직 잘 안 뜨여서 그런 것 같은데 미주 언니가 솔직하게 말을
해 봐요”

여태껏 미주와 옥자의 말을 듣고만 있던 정순이가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응? 솔직하게 지호에게 말을 해?”

“네 그래요 언니”

미주의 말에 정순이가 용기를 내라는 듯이 말했다.

“정순이 너는 지호를 잘 몰라서 그런다. 네 말대로 내가 지호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했다가는 ‘갑자기 미주 누님은
정신이 나갔소?’ 이런 소리 듣기가 십상이다. 그러니 차라리 정순이 네가 지호를 보고 말을 하면 좋아할 것 같다.
정순이 너는 얼굴도 예쁘고 하니 지호가 싫다고는 안하겠지”

“네엣? 제가 지호를 보고 그런 말을 하라고요?”

미주의 말에 정순 이는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왜?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니? 용기를 내 봐”

깜짝 놀라는 정순 이를 보며 미주가 타이르듯이 말했다.

송학 산을 넘어 지호네 집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뛰어나와 반기는 사람은 역시 지호였다.

“선녀님! 선녀님이 저희 집에 찾아오시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었습니다. 먼 길에 어려움은
없었사옵니까?”

선아 아가씨를 기쁘게 맞으며 지호가 공손(恭遜)하게 아뢰었다.

“그래 그 동안 잘 지냈지 또 다시 너를 만나게 되었구나!”

지호의 말에 선아 아가씨가 고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녀님!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지호가 선아 아가씨를 반가운 마음으로 안으로 모셔 들어갔다.

“어머나! 우리 예쁜 선녀님이 오셨네!”

마치 자기의 사랑스러운 며느리를 맞이하는 듯 지호의 어머니 이 순자가 함박 같은 웃음을 날리며 무척이나
기쁘게 반겼다.

“그 동안 잘 지내셨사옵니까? 오늘 이렇게 또 뵙게 되었습니다.”

선아 아가씨도 반가운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했다.

이러는 동안 지호의 아버지 조 대성 검객도 나와서 공손하게 선아 아가씨를 맞이했다.

“먼 길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선아 아가씨는 지호의 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지호네 안방으로 들어갔다.

서로가 자리를 잡고 앉자 선아 아가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제가 이렇게 찾아 온 것은 지호에게 도움을 받고자 찾아 온 것입니다. 그러하오니 지호를 저 번처럼 저와
동행(同行)하기를 허락(許諾)해 주시면 함께 가겠습니다.”

“당연히 선녀님의 말씀에 우리 지호가 따라야지요. 제 생각입니다만 이 참에 우리 지호를 아예 선녀님 곁에 보내고
싶습니다.”

이 순자는 자기 아들 지호를 이번 기회에 선아 아가씨에게 보내서 서로가 좋아한다면 그냥 혼례(婚禮)를
시켜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다.

“지호는 머리가 아주 뛰어나고 칼 솜씨도 좋아서 나중에 저의 무공(武功)을 전수해 주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호를 제 곁에 머물게 해 주신다면 저는 기쁘지요”

이 순자의 말에 선아 아가씨는 좋게 생각하며 대답했다.

“아이고! 너무나 고맙습니다. 이제 지호야! 너는 오로지 선녀님 곁에서 절대로 떠나서는 안 된다. 알겠니?”

선아 아가씨의 말에 이 순자는 너무나 좋아서 미칠 것 같았지만 애써 내색을 하지 않고 자기 아들 지호에게
당부(當付)를 했다.

이 순자는 하녀(下女)들을 시켜서 정성껏 마련한 음식상을 차려서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에게 대접(待接)을 했다.

개성을 향하여 가는 도중에 주막(酒幕)에 들러서 하룻밤을 묵어가게 되었다.

주막집 주모(酒母)는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을 맞으며 염려(念慮)가 되는 듯이 말했다.

“요즘 여자들을 잡아가는 채홍사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는데 밖에 있다가는 사람들의 눈에 띄니 방안에 들어가
밖에 출입(出入)을 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밖으로 나오지 말라니요? 뭐가 겁이 나서 그래요? 채홍사가 여자들을 잡아가는 그런 일이라면 아무 걱정
안하셔도 돼요”

미주가 주모를 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혹시나 나는 저 예쁜 아가씨가 채홍사 놈들에게 끌려서 가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하는 말입니다”

주모는 예쁜 선아 아가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가 옆에서 지키고 있으니까 아무리 채홍사라고 해도 우리 옥녀님에게 손끝 하나 대지를 못합니다.”

옥자도 그런 일에 신경을 안 써도 된다는 듯이 말했다.

주막집 평상(平床)에는 손님들이 모여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 연산군은 포악하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고 백성들의 원망이 대단합니다.”

“연산군은 왜 이유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인답니까?”

“들리는 이야기로는 연산군은 왕위에 등극한 후에 자기의 친모(親母)가 부왕(父王)인 성종으로부터 사약(賜藥)을
받고 죽은 것에 대한 복수심에서 무오사화(戊午士禍)를 벌인 이후 수차례에 걸친 사화를 일으켜 수많은 선비들을
능지처참하여 죽였다고 합니다.”

“아니 자기 아버지가 자기 어머니에게 사약을 내려 죽게 한 것인데 왜 그 난리를 하는지 영 나는 이해가 안 됩니다”

“연산군은 자기가 죽이는 이 사람들이 자기 아버지 성종 임금에게 고자질을 해서 자기 어머니를 억울하게 죽게
만들었다고 모조리 잡아들여서 죽이고 있답니다.”

“그것 참 별난 임금입니다 그런데 이리로 오다가 들었는데 장 녹수인가 뭔가 하는 여자가 보통이 아니라던데
그 여자가 연산군에게 붙어서 온갖 짓을 다하고 있다던데 그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못 들었습니까?”

“소문에는 장 녹수가 본래 연산군의 당숙(堂叔)이 되는 제안대군(齊安大君)의 여종으로 풍류를 좋아하던
제안대군이 특별히 풍류를 가르쳤던 여인이랍니다. 장 녹수는 음률과 가무에 뛰어났고 자색(姿色)이 뛰어나서
연산군을 처음 만났을 때는 나이가 서른 살로 연산군보다 두 살이나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 녹수는 빼어난
미모로 연산 군을 사로잡아 단번에 숙원(淑媛)으로 봉해졌지요. 연산군의 장 녹수에 대한 총애는 날로 깊어져서
연산군은 공식 일과인 경연(經筵)과 조회(朝會)에도 참예하지 않고 날마다 연락과 황음에 빠져들었으며
장 녹수에게 날마다 노비와 재물을 하사하느라 국고(國庫)가 탕진(蕩盡)될 지경이랍니다.”

“하아 정말 나라꼴이 말이 아닙니다”

“그 것 뿐만 아니지요 연산군은 장 녹수를 기쁘게 해주기 위하여 장 녹수의 온갖 소청(所請)을 다 들어주게 되었고
이런 소문이 퍼지자 장 녹수의 집으로 온갖 청원(請願)이 몰리게 되었으며 장 녹수에게 청원한 일은 무엇이든지
이루어지게 되니 장 녹수의 집으로 모여드는 청원 인이 관청으로 가는 청원인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벼슬도 장 녹수 그 여자가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고 그러지요”

“장 녹수에게 깊이 빠진 연산군의 황음은 더욱 심해져서 이제는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인 음란(淫亂)에는
염증(厭症)을 느끼게 되었고 얼마 전에는 더 색다른 것을 찾게 되어 여승(女僧)들만 모여 있는 승방(僧房)에
들어가서 젊은 여승 수십 명을 모아놓고 일시에 간음(姦淫)하였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습니다.”

“네엣? 수십 명의 여승들을 모아 놓고 일시에 임금이 간음을 했다고요?”

“그것 뿐 만이 아닙니다. 연산 군이 총애하던 신하가 임사홍(壬士洪)인데 임사홍의 맏아들인 광재(光載)는
예종(睿宗) 임금의 사위이고 둘째 아들 숭재(崇載)는 성종(成宗) 임금의 사위입니다. 그런데 임 숭재의 부인이
연산군의 배다른 누이(庶妹)인 휘숙옹주(徽淑翁主)입니다 연산군은 매부인 임 숭재를 가까이하여 왕의
연락(宴樂)의 자리에 동참(同參)도 시키고 못된 일에 앞장을 세우기도 하고 자주 임 숭재의 집에 가서 함께 놀기도
했는데 어느 날 임 숭재를 문밖에 세워 놓고 숭재의 부인이자 자기의 누이인 휘숙옹주를 범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습니다.”

“하아~ 이건 금수(禽獸)만도 못한 놈들이 하는 짓인데 임금이 이런 짓을 하다니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마구간에서 말들이 흘레붙는 모습을 보고는 젊은 궁녀 30여 명을 큰 방에 모아놓고 방바닥에 볶은 콩을
뿌려둔 후 궁녀들로 하여금 옷을 벗고 네 발로 기면서 콩을 주워 먹으며 말 울음소리를 내도록 시키고는 자기도
옷을 벗고 말 울음소리를 내면서 궁녀들을 범하기도 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습니다.”

“어허! 그것 참 아무리 임금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지나친 짓인데”

“그것 뿐 만 아니지요 여승(女僧)들을 간음한 후 궁녀 기생 무당들을 두루 섭렵한 연산군은 드디어 자기 신하들의
부인들에게 까지도 마수(魔手)를 뻗쳤답니다.”

“이런 참 놀라운 일이? 드디어 자기의 신하(臣下) 부인(婦人)들까지 건드리기 시작을 했다니?”

“궁중에 큰 잔치를 베풀어 조정의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을 부부동반(夫婦同伴)으로 참석토록 하고 부인들에게는
누구의 부인이라는 명패(名牌)를 달게 한 다음 잔치 도중에 내시(內侍)를 시켜 자기가 점찍은 부인에게
궁중(宮中)의 잔치 예법(禮法)에 어긋난 화장(化粧)을 하고 있으니 저쪽에 마련된 방에 가서 화장을 고치고
오라고 시킨 후 그 방에서 연산군은 기다리다가 화장을 고치러 온 자기 신하의 부인들을 겁간(劫姦)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것 참 신하들도 못할 짓이겠는데”

“연산군은 처음에는 신하들의 눈치를 보며 겁간 당일(當日)에 돌려보냈지만 차차 신하들이 눈치 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삼사일, 사오일씩 욕심(慾心)을 채운 후에 돌려보내기도 했으며 그런 부인들의 남편(男便)은
수일 내로 벼슬이 올라가고 왕에게 욕을 당한 여인들 중에는 그것을 수치로 여겨 그 일을 말하지 못하고 지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그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고 떠벌이는 여인도 있고 남편의 벼슬이 오르고 녹봉(祿俸)이
늘어나는 것 때문에 은근히 그것을 바라는 여인(女人)도 많이 생겼다고 합니다.”

“하 참 세상이 말세야 말세!”

“이 일은 장 녹수의 계책(計策)이었는데 장 녹수는 본래 여비(女婢) 출신으로 성장(成長) 시에 받았던 양반 댁
부인들의 멸시(蔑視)와 천대(賤待)에 대한 복수심(復讐心)으로 이런 일을 꾸몄을 것이라고 추측(推測)들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 돌아가는 것 하고는”

“황윤헌(黃允獻)이란 가난한 선비는 최보비(崔寶非)라는 아름다운 미인 첩을 두고 살았는데 구수영(具壽永)이란
친구가 샘을 내어 최보비가 미인이라는 것을 연산군에게 일러 바쳤고 연산군이 최보비를 불러 간음하고 며칠간
사랑했으나 최보비가 자기를 좋아하는 빛을 보이지 않자 그만 질투하여 황윤헌을 목 베어 죽였다고 합니다.”

“허 참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있나?”

“연산군이 전국에서 불러 모은 기생 중에 특별히 자기가 귀여워했던 설중매(雪中梅)라는 기생이 있었는데 어느 날
밤 꿈에 옛 정인의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를 자기 동료 기생에게 했는데 평소에 설중매를 질투하던 그 기생이
연산군에게 설중매가 꿈에 옛 정인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일러바치자 연산군은 금부도사를 보내어 설중매의
옛 정인의 목을 잘라 와서 설중매에게 보이고 놀라는 설중매도 목 베어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완전히 엉망진창인 세상이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영남에 한 선비가 있었는데 얼굴이 못생겨 [돼지대가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를 알고 있던 한 기생이 뽑혀 와서 연산군의 총애를 받았는데 어느 날 음식상에 오른 돼지대가리를
보다가 그 기생이 그 돼지대가리 선비를 생각하고 웃었는데 연산군이 이를 추궁하여 연유를 알아내고는 그 선비의
목을 잘라 오게 하여 그 기생에게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왕이 질투로 눈이 완전히 뒤집혀서 그런 가 봅니다”

“성세정(成世貞)이란 사람은 영남안찰사(嶺南按察使)를 지내던 중에 예쁜 기생을 사랑하게 되어 서울로 데리고
와서 소실로 삼았는데 그 기생도 연산군에게 불려가서 욕을 보게 되었답니다. 연산군은 그 기생을 데리고 놀면서
지금도 성세정이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는데 그 기생은 자기가 성세정이를 사랑한다고 하면 연산군이 그를 죽일 것
같아서 사랑하지 않고 오히려 미워하고 원망한다고 했더니 연산군이 그렇게 미우면 내가 죽여줄까? 하더랍니다.
그래서 그 기생은 할 수없이 단번에 죽이기보다는 이리저리 귀양 정배(定配)를 보내어 고생시키다가 죽여 달라고
했더니 지금 성세정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지금 귀양을 갔다는 말도 떠돌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 기생은 지혜가 있어서 성세정이를 살려놓았네”

“연산군의 아버지 성종은 세조(世祖)의 맏아들인 덕종(德宗)의 둘째 아들인데 그 아비 덕종은 왕위에 오르지도
못하고 일찍 죽었고 세조의 둘째 아들인 예종(睿宗)이 세조를 이어 왕위에 등극했으나 그도 일찍 죽는 바람에
친형인 월산대군(月山大君)과 예종의 두 아들을 제치고 왕위에 올랐는데 성종은 친형인 월산대군과 사촌형인
제안대군 등을 극진히 모셨다고 합니다. 자기가 왕비를 맞이한 후에 월산대군에게는 미인으로 소문이 났던
박중선(朴仲善)의 딸을 대군비로 맞이하게 했지요. 이 박씨 부인이 바로 연산군의 백모(伯母)가 되는 여자인데
연산군은 자기의 이 백모를 궁으로 불러들여 욕을 보였는데 박씨 부인은 이 일을 비관하여 자살을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허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연산군은 처음에 임사홍을 채홍사(採紅使)로 임명하여 팔도의 미녀들을 뽑아 올리라고 하자 임사홍은 자기의
부하 윤구수(尹龜壽)를 시켜서 미녀들을 징발하여 오도록 했답니다. 그러나 이 일이 연산군을 만족시켜주지
못하자 연산군은 다시 성정몽(成井夢) 홍숙(洪淑)을 채홍사로 삼아 평안도로 보내어 미녀들을 징발케 하였고
한편으로는 임사홍의 아들인 임숭재를 경상충청(慶尙忠淸) 양도의 채홍준사(採紅駿使)에 임명하여 경상도
충청도의 미녀와 준마를 징발토록 했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채청사(採靑使) 채응견사(採鷹犬使)라는 벼슬을
만들어 팔도로 내려 보냈습니다.”

“채청사는 출가하지 않은 처녀들을 징발하는 벼슬이고 채응견사는 훌륭한 매와 사냥개를 징발하는 벼슬이
아닙니까?”

“그렇지요 이렇게 하여 이들이 전국에서 모아온 계집들과 처녀 남의 아내 첩 기생 무당들을 합하여 일만 여명에
달하자 이들이 거처할 장소와 생활비를 조달하는 것이 보통 큰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연산군은 세조가 창건한
원각사(圓覺寺)에 있던 중들을 다 쫓아내고 수백 개의 방을 만들었지만 태부족이 되자 할 수 없이 대궐 내에
다시 수백 개의 방을 만들어 이들을 수용하고 있답니다.”

“완전히 백성들을 잡아 죽이려고 환장을 한 것 같네”

“연산군은 요즘 야숙용 천막 같은 이동식 방(房)을 준비하고 이를 거사(擧舍)라고 이름을 짓고는 자기가 사냥을
나갈 때 가지고 가서 사냥한 고기와 술을 마시면서 여자 생각이 나면 즉시 이 안에서 여자를 데리고 자기 욕정을
채운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산군은 사냥을 나갈 때는 여자들도 가마에 태워서 데리고 가는데 여자들이 탄 가마를
꼭 성균관(成均館)의 유생(儒生)들에게 메게 하고 성균관에는 여자 무당 수백 명을 불러들여서 유생들에게 온갖
모욕을 주기도 한답니다.”

“완전히 미친 짓은 다하는 것 같습니다”

연산군의 패역무도한 행위에 대한 비난(非難)의 소리는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를 않았다.

임진강 나루터에 도착을 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며 서로들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자기들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는 모두들 놀라며 걱정스러운 표정(表情)으로
말했다.

“어허! 정말 큰일 나겠네! 저렇게 아름다운 미녀(美女)가 나돌아 다니면 채홍사가 당장에 잡아 갈 텐데”

“그러게 말이네 요즘 얼굴이 좀 반반하게 생겼다 싶으면 처녀고 유부녀고 기생이고 그냥 닥치는 대로 잡아서
가는데”

“아 얼마 전에도 이곳 주막집 주모가 얼굴이 좀 반반하게 생겼다고 채홍사가 그냥 대궐로 잡아 갔지 뭔가”

“그런데 지금 가까이서 보니 부채를 들고 있는 저 아름다운 아가씨는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님 같은데”

“그러고 보니 틀림이 없는 선녀님일세 그려”

“아 그러니 겁도 없이 이렇게 다니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니 호위를 하는 시녀들도 있고 호위를 하는 젊은 소년 장군도 있으니 겁날 것은 없겠네 뭐”

사람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루터에서 배를 기다리니 강 건너편에서 큰 배가 와서 포구(浦口)에
닿았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이 무심코 배를 타려고 포구에 가까이 가려는데 갑자기 임진강 나루터에 무장(武裝)을
한 군사들이 우르르 달려와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을 포위했다.

아무런 영문을 모른 채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이 경계의 태세를 갖추며 그들을 바라보자 그 중에 관복(官服)을
입은 한 놈이 앞을 나서며 말했다.

“나는 높으신 상감(上監)의 어명(御命)을 받고 황해도와 평안도 함경도를 관할하는 채홍사 성정몽(成井夢)이다
그러니 부채를 들고 있는 예쁜 소저(小姐)는 나와 함께 지금 대궐로 가야 하겠으니 그리 알고 순순히 내 말에
따르도록 하라!”

“엥? 상감의 어명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선아 아가씨 곁에 서 있던 미주가 무슨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느냐는 듯이 채홍사 성 정몽에게 물었다.

“아니 너는 계집종인 주제에 웬 그리 잔소리가 많아?”

성 정몽은 미주를 그냥 선아 아가씨를 모시는 몸종 계집애로 알고는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뭣이? 계집종인 주제에? 잔소리가 많다고?”

미주가 화를 발끈 내며 성 정몽을 쏘아 보며 소리를 빽 하고 질렀다.

“아니? 계집 종년이 어디서 성깔은 부리고 지랄이야?”

천지를 모르는 채홍사 성 정몽이가 미주를 보고 노발대발 하며 나무란다.

“아니? 저 놈의 새끼가 감히 누구의 앞이라고 지랄이야! 그래 상감이고 나발이고 그 놈의 새끼는 보지를 않아서
잘 모르겠고 그런데 저 놈의 새끼는 도무지 앞뒤를 모르고 날 뛰고 있네! 너 이 자식아! 너는 내가 들고 있는
이 창이 네 눈에는 보이지도 않니?”

미주가 더욱 화를 내며 큰 소리를 지른다.

“무엇이? 상감이고 나발이고 그 놈의 새끼는 보지를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네 이년! 능지처참을 할 년! 감히
임금을 능멸하고 네 년이 살아남을 줄을 알았더냐? 이런 고얀 년이 있나? 여봐라! 당장 저 년을 물고를 내라!”

채홍사 성 정몽은 화가 머리 꼭대기 까지 나서 수하 군사들을 향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러자 무장을 한 군졸(軍卒)들이 창을 들고 있는 미주를 우습게 깔 보고는 그냥 잡아서 끌고 가려고 달려들자
그녀가 자기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군졸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어느 놈이고 내 가까이 오는 놈은 이 창으로 작살을 내어 줄 테니 목숨이 아깝거든 모두들 물러 가거라!”

“채홍사님! 저 년이 창을 들고 큰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 까요? 보기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요”

군졸 우두머리가 채홍사 성 정몽 이에게 말했다.

“엥? 저 계집 종년이 뭐가 무서워서 그래? 그 까짓 창만 들고 있으면 뭐해? 그냥 끌고 와서 오랏줄로 꽁꽁 묶어라!”

성 정몽 이는 군졸 우두머리의 말에 그냥 대수롭잖게 말을 하며 미주를 향해 소리쳤다.

“네 이년! 계집 종년이 아직도 작대기 같은 창을 들고 장난질을 하고 있느냐? 이 고얀 년!”

채홍사 성 정몽이의 이 말에 화가 더욱 난 미주는 돌개바람 같이 창을 휘두르며 자기를 잡으려고 달려드는 군졸
대 여섯 놈을 눈 깜짝할 사이에 쓰러뜨렸다.

그러자 채홍사 성 정몽은 이 광경을 보고는 너무나 놀라 어쩔 줄을 모른다.

그 순간

옥자와 서진이가 인정사정 두지를 않고 선아 아가씨를 둘러 싼 군사(軍士)들을 질풍(疾風)같이 칼과 창을
휘두르며 작살을 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숫자적으로 우세(優勢)하여 우습게 여기던 성 정몽과 그의 군사들이 번개같이 내어 찌르는 미주와
서진이의 놀라운 창술(槍術)에 기가 팍 꺾였다.

뿐만 아니라 옥자가 휘두르는 무서운 칼날에 모두들 머리끝이 뻣뻣하게 일어서며 두려움이 엄습하자 그만 모두들
‘날 살려라!’ 하고는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채홍사 성 정몽이도 그만 덜컥 겁이 나서 체면염치 불구하고 ‘걸음아 날려라!’ 하고는 꽁무니가 빠지게 달아나
버렸다.

포구에 서 있던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너무나 놀란 나머지 서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겁에 질려 있었다.

“맹녀님! 배에 어서 오르십시오!”

검을 든 수빈이가 먼저 배에 올라 선아 아가씨에게 말했다.

수빈이의 말에 선아 아가씨는 조 지호와 함께 배에 오르며 모두를 향해 말했다.

“그래 모두들 이제 배를 타도록 해라!”

그러자 미주와 서진이 옥자 정순이 영혜 문숙이 송이 순례 정희가 재빠르게 배를 탔다.

이들을 태운 배가 임진강을 건너가자 포구에 서 있던 사람들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며 말했다.

“저 선녀님이 무사히 강을 건너 목적지 까지 잘 가야 할 텐데”

“그러게 말이야 그 못된 놈들에게 봉변(逢變)을 당하지는 말아야 할 텐데”

“그 못 된 채홍사 놈과 군졸(軍卒) 놈들을 모조리 해치우는 것을 보니 내 속이 다 후련하네!”

“그런데 보기에는 여자라고 예사로 보았더니만 그게 아니고 정말로 용감무쌍 하구만”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로 대단한 여자들입니다요”

“채홍사 성 정몽이가 저 선녀님에게 보복(報復)이나 하지 않을지 그게 정말 걱정이 되는구만”

“아따 이 사람아 그 선녀님이 보통 선녀님인가?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님이 분명한데 그 까짓 채홍사가 무슨 수로
달려드나?”

“그렇기는 하오만 너무나 예쁜 여자가 혹시나 봉변을 당할까 걱정이 되어서 하는 소리 일세”

“어쨌든 그 창을 휘두르는 여자 장수(將帥)가 대단한 담력(膽力)을 가지고 있더구만”

“나도 놀랬네! 세상에 나는 웬 삼국지에 나오는 힘센 여포 여동생이 갑자기 나타난 줄로 알았지 뭔가”

모두들 임진강을 거의 다 건너 간 선아 아가씨 일행들을 보고 저마다 쑤군거리며 말을 했다.




18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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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가을의 완연한 기운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계절이예요

산과 들에는 넉넉하고 풍성한 결실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려서 있고

가을 빛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에서 고운 추억들을 생각나게 하네요

세상은 요란하고 시끄럽지만 오늘도 선녀열전을 일으시고 즐거운 마음 되세요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늘 추천과 댓글을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려요

오늘도 재미나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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