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77부
수혼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인데 비해 혜정은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수혼의 옆얼굴을 보고 있었다. 수혼을 보고 있으면 향상 슬픔을 참고 있는 사람처럼 어둠의 그림자가 있다. 그녀가 보는 수혼은 처절한 고독과 사랑에 목말라 무언가를 갈구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댕기머리의 한복차림이 웃기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비교해 나이도 별로 안 먹은 자식이 거만하게 자신들을 훈계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것 때문에 기분상해 그를 미워했다. 아마도 그때는 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 몇 번인가 그를 만났다. 그가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대학생이 되었고, 지나 말로는 무슨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지나아빠와 관련 있겠지 싶어 좋지 않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건 아니었다. 더욱이...........그는 자신들에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자신들에겐 향상 예의바르고 건실한 청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강한 인상으로 자신에게 다가왔던 수혼.........그를 지나가 사랑하고 그도 지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아마 오늘 그가 자신들을 만나려고 하는 이유도 지나의 실종과 관련 있을 것이다. 하지만..........자신도 향상 수혼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다. 자신이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도 어쩌면 그가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그걸 확인하고........떨쳐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앙금을 떨어버리고............그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 포기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아마도..........그을 선택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에게 이미 부인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또한 지나와 서로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그를 떨쳐버리고 마음속의 앙금을 떨어내야 한다. 어쩌면 오늘은 슬픈 날이 될 것 같다. 그와 만난다는 설렘에 학교도 가지 않고, 아침부터 옷을 고루는 대만도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그에게 최대한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화장도 몇 번을 고치고 고쳤다. 몸에 향수도 뿌리고........몇 시간 동안 그를 생각하며 그를 위해 준비했다. 약속장소에는 남들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왔다. 그를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만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그도 자신처럼 빨리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보다도 있었다. 그리고 단 둘이 그를 만났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오늘은 지나가 없으므로.............
수혼은 창가를 바라보며 잠시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그녀를 보고 잠깐 동안이나마 딴 생각을 했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오늘은 그녀들에게 부탁하기 위해 온 자리다. 그것도 자신이 사랑하는 지나에 대한 부탁을 하려온 자리에서 딴생각을 하다니..........바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고민에 빠져 대화가 없었다.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해, 지선, 성희가 모두 모였다. 그녀들은 수혼을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모두들 한번쯤은 수혼과 관계가 있는 여자들이다.
“와~ 수혼씨가 먼저 연락을 다하고..........이거 영광이라고 해야죠?”
“그동안 연락도 없이 지냈군요. 제가 좀 그래요. 죄송합니다.”
“호호호~ 수혼씨 무심한건 모두 알고 있으니 사과까지 하실 필요는 없어요. 안 그래 애들아~”
“뭐~ 모르는 것도 아니지..........자~ 모두 모인 것 같으니 주문하죠. 여기는 분위기가 좀 시끄럽지만 맥주가 다양해서 입맛대로 골라먹을 수 있어 좋아요. 간단하게 10병만 주문하죠.”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여러분이 드시고 싶을 걸로 드세요.”
“수혼씨가 부탁이 있다고 하더니 오늘 한턱내시는 모양이네. 애들아 수혼씨가 산다고 하니 부담 없이 먹어보자.”
“좋지~”
술과 안주를 주문하고 잠시 시간이 흐르자 테이블에 맥주와 안주가 놓인다.
“자~ 먼저 드시죠.”
“잘 먹겠습니다.”
다들 한 병도 정도 먹었다. 수혼은 이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여러분을 보자고 한건.............지나 때문입니다. 지나가 얼마 전부터 실종상태 입니다. 혹시 지나하고 연락되시는 분 있나요.”
“지나요? 저희도 소식 들었어요. 여기 오면서 뉴스를 들었는데...........경기도 별장에서 발견된 시체가 지나아빠로 확인되었다고 하더군요.”
“그............그래요.”
수혼은 대충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뉴스에서 듣고 확인했다니 마음이 무겁다. 의형의 죽음이 슬픔을 느끼기 보다는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감성에 빠져 있을 순 없다. 자신은 지나를 찾아야한다. 그리고 복수를 하던.........싸움을 하던 해야 한다.
“저희도 지나하고 연락이 되질 않아요? 도대체 어디로 살아진 거지 저희도 찾고 있어요.”
“그.......그럼. 지나와 연락되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까?”
“안타깝지만...........그래요..........저~~~ 수혼씨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뉴스나 신문만 보면 지나아빠가 강철파의 보스였고, 막대한 돈으로 권력층을 매수했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고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에 검찰이 강철파을 일망타진(一網打盡)하고...........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지나아빠는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어요. 또한 지나는 실종되고..............이 뉴스들을 그대로 믿을 수 있나요. 수혼씨는 지나아빠와 지나에 대해 우리보다 자세히 알고 있으니 설명 좀 해주세요.”
“왜~ 궁금해요............뭐 숨길일도 아니죠. 대부분 사실입니다.”
“그럼 말이죠. 또 궁금한 점이 있는데...........수혼씨와 지나아빠와는 관련이 없는 건가요. 수혼씨가 무사하신걸보면 관련이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전혀 관련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전 지나아빠와 의형제지간 입니다. 또한 여러분도 알고 있겠지만 조직을 이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그럼 수혼씨도 이번 일과 관련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강철파와 천랑파는 별개의 조직입니다. 다만..........강철파를 몰락시킨 세력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요.”
“천랑파?.............혹시 서울에 생긴 신흥조직이라는 천랑파 말씀인가요?”
“지선씨가 천랑파를 어떻게 알죠?”
“우리 오빠가 검찰인거 기억하시죠? 오빠가 서울지검 강력과 담당검사로 있어요. 오빠가 가끔 집에 들어와 아빠하고 하는 말 들었어요. 강철파가 몰락하고 천랑파가 신성(新星)처럼 나타났다고 했어요. 다만........천랑파는 지금까지의 조직과는 많이 틀리 다는 말도 들었어요. 오빠 평가로는 일제시대 종로패 같다고 하더군요. 제 말이 맞나요.”
“허허허~ 음~~~. 뭐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신흥조직은 맞습니다.”
“또 있어요. 강철파를 몰락시킨 갈치파인가? 하여튼 그 조직이 천랑파와 한바탕 전쟁을 벌일 것 같다고 했어요. 그 말도 맞아요.”
“검찰에서도 우릴 주시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맞는 말씀이죠. 의형이 죽인 놈들인데..........그냥 두고 볼 수는 없죠. 또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그놈들이 우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그럼 수혼씨도 싸우는 건가요?”
“제가 보스인데 당연하죠.”
“안돼요. 수혼씨까지 다치면 어떡해요.”
“화살은 이미 떠났습니다. 되돌릴 수 없어요. 제가 천랑파의 보스며 형님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남아로 태어나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죠.”
“그........그럼. 휴~ 지나까지 실종된 마당에 수혼씨까지 잘못되면 안 되는데..............무슨 좋은 방법 없어요.”
“맞아요. 제가 수혼씨 도와줄게요.”
“저도 도와줄게요.”
여자들이 모두 수혼을 돕겠다고 나선다. 수혼은 피식 웃는다. 그녀들이 자신을 어떻게 돕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고맙다.
“다들 고맙습니다. 마음만은 고맙게 받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저도 지나를 열심히 찾고 있지만 여러분도 찾아주세요. 그리고 혹시라도 지나에게 연락이 되면 저에게 연락주세요.”
“알았어요. 우리도 찾아볼게요. 어디로 연락하면 되죠.”
“제 핸드폰 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예~ 소식 있으면 연락할게요. 그리고 우리가 수혼씨를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볼게요.”
“후후후~ 감사합니다. 제 할말은 끝났고...........더 드시겠어요.”
“조금만 더 먹고 가죠. 수혼씨 급한 일 있어요?”
그때 혜정이 수혼에게 눈을 찡긋한다. 친구들과 그만 헤어지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뜻 같다.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중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정리할 것도 많고.........”
“아쉽네요. 그런 딱 한 병씩만 더 마시고 일어나죠. 그 시간은 있죠.”
“좋습니다.”
수혼은 그들과 한 병의 술을 더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우린 한잔 더하고 갈게요.”
“그럼~ 제가 계산하면서 술과 안주를 더 주문하고 가겠습니다.”
수혼이 일어나서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있는데 혜정이 갑자기 머리를 잡고 테이블에 머릴 기댄다.
“왜 그래...........어디 아파~”
“응~ 어제 잠을 설쳤더니 피곤하다. 나도 먼저 일어나야겠다.”
“계집애~ 오랜만에 만났는데................아프면 할 수 없지. 먼저 들어가.”
“미안해. 다음에 내가 밥 살게. 나 먼저 간다.”
그녀도 수혼을 따라 밖으로 나간다.
수혼이 밖에서 잠깐 기다리니 혜정이 뒤따라 나왔다. 그녀는 짧은 원피스를 펄럭이며 수혼에게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이제 어디로 가죠. 혜정씨가 정해요.”
“우리 놀이공원가요. 요즘에 야간개장 한 놀이공원 많다고 들었어요.”
“놀이공원?................어디 말씀하시는 거죠?”
“음~ 신나게 놀 수 있는 에버랜드로 가요?”
“에버랜드? 그거 혹시 용인에 있는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 수혼씨도 잘 아시네.”
“너무 멀지 않아요. 시간도 늦었고.”
“수혼씨........좀 전에 약속했죠. 제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또 약속 안 지킬 건가요?”
그녀가 고집을 부리니 방법이 없다. 수혼의 자신의 입을 탓했다. 입이 방정이지.........
“쩝~ 가요. 가야죠. 어이 택시..........택시”
혜정은 빙긋 웃으며 수혼을 따라간다. 사실 혜정의 차는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다. 하지만........그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신이 운전하는 것보다는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또한 술도 먹지 않았는가?
수혼과 혜정은 뒷좌석에 같이 앉았다. 수혼이 앞에 앉겠다는 걸 혜정이 고집을 부려 할 수 없이 같이 앉게 되었다. 그녀는 수혼의 팔짱을 끼고 그의 어깨가 머릴 기대고 있었다. 수혼이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혜정의 몸에서는 여인 특유의 향기와 은은한 꽃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원하고 상쾌한 향기다. 또한 그녀의 머리까락은 수혼의 팔을 간지럽게 하고 있었다.
“저기 혜정씨. 조금 떨어져 앉으면 안 될까요?”
“불편해요?”
“아니 그건 아닌데...........휴~ 자꾸 이상해 져서”
“푸~ 호호호~ 무슨 말씀이죠. 이상해지다니.”
“아........아닙니다. 휴~~”
수혼이 자신의 피해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자 혜정은 은근히 화가 났다. 그녀는 일부러 자신의 치마를 조금 더 올린다. 그녀의 대리석 같은 두 다리가 드러나고 하얀색 팬티까지 보인다. 그녀의 자태에 당황하고 있는 것은 수혼뿐만 아니다. 앞에서 운전하고 있는 기사도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고 백미러로 그녀를 훔쳐보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녀도 기사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수혼을 유혹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녀가 두 다리를 살짝 벌리자 차가 요동을 친다. 기사가 너무 놀라 잠깐 흔들린 것이다. 그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수혼에게 쓰려진다. 수혼은 그녀가 쓰려지자 얼른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녀의 젖가슴을 잡은 것이다. 수혼은 황급히 손을 뺏고 그녀는 몸이 기울어지며 수혼의 가슴에 안겨버린다. 수혼은 뭉클한 느끼며 얼굴이 붉게 물들어버린다.
“아이~ 너무해~. 수혼씨 잡아야죠.”
“미.......미안해요. 자 일어나요.”
수혼이 그녀를 부축하려고 눈을 돌리는데.........그녀의 두 다리는 좌석에 올라와 있었다. 그것도 매끈한 다리를 모두 드려나고.......치마가 말려 올라가 그녀의 팬티까지 보이고 있으니.........수혼은 어른 시선을 돌리고 그녀를 안아 일어나게 했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자세를 단정히 하고 웃는다. 너무 노골적인 유혹보다는 은근한 유혹을 하기로 마음먹는 모양이다. 하긴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차가 어느덧 서울을 벗어나 용인으로 향하고 있었다. 혜정은 역시나 수혼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고, 수혼도 좀 전 사건이 있어서 그런지 한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고 있었다. 그녀는 그게 만족스러운지 조용히 눈을 감고...............그를 느끼고 있었다. 행복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사내다. 그 사내의 품에 안겨있는 지금 마음이 푸근하고 따뜻하다.
차가 에버랜드에 도착한 시간은 10시가 조금 넘었다. 에버랜드가 문 닦을 시간까지는 한시간정도 남았다. 그 시간에 에버랜드를 통과하는 사람은 수혼과 혜정뿐이다. 다들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오는데 그들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놀이시설들은 막판이라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수혼씨. 우리 바이킹 타고 블랙홀도 타요.”
“알았어요. 바이킹부터 타죠.”
그들은 바이킹에 올랐다.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들은 맨 끝에 자리했다. 수혼은 태어나서 놀이기구는 처음 타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바이킹이 출발하고 왕복하기 시작하자 장난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중력(中力)을 상실하고 하염없이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기분..........으아~ 기분 묘하다. 수혼은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바(놀이기구 손잡이)를 잡고 있는데 반해 혜정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두 손을 올리고 환호성을 지른다.
다음에 탄 블랙홀도 만만치 않다. 그것도 제일 앞에 타서 수혼은 사색이 된다. 강적 앞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향상 당당하고 여유롭던 수혼이 놀이기구 때문에 사색이 된다. 역시나 혜정은 좋아한다. 그녀는 너무 신나게 논다. 수혼은 자신이 한말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블랙홀을 타고 내려오자 수혼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런 수혼의 모습을 보고 혜정은 즐겁다고 웃으니 수혼은 쓰게 웃고 만다.
그녀가 다시 선택한 놀이기구는 바이킹과 비슷한데 공중에서 꽈배기처럼 도는 놀이기구였다. 아마도 이 놀이기구를 타면 끝날 것이다. 수혼은 크게 한숨을 쉬고 다시 놀이기구에 올랐다. 수혼은 이젠 놀라지도 않는다. 담담했다. 놀이기구가 비틀어지든 돌아가던 놀라지 않는다. 많이 익숙해 진 것일까?
세 가지 놀이기구를 타고 보니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주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운영시간이 끝났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휴~ 이제 이곳도 끝났어요............우리도 나가죠.”
“그래요. 에버랜드 밖에 나가서 우리 술이나 한잔해요. 수혼씨 목마르지 않아요.”
“술? 이 시간에?..........”
“싫다는 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혜정씨는 집에 안가요. 들어가야죠.”
“오늘 안 들어가도 돼요. 부모님께는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말하고 나왔어요.”
“휴~ 좋아요. 일단 나가죠.”
그들은 에버랜드를 빠져나왔다. 밖에 나와 보니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택시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가용으로 왔고, 버스는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 타는지 모른다. 택시도 잡기 힘들다.
“수혼씨 어떡하죠.”
“글쎄요. 일단 큰길까지 걸어가죠.”
“우리 지나가는 차 태워달라고 해요.”
“예~ 그게 가능해요.”
“그럼요. 우선 주차장으로 가요.”
수혼은 그녀를 따라 주차장으로 갔다. 그녀는 빙긋 웃더니 막 출발하려는 차를 잡았다. 그러더니 한참 이야기하더니 수혼에게 손짓한다. 수혼이 가보니 젊은 남녀가 타고 있는 자동차였다.
“수혼씨 타요. 이분들이 태워주신데요.”
“이거 감사합니다.”
수혼과 혜정은 뒤에 앉았다. 두 사람을 태운 자동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앞에 앉은 젊은 남녀는 부산사람들인지 사투리를 쓴다. 그들은 뒤에 탄 수혼과 혜정을 벌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죠.”
“이분들이 한화리조트로 가신데요. 그래서 그곳까지 태워달라고 했어요.”
“한화 리조트요. 그곳이 어디죠?”
“이곳에서 조금만 가면돼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저희들은 휴가차 왔어요? 두 분은 어떻게 오신 거죠.”
“우린 서울 살아요. 오늘 신나게 놀라고 왔죠.”
수혼이 대답하기 전에 혜정이 먼저 대답한다. 수혼은 할말이 없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우리와 함께 놀죠. 리조트 지하 노래방은 2시까지 하는 것 같던데.......”
“그래요. 좋아요. 노래방 값은 우리가 내죠.”
“좋습니다.”
수혼은 일이 복잡하게 꼬인다고 생각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니 자신이 나설 입장도 아니다. 차는 한화리조트에 들어가 주차장에 멈춘다. 그들은 리조트 지하에 있는 노래방으로 갔다. 수혼도 터벅터벅 그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노래방에 도착한 혜정은 자신이 계산을 하고, 주인에게 뭐라고 쑥덕거리더니 돈을 조금 더 준다.
노래방은 무척이나 넓었다. 소파도 넓고, 춤 출수 있는 공간도 충분했다. 모두들 자리에 앉자 혜정이 먼저 무대에 올라가더니 신나는 음악을 선택했다. 반주가 시작되자 혜정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그녀의 모습은 무척 발랄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뭐하세요. 같이 나가서야지. 어서요.”
수혼은 자리에 앉아있다 남녀에게 떠밀려 앞으로 나가고, 혜정은 수혼의 어깨를 잡고 현란하고 섹시한 춤을 추었다. 수혼도 마지못해 몸을 흔들지만 무슨 막대인형도 아니고, 가관이 아니다. 그래도 혜정은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혜정의 노래가 끝나니 문을 열리며 주인이 맥주를 한 박스 들고 왔고, 종업원은 안주를 갖고 들어왔다.
“제가 사는 겁니다. 우리 신나게 놀아요.”
“이게 차 한번 태워드리고 너무 많이 받는데요. 좋습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분위기 띄우죠.”
젊은 남녀는 손잡고 무대로 올라가더니 노래를 선택하고 부르기 시작하는데........이것이 장난이 아니다. 여자는 남자의 가슴에 등을 기대고 미끄러지듯 내려오다 다시 몸을 흔들며 올라가는데..........보는 사람이 아찔할 정도로 두 사람의 동작들이 끈적거린다.
혜정은 맥주를 따라 수혼에게 내밀었다.
“드세요.”
수혼은 사양하지 못하고 술을 마신다.
“혼자 마시요. 저도 주세요.”
수혼도 그녀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그녀는 수혼의 곁에 바짝 다가와 앉는다. 천장에는 화려한 조명이 반짝거리고 눈앞에는 달짝지근한(?) 풍경이 펼쳐지고..........향기를 머금은 꽃이 자신을 유혹하고 있으니........수혼은 서서히 분위기에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젊은 남녀는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아무리 놀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그들이 노는 모습은 장난이 아니다. 지금은 블루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는데 여자의 손은 남자의 허리를 감고 있었고, 남자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들은 수혼과 혜정을 자신들과 같이 연인사이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서로를 애무하며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혜정은 계속해서 맥주를 들이 키고 있었다. 수혼이 보기에 너무 마신다.
젊은 남녀의 노래가 끝나고 마이크를 수혼에게 내민다. 사실 수혼은 아는 노래가 없다. 수혼이 망설이자 혜정이 마이크를 빼앗아 자신이 노래를 부른다. 그녀가 선택한 곳은 블루스 음악.........그녀는 팔로 수혼의 목을 감고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몸을 흔들었다. 수혼도 그녀의 리듬에 맞추어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수혼은 바지가 불룩해지고 있었다. 적당히 마신 술, 끈적거리는 분위기 그리고 달콤한 여인의 유혹.............아무리 목석같은 남자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흥분하고 말 것이다. 수혼은 그녀와 하체가 붙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했다. 그때...........소파에 앉아있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손은 이미 여자의 치마 속에 들어가 있었고, 여자는 적당히 다리를 벌려 남자의 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한 그들의 입술은 이미 하나가 되어 서로를 탐닉하고 있으니............수혼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혜정이 수혼을 바짝 끌어당긴다. 수혼은 그녀의 뭉클한 젖가슴의 감촉과 함께 불룩해진 물건이 그녀의 아랫배를 꾹 치른다. 혜정은 노래를 부르다말고 마이크를 내리더니 수혼의 귀에 입술을 가져와 후~하고 불었다.
“수혼씨. 흥분했죠.”
들릴 듯 말 듯 귀가를 간지럽게 울리는 혜정의 목소리는 수혼의 몸에 불을 지른다. 수혼은 숨을 깊이 들이 키고 진정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혜정이 귀 볼을 깨물자 식어가던 열기가 다시 불타오른다.
“저기 봐요.”
그녀의 속삭임에 수혼이 소파 쪽으로 눈을 돌리니 남녀는 이제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무릎위에 올라가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남자의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연신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상의는 이미 절반쯤은 이로 말려 올라가고 남자는 얼굴을 여자의 가슴에 파묻고 있었다.
“우리 잠시 나가요.”
혜정의 속삭임에 수혼이 먼저 나가자, 혜정은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저~~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혜정은 혼자서 화장실로 갔다. 수혼은 한숨을 쉬고 복도에 있었다. 노래방 안에는 젊은 남녀가 한참 열기를 발산하고 있고, 혜정은 혼자 가버리고............자꾸만 이상한 상상만하고.............그녀는 자신을 유혹하고 있었다. 아무리 목석같은 수혼이라도 그 정도 눈치는 있다. 저번에 들은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지나하고 혜정이는 천년기념물이예요. 조심하세요.”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냥 사고를 치고 말까? 아니야 그러면 안돼?) 두 가지 상반된 마음이 수시로 교차한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는데 혜정이 돌아왔다.
“들어가요.”
“혹시. 아직도 그렇고 있음 어떡해요.”
“상관없잖아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연다. 젊은 남녀는 한데 엉켜 있다가 수혼과 혜정이 들어서자 재빨리 떨어진다.
“지금 들어오세요. 이번에는 우리가 잠시 나갔다 올 게요.”
그들은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보아도 일(?)을 치루다 중간에 잘리(?)모양이다. 노래방 안에 열기가 느끼지는 걸 보면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혜정은 자리에 앉더니 맥주를 마신다.
“수혼씨도 한잔 더해요.”
“그러죠. 저도 목마른데.......”
수혼과 혜정은 술을 먹기 시작했다. 이미 상당히 취해있던 혜정은 몇 잔을 더 마시더니 수혼의 품에 안긴다. 그녀는 용기가 없어 술을 마신 것이다. 적당히 취한 지금..........그녀는 용기를 내서 수혼에게 안긴 것이다.
“혜.........혜정씨”
“아무말씀 마시고 안아주세요. 저 오늘 하루만이라도 수혼씨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
“혜정씨 우린..........”
수혼이 다음 말을 하기 전에 혜정의 입술이 수혼의 입술을 막았다. 그녀의 입술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달콤하다. 수혼도 적당히 술을 마셨다.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은 수혼의 입술에 다가와 그의 입술을 탐했다. 수혼도 그녀를 안아주며 그녀의 입술을 탐한다. 이성과 감성의 싸움은 이미 끝났다. 혜정은 입술을 대고 망설이고 있었다. 수혼은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고 자신의 무릎위에 올렸다. 그리고 살짝 입술을 때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혜정씨. 우리 그만.......”
혜정이 손을 들어 수혼의 입을 막았다.
“부탁 이예요. 수혼씨에게 이미 부인이 있다는 것도, 지나를 사랑한다는 것도 알아요. 그러니 아무말씀 마세요. 저.........지금 진실로 수혼씨를 원해요. 하루 밤 사랑이라도 좋아요. 더 바라지 않을 깨요.”
수혼은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수혼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녀의 깊은 눈동자에 작은 떨림이 있었다.
“다음에 후회하지 않겠어요.”
“예~ 후회하지 않아요. 당신 때문에 그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했어요. 다른 사람을 만나도 당신이 떠올랐어요. 이제.........당신을 잊으려고 해요. 제가 아무리 사랑해도 당신과는 맺어지지 못하겠죠. 그래서 잊으려고 해요. 그전에..................당신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잊겠어요.”
수혼은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 것 같았다. 수혼은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만져본다. 그녀가 억지로 웃음 짓는데 보조개가 예쁘게 들어간다. 그녀는 지나처럼 서구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미인이다. 수혼은 그녀의 어깨를 잡아 살며시 끌어당기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혜정은 눈을 감고 수혼의 입술을 받아들인다. 그녀의 입술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키스도 못해본 모양이다. 수혼의 혀가 입술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자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수혼은 그녀를 바짝 끌어당겨 힘껏 안아주었다. 그녀는 숨이 막혔다. 그녀의 입술이 벌어진다. 수혼의 혀가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혜정은 키스조차 처음이다. 남녀간의 일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까지 남자가 없었을 뿐이다. 그녀는 수혼의 혀가 입속으로 들어오자 숨이 막힌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몸에서 힘을 빠진다. 온몸의 세포들이 긴장하고, 머리가 멍하다. 수혼의 혀는 뱀처럼 자신의 입속을 헤집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달콤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그를 유혹했지만 막상 그가 적극적으로 나오니 겁이 난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속에 들어온 혀를 맞이했다. 수혼의 혀는 자신의 혀를 만나 엉켜 버린다. 입속에 침이 가득 고이고...........그의 혀는 쉼 없이 움직이며 자신을 자극한다. 뜨거운 열탕에 들어와도 이것보다 뜨겁지 않을 것이다. 불속에 들어온 것처럼 온몸이 뜨겁다.
수혼은 살며시 입술을 때고 그녀를 안아준다.
“하이..........하이.........하이..........수혼씨.........하이.............우리 올라가요.”
“응~ 어디로..........”
“하이.......하이........가방에 보며 키가 있어요.”
수혼은 그녀의 가방을 열어보니 키가 있었다. 508호라고 적힌 열쇄다. 수혼은 그녀가 좀 전에 화장실을 간 것이 아니라 방을 예약하기 위해 갔었다는 걸 알았다.
수혼과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혜정은 수혼에게 기대어 있었다.
ps : 늘어진다. 늘어진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늘렸다. 반성하자. 짧게 쓰자. 간식이 주식될라. 짧게 끝내자. 젠장~~
수혼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인데 비해 혜정은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수혼의 옆얼굴을 보고 있었다. 수혼을 보고 있으면 향상 슬픔을 참고 있는 사람처럼 어둠의 그림자가 있다. 그녀가 보는 수혼은 처절한 고독과 사랑에 목말라 무언가를 갈구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댕기머리의 한복차림이 웃기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비교해 나이도 별로 안 먹은 자식이 거만하게 자신들을 훈계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것 때문에 기분상해 그를 미워했다. 아마도 그때는 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 몇 번인가 그를 만났다. 그가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대학생이 되었고, 지나 말로는 무슨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지나아빠와 관련 있겠지 싶어 좋지 않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건 아니었다. 더욱이...........그는 자신들에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자신들에겐 향상 예의바르고 건실한 청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강한 인상으로 자신에게 다가왔던 수혼.........그를 지나가 사랑하고 그도 지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아마 오늘 그가 자신들을 만나려고 하는 이유도 지나의 실종과 관련 있을 것이다. 하지만..........자신도 향상 수혼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다. 자신이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도 어쩌면 그가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그걸 확인하고........떨쳐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앙금을 떨어버리고............그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 포기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아마도..........그을 선택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에게 이미 부인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또한 지나와 서로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그를 떨쳐버리고 마음속의 앙금을 떨어내야 한다. 어쩌면 오늘은 슬픈 날이 될 것 같다. 그와 만난다는 설렘에 학교도 가지 않고, 아침부터 옷을 고루는 대만도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그에게 최대한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화장도 몇 번을 고치고 고쳤다. 몸에 향수도 뿌리고........몇 시간 동안 그를 생각하며 그를 위해 준비했다. 약속장소에는 남들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왔다. 그를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만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그도 자신처럼 빨리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보다도 있었다. 그리고 단 둘이 그를 만났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오늘은 지나가 없으므로.............
수혼은 창가를 바라보며 잠시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그녀를 보고 잠깐 동안이나마 딴 생각을 했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오늘은 그녀들에게 부탁하기 위해 온 자리다. 그것도 자신이 사랑하는 지나에 대한 부탁을 하려온 자리에서 딴생각을 하다니..........바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고민에 빠져 대화가 없었다.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해, 지선, 성희가 모두 모였다. 그녀들은 수혼을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모두들 한번쯤은 수혼과 관계가 있는 여자들이다.
“와~ 수혼씨가 먼저 연락을 다하고..........이거 영광이라고 해야죠?”
“그동안 연락도 없이 지냈군요. 제가 좀 그래요. 죄송합니다.”
“호호호~ 수혼씨 무심한건 모두 알고 있으니 사과까지 하실 필요는 없어요. 안 그래 애들아~”
“뭐~ 모르는 것도 아니지..........자~ 모두 모인 것 같으니 주문하죠. 여기는 분위기가 좀 시끄럽지만 맥주가 다양해서 입맛대로 골라먹을 수 있어 좋아요. 간단하게 10병만 주문하죠.”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여러분이 드시고 싶을 걸로 드세요.”
“수혼씨가 부탁이 있다고 하더니 오늘 한턱내시는 모양이네. 애들아 수혼씨가 산다고 하니 부담 없이 먹어보자.”
“좋지~”
술과 안주를 주문하고 잠시 시간이 흐르자 테이블에 맥주와 안주가 놓인다.
“자~ 먼저 드시죠.”
“잘 먹겠습니다.”
다들 한 병도 정도 먹었다. 수혼은 이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여러분을 보자고 한건.............지나 때문입니다. 지나가 얼마 전부터 실종상태 입니다. 혹시 지나하고 연락되시는 분 있나요.”
“지나요? 저희도 소식 들었어요. 여기 오면서 뉴스를 들었는데...........경기도 별장에서 발견된 시체가 지나아빠로 확인되었다고 하더군요.”
“그............그래요.”
수혼은 대충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뉴스에서 듣고 확인했다니 마음이 무겁다. 의형의 죽음이 슬픔을 느끼기 보다는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감성에 빠져 있을 순 없다. 자신은 지나를 찾아야한다. 그리고 복수를 하던.........싸움을 하던 해야 한다.
“저희도 지나하고 연락이 되질 않아요? 도대체 어디로 살아진 거지 저희도 찾고 있어요.”
“그.......그럼. 지나와 연락되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까?”
“안타깝지만...........그래요..........저~~~ 수혼씨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뉴스나 신문만 보면 지나아빠가 강철파의 보스였고, 막대한 돈으로 권력층을 매수했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고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에 검찰이 강철파을 일망타진(一網打盡)하고...........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지나아빠는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어요. 또한 지나는 실종되고..............이 뉴스들을 그대로 믿을 수 있나요. 수혼씨는 지나아빠와 지나에 대해 우리보다 자세히 알고 있으니 설명 좀 해주세요.”
“왜~ 궁금해요............뭐 숨길일도 아니죠. 대부분 사실입니다.”
“그럼 말이죠. 또 궁금한 점이 있는데...........수혼씨와 지나아빠와는 관련이 없는 건가요. 수혼씨가 무사하신걸보면 관련이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전혀 관련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전 지나아빠와 의형제지간 입니다. 또한 여러분도 알고 있겠지만 조직을 이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그럼 수혼씨도 이번 일과 관련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강철파와 천랑파는 별개의 조직입니다. 다만..........강철파를 몰락시킨 세력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요.”
“천랑파?.............혹시 서울에 생긴 신흥조직이라는 천랑파 말씀인가요?”
“지선씨가 천랑파를 어떻게 알죠?”
“우리 오빠가 검찰인거 기억하시죠? 오빠가 서울지검 강력과 담당검사로 있어요. 오빠가 가끔 집에 들어와 아빠하고 하는 말 들었어요. 강철파가 몰락하고 천랑파가 신성(新星)처럼 나타났다고 했어요. 다만........천랑파는 지금까지의 조직과는 많이 틀리 다는 말도 들었어요. 오빠 평가로는 일제시대 종로패 같다고 하더군요. 제 말이 맞나요.”
“허허허~ 음~~~. 뭐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신흥조직은 맞습니다.”
“또 있어요. 강철파를 몰락시킨 갈치파인가? 하여튼 그 조직이 천랑파와 한바탕 전쟁을 벌일 것 같다고 했어요. 그 말도 맞아요.”
“검찰에서도 우릴 주시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맞는 말씀이죠. 의형이 죽인 놈들인데..........그냥 두고 볼 수는 없죠. 또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그놈들이 우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그럼 수혼씨도 싸우는 건가요?”
“제가 보스인데 당연하죠.”
“안돼요. 수혼씨까지 다치면 어떡해요.”
“화살은 이미 떠났습니다. 되돌릴 수 없어요. 제가 천랑파의 보스며 형님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남아로 태어나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죠.”
“그........그럼. 휴~ 지나까지 실종된 마당에 수혼씨까지 잘못되면 안 되는데..............무슨 좋은 방법 없어요.”
“맞아요. 제가 수혼씨 도와줄게요.”
“저도 도와줄게요.”
여자들이 모두 수혼을 돕겠다고 나선다. 수혼은 피식 웃는다. 그녀들이 자신을 어떻게 돕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고맙다.
“다들 고맙습니다. 마음만은 고맙게 받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저도 지나를 열심히 찾고 있지만 여러분도 찾아주세요. 그리고 혹시라도 지나에게 연락이 되면 저에게 연락주세요.”
“알았어요. 우리도 찾아볼게요. 어디로 연락하면 되죠.”
“제 핸드폰 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예~ 소식 있으면 연락할게요. 그리고 우리가 수혼씨를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볼게요.”
“후후후~ 감사합니다. 제 할말은 끝났고...........더 드시겠어요.”
“조금만 더 먹고 가죠. 수혼씨 급한 일 있어요?”
그때 혜정이 수혼에게 눈을 찡긋한다. 친구들과 그만 헤어지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뜻 같다.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중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정리할 것도 많고.........”
“아쉽네요. 그런 딱 한 병씩만 더 마시고 일어나죠. 그 시간은 있죠.”
“좋습니다.”
수혼은 그들과 한 병의 술을 더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우린 한잔 더하고 갈게요.”
“그럼~ 제가 계산하면서 술과 안주를 더 주문하고 가겠습니다.”
수혼이 일어나서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있는데 혜정이 갑자기 머리를 잡고 테이블에 머릴 기댄다.
“왜 그래...........어디 아파~”
“응~ 어제 잠을 설쳤더니 피곤하다. 나도 먼저 일어나야겠다.”
“계집애~ 오랜만에 만났는데................아프면 할 수 없지. 먼저 들어가.”
“미안해. 다음에 내가 밥 살게. 나 먼저 간다.”
그녀도 수혼을 따라 밖으로 나간다.
수혼이 밖에서 잠깐 기다리니 혜정이 뒤따라 나왔다. 그녀는 짧은 원피스를 펄럭이며 수혼에게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이제 어디로 가죠. 혜정씨가 정해요.”
“우리 놀이공원가요. 요즘에 야간개장 한 놀이공원 많다고 들었어요.”
“놀이공원?................어디 말씀하시는 거죠?”
“음~ 신나게 놀 수 있는 에버랜드로 가요?”
“에버랜드? 그거 혹시 용인에 있는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 수혼씨도 잘 아시네.”
“너무 멀지 않아요. 시간도 늦었고.”
“수혼씨........좀 전에 약속했죠. 제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또 약속 안 지킬 건가요?”
그녀가 고집을 부리니 방법이 없다. 수혼의 자신의 입을 탓했다. 입이 방정이지.........
“쩝~ 가요. 가야죠. 어이 택시..........택시”
혜정은 빙긋 웃으며 수혼을 따라간다. 사실 혜정의 차는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다. 하지만........그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신이 운전하는 것보다는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또한 술도 먹지 않았는가?
수혼과 혜정은 뒷좌석에 같이 앉았다. 수혼이 앞에 앉겠다는 걸 혜정이 고집을 부려 할 수 없이 같이 앉게 되었다. 그녀는 수혼의 팔짱을 끼고 그의 어깨가 머릴 기대고 있었다. 수혼이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혜정의 몸에서는 여인 특유의 향기와 은은한 꽃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원하고 상쾌한 향기다. 또한 그녀의 머리까락은 수혼의 팔을 간지럽게 하고 있었다.
“저기 혜정씨. 조금 떨어져 앉으면 안 될까요?”
“불편해요?”
“아니 그건 아닌데...........휴~ 자꾸 이상해 져서”
“푸~ 호호호~ 무슨 말씀이죠. 이상해지다니.”
“아........아닙니다. 휴~~”
수혼이 자신의 피해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자 혜정은 은근히 화가 났다. 그녀는 일부러 자신의 치마를 조금 더 올린다. 그녀의 대리석 같은 두 다리가 드러나고 하얀색 팬티까지 보인다. 그녀의 자태에 당황하고 있는 것은 수혼뿐만 아니다. 앞에서 운전하고 있는 기사도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고 백미러로 그녀를 훔쳐보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녀도 기사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수혼을 유혹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녀가 두 다리를 살짝 벌리자 차가 요동을 친다. 기사가 너무 놀라 잠깐 흔들린 것이다. 그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수혼에게 쓰려진다. 수혼은 그녀가 쓰려지자 얼른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녀의 젖가슴을 잡은 것이다. 수혼은 황급히 손을 뺏고 그녀는 몸이 기울어지며 수혼의 가슴에 안겨버린다. 수혼은 뭉클한 느끼며 얼굴이 붉게 물들어버린다.
“아이~ 너무해~. 수혼씨 잡아야죠.”
“미.......미안해요. 자 일어나요.”
수혼이 그녀를 부축하려고 눈을 돌리는데.........그녀의 두 다리는 좌석에 올라와 있었다. 그것도 매끈한 다리를 모두 드려나고.......치마가 말려 올라가 그녀의 팬티까지 보이고 있으니.........수혼은 어른 시선을 돌리고 그녀를 안아 일어나게 했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자세를 단정히 하고 웃는다. 너무 노골적인 유혹보다는 은근한 유혹을 하기로 마음먹는 모양이다. 하긴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차가 어느덧 서울을 벗어나 용인으로 향하고 있었다. 혜정은 역시나 수혼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고, 수혼도 좀 전 사건이 있어서 그런지 한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고 있었다. 그녀는 그게 만족스러운지 조용히 눈을 감고...............그를 느끼고 있었다. 행복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사내다. 그 사내의 품에 안겨있는 지금 마음이 푸근하고 따뜻하다.
차가 에버랜드에 도착한 시간은 10시가 조금 넘었다. 에버랜드가 문 닦을 시간까지는 한시간정도 남았다. 그 시간에 에버랜드를 통과하는 사람은 수혼과 혜정뿐이다. 다들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오는데 그들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놀이시설들은 막판이라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수혼씨. 우리 바이킹 타고 블랙홀도 타요.”
“알았어요. 바이킹부터 타죠.”
그들은 바이킹에 올랐다.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들은 맨 끝에 자리했다. 수혼은 태어나서 놀이기구는 처음 타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바이킹이 출발하고 왕복하기 시작하자 장난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중력(中力)을 상실하고 하염없이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기분..........으아~ 기분 묘하다. 수혼은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바(놀이기구 손잡이)를 잡고 있는데 반해 혜정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두 손을 올리고 환호성을 지른다.
다음에 탄 블랙홀도 만만치 않다. 그것도 제일 앞에 타서 수혼은 사색이 된다. 강적 앞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향상 당당하고 여유롭던 수혼이 놀이기구 때문에 사색이 된다. 역시나 혜정은 좋아한다. 그녀는 너무 신나게 논다. 수혼은 자신이 한말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블랙홀을 타고 내려오자 수혼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런 수혼의 모습을 보고 혜정은 즐겁다고 웃으니 수혼은 쓰게 웃고 만다.
그녀가 다시 선택한 놀이기구는 바이킹과 비슷한데 공중에서 꽈배기처럼 도는 놀이기구였다. 아마도 이 놀이기구를 타면 끝날 것이다. 수혼은 크게 한숨을 쉬고 다시 놀이기구에 올랐다. 수혼은 이젠 놀라지도 않는다. 담담했다. 놀이기구가 비틀어지든 돌아가던 놀라지 않는다. 많이 익숙해 진 것일까?
세 가지 놀이기구를 타고 보니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주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운영시간이 끝났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휴~ 이제 이곳도 끝났어요............우리도 나가죠.”
“그래요. 에버랜드 밖에 나가서 우리 술이나 한잔해요. 수혼씨 목마르지 않아요.”
“술? 이 시간에?..........”
“싫다는 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혜정씨는 집에 안가요. 들어가야죠.”
“오늘 안 들어가도 돼요. 부모님께는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말하고 나왔어요.”
“휴~ 좋아요. 일단 나가죠.”
그들은 에버랜드를 빠져나왔다. 밖에 나와 보니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택시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가용으로 왔고, 버스는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 타는지 모른다. 택시도 잡기 힘들다.
“수혼씨 어떡하죠.”
“글쎄요. 일단 큰길까지 걸어가죠.”
“우리 지나가는 차 태워달라고 해요.”
“예~ 그게 가능해요.”
“그럼요. 우선 주차장으로 가요.”
수혼은 그녀를 따라 주차장으로 갔다. 그녀는 빙긋 웃더니 막 출발하려는 차를 잡았다. 그러더니 한참 이야기하더니 수혼에게 손짓한다. 수혼이 가보니 젊은 남녀가 타고 있는 자동차였다.
“수혼씨 타요. 이분들이 태워주신데요.”
“이거 감사합니다.”
수혼과 혜정은 뒤에 앉았다. 두 사람을 태운 자동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앞에 앉은 젊은 남녀는 부산사람들인지 사투리를 쓴다. 그들은 뒤에 탄 수혼과 혜정을 벌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죠.”
“이분들이 한화리조트로 가신데요. 그래서 그곳까지 태워달라고 했어요.”
“한화 리조트요. 그곳이 어디죠?”
“이곳에서 조금만 가면돼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저희들은 휴가차 왔어요? 두 분은 어떻게 오신 거죠.”
“우린 서울 살아요. 오늘 신나게 놀라고 왔죠.”
수혼이 대답하기 전에 혜정이 먼저 대답한다. 수혼은 할말이 없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우리와 함께 놀죠. 리조트 지하 노래방은 2시까지 하는 것 같던데.......”
“그래요. 좋아요. 노래방 값은 우리가 내죠.”
“좋습니다.”
수혼은 일이 복잡하게 꼬인다고 생각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니 자신이 나설 입장도 아니다. 차는 한화리조트에 들어가 주차장에 멈춘다. 그들은 리조트 지하에 있는 노래방으로 갔다. 수혼도 터벅터벅 그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노래방에 도착한 혜정은 자신이 계산을 하고, 주인에게 뭐라고 쑥덕거리더니 돈을 조금 더 준다.
노래방은 무척이나 넓었다. 소파도 넓고, 춤 출수 있는 공간도 충분했다. 모두들 자리에 앉자 혜정이 먼저 무대에 올라가더니 신나는 음악을 선택했다. 반주가 시작되자 혜정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그녀의 모습은 무척 발랄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뭐하세요. 같이 나가서야지. 어서요.”
수혼은 자리에 앉아있다 남녀에게 떠밀려 앞으로 나가고, 혜정은 수혼의 어깨를 잡고 현란하고 섹시한 춤을 추었다. 수혼도 마지못해 몸을 흔들지만 무슨 막대인형도 아니고, 가관이 아니다. 그래도 혜정은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혜정의 노래가 끝나니 문을 열리며 주인이 맥주를 한 박스 들고 왔고, 종업원은 안주를 갖고 들어왔다.
“제가 사는 겁니다. 우리 신나게 놀아요.”
“이게 차 한번 태워드리고 너무 많이 받는데요. 좋습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분위기 띄우죠.”
젊은 남녀는 손잡고 무대로 올라가더니 노래를 선택하고 부르기 시작하는데........이것이 장난이 아니다. 여자는 남자의 가슴에 등을 기대고 미끄러지듯 내려오다 다시 몸을 흔들며 올라가는데..........보는 사람이 아찔할 정도로 두 사람의 동작들이 끈적거린다.
혜정은 맥주를 따라 수혼에게 내밀었다.
“드세요.”
수혼은 사양하지 못하고 술을 마신다.
“혼자 마시요. 저도 주세요.”
수혼도 그녀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그녀는 수혼의 곁에 바짝 다가와 앉는다. 천장에는 화려한 조명이 반짝거리고 눈앞에는 달짝지근한(?) 풍경이 펼쳐지고..........향기를 머금은 꽃이 자신을 유혹하고 있으니........수혼은 서서히 분위기에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젊은 남녀는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아무리 놀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그들이 노는 모습은 장난이 아니다. 지금은 블루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는데 여자의 손은 남자의 허리를 감고 있었고, 남자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들은 수혼과 혜정을 자신들과 같이 연인사이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서로를 애무하며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혜정은 계속해서 맥주를 들이 키고 있었다. 수혼이 보기에 너무 마신다.
젊은 남녀의 노래가 끝나고 마이크를 수혼에게 내민다. 사실 수혼은 아는 노래가 없다. 수혼이 망설이자 혜정이 마이크를 빼앗아 자신이 노래를 부른다. 그녀가 선택한 곳은 블루스 음악.........그녀는 팔로 수혼의 목을 감고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몸을 흔들었다. 수혼도 그녀의 리듬에 맞추어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수혼은 바지가 불룩해지고 있었다. 적당히 마신 술, 끈적거리는 분위기 그리고 달콤한 여인의 유혹.............아무리 목석같은 남자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흥분하고 말 것이다. 수혼은 그녀와 하체가 붙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했다. 그때...........소파에 앉아있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손은 이미 여자의 치마 속에 들어가 있었고, 여자는 적당히 다리를 벌려 남자의 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한 그들의 입술은 이미 하나가 되어 서로를 탐닉하고 있으니............수혼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혜정이 수혼을 바짝 끌어당긴다. 수혼은 그녀의 뭉클한 젖가슴의 감촉과 함께 불룩해진 물건이 그녀의 아랫배를 꾹 치른다. 혜정은 노래를 부르다말고 마이크를 내리더니 수혼의 귀에 입술을 가져와 후~하고 불었다.
“수혼씨. 흥분했죠.”
들릴 듯 말 듯 귀가를 간지럽게 울리는 혜정의 목소리는 수혼의 몸에 불을 지른다. 수혼은 숨을 깊이 들이 키고 진정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혜정이 귀 볼을 깨물자 식어가던 열기가 다시 불타오른다.
“저기 봐요.”
그녀의 속삭임에 수혼이 소파 쪽으로 눈을 돌리니 남녀는 이제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무릎위에 올라가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남자의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연신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상의는 이미 절반쯤은 이로 말려 올라가고 남자는 얼굴을 여자의 가슴에 파묻고 있었다.
“우리 잠시 나가요.”
혜정의 속삭임에 수혼이 먼저 나가자, 혜정은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저~~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혜정은 혼자서 화장실로 갔다. 수혼은 한숨을 쉬고 복도에 있었다. 노래방 안에는 젊은 남녀가 한참 열기를 발산하고 있고, 혜정은 혼자 가버리고............자꾸만 이상한 상상만하고.............그녀는 자신을 유혹하고 있었다. 아무리 목석같은 수혼이라도 그 정도 눈치는 있다. 저번에 들은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지나하고 혜정이는 천년기념물이예요. 조심하세요.”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냥 사고를 치고 말까? 아니야 그러면 안돼?) 두 가지 상반된 마음이 수시로 교차한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는데 혜정이 돌아왔다.
“들어가요.”
“혹시. 아직도 그렇고 있음 어떡해요.”
“상관없잖아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연다. 젊은 남녀는 한데 엉켜 있다가 수혼과 혜정이 들어서자 재빨리 떨어진다.
“지금 들어오세요. 이번에는 우리가 잠시 나갔다 올 게요.”
그들은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보아도 일(?)을 치루다 중간에 잘리(?)모양이다. 노래방 안에 열기가 느끼지는 걸 보면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혜정은 자리에 앉더니 맥주를 마신다.
“수혼씨도 한잔 더해요.”
“그러죠. 저도 목마른데.......”
수혼과 혜정은 술을 먹기 시작했다. 이미 상당히 취해있던 혜정은 몇 잔을 더 마시더니 수혼의 품에 안긴다. 그녀는 용기가 없어 술을 마신 것이다. 적당히 취한 지금..........그녀는 용기를 내서 수혼에게 안긴 것이다.
“혜.........혜정씨”
“아무말씀 마시고 안아주세요. 저 오늘 하루만이라도 수혼씨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
“혜정씨 우린..........”
수혼이 다음 말을 하기 전에 혜정의 입술이 수혼의 입술을 막았다. 그녀의 입술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달콤하다. 수혼도 적당히 술을 마셨다.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은 수혼의 입술에 다가와 그의 입술을 탐했다. 수혼도 그녀를 안아주며 그녀의 입술을 탐한다. 이성과 감성의 싸움은 이미 끝났다. 혜정은 입술을 대고 망설이고 있었다. 수혼은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고 자신의 무릎위에 올렸다. 그리고 살짝 입술을 때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혜정씨. 우리 그만.......”
혜정이 손을 들어 수혼의 입을 막았다.
“부탁 이예요. 수혼씨에게 이미 부인이 있다는 것도, 지나를 사랑한다는 것도 알아요. 그러니 아무말씀 마세요. 저.........지금 진실로 수혼씨를 원해요. 하루 밤 사랑이라도 좋아요. 더 바라지 않을 깨요.”
수혼은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수혼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녀의 깊은 눈동자에 작은 떨림이 있었다.
“다음에 후회하지 않겠어요.”
“예~ 후회하지 않아요. 당신 때문에 그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했어요. 다른 사람을 만나도 당신이 떠올랐어요. 이제.........당신을 잊으려고 해요. 제가 아무리 사랑해도 당신과는 맺어지지 못하겠죠. 그래서 잊으려고 해요. 그전에..................당신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잊겠어요.”
수혼은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 것 같았다. 수혼은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만져본다. 그녀가 억지로 웃음 짓는데 보조개가 예쁘게 들어간다. 그녀는 지나처럼 서구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미인이다. 수혼은 그녀의 어깨를 잡아 살며시 끌어당기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혜정은 눈을 감고 수혼의 입술을 받아들인다. 그녀의 입술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키스도 못해본 모양이다. 수혼의 혀가 입술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자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수혼은 그녀를 바짝 끌어당겨 힘껏 안아주었다. 그녀는 숨이 막혔다. 그녀의 입술이 벌어진다. 수혼의 혀가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혜정은 키스조차 처음이다. 남녀간의 일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까지 남자가 없었을 뿐이다. 그녀는 수혼의 혀가 입속으로 들어오자 숨이 막힌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몸에서 힘을 빠진다. 온몸의 세포들이 긴장하고, 머리가 멍하다. 수혼의 혀는 뱀처럼 자신의 입속을 헤집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달콤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그를 유혹했지만 막상 그가 적극적으로 나오니 겁이 난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속에 들어온 혀를 맞이했다. 수혼의 혀는 자신의 혀를 만나 엉켜 버린다. 입속에 침이 가득 고이고...........그의 혀는 쉼 없이 움직이며 자신을 자극한다. 뜨거운 열탕에 들어와도 이것보다 뜨겁지 않을 것이다. 불속에 들어온 것처럼 온몸이 뜨겁다.
수혼은 살며시 입술을 때고 그녀를 안아준다.
“하이..........하이.........하이..........수혼씨.........하이.............우리 올라가요.”
“응~ 어디로..........”
“하이.......하이........가방에 보며 키가 있어요.”
수혼은 그녀의 가방을 열어보니 키가 있었다. 508호라고 적힌 열쇄다. 수혼은 그녀가 좀 전에 화장실을 간 것이 아니라 방을 예약하기 위해 갔었다는 걸 알았다.
수혼과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혜정은 수혼에게 기대어 있었다.
ps : 늘어진다. 늘어진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늘렸다. 반성하자. 짧게 쓰자. 간식이 주식될라. 짧게 끝내자.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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