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106부
수혼은 책자와 족자를 다시 보다가 눈을 감는다. 그의 머릿속에 중국에 있는 늙은 친구가 그려진다. 생각하면 할수록 대단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자신에게 전해주었다. 국선도 무경(武經), 천부경, 천부경 도해, 천부경과 천부경 도해의 해석본.........이건 평생을 무도 정진에 받친 국선도문주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혼이 계속 눈을 감고 있자 지나가 살짝 건드려본다.
“수혼씨 무슨 생각해.”
“음~ 국선도문주님을 생각하고 있었어. 참~ 대단한 분이다.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전해 주시다니...........”
“사부님은 아저씨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셔. 사부님이 평생에 걸쳐 친구로 사귄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 그중에 아저씨가 들어있지.......그런데 사부님도 너무하시네. 이건 나도 한번도 본적이 없어. 천부경 해석본이라........”
링링은 사부님이 직접 작성한 천부경해석본을 살펴본다. 한참을 살펴보던 링링은 족지를 수혼에게 내밀었다.
“아저씨도 읽어봐~ 이건 유수(流水)의 검(劍)을 해석해 놓은 거야. 그러고 보니 언젠가 사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 유수의 검은 자신이 창조한 것도 아니며 검의 극(極)도 아니다 단지 국선도 검법에 천부경을 접목시킨 것이라 하셨어.”
“그런 말씀을 하셨단 말이야.”
“응~ 천부경 도해를 보면 유수의 검 말고도 다른 것이 많다고 하셨어. 그리고 이런 말씀도 하셨어. 자신은 천부경 도해에서 유수의 검을 찾았지만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다른 것을 찾았을 것이라 하셨어. 다시 말하면 똑같은 것을 보고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을 찾아낸다는 말씀이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을 찾는다.”
수혼은 천부경 도해를 살펴본다. 족자에는 한자들로 빽빽하다. 제목은 천부경 도해라고 있지만 누가 작성한 건지, 언제 작성한 건지도 없다. 족자의 지질은 가죽이다. 내용을 대충 보면 천부경을 글쓴이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놓은 같았다. 수혼은 족자에 쓰인 글을 대충 읽어보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수혼은 천부경 도해를 한참을 보다가 족자를 내린다.
“이게 무슨 뜻이야. 천부경보다 더 어렵다.”
“어~........아저씨가 천부경을 해석할 수 있단 말이야.”
“글쎄. 천부경이야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되니 누구의 해석이 정확한지는 모르지. 누가 이런 말을 했지. 천부경을 상인이 보면 상술의 묘를, 학자가 보면 학문의 묘를, 무인이 보면 무도의 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난 그냥 글자만 본거야. 81자 한자 한자의 뜻 정도야 알지.”
“순 엉터리, 그게 무슨 해석이야.”
“쩝~ 누가 뭐라고 했어. 하여튼 족자들은 천천히 연구하자. 내가 무식해서 읽어도 무슨 뜻이지 모르겠다.”
“하긴~ 사부님도 평생을 연구하셔도 그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신데 아저씨가 한번보고 뜻을 알면 천재지. 일단 사부님이 전해준 국선도 무경하고 사부님의 해석본부터 연구해봐~ 그것만 봐도 아저씨 사문의 음양검법을 깨우치는데 도움이 될 거야.”
“그래. 고마워............다음에 국선도사부님께는 꼭 복수를 해야겠군.”
“뭐~ 무슨 말이야. 복수라니.”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말이야. 모두 것이 정리되고 좀 한가해지면 우리 국선도문에 다녀오자.”
“정말~ 아저씨 약속하는 거야.”
“응~ 약속.........그때는 우리 모두 함께 가자.”
수혼과 부인들은 식사를 마치고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지나의 음검 시범을 보기 위해서다. 수혼과 부인들이 체육관에 들어가니 그곳에서는 친위대의 훈련이 한참이다. 그들은 수혼과 부인들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하던 훈련을 중단하고 수혼에게 인사를 했다.
“열심히들 하시네요. 쉬면서 하세요.”
“아닙니다. 명색이 천랑파 친위대라는 놈들이 실력이 부족해서 조직의 사활이 걸린 전투에 참가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기동대나 별동대 얼굴보기도 부끄럽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저희들도 열심히 해서 두 번 다시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친위대 중 가장 선두에 있던 녀석이 대표로 이야기한다. 현재 길식은 기동대와 별동대의 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체육관에 없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아주 좋네요. 그래요. 여러분은 천랑파의 기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수련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들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단 훈련을 멈추고 한쪽으로 도열하세요.”
수혼의 명령에 따라 친위대는 한쪽으로 도열해서 자리에 앉았다. 수혼은 준비가 끝나자 들고 왔던 봉황검을 지나에게 내밀었다.
“부탁해.”
“미리 말하지만 난 형식밖에 몰라. 혹시 실수해도 흉보면 안돼.”
“알았어. 지나가 익힌 음검을 보여주면 돼”
지나는 봉황검을 받아들고 체육관 중앙으로 갔다. 지나는 드레스를 벗고,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산에서 수련할 때 한복을 입고 검을 수련했기 때문에 한복이 편했다. 다만 산에서 입었던 한복은 하얀색의 단조로운 한복이라면 지금은 연두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고 있다는 것이 틀리다. 지나는 검을 뽑기 전에 머리끈으로 머리를 뒤로 묶었다. 지나가 중앙으로 걸어가자 친위대는 지나의 아름다운 모습에 다들 멍하니 지나를 바라본다.
“짱~”
봉황검이 맑은 소리와 함께 검집을 빠져나온다. 지나는 검을 가슴으로 올려 잠깐 호흡을 가다듬더니 검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검은 천천히 반원을 그리듯 내려가더니 이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봉황검은 공기를 가르고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이고, 체육관은 봉황검이 토해내는 울음(공기의 파공음)소리와 반짝이는 봉황검의 그림자로 가득 찬다. 지나의 한복이 바닥을 스치듯 끌리고 지나의 몸과 검이 하나가 된다. 지나의 몸이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그녀는 한 마리 나비 같았다. 나비는 공중에서 화려한 날개 짖을 하니 공중에 화려한 검화(劍花)가 피어난다. 지나는 다시 바닥으로 사뿐히 떨어진다.
수혼은 지나의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그녀가 실천하는 검법에만 집중하기 힘들었다. 생각해 보면 지나는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자신은 딴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한심하다. 수혼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고 다시 정신을 집중한다. 정신을 집중하고 그녀가 실천하는 검법을 본다. 수혼은 지나가 실천하는 검법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음양검법과 별반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초식들은 자신도 모두 알고 있다. 저것이 음검이란 말인가? 자신이 알고 있는 양검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수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음검........양검.........음양합벽..........이 세 가지로 이루어진 것이 음양검법이다. 자신이 양검을 익히고 있고, 지나가 음검을 익혔다. 그런데 지나가 실천하는 음검과 자신이 알고 있는 양검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지나의 몸이 자리에서 화전하며 검영(劍影)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일견(一見) 무질서해 보이는 초식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검을 휘두르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봉황검이 만들어낸 검영들은 꽃 입처럼 공중을 선회하더니 지나의 작은 움직임에 일제히 한곳을 향해 날아간다.
수혼은 지금 지나가 펼치는 초식도 알고 있다. 음양검법의 변(變)초의 일부다.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뭐가 음검이란 말인가? 사부가 그녀에게 가르쳤다는 음검이 저것이란 말인가? 그때 지나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펼친 것이다. 지나는 검을 내리고 호흡을 바로 한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친위대의 함성이 터진다. 그들은 지나의 화려한 음검 시범을 보고 환호하는 것이다. 지나는 검을 갈무리하고 수혼을 보았다. 수혼의 얼굴은 잔뜩 찌푸린 표정이다. 자신의 시범이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나는 수혼에게 미안해진다. 음검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진정한 음검은 자신이 익히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음검을 익히기 위한 시간으로 몇 개월은 너무 짧은 기간 이였다. 그 기간동안 지나가 이정도로 익힌 것도 그녀의 자질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때 수혼이 지나에게 다가오더니 손을 내민다.
“줘봐~”
지나는 봉황검을 수혼에게 내밀었다. 수혼은 검을 받아든다.
“한쪽에 물러나 있어.”
지나가 물러가자 수혼은 검을 뽑아들고 검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지나가 보여주던 것과 똑같다. 다만 지나가 실천할 때는 어디가 어설프게 보이던 검법이, 수혼이 실천하니 똑같은 검법이라도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검이 날고 몸이 날아오른다. 지나가 부드럽다면 수혼은 힘차다. 검영이 사방으로 날아오른다. 지나가 보여주던 변(變)초의 일부다. 지나도 수혼이 실천하는 검법이 자신이 익힌 검법과 똑같다는 것을 알았다. 수혼은 검을 거두고 자세를 바로 한다.
“지나가 보긴 어때, 내가 실천한 검법과 지나가 실천한 검법에 무슨 차이가 느껴져.”
“응~ 수혼씨가 나보다 훨씬 났다.”
“그 느낌뿐이야. 뭐 다른 느낌은 없어.”
“글쎄. 모르겠어.”
“내가 돌인가? 도통 모르겠네. 일단 올라가자.”
법암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법암이 찾아가는 곳은 얼마 전까지 지나가 사부와 함께 살던 곳이다. 법암은 산을 오르면 깊은 감상에 빠진다. 지금 오르고 있는 이 길은 자신이 네 번째로 지나가는 길이다. 첫 번째는 사부인 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성철파을 돕기(?)위해 산을 내려갈 때 지나갔고, 두 번째는 어린수혼을 사부에게 맡기기 위해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수혼을 사부에게 맞기고 눈물을 뿌리면 이 길에 지나갔다. 오늘 이 길을 지나가면 네 번째가 되는 것이다. 법암은 거와집이 가까울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사부는 아직도 그곳에 머물고 있을까? 혹시 수혼이 산을 내려갔으니 이곳에 없는 것은 아닐까? 아닐 것이다. 자신이 송광사를 떠났다는 소식을 사부도 들었을 것이며, 소식을 들었다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부는 자신이 송광사를 나와서 이곳으로 올 것이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멀리 공터가 보이고 거와집이 보인다. 자신의 사부인 아버지와 함께 살던 곳이다. 어릴 적 자신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무척이나 근엄하고 굳은 신념으로 똘똘 뭉쳐진 분이었다. 아버지는 음양도문을 목숨처럼 사랑하셨고, 자신이 음양도의 전인이란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 하셨다. 그런 아버지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었으니 자신의 대에서 음양검법의 완성을 보시고자 하셨다. 아버지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음양검법의 완성을 자신을 통해 이루고자하셨다. 또한 당신의 대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원예문과의 대결에서 아들인 자신은 반드시 승리해서 음양도문을 빛내주길 바라셨다. 자신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오직 음양도 무공 수련에 전념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했다.
이젠 거와집이 가까워 졌다. 저기 보이는 마당은 자신이 구르고 뛰놀던 곳이다. 법암은 마당의 흙을 밟아본다. 부드럽다. 주위를 살펴보니 잡초도 없이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다. 누군가 산다는 증거다. 사람이 발길이 닦지 않았다면 이곳에는 잡초가 무성한 것이다. 법암은 등에 지고 있던 보자기를 풀었다. 보자기에는 성민의 집에서 가져온 한 자루 검이 들어있었다. 아버지가 이곳에 있을까? 자신은 과연 아버지에게 검을 거눌 수 있을 것인가? 검을 잡은 손이 부르르 떨린다. 법암은 심호흡을 하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하기 싫어도 꼭 해야할 일이다.
“사부........안에 계십니까? 저 인식이가 왔습니다.”
안에서는 대답이 없다. 법암은 대답을 기다리다가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문을 열고 안을 들어다 보았다. 안에는 아무도 없고, 방안에 먼지만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법암은 집안으로 들어가 본다. 비록 먼지가 쌓여있지만 방안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한쪽에 탁자가 있고, 탁자위에 봉투가 하나 있었다. 법암은 탁자에 올려진 봉투를 들어본다. ‘아들에게’라는 글자가 보인다. 법암은 봉투를 열어보니 한 장의 짤막한 편지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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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석아.........사랑하는 내 아들아.........
네가 송광사를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올 것이란 알고 있었다.
네가 송광사를 떠났다면 음양검법과 원예무를 격파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음양검법을 격파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천마월영검을 찾으려 하겠지.
하지만 이 애비는 기력이 다해 널 상대할 힘도 없구나.
천마월영검은 수혼이 가지고 있다.
또한 음양검법도 수혼에게 모두 전했다.
네가 진정으로 음양검법을 격파하고 천마월영검을 찾고 싶거든 수혼을 찾도록 해라.
수혼의 소식은 너도 성철을 통해서 들었을 것이다.
수혼은 서울에서 천랑파를 이끌며 천랑이라 불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네 앞에도 나서지 못하는 이 못난 애비를 용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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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암은 편지를 구겨버린다. 아버지는 자신을 피해 이곳을 떠난 것이다. 아버지는 천마월영검과 음검을 수혼에게 전했다고 했다. 자신과의 대결을 회피하기 위해 그런 방법을 쓴 것이다. 갑자기 힘이 빠지고 한숨이 나온다. 자신은 이미 수혼과 대결해 보았다. 수혼은 나이에 비해 엄청난 고수가 분명하다. 아마 음양도 대부분의 무공을 완벽하게 익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혼이 익힌 음양검법은 여전히 반쪽짜리 무공이었다. 그럼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찾았던 음검은 끝내 찾지 못했다는 말인가? 자신이 그런 반쪽짜리 무공을 격파하기 위해 지금까지 뼈를 깎는 수련했단 말인가? 자신은 그 잘난 음양검법과 원예무를 격파하고자 했다. 법암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집을 나왔다. 수혼을 다시 찾아가야 하는가? 천마월영검은 원예도문의 물건이다. 반드시 원예문에 돌려주어야 한다.
무석은 다음날부터 수영의 뒷조사를 시작했다. 그는 최근 수영의 행적에 주목했다. 최근 들어 수영은 혼자 외출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도 평소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외출한다. 평소의 그녀는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다니며 옷도 수수하게 입고 다닌다. 그런 그녀가 혼자서 외출할 때는 모자도 벗어버리고 멋을 부린다. 그녀는 그런 차림으로 누굴 만나고 다니는 것일까? 일단 수영이 만나고 다니는 사람의 정체부터 파악해야 한다. 무석이 조사에 착수하고 이틀이 지나지 않아 영등포 쪽에서 자신을 찾는 전화가 왔다. 자신을 갈치파 조직원이라고 밝힌 놈은 원예에 대해 자신에게 할말이 있다고 했다. 무석은 바로 영등포로 달려갔다. 무석은 녀석이 말한 룸살롱에 도착하자 사내한명이 무석을 맞이한다. 무석과 사내는 조용한 룸으로 들어갔다.
“전 이곳을 관리하는 떡칠이라고 합니다.”“자네가 날 보자고 했나. 그래 원예님에 대해 할말이 있다고 했지. 무슨 얘기지?”
“그전에 무석님을 보고 싶어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날 보고 싶어 하는 사람.........누군데.”
“무석님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마침 들어오시네요.”
그때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무석이 돌아보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내는 얼마 전에 조직에서 쫓겨난 허 강기였다. 강기는 무석에게 인사를 하고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자네가 무슨 일인가?”
“선배는 내가 반갑지 않은 모양이네.”
“당연하지.......넌 조직에서 쫓겨난 놈이야. 날 선배라고 부르지도 마.”
“하하하~ 그래도 한때나마 같은 조직에 몸담고 있었고, 같은 대학까지 나왔는데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마요.”
“이놈이.........혹시 둘이 짜고서 날 이곳으로 부른 거야.”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원예에 대해 할말이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넌 갈치파에 대한 것은 기억에서 조차 지워야할 놈이야. 네놈 입에서 원예님이란 소리가 나왔다는 사실만 밝혀져도 넌 살아남지 못해.”
“쩝~ 사람이 한번죽지 두 번 죽어요. 죽이라고 하세요. 그런 거 겁났으면 선배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어요.”
“허~.........배짱한번 두둑하군. 그래 네게 할말이 뭐지.”
“소문에 들으니 형님도 원예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대요. 그래서 선배에게 도움을 주고자 찾아왔어요.”
“네가 날 어떻게 돕겠다는 말이야.”
“제가 조직에서 쫓겨나서 그동안 뭘 했겠어요. 저의 사랑을 빼앗아간 수혼이란 놈과 평생을 받쳐 충성하던 조직에서 하루아침에 쫓아낸 원예에게 복수할 궁리만 하고 있었죠.”
“수혼이놈을 미워하는 건 이해하겠어, 하지만 원예님을 왜 미워하지. 네가 쫓겨난 것은 네가 지은 죄에 비하면 관대한 처벌이야. 원예님은 그래도 널 많이 생각한 거야.”
“흥~ 모르는 소리 마세요. 수지가 처음에 왜 수혼이란 놈에게 접근했는지 아세요. 바로 원예의 명령 때문입니다. 원예가 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을 시켰다면 수지가 절 배신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어요. 제가 이렇게 된 모든 책임은 원예에게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평생을 받쳐 충성하던 조직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어요. 그것도 원예에 의해서 말이죠. 이런 제가 원예를 미워하는 거야 당연하죠.”
“참~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니. 어찌되었던 좋아. 그동안 원예님에 대해 조사를 한 모양인데 무슨 정보라도 있어.”
“아마 선배가 들으면 믿지 않을 겁니다. 요즘 원예가 남자를 만나고 다녀요.”
“남자?.........원예님에게 남자가 생겼단 말이야. 하긴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어. 그래 어떤 놈이야. 원예님의 든 놈이라면 평범한 놈은 아니겠지. 남자의 정체도 알아냈어.”
“듣고 놀라지나 마세요. 수혼입니다. 바로 천랑파 수장인 조 수혼을 만나고 다녀요.”
“수.......수혼이.......어떻게 그런 일이.........확실해.”
“자네가 말해봐~ 이 친구가 직접 보았으니 이 친구에게 들어보시죠.”
무석이 떡칠이라고 밝힌 사내를 보니 사내는 머뭇거리다 강기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할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사실입니다. 저번에 이곳에 이상한 남녀가 찾아왔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에 원예님이 오셔 그 이상한 남녀를 만났습니다.”
“이상한 남녀.........누굴 말하는 거야.”
“특이한 놈이라 지금까지도 얼굴을 기억합니다. 룸살롱에 여자 끼고 들어오는 놈은 없거든요. 그런데 그놈은 여자를, 그것도 일본여자와 함께 이곳에 들어와서 워낙 특이한 놈이라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놈이 누구란 말이야.”
“저도 그때는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강기님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시더군요. 사진속의 남자하고 그 남자는 똑같은 놈입니다. 바로 천랑파의 천랑이죠.”
“이제 제가 말씀드리죠. 여기서 원예와 수혼이 만났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둘만 만난 것은 아니니 의심이 덜 되겠죠. 그런데 저번에 천랑파의 갈치파의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 두 사람은 종로에 같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단 둘이서 말이죠.”
“확실해.”
“증인도 있습니다. 그때 두 사람이 갔던 일식집 종업원이 두 사람을 기억하고 있더군요.”
“음~ 수혼과 원예님이 둘만 만났다. 그 후 전쟁이 벌어졌다. 뭐가 냄새가 나는데.......”
“선배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죠. 원예가 조직을 배신한 겁니다.”
“아직 그렇게 단정할 순 없어. 하여튼 고마워. 다른 정보도 있어.”
“조사 중 입니다. 그들이 일식집을 빠져나와 전투에 참가하기 전까지 둘이서 뭘 했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어요.”
“그 정도면 충분해. 이제 원로원에 보고하면 원예님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일 수 있을 거야. 일단 넌 원예님의 나머지 행적에 대해 조사 해죠.”
“알았어요. 선배..........이 기회에 원예를 몰아내고 매님을 원예로 만들어 버리죠.”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원예님은 장로님의 제자야. 이만한 일로 원예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거야. 또 매가 원예가 되는 것은 내가 바라지 않아.”
“하하하~ 하긴 무석선배는 매님을 사랑하죠. 매님이 원예가 되면 둘이 맺어지긴 더 힘들어지겠군요.”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난 이만 일어난다. 원로원에 가봐야겠어.”
무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천으로 향했다. 갈치파는 원로원이란 곳이 있다. 옛날 제1차 서울 침공 때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 몇 명이 원로원에 있다. 이들은 수영의 사부와 함께 갈치파를 만들었고, 갈치파의 1차 서울 침공 때는 가장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다. 또한 서울 침공이 실패하고 다시 갈치파를 일으켜 세우는데 많은 공헌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숫자는 많지 않았다. 원예의 사부까지 포함해서 10명이다. 그들은 현재의 갈치파를 만드는데 초석을 다진 사람들이라 아직도 갈치파 내부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무석은 이들에게 원예의 행적을 보고할 계획이다.
무석은 인천에 도착해서 원로원이 있는 건물 앞에 주차했다. 원로원은 바로 원예 사부가 운영하는 체육관에 붙어 있었다. 건물의 1층은 체육관, 3층은 수영의 사부가 사는 집이고, 2층이 원로원이다. 원로원은 밖에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기원처럼 보인다. 원로들은 평소에는 조직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이곳에서 바둑이나 두며 소일하고 지내는 것이다. 무석은 차에서 쉽게 내리지 못했다. 원로들은 원예와 사군자를 굳게 믿고 있다. 그들은 조직의 모든 일을 원예와 사군자에게 위임한 상태다. 원예와 사군자를 믿지 못했다면 그런 조치는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모든 원로들은 원예를 친딸처럼 사랑한다. 그런 그들에게 원예의 비리를 말한다고 믿어나 줄까라는 의문이 든다.
수혼은 부인들과 5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수혼이 침대에 앉고 부인들은 소파에 앉았다. 수혼은 이곳까지 오는 동안 한마디 말도 없었다. 그의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엉켜있었기 때문이다.
“당신들도 보았으니 알겠지. 지나가 펼친 음검과 내가 펼친 양검에 무슨 차이가 있지. 이걸 사부가 음검이라고 지나에게 가르쳤어. 다들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우리 중에 수혼씨의 무공이 가장 높은데.........수혼씨 눈에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면 저희들이 본다고 다르겠어요.”
미희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미희가 보기에는 수혼과 지나가 펼친 검법에서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굳이 차이점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수혼이 펼친 검법이 어설퍼 보이는 지나보다 완벽하다는 정도다.
“아저씨........내가 보기엔 분명 차이가 있어. 아저씨는 느끼지 못했어.”
“링링이 보기에 차이가 있다고, 무슨 차이지.”
“바보~ 아저씨나 언니가 펼친 검법은 형식.........그러니까 초식이 같아. 그런데 약간의 차이점이 있어. 아저씨가 펼친 검법은 힘차고 화려해........아주 변화무쌍하지. 하지만 언니가 똑같은 초식을 펼쳤는데..........언니가 펼쳤을 때는 부드럽고 유연 했어”
“수혼씨.........사실 내가 익힌 건 사부님이 알려주신 거의 반도 안돼.”
“뭐~ 반도 안돼. 그게 무슨 말이야.”
“사부님 말씀에 의하면 앞부분은 음검의 기초라고 하셨어. 진전한 음검은 뒷부분에 있다고 하셨는데 내가 이해를 못해서 익히지 못했어.”
“너.........바보지. 그걸 지금이야기하면 어떻게........어휴~ 이걸.......하긴 이상하다 했어. 음양검법이 그렇게 끝날 리가 없지. 내가 알고 뒷부분도 많은데 말이야.”
“씨~ 언제 물어봤어. 물어보지도 않고 구박이야.”
“묻기 전에 말해야지. 하여튼 도움이 안돼요.”
“나도 최선을 다했단 말이야. 씨~나 삐진다.”
“미안.......잠깐 짜증이 나서.........지나는 뒷부분을 알고 있어.”
“몰라. 모르니까 문신을 했지. 사부님 말씀에 음검의 뒷부분은 문신 속에 있다고 했어.”
“하여튼 영감탱이 나타나기만 해봐~ 그냥 나타나서 속 시원하며 알려주면 좀 좋아..........지나야 벗어봐~”
“뭐~ 벗으라니.........무슨 말이야.”
“봉황도 좀 다시 보게.........빨리 봉황도의 비밀을 풀어야 할 거 아니야.”
“싫어. 다른 사람도 많은데..........수혼씨 제발........사부님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했단 말이야.”
그때 지나를 제외한 부인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린 밖으로 나가죠. 수혼씨........아무래도 말이야. 수혼씨 사부님이 지나씨를 편애하는 모양이야.”
“무슨 말이야.”
“지나씨에게 문신을 하고 둘 사람만 보라고 신신당부했다죠. 이거 흑막이 있는 건 같아요. 하여튼 두 분이서 봉황도 열심히 연구해 보세요. 우리 나가자.”
미희가 한마디하고 모두들 밖으로 나간다. 지나는 얼굴이 붉어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수혼도 미희의 말을 들어보니 사부가 지나와 자신이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라는 의미로 문신을 한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수혼은 머리를 떨어버린다. 지금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다.
“벗어.”
“씨~ 말 좀 예쁘게 해. 꼭 그렇게 무드 없게 말해야 돼”
“쩝~ 벗어주세요. 문신을 보여주세요. 이렇게 말해야 돼.”
“내가 무슨 말을 못해요. 알았어. 벗는다. 벗어.”
지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저고리를 벗었다. 하지만 한복의 특성상 저고리를 벗는다고 등이 모두 드려나지 않는다. 지나가 잠깐 망설이는데 수혼이 눈을 부라린다. 지나는 입술을 깨물고 치마까지 모두 벗었다. 지나는 속치마까지 벗고, 부라자도 벗었다. 그녀의 몸에는 팬티만 걸쳐져 있었다.
“올라와서 앉아.”
“경고하는데..........딴 짓거리 하지 마. 문신만 보는 거야. 딴 짓만 해봐~”
“그게 맘대로 돼. 이게 무슨 고생이야. 이건 고문이야. 고문...........휴~ 일단 올라와~”
“약속하라니까?”
“야~ 넌 이미 내 여자가 됐어. 내 여자 내 맘대로 못해.”
“이건 남녀간의 문제를 떠나서 사문의 일이야.”
“사문 좋아한다. 언제부터 사문이야. 알았어. 알았어. 올라오기나 해.”
지나는 수혼이 짜증을 내자 마지못해 침대에 올라와 등을 보인다. 수혼은 다시 봉황도에 집중했다. 창가에서 햇빛이 들어오며 지나의 등을 비췬다. 수혼은 정신을 집중하고 봉화도를 살펴본다. 봉황도는 정교하다. 깃털까지 세세하게 문신되어 있다. 사부는 이 속에 음검을 숨겨 놓았다. 어디에 숨어있을까? 어제부터 봉황도를 보며 연구했지만 아직까지 봉황도에 숨어 있는 뜻을 찾지 못했다. 삼십분 정도가 흐른다. 지나는 이마에 땀이 나고, 몸에도 땀이 맺힌다. 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 앉아있는 것은 무척 힘들다. 수혼의 이마에도 땀이 맺힌다. 수혼은 봉황도를 집중하다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영상을 떠올려 본다.
지나는 힘이 드는지 자세가 흩트려진다. 처음에는 꼿꼿하던 자세가 허리가 숙여진다. 수혼은 영상을 떠올려도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자 자신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다시 눈을 뜬다. 그때 지나의 자세가 들어오는데.......지나의 자세 때문에 봉황도가 이상하게 보인다.
“지나야~ 힘들어.”
“아니야. 미안해 다시 똑바로 앉을게.”
“힘들면 누워”
“응~ 그래도 돼~”
“앉아서 보나, 누워서 보나 똑같지 뭐~”
“그럼 잠깐만 누워있을게.”
지나가 침대에 눕기 위해 움직이자 봉황도도 움직인다. 그때 수혼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봉황의 깃털부분이다. 지나는 자리에 누웠다. 수혼은 방금 스쳐가듯 보았던 깃털들을 본다. 붉은 색의 깃털들 중에서 특이한 깃털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깃털의 끝에 작은 점들이 있는 것이다. 수많은 깃털들 중에서 점이 있는 깃털들이 간간히 보인다. 수혼은 점들에 주목했다. 점들은 무질서하게 보인다.
수혼는 점들을 보다가 점과 점 사이를 선으로 연결해 본다. 무질서하게 보이는 점들을 연결하자 검의 초식이 만들어진다. 바로 자신이 알고 있는 음양검법의 양검이다. 다시 점들을 연결해 본다. 이번에도 자신이 알고 있는 양검의 초식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점과 점을 연결하는 사이에 불규칙한 점이 보인다. 이 점은 무엇일까? 양검을 연결하는데 불규칙한 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참을 점과 점을 연결하는데 지나가 뒤척인다.
“수혼씨 이제 됐어. 다시 앉을게.”
그때 봉황도가 비틀어지며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이 비틀어지며 불규칙한 점에 연결된다. 전혀 새로운 초식이다. 수혼은 펴듯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봉황도는 보는 각도와 지나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그러면서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도 기묘하게 변한다.
“아~~ 이거야. 사부가 말하고자 하는 비밀이 이거야.”
“수혼씨 뭐~ 알아냈어.”
“응~ 지나야 조금씩 움직여봐~”
“움직이라고........어떻게 움직여.”
“지나가 움직이고 싶은 데로 해.”
“알았어.”
지나는 수혼이 어떻게 움직이라는 지시가 없자 자신이 편한대로 어깨를 들썩이기도 하고 팔을 흔들어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봉황도가 움직이며 점과 점이 연결하는 선들이 바뀐다. 수혼의 그 속에서 수많은 초식을 만들어낸다.
“허허 참~ 대충은 알겠군. 이거 무궁한 변화가 있어서 모두 알아내려면 평생이 걸리겠네.”
“수혼씨 뭐 알아냈어. 정말이야.”
“그래. 알아냈어. 그건 그거고........넌 정말 야하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야하다니.”
“아이~ 도저히 못 참겠다. 지나야 우리 한판 하자.”
“어머~ 이 남자가...........저리안가. 엄마야.”
수혼은 지나의 등을 안고서 양손으로 지나의 젖가슴을 주무른다. 지나는 앙탈을 부리더니 침대로 쓰려진다. 수혼은 급하게 옷을 벗고 지나의 위로 올라간다.
“저리가. 약속이 틀리잖아. 악~~ 아파. 살살해.”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한적 없어. 쩝~ 쩝~ 지나 가슴 정말 예뻐. 쩝~ 쩝~”
“앙~.......하흑~ 살살.........수혼씨 아파.”
오랫동안 서로를 사랑했던 두 사람은 낮부터 다시금 엉키기 시작한다.
무석은 마음의 결심을 하고 원로원으로 올라간다. 조직을 위해서도 원예의 비리는 밝혀져야 한다. 최근 들어서 갈치파는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에 뿌리내린 조직은 한방에 날아갔고, 일천 화랑들 중 이제 오백화랑밖에 남지 않았다. 반대로 천랑파의 기세는 무섭게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부산 자갈치파의 손발을 묶어버리고, 성민파를 격파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들의 갈치파 뿐이다. 그런데 원예는 그런 천랑파의 수장과 만나고 다닌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원예가 조직을 배신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원예와 천랑의 만남을 이대로 묵과할 수는 없다. 두 사람사이에 무슨 흑막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ps : 음양검법의 실마리를 찾은 수혼...........위기에 몰리는 원예...........법암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갈 것인가? 다음 편을 기대하세요.(무슨 드라마 예고편 같다. ^^;;)
----------질문과 답변 / 리플에 대한 반박---------------------
낭만을 꿈꾸는 늑대라는 제목으로 참 오랜 기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 50부로 예상하고 시작했던 글이 105부(오늘 106부)가 되었으니.......
어떤 분은 지루하다는 분도 있고........
계속 연결해 달라는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연결해 달라는 분들 중에.........
낭만을 꿈꾸는 늑대의 일본, 중국 편을 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건 제가 구성했던 낭만을 꿈꾸는 늑대에는 들어가 있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제가 처음 구상했던 낭만을 꿈꾸는 늑대는 삼국무술의 통합.......
그리고 가족간의 화해를 끝으로 이야기가 종결됩니다.
여러분들이 남기신 리플은 모두 읽습니다. 어떤 분은 3~4개월이 지난 글에도 리플을 남깁니다. 그런 리플도 모두 읽습니다.
먼저 많은 분들이 질문하신 답변과 몇 가지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 수영과 수혼의 관계를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 구상에서는 분명............
남매사이 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글에서 수영의 성이 언급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수영이란 이름만 나왔죠.
그리고 법암(수혼의 아버지)에게 자식이 있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지금까지 몇 명이 있었는지는 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수영의 성이나 법암의 자식 숫자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은........
글에 유연성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수영은 글의 진행 상황에 따라 수혼과 남매가 될 수도 있고..........
남남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수혼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수혼의 어머니는 전대 원예도 계승자입니다.
더불어 수영의 사부는 수혼의 외할머니입니다.
** 법암은 왜 수혼을 사부에게 맞기고 중이 되었는가?
부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중이 되었습니다.
** 수혼의 어머니는 어떻게 죽었는가?
법암(남편)의 검에 죽었습니다.
** 수영의 사부가 수영에게 법암과 수혼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이유
자기 딸을 죽인 원수(법암)와 원수의 자식(수혼)이기 때문입니다.
** 수혼의 사부가 숨어 있는 이유
법암이 자기부인을 죽이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 질문...........일본, 중국 편을 쓸 겁니까?
붉은미르 답변............................몰라요?
다음으로 103부 리플 중에 이런 부분이 있더군요.
지나와 수혼의 사랑(?) 이야기부분인데..........
리플에 ‘고문’이란 말들이 있더군요.
무슨 뜻일까?
한참을 고민했죠.
수혼이 지나를 고문했나.
내가 지나를 너무 맹하게 표현했나.
킥킥킥~ 그런 건 아니더군요.
수혼이 지나에게 했던 애무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 것 같더군요.
수혼이 지나에게 행하던 애무는.........
소녀경에 있는 애무방식입니다.
소녀경이 뭔지는 다들 아시죠.
제가 지나와 수혼의 첫날 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20장 정도를 할애한다고 했을 겁니다.
그 약속대로 지나와 수혼의 첫날밤은 20장이 조금 넘습니다.
20장을 채우려고 모니터 앞에 앉았는데..........
말이 쉽지 20장을 채운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심리묘사 + 상황묘사
지나시점 + 수혼시점
분위기잡고 → 긴장 풀어주고(장난) → 지나애무(여기서 소녀경의 애무방식 그대로) → 수혼애무(지나가 아무것도 몰라 포기) → 사랑(?)하고 → 여운 → 끝
이렇게 구성하고 시작한 것이 102부이며 남자가 여자에게 해줄 수 있는 극대한의 서비스를 표현한 글이 103부 입니다.
절대.........고문 아닙니다.
제가 단언하건데..........
첫날밤 수혼이 지나에게 해주었던 방식대로 여자에게 봉사하면...........
사랑받은 애인, 사랑받은 남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너는(붉은미르) 그렇게 할 수 있어. ← 못합니다. 퍽~ 너나 잘해 임마~)
그리고 다음주는 “낭만을 꿈꾸는 늑대” 기다리지 마세요.
잠시 컴퓨터하고는 안녕입니다.(휴가)
수혼은 책자와 족자를 다시 보다가 눈을 감는다. 그의 머릿속에 중국에 있는 늙은 친구가 그려진다. 생각하면 할수록 대단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자신에게 전해주었다. 국선도 무경(武經), 천부경, 천부경 도해, 천부경과 천부경 도해의 해석본.........이건 평생을 무도 정진에 받친 국선도문주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혼이 계속 눈을 감고 있자 지나가 살짝 건드려본다.
“수혼씨 무슨 생각해.”
“음~ 국선도문주님을 생각하고 있었어. 참~ 대단한 분이다.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전해 주시다니...........”
“사부님은 아저씨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셔. 사부님이 평생에 걸쳐 친구로 사귄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 그중에 아저씨가 들어있지.......그런데 사부님도 너무하시네. 이건 나도 한번도 본적이 없어. 천부경 해석본이라........”
링링은 사부님이 직접 작성한 천부경해석본을 살펴본다. 한참을 살펴보던 링링은 족지를 수혼에게 내밀었다.
“아저씨도 읽어봐~ 이건 유수(流水)의 검(劍)을 해석해 놓은 거야. 그러고 보니 언젠가 사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 유수의 검은 자신이 창조한 것도 아니며 검의 극(極)도 아니다 단지 국선도 검법에 천부경을 접목시킨 것이라 하셨어.”
“그런 말씀을 하셨단 말이야.”
“응~ 천부경 도해를 보면 유수의 검 말고도 다른 것이 많다고 하셨어. 그리고 이런 말씀도 하셨어. 자신은 천부경 도해에서 유수의 검을 찾았지만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다른 것을 찾았을 것이라 하셨어. 다시 말하면 똑같은 것을 보고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을 찾아낸다는 말씀이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을 찾는다.”
수혼은 천부경 도해를 살펴본다. 족자에는 한자들로 빽빽하다. 제목은 천부경 도해라고 있지만 누가 작성한 건지, 언제 작성한 건지도 없다. 족자의 지질은 가죽이다. 내용을 대충 보면 천부경을 글쓴이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놓은 같았다. 수혼은 족자에 쓰인 글을 대충 읽어보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수혼은 천부경 도해를 한참을 보다가 족자를 내린다.
“이게 무슨 뜻이야. 천부경보다 더 어렵다.”
“어~........아저씨가 천부경을 해석할 수 있단 말이야.”
“글쎄. 천부경이야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되니 누구의 해석이 정확한지는 모르지. 누가 이런 말을 했지. 천부경을 상인이 보면 상술의 묘를, 학자가 보면 학문의 묘를, 무인이 보면 무도의 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난 그냥 글자만 본거야. 81자 한자 한자의 뜻 정도야 알지.”
“순 엉터리, 그게 무슨 해석이야.”
“쩝~ 누가 뭐라고 했어. 하여튼 족자들은 천천히 연구하자. 내가 무식해서 읽어도 무슨 뜻이지 모르겠다.”
“하긴~ 사부님도 평생을 연구하셔도 그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신데 아저씨가 한번보고 뜻을 알면 천재지. 일단 사부님이 전해준 국선도 무경하고 사부님의 해석본부터 연구해봐~ 그것만 봐도 아저씨 사문의 음양검법을 깨우치는데 도움이 될 거야.”
“그래. 고마워............다음에 국선도사부님께는 꼭 복수를 해야겠군.”
“뭐~ 무슨 말이야. 복수라니.”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말이야. 모두 것이 정리되고 좀 한가해지면 우리 국선도문에 다녀오자.”
“정말~ 아저씨 약속하는 거야.”
“응~ 약속.........그때는 우리 모두 함께 가자.”
수혼과 부인들은 식사를 마치고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지나의 음검 시범을 보기 위해서다. 수혼과 부인들이 체육관에 들어가니 그곳에서는 친위대의 훈련이 한참이다. 그들은 수혼과 부인들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하던 훈련을 중단하고 수혼에게 인사를 했다.
“열심히들 하시네요. 쉬면서 하세요.”
“아닙니다. 명색이 천랑파 친위대라는 놈들이 실력이 부족해서 조직의 사활이 걸린 전투에 참가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기동대나 별동대 얼굴보기도 부끄럽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저희들도 열심히 해서 두 번 다시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친위대 중 가장 선두에 있던 녀석이 대표로 이야기한다. 현재 길식은 기동대와 별동대의 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체육관에 없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아주 좋네요. 그래요. 여러분은 천랑파의 기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수련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들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단 훈련을 멈추고 한쪽으로 도열하세요.”
수혼의 명령에 따라 친위대는 한쪽으로 도열해서 자리에 앉았다. 수혼은 준비가 끝나자 들고 왔던 봉황검을 지나에게 내밀었다.
“부탁해.”
“미리 말하지만 난 형식밖에 몰라. 혹시 실수해도 흉보면 안돼.”
“알았어. 지나가 익힌 음검을 보여주면 돼”
지나는 봉황검을 받아들고 체육관 중앙으로 갔다. 지나는 드레스를 벗고,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산에서 수련할 때 한복을 입고 검을 수련했기 때문에 한복이 편했다. 다만 산에서 입었던 한복은 하얀색의 단조로운 한복이라면 지금은 연두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고 있다는 것이 틀리다. 지나는 검을 뽑기 전에 머리끈으로 머리를 뒤로 묶었다. 지나가 중앙으로 걸어가자 친위대는 지나의 아름다운 모습에 다들 멍하니 지나를 바라본다.
“짱~”
봉황검이 맑은 소리와 함께 검집을 빠져나온다. 지나는 검을 가슴으로 올려 잠깐 호흡을 가다듬더니 검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검은 천천히 반원을 그리듯 내려가더니 이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봉황검은 공기를 가르고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이고, 체육관은 봉황검이 토해내는 울음(공기의 파공음)소리와 반짝이는 봉황검의 그림자로 가득 찬다. 지나의 한복이 바닥을 스치듯 끌리고 지나의 몸과 검이 하나가 된다. 지나의 몸이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그녀는 한 마리 나비 같았다. 나비는 공중에서 화려한 날개 짖을 하니 공중에 화려한 검화(劍花)가 피어난다. 지나는 다시 바닥으로 사뿐히 떨어진다.
수혼은 지나의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그녀가 실천하는 검법에만 집중하기 힘들었다. 생각해 보면 지나는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자신은 딴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한심하다. 수혼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고 다시 정신을 집중한다. 정신을 집중하고 그녀가 실천하는 검법을 본다. 수혼은 지나가 실천하는 검법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음양검법과 별반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초식들은 자신도 모두 알고 있다. 저것이 음검이란 말인가? 자신이 알고 있는 양검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수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음검........양검.........음양합벽..........이 세 가지로 이루어진 것이 음양검법이다. 자신이 양검을 익히고 있고, 지나가 음검을 익혔다. 그런데 지나가 실천하는 음검과 자신이 알고 있는 양검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지나의 몸이 자리에서 화전하며 검영(劍影)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일견(一見) 무질서해 보이는 초식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검을 휘두르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봉황검이 만들어낸 검영들은 꽃 입처럼 공중을 선회하더니 지나의 작은 움직임에 일제히 한곳을 향해 날아간다.
수혼은 지금 지나가 펼치는 초식도 알고 있다. 음양검법의 변(變)초의 일부다.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뭐가 음검이란 말인가? 사부가 그녀에게 가르쳤다는 음검이 저것이란 말인가? 그때 지나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펼친 것이다. 지나는 검을 내리고 호흡을 바로 한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친위대의 함성이 터진다. 그들은 지나의 화려한 음검 시범을 보고 환호하는 것이다. 지나는 검을 갈무리하고 수혼을 보았다. 수혼의 얼굴은 잔뜩 찌푸린 표정이다. 자신의 시범이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나는 수혼에게 미안해진다. 음검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진정한 음검은 자신이 익히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음검을 익히기 위한 시간으로 몇 개월은 너무 짧은 기간 이였다. 그 기간동안 지나가 이정도로 익힌 것도 그녀의 자질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때 수혼이 지나에게 다가오더니 손을 내민다.
“줘봐~”
지나는 봉황검을 수혼에게 내밀었다. 수혼은 검을 받아든다.
“한쪽에 물러나 있어.”
지나가 물러가자 수혼은 검을 뽑아들고 검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지나가 보여주던 것과 똑같다. 다만 지나가 실천할 때는 어디가 어설프게 보이던 검법이, 수혼이 실천하니 똑같은 검법이라도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검이 날고 몸이 날아오른다. 지나가 부드럽다면 수혼은 힘차다. 검영이 사방으로 날아오른다. 지나가 보여주던 변(變)초의 일부다. 지나도 수혼이 실천하는 검법이 자신이 익힌 검법과 똑같다는 것을 알았다. 수혼은 검을 거두고 자세를 바로 한다.
“지나가 보긴 어때, 내가 실천한 검법과 지나가 실천한 검법에 무슨 차이가 느껴져.”
“응~ 수혼씨가 나보다 훨씬 났다.”
“그 느낌뿐이야. 뭐 다른 느낌은 없어.”
“글쎄. 모르겠어.”
“내가 돌인가? 도통 모르겠네. 일단 올라가자.”
법암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법암이 찾아가는 곳은 얼마 전까지 지나가 사부와 함께 살던 곳이다. 법암은 산을 오르면 깊은 감상에 빠진다. 지금 오르고 있는 이 길은 자신이 네 번째로 지나가는 길이다. 첫 번째는 사부인 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성철파을 돕기(?)위해 산을 내려갈 때 지나갔고, 두 번째는 어린수혼을 사부에게 맡기기 위해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수혼을 사부에게 맞기고 눈물을 뿌리면 이 길에 지나갔다. 오늘 이 길을 지나가면 네 번째가 되는 것이다. 법암은 거와집이 가까울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사부는 아직도 그곳에 머물고 있을까? 혹시 수혼이 산을 내려갔으니 이곳에 없는 것은 아닐까? 아닐 것이다. 자신이 송광사를 떠났다는 소식을 사부도 들었을 것이며, 소식을 들었다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부는 자신이 송광사를 나와서 이곳으로 올 것이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멀리 공터가 보이고 거와집이 보인다. 자신의 사부인 아버지와 함께 살던 곳이다. 어릴 적 자신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무척이나 근엄하고 굳은 신념으로 똘똘 뭉쳐진 분이었다. 아버지는 음양도문을 목숨처럼 사랑하셨고, 자신이 음양도의 전인이란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 하셨다. 그런 아버지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었으니 자신의 대에서 음양검법의 완성을 보시고자 하셨다. 아버지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음양검법의 완성을 자신을 통해 이루고자하셨다. 또한 당신의 대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원예문과의 대결에서 아들인 자신은 반드시 승리해서 음양도문을 빛내주길 바라셨다. 자신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오직 음양도 무공 수련에 전념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했다.
이젠 거와집이 가까워 졌다. 저기 보이는 마당은 자신이 구르고 뛰놀던 곳이다. 법암은 마당의 흙을 밟아본다. 부드럽다. 주위를 살펴보니 잡초도 없이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다. 누군가 산다는 증거다. 사람이 발길이 닦지 않았다면 이곳에는 잡초가 무성한 것이다. 법암은 등에 지고 있던 보자기를 풀었다. 보자기에는 성민의 집에서 가져온 한 자루 검이 들어있었다. 아버지가 이곳에 있을까? 자신은 과연 아버지에게 검을 거눌 수 있을 것인가? 검을 잡은 손이 부르르 떨린다. 법암은 심호흡을 하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하기 싫어도 꼭 해야할 일이다.
“사부........안에 계십니까? 저 인식이가 왔습니다.”
안에서는 대답이 없다. 법암은 대답을 기다리다가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문을 열고 안을 들어다 보았다. 안에는 아무도 없고, 방안에 먼지만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법암은 집안으로 들어가 본다. 비록 먼지가 쌓여있지만 방안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한쪽에 탁자가 있고, 탁자위에 봉투가 하나 있었다. 법암은 탁자에 올려진 봉투를 들어본다. ‘아들에게’라는 글자가 보인다. 법암은 봉투를 열어보니 한 장의 짤막한 편지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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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석아.........사랑하는 내 아들아.........
네가 송광사를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올 것이란 알고 있었다.
네가 송광사를 떠났다면 음양검법과 원예무를 격파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음양검법을 격파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천마월영검을 찾으려 하겠지.
하지만 이 애비는 기력이 다해 널 상대할 힘도 없구나.
천마월영검은 수혼이 가지고 있다.
또한 음양검법도 수혼에게 모두 전했다.
네가 진정으로 음양검법을 격파하고 천마월영검을 찾고 싶거든 수혼을 찾도록 해라.
수혼의 소식은 너도 성철을 통해서 들었을 것이다.
수혼은 서울에서 천랑파를 이끌며 천랑이라 불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네 앞에도 나서지 못하는 이 못난 애비를 용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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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암은 편지를 구겨버린다. 아버지는 자신을 피해 이곳을 떠난 것이다. 아버지는 천마월영검과 음검을 수혼에게 전했다고 했다. 자신과의 대결을 회피하기 위해 그런 방법을 쓴 것이다. 갑자기 힘이 빠지고 한숨이 나온다. 자신은 이미 수혼과 대결해 보았다. 수혼은 나이에 비해 엄청난 고수가 분명하다. 아마 음양도 대부분의 무공을 완벽하게 익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혼이 익힌 음양검법은 여전히 반쪽짜리 무공이었다. 그럼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찾았던 음검은 끝내 찾지 못했다는 말인가? 자신이 그런 반쪽짜리 무공을 격파하기 위해 지금까지 뼈를 깎는 수련했단 말인가? 자신은 그 잘난 음양검법과 원예무를 격파하고자 했다. 법암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집을 나왔다. 수혼을 다시 찾아가야 하는가? 천마월영검은 원예도문의 물건이다. 반드시 원예문에 돌려주어야 한다.
무석은 다음날부터 수영의 뒷조사를 시작했다. 그는 최근 수영의 행적에 주목했다. 최근 들어 수영은 혼자 외출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도 평소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외출한다. 평소의 그녀는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다니며 옷도 수수하게 입고 다닌다. 그런 그녀가 혼자서 외출할 때는 모자도 벗어버리고 멋을 부린다. 그녀는 그런 차림으로 누굴 만나고 다니는 것일까? 일단 수영이 만나고 다니는 사람의 정체부터 파악해야 한다. 무석이 조사에 착수하고 이틀이 지나지 않아 영등포 쪽에서 자신을 찾는 전화가 왔다. 자신을 갈치파 조직원이라고 밝힌 놈은 원예에 대해 자신에게 할말이 있다고 했다. 무석은 바로 영등포로 달려갔다. 무석은 녀석이 말한 룸살롱에 도착하자 사내한명이 무석을 맞이한다. 무석과 사내는 조용한 룸으로 들어갔다.
“전 이곳을 관리하는 떡칠이라고 합니다.”“자네가 날 보자고 했나. 그래 원예님에 대해 할말이 있다고 했지. 무슨 얘기지?”
“그전에 무석님을 보고 싶어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날 보고 싶어 하는 사람.........누군데.”
“무석님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마침 들어오시네요.”
그때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무석이 돌아보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내는 얼마 전에 조직에서 쫓겨난 허 강기였다. 강기는 무석에게 인사를 하고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자네가 무슨 일인가?”
“선배는 내가 반갑지 않은 모양이네.”
“당연하지.......넌 조직에서 쫓겨난 놈이야. 날 선배라고 부르지도 마.”
“하하하~ 그래도 한때나마 같은 조직에 몸담고 있었고, 같은 대학까지 나왔는데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마요.”
“이놈이.........혹시 둘이 짜고서 날 이곳으로 부른 거야.”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원예에 대해 할말이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넌 갈치파에 대한 것은 기억에서 조차 지워야할 놈이야. 네놈 입에서 원예님이란 소리가 나왔다는 사실만 밝혀져도 넌 살아남지 못해.”
“쩝~ 사람이 한번죽지 두 번 죽어요. 죽이라고 하세요. 그런 거 겁났으면 선배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어요.”
“허~.........배짱한번 두둑하군. 그래 네게 할말이 뭐지.”
“소문에 들으니 형님도 원예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대요. 그래서 선배에게 도움을 주고자 찾아왔어요.”
“네가 날 어떻게 돕겠다는 말이야.”
“제가 조직에서 쫓겨나서 그동안 뭘 했겠어요. 저의 사랑을 빼앗아간 수혼이란 놈과 평생을 받쳐 충성하던 조직에서 하루아침에 쫓아낸 원예에게 복수할 궁리만 하고 있었죠.”
“수혼이놈을 미워하는 건 이해하겠어, 하지만 원예님을 왜 미워하지. 네가 쫓겨난 것은 네가 지은 죄에 비하면 관대한 처벌이야. 원예님은 그래도 널 많이 생각한 거야.”
“흥~ 모르는 소리 마세요. 수지가 처음에 왜 수혼이란 놈에게 접근했는지 아세요. 바로 원예의 명령 때문입니다. 원예가 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을 시켰다면 수지가 절 배신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어요. 제가 이렇게 된 모든 책임은 원예에게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평생을 받쳐 충성하던 조직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어요. 그것도 원예에 의해서 말이죠. 이런 제가 원예를 미워하는 거야 당연하죠.”
“참~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니. 어찌되었던 좋아. 그동안 원예님에 대해 조사를 한 모양인데 무슨 정보라도 있어.”
“아마 선배가 들으면 믿지 않을 겁니다. 요즘 원예가 남자를 만나고 다녀요.”
“남자?.........원예님에게 남자가 생겼단 말이야. 하긴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어. 그래 어떤 놈이야. 원예님의 든 놈이라면 평범한 놈은 아니겠지. 남자의 정체도 알아냈어.”
“듣고 놀라지나 마세요. 수혼입니다. 바로 천랑파 수장인 조 수혼을 만나고 다녀요.”
“수.......수혼이.......어떻게 그런 일이.........확실해.”
“자네가 말해봐~ 이 친구가 직접 보았으니 이 친구에게 들어보시죠.”
무석이 떡칠이라고 밝힌 사내를 보니 사내는 머뭇거리다 강기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할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사실입니다. 저번에 이곳에 이상한 남녀가 찾아왔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에 원예님이 오셔 그 이상한 남녀를 만났습니다.”
“이상한 남녀.........누굴 말하는 거야.”
“특이한 놈이라 지금까지도 얼굴을 기억합니다. 룸살롱에 여자 끼고 들어오는 놈은 없거든요. 그런데 그놈은 여자를, 그것도 일본여자와 함께 이곳에 들어와서 워낙 특이한 놈이라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놈이 누구란 말이야.”
“저도 그때는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강기님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시더군요. 사진속의 남자하고 그 남자는 똑같은 놈입니다. 바로 천랑파의 천랑이죠.”
“이제 제가 말씀드리죠. 여기서 원예와 수혼이 만났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둘만 만난 것은 아니니 의심이 덜 되겠죠. 그런데 저번에 천랑파의 갈치파의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 두 사람은 종로에 같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단 둘이서 말이죠.”
“확실해.”
“증인도 있습니다. 그때 두 사람이 갔던 일식집 종업원이 두 사람을 기억하고 있더군요.”
“음~ 수혼과 원예님이 둘만 만났다. 그 후 전쟁이 벌어졌다. 뭐가 냄새가 나는데.......”
“선배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죠. 원예가 조직을 배신한 겁니다.”
“아직 그렇게 단정할 순 없어. 하여튼 고마워. 다른 정보도 있어.”
“조사 중 입니다. 그들이 일식집을 빠져나와 전투에 참가하기 전까지 둘이서 뭘 했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어요.”
“그 정도면 충분해. 이제 원로원에 보고하면 원예님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일 수 있을 거야. 일단 넌 원예님의 나머지 행적에 대해 조사 해죠.”
“알았어요. 선배..........이 기회에 원예를 몰아내고 매님을 원예로 만들어 버리죠.”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원예님은 장로님의 제자야. 이만한 일로 원예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거야. 또 매가 원예가 되는 것은 내가 바라지 않아.”
“하하하~ 하긴 무석선배는 매님을 사랑하죠. 매님이 원예가 되면 둘이 맺어지긴 더 힘들어지겠군요.”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난 이만 일어난다. 원로원에 가봐야겠어.”
무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천으로 향했다. 갈치파는 원로원이란 곳이 있다. 옛날 제1차 서울 침공 때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 몇 명이 원로원에 있다. 이들은 수영의 사부와 함께 갈치파를 만들었고, 갈치파의 1차 서울 침공 때는 가장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다. 또한 서울 침공이 실패하고 다시 갈치파를 일으켜 세우는데 많은 공헌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숫자는 많지 않았다. 원예의 사부까지 포함해서 10명이다. 그들은 현재의 갈치파를 만드는데 초석을 다진 사람들이라 아직도 갈치파 내부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무석은 이들에게 원예의 행적을 보고할 계획이다.
무석은 인천에 도착해서 원로원이 있는 건물 앞에 주차했다. 원로원은 바로 원예 사부가 운영하는 체육관에 붙어 있었다. 건물의 1층은 체육관, 3층은 수영의 사부가 사는 집이고, 2층이 원로원이다. 원로원은 밖에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기원처럼 보인다. 원로들은 평소에는 조직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이곳에서 바둑이나 두며 소일하고 지내는 것이다. 무석은 차에서 쉽게 내리지 못했다. 원로들은 원예와 사군자를 굳게 믿고 있다. 그들은 조직의 모든 일을 원예와 사군자에게 위임한 상태다. 원예와 사군자를 믿지 못했다면 그런 조치는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모든 원로들은 원예를 친딸처럼 사랑한다. 그런 그들에게 원예의 비리를 말한다고 믿어나 줄까라는 의문이 든다.
수혼은 부인들과 5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수혼이 침대에 앉고 부인들은 소파에 앉았다. 수혼은 이곳까지 오는 동안 한마디 말도 없었다. 그의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엉켜있었기 때문이다.
“당신들도 보았으니 알겠지. 지나가 펼친 음검과 내가 펼친 양검에 무슨 차이가 있지. 이걸 사부가 음검이라고 지나에게 가르쳤어. 다들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우리 중에 수혼씨의 무공이 가장 높은데.........수혼씨 눈에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면 저희들이 본다고 다르겠어요.”
미희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미희가 보기에는 수혼과 지나가 펼친 검법에서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굳이 차이점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수혼이 펼친 검법이 어설퍼 보이는 지나보다 완벽하다는 정도다.
“아저씨........내가 보기엔 분명 차이가 있어. 아저씨는 느끼지 못했어.”
“링링이 보기에 차이가 있다고, 무슨 차이지.”
“바보~ 아저씨나 언니가 펼친 검법은 형식.........그러니까 초식이 같아. 그런데 약간의 차이점이 있어. 아저씨가 펼친 검법은 힘차고 화려해........아주 변화무쌍하지. 하지만 언니가 똑같은 초식을 펼쳤는데..........언니가 펼쳤을 때는 부드럽고 유연 했어”
“수혼씨.........사실 내가 익힌 건 사부님이 알려주신 거의 반도 안돼.”
“뭐~ 반도 안돼. 그게 무슨 말이야.”
“사부님 말씀에 의하면 앞부분은 음검의 기초라고 하셨어. 진전한 음검은 뒷부분에 있다고 하셨는데 내가 이해를 못해서 익히지 못했어.”
“너.........바보지. 그걸 지금이야기하면 어떻게........어휴~ 이걸.......하긴 이상하다 했어. 음양검법이 그렇게 끝날 리가 없지. 내가 알고 뒷부분도 많은데 말이야.”
“씨~ 언제 물어봤어. 물어보지도 않고 구박이야.”
“묻기 전에 말해야지. 하여튼 도움이 안돼요.”
“나도 최선을 다했단 말이야. 씨~나 삐진다.”
“미안.......잠깐 짜증이 나서.........지나는 뒷부분을 알고 있어.”
“몰라. 모르니까 문신을 했지. 사부님 말씀에 음검의 뒷부분은 문신 속에 있다고 했어.”
“하여튼 영감탱이 나타나기만 해봐~ 그냥 나타나서 속 시원하며 알려주면 좀 좋아..........지나야 벗어봐~”
“뭐~ 벗으라니.........무슨 말이야.”
“봉황도 좀 다시 보게.........빨리 봉황도의 비밀을 풀어야 할 거 아니야.”
“싫어. 다른 사람도 많은데..........수혼씨 제발........사부님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했단 말이야.”
그때 지나를 제외한 부인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린 밖으로 나가죠. 수혼씨........아무래도 말이야. 수혼씨 사부님이 지나씨를 편애하는 모양이야.”
“무슨 말이야.”
“지나씨에게 문신을 하고 둘 사람만 보라고 신신당부했다죠. 이거 흑막이 있는 건 같아요. 하여튼 두 분이서 봉황도 열심히 연구해 보세요. 우리 나가자.”
미희가 한마디하고 모두들 밖으로 나간다. 지나는 얼굴이 붉어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수혼도 미희의 말을 들어보니 사부가 지나와 자신이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라는 의미로 문신을 한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수혼은 머리를 떨어버린다. 지금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다.
“벗어.”
“씨~ 말 좀 예쁘게 해. 꼭 그렇게 무드 없게 말해야 돼”
“쩝~ 벗어주세요. 문신을 보여주세요. 이렇게 말해야 돼.”
“내가 무슨 말을 못해요. 알았어. 벗는다. 벗어.”
지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저고리를 벗었다. 하지만 한복의 특성상 저고리를 벗는다고 등이 모두 드려나지 않는다. 지나가 잠깐 망설이는데 수혼이 눈을 부라린다. 지나는 입술을 깨물고 치마까지 모두 벗었다. 지나는 속치마까지 벗고, 부라자도 벗었다. 그녀의 몸에는 팬티만 걸쳐져 있었다.
“올라와서 앉아.”
“경고하는데..........딴 짓거리 하지 마. 문신만 보는 거야. 딴 짓만 해봐~”
“그게 맘대로 돼. 이게 무슨 고생이야. 이건 고문이야. 고문...........휴~ 일단 올라와~”
“약속하라니까?”
“야~ 넌 이미 내 여자가 됐어. 내 여자 내 맘대로 못해.”
“이건 남녀간의 문제를 떠나서 사문의 일이야.”
“사문 좋아한다. 언제부터 사문이야. 알았어. 알았어. 올라오기나 해.”
지나는 수혼이 짜증을 내자 마지못해 침대에 올라와 등을 보인다. 수혼은 다시 봉황도에 집중했다. 창가에서 햇빛이 들어오며 지나의 등을 비췬다. 수혼은 정신을 집중하고 봉화도를 살펴본다. 봉황도는 정교하다. 깃털까지 세세하게 문신되어 있다. 사부는 이 속에 음검을 숨겨 놓았다. 어디에 숨어있을까? 어제부터 봉황도를 보며 연구했지만 아직까지 봉황도에 숨어 있는 뜻을 찾지 못했다. 삼십분 정도가 흐른다. 지나는 이마에 땀이 나고, 몸에도 땀이 맺힌다. 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 앉아있는 것은 무척 힘들다. 수혼의 이마에도 땀이 맺힌다. 수혼은 봉황도를 집중하다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영상을 떠올려 본다.
지나는 힘이 드는지 자세가 흩트려진다. 처음에는 꼿꼿하던 자세가 허리가 숙여진다. 수혼은 영상을 떠올려도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자 자신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다시 눈을 뜬다. 그때 지나의 자세가 들어오는데.......지나의 자세 때문에 봉황도가 이상하게 보인다.
“지나야~ 힘들어.”
“아니야. 미안해 다시 똑바로 앉을게.”
“힘들면 누워”
“응~ 그래도 돼~”
“앉아서 보나, 누워서 보나 똑같지 뭐~”
“그럼 잠깐만 누워있을게.”
지나가 침대에 눕기 위해 움직이자 봉황도도 움직인다. 그때 수혼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봉황의 깃털부분이다. 지나는 자리에 누웠다. 수혼은 방금 스쳐가듯 보았던 깃털들을 본다. 붉은 색의 깃털들 중에서 특이한 깃털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깃털의 끝에 작은 점들이 있는 것이다. 수많은 깃털들 중에서 점이 있는 깃털들이 간간히 보인다. 수혼은 점들에 주목했다. 점들은 무질서하게 보인다.
수혼는 점들을 보다가 점과 점 사이를 선으로 연결해 본다. 무질서하게 보이는 점들을 연결하자 검의 초식이 만들어진다. 바로 자신이 알고 있는 음양검법의 양검이다. 다시 점들을 연결해 본다. 이번에도 자신이 알고 있는 양검의 초식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점과 점을 연결하는 사이에 불규칙한 점이 보인다. 이 점은 무엇일까? 양검을 연결하는데 불규칙한 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참을 점과 점을 연결하는데 지나가 뒤척인다.
“수혼씨 이제 됐어. 다시 앉을게.”
그때 봉황도가 비틀어지며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이 비틀어지며 불규칙한 점에 연결된다. 전혀 새로운 초식이다. 수혼은 펴듯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봉황도는 보는 각도와 지나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그러면서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도 기묘하게 변한다.
“아~~ 이거야. 사부가 말하고자 하는 비밀이 이거야.”
“수혼씨 뭐~ 알아냈어.”
“응~ 지나야 조금씩 움직여봐~”
“움직이라고........어떻게 움직여.”
“지나가 움직이고 싶은 데로 해.”
“알았어.”
지나는 수혼이 어떻게 움직이라는 지시가 없자 자신이 편한대로 어깨를 들썩이기도 하고 팔을 흔들어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봉황도가 움직이며 점과 점이 연결하는 선들이 바뀐다. 수혼의 그 속에서 수많은 초식을 만들어낸다.
“허허 참~ 대충은 알겠군. 이거 무궁한 변화가 있어서 모두 알아내려면 평생이 걸리겠네.”
“수혼씨 뭐 알아냈어. 정말이야.”
“그래. 알아냈어. 그건 그거고........넌 정말 야하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야하다니.”
“아이~ 도저히 못 참겠다. 지나야 우리 한판 하자.”
“어머~ 이 남자가...........저리안가. 엄마야.”
수혼은 지나의 등을 안고서 양손으로 지나의 젖가슴을 주무른다. 지나는 앙탈을 부리더니 침대로 쓰려진다. 수혼은 급하게 옷을 벗고 지나의 위로 올라간다.
“저리가. 약속이 틀리잖아. 악~~ 아파. 살살해.”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한적 없어. 쩝~ 쩝~ 지나 가슴 정말 예뻐. 쩝~ 쩝~”
“앙~.......하흑~ 살살.........수혼씨 아파.”
오랫동안 서로를 사랑했던 두 사람은 낮부터 다시금 엉키기 시작한다.
무석은 마음의 결심을 하고 원로원으로 올라간다. 조직을 위해서도 원예의 비리는 밝혀져야 한다. 최근 들어서 갈치파는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에 뿌리내린 조직은 한방에 날아갔고, 일천 화랑들 중 이제 오백화랑밖에 남지 않았다. 반대로 천랑파의 기세는 무섭게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부산 자갈치파의 손발을 묶어버리고, 성민파를 격파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들의 갈치파 뿐이다. 그런데 원예는 그런 천랑파의 수장과 만나고 다닌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원예가 조직을 배신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원예와 천랑의 만남을 이대로 묵과할 수는 없다. 두 사람사이에 무슨 흑막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ps : 음양검법의 실마리를 찾은 수혼...........위기에 몰리는 원예...........법암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갈 것인가? 다음 편을 기대하세요.(무슨 드라마 예고편 같다. ^^;;)
----------질문과 답변 / 리플에 대한 반박---------------------
낭만을 꿈꾸는 늑대라는 제목으로 참 오랜 기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 50부로 예상하고 시작했던 글이 105부(오늘 106부)가 되었으니.......
어떤 분은 지루하다는 분도 있고........
계속 연결해 달라는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연결해 달라는 분들 중에.........
낭만을 꿈꾸는 늑대의 일본, 중국 편을 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건 제가 구성했던 낭만을 꿈꾸는 늑대에는 들어가 있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제가 처음 구상했던 낭만을 꿈꾸는 늑대는 삼국무술의 통합.......
그리고 가족간의 화해를 끝으로 이야기가 종결됩니다.
여러분들이 남기신 리플은 모두 읽습니다. 어떤 분은 3~4개월이 지난 글에도 리플을 남깁니다. 그런 리플도 모두 읽습니다.
먼저 많은 분들이 질문하신 답변과 몇 가지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 수영과 수혼의 관계를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 구상에서는 분명............
남매사이 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글에서 수영의 성이 언급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수영이란 이름만 나왔죠.
그리고 법암(수혼의 아버지)에게 자식이 있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지금까지 몇 명이 있었는지는 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수영의 성이나 법암의 자식 숫자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은........
글에 유연성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수영은 글의 진행 상황에 따라 수혼과 남매가 될 수도 있고..........
남남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수혼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수혼의 어머니는 전대 원예도 계승자입니다.
더불어 수영의 사부는 수혼의 외할머니입니다.
** 법암은 왜 수혼을 사부에게 맞기고 중이 되었는가?
부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중이 되었습니다.
** 수혼의 어머니는 어떻게 죽었는가?
법암(남편)의 검에 죽었습니다.
** 수영의 사부가 수영에게 법암과 수혼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이유
자기 딸을 죽인 원수(법암)와 원수의 자식(수혼)이기 때문입니다.
** 수혼의 사부가 숨어 있는 이유
법암이 자기부인을 죽이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 질문...........일본, 중국 편을 쓸 겁니까?
붉은미르 답변............................몰라요?
다음으로 103부 리플 중에 이런 부분이 있더군요.
지나와 수혼의 사랑(?) 이야기부분인데..........
리플에 ‘고문’이란 말들이 있더군요.
무슨 뜻일까?
한참을 고민했죠.
수혼이 지나를 고문했나.
내가 지나를 너무 맹하게 표현했나.
킥킥킥~ 그런 건 아니더군요.
수혼이 지나에게 했던 애무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 것 같더군요.
수혼이 지나에게 행하던 애무는.........
소녀경에 있는 애무방식입니다.
소녀경이 뭔지는 다들 아시죠.
제가 지나와 수혼의 첫날 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20장 정도를 할애한다고 했을 겁니다.
그 약속대로 지나와 수혼의 첫날밤은 20장이 조금 넘습니다.
20장을 채우려고 모니터 앞에 앉았는데..........
말이 쉽지 20장을 채운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심리묘사 + 상황묘사
지나시점 + 수혼시점
분위기잡고 → 긴장 풀어주고(장난) → 지나애무(여기서 소녀경의 애무방식 그대로) → 수혼애무(지나가 아무것도 몰라 포기) → 사랑(?)하고 → 여운 → 끝
이렇게 구성하고 시작한 것이 102부이며 남자가 여자에게 해줄 수 있는 극대한의 서비스를 표현한 글이 103부 입니다.
절대.........고문 아닙니다.
제가 단언하건데..........
첫날밤 수혼이 지나에게 해주었던 방식대로 여자에게 봉사하면...........
사랑받은 애인, 사랑받은 남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너는(붉은미르) 그렇게 할 수 있어. ← 못합니다. 퍽~ 너나 잘해 임마~)
그리고 다음주는 “낭만을 꿈꾸는 늑대” 기다리지 마세요.
잠시 컴퓨터하고는 안녕입니다.(휴가)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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