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하게 팔을 내민 자세로 지현이 천진난만하게 웃자 은수는 한편 가엾기도 하고 한편 우습기도 해 지현을 안아준다.
“헤헤~, 이모 내가 훨 크다.”
생뚱맞은 지현의 말에 은수는 빙그레 웃으며 볼을 쥐고 가볍게 흔든다.
“요 말괄량이 또 한 번 이모 놀래키면 엄마한테 확 일러바친다.”
“응, 이모 ...... 한 번 만 봐줘라~ 뭐, 아픈 것도 서러운데 ......”
“이제 들어가서 자. 학교엔 아침에 일찍 알릴 테니까 푹 자둬 ......”
지현의 등을 떠밀어 침실로 보내고 소파에 앉은 은수는 피식 웃음을 짓는다. 꽤나 아플 텐데도 밝게 웃는 조카에게서 아직 어리고 명랑한 성격의 계집아이를 보는 것 같아 은근히 즐거운 은수다.
거실을 돌아보니 어수선하게 수건이며 헤어드라이어가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말끔하게 정리하곤 옷을 벗어 거실 탁자위에 차곡차곡 개켜두고 욕실로 들어간다. 지현의 사고로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하는 통에 땀이 밴 몸에 차가운 물을 뿌리며 지현의 부상이 그 정도로 끝났음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커다란 타월로 가슴께부터 감싸고 욕실 밖으로 나선 은수는 한결 나아진 기분에 옷을 입을 생각도 않고 소파로 털썩 몸을 던진다. 좀 전의 부산하고 정신없던 순간이 언제 적 일이었느냐는 듯 밤이 찾아든 자신들의 공간은 고요함이 자릴 하고 있다.
눈을 감고 밤이 주는 편안함에 취해가는 은수는 소파에 몸을 묻은 체 깜빡 잠이 들고 만다. 언니의 걱정 많은 얼굴이 보이고 호탕하게 웃는 형부의 얼굴이 보인다. 환하게 밝은 정원에 우뚝 선 형부의 팔에 손을 감고 비스듬히 기댄 체 지현과 은수를 바라보는 언니의 얼굴...... 자신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주는 형부의 얼굴......
얼마나 잤을까......
입가에 부드럽게 미소를 그리던 은수가 눈을 떠 주위를 한 차례 휘 둘러본다. 어쩐지 아쉬움이 담긴 눈빛으로 거실을 둘러 보다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곤 소파에서 일어나 방안으로 들어간다. 서랍에서 속옷을 꺼내 입고 그 위에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잠옷을 걸친 후 침대시트를 파고든다.
“이모~, 아이 이모~~~~~~”
잠결에 들려오는 지현이 부르는 소리에 잠이 덜 깬 은수가 돌아누우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응, 지현아 ......”
“나, 급해 이모~”
“...... 뭐가?”
“아이, 이모 나 화장시~일”
번뜩 정신을 차린 은수가 후다닥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내다보니 지현의 두 손이 밤사이 퉁퉁 부어 통증에 아무것도 쥘 수 없게 되어버렸다. 꽤나 통증이 심했을 텐데 지현이 혼자 끙끙대며 밤을 새운 모양이다.
“어쩌니...... 지현아. 손이 퉁퉁 부었어”
“응, 근데 이모 나 화장실 급해. 새벽부터 참았단 말야.”
“이모 깨우지 ......”
“자는데 미안하잖아.”
“으이구, 기집애야 그래도 그렇지......”
은수는 조카의 미련스러움을 타박하며 욕실 문을 열어 지현을 들여보낸다.
“저..기 ....... 이모~”
“응?”
“바지......”
“아참, 내가 정신이 없네”
욕실 안으로 들어서며 은수가 지현의 바지를 내려주고 나와 문을 닫는다.
“아~, 이제 살 것 같아 이모”
어리광 부리듯 내뱉는 지현의 말에 은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만다. 암만 봐도 지현이는 이목구비만 제 엄마를 닮았을 뿐 성격은 전혀 딴 판이다. 항상 단정하고 얌전하게 몸을 움직이고 부끄럼 많은 언니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가끔, 아주 가끔 골똘히 생각에 잠겨 수다스런 입술을 다물고 있을 때나 잠깐 스치듯 언니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지현이 화장실에 앉아 있는 사이 은수는 매번 갈기가 귀찮아 적당량을 갈아 병에 담아두었던 원두를 포트에 덜어 넣고 물을 채운 후 전기 스위치를 누른다. 지난밤 탁자위에 벗어두었던 옷가지를 세탁기에 넣고 불려놓은 쌀을 냉장고에서 꺼내 전기밥솥에 넣는다. 부산하게 움직이던 은수가 혼잣말로 ‘어머 깜빡했네......“ 중얼거리며 거실 탁자위의 수화기를 집어 든다.
“이모~~~~~~~~~~~~”
학교에 사고를 알리는 사이 욕실에서 길게 늘어지는 지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까의 다급했던 목소리가 어느새 나긋한 음성으로 바뀌었다. 미안함이 배어나는 지현의 목소리는 약간의 애교를 함께 담아낸다.
“응, 그래, 이모 가”
다행이 비데가 설치된 집이라 지현이 옷을 올리는 것 말고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물을 내리고 세정을 끝낸 지현이 마치 처음 봉을 잡은 고등학교 밴드부 악장이 지휘를 하는 듯 두 팔을 앞으로 하고 씨익 웃는다. 그 모습에 은수 또한 ‘쿡’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들어온 김에 세수 하고 나가자.”
지현의 옷이 물에 젖지 않도록 목에 타월을 두른 뒤 가볍게 세안을 해주던 은수가 장난기 담긴 눈으로 지현의 눈을 들여다보며 코를 쥔다.
“착하지, 킁.”
“에게, 이모......”
“호호호...... 왜 지현아? 너 아직 철들려면 멀었는데. 이쁜 어린이는 이모 말 잘 들어야 해~”
“이못!”
빙글거리며 놀려대는 은수를 노려보던 지현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비록 손은 퉁퉁 부어 통증이 심했지만 그렇게 두 사람은 즐겁게 아침을 맞는다.
“즐거운 시간 보내셨습니까?”
주차장에 도착한 택시에서 내리며 김 대리가 쾌활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이곳저곳 구경 할 곳들 많은데 다 둘러보지 못하셨죠?”
“그러게, 시간이 모자라 다 돌아보지 못했지 뭐야.”
현욱이 얼버무리듯 대답하고 한켠에 서있던 은지는 얼굴을 살짝 붉힌다. 마치 김 대리가 자신들이 욕정을 불태우느라 다른 곳에 관심을 둘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물어보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자네, 부모님께선 다들 건강하시고?”
“네, 워낙에 농사에서 손을 떼지 않았던 분들이라 두 분 모두 건강하십니다.”
“부모님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도 자식들에겐 복이라네. 자주 찾아뵙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생전에 효도 많이 하게”
“명심하겠습니다. 참 선물 고맙다 전해 달라 십니다.”
“뭘, 되려 우리가 고맙다 말씀 드려야 하는데...... 하하하”
“.......예?”
“아냐, 아냐...... 그만 출발하자고 서울 도착하면 길 막힐 텐데”
“그러시죠,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겠나?...... 오가며 자네만 고생 시키는구먼”
“하하, 별 말씀을”
은지는 속으로 김 대리란 남자는 보면 볼수록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을 한다. 호주에 있는 은수의 얼굴을 떠올리며 ......
뒷 자석에 몸을 실은 은지는 연신 유쾌한 농담으로 두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김 대리를 따듯한 눈으로 바라본다. 현욱과 김 대리 사이에 오고가던 대화가 잠시 멈춘 틈에 은지가 불쑥 끼어들어 김 대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 하실 거죠?”
“네? ...네.... 하하, 좋은 사람 있으면 얼른 결혼 해야죠. 하하하”
“왜, 당신이 중매 서려고?”
“네, 김 대리님처럼 괜찮은 남자라면 중매서도 욕먹지 않을 테니까”
“좋은 사람 있는 모양이네. 그럼 당장 소개시켜 줍시다.”
“조만간 자리 마련하도록 할게요. 김 대리님 나중에 잘 되면 한 턱 내셔야 해요.”
“어이쿠, 사모님 한 턱이 아니라 두 턱, 세 턱 아니 열 턱이라도 쏘겠습니다. 하하하”
“좋아요. 그럼 보름 쯤 후에 선 자리 마련 할게요.”
“이거 벌써부터 심장이 쿵쾅거리는데 저 운전 못하겠습니다. 부장님 ......”
“어허~, 이 사람 벌써 꾀부리면 어쩌나...... 하하하”
“실은 이번에 부모님들 성화가 얼마나 대단하시던지 저 아주 혼쭐이 났습니다.”
“그럼, 이 사람아. 부모님이야 당신들 살아생전에 귀여운 손주 품에 안아보시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데 ......”
“그런가 봐요. 하여튼 담에 내려갈 땐 꼭 며느리 감 인사 시켜드린다 약속은 하고 왔는데......”
김 대리의 중얼거림에 은지는 빙그레 얼굴에 웃음을 짓는다.
지루한 여행길에 김 대리는 대관령 목장으로 차를 몰아 넓게 펼쳐진 목초지 위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과 녹색으로 짙게 물들어가는 풍경 속에 잠시 여행으로 지친 은지와 현욱을 쉬게 하고 잠깐 다녀온다며 저만치 자리한 건물로 들어갔다 라면박스를 안고 돌아온다.
“온 김에 저녁에 간식으로 먹으려고 샀습니다. 여행객에겐 할인해서 팔거든요.”
김 대리가 안고 온 라면박스를 보고 은지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는다.
“혼자 산다고 끼니 거르고 라면 같은 걸 드시면 안돼요 ......”
“사모님, 걱정 마세요. 이놈의 뱃속은 거지가 들어앉았는지 먹고 돌아서면 허기가 져선 저녁에 참을 먹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니까요. 하하하”
크게 너털웃음을 짓던 김 대리가 슬쩍 현욱이 다른 곳에 신경 쓰는 틈을 타 은지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부장님이 허구한 날 야근 시키시는 탓에 집에 돌아가면 배가 고파서요......하하”
김 대리의 농담에 은지가 소리 내어 웃는다.
“우리 남편 너무 못된 상사로 만드네요. 김 대리님이 ”
“어~어, 부장님께 일러바치시면 안돼요. 사모님,”
“흥, 다 고자질할 거예요. 각오 하세요.”
“에잇, 할 수 없다. 뇌물입니다. 한 박스 댁으로 가져가세요. 하하하”
안고 있던 라면 박스를 트렁크에 실으며 김 대리가 장난스럽게 아부하는 시늉을 하자 은지는 또 그 모습에 즐겁게 웃는다.
“자, 출발 하겠습니다. 어서 타시죠.”
대관령을 출발한 차는 이천 즈음부터 밀리기 시작해 지루한 시간을 소비하고 나서야 서울에 도착을 했다. 한사코 택시를 타겠다는 현욱 내외를 아파트까지 태우고 온 김 대리가 라면 한 박스를 내려놓고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경비실을 막 지나쳐 현관으로 들어서려는데 경비를 서는 영감님이 작은 창을 열고 머리를 쑥 내밀어 현욱 내외에게 인사를 건넨다. 고개 숙여 답례를 한 은지가 밤을 세 근무하려면 출출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김 대리가 내려주고 간 라면 박스를 뜯어 절반을 경비실 안으로 건네준다.
긴 시간을 차를 타고 온 탓에 피로가 쌓인 현욱과 은지는 간단히 씻은 후 침대에 몸을 뉘고 바로 잠에 빠져든다.
소파에 누워 두 팔 밑으로 베개를 받쳐 고정시킨 지현의 발치에 은수가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자세를 고정한 체 누워있는 지현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몸을 꼼지락 거리다 발끝으로 툭 하고 은수의 등을 찌른다. 은수가 책에서 눈을 들어 쳐다보자 지현이 혀를 낼름 내밀며 장난어린 표정을 한다.
“왜, 불편해?”
“아니~”
“그럼, 또 화장실?”
“아~니~”
고개를 살랑살랑 저으며 지현이 빙긋 웃는다.
“요게~, 이모한테 장난을 치고”
벌떡 몸을 일으킨 은수의 눈에 순간 장난기가 어린다.
“히히히......”
은수의 반응에 지현이 짓궂은 웃음을 짓는다.
“이 기집애~”
와락 지현의 허리춤에 올라탄 은수가 벌어진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간지럼을 태우자 손끝에 이는 아픔과 함께 옆구리에 느껴지는 간지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틀어 피하려고 한다.
“이모... 이모....... ”
“너, 자꾸 이모한테 까불고 ...... 오늘 혼 좀 나봐라.”
상체 곳곳을 은수의 손가락이 간지럼을 태우고 지나가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지현이 그만 항복을 외친다. 하지만 은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현의 목이며 가슴까지 끝없이 괴롭힌다.
“이모, 항복.. 제발... 항복...”
다친 팔이 자유스럽지 못한 지현은 은수를 밀어내지 못하고 몸을 틀어대기만 한다. 한참을 씨름한 탓에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숨이 턱에 차오른 지현이 그만 눈가에 눈물을 보인다.
“제발, 이모 항복... 다신 안 그럴게 응?”
"어휴~, 덥다. 앞으로 또 까불 거야?“
“아니~, 절대로...... 다신 안 그럴게...... 이모, 한 번만 봐줘라. 응?”
은수가 깔고 앉은 히프를 들어 소파 옆으로 비켜나자 지현이 일어나 앉으며 차오른 숨을 진정시키며 또 다시 혀를 낼름 내밀었다 숨긴다.
“너~, 또~”
“아냐, 이모...... 아냐......”
고개를 저으며 다급하게 말하는 지현을 노려보던 은수가 깔깔 웃어넘기자 지현도 따라 깔깔거린다.
“어휴~ ...... 이모, 너무 했어 온 몸에 땀이 다 나버렸잖아.”
“그러게 왜 이모를 갖고 놀려고 해. 앞으로 조신하게 있어라. 귀여운 조카야~”
“아이고, 잘 알겠습니다. 못된 마귀할멈 메~~~~”
“뭐? 마귀할멈? 너~ 또 이모 놀린다.”
은수가 마귀할멈 흉내를 내려는 듯 손가락을 구부려 손톱을 세운 모양으로 다가서자 후다닥 일어선 지현이 저만치 달아나며 또다시 혀를 빼문다. 그 모습에 은수가 킥킥 웃음을 터트리고 멀찌감치 달아난 지현도 킥킥거리며 웃는다.
“이모, 나 배고파...... 밥 먹자.”
“그래, 너랑 씨름 했더니 이모도 배고프다.”
지현이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긴다. 이모가 가끔씩 상념에 잠긴 듯 초점 잃은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질 때면 가슴 한 구석에 차가운 바람이 인다. 낳아 준 엄마 이상으로 자신에게 애정과 사랑을 쏟는 이모 ...... 그 이모의 얼굴에 그늘이 지면 심장 한 곳에 구멍이 난 것처럼 마음속에 바람이 인다. 언뜻 얼굴에 드러나는 외로움들을 아는 지현이는 부러 은수 앞에선 말괄량이가 되고 만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는 지현이 눈을 감아 잠을 청한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그리고 나선 자신을 씻겨준 후 테라스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빠져들던 은수의 얼굴이 감긴 두 눈 속에 떠오른다.
하루 종일 지현의 장난과 수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은수는 지현이 방으로 들어간 후에도 테라스에 앉아 고요한 밤의 정적 속에 자신을 묻는다. 알 수 없는 가슴속 허전함이 쉽게 떨쳐지질 않는다.
밤 기온에 한기가 찾아들어 몸을 움츠리던 은수는 거실로 들어와 창을 닫고 커튼을 내린다.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되어진 자신들만의 공간, 그 속에 홀로 서 있는 은수의 얼굴이 그리움이 잔뜩 묻어 쓸쓸한 모양새다.
한기에 차가워진 양팔을 교차해 쓸어내리던 은수는 쉽게 잠 들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읽다 만 책을 집어 든다.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잠이 들고 아침을 맞고 그와 함께 하는 목욕을 즐기며 지금 자신의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는 소설 속 주인공 아오이의 가슴 속에 언뜻 언뜻 드러나는 지난 기억 속 추억들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여운을 주듯 은수의 심장에도 어떤 기억들이 자리 잡아 통증을 일으킨다.
이야기 속 아오이의 삶과 자신의 삶이 오버랩 되는 순간 은수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또 한 번 서늘한 바람이 인다. 미처 자신이 알아채기도 전에 심장을 울리는 감정이 주는 혼란으로 은수는 매일매일 쉽게 잠 들 수 없는 날 들을 보내곤 한다.
아오이의 삶에 동화되어 가는 은수는 집중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 한다. 현실이 주는 편안함과 더없이 만족할 만한 환경들...... 그 속에 스스로를 대입시키는 은수의 책 읽기는 끝 날 줄 모르고 한 구절 한 구절 머릿속에 그려간다.
따듯하게 피어오르는 욕조 위 수증기를 바라보며 손을 담가 몸을 담그기에 적당한 온도가 되자 몸에 걸친 가운을 벗어 욕실 밖으로 던져놓고 발을 들여놓는다. 온 몸을 감싸는 따듯함에 스르르 눈을 감고 모든 생각을 털어낸 후 손에 담아낸 물로 얼굴을 적신다.
‘철커덕~’
잠겨 있던 현관문을 주머니에 있던 키로 열고 들어온 현욱이 방으로 들어가 목욕가운으로 갈아입고 거실을 지나 주방으로 향한다. 선반을 열어 잔 두 개를 꺼내 빛깔 곱게 선홍색이 짙은 와인을 채워 욕실로 앞에 선다.
“은수~”
작게 부르는 현욱의 음성에 감겼던 눈을 떠 문을 바라본다. ‘딸깍’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실린더...... 열린 문틈 사이로 현욱이 등을 돌린 체 들어선다. 손에 들린 두 잔의 와인을 욕조 한 켠에 내려놓고 가운을 벗어 걸고 은수의 등 뒤로 들어선다.
따듯한 물에 몸을 담가 열 오른 듯 더운 은수의 볼에 입맞춤을 하며 현욱이 빙긋 웃음 짓는다. 가져온 와인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쳐 건배를 하고 한 모금 입안에 넣어 이탈리아산 특유의 텁텁한 맛을 음미한다.
탄탄한 현욱의 허벅지 사이에 몸을 의지한 은수는 기분 좋은 느낌에 현욱의 가슴에 자신의 등을 기댄다. 따듯한 목욕물, 자신의 등에 느껴지는 현욱의 단단한 가슴...... 고개를 돌려 현욱의 입술을 찾아 가볍게 키스를 한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은수의 눈을 들여다보던 현욱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서며 방금 마신 와인의 향이 묘약이 되어 은수의 코끝을 자극한다. 촉촉이 젖은 입술위에 현욱의 입술이 더없이 달콤한 느낌으로 다가서고 고개를 돌려 입맞춤을 나두던 은수는 상체를 틀어 현욱의 머리를 끌어안는다.
현욱이 달콤하게 맞추던 입술을 물리고 잔을 들어 한 모금 입안에 담아 은수의 입으로 전한다. 타액과 함께 입안을 채우는 와인을 은수는 마치 참을 수 없는 갈증이 있었던 것처럼 달게 삼켜버리고 갈증을 해소하기엔 부족했던 듯 현욱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어 구석구석 숨어버린 타액을 찾는다.
길게 이어지는 깊은 키스로 인해 숨이 차오른 은수가 입술을 거두어내고 현욱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토해낸다.
“하~아~”
손에 들린 와인 잔을 현욱이 욕조 한쪽에 내려놓고 팔을 돌려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목덜미를 살짝 깨문다.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현욱의 터치에 은수 역시 잔을 한켠에 내려놓고 가슴을 감싸 쥔 현욱의 손등위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눈을 감는다.
귓속을 파고드는 현욱의 뜨거운 숨결.......
간지러움과는 다른 느낌에 은지는 고개를 꺽으며 팔을 들어 현욱의 목을 감싼다.
“흑~”
벌어진 입술 사이로 토해지는 은수의 신음이 조용한 욕실에 울림이 되어 퍼져간다.
현욱이 은수를 마법의 세계로 이끈다. 작은 손짓 하나하나에 솜털이 일어서고 스치는 입술에 세포가 깨어나 분열을 시작한다. 온 몸의 땀구멍이 열린 듯 땀이 솟고 숨이 차오른다. 꿈틀거리는 은수의 몸을 들어 올리며 파고드는 현욱의 하체 ......
천천히 들어 올린 은수의 몸을 내리며 파고드는 현욱의 힘 줄 불거진 뜨거운 기둥 ......
한 순간 머릿속에 불꽃이 튀며 허공을 날아오르는 듯 붕 뜬 느낌에 은수가 눈을 번쩍 뜬다.
어둠 ......
짙게 내려앉은 어둠을 확인하곤 질끈 감아버린 눈가에 고이는 축축한 물기......
벽을 향해 돌아눕는 은수의 어깨가 잘게 떨려온다.
오뚝 선 유두를 빨던 입술을 떼어내고 은지의 팬티를 잡아 발아래로 벗겨낸 현욱은 콘솔 위에 켜진 조명에 들어난, 습기를 머금고 반짝이는 습지에 손을 얹는다. 축축하게 젖어버린 음모를 빗질 하듯 좌우로 쓸어 가르고 들어난 음순을 손가락으로 집게를 만들어 쥔다.
“키스해 줘요......”
현욱의 손길에 그리고 뜨거운 시선에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른 은지가 갈라진 소리를 낸다.
부드럽게 소음순을 비비며 혀를 내밀어 클리토리스를 두드리자 벌어진 은지의 허벅지 근육이 꿈틀 경련을 일으키며 반응하며 뜨끈한 애 액이 갈라진 틈사이로 흘러 나와 회음부를 적신다.
“하윽~, 여보......”
힘이 들어간 은지의 허벅지를 음란하게 활짝 벌려버리고 회음부를 적신 애 액으로 입술을 축이는 현욱의 목젖이 꿀꺽 꿀꺽 쉼 없이 움직인다.
“으웅~~, 안돼요....... 아........”
은지의 샘에서 솟은 물이 흘러내리며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 현욱의 입술이 움직이다 마침내 웅덩이를 만든 곳에 다다르자 급하게 몸을 뒤틀며 고양이 울음 같은 신음을 토해낸다.
질 주름과는 다른 감촉의 입구를 혀로 파고들어 열어가는 현욱의 머리카락을 움켜 쥔 은지는 더해지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하며 끙끙거린다.
“욱~ 으~응~~~ 여보... 여보..................”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파고드는 까칠한 느낌의 혀가 주는 감각에 움찔대던 샘에서 울컥 애 액이 밀려 나와 흐르며 현욱의 머리를 밀어내던 은지의 손바닥을 적셔버린다.
‘아, 어떡해...... 부끄럽게 느껴버렸어......’ 뜻하지 않게 항문의 애무에 느껴버린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진 은지는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자신의 가슴을 짓이기듯 움켜쥐어 비틀어간다.
“하아~~~ 하아~~~~ 으.. 윽~”
현욱의 손에 의해 활짝 벌려진 허벅지와 울컥 토해낸 애 액으로 번들거리는 비부...... 꿈틀꿈틀 경련하는 히프가 희미한 조명아래 한껏 음란하게 뒤틀리던 은지의 몸이 참으로 음란한 열기를 내뿜는다.
“윽......”
현욱이 강하게 항문 주름을 빨아드리자 짧게 끊어지는 격한 신음과 함께 은지의 몸이 굳어버린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 여기저기 붉은 반점이 생기고 융기한 가슴과 복부에 잔 경련이 일고 흡사 깊고 깊은 땅속으로 몸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에 은지의 손이 침대시트를 움켜쥔다.
“마귀할멈, 아직도 자?”
지현이 문 밖에서 큰 소리로 은수를 찾는다. 여전히 장난기 어린 목소리에 은수가 문을 열어 지현의 머리를 콕 쥐어박는다.
“너, 자꾸 까불면 엄마한테 전화할거야.”
은수의 타박에 얼굴을 살짝 찌푸린 지현이 아이처럼 칭얼댄다.
“아이~참, 나 급하단 말야......”
“이모 괜찮으니까 참지 말고 말해. 여자는 소변 오래 참으면 병 생겨.”
볼 일을 마친 지현이 식탁의자에 앉아 아침을 준비하는 은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넌지시 말을 건다.
“이모, 나 오늘부터 이모랑 같이 자면 안 돼?”
“다 큰 기집애가~ 왜 밤에 무서워?”
“아니~, 그게 있잖아...... 밤에 이모 깨우기도 뭐하고......”
“어머, 이모가 그 생각을 못했네. 오늘부터 이모 방에서 자.”
“히히, 고마워 이모~”
“대신~, 너 이모한테 또 까불면 같이 못자.”
“치~”
아침을 먹고 은수는 지현을 위해 목욕물을 받는다. 욕조에 차오르는 물에 손을 넣어 적당한가를 확인하고 지현이의 옷을 벗겨준다. 제법 어른 티가 나는 지현의 몸을 바라보던 은수가 즐거운 표정으로 한 마디 한다.
“우리 지현이 이제 시집보내도 되겠다.”
“이모, 나 공부 때려치우고 신부수업 받을까?”
지현이 농담을 던지자 피식 웃음을 흘리며 은수가 욕조로 등을 떠민다.
“쬐그만 게 공부할 생각은 안하고 벌써 시집 갈 생각부터 하는 거야?”
“뭐, 이젠 시집보내도 되겠다고 이모가 그랬잖아.”
“어이구~, 누가 너 같은 덜렁이 데려가기나 하겠니?”
“왜 이러셔...... 얼굴 되지, 몸매 되지, 성격 되지...... 나 같은 신부 감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라.”
“어이구~, 세상에 잘 난 신부 감 다 죽었나부다.”
“치~, 내가 이모 보다 훠~얼 나은데...... 질투 하는구나?”
“까불지 말고 빨리 탕 안으로 들어가기나 해.”
비닐을 칭칭 동여맨 팔을 허공으로 향하고 지현이 물속에 몸을 담근다. 벗어 놓은 옷가지들을 주워 세탁기에 넣은 후 지현이의 방에 들어가 속옷을 준비해 욕실 문 앞에 놓아두고 은수도 옷을 벗는다.
조금 좁은 듯한 욕조에 같이 몸을 담그고 마주 앉아 지현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은수가 꼭 엄마를 빼 닮았다며 성격도 닮았으면 좋았을 거라 말한다.
“이모, 있잖아~. 나 엄마보다 이모가 더 좋다.”
“풋, 너 엄마한테 그 소리 해봐라.”
“이몬, 엄마 삐치라고?”
“난 지현이 싫은데? 맨날 까불고 덜렁거리고......”
“피~, 이모가 나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 안다. 뭐~”
“아니거든, 빨리 공부 끝나고 지현이 곁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은수의 대답에 샐쭉한 표정을 짓던 지현이 ‘나두 뭐, 히스테리 심한 노처녀 마귀할멈하고 같이 있고 싶지 않거든’ 하고 혀를 살짝 내밀며 ‘메롱’ 한다. 그 모습에 은수가 ‘아쭈~ 너 까불지’하며 팔을 뻗어 지현의 옆구리에 간지럼을 태운다.
“히히히~, 취소...... 이모, 간지러워......”
“너, 자꾸 이모보고 마귀할멈이라고 할래?”
“이모, 너무 치사해...... 팔도 못 움직이는데 간지럼 태우고......”
“그러니까 이모한테 까불지 말라고 했잖아.”
“헤헤~, 이~모~~~~”
지현이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은수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온다.
“하여간 지현이 아직도 애기야 애기......”
오후엔 지현의 친구들이 병문안을 다녀가고 은수는 음식들이 떨어져가는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마트를 다녀왔다. 정원에 널어둔 빨래가 화창한 날씨에 뽀송뽀송하게 마르고 그걸 차곡차곡 개키는 은수의 얼굴은 옆에서 쉼 없이 떠들어대는 지현의 수다로 웃음이 가득하다.
“아~, 배불러...... 역시 이모 요리 솜씨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지현이 저녁을 물리며 은수가 들으라는 듯 아부 성 짙은 말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반찬이며 밥을 떠먹여 주던 은수는 지현의 아부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곤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한다.
“과일 먹을래?”
설거지를 마친 은수가 지현에게 묻자 살찐다며 사양한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지현이 은수가 옆에 앉자 무릎을 베고 눕는다. 문화가 달라서인지 코미디 프로가 별 재미가 없던 지현은 티비에 머물던 시선을 거두어 은수를 올려다보며 이모는 결혼 안하느냐 묻는다. 지현의 물음에 빙그레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는 은수는 리모컨을 들어 이곳저곳 채널을 돌린다.
“이모, 결혼하지 말고 나랑 이렇게 둘이서 살자.”
“싫거든요. 공부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면 바로 결혼할거야.”
“아잉~, 이모~~~”
“너 미워서 얼른 결혼할거야.”
“이모, 혹시 애인 있는 거야? 그런 거야?
지현이 눈을 반짝이며 은수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은수가 장난스럽게 ‘서울 가면 남자들이 시청 앞 광장에서 광화문 사거리만큼의 길이로 줄을 선다.’고 말하고 그 말에 지현이 깔깔거리며 웃는다.
“어떤 사람이 이쁜 우리 이모 데려갈까? 무지 궁금하다.”
어둠이 내리고 밤이 깊어 무릎을 베고 잠이든 지현을 조용히 흔들어 깨워 방으로 들여보낸 후 커튼을 내리고 거실의 등을 끈 은수는 간단히 씻고 지현 옆에서 잠을 청한다. 지난밤과 같은 꿈을 다시 꾸지 않기를 바라면서......
거칠게 몰아쉬던 은지의 숨결이 잦아들자 지켜보던 현욱이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은지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평온함을 되찾은 은지는 현욱의 품을 파고들며 음란하게 꿈틀대던 자신을 감추려 한다.
“여보, 좋았어?”
현욱의 물음에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소리로 대답하며 은지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다음부턴 거긴 하지 마요...... 나 창피해요.”
“왜? 당신 잘 느끼는 것 같던데.”
“불결하잖아요...... 그리고 너무 부끄럽단 말예요.”
귀밑까지 불게 물들인 은지의 말에 현욱이 얼굴을 어루만지며 ‘당신 몸은 어느 곳 하나 불결하지 않다’고 말하며 남은 손을 내려 아직 마르지 않은 애 액으로 미끌거리는 갈라진 금을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다 슬며시 파고든다. 한 번 올랐던 은지의 몸이 질 주름을 자극하는 현욱의 손길에 급격하게 또다시 열꽃을 피워낸다.
“하아~ 넣어주세요......”
현욱의 기둥을 잡아 조심스레 자신의 음부로 이끌며 은지가 귓가에 뜨거운 애원을 보낸다.
“아...”
흠뻑 젖은 음부로 현욱의 충혈 된 기둥을 잡아 이끈 은지는 완전한 삽입이 이루어진 후에도 떨어질 줄 모른다. 마치 자신 안에 들어간 현욱의 기둥이 달아나버리기라도 할까봐 겁이 나는 듯 뿌리부근을 잡곤 놓아주질 않는다.
“들어왔어요...... 하~아......”
“깊게 넣어줄게. 아주 깊게...... 당신 보지 안에 꽉 차도록......”
“흑, 싫어...... 그런 말......”
시시때때로 변하는가...... 현욱의 음란한 속삭임에 ‘보지’라고 스스로 말했던 은지가 오늘은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한다.
“싫어...... 그런 부끄러운 말은 싫어....학......”
깊게 들어가 있던 기둥을 현욱이 쑥 뽑아버리자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말하던 은지의 입에서 급한 신음이 터져 나오며 안타까운 듯 기둥을 놓지 않던 손에 힘을 주어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
“넣어줘요...... 싫어요......”
애타게 몸을 트는 은지의 귀에 뜨겁게 현욱이 묻는다.
“뭘 넣어달란 말이지?”
“하...... 여보...... 싫어......”
“말해봐, 어서...... 무얼 넣어줄까?”
“제발...... 너무 부끄럽게 하지 말아요...... 흐윽~”
귀속을 파고드는 현욱의 강요 섞인 물음이 계속되며 은지는 참을 수 없는 정욕에 무너진다.
“자..지..... 흑, 당신 자지를 넣어주세요......”
“어디에 넣어줄까?”
“아....하~아...... 제발......”
“여보, 어서 말해봐 자지를 어디에 넣어야 하지?”
“윽~, 보.......... 요......”
“다시 말해줘...... 내 귀에 확실하게 들리게...... 어서......”
“넣어주세요. 보지에...... 당신만 가질 수 있는 보지에......하~~ 깊게...... 깊게 넣어주세요.”
스스로 토해내는 음란한 단어들이 뜨겁게 달아오른 육체를 더욱 더 타오르게 만들며 시트가 젖을 정도로 흘러내린 애 액이 질펀한 균열로 현욱의 기둥을 인도한 은지는 입구에 다다라 천천히 밀고 들어는 기둥이 주는 뿌듯함에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며 참아내듯 비음을 터트린다.
“으~음......”
“헉~, 당신 보지가 내 자지를 빨아드려......”
“아....응...... 여보~ 여보~~~~~~~”
지속된 뜨거운 열기에 은지의 허리가 빙글빙글 원을 그리다 위아래로 급하게 오르내린다.
“하아~, 꽉 찼어요...... 당신 자지가...... 흑, 보지 안에...... 보지 안에 꽉 찼어요......”
“헤헤~, 이모 내가 훨 크다.”
생뚱맞은 지현의 말에 은수는 빙그레 웃으며 볼을 쥐고 가볍게 흔든다.
“요 말괄량이 또 한 번 이모 놀래키면 엄마한테 확 일러바친다.”
“응, 이모 ...... 한 번 만 봐줘라~ 뭐, 아픈 것도 서러운데 ......”
“이제 들어가서 자. 학교엔 아침에 일찍 알릴 테니까 푹 자둬 ......”
지현의 등을 떠밀어 침실로 보내고 소파에 앉은 은수는 피식 웃음을 짓는다. 꽤나 아플 텐데도 밝게 웃는 조카에게서 아직 어리고 명랑한 성격의 계집아이를 보는 것 같아 은근히 즐거운 은수다.
거실을 돌아보니 어수선하게 수건이며 헤어드라이어가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말끔하게 정리하곤 옷을 벗어 거실 탁자위에 차곡차곡 개켜두고 욕실로 들어간다. 지현의 사고로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하는 통에 땀이 밴 몸에 차가운 물을 뿌리며 지현의 부상이 그 정도로 끝났음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커다란 타월로 가슴께부터 감싸고 욕실 밖으로 나선 은수는 한결 나아진 기분에 옷을 입을 생각도 않고 소파로 털썩 몸을 던진다. 좀 전의 부산하고 정신없던 순간이 언제 적 일이었느냐는 듯 밤이 찾아든 자신들의 공간은 고요함이 자릴 하고 있다.
눈을 감고 밤이 주는 편안함에 취해가는 은수는 소파에 몸을 묻은 체 깜빡 잠이 들고 만다. 언니의 걱정 많은 얼굴이 보이고 호탕하게 웃는 형부의 얼굴이 보인다. 환하게 밝은 정원에 우뚝 선 형부의 팔에 손을 감고 비스듬히 기댄 체 지현과 은수를 바라보는 언니의 얼굴...... 자신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주는 형부의 얼굴......
얼마나 잤을까......
입가에 부드럽게 미소를 그리던 은수가 눈을 떠 주위를 한 차례 휘 둘러본다. 어쩐지 아쉬움이 담긴 눈빛으로 거실을 둘러 보다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곤 소파에서 일어나 방안으로 들어간다. 서랍에서 속옷을 꺼내 입고 그 위에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잠옷을 걸친 후 침대시트를 파고든다.
“이모~, 아이 이모~~~~~~”
잠결에 들려오는 지현이 부르는 소리에 잠이 덜 깬 은수가 돌아누우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응, 지현아 ......”
“나, 급해 이모~”
“...... 뭐가?”
“아이, 이모 나 화장시~일”
번뜩 정신을 차린 은수가 후다닥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내다보니 지현의 두 손이 밤사이 퉁퉁 부어 통증에 아무것도 쥘 수 없게 되어버렸다. 꽤나 통증이 심했을 텐데 지현이 혼자 끙끙대며 밤을 새운 모양이다.
“어쩌니...... 지현아. 손이 퉁퉁 부었어”
“응, 근데 이모 나 화장실 급해. 새벽부터 참았단 말야.”
“이모 깨우지 ......”
“자는데 미안하잖아.”
“으이구, 기집애야 그래도 그렇지......”
은수는 조카의 미련스러움을 타박하며 욕실 문을 열어 지현을 들여보낸다.
“저..기 ....... 이모~”
“응?”
“바지......”
“아참, 내가 정신이 없네”
욕실 안으로 들어서며 은수가 지현의 바지를 내려주고 나와 문을 닫는다.
“아~, 이제 살 것 같아 이모”
어리광 부리듯 내뱉는 지현의 말에 은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만다. 암만 봐도 지현이는 이목구비만 제 엄마를 닮았을 뿐 성격은 전혀 딴 판이다. 항상 단정하고 얌전하게 몸을 움직이고 부끄럼 많은 언니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가끔, 아주 가끔 골똘히 생각에 잠겨 수다스런 입술을 다물고 있을 때나 잠깐 스치듯 언니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지현이 화장실에 앉아 있는 사이 은수는 매번 갈기가 귀찮아 적당량을 갈아 병에 담아두었던 원두를 포트에 덜어 넣고 물을 채운 후 전기 스위치를 누른다. 지난밤 탁자위에 벗어두었던 옷가지를 세탁기에 넣고 불려놓은 쌀을 냉장고에서 꺼내 전기밥솥에 넣는다. 부산하게 움직이던 은수가 혼잣말로 ‘어머 깜빡했네......“ 중얼거리며 거실 탁자위의 수화기를 집어 든다.
“이모~~~~~~~~~~~~”
학교에 사고를 알리는 사이 욕실에서 길게 늘어지는 지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까의 다급했던 목소리가 어느새 나긋한 음성으로 바뀌었다. 미안함이 배어나는 지현의 목소리는 약간의 애교를 함께 담아낸다.
“응, 그래, 이모 가”
다행이 비데가 설치된 집이라 지현이 옷을 올리는 것 말고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물을 내리고 세정을 끝낸 지현이 마치 처음 봉을 잡은 고등학교 밴드부 악장이 지휘를 하는 듯 두 팔을 앞으로 하고 씨익 웃는다. 그 모습에 은수 또한 ‘쿡’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들어온 김에 세수 하고 나가자.”
지현의 옷이 물에 젖지 않도록 목에 타월을 두른 뒤 가볍게 세안을 해주던 은수가 장난기 담긴 눈으로 지현의 눈을 들여다보며 코를 쥔다.
“착하지, 킁.”
“에게, 이모......”
“호호호...... 왜 지현아? 너 아직 철들려면 멀었는데. 이쁜 어린이는 이모 말 잘 들어야 해~”
“이못!”
빙글거리며 놀려대는 은수를 노려보던 지현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비록 손은 퉁퉁 부어 통증이 심했지만 그렇게 두 사람은 즐겁게 아침을 맞는다.
“즐거운 시간 보내셨습니까?”
주차장에 도착한 택시에서 내리며 김 대리가 쾌활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이곳저곳 구경 할 곳들 많은데 다 둘러보지 못하셨죠?”
“그러게, 시간이 모자라 다 돌아보지 못했지 뭐야.”
현욱이 얼버무리듯 대답하고 한켠에 서있던 은지는 얼굴을 살짝 붉힌다. 마치 김 대리가 자신들이 욕정을 불태우느라 다른 곳에 관심을 둘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물어보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자네, 부모님께선 다들 건강하시고?”
“네, 워낙에 농사에서 손을 떼지 않았던 분들이라 두 분 모두 건강하십니다.”
“부모님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도 자식들에겐 복이라네. 자주 찾아뵙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생전에 효도 많이 하게”
“명심하겠습니다. 참 선물 고맙다 전해 달라 십니다.”
“뭘, 되려 우리가 고맙다 말씀 드려야 하는데...... 하하하”
“.......예?”
“아냐, 아냐...... 그만 출발하자고 서울 도착하면 길 막힐 텐데”
“그러시죠,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겠나?...... 오가며 자네만 고생 시키는구먼”
“하하, 별 말씀을”
은지는 속으로 김 대리란 남자는 보면 볼수록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을 한다. 호주에 있는 은수의 얼굴을 떠올리며 ......
뒷 자석에 몸을 실은 은지는 연신 유쾌한 농담으로 두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김 대리를 따듯한 눈으로 바라본다. 현욱과 김 대리 사이에 오고가던 대화가 잠시 멈춘 틈에 은지가 불쑥 끼어들어 김 대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 하실 거죠?”
“네? ...네.... 하하, 좋은 사람 있으면 얼른 결혼 해야죠. 하하하”
“왜, 당신이 중매 서려고?”
“네, 김 대리님처럼 괜찮은 남자라면 중매서도 욕먹지 않을 테니까”
“좋은 사람 있는 모양이네. 그럼 당장 소개시켜 줍시다.”
“조만간 자리 마련하도록 할게요. 김 대리님 나중에 잘 되면 한 턱 내셔야 해요.”
“어이쿠, 사모님 한 턱이 아니라 두 턱, 세 턱 아니 열 턱이라도 쏘겠습니다. 하하하”
“좋아요. 그럼 보름 쯤 후에 선 자리 마련 할게요.”
“이거 벌써부터 심장이 쿵쾅거리는데 저 운전 못하겠습니다. 부장님 ......”
“어허~, 이 사람 벌써 꾀부리면 어쩌나...... 하하하”
“실은 이번에 부모님들 성화가 얼마나 대단하시던지 저 아주 혼쭐이 났습니다.”
“그럼, 이 사람아. 부모님이야 당신들 살아생전에 귀여운 손주 품에 안아보시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데 ......”
“그런가 봐요. 하여튼 담에 내려갈 땐 꼭 며느리 감 인사 시켜드린다 약속은 하고 왔는데......”
김 대리의 중얼거림에 은지는 빙그레 얼굴에 웃음을 짓는다.
지루한 여행길에 김 대리는 대관령 목장으로 차를 몰아 넓게 펼쳐진 목초지 위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과 녹색으로 짙게 물들어가는 풍경 속에 잠시 여행으로 지친 은지와 현욱을 쉬게 하고 잠깐 다녀온다며 저만치 자리한 건물로 들어갔다 라면박스를 안고 돌아온다.
“온 김에 저녁에 간식으로 먹으려고 샀습니다. 여행객에겐 할인해서 팔거든요.”
김 대리가 안고 온 라면박스를 보고 은지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는다.
“혼자 산다고 끼니 거르고 라면 같은 걸 드시면 안돼요 ......”
“사모님, 걱정 마세요. 이놈의 뱃속은 거지가 들어앉았는지 먹고 돌아서면 허기가 져선 저녁에 참을 먹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니까요. 하하하”
크게 너털웃음을 짓던 김 대리가 슬쩍 현욱이 다른 곳에 신경 쓰는 틈을 타 은지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부장님이 허구한 날 야근 시키시는 탓에 집에 돌아가면 배가 고파서요......하하”
김 대리의 농담에 은지가 소리 내어 웃는다.
“우리 남편 너무 못된 상사로 만드네요. 김 대리님이 ”
“어~어, 부장님께 일러바치시면 안돼요. 사모님,”
“흥, 다 고자질할 거예요. 각오 하세요.”
“에잇, 할 수 없다. 뇌물입니다. 한 박스 댁으로 가져가세요. 하하하”
안고 있던 라면 박스를 트렁크에 실으며 김 대리가 장난스럽게 아부하는 시늉을 하자 은지는 또 그 모습에 즐겁게 웃는다.
“자, 출발 하겠습니다. 어서 타시죠.”
대관령을 출발한 차는 이천 즈음부터 밀리기 시작해 지루한 시간을 소비하고 나서야 서울에 도착을 했다. 한사코 택시를 타겠다는 현욱 내외를 아파트까지 태우고 온 김 대리가 라면 한 박스를 내려놓고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경비실을 막 지나쳐 현관으로 들어서려는데 경비를 서는 영감님이 작은 창을 열고 머리를 쑥 내밀어 현욱 내외에게 인사를 건넨다. 고개 숙여 답례를 한 은지가 밤을 세 근무하려면 출출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김 대리가 내려주고 간 라면 박스를 뜯어 절반을 경비실 안으로 건네준다.
긴 시간을 차를 타고 온 탓에 피로가 쌓인 현욱과 은지는 간단히 씻은 후 침대에 몸을 뉘고 바로 잠에 빠져든다.
소파에 누워 두 팔 밑으로 베개를 받쳐 고정시킨 지현의 발치에 은수가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자세를 고정한 체 누워있는 지현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몸을 꼼지락 거리다 발끝으로 툭 하고 은수의 등을 찌른다. 은수가 책에서 눈을 들어 쳐다보자 지현이 혀를 낼름 내밀며 장난어린 표정을 한다.
“왜, 불편해?”
“아니~”
“그럼, 또 화장실?”
“아~니~”
고개를 살랑살랑 저으며 지현이 빙긋 웃는다.
“요게~, 이모한테 장난을 치고”
벌떡 몸을 일으킨 은수의 눈에 순간 장난기가 어린다.
“히히히......”
은수의 반응에 지현이 짓궂은 웃음을 짓는다.
“이 기집애~”
와락 지현의 허리춤에 올라탄 은수가 벌어진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간지럼을 태우자 손끝에 이는 아픔과 함께 옆구리에 느껴지는 간지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틀어 피하려고 한다.
“이모... 이모....... ”
“너, 자꾸 이모한테 까불고 ...... 오늘 혼 좀 나봐라.”
상체 곳곳을 은수의 손가락이 간지럼을 태우고 지나가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지현이 그만 항복을 외친다. 하지만 은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현의 목이며 가슴까지 끝없이 괴롭힌다.
“이모, 항복.. 제발... 항복...”
다친 팔이 자유스럽지 못한 지현은 은수를 밀어내지 못하고 몸을 틀어대기만 한다. 한참을 씨름한 탓에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숨이 턱에 차오른 지현이 그만 눈가에 눈물을 보인다.
“제발, 이모 항복... 다신 안 그럴게 응?”
"어휴~, 덥다. 앞으로 또 까불 거야?“
“아니~, 절대로...... 다신 안 그럴게...... 이모, 한 번만 봐줘라. 응?”
은수가 깔고 앉은 히프를 들어 소파 옆으로 비켜나자 지현이 일어나 앉으며 차오른 숨을 진정시키며 또 다시 혀를 낼름 내밀었다 숨긴다.
“너~, 또~”
“아냐, 이모...... 아냐......”
고개를 저으며 다급하게 말하는 지현을 노려보던 은수가 깔깔 웃어넘기자 지현도 따라 깔깔거린다.
“어휴~ ...... 이모, 너무 했어 온 몸에 땀이 다 나버렸잖아.”
“그러게 왜 이모를 갖고 놀려고 해. 앞으로 조신하게 있어라. 귀여운 조카야~”
“아이고, 잘 알겠습니다. 못된 마귀할멈 메~~~~”
“뭐? 마귀할멈? 너~ 또 이모 놀린다.”
은수가 마귀할멈 흉내를 내려는 듯 손가락을 구부려 손톱을 세운 모양으로 다가서자 후다닥 일어선 지현이 저만치 달아나며 또다시 혀를 빼문다. 그 모습에 은수가 킥킥 웃음을 터트리고 멀찌감치 달아난 지현도 킥킥거리며 웃는다.
“이모, 나 배고파...... 밥 먹자.”
“그래, 너랑 씨름 했더니 이모도 배고프다.”
지현이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긴다. 이모가 가끔씩 상념에 잠긴 듯 초점 잃은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질 때면 가슴 한 구석에 차가운 바람이 인다. 낳아 준 엄마 이상으로 자신에게 애정과 사랑을 쏟는 이모 ...... 그 이모의 얼굴에 그늘이 지면 심장 한 곳에 구멍이 난 것처럼 마음속에 바람이 인다. 언뜻 얼굴에 드러나는 외로움들을 아는 지현이는 부러 은수 앞에선 말괄량이가 되고 만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는 지현이 눈을 감아 잠을 청한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그리고 나선 자신을 씻겨준 후 테라스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빠져들던 은수의 얼굴이 감긴 두 눈 속에 떠오른다.
하루 종일 지현의 장난과 수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은수는 지현이 방으로 들어간 후에도 테라스에 앉아 고요한 밤의 정적 속에 자신을 묻는다. 알 수 없는 가슴속 허전함이 쉽게 떨쳐지질 않는다.
밤 기온에 한기가 찾아들어 몸을 움츠리던 은수는 거실로 들어와 창을 닫고 커튼을 내린다.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되어진 자신들만의 공간, 그 속에 홀로 서 있는 은수의 얼굴이 그리움이 잔뜩 묻어 쓸쓸한 모양새다.
한기에 차가워진 양팔을 교차해 쓸어내리던 은수는 쉽게 잠 들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읽다 만 책을 집어 든다.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잠이 들고 아침을 맞고 그와 함께 하는 목욕을 즐기며 지금 자신의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는 소설 속 주인공 아오이의 가슴 속에 언뜻 언뜻 드러나는 지난 기억 속 추억들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여운을 주듯 은수의 심장에도 어떤 기억들이 자리 잡아 통증을 일으킨다.
이야기 속 아오이의 삶과 자신의 삶이 오버랩 되는 순간 은수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또 한 번 서늘한 바람이 인다. 미처 자신이 알아채기도 전에 심장을 울리는 감정이 주는 혼란으로 은수는 매일매일 쉽게 잠 들 수 없는 날 들을 보내곤 한다.
아오이의 삶에 동화되어 가는 은수는 집중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 한다. 현실이 주는 편안함과 더없이 만족할 만한 환경들...... 그 속에 스스로를 대입시키는 은수의 책 읽기는 끝 날 줄 모르고 한 구절 한 구절 머릿속에 그려간다.
따듯하게 피어오르는 욕조 위 수증기를 바라보며 손을 담가 몸을 담그기에 적당한 온도가 되자 몸에 걸친 가운을 벗어 욕실 밖으로 던져놓고 발을 들여놓는다. 온 몸을 감싸는 따듯함에 스르르 눈을 감고 모든 생각을 털어낸 후 손에 담아낸 물로 얼굴을 적신다.
‘철커덕~’
잠겨 있던 현관문을 주머니에 있던 키로 열고 들어온 현욱이 방으로 들어가 목욕가운으로 갈아입고 거실을 지나 주방으로 향한다. 선반을 열어 잔 두 개를 꺼내 빛깔 곱게 선홍색이 짙은 와인을 채워 욕실로 앞에 선다.
“은수~”
작게 부르는 현욱의 음성에 감겼던 눈을 떠 문을 바라본다. ‘딸깍’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실린더...... 열린 문틈 사이로 현욱이 등을 돌린 체 들어선다. 손에 들린 두 잔의 와인을 욕조 한 켠에 내려놓고 가운을 벗어 걸고 은수의 등 뒤로 들어선다.
따듯한 물에 몸을 담가 열 오른 듯 더운 은수의 볼에 입맞춤을 하며 현욱이 빙긋 웃음 짓는다. 가져온 와인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쳐 건배를 하고 한 모금 입안에 넣어 이탈리아산 특유의 텁텁한 맛을 음미한다.
탄탄한 현욱의 허벅지 사이에 몸을 의지한 은수는 기분 좋은 느낌에 현욱의 가슴에 자신의 등을 기댄다. 따듯한 목욕물, 자신의 등에 느껴지는 현욱의 단단한 가슴...... 고개를 돌려 현욱의 입술을 찾아 가볍게 키스를 한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은수의 눈을 들여다보던 현욱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서며 방금 마신 와인의 향이 묘약이 되어 은수의 코끝을 자극한다. 촉촉이 젖은 입술위에 현욱의 입술이 더없이 달콤한 느낌으로 다가서고 고개를 돌려 입맞춤을 나두던 은수는 상체를 틀어 현욱의 머리를 끌어안는다.
현욱이 달콤하게 맞추던 입술을 물리고 잔을 들어 한 모금 입안에 담아 은수의 입으로 전한다. 타액과 함께 입안을 채우는 와인을 은수는 마치 참을 수 없는 갈증이 있었던 것처럼 달게 삼켜버리고 갈증을 해소하기엔 부족했던 듯 현욱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어 구석구석 숨어버린 타액을 찾는다.
길게 이어지는 깊은 키스로 인해 숨이 차오른 은수가 입술을 거두어내고 현욱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토해낸다.
“하~아~”
손에 들린 와인 잔을 현욱이 욕조 한쪽에 내려놓고 팔을 돌려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목덜미를 살짝 깨문다.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현욱의 터치에 은수 역시 잔을 한켠에 내려놓고 가슴을 감싸 쥔 현욱의 손등위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눈을 감는다.
귓속을 파고드는 현욱의 뜨거운 숨결.......
간지러움과는 다른 느낌에 은지는 고개를 꺽으며 팔을 들어 현욱의 목을 감싼다.
“흑~”
벌어진 입술 사이로 토해지는 은수의 신음이 조용한 욕실에 울림이 되어 퍼져간다.
현욱이 은수를 마법의 세계로 이끈다. 작은 손짓 하나하나에 솜털이 일어서고 스치는 입술에 세포가 깨어나 분열을 시작한다. 온 몸의 땀구멍이 열린 듯 땀이 솟고 숨이 차오른다. 꿈틀거리는 은수의 몸을 들어 올리며 파고드는 현욱의 하체 ......
천천히 들어 올린 은수의 몸을 내리며 파고드는 현욱의 힘 줄 불거진 뜨거운 기둥 ......
한 순간 머릿속에 불꽃이 튀며 허공을 날아오르는 듯 붕 뜬 느낌에 은수가 눈을 번쩍 뜬다.
어둠 ......
짙게 내려앉은 어둠을 확인하곤 질끈 감아버린 눈가에 고이는 축축한 물기......
벽을 향해 돌아눕는 은수의 어깨가 잘게 떨려온다.
오뚝 선 유두를 빨던 입술을 떼어내고 은지의 팬티를 잡아 발아래로 벗겨낸 현욱은 콘솔 위에 켜진 조명에 들어난, 습기를 머금고 반짝이는 습지에 손을 얹는다. 축축하게 젖어버린 음모를 빗질 하듯 좌우로 쓸어 가르고 들어난 음순을 손가락으로 집게를 만들어 쥔다.
“키스해 줘요......”
현욱의 손길에 그리고 뜨거운 시선에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른 은지가 갈라진 소리를 낸다.
부드럽게 소음순을 비비며 혀를 내밀어 클리토리스를 두드리자 벌어진 은지의 허벅지 근육이 꿈틀 경련을 일으키며 반응하며 뜨끈한 애 액이 갈라진 틈사이로 흘러 나와 회음부를 적신다.
“하윽~, 여보......”
힘이 들어간 은지의 허벅지를 음란하게 활짝 벌려버리고 회음부를 적신 애 액으로 입술을 축이는 현욱의 목젖이 꿀꺽 꿀꺽 쉼 없이 움직인다.
“으웅~~, 안돼요....... 아........”
은지의 샘에서 솟은 물이 흘러내리며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 현욱의 입술이 움직이다 마침내 웅덩이를 만든 곳에 다다르자 급하게 몸을 뒤틀며 고양이 울음 같은 신음을 토해낸다.
질 주름과는 다른 감촉의 입구를 혀로 파고들어 열어가는 현욱의 머리카락을 움켜 쥔 은지는 더해지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하며 끙끙거린다.
“욱~ 으~응~~~ 여보... 여보..................”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파고드는 까칠한 느낌의 혀가 주는 감각에 움찔대던 샘에서 울컥 애 액이 밀려 나와 흐르며 현욱의 머리를 밀어내던 은지의 손바닥을 적셔버린다.
‘아, 어떡해...... 부끄럽게 느껴버렸어......’ 뜻하지 않게 항문의 애무에 느껴버린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진 은지는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자신의 가슴을 짓이기듯 움켜쥐어 비틀어간다.
“하아~~~ 하아~~~~ 으.. 윽~”
현욱의 손에 의해 활짝 벌려진 허벅지와 울컥 토해낸 애 액으로 번들거리는 비부...... 꿈틀꿈틀 경련하는 히프가 희미한 조명아래 한껏 음란하게 뒤틀리던 은지의 몸이 참으로 음란한 열기를 내뿜는다.
“윽......”
현욱이 강하게 항문 주름을 빨아드리자 짧게 끊어지는 격한 신음과 함께 은지의 몸이 굳어버린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 여기저기 붉은 반점이 생기고 융기한 가슴과 복부에 잔 경련이 일고 흡사 깊고 깊은 땅속으로 몸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에 은지의 손이 침대시트를 움켜쥔다.
“마귀할멈, 아직도 자?”
지현이 문 밖에서 큰 소리로 은수를 찾는다. 여전히 장난기 어린 목소리에 은수가 문을 열어 지현의 머리를 콕 쥐어박는다.
“너, 자꾸 까불면 엄마한테 전화할거야.”
은수의 타박에 얼굴을 살짝 찌푸린 지현이 아이처럼 칭얼댄다.
“아이~참, 나 급하단 말야......”
“이모 괜찮으니까 참지 말고 말해. 여자는 소변 오래 참으면 병 생겨.”
볼 일을 마친 지현이 식탁의자에 앉아 아침을 준비하는 은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넌지시 말을 건다.
“이모, 나 오늘부터 이모랑 같이 자면 안 돼?”
“다 큰 기집애가~ 왜 밤에 무서워?”
“아니~, 그게 있잖아...... 밤에 이모 깨우기도 뭐하고......”
“어머, 이모가 그 생각을 못했네. 오늘부터 이모 방에서 자.”
“히히, 고마워 이모~”
“대신~, 너 이모한테 또 까불면 같이 못자.”
“치~”
아침을 먹고 은수는 지현을 위해 목욕물을 받는다. 욕조에 차오르는 물에 손을 넣어 적당한가를 확인하고 지현이의 옷을 벗겨준다. 제법 어른 티가 나는 지현의 몸을 바라보던 은수가 즐거운 표정으로 한 마디 한다.
“우리 지현이 이제 시집보내도 되겠다.”
“이모, 나 공부 때려치우고 신부수업 받을까?”
지현이 농담을 던지자 피식 웃음을 흘리며 은수가 욕조로 등을 떠민다.
“쬐그만 게 공부할 생각은 안하고 벌써 시집 갈 생각부터 하는 거야?”
“뭐, 이젠 시집보내도 되겠다고 이모가 그랬잖아.”
“어이구~, 누가 너 같은 덜렁이 데려가기나 하겠니?”
“왜 이러셔...... 얼굴 되지, 몸매 되지, 성격 되지...... 나 같은 신부 감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라.”
“어이구~, 세상에 잘 난 신부 감 다 죽었나부다.”
“치~, 내가 이모 보다 훠~얼 나은데...... 질투 하는구나?”
“까불지 말고 빨리 탕 안으로 들어가기나 해.”
비닐을 칭칭 동여맨 팔을 허공으로 향하고 지현이 물속에 몸을 담근다. 벗어 놓은 옷가지들을 주워 세탁기에 넣은 후 지현이의 방에 들어가 속옷을 준비해 욕실 문 앞에 놓아두고 은수도 옷을 벗는다.
조금 좁은 듯한 욕조에 같이 몸을 담그고 마주 앉아 지현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은수가 꼭 엄마를 빼 닮았다며 성격도 닮았으면 좋았을 거라 말한다.
“이모, 있잖아~. 나 엄마보다 이모가 더 좋다.”
“풋, 너 엄마한테 그 소리 해봐라.”
“이몬, 엄마 삐치라고?”
“난 지현이 싫은데? 맨날 까불고 덜렁거리고......”
“피~, 이모가 나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 안다. 뭐~”
“아니거든, 빨리 공부 끝나고 지현이 곁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은수의 대답에 샐쭉한 표정을 짓던 지현이 ‘나두 뭐, 히스테리 심한 노처녀 마귀할멈하고 같이 있고 싶지 않거든’ 하고 혀를 살짝 내밀며 ‘메롱’ 한다. 그 모습에 은수가 ‘아쭈~ 너 까불지’하며 팔을 뻗어 지현의 옆구리에 간지럼을 태운다.
“히히히~, 취소...... 이모, 간지러워......”
“너, 자꾸 이모보고 마귀할멈이라고 할래?”
“이모, 너무 치사해...... 팔도 못 움직이는데 간지럼 태우고......”
“그러니까 이모한테 까불지 말라고 했잖아.”
“헤헤~, 이~모~~~~”
지현이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은수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온다.
“하여간 지현이 아직도 애기야 애기......”
오후엔 지현의 친구들이 병문안을 다녀가고 은수는 음식들이 떨어져가는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마트를 다녀왔다. 정원에 널어둔 빨래가 화창한 날씨에 뽀송뽀송하게 마르고 그걸 차곡차곡 개키는 은수의 얼굴은 옆에서 쉼 없이 떠들어대는 지현의 수다로 웃음이 가득하다.
“아~, 배불러...... 역시 이모 요리 솜씨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지현이 저녁을 물리며 은수가 들으라는 듯 아부 성 짙은 말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반찬이며 밥을 떠먹여 주던 은수는 지현의 아부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곤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한다.
“과일 먹을래?”
설거지를 마친 은수가 지현에게 묻자 살찐다며 사양한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지현이 은수가 옆에 앉자 무릎을 베고 눕는다. 문화가 달라서인지 코미디 프로가 별 재미가 없던 지현은 티비에 머물던 시선을 거두어 은수를 올려다보며 이모는 결혼 안하느냐 묻는다. 지현의 물음에 빙그레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는 은수는 리모컨을 들어 이곳저곳 채널을 돌린다.
“이모, 결혼하지 말고 나랑 이렇게 둘이서 살자.”
“싫거든요. 공부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면 바로 결혼할거야.”
“아잉~, 이모~~~”
“너 미워서 얼른 결혼할거야.”
“이모, 혹시 애인 있는 거야? 그런 거야?
지현이 눈을 반짝이며 은수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은수가 장난스럽게 ‘서울 가면 남자들이 시청 앞 광장에서 광화문 사거리만큼의 길이로 줄을 선다.’고 말하고 그 말에 지현이 깔깔거리며 웃는다.
“어떤 사람이 이쁜 우리 이모 데려갈까? 무지 궁금하다.”
어둠이 내리고 밤이 깊어 무릎을 베고 잠이든 지현을 조용히 흔들어 깨워 방으로 들여보낸 후 커튼을 내리고 거실의 등을 끈 은수는 간단히 씻고 지현 옆에서 잠을 청한다. 지난밤과 같은 꿈을 다시 꾸지 않기를 바라면서......
거칠게 몰아쉬던 은지의 숨결이 잦아들자 지켜보던 현욱이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은지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평온함을 되찾은 은지는 현욱의 품을 파고들며 음란하게 꿈틀대던 자신을 감추려 한다.
“여보, 좋았어?”
현욱의 물음에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소리로 대답하며 은지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다음부턴 거긴 하지 마요...... 나 창피해요.”
“왜? 당신 잘 느끼는 것 같던데.”
“불결하잖아요...... 그리고 너무 부끄럽단 말예요.”
귀밑까지 불게 물들인 은지의 말에 현욱이 얼굴을 어루만지며 ‘당신 몸은 어느 곳 하나 불결하지 않다’고 말하며 남은 손을 내려 아직 마르지 않은 애 액으로 미끌거리는 갈라진 금을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다 슬며시 파고든다. 한 번 올랐던 은지의 몸이 질 주름을 자극하는 현욱의 손길에 급격하게 또다시 열꽃을 피워낸다.
“하아~ 넣어주세요......”
현욱의 기둥을 잡아 조심스레 자신의 음부로 이끌며 은지가 귓가에 뜨거운 애원을 보낸다.
“아...”
흠뻑 젖은 음부로 현욱의 충혈 된 기둥을 잡아 이끈 은지는 완전한 삽입이 이루어진 후에도 떨어질 줄 모른다. 마치 자신 안에 들어간 현욱의 기둥이 달아나버리기라도 할까봐 겁이 나는 듯 뿌리부근을 잡곤 놓아주질 않는다.
“들어왔어요...... 하~아......”
“깊게 넣어줄게. 아주 깊게...... 당신 보지 안에 꽉 차도록......”
“흑, 싫어...... 그런 말......”
시시때때로 변하는가...... 현욱의 음란한 속삭임에 ‘보지’라고 스스로 말했던 은지가 오늘은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한다.
“싫어...... 그런 부끄러운 말은 싫어....학......”
깊게 들어가 있던 기둥을 현욱이 쑥 뽑아버리자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말하던 은지의 입에서 급한 신음이 터져 나오며 안타까운 듯 기둥을 놓지 않던 손에 힘을 주어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
“넣어줘요...... 싫어요......”
애타게 몸을 트는 은지의 귀에 뜨겁게 현욱이 묻는다.
“뭘 넣어달란 말이지?”
“하...... 여보...... 싫어......”
“말해봐, 어서...... 무얼 넣어줄까?”
“제발...... 너무 부끄럽게 하지 말아요...... 흐윽~”
귀속을 파고드는 현욱의 강요 섞인 물음이 계속되며 은지는 참을 수 없는 정욕에 무너진다.
“자..지..... 흑, 당신 자지를 넣어주세요......”
“어디에 넣어줄까?”
“아....하~아...... 제발......”
“여보, 어서 말해봐 자지를 어디에 넣어야 하지?”
“윽~, 보.......... 요......”
“다시 말해줘...... 내 귀에 확실하게 들리게...... 어서......”
“넣어주세요. 보지에...... 당신만 가질 수 있는 보지에......하~~ 깊게...... 깊게 넣어주세요.”
스스로 토해내는 음란한 단어들이 뜨겁게 달아오른 육체를 더욱 더 타오르게 만들며 시트가 젖을 정도로 흘러내린 애 액이 질펀한 균열로 현욱의 기둥을 인도한 은지는 입구에 다다라 천천히 밀고 들어는 기둥이 주는 뿌듯함에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며 참아내듯 비음을 터트린다.
“으~음......”
“헉~, 당신 보지가 내 자지를 빨아드려......”
“아....응...... 여보~ 여보~~~~~~~”
지속된 뜨거운 열기에 은지의 허리가 빙글빙글 원을 그리다 위아래로 급하게 오르내린다.
“하아~, 꽉 찼어요...... 당신 자지가...... 흑, 보지 안에...... 보지 안에 꽉 찼어요......”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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