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나는 언제나 어떤 얘기라도 좋으니 해달라고 조르는 통에 진땀을 빼기 일 쑤다. 대개 산부인과 의사라고 하면 주구장창 여자 보지만 보고 있으니 얼마나 좋겠냐고들 하지만 사실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다고 확실히 얘기할 수 있었다. 대개 나의 일과는 분만, 상담, 검진, 그리고 불임 클리닉에 속해 있는 환자들의 관리로 나눌 수 있었다. 모두가 여자의 국부와 관련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자의 성기에 다른 이들 보다 집착이 심해서 이 분야를 택한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그 이유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의사가문의 혈통을 어떻게 내 대에서 끊을 수 있겠느냐는 열망에 부응 코져 발을 담갔을 뿐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석호야, 맨날 새로운 보지, 까보니 너는 얼마나 좋으냐?’
‘야, 말도 마라. 어디 은행원이 하루 종일 돈 세알린다고 그게 지 돈 되는 거 봤냐? 업무상 그냥 만져보고 지나가는 서류 같은 건데, 그게 무신 지 거라도 될 것인 양, 어떻게 얘기할 수 있다든?’
‘그래도, 넌 임마, 내진 하면서 손가락으로 환자 보지 쑤실 때, 아무런 감이 없다는 게야? 속일 걸 속여야지. 아무리 직업이기로 서니 눈 앞에 벌거이 응댕이 까놓고, 보지 쩍 하니 벌리고 있는데 그냥 무심하게 진찰만 한다뀨우? 니가 무신 부처님이나 되냐?’
솔직히 얘기하면 좀 그런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규정상, 내진 시에는 언제나 간호사가 보조로 돕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 속에서처럼 환자의 보지에 내 손가락 인양, 바지를 까 내리고 좇대가리를 쑤욱 집어넣는다든가 하는 허튼 수작은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두고 싶다. 다만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상상이야, 옆에 둘러선 간호사가 알 턱이 없었다. 사실 가지런히 보지 털을 밀고, 누군가 정리해 주었을 것 같은 모습으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환자들을 대할 때는 앙큼한 상상이 들지 않는다고는 말 할 수 없다. 나도 인간인데…..누가 밀어 주었을까? 보지 털을 밀면서 빨기도 했을까? 남편 일까? 남친 일까?.... 온갖 상상을 해보지만, 옆에서 보조를 하고 있는 간호사의 눈치에 걸릴까 이내 생각을 접곤 하는 것이 사실이다. 맨 처음에는 환자의 얼굴과 보지의 모습에 대한 뇌 속의 연결고리가 시원찮아서 누가 누구 였는지 구분이 가질 않았지만, 이제는 제법 보지의 모냥새만 대해도 누구의 것인지 금방 감이 오곤 한다. 이걸 가르켜 투철한 직업의식이라고 말하는가 싶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은 응큼한 상상 보다는 보다 빠른 시간 안에 환자가 느끼고 있는 수치심을 줄여 주면서, 내진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서두르기까지 하는 걸 보면, 나도 영락 없는 의사가 천직이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나는 여자들이 검진대에 올라가 두 다리를 버쩍 들어, 벌리고, 다리를 거치한 상태에서, 복부 위로 가림 커튼이 쳐지기는 해도 의사가 묻는 질문에, 빠짐없이 대답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지독한 수치심을 느낀 다는 것을 설문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환자들은 되도록이면, 내진 시에는 조용하게, 그리고, 질문은 나중에, 라는 공식을 선호하고 있었다. 환자들도 말은 입 밖으로 안 해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일탈적 상상에 빠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 이기도 했고…검사 시에 가장 수줍어 하는 부류는 역시, 임신 여부를 검사 받기 위해 생전 처음 가랭이를 벌리는 임산부들 이었다. 나는 특히나 임산부들을 검진 할 때에는 심성을 가다듬고서 임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네들은 아이를 잉태해서 숭고하게 키워갈, 또는 키우고 있는, 엄마라는 험난한 길을 걸어가는 이들 이었기 때문이다. 설혹 내가 품는 흑심이나 못된 상상이 그 숭고함에 먹칠이라도 할까 봐 조심하는 것…그런데도 사람들은, 친구들은 의사로서가 아닌, 남자로서의 못된 상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라는 예측을 버리질 못하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류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자들 이었다. 대개 이런 부류의 표본은 진찰을 받으러 오면서도, 자신은 임신한 사람이 아니걸랑요 라는 듯한 차림새로 온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환자들은 내진 시에 거추장스럽고, 불편할 까봐, 꽉 끼는 바지나 스타킹을 꼭 신어야 하는 타이트 스커트나 양장을 절대 입는 법이 없었지만, 그네들은 달랐다. 지금의 이 몸매와 분위기의 지속적인 유지에 선생도 동참해 주셔 라는 듯한 그네들의 뻔뻔스러움이 나는 제일로 싫었다.
‘들어 오세요…’
누군가 똑똑하면서 진찰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 앉으세요. 어떻게…’
나는 환자의 얼굴을 되도록이면 뚫어지게 쳐다보질 않는다. 어떤 환자가 나에게 얘기한 것 때문이었다. 처음에 나는 환자를 정성껏 보살핀다는 의지를 보여주려고, 살갑게 시선을 고정했었는데, 그 환자의 얘기는 달랐다. 그 시선 속에서 내가 환자의 은밀한 부위에 대한 연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혼란스럽고, 창피 했다는 고백 때문이었다. 앞에 앉은 여자는 나이가 서른이 채 안된 것 같은 얼굴 이었고, 애띄고, 자그마한 두상의 여자였다.
‘김소은씨, 어디가 불편하신지?’
‘자꾸 피가 비치고, 아파서….’
‘아, 그래요? 그럼 진찰대로 가시죠, 내진을 해야 될 것 같네요. 멘스는 언제 하셨죠?’
‘바로 그저께 끝났습니다.’
나는 잠시,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간호사가 그 여인이 옷을 벗는 것을 도와 주고, 간략한 설명과 함께 검진대로 올라갔다. 지금쯤이면 가리개 커튼이 쳐져 있고, 환자와 나와는 커튼 하나로 분리된 채로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었다. 나는 진찰대 옆의 커튼을 제치고 들어가, 내진용 장갑을 끼고, 엷게 윤활제를 발랐다. 의자에 앉아서, 벌려진 환자의 부위를 보는 순간, 내 눈알이 본의 아니게 왕방울 만큼 커져 버렸다. 아니 이럴 수가?
‘으흠…..’
나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대개 많은 여성들의 음부를 보아왔지만, 이런 스타일은 생전 처음 이었다. 친구들이 농 삼아 백마 타 봤느냐, 나는 출장 가서 한번 해 봤는데, 완죤히 라면그릇에 젓가락 휘돌리기 더라는 둥, 갖은 구라 들을 풀어 댔지만, 이번 경우는 좀 틀린 것 같았다. 외부로 돌출된 음순은 그다지 늘어지지도, 색도 검지 않았지만, 그 경구의 초입은 가히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기에 그랬다. 애널과 둔덕 사이의 기본적인 한국 여자의 치골구조와 비율을 상회하는 그 환자의 음구의 크기는 과히 연구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까지 총각이었고, 차일피일, 선보라는 가족들의 성화도 뒤로 미루고 있는 나였지만, 도대체 얼굴만 보고 결혼했다가, 이런 환자라도 만난다면 어찌될까 하는 상상이 앞서기 까질 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녀의 음순을 양쪽으로 조금 벌려 보았다. 끔쩍 놀라는 그녀의 반사적인 경련이, 둔부의 근육을 긴장시키면서, 항문의 주름을 깊게 패이게 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회음부와 경구 사이가 그것도 여러 차례 찢어진 흔적이 보이고 있었고, 음순의 좌우에도 피부가 약간 헐어 있었다. 이런 경우, 드물기는 하지만 감기약 이라든가 항생제가 함유된 약을 먹었을 경우에, 음구 주변이 벌겋게 부어 오르는, 특이성 알러지 증상을 갖고 있는 여성들의 증세와 유사하게 보이고 있었지만, 표피의 상태로 보아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을 이용해서 발라진 윤활제를 경구 주변에 바르려고 했는데,
‘아얏…..음… 죄송해요. 나도 모르게 너무 쓰라려서….’
그녀의 경구는 정도 이상으로 길게 째져 있는 독특한 형태 였지만 곳곳이 부어 있어서 내 손가락 끝이 경구 주변에 닿는 것 만으로도 자지러 지는 것이었다. 경구의 주변은 비교적 깨끗한 스타일 이었다. 진찰을 위해서 뒷물을 하고는 왔을 테지만, 성병이 있다거나, 요도염 등을 수반했을 경우, 주변의 발진이나 감염 정도에 따라 통증이 뒤따랐기 때문에 깨끗이 씻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진찰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우선 손가락을 경도로 집어넣기 전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성병에 대한 검사를 위해 음구 주변의 표피를 시험 면봉으로 가볍게 긁어, 검사 플라스크에 넣고 밀봉하도록 간호사에게 주었다. 환자는 건드려진 부위의 통증으로 인해서 무척 긴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을 천천히 집어넣으며,
‘아프시면 아프다고 말씀하시고, 긴장을 푸세요, 아셨죠?’
‘네….읍…..’
대답을 하면서도 경도로 따라 들어가는 내 손가락에 통증을 참아내는 음성이 역력했다. 길다랗게 째져있는 경구와 다르게 경도는 그런대로 평범한 것 같았다. 그러나, 환자의 참을성이 한계에 달했는지,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했다.
‘저….저… 선생님… 너무..아파서…..’
‘네 알았습니다. 일어나서 옷 갈아 입으십시오.’
진찰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경도는 부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부어 오른 경도의 크기가 보통 여자들의 크기라니, 아니 그럼, 평소의 크기라면, 이거 동굴도 그런 동굴이 없을 거인디….. 나는 장갑을 벗고 손을 씻은 뒤에, 자리로 돌아와 ,진찰 기록서를 작성하기 위해 몸을 틀어 모니터를 바라다 보았다.
‘부위가 너무 부어 있어서 뭐라 말씀 드리기가 그렇네요. 우선 이렇게 해보죠. 결혼 생활 하시는 분들은 자신도 모르게 성병 같은 것에 감염될 확률이 높지요. 간호사가 설명해 주는 대로 소변검사 받으시고요, 2층으로 올라가셔서, 자궁경부 내시경이랑, 혈액검사 예약하셔서 검사 받으시고, 그리고, 그 결과를 갖고 얘기하도록 하죠. 그 동안은 부부생활을 좀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그냥 물로 닦으시는 것보다 미지근한 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세척하시던가, 아니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정액을 물에 풀어 사용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럼, 검사 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환자가 일어서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간호사를 따라 추가 검사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 뿐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그 시간 부로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또다시 바쁜 일과로 되돌아가고….일주일이 지나고, 점심을 먹은 뒤, 의자에 기대어서, 한참 달콤한 낮잠에 빠져 있는 내 방에, 누군가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왔다. 내시경 클리닉에 있는 닥터 윤 이었다.
‘닥터 진, 이것 좀 봐 봐요.’
‘뭔데?’
‘아무래도 이상해요.’
그녀는 CD 한 장을 건네 주면서 틀어 보라고 했다. 그 CD에는 얼마 전, 내가 내진 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도가 부어 있었다던 그 환자의 내시경 촬영 장면의 복사본이 들어가 있었다.
‘여기 이거 보이죠? 나는 이런 상처, 인턴 시절에 윤간 당한 환자 말고는 본 적이 없어서요. 저 상처들, 성기나 딜도 로는 생긴 것 같질 않죠?’
그건 그랬다. 그건 분명 날카로운 칼끝 같은 것으로 긁어 놓은 상처가 분명했다.
‘혹시 중절 시에 겸자에 닿아서 생긴 게 아닐까?’
‘아니에요. 검사 전, 질문자료에는 임신 경험도 없었고, 중절은 더더욱 이나요.’
‘혈액이랑, 오줌검사는 어떻게 되었고?’
‘깨끗해요. 성병도 없고, 잡균, 조끔 있었는데, 그거야 월경 직후 라니깐 있을 수도 있는 수치고,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만일 강간이나 윤간을 당했다 치더라도 그런 성추행 사건의 경우에는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사건으로 접수가 안 된다고 들었는데, 내가 잘 못 알고 있나?’
‘그건 그런데요. 아무래도 무언가 숨기고…’
‘사정이야 있겠지… 만일 그런 사고를 당했다면, 얼굴이 온전 했겠어? 그리고, 그런 지경이었다면 보호자가 따라 왔을 텐데….우리가 너무 오바 하는 거 아냐?’
‘하긴….근데, 선배….’
그녀는 사적인 이야기를 꺼낼 때면 의례 그렇게 선배라고 불렀다.
‘나 어제 부모님께 말씀 드렸어요. 이번 주말에 시간 좀 내 봐요. 이렇게 하루하루 기둘리다 사람 미쳐 죽일 일 있어요?’
‘어허, 또 그런다. 인사는 무신 인사? 내가 그랬지, 니가 아무리 까불어도 나랑은 결혼할 생각, 꿈도 꾸지 말라고 말이야. 난 안 간다! 시간이 남아도 갈 맘 없어. 괜시리 헛물 켜지 말고 딴 총각 의사들이나 알아봐. 너 좋다는 거 머시냐, 대학병원 병리과의 닥터 최도 목을 메고 있고, 불임 클리닉에 있는 닥터 박도 니 추종자 아니냐? 왜 괜시리 조용히 잠자고 있는 늙은 사자의 장딴지에 불침을 들이대나, 들이대길?’
‘그래도 선배! 내가 그렇게도 싫어요? 다른 사람들은 젖비린내 나는 것이 당췌…..’
‘그만허자…. 나 바쁘다. 오후진료도 밀렸고, 다음 주 학회 세미나 준비에 벌써부터 똥오줌 못 가리고 하기스 차고 있는 거 안 뵈냐?’
씩씩 거리며, 방을 나서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것도 아니고, 잊을만 하면 심심찮게 들러서리, 내 심사를 불 싸질러 놓고 가는 그녀. 결혼은 뭐 그리 떡 먹듯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거라고 누가 그러디? 나는 잠도 달아난 김에 간호사에게 그 환자의 챠트를 갖고 오라고 일렀다. 그리고, CD를 빼서는 챠트에 별도로 보관하라고 시킨 뒤에, 그 환자에게 연락해서 빠른 시일 내에 병원으로 오도록 부탁하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저, 선생님, 아까 말씀 하신 환자분, 김소은씨요…. 그 CD 넣어 두라시던….’
‘아!, 어서 들어 오시라고 하세요.’
연락도 하질 않았는데, 그녀가 진찰실로 들어섰다.
‘다음 환자분 예약까지 얼마나 남아있지?’
‘한 15분이요.’
‘알았어요. 나가봐요.’
나는 그 환자에게 들으라는 듯이 일정의 촉박함을 미리 예고했다.
‘마침 오셨네요. 오늘 결과가 다 나와서, 그렇지 않아도 연락 드리려던 참인데요.’
‘결과가 어떻게….’
‘그게, 소변 및 혈액 검사랑, 성병 검사에서는 소견이 아주 깨끗하게 나왔는데요, 자궁경부 내시경 도중에, 몇 가지 의문스런 곳이 발견이 되어서 말이죠. 이걸 좀 보시겠어요?’
나는 그 여자가 앉은 자리에서 잘 보일 수 있도록 대형 LCD 모니터를 틀어서 그 여자를 향해 보여주었다.
‘ 자, 여기 화면이 움직이면서 밝은 불빛으로 비추면서 동굴같이 생긴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이죠? 이것이 극소형 카메라로 비춘, 자궁 입구로 가는 경도 입니다. 저기, 저 끝에 돌기처럼 되어 있는 부분이 자궁 입구고요…. 그런데, 이 부분, 제가 요렇게 포우즈를 했는데…, 이제 됐네…..설명해 드릴께요. 이 부분에 열상도 아니고, 자상도 아닌, 이상한 흉터 같은 곳이 곳곳에 드러나서 말이죠. 보이시죠? 이 부분?’
그런데,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보고 있질 않았다.
‘….. 다 알고 있어요. 말씀하지 않으셔도 말이죠.’
‘아니, 다 알고 계시다는 것이 무슨….’
‘다른 사람들에게는 창피해서 말도 못해요. 선생님 이시니까 믿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사실 저 상처들은 전부, 남편이……. 만들어 놓은 거에요.’
‘아니, 남편께서 어찌…..’
‘선생님도 진찰해서 아셨겠지만 제 몸이 다른 사람들 보다 좀 특이한 건 사실 이잖아요? 그렇죠? 아마 그런 여자, 이곳에서 보기 드물었을 겁니다.’
‘그거야….. 그렇긴….. 해도…..’
나는 나의 심중을 들킨 것이 아닌가 해서 본의 아니게 말끝이 흐려져 버렸다.
‘사실 결혼 하고서, 첫날 밤, 남편과 초야를 치루고, 천장만 바라다 보면서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그 상황을 저로서는 전혀 납득할 수가 없었어요. 혼전 성교도 없었을 뿐더러, 중매 이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조신하게 교육받고, 커 왔다고 생각해 왔는데, 첫날밤을 치루고 나서, 그 이의 태도가 점점 과격하고 포악스럽게 변해 가는 것이었어요. 맨 처음에는 걸레라는 욕부터 시작해서, 날이 갈수록 그 욕과 저에게 해대는 짓거리가 정도를 넘어서고는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쯔음 가다가 수그러 들겠지 하는 생각에, 무시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제 성기의 형태가 원래 그런데다가, 너무나 열심히 내둘렀기에 생겨난, 후천적인 부분도 있을 거라는 자기만의 예측과 상상을 해가면서 저를 들들 볶기 시작한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후천적 요소는 없고, 오로지 선천적으로 그렇게 타고 나신 것 같은데…. 사실 아이를 출산한 경험도 없으시잖아요? 간혹 아이를 자연분만 하신 분들의 순조로운 분만을 돕기 위해 회음부를 절개 하는데, 별일 없을 거라면서 그냥 놔두었다가 미처 덜 마무리 되어 경구의 입구가 벌어진 채로 아무는 경우는 왕왕 있어 왔지요. 그래서 절개해 놓은 부분은 반드시 꿰매되, 본래보다 조금 바짝 조여서 꿰매게 되죠, 그래서요?’
‘이렇게 예약도 없이 불쑥 찾아 뵌 것은, 진찰 당시에, 제가 신청한 이혼문제 때문 입니다. 남편은 그 이혼 청구 소송이 이유 없다고 맞서고 있고, 저는 물적 증거물을 마련하기 위해서 선생님께 진찰을 받은 것이죠. 소견서로 제출하거나 아니면, 번거로우 시겠지만 선생님께서 합의 조정 위원들에게 저의 사정을 설명해 주십사 하고요.’
‘글쎄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그래도 그 상처의 내력에 대해 뭔가를 알아야, 저도 저 나름대로의 소견서를 작성할 수 있지 싶은데요. 그리고 소견서만 갖고서, 그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이해를, 조정위원들인가 뭔가 하는 분들에게 김소은씨 스스로 납득 시키시기에 어려웁지 싶은데…..’
‘말씀 드릴께요.’
그녀는 말을 하려다, 시계를 내려다 보고는,
‘벌써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대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나 되었네요. 오늘 저녁에 시간, 어떠세요? 제가 저녁이라도 사면서 말씀 드리고 싶은데….’
‘그러시죠, 뭐….’
‘지금은 친정에 나와 있어요. 이게 제 핸폰 번호에요. 끝나실 시간 즈음에, 근처 카페에 와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그 환자는 예의 바르게도 내 일정을 망가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상담 시간을 조절하고서는 방을 나섰다. 그러기가 쉽지는 않은데…..
‘따르릉….’
‘여보세요? 저 닥터 진석홉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곧 그리로 나가죠.’
나는 세미나 준비로 집에 가서 날밤을 까야 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녀의 약속을 뿌리치질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포티한 차림의 쪽 붙는 청바지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반코트를 입은 채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병원에서 볼 때 보다도 서너 살은 젊어 보이고, 누가 보면 처녀라고 해도 좋을 스타일 이었는데……
‘이렇게 병원 뿐만이 아니라, 바깥에서도 괴롭게 해드려서 송구스럽네요.’
‘아닙니다. 다 제 일인데요. 식사는 뭘로?’
‘전 양식이나 패스트 푸드는 별로라서…. 제가 잘 아는 한식집이 이 근처에 있어요. 가시죠. 제가 모실게요.’
그녀는 나를 데리고 근처에서 가까운 그 정통 한식집으로 향했다. 방으로 예약을 이미 해 놓았고, 코스로 된 한국 전통 궁중요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상의 규모가 어마어마 했다. 거지반 요리가 나오고, 식사가 진행될 즈음에 그녀가 얘기를 시작했다.
‘병원에 들어서기 전에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릅니다. 진찰만 하고 돌아갈까? 아니면, 진단서를 끊으러 왔으니, 잘 살펴 달라고 아예 까 놓고 들이댈까? 암튼 무척 복잡한 심정을 가까스로 추스리고 병원 문턱을 넘었다는 것을 우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러셨을 겁니다. 부군 되시는 분은 실례지만 연세가…..’
‘저보다 일곱 살이 연상입니다. 그런데 그건 왜요?’
‘간혹 나이 차이로 인해 섹스 트러블이 생기는 수도 빈번하거든요. 그래서 여쭈어 본 겁니다. 다른 의도는 아니구요.’
‘저는 결혼 하기 전까지 부부간의 섹스가 그리도 중요한 삶의 과정인지 정말 몰랐어요. 남편의 나날이 부패되어 가는 편견을 대할 적마다, 내가 왜 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저를 보란 듯이 키워 놓으신 부모님 생각을 하면, 또 어쩌나, 참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셀 수 없이 했지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저는 아직 미혼 입니다만, 부부간에는 두 가지 언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나는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하는 언어라는 것이 그것 이고, 나머지 하나가 말은 필요 없으되, 몸이 전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발동하는 섹스가 나머지 것이라고요. 저야 뭐, 실감해 보지는 않았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아무리 피곤해도 배설 해야 될 정액이 몸 안에 너무 오랜 동안 남아 있으면 괜시리 나날들이 짜증스러워 지는 것을 경험해 왔는데, 그게 그런 종류가 아닐까 합니다.’
‘남편의 섹스는 좀 달랐어요. 그것은 자신의 편견에서 비롯된 일종의 보복 같은 분위기 였지요. 저란 사람을 끝끝내 개걸레로 몰아가는 그 파렴치한 궁극의 정점….아마 상상이 가지 않으실 거에요. 저는 집에서 혼자 있을 때에는 집안의 물건들을 살펴보는 것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요.’
‘가사 업무가 고되신가 봐요?’
‘아니요. 그 반대에요. 제가 살피는 것들은 손아귀에 쥘만한 물건들을 말합니다. 남편은 귀신같이 찾아내서는, 제 보지에 그 찾아낸 물건들을 쑤셔 넣고 좋아합니다. 손아귀보다 작은 것은 않 박혀 본 것이 없어요. 라이타, 식칼 손잡이, TV 리모콘, 채소란 채소, 과일이란 과일 중에서 좇같이 생긴 것들은 안 쑤셔 넣어본 것이 없을 정도죠. 얼마전 부터는 외국에선 한가닥 외설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하면서, 팔뚝만한 딜도도 모자라는지, 그 놈의 피스팅 인가 뭔가를 한다고, 제 보지가 찢어져라 주먹을 쑤셔 넣는데, 정말 눈이 돌아갑디다.’
‘아니 손을 넣다뇨? 손가락도 아니고설랑….’
‘하긴 애는 낳아 보지도 않았지만… 남편은 그러대요. 애새끼 대가리가 빠져 나오는 보지구녕 인데, 이깟, 손이 문제가 되겠느냐면서, 발까지 집어 넣으려다가, 싸움이 크게 일어나 이지경이 된 겁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창피해서 말도 못하죠. 이혼 사유가 남편이 좇 같이 생긴 것은 종류를 안 가리고 쑤셔 넣는다 인데, 이걸 어찌, 극단적인 재판 과정이나 이혼 소송이 아니고서 발설할 수 있겠어요? 은밀하게 안방에서만 벌어지는 부부간의 섹스얘긴데 말이죠.’
남편이란 사람은 그녀의 음부가 남달리 황량할 정도로 크고 넓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평범한 좇대가리로는 어림도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서, 그렇게도 흉측한 물건들을 찾아다가 그녀의 보지에 쑤셔 놓고 즐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간혹 부부 상호간, 합의에 의해 즐겁자고 한다면 모를까, 이건 일방적이고도, 폐해가 지대한,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상습적 인신공격이었고, 정신적, 육체적 테러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상처는 아마 남편의 손톱이나 뭐 그런 것 때문에 생긴 걸 겁니다. 맨 처음에는 순순히 손가락 한 개, 두개, 이렇게 시작하다가 닭 똥꾸녕 처럼 손끝을 모아서는 윤활유를 쳐 발라 쑥쑥 쑤셔대기 시작하죠. 저도 미친 년이지. 그렇게 하는 걸, 내친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급기야, 가뜩이나 큰 제 보지 구녕 에다가 기름칠 까지 해댔으니 그 손이 가만히 있었겠어요? 쑥 밀려 들어가고, 남편은 보지 안으로 손을 다 쑤셔 넣은 채로 오만 짓거리를 다하고 마는 것이죠. 보지가 찢어질 듯이, 아픈 것도 견디기 힘들지만, 아마 선생님은 모르실 거에요. 그런 상태에서 손 끝으로 자궁 입구를 주둥이 쥐고 흔들듯이, 쥐어 땡질 때의 그 괴로운 느낌을 말이죠…그게 그 상처의 전모에요. 아마 다른 이상한 것들을 쑤셔 넣어서 생긴 찰과상 같은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겁니다. 제가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그런 행위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하며, 그렇지 않더라고 하더라도 상처를 깊게 만들어, 이를 테면 임신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 라든가, 뭐 이런, 일상적인 생활을 지탱해 나가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조정 위원들에게 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그게 효과가 있을까요? 그것 보다는 부군 되시는 분의 정신감정 의뢰가 더 중요한 증거가 되지 싶은데요…..’
‘그건 이미 남편이 누굴 통했는지는 몰라도, 정신과 전문의로 부터 지극히 정상이란 소견서를 확보해 놓고 있는 실정이라 들이댈 수가 없답니다. 제가 믿고 있는 것은 오직 선생님 뿐이라구요. 불쌍한 년 하나 구제해 주신다는 심정으로, 한번 나서 주시지 않겠어요? 제가 이렇게 머리 조아려 빌께요. 저, 그 인간이랑 다신 살기 싫어요. 다시 살아야 한다면 오히려 죽는 편이 나아요. 흑흑… 선생님 도와주세요…. 흑흑…..’
밥을 먹다 말고 내 앞에 엎드려 울고 있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나는 그 날, 식사를 마치고, 다음 주에는 세미나가 있어서 어려울 것 같으니 합의조정 심판 일을 그 다음주로 맞춰 달라고 부탁했다. 그 날은 공교롭게도 12월 31일이었다. 이 해의 마지막을 보지 싸움에서 이기려고 발벗고 나서야 한다니, 가슴 속이 찝찝하기는 했다. 나는 진찰실에서 보여준 CD와 함께 소견서, 그리고 노트북 PC를 소지하고, 약속한 그 곳으로 나갔다. 나는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안에서 부르면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나와 같이 복도에서 기다리던 사람은 남편 측에게 소견서를 써 준 정신과 전문의라고 했다. 아마도 이번 합의조정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정신분석 자료 중에서 어떻게 해야 정상 판정을 받을 수 있을지 사전 코치를 한 후에 검사를 하였지 싶었다. 종종 그런 일이 있었기에....그 의사에 이어, 방에서 나오고 나자, 내 이름이 호명 되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 조정 위원들의 기초적인 신상 질문을 받았고, 그녀와 같이 앉아있는 남편의 모습도 처음 대할 수 있었다.
‘제가 갖고 나온 자료는 김소은 환자에 대한 진찰 소견서와 그에 관련된 영상 자료 입니다. 그러니까 12월 00일 저희 병원을 방문해서 자궁경부 내시경을 검사 하던 도중, 녹화된 내용입니다. 녹화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설명을 해드릴까 합니다. 자, 보시는 것처럼, 저희 병원의 첨단 장비인, 경부 내시경이 천천히 환자의 경구를 타고 들어갑니다. 보이시죠? 불빛이 비쳐 보이는 저 동굴벽 처럼 보이는 것이 환자의 경도 입니다. 자 여기서 포우즈를 하면……제가 가리키고 있는 이 여러 곳의 환부가 보이시죠? 빛이 반사되어 맨질 맨질한 부위와 다르게, 입안이 까진 것처럼, 살갗이 부풀어 올라 찢어진 부위도 있고, 저 곳처럼 부어서 진물이 흘러내리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부위는 단순히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하였을 때는 생길 수 없는 상처들 입니다. 주먹은 물론이고, 과일, 채소, 리모콘, 식칼 자루 등등,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이면, 어느 것이고 가리지 않고, 환자의 환부에 상처를 낸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거의 열상에 가까울 정도로 흠이 간 저 부위는 형사상 문제시 될 수 있는, 상해 치상의 범주를 훨씬 상회하는 상처인 것이죠. 만일 저렇게 긁히고, 상처 받은 부위를 치료하려면 적어도 4주의 입원치료와 그에 더한 3주간의 통원치료, 도합 7주 정도의 치료기간을 요합니다.- 이건 내가 봐도 좀 뻥이긴 했다. 어찌 그런 상처를 가지고 7주가 넘도록 남의 여자 보지 벌려 놓고, 치료하는 척을 할 수나 있을까? – 게다가 환자가 저토록 변태적인 섹스의 희생물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그 정신적인 피해상황은 아마도 검사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만일 저런 상황의 변태적이고, 폭력적인 섹스가 지속된다면, 균의 감염은 물론이고,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숭고한 권리이자, 기쁨이라고 할 수 있는 임신과 출산,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이 진찰을 주관한 본인의 소견입니다.’
그녀가 옆에서 기쁨에 찬 눈물을 마구 흘리고 있었다. 둘러선 위원들은 나의 의견이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저런 쳐죽일 쇄끼가 있냐 라는 눈초리로 변해서 남편을 노려 보았고, 내가 인사를 마치고, 자리를 나올 때는 거의 성토의 분위기에 가까웠었다. 나는 방을 열고 나오면서 집에 돌아가려고, 가방을 챙기는 그 정신과 의사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메롱!’
내가 들어갔다가 나온 뒤로 한 시간도 채 못 되어서, 두 부부가 서로 다른 희비쌍곡선의 얼굴로 방을 나왔다. 나를 쳐다보며, 두고 보자는 얼굴로 씨벌덕 대며, 자신의 변호사와 사라지는 그 남편… - 다시 보자는 놈들 좇나 안 무섭더라! –
‘정말 이 은혜를 뭘로 갚아야 할런지…..’
그녀가 울먹이며, 말을 잇질 못했다. 옆에 있던 여자 변호사도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무 감사 드립니다. 같은 여자의 입장으로 너무 가슴 아팠는데, 선생님께서 이렇게 흔쾌히 도와 주셔서, 단번에 이혼청구가 받아들여 졌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그 변호사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몇 번 이고 조아렸다.
‘저야 뭐, 한 게 있습니까?, 세상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증거겠죠…’
변호사는 다음 재판 일정 때문에 바빠서 자리를 떠야 한다고 그랬다. 아마도 연말을 맞이하여, 마음도 급하고 일정도 빡씨게 짜여져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디 가서 식사라도 하실래요?’
‘식사는 제가 사야죠.’
그녀가 산다는 식사를, 나는 아니라며, 강권적으로 끌고서 그곳을 떠났다. 길거리는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선물을 배달하려는 차들로 북적대고 있었고, 가는 눈발이 거리를 덮기 시작했다. 나는 근처에 아는 중국집이 있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그녀는 좋다고 대답하고, 눈을 맞으며, 차를 주차장에 놔둔 체, 걸어가기 시작하고…..
‘선생님께서 그렇게 애를 써 주셨는데, 이렇게 점심까지 사신다는 건….’
‘괜찮습니다. 저도 긴히 드릴 말씀도 있구요….’
식사를 하는 도중, 눈발은 더욱 굵어지고 있었고, 나의 이야기도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층 구섞의 허름한 방도 두 사람을 가두어 놓은 채로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나는 써비스로 나온 군만두 까정, 날름 집어먹고 나서 배를 팅팅 뚜드렸다.
‘정말 놀라워요. 선생님, 그 말씀, 정말 사실이세요? 저는 도대체 뭐가 뭔지……’
‘제가 산부인과를 전공하기로 마음 먹은 게 오래 전 일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이죠. 그 직업이 아니고서야, 제가 미세스 김, 아니, 이제는 미스 김이라고 해야 겠네요. 김소은씨 같은 분을 찾기는 너무 어렵지 않았겠어요? 연애를 한다 한들, 제가 제게 맞는 짝을 찾으리라고는 절대 상상 할 수 없잖아요? 이게 다 하늘의 뜻인 거 같습니다. 저보고 결혼 하자고 덤비는 여자들을 허락했다가는 김소은씨와 반대되는 경우로 이혼을 강요 당했겠지요.’
‘그랬겠네요. 그럼…. 혹시…. 그 말씀 진짠지 볼 수 있어요? 그냥 한 번만….’
‘제가 말씀 드린 거 허락하시면요.’
그녀가 잠시 고개를 떨구고 말을 잊었다. 그러자, 고개를 들고 두 눈에 눈물이 글썽한 채로 말을 잇는다.
‘알았어요. 승낙할게요. 이게 인연이라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바지를 끌러 내의와 함께 주르륵 내려 버렸다.
‘허걱!’
그녀의 탄성과 비명….. 절친한 불알 친구 놈들과도 사우나를 같이 않 다녔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내가 봐도, 무궁화의 꽃봉오리 에서 모냥새를 따왔다는 태극기 깃봉만한 굵기와 교통 경찰이 휘둘러 대는 지시봉 보다 더 길다란 내 좇 때문이었다. 그녀가 내 좇을 감탄의 눈으로 올려다 보면서 강아지 머리 쓰다듬듯이 쓰다듬으며, 눈물이 촉촉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본다.
‘이게 인연이라면요….’
암, 인연이지, 인연이고 말구, 서로에게 맞춤으로 꼭 맞아 떨어지는 요런 속궁합의 환상적인 일치감…. 난 그래서 이혼 소송의 결말이 내 쪽으로 유리하게 된다면 바로 그녀에게 청혼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녀가 기뻐서 우는지, 아니면 이런 괴물 같은 좇대 랑만 살아야 하는 자기 자신의 신세가 서글픈 건지, 그건 잘 몰라도, 하여튼 간에, 웃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울다가 웃으면 똥꾸녕에 털 무작시리 나는데…..’
‘석호씨가 앞으로 저를 버리지만 않으시면요….’
‘버리긴요? 아니 이렇게 큰 트럭을 평생 어따 주차시킬 겁니까? 소은씨가 나에게 딱 맞는 영원한 주차장 이라니깐요!’
그녀가 웃으면서 그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내 좇에 감겨 혀를 휘감아 온다. 창밖에는 그 치아 처럼 하얀 눈이 두 사람을 축복해 주듯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고……
-끝-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나는 언제나 어떤 얘기라도 좋으니 해달라고 조르는 통에 진땀을 빼기 일 쑤다. 대개 산부인과 의사라고 하면 주구장창 여자 보지만 보고 있으니 얼마나 좋겠냐고들 하지만 사실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다고 확실히 얘기할 수 있었다. 대개 나의 일과는 분만, 상담, 검진, 그리고 불임 클리닉에 속해 있는 환자들의 관리로 나눌 수 있었다. 모두가 여자의 국부와 관련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자의 성기에 다른 이들 보다 집착이 심해서 이 분야를 택한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그 이유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의사가문의 혈통을 어떻게 내 대에서 끊을 수 있겠느냐는 열망에 부응 코져 발을 담갔을 뿐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석호야, 맨날 새로운 보지, 까보니 너는 얼마나 좋으냐?’
‘야, 말도 마라. 어디 은행원이 하루 종일 돈 세알린다고 그게 지 돈 되는 거 봤냐? 업무상 그냥 만져보고 지나가는 서류 같은 건데, 그게 무신 지 거라도 될 것인 양, 어떻게 얘기할 수 있다든?’
‘그래도, 넌 임마, 내진 하면서 손가락으로 환자 보지 쑤실 때, 아무런 감이 없다는 게야? 속일 걸 속여야지. 아무리 직업이기로 서니 눈 앞에 벌거이 응댕이 까놓고, 보지 쩍 하니 벌리고 있는데 그냥 무심하게 진찰만 한다뀨우? 니가 무신 부처님이나 되냐?’
솔직히 얘기하면 좀 그런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규정상, 내진 시에는 언제나 간호사가 보조로 돕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 속에서처럼 환자의 보지에 내 손가락 인양, 바지를 까 내리고 좇대가리를 쑤욱 집어넣는다든가 하는 허튼 수작은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두고 싶다. 다만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상상이야, 옆에 둘러선 간호사가 알 턱이 없었다. 사실 가지런히 보지 털을 밀고, 누군가 정리해 주었을 것 같은 모습으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환자들을 대할 때는 앙큼한 상상이 들지 않는다고는 말 할 수 없다. 나도 인간인데…..누가 밀어 주었을까? 보지 털을 밀면서 빨기도 했을까? 남편 일까? 남친 일까?.... 온갖 상상을 해보지만, 옆에서 보조를 하고 있는 간호사의 눈치에 걸릴까 이내 생각을 접곤 하는 것이 사실이다. 맨 처음에는 환자의 얼굴과 보지의 모습에 대한 뇌 속의 연결고리가 시원찮아서 누가 누구 였는지 구분이 가질 않았지만, 이제는 제법 보지의 모냥새만 대해도 누구의 것인지 금방 감이 오곤 한다. 이걸 가르켜 투철한 직업의식이라고 말하는가 싶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은 응큼한 상상 보다는 보다 빠른 시간 안에 환자가 느끼고 있는 수치심을 줄여 주면서, 내진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서두르기까지 하는 걸 보면, 나도 영락 없는 의사가 천직이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나는 여자들이 검진대에 올라가 두 다리를 버쩍 들어, 벌리고, 다리를 거치한 상태에서, 복부 위로 가림 커튼이 쳐지기는 해도 의사가 묻는 질문에, 빠짐없이 대답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지독한 수치심을 느낀 다는 것을 설문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환자들은 되도록이면, 내진 시에는 조용하게, 그리고, 질문은 나중에, 라는 공식을 선호하고 있었다. 환자들도 말은 입 밖으로 안 해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일탈적 상상에 빠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 이기도 했고…검사 시에 가장 수줍어 하는 부류는 역시, 임신 여부를 검사 받기 위해 생전 처음 가랭이를 벌리는 임산부들 이었다. 나는 특히나 임산부들을 검진 할 때에는 심성을 가다듬고서 임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네들은 아이를 잉태해서 숭고하게 키워갈, 또는 키우고 있는, 엄마라는 험난한 길을 걸어가는 이들 이었기 때문이다. 설혹 내가 품는 흑심이나 못된 상상이 그 숭고함에 먹칠이라도 할까 봐 조심하는 것…그런데도 사람들은, 친구들은 의사로서가 아닌, 남자로서의 못된 상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라는 예측을 버리질 못하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류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자들 이었다. 대개 이런 부류의 표본은 진찰을 받으러 오면서도, 자신은 임신한 사람이 아니걸랑요 라는 듯한 차림새로 온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환자들은 내진 시에 거추장스럽고, 불편할 까봐, 꽉 끼는 바지나 스타킹을 꼭 신어야 하는 타이트 스커트나 양장을 절대 입는 법이 없었지만, 그네들은 달랐다. 지금의 이 몸매와 분위기의 지속적인 유지에 선생도 동참해 주셔 라는 듯한 그네들의 뻔뻔스러움이 나는 제일로 싫었다.
‘들어 오세요…’
누군가 똑똑하면서 진찰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 앉으세요. 어떻게…’
나는 환자의 얼굴을 되도록이면 뚫어지게 쳐다보질 않는다. 어떤 환자가 나에게 얘기한 것 때문이었다. 처음에 나는 환자를 정성껏 보살핀다는 의지를 보여주려고, 살갑게 시선을 고정했었는데, 그 환자의 얘기는 달랐다. 그 시선 속에서 내가 환자의 은밀한 부위에 대한 연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혼란스럽고, 창피 했다는 고백 때문이었다. 앞에 앉은 여자는 나이가 서른이 채 안된 것 같은 얼굴 이었고, 애띄고, 자그마한 두상의 여자였다.
‘김소은씨, 어디가 불편하신지?’
‘자꾸 피가 비치고, 아파서….’
‘아, 그래요? 그럼 진찰대로 가시죠, 내진을 해야 될 것 같네요. 멘스는 언제 하셨죠?’
‘바로 그저께 끝났습니다.’
나는 잠시,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간호사가 그 여인이 옷을 벗는 것을 도와 주고, 간략한 설명과 함께 검진대로 올라갔다. 지금쯤이면 가리개 커튼이 쳐져 있고, 환자와 나와는 커튼 하나로 분리된 채로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었다. 나는 진찰대 옆의 커튼을 제치고 들어가, 내진용 장갑을 끼고, 엷게 윤활제를 발랐다. 의자에 앉아서, 벌려진 환자의 부위를 보는 순간, 내 눈알이 본의 아니게 왕방울 만큼 커져 버렸다. 아니 이럴 수가?
‘으흠…..’
나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대개 많은 여성들의 음부를 보아왔지만, 이런 스타일은 생전 처음 이었다. 친구들이 농 삼아 백마 타 봤느냐, 나는 출장 가서 한번 해 봤는데, 완죤히 라면그릇에 젓가락 휘돌리기 더라는 둥, 갖은 구라 들을 풀어 댔지만, 이번 경우는 좀 틀린 것 같았다. 외부로 돌출된 음순은 그다지 늘어지지도, 색도 검지 않았지만, 그 경구의 초입은 가히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기에 그랬다. 애널과 둔덕 사이의 기본적인 한국 여자의 치골구조와 비율을 상회하는 그 환자의 음구의 크기는 과히 연구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까지 총각이었고, 차일피일, 선보라는 가족들의 성화도 뒤로 미루고 있는 나였지만, 도대체 얼굴만 보고 결혼했다가, 이런 환자라도 만난다면 어찌될까 하는 상상이 앞서기 까질 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녀의 음순을 양쪽으로 조금 벌려 보았다. 끔쩍 놀라는 그녀의 반사적인 경련이, 둔부의 근육을 긴장시키면서, 항문의 주름을 깊게 패이게 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회음부와 경구 사이가 그것도 여러 차례 찢어진 흔적이 보이고 있었고, 음순의 좌우에도 피부가 약간 헐어 있었다. 이런 경우, 드물기는 하지만 감기약 이라든가 항생제가 함유된 약을 먹었을 경우에, 음구 주변이 벌겋게 부어 오르는, 특이성 알러지 증상을 갖고 있는 여성들의 증세와 유사하게 보이고 있었지만, 표피의 상태로 보아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을 이용해서 발라진 윤활제를 경구 주변에 바르려고 했는데,
‘아얏…..음… 죄송해요. 나도 모르게 너무 쓰라려서….’
그녀의 경구는 정도 이상으로 길게 째져 있는 독특한 형태 였지만 곳곳이 부어 있어서 내 손가락 끝이 경구 주변에 닿는 것 만으로도 자지러 지는 것이었다. 경구의 주변은 비교적 깨끗한 스타일 이었다. 진찰을 위해서 뒷물을 하고는 왔을 테지만, 성병이 있다거나, 요도염 등을 수반했을 경우, 주변의 발진이나 감염 정도에 따라 통증이 뒤따랐기 때문에 깨끗이 씻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진찰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우선 손가락을 경도로 집어넣기 전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성병에 대한 검사를 위해 음구 주변의 표피를 시험 면봉으로 가볍게 긁어, 검사 플라스크에 넣고 밀봉하도록 간호사에게 주었다. 환자는 건드려진 부위의 통증으로 인해서 무척 긴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을 천천히 집어넣으며,
‘아프시면 아프다고 말씀하시고, 긴장을 푸세요, 아셨죠?’
‘네….읍…..’
대답을 하면서도 경도로 따라 들어가는 내 손가락에 통증을 참아내는 음성이 역력했다. 길다랗게 째져있는 경구와 다르게 경도는 그런대로 평범한 것 같았다. 그러나, 환자의 참을성이 한계에 달했는지,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했다.
‘저….저… 선생님… 너무..아파서…..’
‘네 알았습니다. 일어나서 옷 갈아 입으십시오.’
진찰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경도는 부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부어 오른 경도의 크기가 보통 여자들의 크기라니, 아니 그럼, 평소의 크기라면, 이거 동굴도 그런 동굴이 없을 거인디….. 나는 장갑을 벗고 손을 씻은 뒤에, 자리로 돌아와 ,진찰 기록서를 작성하기 위해 몸을 틀어 모니터를 바라다 보았다.
‘부위가 너무 부어 있어서 뭐라 말씀 드리기가 그렇네요. 우선 이렇게 해보죠. 결혼 생활 하시는 분들은 자신도 모르게 성병 같은 것에 감염될 확률이 높지요. 간호사가 설명해 주는 대로 소변검사 받으시고요, 2층으로 올라가셔서, 자궁경부 내시경이랑, 혈액검사 예약하셔서 검사 받으시고, 그리고, 그 결과를 갖고 얘기하도록 하죠. 그 동안은 부부생활을 좀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그냥 물로 닦으시는 것보다 미지근한 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세척하시던가, 아니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정액을 물에 풀어 사용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럼, 검사 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환자가 일어서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간호사를 따라 추가 검사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 뿐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그 시간 부로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또다시 바쁜 일과로 되돌아가고….일주일이 지나고, 점심을 먹은 뒤, 의자에 기대어서, 한참 달콤한 낮잠에 빠져 있는 내 방에, 누군가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왔다. 내시경 클리닉에 있는 닥터 윤 이었다.
‘닥터 진, 이것 좀 봐 봐요.’
‘뭔데?’
‘아무래도 이상해요.’
그녀는 CD 한 장을 건네 주면서 틀어 보라고 했다. 그 CD에는 얼마 전, 내가 내진 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도가 부어 있었다던 그 환자의 내시경 촬영 장면의 복사본이 들어가 있었다.
‘여기 이거 보이죠? 나는 이런 상처, 인턴 시절에 윤간 당한 환자 말고는 본 적이 없어서요. 저 상처들, 성기나 딜도 로는 생긴 것 같질 않죠?’
그건 그랬다. 그건 분명 날카로운 칼끝 같은 것으로 긁어 놓은 상처가 분명했다.
‘혹시 중절 시에 겸자에 닿아서 생긴 게 아닐까?’
‘아니에요. 검사 전, 질문자료에는 임신 경험도 없었고, 중절은 더더욱 이나요.’
‘혈액이랑, 오줌검사는 어떻게 되었고?’
‘깨끗해요. 성병도 없고, 잡균, 조끔 있었는데, 그거야 월경 직후 라니깐 있을 수도 있는 수치고,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만일 강간이나 윤간을 당했다 치더라도 그런 성추행 사건의 경우에는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사건으로 접수가 안 된다고 들었는데, 내가 잘 못 알고 있나?’
‘그건 그런데요. 아무래도 무언가 숨기고…’
‘사정이야 있겠지… 만일 그런 사고를 당했다면, 얼굴이 온전 했겠어? 그리고, 그런 지경이었다면 보호자가 따라 왔을 텐데….우리가 너무 오바 하는 거 아냐?’
‘하긴….근데, 선배….’
그녀는 사적인 이야기를 꺼낼 때면 의례 그렇게 선배라고 불렀다.
‘나 어제 부모님께 말씀 드렸어요. 이번 주말에 시간 좀 내 봐요. 이렇게 하루하루 기둘리다 사람 미쳐 죽일 일 있어요?’
‘어허, 또 그런다. 인사는 무신 인사? 내가 그랬지, 니가 아무리 까불어도 나랑은 결혼할 생각, 꿈도 꾸지 말라고 말이야. 난 안 간다! 시간이 남아도 갈 맘 없어. 괜시리 헛물 켜지 말고 딴 총각 의사들이나 알아봐. 너 좋다는 거 머시냐, 대학병원 병리과의 닥터 최도 목을 메고 있고, 불임 클리닉에 있는 닥터 박도 니 추종자 아니냐? 왜 괜시리 조용히 잠자고 있는 늙은 사자의 장딴지에 불침을 들이대나, 들이대길?’
‘그래도 선배! 내가 그렇게도 싫어요? 다른 사람들은 젖비린내 나는 것이 당췌…..’
‘그만허자…. 나 바쁘다. 오후진료도 밀렸고, 다음 주 학회 세미나 준비에 벌써부터 똥오줌 못 가리고 하기스 차고 있는 거 안 뵈냐?’
씩씩 거리며, 방을 나서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것도 아니고, 잊을만 하면 심심찮게 들러서리, 내 심사를 불 싸질러 놓고 가는 그녀. 결혼은 뭐 그리 떡 먹듯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거라고 누가 그러디? 나는 잠도 달아난 김에 간호사에게 그 환자의 챠트를 갖고 오라고 일렀다. 그리고, CD를 빼서는 챠트에 별도로 보관하라고 시킨 뒤에, 그 환자에게 연락해서 빠른 시일 내에 병원으로 오도록 부탁하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저, 선생님, 아까 말씀 하신 환자분, 김소은씨요…. 그 CD 넣어 두라시던….’
‘아!, 어서 들어 오시라고 하세요.’
연락도 하질 않았는데, 그녀가 진찰실로 들어섰다.
‘다음 환자분 예약까지 얼마나 남아있지?’
‘한 15분이요.’
‘알았어요. 나가봐요.’
나는 그 환자에게 들으라는 듯이 일정의 촉박함을 미리 예고했다.
‘마침 오셨네요. 오늘 결과가 다 나와서, 그렇지 않아도 연락 드리려던 참인데요.’
‘결과가 어떻게….’
‘그게, 소변 및 혈액 검사랑, 성병 검사에서는 소견이 아주 깨끗하게 나왔는데요, 자궁경부 내시경 도중에, 몇 가지 의문스런 곳이 발견이 되어서 말이죠. 이걸 좀 보시겠어요?’
나는 그 여자가 앉은 자리에서 잘 보일 수 있도록 대형 LCD 모니터를 틀어서 그 여자를 향해 보여주었다.
‘ 자, 여기 화면이 움직이면서 밝은 불빛으로 비추면서 동굴같이 생긴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이죠? 이것이 극소형 카메라로 비춘, 자궁 입구로 가는 경도 입니다. 저기, 저 끝에 돌기처럼 되어 있는 부분이 자궁 입구고요…. 그런데, 이 부분, 제가 요렇게 포우즈를 했는데…, 이제 됐네…..설명해 드릴께요. 이 부분에 열상도 아니고, 자상도 아닌, 이상한 흉터 같은 곳이 곳곳에 드러나서 말이죠. 보이시죠? 이 부분?’
그런데,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보고 있질 않았다.
‘….. 다 알고 있어요. 말씀하지 않으셔도 말이죠.’
‘아니, 다 알고 계시다는 것이 무슨….’
‘다른 사람들에게는 창피해서 말도 못해요. 선생님 이시니까 믿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사실 저 상처들은 전부, 남편이……. 만들어 놓은 거에요.’
‘아니, 남편께서 어찌…..’
‘선생님도 진찰해서 아셨겠지만 제 몸이 다른 사람들 보다 좀 특이한 건 사실 이잖아요? 그렇죠? 아마 그런 여자, 이곳에서 보기 드물었을 겁니다.’
‘그거야….. 그렇긴….. 해도…..’
나는 나의 심중을 들킨 것이 아닌가 해서 본의 아니게 말끝이 흐려져 버렸다.
‘사실 결혼 하고서, 첫날 밤, 남편과 초야를 치루고, 천장만 바라다 보면서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그 상황을 저로서는 전혀 납득할 수가 없었어요. 혼전 성교도 없었을 뿐더러, 중매 이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조신하게 교육받고, 커 왔다고 생각해 왔는데, 첫날밤을 치루고 나서, 그 이의 태도가 점점 과격하고 포악스럽게 변해 가는 것이었어요. 맨 처음에는 걸레라는 욕부터 시작해서, 날이 갈수록 그 욕과 저에게 해대는 짓거리가 정도를 넘어서고는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쯔음 가다가 수그러 들겠지 하는 생각에, 무시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제 성기의 형태가 원래 그런데다가, 너무나 열심히 내둘렀기에 생겨난, 후천적인 부분도 있을 거라는 자기만의 예측과 상상을 해가면서 저를 들들 볶기 시작한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후천적 요소는 없고, 오로지 선천적으로 그렇게 타고 나신 것 같은데…. 사실 아이를 출산한 경험도 없으시잖아요? 간혹 아이를 자연분만 하신 분들의 순조로운 분만을 돕기 위해 회음부를 절개 하는데, 별일 없을 거라면서 그냥 놔두었다가 미처 덜 마무리 되어 경구의 입구가 벌어진 채로 아무는 경우는 왕왕 있어 왔지요. 그래서 절개해 놓은 부분은 반드시 꿰매되, 본래보다 조금 바짝 조여서 꿰매게 되죠, 그래서요?’
‘이렇게 예약도 없이 불쑥 찾아 뵌 것은, 진찰 당시에, 제가 신청한 이혼문제 때문 입니다. 남편은 그 이혼 청구 소송이 이유 없다고 맞서고 있고, 저는 물적 증거물을 마련하기 위해서 선생님께 진찰을 받은 것이죠. 소견서로 제출하거나 아니면, 번거로우 시겠지만 선생님께서 합의 조정 위원들에게 저의 사정을 설명해 주십사 하고요.’
‘글쎄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그래도 그 상처의 내력에 대해 뭔가를 알아야, 저도 저 나름대로의 소견서를 작성할 수 있지 싶은데요. 그리고 소견서만 갖고서, 그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이해를, 조정위원들인가 뭔가 하는 분들에게 김소은씨 스스로 납득 시키시기에 어려웁지 싶은데…..’
‘말씀 드릴께요.’
그녀는 말을 하려다, 시계를 내려다 보고는,
‘벌써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대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나 되었네요. 오늘 저녁에 시간, 어떠세요? 제가 저녁이라도 사면서 말씀 드리고 싶은데….’
‘그러시죠, 뭐….’
‘지금은 친정에 나와 있어요. 이게 제 핸폰 번호에요. 끝나실 시간 즈음에, 근처 카페에 와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그 환자는 예의 바르게도 내 일정을 망가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상담 시간을 조절하고서는 방을 나섰다. 그러기가 쉽지는 않은데…..
‘따르릉….’
‘여보세요? 저 닥터 진석홉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곧 그리로 나가죠.’
나는 세미나 준비로 집에 가서 날밤을 까야 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녀의 약속을 뿌리치질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포티한 차림의 쪽 붙는 청바지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반코트를 입은 채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병원에서 볼 때 보다도 서너 살은 젊어 보이고, 누가 보면 처녀라고 해도 좋을 스타일 이었는데……
‘이렇게 병원 뿐만이 아니라, 바깥에서도 괴롭게 해드려서 송구스럽네요.’
‘아닙니다. 다 제 일인데요. 식사는 뭘로?’
‘전 양식이나 패스트 푸드는 별로라서…. 제가 잘 아는 한식집이 이 근처에 있어요. 가시죠. 제가 모실게요.’
그녀는 나를 데리고 근처에서 가까운 그 정통 한식집으로 향했다. 방으로 예약을 이미 해 놓았고, 코스로 된 한국 전통 궁중요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상의 규모가 어마어마 했다. 거지반 요리가 나오고, 식사가 진행될 즈음에 그녀가 얘기를 시작했다.
‘병원에 들어서기 전에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릅니다. 진찰만 하고 돌아갈까? 아니면, 진단서를 끊으러 왔으니, 잘 살펴 달라고 아예 까 놓고 들이댈까? 암튼 무척 복잡한 심정을 가까스로 추스리고 병원 문턱을 넘었다는 것을 우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러셨을 겁니다. 부군 되시는 분은 실례지만 연세가…..’
‘저보다 일곱 살이 연상입니다. 그런데 그건 왜요?’
‘간혹 나이 차이로 인해 섹스 트러블이 생기는 수도 빈번하거든요. 그래서 여쭈어 본 겁니다. 다른 의도는 아니구요.’
‘저는 결혼 하기 전까지 부부간의 섹스가 그리도 중요한 삶의 과정인지 정말 몰랐어요. 남편의 나날이 부패되어 가는 편견을 대할 적마다, 내가 왜 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저를 보란 듯이 키워 놓으신 부모님 생각을 하면, 또 어쩌나, 참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셀 수 없이 했지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저는 아직 미혼 입니다만, 부부간에는 두 가지 언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나는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하는 언어라는 것이 그것 이고, 나머지 하나가 말은 필요 없으되, 몸이 전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발동하는 섹스가 나머지 것이라고요. 저야 뭐, 실감해 보지는 않았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아무리 피곤해도 배설 해야 될 정액이 몸 안에 너무 오랜 동안 남아 있으면 괜시리 나날들이 짜증스러워 지는 것을 경험해 왔는데, 그게 그런 종류가 아닐까 합니다.’
‘남편의 섹스는 좀 달랐어요. 그것은 자신의 편견에서 비롯된 일종의 보복 같은 분위기 였지요. 저란 사람을 끝끝내 개걸레로 몰아가는 그 파렴치한 궁극의 정점….아마 상상이 가지 않으실 거에요. 저는 집에서 혼자 있을 때에는 집안의 물건들을 살펴보는 것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요.’
‘가사 업무가 고되신가 봐요?’
‘아니요. 그 반대에요. 제가 살피는 것들은 손아귀에 쥘만한 물건들을 말합니다. 남편은 귀신같이 찾아내서는, 제 보지에 그 찾아낸 물건들을 쑤셔 넣고 좋아합니다. 손아귀보다 작은 것은 않 박혀 본 것이 없어요. 라이타, 식칼 손잡이, TV 리모콘, 채소란 채소, 과일이란 과일 중에서 좇같이 생긴 것들은 안 쑤셔 넣어본 것이 없을 정도죠. 얼마전 부터는 외국에선 한가닥 외설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하면서, 팔뚝만한 딜도도 모자라는지, 그 놈의 피스팅 인가 뭔가를 한다고, 제 보지가 찢어져라 주먹을 쑤셔 넣는데, 정말 눈이 돌아갑디다.’
‘아니 손을 넣다뇨? 손가락도 아니고설랑….’
‘하긴 애는 낳아 보지도 않았지만… 남편은 그러대요. 애새끼 대가리가 빠져 나오는 보지구녕 인데, 이깟, 손이 문제가 되겠느냐면서, 발까지 집어 넣으려다가, 싸움이 크게 일어나 이지경이 된 겁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창피해서 말도 못하죠. 이혼 사유가 남편이 좇 같이 생긴 것은 종류를 안 가리고 쑤셔 넣는다 인데, 이걸 어찌, 극단적인 재판 과정이나 이혼 소송이 아니고서 발설할 수 있겠어요? 은밀하게 안방에서만 벌어지는 부부간의 섹스얘긴데 말이죠.’
남편이란 사람은 그녀의 음부가 남달리 황량할 정도로 크고 넓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평범한 좇대가리로는 어림도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서, 그렇게도 흉측한 물건들을 찾아다가 그녀의 보지에 쑤셔 놓고 즐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간혹 부부 상호간, 합의에 의해 즐겁자고 한다면 모를까, 이건 일방적이고도, 폐해가 지대한,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상습적 인신공격이었고, 정신적, 육체적 테러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상처는 아마 남편의 손톱이나 뭐 그런 것 때문에 생긴 걸 겁니다. 맨 처음에는 순순히 손가락 한 개, 두개, 이렇게 시작하다가 닭 똥꾸녕 처럼 손끝을 모아서는 윤활유를 쳐 발라 쑥쑥 쑤셔대기 시작하죠. 저도 미친 년이지. 그렇게 하는 걸, 내친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급기야, 가뜩이나 큰 제 보지 구녕 에다가 기름칠 까지 해댔으니 그 손이 가만히 있었겠어요? 쑥 밀려 들어가고, 남편은 보지 안으로 손을 다 쑤셔 넣은 채로 오만 짓거리를 다하고 마는 것이죠. 보지가 찢어질 듯이, 아픈 것도 견디기 힘들지만, 아마 선생님은 모르실 거에요. 그런 상태에서 손 끝으로 자궁 입구를 주둥이 쥐고 흔들듯이, 쥐어 땡질 때의 그 괴로운 느낌을 말이죠…그게 그 상처의 전모에요. 아마 다른 이상한 것들을 쑤셔 넣어서 생긴 찰과상 같은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겁니다. 제가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그런 행위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하며, 그렇지 않더라고 하더라도 상처를 깊게 만들어, 이를 테면 임신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 라든가, 뭐 이런, 일상적인 생활을 지탱해 나가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조정 위원들에게 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그게 효과가 있을까요? 그것 보다는 부군 되시는 분의 정신감정 의뢰가 더 중요한 증거가 되지 싶은데요…..’
‘그건 이미 남편이 누굴 통했는지는 몰라도, 정신과 전문의로 부터 지극히 정상이란 소견서를 확보해 놓고 있는 실정이라 들이댈 수가 없답니다. 제가 믿고 있는 것은 오직 선생님 뿐이라구요. 불쌍한 년 하나 구제해 주신다는 심정으로, 한번 나서 주시지 않겠어요? 제가 이렇게 머리 조아려 빌께요. 저, 그 인간이랑 다신 살기 싫어요. 다시 살아야 한다면 오히려 죽는 편이 나아요. 흑흑… 선생님 도와주세요…. 흑흑…..’
밥을 먹다 말고 내 앞에 엎드려 울고 있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나는 그 날, 식사를 마치고, 다음 주에는 세미나가 있어서 어려울 것 같으니 합의조정 심판 일을 그 다음주로 맞춰 달라고 부탁했다. 그 날은 공교롭게도 12월 31일이었다. 이 해의 마지막을 보지 싸움에서 이기려고 발벗고 나서야 한다니, 가슴 속이 찝찝하기는 했다. 나는 진찰실에서 보여준 CD와 함께 소견서, 그리고 노트북 PC를 소지하고, 약속한 그 곳으로 나갔다. 나는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안에서 부르면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나와 같이 복도에서 기다리던 사람은 남편 측에게 소견서를 써 준 정신과 전문의라고 했다. 아마도 이번 합의조정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정신분석 자료 중에서 어떻게 해야 정상 판정을 받을 수 있을지 사전 코치를 한 후에 검사를 하였지 싶었다. 종종 그런 일이 있었기에....그 의사에 이어, 방에서 나오고 나자, 내 이름이 호명 되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 조정 위원들의 기초적인 신상 질문을 받았고, 그녀와 같이 앉아있는 남편의 모습도 처음 대할 수 있었다.
‘제가 갖고 나온 자료는 김소은 환자에 대한 진찰 소견서와 그에 관련된 영상 자료 입니다. 그러니까 12월 00일 저희 병원을 방문해서 자궁경부 내시경을 검사 하던 도중, 녹화된 내용입니다. 녹화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설명을 해드릴까 합니다. 자, 보시는 것처럼, 저희 병원의 첨단 장비인, 경부 내시경이 천천히 환자의 경구를 타고 들어갑니다. 보이시죠? 불빛이 비쳐 보이는 저 동굴벽 처럼 보이는 것이 환자의 경도 입니다. 자 여기서 포우즈를 하면……제가 가리키고 있는 이 여러 곳의 환부가 보이시죠? 빛이 반사되어 맨질 맨질한 부위와 다르게, 입안이 까진 것처럼, 살갗이 부풀어 올라 찢어진 부위도 있고, 저 곳처럼 부어서 진물이 흘러내리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부위는 단순히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하였을 때는 생길 수 없는 상처들 입니다. 주먹은 물론이고, 과일, 채소, 리모콘, 식칼 자루 등등,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이면, 어느 것이고 가리지 않고, 환자의 환부에 상처를 낸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거의 열상에 가까울 정도로 흠이 간 저 부위는 형사상 문제시 될 수 있는, 상해 치상의 범주를 훨씬 상회하는 상처인 것이죠. 만일 저렇게 긁히고, 상처 받은 부위를 치료하려면 적어도 4주의 입원치료와 그에 더한 3주간의 통원치료, 도합 7주 정도의 치료기간을 요합니다.- 이건 내가 봐도 좀 뻥이긴 했다. 어찌 그런 상처를 가지고 7주가 넘도록 남의 여자 보지 벌려 놓고, 치료하는 척을 할 수나 있을까? – 게다가 환자가 저토록 변태적인 섹스의 희생물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그 정신적인 피해상황은 아마도 검사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만일 저런 상황의 변태적이고, 폭력적인 섹스가 지속된다면, 균의 감염은 물론이고,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숭고한 권리이자, 기쁨이라고 할 수 있는 임신과 출산,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이 진찰을 주관한 본인의 소견입니다.’
그녀가 옆에서 기쁨에 찬 눈물을 마구 흘리고 있었다. 둘러선 위원들은 나의 의견이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저런 쳐죽일 쇄끼가 있냐 라는 눈초리로 변해서 남편을 노려 보았고, 내가 인사를 마치고, 자리를 나올 때는 거의 성토의 분위기에 가까웠었다. 나는 방을 열고 나오면서 집에 돌아가려고, 가방을 챙기는 그 정신과 의사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메롱!’
내가 들어갔다가 나온 뒤로 한 시간도 채 못 되어서, 두 부부가 서로 다른 희비쌍곡선의 얼굴로 방을 나왔다. 나를 쳐다보며, 두고 보자는 얼굴로 씨벌덕 대며, 자신의 변호사와 사라지는 그 남편… - 다시 보자는 놈들 좇나 안 무섭더라! –
‘정말 이 은혜를 뭘로 갚아야 할런지…..’
그녀가 울먹이며, 말을 잇질 못했다. 옆에 있던 여자 변호사도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무 감사 드립니다. 같은 여자의 입장으로 너무 가슴 아팠는데, 선생님께서 이렇게 흔쾌히 도와 주셔서, 단번에 이혼청구가 받아들여 졌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그 변호사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몇 번 이고 조아렸다.
‘저야 뭐, 한 게 있습니까?, 세상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증거겠죠…’
변호사는 다음 재판 일정 때문에 바빠서 자리를 떠야 한다고 그랬다. 아마도 연말을 맞이하여, 마음도 급하고 일정도 빡씨게 짜여져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디 가서 식사라도 하실래요?’
‘식사는 제가 사야죠.’
그녀가 산다는 식사를, 나는 아니라며, 강권적으로 끌고서 그곳을 떠났다. 길거리는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선물을 배달하려는 차들로 북적대고 있었고, 가는 눈발이 거리를 덮기 시작했다. 나는 근처에 아는 중국집이 있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그녀는 좋다고 대답하고, 눈을 맞으며, 차를 주차장에 놔둔 체, 걸어가기 시작하고…..
‘선생님께서 그렇게 애를 써 주셨는데, 이렇게 점심까지 사신다는 건….’
‘괜찮습니다. 저도 긴히 드릴 말씀도 있구요….’
식사를 하는 도중, 눈발은 더욱 굵어지고 있었고, 나의 이야기도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층 구섞의 허름한 방도 두 사람을 가두어 놓은 채로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나는 써비스로 나온 군만두 까정, 날름 집어먹고 나서 배를 팅팅 뚜드렸다.
‘정말 놀라워요. 선생님, 그 말씀, 정말 사실이세요? 저는 도대체 뭐가 뭔지……’
‘제가 산부인과를 전공하기로 마음 먹은 게 오래 전 일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이죠. 그 직업이 아니고서야, 제가 미세스 김, 아니, 이제는 미스 김이라고 해야 겠네요. 김소은씨 같은 분을 찾기는 너무 어렵지 않았겠어요? 연애를 한다 한들, 제가 제게 맞는 짝을 찾으리라고는 절대 상상 할 수 없잖아요? 이게 다 하늘의 뜻인 거 같습니다. 저보고 결혼 하자고 덤비는 여자들을 허락했다가는 김소은씨와 반대되는 경우로 이혼을 강요 당했겠지요.’
‘그랬겠네요. 그럼…. 혹시…. 그 말씀 진짠지 볼 수 있어요? 그냥 한 번만….’
‘제가 말씀 드린 거 허락하시면요.’
그녀가 잠시 고개를 떨구고 말을 잊었다. 그러자, 고개를 들고 두 눈에 눈물이 글썽한 채로 말을 잇는다.
‘알았어요. 승낙할게요. 이게 인연이라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바지를 끌러 내의와 함께 주르륵 내려 버렸다.
‘허걱!’
그녀의 탄성과 비명….. 절친한 불알 친구 놈들과도 사우나를 같이 않 다녔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내가 봐도, 무궁화의 꽃봉오리 에서 모냥새를 따왔다는 태극기 깃봉만한 굵기와 교통 경찰이 휘둘러 대는 지시봉 보다 더 길다란 내 좇 때문이었다. 그녀가 내 좇을 감탄의 눈으로 올려다 보면서 강아지 머리 쓰다듬듯이 쓰다듬으며, 눈물이 촉촉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본다.
‘이게 인연이라면요….’
암, 인연이지, 인연이고 말구, 서로에게 맞춤으로 꼭 맞아 떨어지는 요런 속궁합의 환상적인 일치감…. 난 그래서 이혼 소송의 결말이 내 쪽으로 유리하게 된다면 바로 그녀에게 청혼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녀가 기뻐서 우는지, 아니면 이런 괴물 같은 좇대 랑만 살아야 하는 자기 자신의 신세가 서글픈 건지, 그건 잘 몰라도, 하여튼 간에, 웃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울다가 웃으면 똥꾸녕에 털 무작시리 나는데…..’
‘석호씨가 앞으로 저를 버리지만 않으시면요….’
‘버리긴요? 아니 이렇게 큰 트럭을 평생 어따 주차시킬 겁니까? 소은씨가 나에게 딱 맞는 영원한 주차장 이라니깐요!’
그녀가 웃으면서 그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내 좇에 감겨 혀를 휘감아 온다. 창밖에는 그 치아 처럼 하얀 눈이 두 사람을 축복해 주듯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고……
-끝-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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