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갈등(1)
※ 이 글은 천육백년전에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하기 전 안배해 놓은 시공을 초월한 사건이 전개되는 상황을 가상적으로 창작한 것입니다.
대륙 동북쪽에서 만주와 한반도를 잇는 거대한 제국 고구려의 강력한 군사력이 버티고 있는 한 수나라의 중국 통일은 바람앞의 촛불과 같았다.
수의 문제는 제국 고구려의 국가책략이 한반도를 중시하며 신라와 백제를 압박하고 멀리 왜를 지배하기 위한 군사력 배치 덕분에 제국의 눈을 피해 진의 대륙통일 이래 삼백년만에 남북조 시대를 끝내고 겨우 자신의 힘으로 작은 통일을 이루기는 했지만 고구려 황제로부터 국가승인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또 다시 정통성을 문제삼는 호족세력들이 봉기하여 끝없는 혼란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만약 고구려가 대륙통일을 못마땅히 여겨 자신의 황제 인준을 거부한다면 반도의 서쪽에 거대한 세력을 구축한 백제의 힘을 빌려 안팎의 저항을 해서라도 정통성을 부여 받아야만 한다.
몇일전 백제의 왕자가 지배하는 왜의 아스카제국으로부터 오노노이모코라는 사신이 가져온 대륙통일 축하서찰을 읽어보니 자신을 멸시하는 말이 맘에 걸렸다.
문자를 겨우 쓰기 시작한 탓이겠거니 이해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지만 자기들을 가리켜 일출하는 곳의 황제라 칭하고, 자신에겐 일몰하는 곳의 황제라 칭한 것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제국 고구려로부터 군사적 압박을 받게 될 때 삼면에서 협공하여 살아 남으려면 분노한 마음으로 사신을 죽이는 것보다 잘 타일러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아스카의 왕 쇼오토쿠타이시에게 친구의 예를 갖추고자 친서를 써서 사신에게 전하도록 목숨을 부지시켜줬다.
고구려의 남진정책이 계속될수록 백제와 신라의 국력은 쇄약해져 갔다. 다행이 태자 성덕이 멀리 왜로 이주하여 아스카문화를 개창하고 미개한 원주민들을 교화하여 문화를 통한 성공적인 지배가 이루어짐에 따라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여 나라를 고구려에 잃는다 하더라도 백성 모두를 이주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신라는 왕위 계승문제로 혼란을 겪던 가야국을 점령한 이래 국력이 충만하여 고구려의 남진정책에 대항할 군사력은 절대 부족한 반면, 화랑정신으로 무장된 젊은 층의 탄탄한 지지를 기반으로 왕국의 국토가 유린당하는 정도가 덜 했다.
고구려의 야망은 무엇인가?
광개토왕은 서쪽으로 요동을 차지하고 동북의 전진을 복속시켰고, 남으로는 백제를 쳐서 임진강과 한강 어간까지 영토를 확대하였다. 또한, 신라에 들어온 왜의 군대를 낙동강 유역에서 물리치고 신라 지역에 군사를 주둔시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었다.
수백년동안 중국대륙을 지배하던 제국 고구려의 장수왕은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고 강력한 남진 정책을 추진하였다. 고구려의 남진정책은 백제와 신라에게 매우 큰 위협이 되었고 이에 대처하고자 하는 백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나제동맹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장수왕은 대대적으로 백제를 공격하여 한성을 함락시키고 한강유역을 차지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강 이남의 경기도 및 충청도 남북부도 일부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하였다.
형식적으로는 백제며 신라라는 국호를 사용할 뿐이지 고구려의 지배는 형제의 도를 넘어선 주종관계와 같아서 반도의 지배권은 고구려에 의해 장악되어 있었다.
사실 제국 고구려는 백제와 신라를 형제로서 대하고 싶었다. 거대한 중원 대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지금에 와서 만약 조그만 속국인 백제와 신라가 남북조시대를 마감하고 새로 시작한 수나라와 손잡고 협공해 들어오면 천하통일은 꿈이 될 뿐이다.
어쩌면 백제와 신라는 엉덩이에 꽂힌 똥침과 같은 존재다.
이들의 왕조를 흡수하고 나아가 멀리 왜를 복속시켜 후방으로 부터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지 않는다면 군사력이 대륙 깊숙이 이동했을 때, 제국의 빈 수도를 방어할 힘이 없다.
만약 백제와 신라가 한 형제임을 인식하고 중원통일을 위한 출정식에 함께 동참해 줄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수나라를 불승인하고 단숨에 쳐 들어 가고 싶다.
지난 양원왕 7년에 어리석은 백제와 신라가 나제동맹을 맺고 제국의 큰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히려 한강유역을 빼앗아 갔다.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까지 이 작은 반도에서 도토리 키재기 처럼 어깨만 으쓱하면서 살고자 하는가.
제국의 영양왕은 비록 엉덩이쪽이 무방비 상태로 비어지게 되더라도 중원 대륙을 지배해야 한다는 숙명을 지워 버릴 수가 없었다.
수나라의 문제를 대륙의 지배세력으로 인정한다면 매년 조공을 받는 조건으로 대륙의 꿈을 저 버려야 한다.
제국 고구려의 왕은 명했다.
요서지방을 공격하라.
수의 문제는 제국의 공격을 받자 수성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첨단 군사력을 바탕으로 물밀 듯이 쳐들어오는 제국의 힘이 아무리 막강하더라도 군사력의 핵심인 군졸 수가 더 많다는 것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승리 요인이다.
제국 고구려는 최소한 군사 수에서 열세인 점을 잊었다.
문제는 수성하며 제국의 군수품 수송을 방해하여 스스로 물러나기만을 기다렸다.
결국 영양왕은 숫적으로 열세인 군사력을 보충하지 않으면 수나라 정벌이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고 철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제국 고구려의 대륙지배 정책은 다산을 통한 군사력의 기반인 군졸을 늘리거나 수나라의 군사력의 근간인 군졸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바탕으로 대폭 수정되어야 했다.
다산정책.
수의 문제는 어차피 제국 고구려의 인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라를 보존하는 방법은 불만에 쌓인 호족세력을 규합하여 힘을 밖으로 분출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제국의 힘도 인해전술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
문제는 호족세력을 앞세워 제국에 거센 도전을 시도했다.
백만 대군은 제국 고구려의 총인구 보다 많은 숫자다.
일당일 전술로 막강한 제국에 대항한다면 오히려 남는 군사력이 제국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계산을 앞세워 호족 세력을 설득하고 출정식을 가졌다.
"가라, 가서 짓밟고 정복하라."
수의 백만대군이 몰려들자 제국의 왕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다산이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준비하여 십수년을 기다려야만 수나라를 정벌할 군사력이 갖춰진다.
이제 그 정벌 대상인 수나라의 백만대군을 전멸 시킬 수만 있다면 굳이 십수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백만명의 군사력을 한번에 줄일 수 있다.
"누가 이 싸움에서 승리하고 싶은가?"
"황제여, 제게 군사 백명만 주십시오. 모두 한번에 쓸어 버리겠습니다."
을지문덕장군이 웃음지며 한발 나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대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기에 그까짓 백만명을 막는데 백명이나 필요한가?" 영양왕이 물었다.
"황제시여, 저들이 비록 어리석은 인해전술로 제국을 짓밟으려 하나, 최소한의 예의상 제국의 군사 일백명 정도는 나아가 싸워야 되지 않겠사옵니까?
저는 일백명의 군사력을 다 사용하지 않고 그져 그들의 정성이 가상하니 보여주고자 함 이옵니다." 을지문덕장군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흐음, 그래, 백만명을 상대하면서 예의상 일백명은 맞서줘야 하겠구나.
좋다. 그럼 일백명을 그대의 지휘하에 두겠노라."
을지문덕장군은 살수에 도착하자마자 일백명의 병사를 동원하여 강의 물줄기가 흐르는 곳 중에서 협곡처럼 좁게 굽어진 장소를 택해 임시 뚝을 쌓도록 했다.
병사들은 벌써 장군의 뜻을 헤어리고 신명나게 뚝을 쌓아 나갔다.
가져온 소가죽을 기워 팽팽한 물막이가 되도록 했다.
일부는 물이 조금씩 흐르도록 물길을 열어 놓기도 했다.
이제 삼일만 지나면 뚝에 물이 고여 하류는 바닥의 모래가 드러날 것이다.
천육백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나간 일들을 되돌아 보면 유리왕 이래 치밀한 제국 고구려의 중원 지배 전략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시공을 초월한 대륙지배 전략은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날 수의 백만대군을 물귀신으로 만들었던 을지문덕장군의 후예는 먼 훗날 대륙을 지배하려는 안배에 의해 양씨 성으로 바꾸어 살고 있었다.
전쟁을 통한 대륙지배를 주창하던 연개소문의 후예는 고씨 성으로 바꾼 채 천여년의 세월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 세력에 의해 제국 고구려가 멸망하던 날.
가장 염려했던 엉덩이 아래 똥침을 맞고 대륙을 지배의 꿈이 물거품 되던 날.
보장왕은 천육백년 시공을 초월한 안배를 마치고 제국의 문을 닫았다.
안동도호부가 설치되고 고구려 유민이 대륙으로 강제 이주 되었다.
※ 이 글은 천육백년전에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하기 전 안배해 놓은 시공을 초월한 사건이 전개되는 상황을 가상적으로 창작한 것입니다.
대륙 동북쪽에서 만주와 한반도를 잇는 거대한 제국 고구려의 강력한 군사력이 버티고 있는 한 수나라의 중국 통일은 바람앞의 촛불과 같았다.
수의 문제는 제국 고구려의 국가책략이 한반도를 중시하며 신라와 백제를 압박하고 멀리 왜를 지배하기 위한 군사력 배치 덕분에 제국의 눈을 피해 진의 대륙통일 이래 삼백년만에 남북조 시대를 끝내고 겨우 자신의 힘으로 작은 통일을 이루기는 했지만 고구려 황제로부터 국가승인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또 다시 정통성을 문제삼는 호족세력들이 봉기하여 끝없는 혼란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만약 고구려가 대륙통일을 못마땅히 여겨 자신의 황제 인준을 거부한다면 반도의 서쪽에 거대한 세력을 구축한 백제의 힘을 빌려 안팎의 저항을 해서라도 정통성을 부여 받아야만 한다.
몇일전 백제의 왕자가 지배하는 왜의 아스카제국으로부터 오노노이모코라는 사신이 가져온 대륙통일 축하서찰을 읽어보니 자신을 멸시하는 말이 맘에 걸렸다.
문자를 겨우 쓰기 시작한 탓이겠거니 이해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지만 자기들을 가리켜 일출하는 곳의 황제라 칭하고, 자신에겐 일몰하는 곳의 황제라 칭한 것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제국 고구려로부터 군사적 압박을 받게 될 때 삼면에서 협공하여 살아 남으려면 분노한 마음으로 사신을 죽이는 것보다 잘 타일러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아스카의 왕 쇼오토쿠타이시에게 친구의 예를 갖추고자 친서를 써서 사신에게 전하도록 목숨을 부지시켜줬다.
고구려의 남진정책이 계속될수록 백제와 신라의 국력은 쇄약해져 갔다. 다행이 태자 성덕이 멀리 왜로 이주하여 아스카문화를 개창하고 미개한 원주민들을 교화하여 문화를 통한 성공적인 지배가 이루어짐에 따라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여 나라를 고구려에 잃는다 하더라도 백성 모두를 이주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신라는 왕위 계승문제로 혼란을 겪던 가야국을 점령한 이래 국력이 충만하여 고구려의 남진정책에 대항할 군사력은 절대 부족한 반면, 화랑정신으로 무장된 젊은 층의 탄탄한 지지를 기반으로 왕국의 국토가 유린당하는 정도가 덜 했다.
고구려의 야망은 무엇인가?
광개토왕은 서쪽으로 요동을 차지하고 동북의 전진을 복속시켰고, 남으로는 백제를 쳐서 임진강과 한강 어간까지 영토를 확대하였다. 또한, 신라에 들어온 왜의 군대를 낙동강 유역에서 물리치고 신라 지역에 군사를 주둔시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었다.
수백년동안 중국대륙을 지배하던 제국 고구려의 장수왕은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고 강력한 남진 정책을 추진하였다. 고구려의 남진정책은 백제와 신라에게 매우 큰 위협이 되었고 이에 대처하고자 하는 백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나제동맹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장수왕은 대대적으로 백제를 공격하여 한성을 함락시키고 한강유역을 차지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강 이남의 경기도 및 충청도 남북부도 일부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하였다.
형식적으로는 백제며 신라라는 국호를 사용할 뿐이지 고구려의 지배는 형제의 도를 넘어선 주종관계와 같아서 반도의 지배권은 고구려에 의해 장악되어 있었다.
사실 제국 고구려는 백제와 신라를 형제로서 대하고 싶었다. 거대한 중원 대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지금에 와서 만약 조그만 속국인 백제와 신라가 남북조시대를 마감하고 새로 시작한 수나라와 손잡고 협공해 들어오면 천하통일은 꿈이 될 뿐이다.
어쩌면 백제와 신라는 엉덩이에 꽂힌 똥침과 같은 존재다.
이들의 왕조를 흡수하고 나아가 멀리 왜를 복속시켜 후방으로 부터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지 않는다면 군사력이 대륙 깊숙이 이동했을 때, 제국의 빈 수도를 방어할 힘이 없다.
만약 백제와 신라가 한 형제임을 인식하고 중원통일을 위한 출정식에 함께 동참해 줄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수나라를 불승인하고 단숨에 쳐 들어 가고 싶다.
지난 양원왕 7년에 어리석은 백제와 신라가 나제동맹을 맺고 제국의 큰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히려 한강유역을 빼앗아 갔다.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까지 이 작은 반도에서 도토리 키재기 처럼 어깨만 으쓱하면서 살고자 하는가.
제국의 영양왕은 비록 엉덩이쪽이 무방비 상태로 비어지게 되더라도 중원 대륙을 지배해야 한다는 숙명을 지워 버릴 수가 없었다.
수나라의 문제를 대륙의 지배세력으로 인정한다면 매년 조공을 받는 조건으로 대륙의 꿈을 저 버려야 한다.
제국 고구려의 왕은 명했다.
요서지방을 공격하라.
수의 문제는 제국의 공격을 받자 수성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첨단 군사력을 바탕으로 물밀 듯이 쳐들어오는 제국의 힘이 아무리 막강하더라도 군사력의 핵심인 군졸 수가 더 많다는 것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승리 요인이다.
제국 고구려는 최소한 군사 수에서 열세인 점을 잊었다.
문제는 수성하며 제국의 군수품 수송을 방해하여 스스로 물러나기만을 기다렸다.
결국 영양왕은 숫적으로 열세인 군사력을 보충하지 않으면 수나라 정벌이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고 철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제국 고구려의 대륙지배 정책은 다산을 통한 군사력의 기반인 군졸을 늘리거나 수나라의 군사력의 근간인 군졸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바탕으로 대폭 수정되어야 했다.
다산정책.
수의 문제는 어차피 제국 고구려의 인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라를 보존하는 방법은 불만에 쌓인 호족세력을 규합하여 힘을 밖으로 분출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제국의 힘도 인해전술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
문제는 호족세력을 앞세워 제국에 거센 도전을 시도했다.
백만 대군은 제국 고구려의 총인구 보다 많은 숫자다.
일당일 전술로 막강한 제국에 대항한다면 오히려 남는 군사력이 제국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계산을 앞세워 호족 세력을 설득하고 출정식을 가졌다.
"가라, 가서 짓밟고 정복하라."
수의 백만대군이 몰려들자 제국의 왕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다산이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준비하여 십수년을 기다려야만 수나라를 정벌할 군사력이 갖춰진다.
이제 그 정벌 대상인 수나라의 백만대군을 전멸 시킬 수만 있다면 굳이 십수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백만명의 군사력을 한번에 줄일 수 있다.
"누가 이 싸움에서 승리하고 싶은가?"
"황제여, 제게 군사 백명만 주십시오. 모두 한번에 쓸어 버리겠습니다."
을지문덕장군이 웃음지며 한발 나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대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기에 그까짓 백만명을 막는데 백명이나 필요한가?" 영양왕이 물었다.
"황제시여, 저들이 비록 어리석은 인해전술로 제국을 짓밟으려 하나, 최소한의 예의상 제국의 군사 일백명 정도는 나아가 싸워야 되지 않겠사옵니까?
저는 일백명의 군사력을 다 사용하지 않고 그져 그들의 정성이 가상하니 보여주고자 함 이옵니다." 을지문덕장군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흐음, 그래, 백만명을 상대하면서 예의상 일백명은 맞서줘야 하겠구나.
좋다. 그럼 일백명을 그대의 지휘하에 두겠노라."
을지문덕장군은 살수에 도착하자마자 일백명의 병사를 동원하여 강의 물줄기가 흐르는 곳 중에서 협곡처럼 좁게 굽어진 장소를 택해 임시 뚝을 쌓도록 했다.
병사들은 벌써 장군의 뜻을 헤어리고 신명나게 뚝을 쌓아 나갔다.
가져온 소가죽을 기워 팽팽한 물막이가 되도록 했다.
일부는 물이 조금씩 흐르도록 물길을 열어 놓기도 했다.
이제 삼일만 지나면 뚝에 물이 고여 하류는 바닥의 모래가 드러날 것이다.
천육백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나간 일들을 되돌아 보면 유리왕 이래 치밀한 제국 고구려의 중원 지배 전략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시공을 초월한 대륙지배 전략은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날 수의 백만대군을 물귀신으로 만들었던 을지문덕장군의 후예는 먼 훗날 대륙을 지배하려는 안배에 의해 양씨 성으로 바꾸어 살고 있었다.
전쟁을 통한 대륙지배를 주창하던 연개소문의 후예는 고씨 성으로 바꾼 채 천여년의 세월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 세력에 의해 제국 고구려가 멸망하던 날.
가장 염려했던 엉덩이 아래 똥침을 맞고 대륙을 지배의 꿈이 물거품 되던 날.
보장왕은 천육백년 시공을 초월한 안배를 마치고 제국의 문을 닫았다.
안동도호부가 설치되고 고구려 유민이 대륙으로 강제 이주 되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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