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패자전 스파르탄 전기 .
2. 운명의 수레바퀴 (Wheel of Fortune).
The wagon of fate started projection.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Anyone it will not be able to disobey. [아무도 거역할 수 없다.]
차가운 금속성 병이 빈 틈 없는 기밀실...한 가운데 통신단말기가
설치되어 있을 뿐 어찌 보면 살벌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삭막한 공간이었다.
여러 겹으로 된 군사용 방호문이 열리고 생체인식 장치를 거쳐야
들어올 수 있는 이곳은 기밀용 통신 룸으로 스파르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몇몇 행성정부의 고관이나 후원자들과 연락을 주고받기 위한 시설이다.
스파르탄이 신중하게 손에 든 원형 크리스탈...특수 자료 저장 장치를
단말기에 꼿아 넣었다.
[엑세스...비밀번호 #@$$%^%&%@###...]
순간 조명이 꺼졌다가 실내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창백한 빛이 느릿하게
원을 그리며 실 내를 밝혔다.
커다란 기둥 모양으로 빛이 내려 쬐는 가운데 허공에 파란 반딧불처럼
보이는 구체가 나타나 스파르탄 주위를 돌아 다녔다.
[비밀번호와 생체 코드를 확인했습니다. 환영합니다. 스파르탄 님.
그 자리에서 잠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
반짝이는 구체가 잠시 허공에서 푸른빛으로 반짝이다 허공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잠시 후, 바로 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지직 거리더니 무언가 뿌연
영상이 나타나기 시작 했다.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오랫동안 인사를 드리지 못했군요...]
[......]
어울리지 않게 정중한 태도 였고 살짝 스파르탄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긴장했다.
불분명했던 영상이 점차 뚜렷해 졌다.
화창한 빛이 가득한 가운데 두건을 깊이 눌러 쓴 구부정한 인물이
섬세한 손길로 꽃나무 한 그루를 정성스럽게 돌보고 있는 모습이
떠 올랐다.
[...과연 대단하군, 은하 표준시로 한참은 더 기다려야 소식이
올 줄 알았는데...]
약간 귀를 거슬리는 금속성이 섞인 나이 든 노인의 목소리였다.
그는 손에 들었던 원예용 공구를 놓더니 한쪽에 놓인 투명한 대야에
손을 씻었다.
[오랫동안 자네와 "유니온"...지켜 봐 왔지만 항상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군...]
찰박, 찰박 느릿하게 손을 씻은 노인이 부드러운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한쪽에 놓인 안락의자에 몸을 묻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헌데 의원님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
노인은 대답 대신에 자기 앞의 허공을 손으로 가볍게 휘 젓는 동작을
해 보였다.
허공 중에 입체영상으로 상당한 분량의 우주지도가 나타났다.
[광대한 우주는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지...허나,
그 우주보다 더욱 거대한 것이 있네...바로 욕심 혹은 탐욕이라고
부르는 괴물이라고나 할까...]
[......]
우주 지도는 빠르게 움직이며 확장 되더니 어느 한곳을 작은 태양계를
비추며 멈췄다.
바로 스파르탄의 세력권인 델타 성계...그 것도 본거지라고 할 세일론 행성이
눈 앞에 보였던 것이다.
꿀꺽 긴장으로 인해 스파르탄의 입에서 마른 침이 넘어갔다.
지도 멀리서부터 몇 개의 붉은 선이 바로 스파르탄의 근거지로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자네에게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겠군...악의를 지닌 손님들이 찻아가고
있네...뭐, 그 손님의 목적은 자네라기 보다는 바로 자네와 선이 닿아있는
"카이텐" 내부의 비 주류세력들...나를 비롯한 온건파의 의원들이나 중립 파의
원로들 혹은 행성정부를 겨냥해 있을 테지만...]
[......!]
스파르탄의 얼굴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쪼르르...노인은 작은 잔에 차 주전자를 기울여 차를 따랐다.
작은 찻잔에는 금방 찻물이 가득 차고 이윽고 넘치고 말았지만 아랑곳 않고
차를 계속 따랐다.
주르르 흘러내린 찻물이 받침 접시에 그득하다.
[컵에 물을 부을 때는 알맞게 부어야 하네...아니면 넘쳐버리고 말지...
이렇게 말이야...물론 컵이 크기가 크다면 모를까 유한한 용량을 가지고
있는 그릇이라면 절대로 어느 선을 넘지 않게 무엇을 담아야 한다네...]
딸칵, 차 주전자를 내려 놓은 노인이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카이텐...물론 은하 4대 세력 중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
그러나, 만약 둘 이상의 세력이 연합한다면 우리 카이텐이라 하더라도 당할
수가 없네...광대한 은하 우주를 하나의 힘만으로 통합하기는 아직 많은
문제가 있어...헌데, 철 모르는 어린 것들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야...]
끌끌 혀를 차는 소리가 노인에게서 흘러 나왔다.
문득 노인의 시선이 느릿하게 스파르탄을 향했다.
부드러우면서 위압감을 주는...게다가 왠지 모르게 따스한 정과 안타까움 마저
담긴 눈빛이었다.
[그럼...의원님...아니, 어르신의 말씀은 "어렵다"는 것 입니까?]
[......]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노인에게선 긴 한숨이 쉬어졌다.
[자네에게 미안하지만 그렇다네...면목이 없구먼...]
[......]
노인과 젊은이 사이엔 깊은 침묵이 흘렀다.
알쏭달쏭한 물음과 대답이었다.
무엇이 어렵다는 것이며 무엇이 면목이 없다는 것일까?
하지만 오히려 스파르탄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 졌다.
[잘 알겠습니다...이번 일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조용히 마무리 지어
보이겠습니다.]
[부탁하네...자세한 자료는 비밀회선으로 자네 쪽에 전달 되었을 것일세...]
* * * * * *
[역사는 힘이 있는 자가 혹은 힘이 있는 세력이 만든다.
"어머니 별" 지구에서부터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고 지금에 이르기 까지
그 것은 변 함이 없는 이치...]
달그락, 달그락 얼음이 든 호박빛 액체가 원형 유리잔 안에서 맴을 돌며
소리를 냈다.
두텁고 살짝 굳은 살이 배인 손이 장난스레 유리잔을 굴렸다.
[장대한 은하 우주를 하나로...혼란과 분열을 종식 시키고 일사불란하며
평화스럽게 만든다.
바로 우리의 가문과 이 나의 힘으로 그렇게 만드는 것,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지 않느냔 말이야...]
[......]
[......]
쭈우욱 잔을 들이킨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우직! 손 안의 잔이 그대로 남은 얼음과 함께 조각나 바닥의
카펫에 흩어져 떨어진다.
처억! 손이 허공으로 쳐 들렸다.
상처 하나 없는 굳건한 남자 혹은 야망가의 손...우드득! 뼈끼리 부딛치는
소리와 함께 굳게 주먹이 쥐어졌다.
[역사 이래로 우수한 소수의 지배자는 야망 없고 열등한 다수를 통치해 왔다!
그 것이 역사, 그 것이 현실이다.
강력한 힘을 지닌 우리의 가문 "카이텐" 이야말로 은하계는 물론 이 우주를
평화스럽게 할 힘이며 원천이다.
그리고, 은하계 우주의 통일 그 것이야말로 우리의 이상이며 하나의 우리,
모두가 된 하나인 새로운 길이며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헌데 말이다...어떤 쥐새끼들이 우리 이상을 좀먹으려 하고 있다.
제군들...그 쥐새끼들을 어찌 해야 할까?]
스윽...그야말로 독수리를 닮은 눈동자가 무섭게 빛을 뿜었다.
야망가의 눈...목소리는 우렁차고 그 기세는 드높았다.
멋드러지게 허공을 수 놓는 금발과 푸른 눈동자...젊은 사자를
보는 듯 자연스러운 위압감이 몸 주위를 맴돌았다.
야망가의 눈이 허공을 맴도는 무수한 잔영을 훑었다.
넓은 실내를 떠도는 입체영상은 무수한 별들의 바다 였다.
은하계 지도와 일목 요연하게 정리된 브리핑 파일들...몇몇 인물들의
영상도 함께였다.
십 수명의 얼굴 모습과 프로필들...으드득 이빨을 악무는 사자의 포효가
나직하게 울렸다.
[이른바 온건파라 불리는 기회주의자들과 일신의 안전을 바라는 나약한
비겁자들...특히 몇몇 노친네 들이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쳐 내기엔 문제가 있지...]
씨익, 살벌한 미소가 사내의 입 가에 번지며 피를 갈구하는 맹수의 살기가
그의 전신을 맴돌았다.
전면...고대 수도사들이 입던 두건 달린 옷을 걸친 노인의 모습이 커다랗게
확대 되었다.
[렌델 F. 안도왈츠 의원...흔치 않은 "지구"출신 이며 현재 우리 "카이텐"의
중핵 "소울 게이트 (魂門)" 당파의 수장이기도 합니다.
확장이론에 반대하는 온건주의자이며 항상 그 입장을 변치 않고 유지해 온
인물이라 지지층이 두텁고 세력도 탄탄합니다.
문제는 이런 인물이 우리 "텐류샤 (天龍寺)" 당파와 대립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위이잉,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자동의자가 약간 허공에 떠서 움직이고 있었고
흡사 얼음가면을 쓰고 있는 듯 표정이 싸늘한 여자가 앉아 있다.
조각같은 얼굴에 안색이 다소 창백하지만 은빛 조명이 몸 주위에 감돈다고
할까? 달빛이 환하게 빛나는 밤에 작은 꽃이 피어있는 곳에서 노는 "페어리(요정)"
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더구나, 아까 지도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냥 제거를 한다든지 할 경우
당파 차원을 떠나 "카이텐" 전체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카이텐이 분열될 가능성마저 존재합니다.]
얼음조각 같은 외모대로 사무적이고 딱딱하기 그지 없는 말투였지만
하지만 이번과 같이 주의를 요하는 브리핑에선 더 없는 청량제와 같았다.
그녀의 브리핑을 듣던 사람들이 자뭇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개중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결국 다른 방법을 찻아야 했고 얼마 전 우리 첩보망에 좋은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입체영상이 변화했다.
몇 개의 새로운 영상자료와 함께 뜨는 인물 파일...특히 한가운데 자리한 인물 영상을
본 사람들이 경악한 목소리를 곳곳에서 냈다.
웅성웅성 조용하던 실내가 소란스러워 졌다.
[우...우주해적..."아이언 자이언트"]
[토르...호크가의 수장...]
[설마 안도왈츠 의원이 호크 가문과...]
잠시 시간이 흘러 소란이 가라앉았다.
[새로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안도왈츠 의원과 "호크 가문"과의 교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였다고 합니다.
불법적인 거래, 밀수, 매점매석...거기에 우주법으로 금지된 여러 행위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무장세력을
양성해 온 것 입니다.]
순간 싸늘하게 실 내가 얼어붙었고 모든 사람들이 할 말을 잊은듯 했다.
[무...무장세력을 양성?]
[온건파인 안도왈츠 의원이...]
[그, 그것이 사실이라면 안도왈츠 의원이 쿠테타를...?]
재차 실내가 소란스러워 졌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혹은 놀랍다는 얼굴이었다.
[안도왈츠 의원이 무장세력을 양성하고 해적과 관계 했다는 것만으로도
명성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도왈츠 의원을 제거하기엔 많이 모자랍니다.
따라서...]
차가운 빛이 "그녀의" 눈에 맺히며 목소리가 더욱 차갑게 가라 앉았다.
[좀 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 함께 해적세력을 괴멸시켜야 합니다.
바로 해적 "아이언 자이언츠"와 그 본거지를 함께 노려야 하는 것입니다.]
우주지도를 가로지르며 붉은빛이 쭈욱 뻗어 어디론가 향했다.
세 줄기의 선...별과 별 사이를 지나 그 세 줄기의 선이 향한 곳...
바로 우주를 떠도는 유랑민들과 무법자들이 개척한 델타성계 정확히는
행성 세일론이었다.
* * * * * *
별들이 소용돌이 치는 입체영상 세 줄기 붉은 빛줄기가 쭈욱 뻗쳐져 유니온의
주성 세일론에 닿아있는 모습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었다.
카이텐카이의 회의장에서 보인 바로 그 우주지도...
바라보는 사람들은 경악한 눈으로 침을 꿀꺽 삼키고 있을 뿐이다.
[카이텐카이 공식 전력의 30%가 이번 공격계획에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저 세줄의 붉은선은 바로 그것을 의미하죠...]
[......]
[......]
[덧붙여 말씀드리자면...카이텐카이의 전력 30%는 우리로서는 대항이
불가능 합니다.
우리 연합 전체 전력을 카이텐카이 30% 전력이 우습게 능가합니다.]
곳곳에서 신음 소리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스윽, 진영은 코 끝에 걸친 무테안경을 치켜 올리며 싸늘하게 웃었다.
[대책든...대책은 있는거요? 장관...]
수염을 멋드러지게 기른 노인 한 사람이 신중한 어조로 묻는다.
행성 세일론의 의원 중 한 명...상당히 보수적이며 신중한 인사였다.
진영은 쓰게 웃었다.
[공식적인 대책은...없습니다. 의원님...]
끄응, 노인은 이마를 짚었고 장내는 더욱 소란스러워 졌다.
[다만...]
잠시 뜸을 들이며 입을 연 진영의 목소리에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빙긋...이번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진영에게서 흘러나왔다.
흡사 맛있는 먹이를 둔 고양이를 보는 듯...진영의 성품을 아는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하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총사령관께서 한판 붙어볼 만 하겠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씨이익...진영의 미소가 더욱 짚어 졌다.
* * * * * *
씰룩, 씰룩 프룩, 프룩...콧바람을 내며 허공에 떠도는 영상 자료를 살펴보는
거인의 표정이 심각하다.
꿀꺽, 꿀꺽 거짓말 보태서 양동이만한 맥주잔을 기울이다가 슥 손을 뻗어
질겅질겅 육포를 씹었다.
[이거 너무 심각하신 표정입니다. 토르...어울리지 않는군요...]
[헛소리는 가려 해주었으면 하는군...행정관 나리...]
다소 능글맞은 남자의 목소리...휙 도끼눈을 뜨고 돌아보았다가 쭈우욱
남은 맥주를 마시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하하...이거 제가 실언을 했나요? 그런데, 진영이 그러던데요 해볼만
하다고 하셨다구요?]
말이 끝나자 무섭게 타앙! 탁자 위에 맥주잔 내려 놓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해볼만 하다...그래 해볼만 하긴 하지...그리 만만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이글이글 타오르는 토르의 커다란 눈...찔끔 스파르탄이 땀 방울 맺힌
얼굴로 얼버무렸다.
[카이텐카이 넘덜 아예 우리를 싹 정리하려고 작정을 했는것 같은데...
전체 전력의 3할...게다가 부록으로 골치아픈게 둘이나 딸려있단말이지.
하나는 그 원정함대의 기함이 "실버나이트호" 우리에게 없는 초신성급
장갑전함이다...무시무시한 파괴무기를 장착한...스파르탄! 알겠나?]
[실버나이트! ‘행성파괴급’ 무기를 장착한 그놈 말입니까!]
이번엔 스파르탄이 경악한 표정을 해 보였다.
행성파괴병기란 말 그대로 어지간한 등급의 행성을 일격에 우주의
먼지로 만들 수 있는 병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스파르탄이 놀랄 수 밖에...은하계 전체의 협정에 의하면
행성파괴병기는 공식적으로 사용이 제한되거나 금지된 것이다.
스파르탄의 목소리가 심각하게 떨렸다.
[서...설마 그들이 이번에...우리를 아주 가루로...대책은 있는 겁니까?]
[오바하지 말게 스파르탄 군...다행이 실버나이트 정도로는 행성파괴병기를
아무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놈은 아니란 말이야...
재대로 위력을 내려면 에너지 충전만 해도 한나절이다.
더구나 100% 출력으로 쏜다면 아무리 초신성급 장갑전함이래도 한 두 방이
고작이야...전함이 견디질 못하거던...다만...]
꾸득! 토르의 주먹이 굳게 움켜쥐어졌다.
[강력한 무기도 그 것을 재대로 다룰 수 있는 인간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천차만별로 위력이 달라지게 되지...아까 골치 아픈 게 둘이라고 했었지?
바로 강력한 무기를 재대로 다룰 인간...카이텐카이 제3우주군 단장
쟝 프로스트 중장 바로 그 인간이야말로 "실버나이트" 이상의 골칫덩이란
말이야...]
후우...토르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위험합니까? 그 인물이?]
스윽 토르의 눈초리가 찌르듯 예리해졌다.
[위험? 흐흐...쟝프로스트...그 인간이 실버 나이트와 합쳐진다면 이 싸움은
반 이상 지고 들어가게 된다.
물론 나 역시 그냥 깨진다고는 하지 않지만...]
[......]
후룩...아쉬운 듯 잔 안의 거품을 핥으면 토르가 허공에 떠있는 인물파일
하나를 가르켰다.
[보라구 저기...이번 원정함대 총사령이라고 되어있는 자야...]
살짝 벗겨진 머리를 한 단단해 보이는 남자...제복 차림의 그 남자는
바늘로 찔러도 들어갈 것 같지 않는 그런 기질을 온 몸으로 풍겨내고
있었다.
토르가 나직하게 으르렁거렸다.
[저자의 능력이라면 실버 나이트의 능력을 두배, 아니 세배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지...포격전은 물론이고 접근전, 전자전, 심지어 기갑기사들의 전술에도
뛰어난 괴물 같은 인간, 물론 본인이 직접 전투기를 타거나 기갑기사를 모는
것은 아니지만...모든 걸 예상해서 작전을 짜려니 아주 죽을 맛 이야...]
점점 암울해져 가는 토르와는 달리 히죽...갑자기 스파르탄의 얼굴에 능글거리는
표정이 스쳤고 이번엔 토르가 질린 표정이다.
[자네,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씨이익, 스파르탄에게서 무언가 위험한 느낌의 미소가 진하게 풍긴다.
[토르, 저 자를 배제한다면 이 싸움의 승률은 어떻게 되지요?]
[......]
히죽히죽...능글맞고 재수없는 표정의 미소가 점점 짙어져 갔다.
* * * * * *
[그래 이걸 누가 보냈다고?]
[그게...심부름 업체에 문의해 봤지만 어떤 여성분이라고만...]
[그런가...]
단아하면서도 아주 부드러운 필체...게다가 정갈하기 까지 했다.
색색의 장미꽃을 섬세하게 포장해 묶은 장미다발과 함께 보내 온 손으로
쓴 카드 하나...
카드에는 (건승을 기원합니다. 팬으로 부터) 라는 짤막한 메세지 만이
쓰여 있을 뿐이다.
절도있는 모습으로 걸음을 옮기며 몇 번이고 카드에 적힌 글씨를 바라 보았다.
[그만 나가보게 알았네...]
[옛! 그럼 쉬십시오...]
착, 빈 틈 없이 경례하는 부하에게 살짝 목례하고는 털썩 의자에 앉았다.
얼음장군 혹은 철가면 이라고 불리는 쟝프로스트 장군...술이나 담배 혹은
기호품 등을 전혀 하지 않으며 매사 담백하고 철두철미하지만 그 에게도 몇 가지
쯤은 취미가 있었던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과 잘 쓴 글씨를 감상하는 것...
과학 기술의 발달로 상호간 의사소통이나 기록 등에 손으로 쓴 문서를 이용하는
일은 옛 시대의 유물처럼 되어 버린 것이 당연했지만 이 성실한 군인은 그 점을
매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으음...]
꿀꺽 입 안으로 침이 넘어갔다.
전율감 이랄까? 온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손으로 쓴 글씨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겠지만 필체를 보면
여러가지를 읽을 수 있는 법 이었다.
더구나 어떤 문자라도 손으로 쓴 것을 본다면 그 것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는 것 만으로도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글 쓴 사람의 태생, 기질, 종족, 문화...어떤 문자를 어떤 식으로 ㎢윰커?
따라 그 사람의 경향이나 교육 정도 심지어 사상적인 것 까지 읽을 수 있다.
이 글씨...은하공용어로 씌여 있기는 했지만 고풍스러운 스타일이었다.
거기에...뜯어보면 볼수록 가슴 떨리게 하는 묘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
글씨를 보는 것 만으로 아랫도리가 불끈 치밀어 오른다고 할까?
[끄응...]
딱딱하게 발기하는 아랫도리 어째서 글씨를 보는 것 만으로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일까?
후우우...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몇 차례 심호흡을 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야...]
정성스럽게 쓴 카드에서 눈을 떼며 쟝 프로스트 중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 앞 색색의 장미꽃 다발이 묘한 유혹을 뿌리고 있었다.
꽃다발을 들어 장미향기를 살짝 맡아보았다.
후끈 일반적인 장미향보다 훨씬 진한 장미향이 풍겼다.
[으...으윽, 뭐지?]
눈앞이 깜깜해지고 온 몸에 힘이 빠졌다.
털썩, 무너지듯 장군의 몸이 쓰러졌고 의식이 어둠 속으로 빠지듯 희미해져 갔다.
[......?]
평범한 복장에 부관 한 명도 거느리지 않고 거리를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은
얼마인지 모를 시간이 지난 뒤였다.
단아한 예복에 장갑을 끼고 손에는 장미 다발을 들고 전혀 생소한 거리를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멈칫 몸을 세운 쟝 프로스트 중장이 주위를 둘러 보았다.
[여기는...?]
아주 고풍스러운 거리였다.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정리가 잘 되어있고 아름다운...그의 마음에 쏙 드는
곳이다.
무엇보다 걷는 맛이 난다고나 할까? 아기자기하고 시원스러운 상점가와 소란스럽지
않는 분위기...게다가 지나가는 사람들 역시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절제를 보여주고
있었다.
[흐음...?]
마음에 들었다.
아직 해가 있는 이른 저녁 살짝 노을이 지며 가로수에 비치는 햇살이 싱그러웠다.
쟝 프로스트 중장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주위에서는 멋대가리가 없네 얼음이네 하지만 실상은 문학을 사랑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그런 자신을 몰라서 하는 수근거림일 뿐이다.
지금 보는 아름답고 고아한 풍경을 그는 정말 좋아했다.
가슴이 떨렸고 거리 한복판에서 잘 아는 오페라를 부르고 싶었다.
꾹 눌러 참으며 고전가요 "샹송"한 자락을 읊조렸다.
- Ma chambre a la forme d"une cage
새장 모양의 내 방
Le soleil passe son bras par la fenetre
태양은 자신의 팔을 창문으로 비춰요
Les chasseurs a ma porte
사냥꾼들은 내 문앞에
Comme les petits soldats
작은 병사들처럼
Qui veulent me prendre...
나를 붙잡고 싶어하는...
살짝, 살짝 장미 다발의 향기를 맡으면서 그는 자신이 속삭이는 곡조에 취했다.
멀리 작은 공원 입구가 보였고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을 때 숨을 쉴 수 없었다.
고풍스러운 드레스와 손에 낀 긴 장갑, 높게 틀어 올린 짙 푸른색 머릿결...
두 눈은 슬픈 듯 촉촉한 물기를 띄고 있었고 긴 속눈썹에 드러난 목덜미가 사슴처럼
길었다.
쾅쾅...머리 속이 온통 헝클어 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몸이 움직일 때 마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가는 몸매의 율동은 어떤가...
꿀꺽, 장군의 입 안에 듬뿍 고인 침이 넘어갔다.
그녀는 그저 우아한 자태로 분수대 옆에 앉아있었을 뿐이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고 분수대의 물이 금빛으로 반짝거렸지만
지금 이 순간 장군의 눈엔 오직 그녀만이 보였다.
부르르 전신으로 전율이 흘렀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한 발짝 두 발짝 다가가기 시작했다.
* * * * * *
애절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조가 바람을 따라 흐르듯 울려 퍼졌다.
애절하게 흐르는 음악은 음향장치 같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악사들이 직접 연주하는 것이다.
[참 아름다운 곡이네요...예전 "어머니별"에 넘치던 문화의 세기 잘 알려졌던
것이라고 하던가요?]
감미로운 곡조가 흐르는 노천까페...부드러운 맛의 차를 한 모금 들으며 장군과
묘한 여인은 한창 대화에 빠져 있었다.
전신으로 부드러운 장미꽃 향기를 풍기는 여인...
단정한 복장의 웨이터가 다 먹은 요리그릇을 치우고 정중히 목례를 하고
물러났다.
둘은 공원에서 꽤 오랬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이곳 노천 까페까지 와 있었다.
처음 만난 사이인 데도 왜인지 오랫동안 사귄 그런 기분이다.
[그렇습니다, 마담...지금은 잊혀져 가니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렇군요...]
생긋 여인이 웃자 한 떨기 장미처럼 화사하기 그지 없다.
자신의 이름을 마를린이라고 밝힌 그 여인을 장군은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꿀꺽, 장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두 눈에선 불꽃이 튀어 나오는 듯 하다.
그 것을 읽었음일까? 마를린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입술을 천천히 혀로 핥으며 장군의 시선을 받았다.
[마담...]
[......]
짧은 접촉이 몇 번 두 남녀의 입술이 부딛쳤다.
깊이 입술끼리 물리고 벌어진 새로 혀가 뻗어 나와 얽혀 들었다.
꿈틀꿈틀 교미하는 뱀처럼 혀끼리 얽혀 미끈둥거렸다.
뜨겁고 감미로웠다.
장군의 아랫도리는 더 할 수 없이 불끈 달아올라 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일까...
남녀는 거의 동시에 침대에 몸을 던졌다.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실대 은은한 조명아래 커다란 원형 침대의 시트는
아주 부드러웠다.
[쟝...나를 가져요...어서...]
[마를린...]
한 꺼풀 두 꺼풀씩 드레스가 벗겨졌다.
긴 목덜미에 어울리게 우아한 모양의 쇄골...동그란 어깨에 이어지는
아름다운 젖가슴...왈칵 이는 충동에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아아...여자의 입에서 나른한 교성이 토해졌다.
여성이 스스로 다리를 움직여 팬티 자락을 벗어 내렸다.
길고 늘씬한 다리가 죽 뻗쳐져 드러났다.
훅, 후욱 장군의 숨결이 거칠어 졌다.
미친다...이 여자는 장군의 남성을 미치게 하는 데가 있다.
도톰한 보라색 젖꼭지가 장군의 입 안에서 굴려졌다.
군살하나 없는 복부에 장군의 혀가 길게 벋쳐지며 기었다.
벌려 세워진 무릎을 움켜 넓게 벌리자 드러나는 은밀한 부위...
소담스러운 체모의 숲이 헤쳐지고 가장자리가 연한 보라색인 꽃잎이
하느작 벌려졌다.
쟝 프로스트 장군의 머리에서 무언가가 툭 끊어졌다.
[하아악, 쟝...더 깊이 해줘요...]
할딱거리는 여자의 손이 장군의 머리채를 움켜 쥐었다.
굼틀 꿈틀 길게 뻗어진 장군의 혀에 여자의 은밀한 살점이 왈칵 왈칵
조이는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
미끈거리는 애액의 향기가 감미로웠다.
[으으응...쟝, 더 더...하아앙...]
원래 여자 관계에 담백했지만 이렇게 자기 스타일인 여성은 지금까지
없었다.
장군은 여자에게 더욱 깊이 침습 당하는 것을 느꼈다.
검붉게 성이 난 남성이 허공에 뻗었다.
마를린의 벌려 세워진 다리 사이 남성은 여성의 신비한 속살을 노렸다.
[마를린...]
[어...어서 와요...빨리...]
윽! 여성이 가늘게 떨며 비명을 참았다.
찰싹, 들러 붙는듯 뜨겁고 탱탱한 다리가 장군의 허리를 휘감았다.
허억! 장군이 급한 숨을 들이쉬었다.
아플 정도로 발기한 페니스가 흡사 수천 수 만개의 흡반에 둘러 싸인 듯 했다.
빡빡하면서도 부드럽고 찰진 고무처럼 탱글거렸다.
그 곳은 늪과 같았고 진창 같았으며 먹이를 삼키는 뱀처럼 아찔하고 치명적
이었다.
으으윽...이발을 악물며 참았다.
굼틀, 꿈틀 장군의 페니스가 깊이 빨려들었다.
으으으...가늘게 덜며 깊이 여인을 안았다.
알맞은 크기의 젖무덤이 대단히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낼름 거리며 젖가슴을 핥고 젖꼭지를 빨았다.
오똑, 발기한 젖꼭지가 탱글거렸다.
두어 번 숨을 내쉬었다 허리를 움직였다.
하아...여자에게서 달콤한 숨결이 느껴졌다.
[마를린...흐으...]
[하아...쟝...세게...더 세게...]
퍽, 퍽 남녀의 연결부위 에서 살끼리 부딛치는 소리가 들렸다.
[뜨거워요...쟝...하아...]
[으흐흐...]
부르르 정점으로 치닫기 시작한 남녀는 더욱 서로를 굳게 끌어안았다.
연결된 부분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윽...]
[하아 뜨거워...]
거의 여자를 잊고 살았던 장군의 머리에 짙은 사정감이 느껴졌다.
꿀럭, 꿀럭, 꿀럭...미친듯한 분출감이다.
여성의 질 벽을 남성의 체액이 연신 때렸다.
츠읍, 츱...연결된 입술 사이로 다시 혀가 미칠듯 얽혀 들었다.
남녀는 서로에게 깊이 녹아들었다.
[흐윽...허억...]
[하아아...굉장해요...단단하고 뜨겁고...하으응...]
모양 좋은 젖가슴이 스스로 주물려 찌그러졌다.
단정했던 머릿결은 해초처럼 풀려져 허공에 흩날렸다.
두 남녀의 자세는 바뀌어 있었다.
몽롱한 눈으로 누워있는 남자와 그 위를 기마자세로 걸터앉아 미친 듯
엉덩이를 위 아래로 일렁이고 있는 요염한 여인...
잘근잘근 남성의 살기둥을 씹어 삼켰다가 끈적이는 애액에 흠뻑 적셔진 채
뱉어내는 여성의 아랫입술에선 음란한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하아앙...뜨거워...정말...]
[으윽...으으으...]
꿈틀꿈틀 사타구니가 조였다가 풀릴 때마다 남자의 입에선 앓는 듯한
신음 소리가 흘러 나왔고 위 아래로 방아질치는 엉덩이에 미끌거리며 기름기가
흘렀다.
검붉은 페니스가 드러났다가 삼켜졌다.
돌연 꼿꼿이 상체를 세우며 엉덩이를 움찔거리는 여인...아랫배에 갇힌 남성이
폭발하며 뜨거운 용암을 뿜어냈다.
벌써 몇 번째일까...셀 수조차 없는 폭발이었다.
[하아 하아앙...아직 안돼요...더 줘요...하아앙...세게 더 더...]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재차 끈덕지게 조여지는 여성의 살점의 동굴...힘을 잃어가던 남성이 여성 안에서
꿈틀거리며 힘을 회복해 갔다.
[아아아...좋아...그거예요 아아앙...]
우아했던 여인은 미친여자로 변하며 남성을 무참히 유린했다.
점차 프로스트 장군의 눈이 하얗게 물들며 검은자위가 사라져 갔다.
실 빛이 창백해 지며 푸들 푸들거리다 축 늘어지는 남자와 그 위에서 미친 듯
날뛰며 몸부림치는 여인...버석버석 남성의 입가에서 거품 섞인 타액이 흘러 내렸다.
* * * * * *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모님...이번에 큰 신세를 졌습니다.]
기밀 통신 룸...정면을 향해 은빛 머리칼을 단정히 정리한 사내가 공손히 허리를
숙여 보였다.
평소에 여유만만하고 장난스러웠던 이 사내는 바짝 긴장한 채 서서 앞의 입체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세를 진 게 아니라 계약에 따라 할 일을 했을 분이예요. 스파르탄...]
[하하...그렇습니까...]
멋쩍게 웃어 보이는 그를 향해 입체영상의 여인이 우아하게 웃어 보였다.
흡사 만개한 장미꽃처럼 화사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번 일은 쉬웠다더군요...투입된 아이가 그러던데 그 남자...간단한
암시에 아주 쉽게 걸려들었다고 했어요...]
삐질...농염하고도 은근한 눈초리에 사내는 온 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착각을
받을 지경이다.
생긋 웃으며 한쪽 눈을 윙크하는 여자는 느긋한 표정으로 물담배를 물었다.
후우우, 긴 숨결과 함께 연기가 뿜어졌다.
[그나저나 스파르탄...프로스트 장군을 처리했다 하더라도 한 고비를 넘었을 뿐인데...
괜찮나요? 뭐 다른 일도 도와드릴 것 없나요?]
[호의는 감사하지만 일단 그걸로 됐습니다. 고모님, 재삼 감사드립니다.
아! 그리고, 지정된 계좌로 송금을 마쳤습니다. 확인해 보시고 연락 주십시오. ]
[그런가요...알겠어요 스파르탄, 하지만 그런 것 보다 다음에는 좀 더 유익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군요...그리고, 이번 위기를 부디 잘 헤쳐나가기를...]
[감사합니다, 이번 일이 잘 풀리면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팟, 입체영상이 끊기고 긴 의자에 몸을 묻은 여인이 눈을 감으며 긴 숨을 내쉬었다.
[여전하군요, 스파르탄...특히 남에게 자신의 깊은 속을 잘 내보이지 않으려는
성향은...]
느릿하게 손에 든 물담배를 빨자 입안 가득 박하와 허브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팔락팔락 여인의 손 안에서 잘 섞인 점 카드가 배열되었다.
일곱장의 카드가 육망성 모양으로 배열되고 한 장 씩 펼쳐졌다.
찬찬히 살펴보던 여인의 눈이 묘하게 반짝였다.
[고난, 인내, 파괴...종말과 재생...]
긴 손톱을 미려하게 다듬은 여성의 손이 펼쳐진 점 카드 중 한 장을 쳐들었다.
싱긋 묘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운명의 수레바퀴...새로운 운명이 돌기 시작했군요. 스파르탄...이 고모는 멀리서나마
도령의 앞날을 지켜볼 뿐...부디 이번 시련을 잘 넘기길 바래요...]
여인은 긴 숨을 내쉬며 되뇌었다.
입 안의 박하와 허브향이 쓰디쓰게 쓰게 느껴졌다.
2. 운명의 수레바퀴 (Wheel of Fortune).
The wagon of fate started projection.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Anyone it will not be able to disobey. [아무도 거역할 수 없다.]
차가운 금속성 병이 빈 틈 없는 기밀실...한 가운데 통신단말기가
설치되어 있을 뿐 어찌 보면 살벌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삭막한 공간이었다.
여러 겹으로 된 군사용 방호문이 열리고 생체인식 장치를 거쳐야
들어올 수 있는 이곳은 기밀용 통신 룸으로 스파르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몇몇 행성정부의 고관이나 후원자들과 연락을 주고받기 위한 시설이다.
스파르탄이 신중하게 손에 든 원형 크리스탈...특수 자료 저장 장치를
단말기에 꼿아 넣었다.
[엑세스...비밀번호 #@$$%^%&%@###...]
순간 조명이 꺼졌다가 실내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창백한 빛이 느릿하게
원을 그리며 실 내를 밝혔다.
커다란 기둥 모양으로 빛이 내려 쬐는 가운데 허공에 파란 반딧불처럼
보이는 구체가 나타나 스파르탄 주위를 돌아 다녔다.
[비밀번호와 생체 코드를 확인했습니다. 환영합니다. 스파르탄 님.
그 자리에서 잠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
반짝이는 구체가 잠시 허공에서 푸른빛으로 반짝이다 허공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잠시 후, 바로 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지직 거리더니 무언가 뿌연
영상이 나타나기 시작 했다.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오랫동안 인사를 드리지 못했군요...]
[......]
어울리지 않게 정중한 태도 였고 살짝 스파르탄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긴장했다.
불분명했던 영상이 점차 뚜렷해 졌다.
화창한 빛이 가득한 가운데 두건을 깊이 눌러 쓴 구부정한 인물이
섬세한 손길로 꽃나무 한 그루를 정성스럽게 돌보고 있는 모습이
떠 올랐다.
[...과연 대단하군, 은하 표준시로 한참은 더 기다려야 소식이
올 줄 알았는데...]
약간 귀를 거슬리는 금속성이 섞인 나이 든 노인의 목소리였다.
그는 손에 들었던 원예용 공구를 놓더니 한쪽에 놓인 투명한 대야에
손을 씻었다.
[오랫동안 자네와 "유니온"...지켜 봐 왔지만 항상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군...]
찰박, 찰박 느릿하게 손을 씻은 노인이 부드러운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한쪽에 놓인 안락의자에 몸을 묻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헌데 의원님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
노인은 대답 대신에 자기 앞의 허공을 손으로 가볍게 휘 젓는 동작을
해 보였다.
허공 중에 입체영상으로 상당한 분량의 우주지도가 나타났다.
[광대한 우주는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지...허나,
그 우주보다 더욱 거대한 것이 있네...바로 욕심 혹은 탐욕이라고
부르는 괴물이라고나 할까...]
[......]
우주 지도는 빠르게 움직이며 확장 되더니 어느 한곳을 작은 태양계를
비추며 멈췄다.
바로 스파르탄의 세력권인 델타 성계...그 것도 본거지라고 할 세일론 행성이
눈 앞에 보였던 것이다.
꿀꺽 긴장으로 인해 스파르탄의 입에서 마른 침이 넘어갔다.
지도 멀리서부터 몇 개의 붉은 선이 바로 스파르탄의 근거지로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자네에게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겠군...악의를 지닌 손님들이 찻아가고
있네...뭐, 그 손님의 목적은 자네라기 보다는 바로 자네와 선이 닿아있는
"카이텐" 내부의 비 주류세력들...나를 비롯한 온건파의 의원들이나 중립 파의
원로들 혹은 행성정부를 겨냥해 있을 테지만...]
[......!]
스파르탄의 얼굴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쪼르르...노인은 작은 잔에 차 주전자를 기울여 차를 따랐다.
작은 찻잔에는 금방 찻물이 가득 차고 이윽고 넘치고 말았지만 아랑곳 않고
차를 계속 따랐다.
주르르 흘러내린 찻물이 받침 접시에 그득하다.
[컵에 물을 부을 때는 알맞게 부어야 하네...아니면 넘쳐버리고 말지...
이렇게 말이야...물론 컵이 크기가 크다면 모를까 유한한 용량을 가지고
있는 그릇이라면 절대로 어느 선을 넘지 않게 무엇을 담아야 한다네...]
딸칵, 차 주전자를 내려 놓은 노인이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카이텐...물론 은하 4대 세력 중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
그러나, 만약 둘 이상의 세력이 연합한다면 우리 카이텐이라 하더라도 당할
수가 없네...광대한 은하 우주를 하나의 힘만으로 통합하기는 아직 많은
문제가 있어...헌데, 철 모르는 어린 것들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야...]
끌끌 혀를 차는 소리가 노인에게서 흘러 나왔다.
문득 노인의 시선이 느릿하게 스파르탄을 향했다.
부드러우면서 위압감을 주는...게다가 왠지 모르게 따스한 정과 안타까움 마저
담긴 눈빛이었다.
[그럼...의원님...아니, 어르신의 말씀은 "어렵다"는 것 입니까?]
[......]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노인에게선 긴 한숨이 쉬어졌다.
[자네에게 미안하지만 그렇다네...면목이 없구먼...]
[......]
노인과 젊은이 사이엔 깊은 침묵이 흘렀다.
알쏭달쏭한 물음과 대답이었다.
무엇이 어렵다는 것이며 무엇이 면목이 없다는 것일까?
하지만 오히려 스파르탄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 졌다.
[잘 알겠습니다...이번 일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조용히 마무리 지어
보이겠습니다.]
[부탁하네...자세한 자료는 비밀회선으로 자네 쪽에 전달 되었을 것일세...]
* * * * * *
[역사는 힘이 있는 자가 혹은 힘이 있는 세력이 만든다.
"어머니 별" 지구에서부터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고 지금에 이르기 까지
그 것은 변 함이 없는 이치...]
달그락, 달그락 얼음이 든 호박빛 액체가 원형 유리잔 안에서 맴을 돌며
소리를 냈다.
두텁고 살짝 굳은 살이 배인 손이 장난스레 유리잔을 굴렸다.
[장대한 은하 우주를 하나로...혼란과 분열을 종식 시키고 일사불란하며
평화스럽게 만든다.
바로 우리의 가문과 이 나의 힘으로 그렇게 만드는 것,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지 않느냔 말이야...]
[......]
[......]
쭈우욱 잔을 들이킨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우직! 손 안의 잔이 그대로 남은 얼음과 함께 조각나 바닥의
카펫에 흩어져 떨어진다.
처억! 손이 허공으로 쳐 들렸다.
상처 하나 없는 굳건한 남자 혹은 야망가의 손...우드득! 뼈끼리 부딛치는
소리와 함께 굳게 주먹이 쥐어졌다.
[역사 이래로 우수한 소수의 지배자는 야망 없고 열등한 다수를 통치해 왔다!
그 것이 역사, 그 것이 현실이다.
강력한 힘을 지닌 우리의 가문 "카이텐" 이야말로 은하계는 물론 이 우주를
평화스럽게 할 힘이며 원천이다.
그리고, 은하계 우주의 통일 그 것이야말로 우리의 이상이며 하나의 우리,
모두가 된 하나인 새로운 길이며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헌데 말이다...어떤 쥐새끼들이 우리 이상을 좀먹으려 하고 있다.
제군들...그 쥐새끼들을 어찌 해야 할까?]
스윽...그야말로 독수리를 닮은 눈동자가 무섭게 빛을 뿜었다.
야망가의 눈...목소리는 우렁차고 그 기세는 드높았다.
멋드러지게 허공을 수 놓는 금발과 푸른 눈동자...젊은 사자를
보는 듯 자연스러운 위압감이 몸 주위를 맴돌았다.
야망가의 눈이 허공을 맴도는 무수한 잔영을 훑었다.
넓은 실내를 떠도는 입체영상은 무수한 별들의 바다 였다.
은하계 지도와 일목 요연하게 정리된 브리핑 파일들...몇몇 인물들의
영상도 함께였다.
십 수명의 얼굴 모습과 프로필들...으드득 이빨을 악무는 사자의 포효가
나직하게 울렸다.
[이른바 온건파라 불리는 기회주의자들과 일신의 안전을 바라는 나약한
비겁자들...특히 몇몇 노친네 들이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쳐 내기엔 문제가 있지...]
씨익, 살벌한 미소가 사내의 입 가에 번지며 피를 갈구하는 맹수의 살기가
그의 전신을 맴돌았다.
전면...고대 수도사들이 입던 두건 달린 옷을 걸친 노인의 모습이 커다랗게
확대 되었다.
[렌델 F. 안도왈츠 의원...흔치 않은 "지구"출신 이며 현재 우리 "카이텐"의
중핵 "소울 게이트 (魂門)" 당파의 수장이기도 합니다.
확장이론에 반대하는 온건주의자이며 항상 그 입장을 변치 않고 유지해 온
인물이라 지지층이 두텁고 세력도 탄탄합니다.
문제는 이런 인물이 우리 "텐류샤 (天龍寺)" 당파와 대립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위이잉,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자동의자가 약간 허공에 떠서 움직이고 있었고
흡사 얼음가면을 쓰고 있는 듯 표정이 싸늘한 여자가 앉아 있다.
조각같은 얼굴에 안색이 다소 창백하지만 은빛 조명이 몸 주위에 감돈다고
할까? 달빛이 환하게 빛나는 밤에 작은 꽃이 피어있는 곳에서 노는 "페어리(요정)"
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더구나, 아까 지도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냥 제거를 한다든지 할 경우
당파 차원을 떠나 "카이텐" 전체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카이텐이 분열될 가능성마저 존재합니다.]
얼음조각 같은 외모대로 사무적이고 딱딱하기 그지 없는 말투였지만
하지만 이번과 같이 주의를 요하는 브리핑에선 더 없는 청량제와 같았다.
그녀의 브리핑을 듣던 사람들이 자뭇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개중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결국 다른 방법을 찻아야 했고 얼마 전 우리 첩보망에 좋은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입체영상이 변화했다.
몇 개의 새로운 영상자료와 함께 뜨는 인물 파일...특히 한가운데 자리한 인물 영상을
본 사람들이 경악한 목소리를 곳곳에서 냈다.
웅성웅성 조용하던 실내가 소란스러워 졌다.
[우...우주해적..."아이언 자이언트"]
[토르...호크가의 수장...]
[설마 안도왈츠 의원이 호크 가문과...]
잠시 시간이 흘러 소란이 가라앉았다.
[새로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안도왈츠 의원과 "호크 가문"과의 교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였다고 합니다.
불법적인 거래, 밀수, 매점매석...거기에 우주법으로 금지된 여러 행위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무장세력을
양성해 온 것 입니다.]
순간 싸늘하게 실 내가 얼어붙었고 모든 사람들이 할 말을 잊은듯 했다.
[무...무장세력을 양성?]
[온건파인 안도왈츠 의원이...]
[그, 그것이 사실이라면 안도왈츠 의원이 쿠테타를...?]
재차 실내가 소란스러워 졌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혹은 놀랍다는 얼굴이었다.
[안도왈츠 의원이 무장세력을 양성하고 해적과 관계 했다는 것만으로도
명성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도왈츠 의원을 제거하기엔 많이 모자랍니다.
따라서...]
차가운 빛이 "그녀의" 눈에 맺히며 목소리가 더욱 차갑게 가라 앉았다.
[좀 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 함께 해적세력을 괴멸시켜야 합니다.
바로 해적 "아이언 자이언츠"와 그 본거지를 함께 노려야 하는 것입니다.]
우주지도를 가로지르며 붉은빛이 쭈욱 뻗어 어디론가 향했다.
세 줄기의 선...별과 별 사이를 지나 그 세 줄기의 선이 향한 곳...
바로 우주를 떠도는 유랑민들과 무법자들이 개척한 델타성계 정확히는
행성 세일론이었다.
* * * * * *
별들이 소용돌이 치는 입체영상 세 줄기 붉은 빛줄기가 쭈욱 뻗쳐져 유니온의
주성 세일론에 닿아있는 모습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었다.
카이텐카이의 회의장에서 보인 바로 그 우주지도...
바라보는 사람들은 경악한 눈으로 침을 꿀꺽 삼키고 있을 뿐이다.
[카이텐카이 공식 전력의 30%가 이번 공격계획에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저 세줄의 붉은선은 바로 그것을 의미하죠...]
[......]
[......]
[덧붙여 말씀드리자면...카이텐카이의 전력 30%는 우리로서는 대항이
불가능 합니다.
우리 연합 전체 전력을 카이텐카이 30% 전력이 우습게 능가합니다.]
곳곳에서 신음 소리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스윽, 진영은 코 끝에 걸친 무테안경을 치켜 올리며 싸늘하게 웃었다.
[대책든...대책은 있는거요? 장관...]
수염을 멋드러지게 기른 노인 한 사람이 신중한 어조로 묻는다.
행성 세일론의 의원 중 한 명...상당히 보수적이며 신중한 인사였다.
진영은 쓰게 웃었다.
[공식적인 대책은...없습니다. 의원님...]
끄응, 노인은 이마를 짚었고 장내는 더욱 소란스러워 졌다.
[다만...]
잠시 뜸을 들이며 입을 연 진영의 목소리에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빙긋...이번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진영에게서 흘러나왔다.
흡사 맛있는 먹이를 둔 고양이를 보는 듯...진영의 성품을 아는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하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총사령관께서 한판 붙어볼 만 하겠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씨이익...진영의 미소가 더욱 짚어 졌다.
* * * * * *
씰룩, 씰룩 프룩, 프룩...콧바람을 내며 허공에 떠도는 영상 자료를 살펴보는
거인의 표정이 심각하다.
꿀꺽, 꿀꺽 거짓말 보태서 양동이만한 맥주잔을 기울이다가 슥 손을 뻗어
질겅질겅 육포를 씹었다.
[이거 너무 심각하신 표정입니다. 토르...어울리지 않는군요...]
[헛소리는 가려 해주었으면 하는군...행정관 나리...]
다소 능글맞은 남자의 목소리...휙 도끼눈을 뜨고 돌아보았다가 쭈우욱
남은 맥주를 마시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하하...이거 제가 실언을 했나요? 그런데, 진영이 그러던데요 해볼만
하다고 하셨다구요?]
말이 끝나자 무섭게 타앙! 탁자 위에 맥주잔 내려 놓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해볼만 하다...그래 해볼만 하긴 하지...그리 만만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이글이글 타오르는 토르의 커다란 눈...찔끔 스파르탄이 땀 방울 맺힌
얼굴로 얼버무렸다.
[카이텐카이 넘덜 아예 우리를 싹 정리하려고 작정을 했는것 같은데...
전체 전력의 3할...게다가 부록으로 골치아픈게 둘이나 딸려있단말이지.
하나는 그 원정함대의 기함이 "실버나이트호" 우리에게 없는 초신성급
장갑전함이다...무시무시한 파괴무기를 장착한...스파르탄! 알겠나?]
[실버나이트! ‘행성파괴급’ 무기를 장착한 그놈 말입니까!]
이번엔 스파르탄이 경악한 표정을 해 보였다.
행성파괴병기란 말 그대로 어지간한 등급의 행성을 일격에 우주의
먼지로 만들 수 있는 병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스파르탄이 놀랄 수 밖에...은하계 전체의 협정에 의하면
행성파괴병기는 공식적으로 사용이 제한되거나 금지된 것이다.
스파르탄의 목소리가 심각하게 떨렸다.
[서...설마 그들이 이번에...우리를 아주 가루로...대책은 있는 겁니까?]
[오바하지 말게 스파르탄 군...다행이 실버나이트 정도로는 행성파괴병기를
아무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놈은 아니란 말이야...
재대로 위력을 내려면 에너지 충전만 해도 한나절이다.
더구나 100% 출력으로 쏜다면 아무리 초신성급 장갑전함이래도 한 두 방이
고작이야...전함이 견디질 못하거던...다만...]
꾸득! 토르의 주먹이 굳게 움켜쥐어졌다.
[강력한 무기도 그 것을 재대로 다룰 수 있는 인간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천차만별로 위력이 달라지게 되지...아까 골치 아픈 게 둘이라고 했었지?
바로 강력한 무기를 재대로 다룰 인간...카이텐카이 제3우주군 단장
쟝 프로스트 중장 바로 그 인간이야말로 "실버나이트" 이상의 골칫덩이란
말이야...]
후우...토르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위험합니까? 그 인물이?]
스윽 토르의 눈초리가 찌르듯 예리해졌다.
[위험? 흐흐...쟝프로스트...그 인간이 실버 나이트와 합쳐진다면 이 싸움은
반 이상 지고 들어가게 된다.
물론 나 역시 그냥 깨진다고는 하지 않지만...]
[......]
후룩...아쉬운 듯 잔 안의 거품을 핥으면 토르가 허공에 떠있는 인물파일
하나를 가르켰다.
[보라구 저기...이번 원정함대 총사령이라고 되어있는 자야...]
살짝 벗겨진 머리를 한 단단해 보이는 남자...제복 차림의 그 남자는
바늘로 찔러도 들어갈 것 같지 않는 그런 기질을 온 몸으로 풍겨내고
있었다.
토르가 나직하게 으르렁거렸다.
[저자의 능력이라면 실버 나이트의 능력을 두배, 아니 세배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지...포격전은 물론이고 접근전, 전자전, 심지어 기갑기사들의 전술에도
뛰어난 괴물 같은 인간, 물론 본인이 직접 전투기를 타거나 기갑기사를 모는
것은 아니지만...모든 걸 예상해서 작전을 짜려니 아주 죽을 맛 이야...]
점점 암울해져 가는 토르와는 달리 히죽...갑자기 스파르탄의 얼굴에 능글거리는
표정이 스쳤고 이번엔 토르가 질린 표정이다.
[자네,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씨이익, 스파르탄에게서 무언가 위험한 느낌의 미소가 진하게 풍긴다.
[토르, 저 자를 배제한다면 이 싸움의 승률은 어떻게 되지요?]
[......]
히죽히죽...능글맞고 재수없는 표정의 미소가 점점 짙어져 갔다.
* * * * * *
[그래 이걸 누가 보냈다고?]
[그게...심부름 업체에 문의해 봤지만 어떤 여성분이라고만...]
[그런가...]
단아하면서도 아주 부드러운 필체...게다가 정갈하기 까지 했다.
색색의 장미꽃을 섬세하게 포장해 묶은 장미다발과 함께 보내 온 손으로
쓴 카드 하나...
카드에는 (건승을 기원합니다. 팬으로 부터) 라는 짤막한 메세지 만이
쓰여 있을 뿐이다.
절도있는 모습으로 걸음을 옮기며 몇 번이고 카드에 적힌 글씨를 바라 보았다.
[그만 나가보게 알았네...]
[옛! 그럼 쉬십시오...]
착, 빈 틈 없이 경례하는 부하에게 살짝 목례하고는 털썩 의자에 앉았다.
얼음장군 혹은 철가면 이라고 불리는 쟝프로스트 장군...술이나 담배 혹은
기호품 등을 전혀 하지 않으며 매사 담백하고 철두철미하지만 그 에게도 몇 가지
쯤은 취미가 있었던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과 잘 쓴 글씨를 감상하는 것...
과학 기술의 발달로 상호간 의사소통이나 기록 등에 손으로 쓴 문서를 이용하는
일은 옛 시대의 유물처럼 되어 버린 것이 당연했지만 이 성실한 군인은 그 점을
매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으음...]
꿀꺽 입 안으로 침이 넘어갔다.
전율감 이랄까? 온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손으로 쓴 글씨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겠지만 필체를 보면
여러가지를 읽을 수 있는 법 이었다.
더구나 어떤 문자라도 손으로 쓴 것을 본다면 그 것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는 것 만으로도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글 쓴 사람의 태생, 기질, 종족, 문화...어떤 문자를 어떤 식으로 ㎢윰커?
따라 그 사람의 경향이나 교육 정도 심지어 사상적인 것 까지 읽을 수 있다.
이 글씨...은하공용어로 씌여 있기는 했지만 고풍스러운 스타일이었다.
거기에...뜯어보면 볼수록 가슴 떨리게 하는 묘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
글씨를 보는 것 만으로 아랫도리가 불끈 치밀어 오른다고 할까?
[끄응...]
딱딱하게 발기하는 아랫도리 어째서 글씨를 보는 것 만으로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일까?
후우우...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몇 차례 심호흡을 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야...]
정성스럽게 쓴 카드에서 눈을 떼며 쟝 프로스트 중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 앞 색색의 장미꽃 다발이 묘한 유혹을 뿌리고 있었다.
꽃다발을 들어 장미향기를 살짝 맡아보았다.
후끈 일반적인 장미향보다 훨씬 진한 장미향이 풍겼다.
[으...으윽, 뭐지?]
눈앞이 깜깜해지고 온 몸에 힘이 빠졌다.
털썩, 무너지듯 장군의 몸이 쓰러졌고 의식이 어둠 속으로 빠지듯 희미해져 갔다.
[......?]
평범한 복장에 부관 한 명도 거느리지 않고 거리를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은
얼마인지 모를 시간이 지난 뒤였다.
단아한 예복에 장갑을 끼고 손에는 장미 다발을 들고 전혀 생소한 거리를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멈칫 몸을 세운 쟝 프로스트 중장이 주위를 둘러 보았다.
[여기는...?]
아주 고풍스러운 거리였다.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정리가 잘 되어있고 아름다운...그의 마음에 쏙 드는
곳이다.
무엇보다 걷는 맛이 난다고나 할까? 아기자기하고 시원스러운 상점가와 소란스럽지
않는 분위기...게다가 지나가는 사람들 역시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절제를 보여주고
있었다.
[흐음...?]
마음에 들었다.
아직 해가 있는 이른 저녁 살짝 노을이 지며 가로수에 비치는 햇살이 싱그러웠다.
쟝 프로스트 중장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주위에서는 멋대가리가 없네 얼음이네 하지만 실상은 문학을 사랑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그런 자신을 몰라서 하는 수근거림일 뿐이다.
지금 보는 아름답고 고아한 풍경을 그는 정말 좋아했다.
가슴이 떨렸고 거리 한복판에서 잘 아는 오페라를 부르고 싶었다.
꾹 눌러 참으며 고전가요 "샹송"한 자락을 읊조렸다.
- Ma chambre a la forme d"une cage
새장 모양의 내 방
Le soleil passe son bras par la fenetre
태양은 자신의 팔을 창문으로 비춰요
Les chasseurs a ma porte
사냥꾼들은 내 문앞에
Comme les petits soldats
작은 병사들처럼
Qui veulent me prendre...
나를 붙잡고 싶어하는...
살짝, 살짝 장미 다발의 향기를 맡으면서 그는 자신이 속삭이는 곡조에 취했다.
멀리 작은 공원 입구가 보였고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을 때 숨을 쉴 수 없었다.
고풍스러운 드레스와 손에 낀 긴 장갑, 높게 틀어 올린 짙 푸른색 머릿결...
두 눈은 슬픈 듯 촉촉한 물기를 띄고 있었고 긴 속눈썹에 드러난 목덜미가 사슴처럼
길었다.
쾅쾅...머리 속이 온통 헝클어 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몸이 움직일 때 마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가는 몸매의 율동은 어떤가...
꿀꺽, 장군의 입 안에 듬뿍 고인 침이 넘어갔다.
그녀는 그저 우아한 자태로 분수대 옆에 앉아있었을 뿐이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고 분수대의 물이 금빛으로 반짝거렸지만
지금 이 순간 장군의 눈엔 오직 그녀만이 보였다.
부르르 전신으로 전율이 흘렀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한 발짝 두 발짝 다가가기 시작했다.
* * * * * *
애절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조가 바람을 따라 흐르듯 울려 퍼졌다.
애절하게 흐르는 음악은 음향장치 같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악사들이 직접 연주하는 것이다.
[참 아름다운 곡이네요...예전 "어머니별"에 넘치던 문화의 세기 잘 알려졌던
것이라고 하던가요?]
감미로운 곡조가 흐르는 노천까페...부드러운 맛의 차를 한 모금 들으며 장군과
묘한 여인은 한창 대화에 빠져 있었다.
전신으로 부드러운 장미꽃 향기를 풍기는 여인...
단정한 복장의 웨이터가 다 먹은 요리그릇을 치우고 정중히 목례를 하고
물러났다.
둘은 공원에서 꽤 오랬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이곳 노천 까페까지 와 있었다.
처음 만난 사이인 데도 왜인지 오랫동안 사귄 그런 기분이다.
[그렇습니다, 마담...지금은 잊혀져 가니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렇군요...]
생긋 여인이 웃자 한 떨기 장미처럼 화사하기 그지 없다.
자신의 이름을 마를린이라고 밝힌 그 여인을 장군은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꿀꺽, 장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두 눈에선 불꽃이 튀어 나오는 듯 하다.
그 것을 읽었음일까? 마를린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입술을 천천히 혀로 핥으며 장군의 시선을 받았다.
[마담...]
[......]
짧은 접촉이 몇 번 두 남녀의 입술이 부딛쳤다.
깊이 입술끼리 물리고 벌어진 새로 혀가 뻗어 나와 얽혀 들었다.
꿈틀꿈틀 교미하는 뱀처럼 혀끼리 얽혀 미끈둥거렸다.
뜨겁고 감미로웠다.
장군의 아랫도리는 더 할 수 없이 불끈 달아올라 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일까...
남녀는 거의 동시에 침대에 몸을 던졌다.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실대 은은한 조명아래 커다란 원형 침대의 시트는
아주 부드러웠다.
[쟝...나를 가져요...어서...]
[마를린...]
한 꺼풀 두 꺼풀씩 드레스가 벗겨졌다.
긴 목덜미에 어울리게 우아한 모양의 쇄골...동그란 어깨에 이어지는
아름다운 젖가슴...왈칵 이는 충동에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아아...여자의 입에서 나른한 교성이 토해졌다.
여성이 스스로 다리를 움직여 팬티 자락을 벗어 내렸다.
길고 늘씬한 다리가 죽 뻗쳐져 드러났다.
훅, 후욱 장군의 숨결이 거칠어 졌다.
미친다...이 여자는 장군의 남성을 미치게 하는 데가 있다.
도톰한 보라색 젖꼭지가 장군의 입 안에서 굴려졌다.
군살하나 없는 복부에 장군의 혀가 길게 벋쳐지며 기었다.
벌려 세워진 무릎을 움켜 넓게 벌리자 드러나는 은밀한 부위...
소담스러운 체모의 숲이 헤쳐지고 가장자리가 연한 보라색인 꽃잎이
하느작 벌려졌다.
쟝 프로스트 장군의 머리에서 무언가가 툭 끊어졌다.
[하아악, 쟝...더 깊이 해줘요...]
할딱거리는 여자의 손이 장군의 머리채를 움켜 쥐었다.
굼틀 꿈틀 길게 뻗어진 장군의 혀에 여자의 은밀한 살점이 왈칵 왈칵
조이는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
미끈거리는 애액의 향기가 감미로웠다.
[으으응...쟝, 더 더...하아앙...]
원래 여자 관계에 담백했지만 이렇게 자기 스타일인 여성은 지금까지
없었다.
장군은 여자에게 더욱 깊이 침습 당하는 것을 느꼈다.
검붉게 성이 난 남성이 허공에 뻗었다.
마를린의 벌려 세워진 다리 사이 남성은 여성의 신비한 속살을 노렸다.
[마를린...]
[어...어서 와요...빨리...]
윽! 여성이 가늘게 떨며 비명을 참았다.
찰싹, 들러 붙는듯 뜨겁고 탱탱한 다리가 장군의 허리를 휘감았다.
허억! 장군이 급한 숨을 들이쉬었다.
아플 정도로 발기한 페니스가 흡사 수천 수 만개의 흡반에 둘러 싸인 듯 했다.
빡빡하면서도 부드럽고 찰진 고무처럼 탱글거렸다.
그 곳은 늪과 같았고 진창 같았으며 먹이를 삼키는 뱀처럼 아찔하고 치명적
이었다.
으으윽...이발을 악물며 참았다.
굼틀, 꿈틀 장군의 페니스가 깊이 빨려들었다.
으으으...가늘게 덜며 깊이 여인을 안았다.
알맞은 크기의 젖무덤이 대단히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낼름 거리며 젖가슴을 핥고 젖꼭지를 빨았다.
오똑, 발기한 젖꼭지가 탱글거렸다.
두어 번 숨을 내쉬었다 허리를 움직였다.
하아...여자에게서 달콤한 숨결이 느껴졌다.
[마를린...흐으...]
[하아...쟝...세게...더 세게...]
퍽, 퍽 남녀의 연결부위 에서 살끼리 부딛치는 소리가 들렸다.
[뜨거워요...쟝...하아...]
[으흐흐...]
부르르 정점으로 치닫기 시작한 남녀는 더욱 서로를 굳게 끌어안았다.
연결된 부분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윽...]
[하아 뜨거워...]
거의 여자를 잊고 살았던 장군의 머리에 짙은 사정감이 느껴졌다.
꿀럭, 꿀럭, 꿀럭...미친듯한 분출감이다.
여성의 질 벽을 남성의 체액이 연신 때렸다.
츠읍, 츱...연결된 입술 사이로 다시 혀가 미칠듯 얽혀 들었다.
남녀는 서로에게 깊이 녹아들었다.
[흐윽...허억...]
[하아아...굉장해요...단단하고 뜨겁고...하으응...]
모양 좋은 젖가슴이 스스로 주물려 찌그러졌다.
단정했던 머릿결은 해초처럼 풀려져 허공에 흩날렸다.
두 남녀의 자세는 바뀌어 있었다.
몽롱한 눈으로 누워있는 남자와 그 위를 기마자세로 걸터앉아 미친 듯
엉덩이를 위 아래로 일렁이고 있는 요염한 여인...
잘근잘근 남성의 살기둥을 씹어 삼켰다가 끈적이는 애액에 흠뻑 적셔진 채
뱉어내는 여성의 아랫입술에선 음란한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하아앙...뜨거워...정말...]
[으윽...으으으...]
꿈틀꿈틀 사타구니가 조였다가 풀릴 때마다 남자의 입에선 앓는 듯한
신음 소리가 흘러 나왔고 위 아래로 방아질치는 엉덩이에 미끌거리며 기름기가
흘렀다.
검붉은 페니스가 드러났다가 삼켜졌다.
돌연 꼿꼿이 상체를 세우며 엉덩이를 움찔거리는 여인...아랫배에 갇힌 남성이
폭발하며 뜨거운 용암을 뿜어냈다.
벌써 몇 번째일까...셀 수조차 없는 폭발이었다.
[하아 하아앙...아직 안돼요...더 줘요...하아앙...세게 더 더...]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재차 끈덕지게 조여지는 여성의 살점의 동굴...힘을 잃어가던 남성이 여성 안에서
꿈틀거리며 힘을 회복해 갔다.
[아아아...좋아...그거예요 아아앙...]
우아했던 여인은 미친여자로 변하며 남성을 무참히 유린했다.
점차 프로스트 장군의 눈이 하얗게 물들며 검은자위가 사라져 갔다.
실 빛이 창백해 지며 푸들 푸들거리다 축 늘어지는 남자와 그 위에서 미친 듯
날뛰며 몸부림치는 여인...버석버석 남성의 입가에서 거품 섞인 타액이 흘러 내렸다.
* * * * * *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모님...이번에 큰 신세를 졌습니다.]
기밀 통신 룸...정면을 향해 은빛 머리칼을 단정히 정리한 사내가 공손히 허리를
숙여 보였다.
평소에 여유만만하고 장난스러웠던 이 사내는 바짝 긴장한 채 서서 앞의 입체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세를 진 게 아니라 계약에 따라 할 일을 했을 분이예요. 스파르탄...]
[하하...그렇습니까...]
멋쩍게 웃어 보이는 그를 향해 입체영상의 여인이 우아하게 웃어 보였다.
흡사 만개한 장미꽃처럼 화사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번 일은 쉬웠다더군요...투입된 아이가 그러던데 그 남자...간단한
암시에 아주 쉽게 걸려들었다고 했어요...]
삐질...농염하고도 은근한 눈초리에 사내는 온 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착각을
받을 지경이다.
생긋 웃으며 한쪽 눈을 윙크하는 여자는 느긋한 표정으로 물담배를 물었다.
후우우, 긴 숨결과 함께 연기가 뿜어졌다.
[그나저나 스파르탄...프로스트 장군을 처리했다 하더라도 한 고비를 넘었을 뿐인데...
괜찮나요? 뭐 다른 일도 도와드릴 것 없나요?]
[호의는 감사하지만 일단 그걸로 됐습니다. 고모님, 재삼 감사드립니다.
아! 그리고, 지정된 계좌로 송금을 마쳤습니다. 확인해 보시고 연락 주십시오. ]
[그런가요...알겠어요 스파르탄, 하지만 그런 것 보다 다음에는 좀 더 유익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군요...그리고, 이번 위기를 부디 잘 헤쳐나가기를...]
[감사합니다, 이번 일이 잘 풀리면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팟, 입체영상이 끊기고 긴 의자에 몸을 묻은 여인이 눈을 감으며 긴 숨을 내쉬었다.
[여전하군요, 스파르탄...특히 남에게 자신의 깊은 속을 잘 내보이지 않으려는
성향은...]
느릿하게 손에 든 물담배를 빨자 입안 가득 박하와 허브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팔락팔락 여인의 손 안에서 잘 섞인 점 카드가 배열되었다.
일곱장의 카드가 육망성 모양으로 배열되고 한 장 씩 펼쳐졌다.
찬찬히 살펴보던 여인의 눈이 묘하게 반짝였다.
[고난, 인내, 파괴...종말과 재생...]
긴 손톱을 미려하게 다듬은 여성의 손이 펼쳐진 점 카드 중 한 장을 쳐들었다.
싱긋 묘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운명의 수레바퀴...새로운 운명이 돌기 시작했군요. 스파르탄...이 고모는 멀리서나마
도령의 앞날을 지켜볼 뿐...부디 이번 시련을 잘 넘기길 바래요...]
여인은 긴 숨을 내쉬며 되뇌었다.
입 안의 박하와 허브향이 쓰디쓰게 쓰게 느껴졌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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