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 소위는 국내 최고의 명문대학을 졸업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군대가 어떤 곳인지 알았기 때문에 딸의 그런 관심을 못마땅해 하였다.
대학에 입학하던 날, 유리는 아버지에게 여군장교로 군대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공부만 하고 살아온 제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군대예요. 맨날 남자들이 군대 안 갔다 왔다고 여자들 비하하는 것도 꼴보기 싫구요. 그리고 남자들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생이나 되어서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말에 아버지는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다는 조건 하에 승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유리는 군대에 가게 된다.
유리는 어린 시절부터 군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체력을 열심히 단련했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인지 키도 상당히 커서 168cm 정도였다.
하지만 근육이 많이 붙는 체형이 아니어서 얼핏 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체형이었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과 달리 몸에 탄력이 있고 운동 능력도 상당했다.
하지만 군대 가기 전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나가서 놀 시간이 없었고, 새하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군 훈련소였지만, 유리의 외모는 단연 눈에 띄었고, 훈련소장 또한 부관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리는 오래 군에 있을 생각보다는 좋은 경험으로 군대 생활을 하고 싶다면서 보병 특기를 지원하였다.
그리고 처음 임관한 곳은 전방 소대의 소대장이었다.
최전방 부대는 아니었지만, 전쟁이 나게 되면 전선을 구성하는 위치인 것은 분명했다.
소대는 산 골짜기에 있어서 다른 소대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북쪽으로 험한 산이 있어서 관측 가능한 시야도 트여 있지 않고, 다만 전선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만 의미 있는 조금은 무의미한 소초였다.
소대원들은 대체로 순박한 녀석들이 많았다.
대화가 통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먼저 다가가서 관심을 보여주면 고마워하며 부끄러워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보급관과의 마찰이었다.
보급관은 오래 군에 근무한 중사로, 서른 초반의 남자였다.
키는 유리보다 약간 작지만,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로, 전형적인 군인 체형이었다.
그의 이름은 "최성수"였다.
그는 항상 입버릇처럼,
"전쟁이 안 나니까 군대가 썩어빠져서 저런 년이 보병 특기를 받아서 오고 지랄이야"
라는 말을 병사들 앞에서 하고 다녔다.
성유리 소위를 좋아하는 병사들도 있었다.
그런 병사 중에 가장 대표적인 녀석이 이석진 일병이었다.
약간은 유약한 체구에, 선후임에게 두루 무시당하는 녀석이었다.
성유리 소위는 그런 이 일병에게 관심을 쏟으면서 어떻게든 적응을 시키려고 하였다.
최 중사는 이런 이 일병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 일병이 근무를 서다가 졸고 있었다.
최 중사는 순찰을 돌다가 졸고 있는 이 일병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이 일병을 패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때리다가, 소대 본부로 이 일병을 끌고 들어왔다.
유리는 소대장실에서 자고 있다가, 문득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행정반으로 왔다.
그런데 여기 저기 상처를 입은 이 일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석진아, 무슨 일이야!, 뭐하다가 이렇게 다쳤니?"
하면서 바로 구급상자를 찾아 소독을 시작했다.
화장실에 들어가 주먹에 묻은 피를 닦고 들어오던 최 중사를 보고,
"중사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라고 물었다.
"아 네, 소대장님, 이녀석이 근무를 서다가 졸고 있어서 주의를 주는 차원에서 좀 때렸습니다."
유리는 깜짝 놀라서,
"군대 내 체벌이 금지되어 있는 거 모르십니까? 근무 설 때 잠시 졸 수도 있는 거를 이렇게 때려서 해결해야 했습니까?"
라고 하면서 최 중사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근무 기강은 군대의 생명입니다. 근무에 해이한 이 일병에게 일차적 잘못이 있는 거 아닙니까?"
최 중사가 워낙 강하게 나오는 바람에 유리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대장으로서 권위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어떤 상황에서도 체벌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최 중사가 그렇게 반성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면 연대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라면서 최 중사에게 징계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런데, 그 순간, 최 중사의 분노가 폭발했다.
"뭐라고? 징계? 뭐 이런 년이 전방에 와서 근무 기강을 흐트러뜨리고 지랄이야?"
하면서 유리에게 달려들려고 했었다.
이미 그 시점에서는 소대원들 중 반 정도는 일어나서 행정반 밖에서 말싸움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최 중사를 잡아 뜯어내었다.
성 소위는 다시 냉정을 찾고,
"안 되겠군, 최 중사를 소대 물품 창고에 격리시키고 문을 잠궈둬. 내일 바로 최 중사를 연대 본부 헌병대에 이송한다. 상관에 대한 폭행 및 명령 지시 불이행죄, 복종 의무 위반죄로 징계의결이 불가피하겠군. 최 중사, 안됐지만 군복을 벗을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
라고 한 뒤 소대원들을 돌려보내고 침대에 누웠다.
두 시간 정도 뒤, 새벽 5시 쯤, 어디선가 포성이 일어났다.
북한군이 급작스럽게 선제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성 소위는 소대원들이 어깨를 잡아 흔드는 데에 일어나서 북한군 공격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몇 분 뒤에 바로 경보가 울리는 것이 들렸다.
잠시 연대 본부와 무전을 취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우선 중대와 연락을 취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 중대에 연락을 취했으나, 중대도 통신 두절 상태였다.
점차 포성이 커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요, 최 중사를 잠시 데려와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엽 병장이 유리에게 이야기했다.
"비상 상황이고, 아무래도 군 경험 많으신 최 중사님이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최 중사를 부르는 것은 결국 자신의 무능을 보이는 꼴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리는 최 중사를 부를 수 없었다.
"침착하고, 동요하지 말고 중대 집결지로 완전 군장하고 모인다. 최 중사에게는 총기를 부여하지 말 것. 그리고 전 소대원은 3분 뒤에 중대 집결지에서 모인다."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훈련 상황을 떠올리며 중대 집결지에 모이는 것이 가장 적합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중대 집결지는 생각보다는 가깝지만, 전시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소지품을 빠르게 싸면서, 라디오를 챙겼다.
중대 집결지에 모인 것은 유리의 소대 뿐이었다.
아무래도 중대, 대대 본부까지 폭격에 몰살당한 것 같았다.
"우선, 산 속으로 들어가서 게릴라식의 전투를 하는 수밖에 없겠다. 아무래도 전쟁이 시작된 것 같으니까, 우선은 부대원들의 생명을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듯 하군."
그러면서 산 속으로 목적지를 향했다.
이 전에 정찰을 한 바로는 산 속이 꽤 깊어서 적들의 추격에 대해서도 안전하게 몸을 숨길 수 있는 골짜기가 꽤 있다.
일주일이 지났다.
최 중사와는 화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부사관이어서 의견을 안 듣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미련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 중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불안했다.
다만, 불안하다는 것을 최 중사가 알게 되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라디오를 들어본 결과, 북한이 선제 공격을 한 결과, 상당히 전선이 밀려 있다.
그리고 자신의 소대가 북한군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다만 모든 화력이 전선에 집중된 결과, 외따로 떨어진 성 소위 소대 야영지 근처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미군이 참전하여 다시 전선이 수복되기까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가장 나은 전략이라고 판단 하였다.
어제는 근무를 서던 이등병 한 녀석이 너무 피곤해서 자고 있다가 북한군 정찰병과 맞닥뜨려 총상을 입었다.
거의 치명상이어서 아무래도 죽게 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유난히 조용한 날이다.
아무래도 북한군 점령 지역 한 가운데 있고, 북한군 또한 잔여 병력 보다는 미군 참전 전에 남한을 완전히 점령해서 전쟁을 조기 종결하려는 목표를 지니고 있는 듯 했다.
근무를 서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빙 둘러 부비트랩을 설치한 뒤, 불침번 만을 세웠다.
소대원들은 전부 자고 있다.
성 소위는 조용히 텐트를 나왔다.
너무 오랜 기간 씻지 못해서 답답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낮에 봐 둔 호수에 가서 잠시라도 몸을 담그고, 쉬다 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불침번도 잠을 자고 있다.
잠시 한숨을 쉬고 바깥쪽으로 나왔다.
조용히 텐트를 나와서 호수에 갔다.
호수는 너무나 조용하다.
옷을 벗고, 바위 위에 올려둔 뒤에 총으로 눌러 바람에 날리지 않게 해 두고, 호수에 들어갔다.
호수 건너편 까지 수영을 해서 갔다가 돌아왔다.
천천히 나와서 옷을 찾으려 했는데 옷이 없다.
주위 어디에도 옷이 없다.
불안감을 느낀 유리는 빠르게 야영지로 향했다.
매끄러운 피부의 전라의 여성이 전장 한 가운데서 어딘가 향해 가고 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성 소위의 흰 피부는 더욱 빛이 난다.
다행히 멀리서 본 야영지는 조용하다.
아마도 야생 동물이 옷을 물고 달아났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부비트랩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천천히 부비트랩이 없는 쪽으로 움직여 가는데,
"쉬익-"
갑자기 발목 밑에서 밧줄이 감겨 발목을 채고 올라간다.
성 소위는 포획된 것이다.
전라로.
그녀의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군대가 어떤 곳인지 알았기 때문에 딸의 그런 관심을 못마땅해 하였다.
대학에 입학하던 날, 유리는 아버지에게 여군장교로 군대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공부만 하고 살아온 제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군대예요. 맨날 남자들이 군대 안 갔다 왔다고 여자들 비하하는 것도 꼴보기 싫구요. 그리고 남자들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생이나 되어서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말에 아버지는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다는 조건 하에 승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유리는 군대에 가게 된다.
유리는 어린 시절부터 군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체력을 열심히 단련했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인지 키도 상당히 커서 168cm 정도였다.
하지만 근육이 많이 붙는 체형이 아니어서 얼핏 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체형이었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과 달리 몸에 탄력이 있고 운동 능력도 상당했다.
하지만 군대 가기 전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나가서 놀 시간이 없었고, 새하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군 훈련소였지만, 유리의 외모는 단연 눈에 띄었고, 훈련소장 또한 부관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리는 오래 군에 있을 생각보다는 좋은 경험으로 군대 생활을 하고 싶다면서 보병 특기를 지원하였다.
그리고 처음 임관한 곳은 전방 소대의 소대장이었다.
최전방 부대는 아니었지만, 전쟁이 나게 되면 전선을 구성하는 위치인 것은 분명했다.
소대는 산 골짜기에 있어서 다른 소대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북쪽으로 험한 산이 있어서 관측 가능한 시야도 트여 있지 않고, 다만 전선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만 의미 있는 조금은 무의미한 소초였다.
소대원들은 대체로 순박한 녀석들이 많았다.
대화가 통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먼저 다가가서 관심을 보여주면 고마워하며 부끄러워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보급관과의 마찰이었다.
보급관은 오래 군에 근무한 중사로, 서른 초반의 남자였다.
키는 유리보다 약간 작지만,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로, 전형적인 군인 체형이었다.
그의 이름은 "최성수"였다.
그는 항상 입버릇처럼,
"전쟁이 안 나니까 군대가 썩어빠져서 저런 년이 보병 특기를 받아서 오고 지랄이야"
라는 말을 병사들 앞에서 하고 다녔다.
성유리 소위를 좋아하는 병사들도 있었다.
그런 병사 중에 가장 대표적인 녀석이 이석진 일병이었다.
약간은 유약한 체구에, 선후임에게 두루 무시당하는 녀석이었다.
성유리 소위는 그런 이 일병에게 관심을 쏟으면서 어떻게든 적응을 시키려고 하였다.
최 중사는 이런 이 일병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 일병이 근무를 서다가 졸고 있었다.
최 중사는 순찰을 돌다가 졸고 있는 이 일병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이 일병을 패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때리다가, 소대 본부로 이 일병을 끌고 들어왔다.
유리는 소대장실에서 자고 있다가, 문득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행정반으로 왔다.
그런데 여기 저기 상처를 입은 이 일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석진아, 무슨 일이야!, 뭐하다가 이렇게 다쳤니?"
하면서 바로 구급상자를 찾아 소독을 시작했다.
화장실에 들어가 주먹에 묻은 피를 닦고 들어오던 최 중사를 보고,
"중사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라고 물었다.
"아 네, 소대장님, 이녀석이 근무를 서다가 졸고 있어서 주의를 주는 차원에서 좀 때렸습니다."
유리는 깜짝 놀라서,
"군대 내 체벌이 금지되어 있는 거 모르십니까? 근무 설 때 잠시 졸 수도 있는 거를 이렇게 때려서 해결해야 했습니까?"
라고 하면서 최 중사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근무 기강은 군대의 생명입니다. 근무에 해이한 이 일병에게 일차적 잘못이 있는 거 아닙니까?"
최 중사가 워낙 강하게 나오는 바람에 유리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대장으로서 권위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어떤 상황에서도 체벌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최 중사가 그렇게 반성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면 연대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라면서 최 중사에게 징계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런데, 그 순간, 최 중사의 분노가 폭발했다.
"뭐라고? 징계? 뭐 이런 년이 전방에 와서 근무 기강을 흐트러뜨리고 지랄이야?"
하면서 유리에게 달려들려고 했었다.
이미 그 시점에서는 소대원들 중 반 정도는 일어나서 행정반 밖에서 말싸움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최 중사를 잡아 뜯어내었다.
성 소위는 다시 냉정을 찾고,
"안 되겠군, 최 중사를 소대 물품 창고에 격리시키고 문을 잠궈둬. 내일 바로 최 중사를 연대 본부 헌병대에 이송한다. 상관에 대한 폭행 및 명령 지시 불이행죄, 복종 의무 위반죄로 징계의결이 불가피하겠군. 최 중사, 안됐지만 군복을 벗을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
라고 한 뒤 소대원들을 돌려보내고 침대에 누웠다.
두 시간 정도 뒤, 새벽 5시 쯤, 어디선가 포성이 일어났다.
북한군이 급작스럽게 선제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성 소위는 소대원들이 어깨를 잡아 흔드는 데에 일어나서 북한군 공격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몇 분 뒤에 바로 경보가 울리는 것이 들렸다.
잠시 연대 본부와 무전을 취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우선 중대와 연락을 취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 중대에 연락을 취했으나, 중대도 통신 두절 상태였다.
점차 포성이 커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요, 최 중사를 잠시 데려와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엽 병장이 유리에게 이야기했다.
"비상 상황이고, 아무래도 군 경험 많으신 최 중사님이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최 중사를 부르는 것은 결국 자신의 무능을 보이는 꼴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리는 최 중사를 부를 수 없었다.
"침착하고, 동요하지 말고 중대 집결지로 완전 군장하고 모인다. 최 중사에게는 총기를 부여하지 말 것. 그리고 전 소대원은 3분 뒤에 중대 집결지에서 모인다."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훈련 상황을 떠올리며 중대 집결지에 모이는 것이 가장 적합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중대 집결지는 생각보다는 가깝지만, 전시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소지품을 빠르게 싸면서, 라디오를 챙겼다.
중대 집결지에 모인 것은 유리의 소대 뿐이었다.
아무래도 중대, 대대 본부까지 폭격에 몰살당한 것 같았다.
"우선, 산 속으로 들어가서 게릴라식의 전투를 하는 수밖에 없겠다. 아무래도 전쟁이 시작된 것 같으니까, 우선은 부대원들의 생명을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듯 하군."
그러면서 산 속으로 목적지를 향했다.
이 전에 정찰을 한 바로는 산 속이 꽤 깊어서 적들의 추격에 대해서도 안전하게 몸을 숨길 수 있는 골짜기가 꽤 있다.
일주일이 지났다.
최 중사와는 화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부사관이어서 의견을 안 듣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미련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 중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불안했다.
다만, 불안하다는 것을 최 중사가 알게 되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라디오를 들어본 결과, 북한이 선제 공격을 한 결과, 상당히 전선이 밀려 있다.
그리고 자신의 소대가 북한군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다만 모든 화력이 전선에 집중된 결과, 외따로 떨어진 성 소위 소대 야영지 근처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미군이 참전하여 다시 전선이 수복되기까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가장 나은 전략이라고 판단 하였다.
어제는 근무를 서던 이등병 한 녀석이 너무 피곤해서 자고 있다가 북한군 정찰병과 맞닥뜨려 총상을 입었다.
거의 치명상이어서 아무래도 죽게 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유난히 조용한 날이다.
아무래도 북한군 점령 지역 한 가운데 있고, 북한군 또한 잔여 병력 보다는 미군 참전 전에 남한을 완전히 점령해서 전쟁을 조기 종결하려는 목표를 지니고 있는 듯 했다.
근무를 서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빙 둘러 부비트랩을 설치한 뒤, 불침번 만을 세웠다.
소대원들은 전부 자고 있다.
성 소위는 조용히 텐트를 나왔다.
너무 오랜 기간 씻지 못해서 답답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낮에 봐 둔 호수에 가서 잠시라도 몸을 담그고, 쉬다 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불침번도 잠을 자고 있다.
잠시 한숨을 쉬고 바깥쪽으로 나왔다.
조용히 텐트를 나와서 호수에 갔다.
호수는 너무나 조용하다.
옷을 벗고, 바위 위에 올려둔 뒤에 총으로 눌러 바람에 날리지 않게 해 두고, 호수에 들어갔다.
호수 건너편 까지 수영을 해서 갔다가 돌아왔다.
천천히 나와서 옷을 찾으려 했는데 옷이 없다.
주위 어디에도 옷이 없다.
불안감을 느낀 유리는 빠르게 야영지로 향했다.
매끄러운 피부의 전라의 여성이 전장 한 가운데서 어딘가 향해 가고 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성 소위의 흰 피부는 더욱 빛이 난다.
다행히 멀리서 본 야영지는 조용하다.
아마도 야생 동물이 옷을 물고 달아났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부비트랩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천천히 부비트랩이 없는 쪽으로 움직여 가는데,
"쉬익-"
갑자기 발목 밑에서 밧줄이 감겨 발목을 채고 올라간다.
성 소위는 포획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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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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