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번쯤 이런 삶도"란 글을 올리고 3부에선가 연재를 중단했는데
독자분들의 반응도 그렇고 나역시 비슷한 스타일의 글을 쓰는데 대한 식상함이 생겨
지금껏 중단하고 있읍니다.
언제 다시 그 글의 연재를 계속할 지 저 자신도 잘모르겠읍니다.
이번에 연재하는 글은 공상쪽의 글인데 기필코 끝을 맺으리라 다짐하면서
글을 올립니다.
이 글속에 대통령이 등장하는데 괘씸죄로 걸리지 않을 지..
혹시 연재가 중단되면 음습한 감방에 있는 줄로 아시고.. ^^
농담인 줄 아시죠?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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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부 - 광개토 프로젝트
오후 다섯 시경,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통령 윤 미선은 비서실에서 올라온 결재 서류들을 처리한 후
턱에 손을 괴고 생각에 잠긴다.
삼년 전, 우리나라 단군이래 여자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에 즉위한 이래 임기의 삼년이 지나가고 있다.
남은 임기가 일년밖에 남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물론 재선이 되면 다시 4년의 임기가 시작되겠지만..
지난 세월동안 5년 단임제였던 대통령의 임기가 지 지난 국회의 회기동안 개헌이 되어
지금은 4년 중임제로 바뀌어져 있다.
5년 단임제야 말로 군부정권의 잔재가 아니던가?
처음엔 7년 단임제였던 임기가 국민의 눈이 무서워서 슬그머니 5년으로 바꾸었지만..
아무리 무능력해도 7년이 보장된다면 그 기간이 국민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실의의 기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난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5년밖에 할 수 없다면 또, 이 얼마나
국민들에게는 불행한 일이 될 것인가?
그래도 현명한 국민들이 있었기에 대통령의 임기가 지금은 4년 중임제로 바뀌었다.
지금은 예전의 이 승만 대통령이나 박 정희 대통령 시절처럼 장기집권을 할래야 할 수도 없을 만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있고..
집무실 책상 위의 인터폰이 울린다.
-각하, 통일안보수석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요.”
문이 열리면서 날씬한 체격에 미남형으로 생긴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온다.
미선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먼저 손을 내밀어 통일안보수석의 손을 잡는다.
“어서 와요. 수고 많았지요?”
“아닙니다. 각하.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뭘..”
“박 수석님 덕분에 내가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 저리 가서 앉아요.”
“하하하! 과찬의 말씀인데요.”
둘이 소파에 마주 앉는다.
윤 미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바로 통일안보수석에 임명된 박 성수는 대학시절부터 같은 과에서
공부를 하던 친구 사이로.. 때로는 친구 이상으로 서로 마음을 주고 받던 사이였다.
그냥 평범한 청춘 남녀 사이들처럼 그렇게 교제를 하다가 사랑의 결실을 이루어 결혼에 골인하는
인생을 살기에는 두 사람의 포부가 너무 컸다.
대학 다닐 때부터 국민을 우습게 알고 그 위에 군림하려 했던 군부독재정권의 행태를 보아 왔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란 비애를 막걸리 한잔에 담아 울분을 터뜨리던 그 시절,
두 사람은 사사로운 개인의 행복을 접고 우리 민족의 영광된 미래를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치기로
굳게 결의 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사시, 행시에 합격 했을 뿐 아니라, 그 당시 야당이던 한민당에 같이 입당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국회의원이 되었었다.
서로 뜻이 같은 동지로써 지금까지 한 길을 걸어온 것이다.
사선의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야당에서 중진이 된 두 사람은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이상을 위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뜨거운 가슴이나 열정, 능력등에서 한푼의 뒤쳐짐도 없이 서로 똑같았지만,
성수가 미선을 위해 기꺼이 도전자의 자리를 양보하고, 성수는 미선을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로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의 몸으로 미선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된 것이다.
그런 성수의 헌신을 미선이 모를 리 없고 미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두 사람의 평생 꿈이었던
통일된 한민족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성수를 통일안보수석의 자리에 앉힌 것이다.
여비서가 들어와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인삼차 두 잔을 놓고 나간다.
미선이 입을 연다.
“자, 한잔 해요. 평양에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어요?”
“김 위원장이 각하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답니다.
몇 몇 반대 세력들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입니다만, 시간이 좀 지나면 정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문제는 만에 하나 중국측이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그게 좀 문제라고..”
“이 일을 발표할 때까지는 중국측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지요.”
“우리 쪽에도 미국의 눈과 귀가 요소요소에 있듯이 그 쪽도 중국 쪽의 눈과 귀들이 있어서..”
“이 일은 보안이 생명입니다.
우리도 미국에서 눈치를 채게 해서 안되겠지만, 그 쪽 역시 중국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도의 보안을
지켜야 합니다.”
“그것은 김 위원장도 잘 알겠지요.
다음 번 북한의 문화예술 공연단의 남쪽 방문 때에 각하께 밀사를 보내겠답니다.
그 때 아마 구체적인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정이 언제지요?”
“확실하게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11월말경이 될 겁니다.
“그래요? 이제 석 달 조금 더 남았네요..
그 전에 중국에 한번 다녀와야 겠어요. 지난번 진 계량 주석의 방문에 대한 답방형식 겸해서
조선족 자치구에도 들러 공 영호 책임비서를 한번 만나봐야겠고..”
“준비하겠습니다.”
“성수씨. 우리 한번 민족과 역사에 대한 사명감으로 이 일을 멋지게 이루어 봐요.”
“잘 알았습니다. 각하. 이번 일의 성사를 위해 이 한목숨 바치겠습니다.”
이번에 ‘광개토 프로젝트’를 위해 총괄책임자인 박 수석을 평양에 보내 김 위원장을 만나게 할 때에도
보안을 위해 외부적으로는 평양의 통일축전 참관자로 보냈던 것이다.
지금 미선과 성수가 추진하고자 하는 ‘광개토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다.
예전에 우리들의 조상이었던 고구려가 전성기인 광개토대제 때에 광활한 만주대륙을 지배하고
국력이나 땅덩어리가 중국에 못지 않았던 시절처럼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프로젝트로써, 일차적인 목표가 남, 북한의 통일이고
그 다음의 목표가 현재 중국 내 조선족 자치구를 중국의 간섭을 받지않는 독립된 조선족 자치구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조선족 자치구를 국호까지 통일시킬 수야 없겠지만,
남북한과 만주일대를 아우르는 광대한 지역을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고
동일 경제권과 동일 문화권으로 만들어 내용적으로는 통일된 한민족의 나라를 열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서기 2015년 현재,
세계의 정세는 군사적으로야 아직도 미국이 세계의 초강대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영향력이 많이 약화되어 있고, 앞으로 점차 약화되어 갈 것이다.
세계 최강의 핵 보유국이지만, 공식, 비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열 다섯 나라정도가 되고
우리나라도 삼엄한 미국의 견제 아래서도 핵을 보유하게 된 지가 5년이 지났다.
대통령과 핵심 몇 몇만 알고 있는 초 기밀사항이지만..
직접적인 핵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테스트를 끝냈었다.
불과 십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안에서 미국의 눈을 피해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이제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 많이 약화되어 있다.
한미연합사의 전시 작전권도 한국으로 완전히 이양이 되었고, 꾸준히 국방예산을 늘려
최첨단의 군사장비를 갖추고 있다.
예전엔 첨단 군사장비가 거의 대부분 미국산이었지만, 지금은 프랑스, 영국 등 구매선을 다양화하고
그런 나라들로부터 이양 받은 기술과 국내 기술진의 축척된 기술로 웬만한 군사장비는
우리나라 자체에서 다 생산하게 되었다.
북한도 핵무기 가지고 있고, 만일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핵 강대국이 될 것이다.
일본도 비 핵국이라고 대외적으로 말을 하지만, 여러가지 정보를 종합해보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대신 세계는 십 개국 정도의 나라가 지역별로 패권을 가지고 있는
춘추전국시대가 되었다.
예전처럼 미국의 엄포에 주눅이 들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아직도 중국이 최강대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고, 남한과 일본이 거의 대등한 수준이며
그 다음에 인도가 아시아 지역 강대국 반열에 들어 있다.
걸핏하면 독도 영유권을 운운하던 일본도 이젠 함부로 그런 소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이 통일이 되고 통일 후유증만 극복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의
강대국이 될 것이다.
만일 계획대로 만주지역까지 우리의 땅이 된다면 중국과 대등한 위치가 될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독일이 초 경제대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고, 일본이 많이 몰락했다.
개개인의 능력과 독창성이 부를 창조해가는 지금의 세상에서 일본은 예전부터 그들 특유의 강점인 복종과
단결심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었다.
개개인의 의사보다 리더 한 사람의 뜻에 따라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행태가 다양한 개성의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 자신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보다 남들이 개발한 것을 모방하여 부를 창조해내는 모방경제가 이제
한계에 다다랐고..
IT산업과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의 독보적인 나라가 된 우리나라는 거의 일본과 대등한 수준까지 경제가
올라와 있다.
앞으로 갈수록 일본과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고 머지 않은 시기에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필수가 된 인터넷은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인터넷 보급률과 사용량에서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첨단기술이나 최신정보를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접하게 되었고, 국가간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여론조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가 있었다.
또, 컴퓨터 칩 개발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로부터 막대한 로열티를 받고 있고
그것이 말 그대로 무기가 된 것이다.
작년에 꿈이라고 일컬어지던 테라(Tera)급 메모리 칩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되었고, 그 여파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한때 체스경기로 화제가 되었던 슈퍼 컴퓨터는 이제 평범한 컴퓨터가 되어 버렸고,
아직 상업화 되지는 않았지만, 지능을 가진 컴퓨터 역시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이 되었다.
이제 곧 상업화가 될 것이고 그걸로 인해 벌어들이는 로열티 또한 막대할 것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컴퓨터에 관한한 우리나라의 지원을 받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경제적으로 점점 남한과 북한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고, 북한에서 아무리 폐쇄적인 통치를 한다고 해도
인터넷의 발달과 그 동안 이산가족 상봉 등의 행사나 스포츠분야에서 남북한의 교류 및 중국의
조선족을 통해서 들어오는 남한의 실상에 대해 웬만한 북한 주민들은 다 알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남측 직원들이나, 금강산 관광 및 백두산 관광을 위해서 북한을 방문하는
남한 사람들을 보게 되면, 같은 민족이지만 자기네들과는 너무나 다른.. 별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화사한 옷 차림새도 그렇고, 거리낌 없는 자유분방함이나 넉넉함은 일부러 꾸밀 수 없는 것이다.
금방 터질 듯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은 북한의 수뇌부로 하여금 차츰 막다른 길로 접어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약 십년 전부터 비밀리에 암약을 해오던 반 체재 세력들이 점차 세력을 불려
‘민투련(민주투쟁연맹)’이란 단체를 만들어 노골적으로 기존의 권력에 도전을 해오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들의 무기명 직접선거에 의한 지도부의 선출, 경제발전을 위해 자유시장체제의 도입 등을
요구하며 북한 전지역에서 수시로 시위를 벌였다.
물론 그들을 색출하여 소탕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하기도 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충분한 무력을 갖추고 있고, 잘 훈련된 조직을 갖고 있어 소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 중 핵심 요원 몇몇은 군대나 당, 그리고 정부의 요직에 있으면서 군사기밀정보 등을 빼내어 가고
기존의 체제를 흔들고 있었다.
만일 억지로 그들을 소탕하려면 한바탕 내전을 치뤄야 할 판이었다.
그런 이면에는 그 들이 남한의 어떤 단체로부터 충분한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사태가 그렇게 진전되어 간 것은 이번 ‘광개토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벌이는 작업중의
일부였다.
물론 그것은 대통령과 프로젝트의 총괄지휘자 박 수석 외 극소수의 핵심만 알고 있는 비밀이지만..
이젠 남한과 통일전쟁을 해서 이판사판의 결판을 내든지 남한측에 계속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선 민족의 통일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걸고 전쟁을 해야 겠지만,
그 역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이긴다기 보다는 지는 쪽이 가까울 것이다.
탱크 숫자라든지 전투기 숫자, 병력 등 외형적인 수치야 북한이 앞서지만, 남한에 비해서 노후화된
군사장비나 군수물자를 지원하기 위한 경제력 등을 비교해보면 실질적인 전력은 북한이 남한에
오히려 뒤진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다가 북한 내 반체제세력이 뒤에서 칼날을 들이밀면 진퇴양난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남한 내에는 미국의 기지들이 있고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자신의 기지를
지키기 위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중국이 북한의 우방이라고 하지만, 전쟁 발발시 한참 도약하고 있는 그들의 경제발전까지
포기해가면서 전폭적으로 북한을 지원한다고 믿을 수는 없다.
전쟁을 벌였다가 만에 하나 잘못되면 김 위원장은 물론 북한의 수뇌부들은 하루아침에 전범으로 몰려
감옥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던지, 처량하게 망명지를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나마 지금 누리고 있는 지위나 권력이라도 지켜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남한이 이번에 대통령의 오른팔인 박 수석을 김 위원장에게 보내
제의를 한 것이다.
이름하여 ‘신 고려연방제’
먼저, 남한과 북한이 하나의 나라로 통일됐음을 대외에 공표하고,
서로의 독립성을 상호 인정하여 두 지역으로 나누어 다스리는 것이다.
처음 오년간은 북한지역은 지금의 북한 지도체재 그대로 인정을 하여 다스리도록 하고
남한은 남한대로 통일 후 오년동안은 현행 체재를 유지하여 다스리도록 한다.
물론 남북한 국민들은 서로 자유로이 왕래를 할 수 있다.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선 그렇게 남북한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고,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남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최대한 북한을 지원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남북한의 격차를 없애도록 한다.
그리고, 군사적인 부분이나 치안에 관해서는 연방차원에서 남북한이 동등한 인원구성과 역할을
하도록 한다.
절대로 정치보복이 있어서는 안되고, 특히 북한의 김 위원장이나 권력 핵심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신변을 보장하도록 한다.
그리고, 오년 이후에는 남북한 국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통일된 대통령을 선출하여 명실상부하게
통일된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에 남한의 대통령이 북한의 김 위원장에게 보낸 밀서의 내용이다.
그런데 그것을 북한의 절대권력자 김 위원장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아마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웬만하면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고 싶지만, 이제 칠십에 접어든 나이에 기력도 예전 같지 않고
지금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삼남 정운이 나름대로 강단이 있어 조직에 대한 장악력은 조금 보이고 있지만
일을 꾸미는 치밀함이 부족하고 이제 나이가 서른 초반이라 산전수전 다 겪은 수하들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다스리기에는 아직도 많이 어리고 부족하다.
앞으로도 한참 가르쳐야 하고 조직에 가지치기를 계속 해야 할 실정인데,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만에 하나 자신이 잘못되면 앞일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장남인 김 정남은 무절제한 생활로 김 정일의 눈밖에 난지 옛날이고, 차남인 정철은 선천적으로 여성적인
성격을 타고나 지도자로서의 자격은 실격인 것이다.
지금이야 자신 때문에 모두들 굽실거리며 따르는 척 하지만, 차후에 정운이 권력을 이양 받고 나면
어떻게 돌변할 지 모르는 일이다.
아버님인 김 일성 주석이나 자신이 근 70년을 넘게 닦아온 왕국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일이다.
이래저래 남한측의 제의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떤 놈한테 권력을 뺏기느니 차라리 이번 기회에 꼬리를 내리고 남한측의 제의를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비참한 꼴은 당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은가?
어쨌든 차후 몇 년 동안 북한지역은 자신의 영향아래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그 이후에 남북한 총선거로 선출된 통일 대통령에게 권력을 물려준다고 해도 자신이나 가족, 측근들의
안위는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 아래서는 어느 누구라도 모반을 감행할 수 없을 것이고..
한동안 말이 없던 성수가 입을 연다.
“다른 말씀 없으시면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냥 가시게요? 시간도 됐는데 같이 식사도 하고 머리도 좀 식히고 가지요?”
미선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같이 식사하는 정도로 얼굴이 붉어질 리 없겠지만, 꼭 식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일국의 대통령이라고 해도 싱글로써 이제 오십 초반인 미선이에게는 아직 여자로서의 본능도
있는 것이다.
성수가 그 말을 알아듣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성수 역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이다.
평생동안 미선이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여자가 있을 리 없다.
미선이 인터폰을 한다.
“한 비서, 박 수석과 같이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를 좀 해줘요.”
잠시 미선과 성수가 이런저런 세상 사를 화제로 환담을 나눈다.
얼마 후, 노크소리가 들리고 검정색 투피스를 입은 삼십 초반정도의 여자가 들어온다.
몸이 팔등신으로써 늘씬하고 안경을 쓴 눈이 이지적으로 보인다.
대통령인 미선의 사적인 일을 돕는 한 미옥 비서다.
“각하, 식사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래요? 박 수석 같이 갑시다.”
미선과 성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 비서가 앞장을 서고 청와대 후원을 가로질러 미선과 성수가 뒤따라간다.
독자분들의 반응도 그렇고 나역시 비슷한 스타일의 글을 쓰는데 대한 식상함이 생겨
지금껏 중단하고 있읍니다.
언제 다시 그 글의 연재를 계속할 지 저 자신도 잘모르겠읍니다.
이번에 연재하는 글은 공상쪽의 글인데 기필코 끝을 맺으리라 다짐하면서
글을 올립니다.
이 글속에 대통령이 등장하는데 괘씸죄로 걸리지 않을 지..
혹시 연재가 중단되면 음습한 감방에 있는 줄로 아시고.. ^^
농담인 줄 아시죠?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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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부 - 광개토 프로젝트
오후 다섯 시경,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통령 윤 미선은 비서실에서 올라온 결재 서류들을 처리한 후
턱에 손을 괴고 생각에 잠긴다.
삼년 전, 우리나라 단군이래 여자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에 즉위한 이래 임기의 삼년이 지나가고 있다.
남은 임기가 일년밖에 남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물론 재선이 되면 다시 4년의 임기가 시작되겠지만..
지난 세월동안 5년 단임제였던 대통령의 임기가 지 지난 국회의 회기동안 개헌이 되어
지금은 4년 중임제로 바뀌어져 있다.
5년 단임제야 말로 군부정권의 잔재가 아니던가?
처음엔 7년 단임제였던 임기가 국민의 눈이 무서워서 슬그머니 5년으로 바꾸었지만..
아무리 무능력해도 7년이 보장된다면 그 기간이 국민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실의의 기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난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5년밖에 할 수 없다면 또, 이 얼마나
국민들에게는 불행한 일이 될 것인가?
그래도 현명한 국민들이 있었기에 대통령의 임기가 지금은 4년 중임제로 바뀌었다.
지금은 예전의 이 승만 대통령이나 박 정희 대통령 시절처럼 장기집권을 할래야 할 수도 없을 만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있고..
집무실 책상 위의 인터폰이 울린다.
-각하, 통일안보수석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요.”
문이 열리면서 날씬한 체격에 미남형으로 생긴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온다.
미선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먼저 손을 내밀어 통일안보수석의 손을 잡는다.
“어서 와요. 수고 많았지요?”
“아닙니다. 각하.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뭘..”
“박 수석님 덕분에 내가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 저리 가서 앉아요.”
“하하하! 과찬의 말씀인데요.”
둘이 소파에 마주 앉는다.
윤 미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바로 통일안보수석에 임명된 박 성수는 대학시절부터 같은 과에서
공부를 하던 친구 사이로.. 때로는 친구 이상으로 서로 마음을 주고 받던 사이였다.
그냥 평범한 청춘 남녀 사이들처럼 그렇게 교제를 하다가 사랑의 결실을 이루어 결혼에 골인하는
인생을 살기에는 두 사람의 포부가 너무 컸다.
대학 다닐 때부터 국민을 우습게 알고 그 위에 군림하려 했던 군부독재정권의 행태를 보아 왔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란 비애를 막걸리 한잔에 담아 울분을 터뜨리던 그 시절,
두 사람은 사사로운 개인의 행복을 접고 우리 민족의 영광된 미래를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치기로
굳게 결의 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사시, 행시에 합격 했을 뿐 아니라, 그 당시 야당이던 한민당에 같이 입당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국회의원이 되었었다.
서로 뜻이 같은 동지로써 지금까지 한 길을 걸어온 것이다.
사선의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야당에서 중진이 된 두 사람은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이상을 위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뜨거운 가슴이나 열정, 능력등에서 한푼의 뒤쳐짐도 없이 서로 똑같았지만,
성수가 미선을 위해 기꺼이 도전자의 자리를 양보하고, 성수는 미선을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로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의 몸으로 미선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된 것이다.
그런 성수의 헌신을 미선이 모를 리 없고 미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두 사람의 평생 꿈이었던
통일된 한민족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성수를 통일안보수석의 자리에 앉힌 것이다.
여비서가 들어와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인삼차 두 잔을 놓고 나간다.
미선이 입을 연다.
“자, 한잔 해요. 평양에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어요?”
“김 위원장이 각하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답니다.
몇 몇 반대 세력들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입니다만, 시간이 좀 지나면 정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문제는 만에 하나 중국측이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그게 좀 문제라고..”
“이 일을 발표할 때까지는 중국측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지요.”
“우리 쪽에도 미국의 눈과 귀가 요소요소에 있듯이 그 쪽도 중국 쪽의 눈과 귀들이 있어서..”
“이 일은 보안이 생명입니다.
우리도 미국에서 눈치를 채게 해서 안되겠지만, 그 쪽 역시 중국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도의 보안을
지켜야 합니다.”
“그것은 김 위원장도 잘 알겠지요.
다음 번 북한의 문화예술 공연단의 남쪽 방문 때에 각하께 밀사를 보내겠답니다.
그 때 아마 구체적인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정이 언제지요?”
“확실하게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11월말경이 될 겁니다.
“그래요? 이제 석 달 조금 더 남았네요..
그 전에 중국에 한번 다녀와야 겠어요. 지난번 진 계량 주석의 방문에 대한 답방형식 겸해서
조선족 자치구에도 들러 공 영호 책임비서를 한번 만나봐야겠고..”
“준비하겠습니다.”
“성수씨. 우리 한번 민족과 역사에 대한 사명감으로 이 일을 멋지게 이루어 봐요.”
“잘 알았습니다. 각하. 이번 일의 성사를 위해 이 한목숨 바치겠습니다.”
이번에 ‘광개토 프로젝트’를 위해 총괄책임자인 박 수석을 평양에 보내 김 위원장을 만나게 할 때에도
보안을 위해 외부적으로는 평양의 통일축전 참관자로 보냈던 것이다.
지금 미선과 성수가 추진하고자 하는 ‘광개토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다.
예전에 우리들의 조상이었던 고구려가 전성기인 광개토대제 때에 광활한 만주대륙을 지배하고
국력이나 땅덩어리가 중국에 못지 않았던 시절처럼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프로젝트로써, 일차적인 목표가 남, 북한의 통일이고
그 다음의 목표가 현재 중국 내 조선족 자치구를 중국의 간섭을 받지않는 독립된 조선족 자치구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조선족 자치구를 국호까지 통일시킬 수야 없겠지만,
남북한과 만주일대를 아우르는 광대한 지역을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고
동일 경제권과 동일 문화권으로 만들어 내용적으로는 통일된 한민족의 나라를 열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서기 2015년 현재,
세계의 정세는 군사적으로야 아직도 미국이 세계의 초강대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영향력이 많이 약화되어 있고, 앞으로 점차 약화되어 갈 것이다.
세계 최강의 핵 보유국이지만, 공식, 비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열 다섯 나라정도가 되고
우리나라도 삼엄한 미국의 견제 아래서도 핵을 보유하게 된 지가 5년이 지났다.
대통령과 핵심 몇 몇만 알고 있는 초 기밀사항이지만..
직접적인 핵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테스트를 끝냈었다.
불과 십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안에서 미국의 눈을 피해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이제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 많이 약화되어 있다.
한미연합사의 전시 작전권도 한국으로 완전히 이양이 되었고, 꾸준히 국방예산을 늘려
최첨단의 군사장비를 갖추고 있다.
예전엔 첨단 군사장비가 거의 대부분 미국산이었지만, 지금은 프랑스, 영국 등 구매선을 다양화하고
그런 나라들로부터 이양 받은 기술과 국내 기술진의 축척된 기술로 웬만한 군사장비는
우리나라 자체에서 다 생산하게 되었다.
북한도 핵무기 가지고 있고, 만일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핵 강대국이 될 것이다.
일본도 비 핵국이라고 대외적으로 말을 하지만, 여러가지 정보를 종합해보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대신 세계는 십 개국 정도의 나라가 지역별로 패권을 가지고 있는
춘추전국시대가 되었다.
예전처럼 미국의 엄포에 주눅이 들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아직도 중국이 최강대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고, 남한과 일본이 거의 대등한 수준이며
그 다음에 인도가 아시아 지역 강대국 반열에 들어 있다.
걸핏하면 독도 영유권을 운운하던 일본도 이젠 함부로 그런 소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이 통일이 되고 통일 후유증만 극복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의
강대국이 될 것이다.
만일 계획대로 만주지역까지 우리의 땅이 된다면 중국과 대등한 위치가 될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독일이 초 경제대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고, 일본이 많이 몰락했다.
개개인의 능력과 독창성이 부를 창조해가는 지금의 세상에서 일본은 예전부터 그들 특유의 강점인 복종과
단결심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었다.
개개인의 의사보다 리더 한 사람의 뜻에 따라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행태가 다양한 개성의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 자신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보다 남들이 개발한 것을 모방하여 부를 창조해내는 모방경제가 이제
한계에 다다랐고..
IT산업과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의 독보적인 나라가 된 우리나라는 거의 일본과 대등한 수준까지 경제가
올라와 있다.
앞으로 갈수록 일본과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고 머지 않은 시기에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필수가 된 인터넷은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인터넷 보급률과 사용량에서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첨단기술이나 최신정보를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접하게 되었고, 국가간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여론조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가 있었다.
또, 컴퓨터 칩 개발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로부터 막대한 로열티를 받고 있고
그것이 말 그대로 무기가 된 것이다.
작년에 꿈이라고 일컬어지던 테라(Tera)급 메모리 칩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되었고, 그 여파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한때 체스경기로 화제가 되었던 슈퍼 컴퓨터는 이제 평범한 컴퓨터가 되어 버렸고,
아직 상업화 되지는 않았지만, 지능을 가진 컴퓨터 역시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이 되었다.
이제 곧 상업화가 될 것이고 그걸로 인해 벌어들이는 로열티 또한 막대할 것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컴퓨터에 관한한 우리나라의 지원을 받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경제적으로 점점 남한과 북한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고, 북한에서 아무리 폐쇄적인 통치를 한다고 해도
인터넷의 발달과 그 동안 이산가족 상봉 등의 행사나 스포츠분야에서 남북한의 교류 및 중국의
조선족을 통해서 들어오는 남한의 실상에 대해 웬만한 북한 주민들은 다 알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남측 직원들이나, 금강산 관광 및 백두산 관광을 위해서 북한을 방문하는
남한 사람들을 보게 되면, 같은 민족이지만 자기네들과는 너무나 다른.. 별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화사한 옷 차림새도 그렇고, 거리낌 없는 자유분방함이나 넉넉함은 일부러 꾸밀 수 없는 것이다.
금방 터질 듯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은 북한의 수뇌부로 하여금 차츰 막다른 길로 접어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약 십년 전부터 비밀리에 암약을 해오던 반 체재 세력들이 점차 세력을 불려
‘민투련(민주투쟁연맹)’이란 단체를 만들어 노골적으로 기존의 권력에 도전을 해오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들의 무기명 직접선거에 의한 지도부의 선출, 경제발전을 위해 자유시장체제의 도입 등을
요구하며 북한 전지역에서 수시로 시위를 벌였다.
물론 그들을 색출하여 소탕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하기도 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충분한 무력을 갖추고 있고, 잘 훈련된 조직을 갖고 있어 소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 중 핵심 요원 몇몇은 군대나 당, 그리고 정부의 요직에 있으면서 군사기밀정보 등을 빼내어 가고
기존의 체제를 흔들고 있었다.
만일 억지로 그들을 소탕하려면 한바탕 내전을 치뤄야 할 판이었다.
그런 이면에는 그 들이 남한의 어떤 단체로부터 충분한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사태가 그렇게 진전되어 간 것은 이번 ‘광개토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벌이는 작업중의
일부였다.
물론 그것은 대통령과 프로젝트의 총괄지휘자 박 수석 외 극소수의 핵심만 알고 있는 비밀이지만..
이젠 남한과 통일전쟁을 해서 이판사판의 결판을 내든지 남한측에 계속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선 민족의 통일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걸고 전쟁을 해야 겠지만,
그 역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이긴다기 보다는 지는 쪽이 가까울 것이다.
탱크 숫자라든지 전투기 숫자, 병력 등 외형적인 수치야 북한이 앞서지만, 남한에 비해서 노후화된
군사장비나 군수물자를 지원하기 위한 경제력 등을 비교해보면 실질적인 전력은 북한이 남한에
오히려 뒤진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다가 북한 내 반체제세력이 뒤에서 칼날을 들이밀면 진퇴양난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남한 내에는 미국의 기지들이 있고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자신의 기지를
지키기 위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중국이 북한의 우방이라고 하지만, 전쟁 발발시 한참 도약하고 있는 그들의 경제발전까지
포기해가면서 전폭적으로 북한을 지원한다고 믿을 수는 없다.
전쟁을 벌였다가 만에 하나 잘못되면 김 위원장은 물론 북한의 수뇌부들은 하루아침에 전범으로 몰려
감옥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던지, 처량하게 망명지를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나마 지금 누리고 있는 지위나 권력이라도 지켜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남한이 이번에 대통령의 오른팔인 박 수석을 김 위원장에게 보내
제의를 한 것이다.
이름하여 ‘신 고려연방제’
먼저, 남한과 북한이 하나의 나라로 통일됐음을 대외에 공표하고,
서로의 독립성을 상호 인정하여 두 지역으로 나누어 다스리는 것이다.
처음 오년간은 북한지역은 지금의 북한 지도체재 그대로 인정을 하여 다스리도록 하고
남한은 남한대로 통일 후 오년동안은 현행 체재를 유지하여 다스리도록 한다.
물론 남북한 국민들은 서로 자유로이 왕래를 할 수 있다.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선 그렇게 남북한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고,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남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최대한 북한을 지원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남북한의 격차를 없애도록 한다.
그리고, 군사적인 부분이나 치안에 관해서는 연방차원에서 남북한이 동등한 인원구성과 역할을
하도록 한다.
절대로 정치보복이 있어서는 안되고, 특히 북한의 김 위원장이나 권력 핵심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신변을 보장하도록 한다.
그리고, 오년 이후에는 남북한 국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통일된 대통령을 선출하여 명실상부하게
통일된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에 남한의 대통령이 북한의 김 위원장에게 보낸 밀서의 내용이다.
그런데 그것을 북한의 절대권력자 김 위원장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아마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웬만하면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고 싶지만, 이제 칠십에 접어든 나이에 기력도 예전 같지 않고
지금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삼남 정운이 나름대로 강단이 있어 조직에 대한 장악력은 조금 보이고 있지만
일을 꾸미는 치밀함이 부족하고 이제 나이가 서른 초반이라 산전수전 다 겪은 수하들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다스리기에는 아직도 많이 어리고 부족하다.
앞으로도 한참 가르쳐야 하고 조직에 가지치기를 계속 해야 할 실정인데,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만에 하나 자신이 잘못되면 앞일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장남인 김 정남은 무절제한 생활로 김 정일의 눈밖에 난지 옛날이고, 차남인 정철은 선천적으로 여성적인
성격을 타고나 지도자로서의 자격은 실격인 것이다.
지금이야 자신 때문에 모두들 굽실거리며 따르는 척 하지만, 차후에 정운이 권력을 이양 받고 나면
어떻게 돌변할 지 모르는 일이다.
아버님인 김 일성 주석이나 자신이 근 70년을 넘게 닦아온 왕국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일이다.
이래저래 남한측의 제의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떤 놈한테 권력을 뺏기느니 차라리 이번 기회에 꼬리를 내리고 남한측의 제의를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비참한 꼴은 당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은가?
어쨌든 차후 몇 년 동안 북한지역은 자신의 영향아래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그 이후에 남북한 총선거로 선출된 통일 대통령에게 권력을 물려준다고 해도 자신이나 가족, 측근들의
안위는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 아래서는 어느 누구라도 모반을 감행할 수 없을 것이고..
한동안 말이 없던 성수가 입을 연다.
“다른 말씀 없으시면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냥 가시게요? 시간도 됐는데 같이 식사도 하고 머리도 좀 식히고 가지요?”
미선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같이 식사하는 정도로 얼굴이 붉어질 리 없겠지만, 꼭 식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일국의 대통령이라고 해도 싱글로써 이제 오십 초반인 미선이에게는 아직 여자로서의 본능도
있는 것이다.
성수가 그 말을 알아듣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성수 역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이다.
평생동안 미선이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여자가 있을 리 없다.
미선이 인터폰을 한다.
“한 비서, 박 수석과 같이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를 좀 해줘요.”
잠시 미선과 성수가 이런저런 세상 사를 화제로 환담을 나눈다.
얼마 후, 노크소리가 들리고 검정색 투피스를 입은 삼십 초반정도의 여자가 들어온다.
몸이 팔등신으로써 늘씬하고 안경을 쓴 눈이 이지적으로 보인다.
대통령인 미선의 사적인 일을 돕는 한 미옥 비서다.
“각하, 식사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래요? 박 수석 같이 갑시다.”
미선과 성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 비서가 앞장을 서고 청와대 후원을 가로질러 미선과 성수가 뒤따라간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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