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 섹시로봇
"피다! 이건 진짜 사람 피야."
여자의 머리 밑으로 피가 철철 흘러 내렸다. 사지를 부르르 떨고 있는 여자의 눈은 점점 초점을 잃어간다. 손에 있던 드라이버가 바닥에 떨어져 여자의 허리춤에 멈춰 섰을 때 이미 영수는 정신을 놓고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매장 데스크에서 손톱을 손질하던 수정은 하품을 참으며 창 밖을 내다보았다. 연일 내리는 비로 행인을 찾아보기 힘든 거리는 쓸쓸했다. 비가 아니라도 업종이 업종인 만큼 매장까지 나와서 주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정용 인조인간 중에서도 이곳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특히 그랬다.
"씨발. 물건만 좋아 봐. 없어서 못 팔지."
점장은 투덜대며 진작에 퇴근했고 매장에는 수정 혼자였다.
수정의 손가락이 팬더인형의 입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손톱의 색깔이 바뀌었다. 마음에 안 들었다. 여기도 직장인 지라 자사 제품을 쓰고 있긴 했어도 수정에게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처럼 자신도 점장과 다르지 않은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섹시로봇이나 팔아먹고 있지."
이 때 출입문이 열리며 기사가 들어온다.
"뭐예요 김기사님? 퇴근 안 하셨어요?
"젠장 고장 신고 나서 물건 받아 왔어. 창고에 반품하고 오는 중이야."
"저런."
"아까 그 손님 알지? 전화해서 둘러 대. 보내 줄 제품이 없어. 환불 해 줘"
"네."
"나 이만 갈게."
김기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수정은 표정이 굳는다. 부인과 약속이 있다고 했지만 수정은 믿을 수 없었다.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
"나쁜 자식."
잠시 후, 수정은 쇼윈도에 있는 섹시로봇의 옷을 벗겨서 탈의실로 가지고 들어갔다.
수정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흡족하게 웃는다. Y.G 제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옷이다. 물론 납품 받았을 테지만,
잦은 고장으로 리콜 빈도가 높아진 인공지능부터 피부 촉감까지 정말이지 모든 것이 형편 없었다. 합병된다는 소식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
수정은 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김기사를 아예 볼 수조차 없는 것이다.
김기사가 원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가는 남자는 그냥 보내는 편이 낫다.
수정은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옷 덕분에 더 예뻐진 가슴과 세련돼 보이는 자신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뛰기 시작한 수정의 심장은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속아줄까?"
아파트 복도는 어두웠다. 망가졌는지 간헐적으로 형광등이 깜박였고 그에 따라 자신의 그림자도 보였다가 사라진다. 수정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영수는 큰맘 먹고 구입한 섹스파트너가 망가진 사실에 분노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분이 풀리지가 않았다. 공장용 로봇 수리공인 그는 섹시로봇을 사기 위해 자신의 1년 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소비해야 ?던 것이다. 막 맥주를 꺼내려고 냉장고로 다가갈 때 초인종이 울렸다.
"어..."
문을 열고 수정을 본 영수는 놀라워서 말이 안 나왔다. 카탈로그를 세 번이나 훑어보았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책자에서는 보지 못한 모델 같았다. 진짜 같았다.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예뻤다. 말하자면 섹시로봇들의 몸체는 대부분 가장 이상적으로 디자인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말이 안 되는 체형이 많았던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Y.G의 S2000 모델 쎄라예요."
"일단 들어오세요."
수정은 그냥 자연스럽게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인간 같았던 경쟁사의 신제품을 본적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도 모르진 않을 것이라고 위로하며 긴장을 풀었다. 수정은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침대에 앉았다.
"저도 맥주 좀 줄래요?"
영수는 주방에서 컵을 찾아 맥주를 따랐다.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영수는 흥분하고 있었다. 맥주를 건네 받은 섹시로봇 쎄라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영수는 다시 한 번 놀랬다.
"이름이 쎄라라고?"
"네."
"내가 원하는 것은 다 할 수 있는 거지?"
"그럼요."
"근데. 처음 보는 제품 같은데."
"새로 개발된 상품인데 워낙 고가라 원칙적으로는 대여가 안 되지만 고객님께 특별하게 서비스 해드리는 거예요. 고장난 것도 있고 해서... 고장난 건은 빠른 시일 안에 고쳐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래..."
영수는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섹시로봇 쎄라가 된 수정도 흥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어서 봐."
고객의 명령에 따라 수정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그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런 점이 더 수정을 흥분 시켰다. 서있는 자신의 주위를 맴돌며 살피는 남자의 시선이 싫지는 않았고 특히 표정이 참 귀여웠다.
영수는 치마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팬티 위로 손을 넣어 쎄라의 음부 위를 더듬는다. 거친 손길에 흠짓 놀란 쎄라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느낌도 진짜 같네. 그럼 어디."
영수는 손가락을 좀더 아래로 내렸다. 쎄라가 발을 꼰다.
"가만있어"
영수의 손가락이 질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애액이 손가락 끝에 묻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 봐라. 죽이는데. 완전 인간이잖아."
수정은 명령에 따라 꼼짝 않고 가만히 있고자 했지만 남자의 손가락이 꽃잎 사이를 파고 들 때 그만 무릎이 살짝 꺾이면서 양 쪽 무릎이 겹쳐졌다. 이내 남자의 손가락이 깊숙이 들어오자 쾌감이 아랫배를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이년 봐라. 음... 어차피 로봇인데 욕해도 괜찮겠지?"
"고객님. 마음대로 하세요."
"오늘 기억되는 것은 바로 지워 지는 것이 분명하지?"
수정은 들락거리는 손가락에 몸을 떨며 간신히 대답한다.
"물론이죠. 고객...고객님의 개인.. 아~ 정보까지 완전하게 지워드립니다."
"이년 좋아하는 거 봐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잖아. 그럼 어디..."
영수는 훔뻑 젖은 팬티를 벗겨 내리고 손가락 세 개를 집어넣었다.
"아~"
"가만있어. 내가 명령 할 때까지는 앉지 못 해. 알았지?"
쎄라는 격렬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에 맞혀 온몸을 비틀어 댔다. 더이상 참지 못했는지 영수에게 매달린다.
"이년. 좋아서 죽네. 흘러내린 거 봐라. 쌍년"
수정은 손가락 끝에 매달려 절정을 느껴보기는 처음 이었다. 오르가즘의 끝에서 한 차례 애액을 분비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고 하면 음부에 딱 맞게 받혀진 손바닥이 그녀를 들어올리면서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절정이 끝나고 나서는 앉지도 못하고 남자의 가슴에 매달려 신음만 토해 냈다.
"아. 아. 아잉~"
"다른 년들도 나한테 이렇게 절실하게 매달리면 얼마나 좋겠냐. 씨발. 이제 됐어. 앉아서 내 바지 벗기고 빨아."
쎄라는 손가락이 빠지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남자의 물건은 입도 대기 전에 껄떡이고 있었다. 조금만 빨아 줘도 금새 쌀 것 같다. 수정은 물건을 입에 가득 담았다. 남자의 물건을 이런 비굴한 자세에서 빠는 것도 그렇고 남자에게 이런 식으로 막말을 들으며 희롱 당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이 로봇 쎄라라고 남자가 믿고 있기 때문에 가능 한 것일지도 모른다. 수정은 남자의 명령에 복종하며 자신의 욕망을 맘껏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뜨겁게 달궈진 물건이 자신의 입 속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내리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가랑이 사이에서 빠져나간 손가락의 여운이 수정의 입 속에서 다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금새 아래가 허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섹스는 자연스럽게 침대로 이어졌고 서로의 허전함을 채워준다. 그들은 해가 뜨기 직전까지 남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밑 빠진 독처럼 그들의 욕구는 채워졌다 새나간다.
영수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창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손목에 접착된 피부색의 얇은 막으로 된 시계가 10시20분을 알려주었다. 쎄라는 한 쪽으로 돌아누워 자고 있다. 방안 가득 뿌려진 한 낮의 빛은 쎄라의 하얀 나체를 아름답게 감싸 안으며 영수의 두 눈을 마비시킨다.
영수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쎄라는 얼마쯤 할까? 자신이 10년 넘게 공장에서 썩는다고 해도 저런 신제품을 살수는 없을 것이다. 저토록 아름다운데.
더구나 내 명령대로 움직여 준다. 나중에는 명령도 하지 않았는데 진짜 사랑하는 사이처럼 대해 주질 않았나? 현실을 보라. 현실 세상에서 여자를 사귄다는 것은 돈을 의미한다. 외모도 돈이면 완벽하게 고치는 세상 아닌가. 고분고분한 여자는 가상현실의 게임에서나 만나보았지 현실에서는 경험해 본적도 없다. 가상현실이 대중화 됐다지만 어디 실제로 보고 만지는 것 만 하랴.
영수는 괴로웠다. 잠시 후면 여자는 떠날 것이다.
쎄라가 뒤척였다.
영수는 쎄라의 부드러운 등에 가슴을 부비며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안는다.
"일어났어요?"
"잘 잤어?"
"넣어 줄래요?"
영수는 이미 발기 해 있었다. 엉덩이 사이로 들이대며 젖기를 기다렸지만 좀처럼 미끄러져 들어가지 않았다. 간밤에 그렇게 했는데 당연했다.
"음..."
"쎄라. 널 사랑해."
쎄라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업드렸다. 영수는 쎄라 위로 올라가서 다시 엉덩이 사이로 성기를 넣었다. 이번에는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쎄라가 발을 뻗자 질이 수축했다. 꽉 쪼여오는 것이 영수를 황홀하게 했다. 영수는 쎄라의 긴 생머리를 얼굴로 비비며 상큼한 냄새에 취해 들었다. 그리고 어깨를 부여잡고 하반신을 밀어 올렸다. 그렇게 힘을 주고 가만있었다. 쎄라는 짧게 신음을 뱉었다.
"아~ 너무 좋아."
"쎄라. 널 사랑해."
수정은 옷을 챙겨 입으며 초조해 하는 영수를 내려다보았다. 사랑으로 가득한 눈빛이었으나 불쌍해 보였다. 미련이 많이 남았지만 이쯤에서 헤어져야 한다. 난 로봇 쎄라고 남자는 인간이다. 인간과 로봇이 사랑이라니.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고백해도 마찬가지다. 수치심 때문에 남자를 볼 수가 없을 거다. 더구나 난 섹스가 좋았지 저 남자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수정은 미련 없이 떠나기로 작정을 한다.
수정이 머리를 묵고 출입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남자가 붙잡는다.
"가지 마. 조금만 더 있어죠."
"안 돼요. 벌써 시간을 넘기 신 거 아시죠?"
그런데 남자의 손길이 갑자기 거칠어졌다.
"가지 마라니까. 명령이다."
"고객님. 시간이 지났어요. 다음에 불러 주세요."
남자는 수정을 방 안 쪽으로 밀치고는 문을 걸어 잠근다.
수정은 불쾌했다. 수정에게는 이미 남자에게 보냈던 연민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겁을 주었다.
"고객님. 자꾸 이러시면 본사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어요. 타인이 개입하는 건 원치 않으시겠죠?"
"씨발."
남자는 책상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것 같았다. 그사이 수정은 나가기 위해 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순식간에 일은 벌어 졌다. 어느새 영수는 수정을 밀치고 문을 가로막고 선다. 핏발로 씨뻘건 그의 눈은 증오의 불길이 쏟았다. 그의 손에는 그가 공장에서 쓰는 드라이버가 들려 있다.
"다 뜯어버리겠어. 다리를 분해해 줄게. 이리 와."
"이러지 마세요. 내일 또 올게요. 돈은 필요 없어요. 제가 서비스 해드리죠."
수정은 일단 빠져나가야 했기에 침착하게 영수를 달랬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뭐라고. 로봇주제에 누구한테 동정이야. 필요 없어."
수정은 자기 분에 겨워 흔들리는 영수를 밀치고 문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영수의 손이 한발 빨랐다. 수정의 뒷덜미를 웅켜진 영수는 자신도 순간 놀란, 괴력으로 수정을 던졌다. 수정은 그만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히며 자빠진다.
쓰러진 수정은 몇 차례 경련을 일으키다가 고개를 꺾는다.
한참 후에야 수정의 귀밑으로 흐르는 피를 맛 본 영수는 진짜 사람의 피라는 것을 알고선 꼼짝도 못하고 굳어 버린다.
오분이면 경찰이 들이닥칠 것이다. 로봇. 아니지, 인간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몸에 숨겨진 센서가 작동해서 그 사람의 위치는 물론 부상 부위와 정도, 심지어 맥박 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데이터는 위성을 통해 경찰중앙상황실에 알려진다.
인간을 죽였다. 고의가 아니였으니까 종신형은 면할 테고 최소 10년이다.
가만있자 만약 진짜 로봇이었다면 어땠을까?
젠장. 섹시로봇은 보험적용이 안 된다.
평생 빚에 쫓기며 살아야 한다.
젠장 왜 로봇 행세를 했던거지?
정말 사랑했는데...
차라리 인간이라 다행이라니...
여자가 가엾어졌다.
문 저편에서 군화발 소리가 들려 온다.
............................................................
끝까지 읽어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처음인데다가 빨리 써내려가는 바람에 어색한 부분들이 눈에 많이 띄네요.
차차 수정할 생각입니다.
느낌 말씀해 주시면 다음 작품에 참고하여 반영하겠습니다.
"피다! 이건 진짜 사람 피야."
여자의 머리 밑으로 피가 철철 흘러 내렸다. 사지를 부르르 떨고 있는 여자의 눈은 점점 초점을 잃어간다. 손에 있던 드라이버가 바닥에 떨어져 여자의 허리춤에 멈춰 섰을 때 이미 영수는 정신을 놓고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매장 데스크에서 손톱을 손질하던 수정은 하품을 참으며 창 밖을 내다보았다. 연일 내리는 비로 행인을 찾아보기 힘든 거리는 쓸쓸했다. 비가 아니라도 업종이 업종인 만큼 매장까지 나와서 주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정용 인조인간 중에서도 이곳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특히 그랬다.
"씨발. 물건만 좋아 봐. 없어서 못 팔지."
점장은 투덜대며 진작에 퇴근했고 매장에는 수정 혼자였다.
수정의 손가락이 팬더인형의 입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손톱의 색깔이 바뀌었다. 마음에 안 들었다. 여기도 직장인 지라 자사 제품을 쓰고 있긴 했어도 수정에게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처럼 자신도 점장과 다르지 않은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섹시로봇이나 팔아먹고 있지."
이 때 출입문이 열리며 기사가 들어온다.
"뭐예요 김기사님? 퇴근 안 하셨어요?
"젠장 고장 신고 나서 물건 받아 왔어. 창고에 반품하고 오는 중이야."
"저런."
"아까 그 손님 알지? 전화해서 둘러 대. 보내 줄 제품이 없어. 환불 해 줘"
"네."
"나 이만 갈게."
김기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수정은 표정이 굳는다. 부인과 약속이 있다고 했지만 수정은 믿을 수 없었다.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
"나쁜 자식."
잠시 후, 수정은 쇼윈도에 있는 섹시로봇의 옷을 벗겨서 탈의실로 가지고 들어갔다.
수정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흡족하게 웃는다. Y.G 제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옷이다. 물론 납품 받았을 테지만,
잦은 고장으로 리콜 빈도가 높아진 인공지능부터 피부 촉감까지 정말이지 모든 것이 형편 없었다. 합병된다는 소식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
수정은 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김기사를 아예 볼 수조차 없는 것이다.
김기사가 원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가는 남자는 그냥 보내는 편이 낫다.
수정은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옷 덕분에 더 예뻐진 가슴과 세련돼 보이는 자신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뛰기 시작한 수정의 심장은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속아줄까?"
아파트 복도는 어두웠다. 망가졌는지 간헐적으로 형광등이 깜박였고 그에 따라 자신의 그림자도 보였다가 사라진다. 수정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영수는 큰맘 먹고 구입한 섹스파트너가 망가진 사실에 분노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분이 풀리지가 않았다. 공장용 로봇 수리공인 그는 섹시로봇을 사기 위해 자신의 1년 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소비해야 ?던 것이다. 막 맥주를 꺼내려고 냉장고로 다가갈 때 초인종이 울렸다.
"어..."
문을 열고 수정을 본 영수는 놀라워서 말이 안 나왔다. 카탈로그를 세 번이나 훑어보았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책자에서는 보지 못한 모델 같았다. 진짜 같았다.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예뻤다. 말하자면 섹시로봇들의 몸체는 대부분 가장 이상적으로 디자인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말이 안 되는 체형이 많았던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Y.G의 S2000 모델 쎄라예요."
"일단 들어오세요."
수정은 그냥 자연스럽게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인간 같았던 경쟁사의 신제품을 본적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도 모르진 않을 것이라고 위로하며 긴장을 풀었다. 수정은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침대에 앉았다.
"저도 맥주 좀 줄래요?"
영수는 주방에서 컵을 찾아 맥주를 따랐다.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영수는 흥분하고 있었다. 맥주를 건네 받은 섹시로봇 쎄라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영수는 다시 한 번 놀랬다.
"이름이 쎄라라고?"
"네."
"내가 원하는 것은 다 할 수 있는 거지?"
"그럼요."
"근데. 처음 보는 제품 같은데."
"새로 개발된 상품인데 워낙 고가라 원칙적으로는 대여가 안 되지만 고객님께 특별하게 서비스 해드리는 거예요. 고장난 것도 있고 해서... 고장난 건은 빠른 시일 안에 고쳐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래..."
영수는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섹시로봇 쎄라가 된 수정도 흥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어서 봐."
고객의 명령에 따라 수정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그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런 점이 더 수정을 흥분 시켰다. 서있는 자신의 주위를 맴돌며 살피는 남자의 시선이 싫지는 않았고 특히 표정이 참 귀여웠다.
영수는 치마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팬티 위로 손을 넣어 쎄라의 음부 위를 더듬는다. 거친 손길에 흠짓 놀란 쎄라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느낌도 진짜 같네. 그럼 어디."
영수는 손가락을 좀더 아래로 내렸다. 쎄라가 발을 꼰다.
"가만있어"
영수의 손가락이 질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애액이 손가락 끝에 묻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 봐라. 죽이는데. 완전 인간이잖아."
수정은 명령에 따라 꼼짝 않고 가만히 있고자 했지만 남자의 손가락이 꽃잎 사이를 파고 들 때 그만 무릎이 살짝 꺾이면서 양 쪽 무릎이 겹쳐졌다. 이내 남자의 손가락이 깊숙이 들어오자 쾌감이 아랫배를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이년 봐라. 음... 어차피 로봇인데 욕해도 괜찮겠지?"
"고객님. 마음대로 하세요."
"오늘 기억되는 것은 바로 지워 지는 것이 분명하지?"
수정은 들락거리는 손가락에 몸을 떨며 간신히 대답한다.
"물론이죠. 고객...고객님의 개인.. 아~ 정보까지 완전하게 지워드립니다."
"이년 좋아하는 거 봐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잖아. 그럼 어디..."
영수는 훔뻑 젖은 팬티를 벗겨 내리고 손가락 세 개를 집어넣었다.
"아~"
"가만있어. 내가 명령 할 때까지는 앉지 못 해. 알았지?"
쎄라는 격렬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에 맞혀 온몸을 비틀어 댔다. 더이상 참지 못했는지 영수에게 매달린다.
"이년. 좋아서 죽네. 흘러내린 거 봐라. 쌍년"
수정은 손가락 끝에 매달려 절정을 느껴보기는 처음 이었다. 오르가즘의 끝에서 한 차례 애액을 분비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고 하면 음부에 딱 맞게 받혀진 손바닥이 그녀를 들어올리면서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절정이 끝나고 나서는 앉지도 못하고 남자의 가슴에 매달려 신음만 토해 냈다.
"아. 아. 아잉~"
"다른 년들도 나한테 이렇게 절실하게 매달리면 얼마나 좋겠냐. 씨발. 이제 됐어. 앉아서 내 바지 벗기고 빨아."
쎄라는 손가락이 빠지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남자의 물건은 입도 대기 전에 껄떡이고 있었다. 조금만 빨아 줘도 금새 쌀 것 같다. 수정은 물건을 입에 가득 담았다. 남자의 물건을 이런 비굴한 자세에서 빠는 것도 그렇고 남자에게 이런 식으로 막말을 들으며 희롱 당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이 로봇 쎄라라고 남자가 믿고 있기 때문에 가능 한 것일지도 모른다. 수정은 남자의 명령에 복종하며 자신의 욕망을 맘껏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뜨겁게 달궈진 물건이 자신의 입 속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내리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가랑이 사이에서 빠져나간 손가락의 여운이 수정의 입 속에서 다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금새 아래가 허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섹스는 자연스럽게 침대로 이어졌고 서로의 허전함을 채워준다. 그들은 해가 뜨기 직전까지 남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밑 빠진 독처럼 그들의 욕구는 채워졌다 새나간다.
영수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창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손목에 접착된 피부색의 얇은 막으로 된 시계가 10시20분을 알려주었다. 쎄라는 한 쪽으로 돌아누워 자고 있다. 방안 가득 뿌려진 한 낮의 빛은 쎄라의 하얀 나체를 아름답게 감싸 안으며 영수의 두 눈을 마비시킨다.
영수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쎄라는 얼마쯤 할까? 자신이 10년 넘게 공장에서 썩는다고 해도 저런 신제품을 살수는 없을 것이다. 저토록 아름다운데.
더구나 내 명령대로 움직여 준다. 나중에는 명령도 하지 않았는데 진짜 사랑하는 사이처럼 대해 주질 않았나? 현실을 보라. 현실 세상에서 여자를 사귄다는 것은 돈을 의미한다. 외모도 돈이면 완벽하게 고치는 세상 아닌가. 고분고분한 여자는 가상현실의 게임에서나 만나보았지 현실에서는 경험해 본적도 없다. 가상현실이 대중화 됐다지만 어디 실제로 보고 만지는 것 만 하랴.
영수는 괴로웠다. 잠시 후면 여자는 떠날 것이다.
쎄라가 뒤척였다.
영수는 쎄라의 부드러운 등에 가슴을 부비며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안는다.
"일어났어요?"
"잘 잤어?"
"넣어 줄래요?"
영수는 이미 발기 해 있었다. 엉덩이 사이로 들이대며 젖기를 기다렸지만 좀처럼 미끄러져 들어가지 않았다. 간밤에 그렇게 했는데 당연했다.
"음..."
"쎄라. 널 사랑해."
쎄라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업드렸다. 영수는 쎄라 위로 올라가서 다시 엉덩이 사이로 성기를 넣었다. 이번에는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쎄라가 발을 뻗자 질이 수축했다. 꽉 쪼여오는 것이 영수를 황홀하게 했다. 영수는 쎄라의 긴 생머리를 얼굴로 비비며 상큼한 냄새에 취해 들었다. 그리고 어깨를 부여잡고 하반신을 밀어 올렸다. 그렇게 힘을 주고 가만있었다. 쎄라는 짧게 신음을 뱉었다.
"아~ 너무 좋아."
"쎄라. 널 사랑해."
수정은 옷을 챙겨 입으며 초조해 하는 영수를 내려다보았다. 사랑으로 가득한 눈빛이었으나 불쌍해 보였다. 미련이 많이 남았지만 이쯤에서 헤어져야 한다. 난 로봇 쎄라고 남자는 인간이다. 인간과 로봇이 사랑이라니.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고백해도 마찬가지다. 수치심 때문에 남자를 볼 수가 없을 거다. 더구나 난 섹스가 좋았지 저 남자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수정은 미련 없이 떠나기로 작정을 한다.
수정이 머리를 묵고 출입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남자가 붙잡는다.
"가지 마. 조금만 더 있어죠."
"안 돼요. 벌써 시간을 넘기 신 거 아시죠?"
그런데 남자의 손길이 갑자기 거칠어졌다.
"가지 마라니까. 명령이다."
"고객님. 시간이 지났어요. 다음에 불러 주세요."
남자는 수정을 방 안 쪽으로 밀치고는 문을 걸어 잠근다.
수정은 불쾌했다. 수정에게는 이미 남자에게 보냈던 연민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겁을 주었다.
"고객님. 자꾸 이러시면 본사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어요. 타인이 개입하는 건 원치 않으시겠죠?"
"씨발."
남자는 책상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것 같았다. 그사이 수정은 나가기 위해 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순식간에 일은 벌어 졌다. 어느새 영수는 수정을 밀치고 문을 가로막고 선다. 핏발로 씨뻘건 그의 눈은 증오의 불길이 쏟았다. 그의 손에는 그가 공장에서 쓰는 드라이버가 들려 있다.
"다 뜯어버리겠어. 다리를 분해해 줄게. 이리 와."
"이러지 마세요. 내일 또 올게요. 돈은 필요 없어요. 제가 서비스 해드리죠."
수정은 일단 빠져나가야 했기에 침착하게 영수를 달랬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뭐라고. 로봇주제에 누구한테 동정이야. 필요 없어."
수정은 자기 분에 겨워 흔들리는 영수를 밀치고 문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영수의 손이 한발 빨랐다. 수정의 뒷덜미를 웅켜진 영수는 자신도 순간 놀란, 괴력으로 수정을 던졌다. 수정은 그만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히며 자빠진다.
쓰러진 수정은 몇 차례 경련을 일으키다가 고개를 꺾는다.
한참 후에야 수정의 귀밑으로 흐르는 피를 맛 본 영수는 진짜 사람의 피라는 것을 알고선 꼼짝도 못하고 굳어 버린다.
오분이면 경찰이 들이닥칠 것이다. 로봇. 아니지, 인간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몸에 숨겨진 센서가 작동해서 그 사람의 위치는 물론 부상 부위와 정도, 심지어 맥박 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데이터는 위성을 통해 경찰중앙상황실에 알려진다.
인간을 죽였다. 고의가 아니였으니까 종신형은 면할 테고 최소 10년이다.
가만있자 만약 진짜 로봇이었다면 어땠을까?
젠장. 섹시로봇은 보험적용이 안 된다.
평생 빚에 쫓기며 살아야 한다.
젠장 왜 로봇 행세를 했던거지?
정말 사랑했는데...
차라리 인간이라 다행이라니...
여자가 가엾어졌다.
문 저편에서 군화발 소리가 들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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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처음인데다가 빨리 써내려가는 바람에 어색한 부분들이 눈에 많이 띄네요.
차차 수정할 생각입니다.
느낌 말씀해 주시면 다음 작품에 참고하여 반영하겠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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