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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09 2,031회 0건
----------------------------93부---------------------------------
무림맹과이 완전한 결별을 위해 많은 준비가 있었다.
암살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진여여는 앞장서서 사람들을 설득시켰고 그들에게서 무림맹과의 관계에 대해 확답을 얻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자의 몸으로 힘든 일을 하고 있다고 다들 그녀의 기지와 용기에 탐복하고 있었고 그런 마음이 어우러져 새로운 맹주로 추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녀의 배경 학식 무공 인물.
뭐 하나 빠지는게 없으니 자연스런 모습이라 볼 수 있었다.
그동안의 준비로 무림맹과는 뜻을 달리하는 정파 신정맹을 탄생 시켰다.
신임 맹주엔 진여여가 올랐고 현 무림에서 정파의 6할에 달하는 세력을 휘하에 거느리고 우뚝 섰다.
무림맹으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달리 막을 방도가 없었다.
다만 암살에 대한 소문이 나돌면서 극도로 긴장감이 흘렀지만 그뿐이었다.

사람들의 이면엔 이번에 진여여를 맹주로 추대한 것은 그녀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록 혜공이야 나의 진정한 실력을 알고 있으니 걱정을 하지 않겠지만 그 외의 인물들은 은연중에 이번 암살에서 나와 진여여가 사라진다면 자신들의 힘으로 새로운 무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지.
현존하는 살수들 중에서 살영대의 칼을 피한 자들은 없었다.
그만큼 살영대의 살명은 대단한 것이다.
내가 비록 마의 지존이라 하더라도 살영대는 그런 마의 조직에 딸린 부속품이 아니었으며 그들이 이때까지 벌여온 살행이라면 나라도 피하지 못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 법이다.
내가 그러한데 진여여는 어떨까?
웃기게도 정파라는 인물들이 이런 얄팍한 생각을 가지고 진여여를 맹주로 추대했다는 것이 참으로 안쓰럽기만 하다.
앞으로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이 얼마나 많은데 벌써 이런 시기심이 있고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려고 나설 것인가?
이건 스스로의 살을 파먹는 행위인데도 그들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정파의 인물이라고 다를 것이 없구만. 그저 소림이나 무당이 조용할 뿐 나머지 장문인들은 서로의 입지를 위해서 한참 나대는군.”
“상공의 눈에 정파의 모습이 안좋게 비춰서 부끄럽네요. 하지만 이들이 정파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끝까지 도와주세요.”
“내가 무림을 싹 쓸어버릴 것이라 생각했다면 이미 예전에 끝났어. 생각을 바꾸니 모든 것이 달라 보이더군. 난 내가 해야할 일이 끝나면 조용히 물러갈 사람이니 최대한 이 무림이란 곳을 안정시켜 주도록 하지.”
“고마워요. 상공.”
진여여는 내게 살풋 안기며 고개를 들었다.
뭐 키스해 달라는 액션이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질 못하다.
이런 날 맹주가 죽는다면 사기가 크게 떨어지겠지.
그것을 노리고 살영대에서 살수가 날아들었다.
“잠깐만. 손님이 왔군. 술 좀 내오도록해. 그리고 추살은 이리 와서 안도록.”
뭔가 희미한 물체가 생기는가 하더니 사람의 형상을 이루었다.
진여여는 흠칫하는 듯 했으나 자신의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그 인영을 쳐다보았다.
“주군께 인사올립니다.”
“수고한다. 앉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이 자식이 살수가 되더니 정말 뻣뻣해 졌구만.
“한잔하자고. 앉아.”
내 성질을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내게 두 번은 없다는 것을 알것이다.
살수답게 기억력은 무지 좋구만.
그놈은 튕기듯 일어나 맞은편에 앉았다.
진여여는 그런 추살의 모습을 보며 놀란 표정이었지만 내가 더 괴물처럼 보였겠지?
현존하는 최고의 살수를 막흐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나였으니까.
“일단 살행은 실패로 끝이나야겠지?”
“당연합니다. 주군이 계신 곳에 어떤 살인이 일어나겠습니까?”
“그 다음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글쎄요. 제가 머리를 쓰는건...”
“간단하게 하자. 니가 진여여에게 제압당했고 그래서 살영대가 신정맹의 수호무사가 되는 걸로하지.”
제일 놀란 것은 진여여였다.
살영대는 또 말하면 입이 아픈 조직이다.
그런 조직을 말 한마디로 인계 받는다니.
“주군 그렇게 되면 저희가 하던 일에 지장이 생깁니다.”
“너도 내 말에 토를 달 줄 아냐?”
순간 추살의 얼굴색이 변했고 그와 동시에 추살이 어떤 힘에 튕기듯 방 밖으로 날아갔다.
우당쾅쾅쾅...
모두가 잠들 시간에 소란스런 소리가 나자 모든 경비는 물론 장문인들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왠놈이냐.”
이미 힘을 잃고 쓰러진 놈에게 물어볼 질문이 아니다.
“살영대의 대주라는군요. 살행에 실패했으니 어쩔 것이냐.”
진여여의 그럴듯한 연기에 사람들은 흠칫하고 있었다.
설마 진여여가 이렇게 고수였단 말인가?
오히려 나보다 진여여가 더욱 숨은 고수가 아닌가라는 의심도 하는 눈빛이었다.
둘의 연기는 점점 사람들을 매료시키기 시작하더니 아주 훌륭한 결말을 맺었다.
살영대가 신정맹의 수호무사가 되었다.
살영대주 추살은 그림자처럼 진여여를 따르게 되고 그의 수하들은 모두 진여여 직속의 호위 임무를 맡게 되었다.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지만 지금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일들도 어찌보면 이보다 못하니 다들 수긍하며 넘어가는 눈치였다.
게다가 살영대가 주는 위압감이 너무도 크다보니 이설을 달 용기도 없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준비가 끝난 것인가?”
“상공 그럼 어디로 가시려구요.”
“후후 모르는게 좋을거야. 그럼 수고하라고.”
소식 없이 왔다가 그렇게 또 사라진다.
아마도 이렇게 살기에 님이 더욱 그립고 애절하지 않을까?

무림맹은 이제 그 껍질을 벗게 될 테고 금천단으로 무림에 새롭게 모습을 들어 낼 것이다.
현재 상황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천사교가 조금 신경쓰였다.
그곳에 구미호가 있는 것을 아는 이상 더 이상 방치할 수도 없다.
어찌보면 이젠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볼 수 있고 앞으로 일어나는 일들은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아픔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서로가 가는 길이 다르기에 벌어져야 하는 살육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무림의 생리이니까.
하지만 구미호가 끼어든 천사교가 나온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들은 구미호에 의해 사람이 아닌 약간 환수에 가까운 생명체로 탈바꿈 했을 수도 있다.
흔히들 강시가 강해서 잡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건 하급 환수에 비하면 장난감이라고 볼 수 있다.
하급 환수 한 마리가 세상에 나온다면 예전에 흔히들 말하는 마존의 출현과 맞먹는 파괴와 살육이 일어난다.
이미 구미호가 천사교를 장악하고 일을 시작했으니 그런 환수가 얼마나 나올지 미지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들이 나오기 전에 없애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도움은 기대도 못한다.
난 영감으로 운지를 불렀고 그녀는 이내 나를 찾아 날아왔다.
자신의 자식으로 삼은 혈강인도 같이 왔다.
제법 교육이 되었는지 이젠 스스로의 힘을 자각할 정도에 이른 듯 했다.
“지금부터 구미호 사냥에 들어간다. 운지도 긴장하라고.”
“호호. 잊으셨어요? 전 환계의 일인자예요.”
“그건 구미호가 없으니 그런거고.”
운지의 얼굴이 조금 찌그러졌지만 그건 자신도 인정하는 것이니 넘어갔다.
“그래도 제가 집행자의 신분으로 왔으니 그녀보다는 강하다고 자신해요.”
“그래야지. 나도 운지가 더욱 강하다고 믿어.”
시덥잖은 대화로 운지의 화를 풀어주고 천사교에 펼쳐둔 진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내가 펼쳐둔 진은 외부와의 차단을 위해 펼친 것이지 완전 새로운 세계의 창조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들어온 이곳은 인간 세상이 아니었다.
비대해진 나무와 과실.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동물들.
내가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이 바로 환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미호는 내가 쳐둔 진을 이용해서 오히려 이곳 전체를 자신의 아공간으로 만들었고 사람의 생혈에서 보충한 기운은 예전보다 자신의 능력을 몇배나 향상시켜줘 이렇게 힘을 써도 전혀 무리가 오지 않았다.
“이거 상상을 초월하는군. 완전 자신의 집으로 만들었잖아.”
“조심해야겠어요. 이미 그녀는 우리의 침입을 알았어요.”
운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눈 앞의 광경이 변해버렸다.
무슨 방인듯 했는데 그곳에서는 사람을 환수화 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이미 더 버릴 것이 없는 구미호는 서슴없이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구미호가 나타났다.
“호호호. 역시 니가 집행자로 나왔군. 그런데 그 옆의 미남은 누구지? 너도 인간계로 와서 남자에게 맛을 들였나?”
속에서 치밀어 올랐지만 이곳에선 한순간의 흐트러짐에 승부가 결정된다.

아공간에서의 싸움은 의외로 간단하다.
의지의 싸움.
자신의 의지에 불신을 가지게 되면 끊임없이 상념을 안고 사는게 인간이다.
그것은 의지박약으로 이어지고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게 된다.
아공간은 이런 점을 이용해서 자신의 의지로 타인의 의지를 부수는 것이다.
게다가 그 공간의 주인이 자신이다보니 모든 것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설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물론 그 이점이란 것도 상대의 의지가 약해야 통하는 법.
지금 구미호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을 때 얌전히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번의 움직임으로 싸움이 끝이 난다면 뭐가 걱정일까?
난 모든 것을 평상으로 유지했다.
‘운지가 직접 구미호를 상대할 것처럼 연기해. 그럼 내가 제압할 테니까.’
운지는 내 전음을 듣고 자신의 기를 끌어올렸다.
일반적인 전음이라면 구미호에게 들켰겠지만 이것은 영으로 전하는 방법이라 아무리 구미호가 자신의 아공간이라 해도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운지는 자신의 변신을 풀고 봉황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구미호 역시 여인의 모습에서 자신의 본 모습인 여우의 얼굴에 꼬리가 3개인 형상으로 변했다.
팽팽한 기의 대립.
둘다 환계에서 첫째두째를 가리는 실력자라 의지의 대결에서는 전혀 밀림이 없었다.
그저 서로의 도력과 기술만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최초의 격돌이 지나가고 주변의 경관이 변할 정도로 기가 소용돌이 칠 때 난 은밀하게 움직여 구미호의 약점인 꼬리뼈를 파괴했다.
갑작스런 나의 공격에 피하지도 못하고 당했지만 역시 노련한 점은 인정해야 했다.
난 그녀가 완전히 싸울 의사를 포기할 줄 알았건만 그녀는 자신의 꼬리가 모두 죽은 것을 보고도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의외군요. 인간이 나에게 이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니요. 호호 . 그렇군요. 당신은 이미 인간이 아니군요. 설마 명계에서 이런 장난을 칠 줄은 생각도 못했군요. 꼼짝없이 당했군요. 하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랍니다.”
구미호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더니 환수로 변하고 있던 모든 것을 나와 운지에게 보냈다.
쳐다보는 것만으로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상태가 심한 것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간단하게 없애 버릴까를 생각해야 한다.
“주인님. 이것들은 제가 맡을테니 어서 구미호를 잡으세요.”
“혼자 되겠어?”
“이래뵈도 환계 최고라니까요.”
난 운지의 호기에 약간 의심이 갔지만 그래도 구미호를 잡기만 하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지기에 서둘러 그녀의 기를 따라 쫓아 갔다.
아직 구미호의 아공간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생각대로 어딘가에 급하게 갈 수 있듯이 나 역시 그녀와 같은 능력으로 그 장소에 존재할 수 있었다.
“우리 이렇게 힘들게 하지 말고 깨끗하게 하자.”
“호호. 당신은 인간도 아니면서 어찌 그런 말을 하시나요?”
“사는 곳이 다르니 생각도 다르겠지. 아무튼 이곳은 인간이 사는 곳이지 환수가 사는 곳이 아니다. 돌아가자.”
“인간계에서 조용히 살겠다는데 왜 그러는 거죠? 제가 인간계에 피해를 끼친 것이 있던가요? 정말 제가 인간계에서 사라져야 할 만큼 큰 죄를 지었나요?”
사실 구미호가 한 것은 없다.
그녀를 그렇게 만들어 간 세상이 웃긴 것이지.
그래도 엄연히 이계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순리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그녀의 존재는 이미 부정당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나의 측은한 눈빛에 그녀는 결심을 했는지 최후의 한 수를 준비하는 듯 했다.
“당신은 정말 강하군요. 하지만 제가 순순히 잡힐 것이라 생각진 마세요.”
구미호는 자신의 모든 힘을 짜내어 아공간을 압축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손을 썼다면 이런 황당한 경우를 당하지 않았을 테지만 잠시의 방심으로 그녀의 술수에 말려든 것이다.
구미호는 이미 자신의 공간에서 몸을 빼 달아났고 점점 작아지는 공간에서 나와 운지는 벗어나올 방법을 연구했다.
주인의 허락없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허락없이 나올수는 없는 공간.
이미 운지를 상대하던 환수는 이런 변화에 두려움을 느꼈는지 움직임이 없었고 난 이 공간 자체를 없애는 방법을 택했다.
의지에 이기는 것은 의지 뿐이다.
내가 이 공간을 없애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일으키자 나와 운지를 중심으로 둥그런 막이 형성되면서 그 막에 닿는 모든 것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마치 새벽 안개가 아침 햇살에 사라지듯이 주변의 모든 것이 그렇게 사라졌다.

“휴우. 어쨌건 살았군. 하지만 놓쳐버려서 어떻하지?”
“뭐 이젠 그녀도 거의 평범한 지경에 놓였으니 천천히 찾아도 될거예요.”
“어디서 무슨 짓을 할지 알고?”
비록 꼬리가 모두 사라졌다고 하지만 구미호는 구미호다.
그녀가 다시 제발로 나타난다면 이 무림에 어떤 바람이 불지....


ps 흠... 재미없어도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게다가 힘나는 댓글도 주시고.
주말이네요 즐겁게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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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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