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뭐 하시는 분인가요?"
숙경이 물어왔다. 영권은 자신을 팬시점을 운영하는 별볼일 없는 중년의 사내라고 소개했다.
"겸손하시네요. 내가 보기엔 별볼일 없는 분은 아닌 것 같은데. 결혼은 하셨어요?"
"네. 5년쯤 되었군요."
아내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질문이어서 부담스러웠다.
"그럼 아이도 있으시겠네요. 몇 학년이에요?"
"아이는 아직 없어요. 아이가 안 생겨서 걱정입니다."
"죄송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괜찮습니다. 자, 한잔 더 하시죠."
술잔이 몇 차례 오고 가는 동안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지만 그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두 사람의 눈은 어둡지가 않았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충분히 감지하고 미세한 떨림까지 느낄 수 있을 만큼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숙경에게 잔을 따르던 영권은 그녀의 손을 덥썩 잡고 말았다.
"어머, 왜요 영권씨."
숙경은 다소 놀라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녀도 벌써부터 영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영권은 느낄 수가 있었다.
"저..."
"뭐죠? 말씀하세요."
숙경은 영권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말했다. 그런 그녀의 대응은 영권으로 하여금 용기를 내게 만들어 주었다.
"가까이 가도 될까요."
어둠 속에서. 무인 산중, 세상과 떨어져 있는 산장안의 남과 여.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그들에게 다른 말은 필요없었다.
술이 그 시간을 앞당겨 주었을 뿐, 이미 그들의 행동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했던 숙경은 영권의 손을 잡고 자신의 옆으로 끌어 당겼다.
숙경의 옆에 앉은 영권은 잠시의 여유도 없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의 차갑던 입술은 열정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온몸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영권은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갔고 쭉 지켜보고 있던 그녀의 가슴을 실제로 확인하자 만족에 겨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숙경의 옷은 점점 헐거워졌고 입은 듯 걸친 듯 벗은 듯하게 되었다.
영권의 손이 배를 따라 밑으로 향해 갔고 마침내 욕망의 언덕에 도착했을 때.
"잠깐, 거기까지."
영권의 품에서 떨어져 나온 숙경이 바깥 공기를 쏘이고 있던 한쪽 가슴을 옷 안으로 추스리며 말했다.
영권은 어안이 벙벙해져 할 말을 잃었다.
"왜죠?"
"우린 처음 만난 사이잖아요. 좀 더 서로를 알고 섹스를 해도 늦지 않아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기로 하죠."
영권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싫다는 여자와 억지로 성관계를 갖는 짓은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끝까지 차오른 욕구를 없애버리는 것도 힘들었다.
"후, 난 어떻게 하라고."
"이것 때문인가요?"
영권이 말하자 숙경은 바지 위에 손을 얹어 그의 물건을 잡고 말했다.
"남자들은 항상 이것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말죠. 좀 참아 보세요."
자신을 잡아주던 그녀의 손이 몸에서 떨어지자 영권은 아위움을 느끼며 술잔을 비웠다.
숙경은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때, 그녀가 한 모금의 담배 연기를 내뿜었던 것과 거의 동시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영권은 깜짝 놀라며 숙경의 옆에서 떨어져 앉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숙경은 웃는 듯 했다.
"벌써들 와 있었나."
목소리가 들리고 곧 불이 켜졌다. 갑작스레 환해진 불빛 사이로 서있는 사람은 병희였다.
"너였어?"
영권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는 체를 하자 병희는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숙경씨도 와있었군요."
"난 또 누구라고. 왠일로 여기까지 불러낸 거죠?"
숙경은 조금은 쌀쌀맞게 쏘아붙였지만 내심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았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건지 영권은 알고 싶었다.
"그래. 무슨 일로 이런 장난같은 초대를 한 거지?"
영권이 물었다. 병희는 숙경의 옆에 앉았고 영권은 원래 그랬던 대로 건너편에 앉았다.
"음. 그냥. 같이 술이나 한잔 할까 해서 불렀지. 그냥 부르면 재미 없으니까. 마침 술 하고 있었군. 그런데 왜 어둡게 불은 꺼놓고 있었어."
드디어 걱정했던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의외로 영권은 덤덤하게 말했다.
"낮부터 와 있었어."
다른 이유도 없이 그냥 술이나 마시려고 불렀다는 싱거운 병희의 말처럼 세 사람은 함께 술을 마셨다.
한 병이 비워지고 두 병이 비워지는 동안 영권은 병희의 시시껄렁한 정신과 환자 얘기를 들어주어야만 했다.
그건 정말 지루하다 못해 졸음이 오는 얘기였지만 병희는 무슨 재미있는 얘깃거리라도 된다는 듯 쉴 새 없이 환자 욕을 해댔다.
"피곤해 보이네. 그만 잘까?"
영권의 눈꺼풀이 무겁게 가라앉는 것을 보고 병희가 물었다.
"그래. 그만 자고 내일 보자. 난 어디서 자야 되나."
영권이 앞에 놓인 잔을 마저 비우며 말했다.
"일층 아무데서나 자면 돼. 우리는 이층 침실에서 잘게."
우리는? 그런 사이였나. 내심 은밀한 밤을 기대했던 영권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남자라면 무거운 입을 지킬 줄 알아야 하는 법.
"그래. 그럼 난 소파에서 잘테니까 올라들 가."
영권이 말하자 두 사라은 올라갈 채비를 하며 일어섰다.
그때 마주친 숙경의 얼굴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불은 서재에 보면 있을 거야. 밤에는 추우니까 잘 덥고 자. 내일 보자."
병희는 숙경을 부축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영권은 그녀가 놓고 간 핸드백을 보고 챙겨주려 했지만 두 사람은 이미 계단의 끝을 다 올라가고 있었기에 그만두었다.
영권은 미련을 버리고 잘 준비를 했다.
서재에서 이불을 가져다 놓고 보니 집에 있을 아내가 생각났다.
핸드폰을 꺼내 보니 안테나 두 개가 서있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병희의 말대로 찬 기운이 몸을 감싸 정신을 맑게 했다.
집에 전화를 걸었을 때 선화도 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임이 늦어져서 아침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거의 처음 하는 거짓말이었는데 아내는 아무 의심도 없이 알겠다고 말했다.
"나 참."
아무 일없이 넘어간 게 오히려 이상한 건가. 영권은 떨더름한 기분이었다.
숙경이 물어왔다. 영권은 자신을 팬시점을 운영하는 별볼일 없는 중년의 사내라고 소개했다.
"겸손하시네요. 내가 보기엔 별볼일 없는 분은 아닌 것 같은데. 결혼은 하셨어요?"
"네. 5년쯤 되었군요."
아내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질문이어서 부담스러웠다.
"그럼 아이도 있으시겠네요. 몇 학년이에요?"
"아이는 아직 없어요. 아이가 안 생겨서 걱정입니다."
"죄송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괜찮습니다. 자, 한잔 더 하시죠."
술잔이 몇 차례 오고 가는 동안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지만 그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두 사람의 눈은 어둡지가 않았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충분히 감지하고 미세한 떨림까지 느낄 수 있을 만큼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숙경에게 잔을 따르던 영권은 그녀의 손을 덥썩 잡고 말았다.
"어머, 왜요 영권씨."
숙경은 다소 놀라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녀도 벌써부터 영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영권은 느낄 수가 있었다.
"저..."
"뭐죠? 말씀하세요."
숙경은 영권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말했다. 그런 그녀의 대응은 영권으로 하여금 용기를 내게 만들어 주었다.
"가까이 가도 될까요."
어둠 속에서. 무인 산중, 세상과 떨어져 있는 산장안의 남과 여.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그들에게 다른 말은 필요없었다.
술이 그 시간을 앞당겨 주었을 뿐, 이미 그들의 행동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했던 숙경은 영권의 손을 잡고 자신의 옆으로 끌어 당겼다.
숙경의 옆에 앉은 영권은 잠시의 여유도 없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의 차갑던 입술은 열정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온몸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영권은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갔고 쭉 지켜보고 있던 그녀의 가슴을 실제로 확인하자 만족에 겨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숙경의 옷은 점점 헐거워졌고 입은 듯 걸친 듯 벗은 듯하게 되었다.
영권의 손이 배를 따라 밑으로 향해 갔고 마침내 욕망의 언덕에 도착했을 때.
"잠깐, 거기까지."
영권의 품에서 떨어져 나온 숙경이 바깥 공기를 쏘이고 있던 한쪽 가슴을 옷 안으로 추스리며 말했다.
영권은 어안이 벙벙해져 할 말을 잃었다.
"왜죠?"
"우린 처음 만난 사이잖아요. 좀 더 서로를 알고 섹스를 해도 늦지 않아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기로 하죠."
영권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싫다는 여자와 억지로 성관계를 갖는 짓은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끝까지 차오른 욕구를 없애버리는 것도 힘들었다.
"후, 난 어떻게 하라고."
"이것 때문인가요?"
영권이 말하자 숙경은 바지 위에 손을 얹어 그의 물건을 잡고 말했다.
"남자들은 항상 이것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말죠. 좀 참아 보세요."
자신을 잡아주던 그녀의 손이 몸에서 떨어지자 영권은 아위움을 느끼며 술잔을 비웠다.
숙경은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때, 그녀가 한 모금의 담배 연기를 내뿜었던 것과 거의 동시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영권은 깜짝 놀라며 숙경의 옆에서 떨어져 앉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숙경은 웃는 듯 했다.
"벌써들 와 있었나."
목소리가 들리고 곧 불이 켜졌다. 갑작스레 환해진 불빛 사이로 서있는 사람은 병희였다.
"너였어?"
영권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는 체를 하자 병희는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숙경씨도 와있었군요."
"난 또 누구라고. 왠일로 여기까지 불러낸 거죠?"
숙경은 조금은 쌀쌀맞게 쏘아붙였지만 내심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았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건지 영권은 알고 싶었다.
"그래. 무슨 일로 이런 장난같은 초대를 한 거지?"
영권이 물었다. 병희는 숙경의 옆에 앉았고 영권은 원래 그랬던 대로 건너편에 앉았다.
"음. 그냥. 같이 술이나 한잔 할까 해서 불렀지. 그냥 부르면 재미 없으니까. 마침 술 하고 있었군. 그런데 왜 어둡게 불은 꺼놓고 있었어."
드디어 걱정했던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의외로 영권은 덤덤하게 말했다.
"낮부터 와 있었어."
다른 이유도 없이 그냥 술이나 마시려고 불렀다는 싱거운 병희의 말처럼 세 사람은 함께 술을 마셨다.
한 병이 비워지고 두 병이 비워지는 동안 영권은 병희의 시시껄렁한 정신과 환자 얘기를 들어주어야만 했다.
그건 정말 지루하다 못해 졸음이 오는 얘기였지만 병희는 무슨 재미있는 얘깃거리라도 된다는 듯 쉴 새 없이 환자 욕을 해댔다.
"피곤해 보이네. 그만 잘까?"
영권의 눈꺼풀이 무겁게 가라앉는 것을 보고 병희가 물었다.
"그래. 그만 자고 내일 보자. 난 어디서 자야 되나."
영권이 앞에 놓인 잔을 마저 비우며 말했다.
"일층 아무데서나 자면 돼. 우리는 이층 침실에서 잘게."
우리는? 그런 사이였나. 내심 은밀한 밤을 기대했던 영권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남자라면 무거운 입을 지킬 줄 알아야 하는 법.
"그래. 그럼 난 소파에서 잘테니까 올라들 가."
영권이 말하자 두 사라은 올라갈 채비를 하며 일어섰다.
그때 마주친 숙경의 얼굴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불은 서재에 보면 있을 거야. 밤에는 추우니까 잘 덥고 자. 내일 보자."
병희는 숙경을 부축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영권은 그녀가 놓고 간 핸드백을 보고 챙겨주려 했지만 두 사람은 이미 계단의 끝을 다 올라가고 있었기에 그만두었다.
영권은 미련을 버리고 잘 준비를 했다.
서재에서 이불을 가져다 놓고 보니 집에 있을 아내가 생각났다.
핸드폰을 꺼내 보니 안테나 두 개가 서있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병희의 말대로 찬 기운이 몸을 감싸 정신을 맑게 했다.
집에 전화를 걸었을 때 선화도 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임이 늦어져서 아침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거의 처음 하는 거짓말이었는데 아내는 아무 의심도 없이 알겠다고 말했다.
"나 참."
아무 일없이 넘어간 게 오히려 이상한 건가. 영권은 떨더름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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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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