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그거야?"
영권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 말한 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권이 모르고 지나가도 될 말을 병희가 꺼내놓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너에 대한 얘기가 아직 남아있지. 좀 미안한 얘기기는 하지만, 난 일종의 실험을 했어."
병희는 점점 더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것 같았고 그 뒤에 따라나올 엄청난 모욕을 영권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실험에 참여했다는 건 짐작이 되겠지?"
병희는 영권과 숙경을 보며 말했다. 영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내가 두 사람에게 초대장을 보냈었지. 그래서 둘이 처음 만났었고, 그런데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아? 아까 들어오면서 사실 난 많이 놀랐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운명의 기운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야. 그렇지 않고 두 사람이 어떻게 다시 만날 수가 있었을까. 그건 아주 가능성이 희박한 일인데 말이야."
병희는 자신의 실험 결과에 만족한 연구원처럼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나와 숙경이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실험이었다는 말이냐?"
영권은 조금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너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지. 숙경은 일종의 촉매제와 같은 역할을 했을 뿐이고 말이야. 그런데 그 작은 실험이 이렇게 큰 결과를 가져오다니 신기하지 않아? 네 사람의 운명이 바뀌고 있으니 말이야."
"넌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가 있는 거냐? 사람 인생갖고 장난칠 권리가 너한테 있는 줄 알아!"
영권이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그런 건 아니야. 처음엔 네 말대로 장난 같은 짓이었지만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바로 너니까...... 자, 이제 너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보는 게 어때?"
영권에게 병희는 사악한 묘수로 무장한 잔인한 사기꾼으로 보였다.
멋대로 남의 생에 끼어들어 망치고 있는 게 바로 그가 아니었던가.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서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영권은 그만 돌아가자고 숙경에게 말했다.
이제 떠나가는 남편을 선화는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었다.
"잘 가."
그말만 하지 않았어도, 병희가 그 말만 하지 않았어도 영권은 곱게 돌아갔을 것이다.
돌아서던 영권은 간신히 억누르고 있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순식간에 식탁 위에 있던 무언가를 들어 병희에게 휘둘렀다.
모두들 그게 무엇인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처음에 알지 못했다.
일초 후쯤에 병희의 어깨에 과일을 찍어 먹던 포크가 박혀있는 것을 보고 선화는 비명을 질렀고 숙경은 놀랐지만 꾹 참아냈으며 동시에 영권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가 다시는 너를 상종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정작 병희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그대로 앉아서 잔에 남은 술을 비우고 떠나가는 친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집을 나가자 천천히 어깨에 박힌 포크를 빼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포크의 창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괜찮냐고 물어보던 선화는 울기 시작했고 병희는 한손으로 어깨를 누르고 다친 팔로 묵묵히 선화를 안았다.
"뭐하러 그런 얘기를 했어. 하지 않아도 될 얘기를......"
선화는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말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병희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난 괜찮아. 진실은 언제나 밝혀지는 법이지."
"그냥 묻어두는 게 좋을 때도 많아."
"그런가? 이걸로 화가 풀렸으면 좋겠군. 소독약 좀 있어?"
선화는 조금 진정이 된 듯 방으로 가서 소독약을 가지고 왔다.
정작 찔릴 때는 꿈쩍도 하지 않던 병희는 소독약을 바르자 아프다며 엄살을 피웠다.
선화는 웃었지만 어떤 게 진짜 그의 모습인지 궁금했다.
"다시는 못 보겠지? 친구로서도 와이프로서도......"
선화는 병희의 어깨에 소독약을 바르며 말했다. 긴 속눈썹 뒤에 숨어있는 눈동자는 슬픈 색깔로 젖어있었다.
병희는 가만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건 알 수 없는 거야. 난 아무도 미워하지 않아. 내가 하지 못할 짓을 했다고 해도 미워해서 그런 건 아닐거야. 누군가 내게 그런 짓을 했다 해도 그를 영원히 미워하지 못해. 잠깐 동안의 감정일뿐, 계속해서 그 사람을 미워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어. 그러니까 만날 일이 있으면 만나게도 되겠지. 전같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병희는 더 없이 차분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감정은 폭풍과도 같다가 바다가 되기도 하고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았다.
선화는 불안함을 잊으려고 그 품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는 불안함은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그래서 그의 일부가 된다면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 일을 했던거야?"
병희의 품에 안겨있던 선화가 얼굴을 들며 말했다.
"그냥 갑자기 당신 생각을 했었어."
병희는 당시를 생각하는 듯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날 방법을 생각하다가 영권을 밖으로 불러내기로 한 거지. 그날 내가 찾아왔던 거 기억나? 당신을 보고 나서 난 영권이를 만나러 갔어. 당신을 보았으니 됐다고 생각하면서 내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운명이 나를 이렇게 이끌 줄은 몰랐어. 크고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아."
"그렇다면 그 여자는 뭐야?"
"아, 그 여자는 일종의 양념같은 것일뿐이었는데 어느새 영권의 삶을 차지해버렸더군."
선화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그를 이해하기란 힘든 일이란 걸 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하고 있는 말은 진정한 사실이거나 아니면 완벽한 거짓말일 것이다.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바람이 가슴 속에 일고 있었다.
언제든 그런 바람을 잠재우고 평온한 호수가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권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 말한 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권이 모르고 지나가도 될 말을 병희가 꺼내놓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너에 대한 얘기가 아직 남아있지. 좀 미안한 얘기기는 하지만, 난 일종의 실험을 했어."
병희는 점점 더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것 같았고 그 뒤에 따라나올 엄청난 모욕을 영권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실험에 참여했다는 건 짐작이 되겠지?"
병희는 영권과 숙경을 보며 말했다. 영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내가 두 사람에게 초대장을 보냈었지. 그래서 둘이 처음 만났었고, 그런데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아? 아까 들어오면서 사실 난 많이 놀랐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운명의 기운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야. 그렇지 않고 두 사람이 어떻게 다시 만날 수가 있었을까. 그건 아주 가능성이 희박한 일인데 말이야."
병희는 자신의 실험 결과에 만족한 연구원처럼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나와 숙경이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실험이었다는 말이냐?"
영권은 조금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너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지. 숙경은 일종의 촉매제와 같은 역할을 했을 뿐이고 말이야. 그런데 그 작은 실험이 이렇게 큰 결과를 가져오다니 신기하지 않아? 네 사람의 운명이 바뀌고 있으니 말이야."
"넌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가 있는 거냐? 사람 인생갖고 장난칠 권리가 너한테 있는 줄 알아!"
영권이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그런 건 아니야. 처음엔 네 말대로 장난 같은 짓이었지만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바로 너니까...... 자, 이제 너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보는 게 어때?"
영권에게 병희는 사악한 묘수로 무장한 잔인한 사기꾼으로 보였다.
멋대로 남의 생에 끼어들어 망치고 있는 게 바로 그가 아니었던가.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서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영권은 그만 돌아가자고 숙경에게 말했다.
이제 떠나가는 남편을 선화는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었다.
"잘 가."
그말만 하지 않았어도, 병희가 그 말만 하지 않았어도 영권은 곱게 돌아갔을 것이다.
돌아서던 영권은 간신히 억누르고 있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순식간에 식탁 위에 있던 무언가를 들어 병희에게 휘둘렀다.
모두들 그게 무엇인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처음에 알지 못했다.
일초 후쯤에 병희의 어깨에 과일을 찍어 먹던 포크가 박혀있는 것을 보고 선화는 비명을 질렀고 숙경은 놀랐지만 꾹 참아냈으며 동시에 영권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가 다시는 너를 상종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정작 병희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그대로 앉아서 잔에 남은 술을 비우고 떠나가는 친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집을 나가자 천천히 어깨에 박힌 포크를 빼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포크의 창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괜찮냐고 물어보던 선화는 울기 시작했고 병희는 한손으로 어깨를 누르고 다친 팔로 묵묵히 선화를 안았다.
"뭐하러 그런 얘기를 했어. 하지 않아도 될 얘기를......"
선화는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말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병희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난 괜찮아. 진실은 언제나 밝혀지는 법이지."
"그냥 묻어두는 게 좋을 때도 많아."
"그런가? 이걸로 화가 풀렸으면 좋겠군. 소독약 좀 있어?"
선화는 조금 진정이 된 듯 방으로 가서 소독약을 가지고 왔다.
정작 찔릴 때는 꿈쩍도 하지 않던 병희는 소독약을 바르자 아프다며 엄살을 피웠다.
선화는 웃었지만 어떤 게 진짜 그의 모습인지 궁금했다.
"다시는 못 보겠지? 친구로서도 와이프로서도......"
선화는 병희의 어깨에 소독약을 바르며 말했다. 긴 속눈썹 뒤에 숨어있는 눈동자는 슬픈 색깔로 젖어있었다.
병희는 가만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건 알 수 없는 거야. 난 아무도 미워하지 않아. 내가 하지 못할 짓을 했다고 해도 미워해서 그런 건 아닐거야. 누군가 내게 그런 짓을 했다 해도 그를 영원히 미워하지 못해. 잠깐 동안의 감정일뿐, 계속해서 그 사람을 미워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어. 그러니까 만날 일이 있으면 만나게도 되겠지. 전같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병희는 더 없이 차분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감정은 폭풍과도 같다가 바다가 되기도 하고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았다.
선화는 불안함을 잊으려고 그 품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는 불안함은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그래서 그의 일부가 된다면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 일을 했던거야?"
병희의 품에 안겨있던 선화가 얼굴을 들며 말했다.
"그냥 갑자기 당신 생각을 했었어."
병희는 당시를 생각하는 듯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날 방법을 생각하다가 영권을 밖으로 불러내기로 한 거지. 그날 내가 찾아왔던 거 기억나? 당신을 보고 나서 난 영권이를 만나러 갔어. 당신을 보았으니 됐다고 생각하면서 내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운명이 나를 이렇게 이끌 줄은 몰랐어. 크고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아."
"그렇다면 그 여자는 뭐야?"
"아, 그 여자는 일종의 양념같은 것일뿐이었는데 어느새 영권의 삶을 차지해버렸더군."
선화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그를 이해하기란 힘든 일이란 걸 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하고 있는 말은 진정한 사실이거나 아니면 완벽한 거짓말일 것이다.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바람이 가슴 속에 일고 있었다.
언제든 그런 바람을 잠재우고 평온한 호수가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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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2-28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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