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9일 춘천 시내 지하상가
“다음엔 맛있는 곳 데려가줄게.”
나은에게 다녀오고 한참을 아무 말 없던 찬수가 입을 뗐다.
“그럼 다음에도 그런 맛없는데에 데려갈 생각이었어?”
“데려간건 너야.”
“뭐냐 남자가 치사하게...”
아무 말 없던 찬수를 데리고 가던 동생이 차를 세운 곳은 어느 경양식집이었다. 어릴 때 엄마 손을 붙잡고 간 기억이 어렴풋이 나서 갔지만, 그때의 맛과는 다른 조잡한 맛이 나는 가게였다.
차라리 자기 학교 앞 왕돈까스집이 더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 느끼하고 질긴 고기가 나왔다. 누린내가 안나는게 천만다행이라고 여겼다.
“다음에 서울 가면 같이 가보자. 역삼동 근처에 맛있는 집이 있거든.”
그렇지만 나은은, 아무 말 없이 돈까스를 선택해서 먹는 오빠를 보며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은씨와 사귀면서부터 고기도 특히 기름진 것을 안먹기 시작한 오빠였다. 나은씨의 영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같이 밥을 먹던 날 왜 그녀가 샐러드만 먹었는지, 그때는 몰랐었다.
그때부터 기름진 요리는 안먹었기에 몇 달 전에도 가져간 오리고기를 잘 먹지 않는 오빠였다. 그나마 같은 부대의 보미와 나래 언니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고기가 다 남았겠지란 생각을 했다.
“...”
그날 오빠를 사랑한다며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했던 보미가 오빠를 배신할 줄은 몰랐다.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이 흔한 외과의인 오빠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정신이 강한 사람이라 여겼지만, 절대 아니었다. 여린 사람이었다. 상처도 잘 받는 사람이었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다는 말처럼 나은씨가 그렇게 떠난 상처를 곁에 있는 보미가 달래 줄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런 보미가 오빠의 믿음을 져버릴 줄은 몰랐다.
오빠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다시 많이 외로울 오빠였다.
“왜 안하던걸...”
“피... 원래 자주 했었다.”
“...”
2006년 2월 7일 대학로 바 I am Fool
“어머, 이렇게 예쁜 동생이 있었어?”
바의 마스터 누님은 찬수의 팔짱을 끼고 있는 나은을 보고는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예.”
“드디어 연애하는줄 알고 좋아했더니...”
“아직이요.”
“뭐야? 동생 때문에 눈 높아져서 다른 여자들이 눈에 안들어오는거 아니야?”
“아니예요.”
“슬기한테도 그렇게 무관심하더니 말야.”
만 20세가 되기전에는 절대 금주라던 오빠였기에 며칠전 생일이 지난 나은은 오빠에게 약속을 지키란 말을 했다. 그리고 자기의 단골 가게라는 이곳으로 데려왔다.
“이런 곳이 있는줄 몰랐어요.”
“우리 가게가 외지긴 외지지.”
“아뇨. 그런건 아니고... 그냥 편안해요.”
“며칠전에 생일이라고 했지? 아... 말 놓아도 되죠?”
“예. 그럼요.”
오빠를 따라 골목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자그마한 가게였다. 왜 이런 곳으로 데려왔나 싶었지만, 곧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길가의 시끄러움도 혼잡함도 없는 편한 쉼터 같은 느낌이었다. 오빠의 취향에 맞는 것 같았다.
2009년 9월 19일 춘천 시내 지하상가
“충성.”
의외? 아니 어쩌면 가능한 일이었다.
“...”
“...”
찬수도 동생도 잠시 말이 끊겼다.
“어머, 여기서 뵐 줄은 몰랐네요.”
가볍게 경례를 한 서나래 중위가 먼저 말을 열었다.
“예...”
찬수가 조금 어색하게 대답했다.
“... 여기는 왠일이신가요?”
동생이 조금은 쌀쌀맞게 서나래 중위에게 물었다.
“예... 동기가 오늘 놀러오기로 해서 보기로 했거든요. 외... 유대위님 뵈러 오신건가요?”
“이제 오빠가 훈련소 의무실장이라고 유대위님이신건가요?”
“아니요. 그건...”
“제대로 말하기도 힘드네요. 김보미 하사님은 안오셨나보네요.”
“예...”
“그럼 일 보세요.”
“예...”
그런 동생의 반응을 느꼈는지 조금 어색해하는 서나래 중위와 배신감을 느낀 듯한 동생의 대화는 불편하게 흘러갔다.
“나은아...”
동생의 어깨를 손으로 잡고 지긋이 눌렀다.
“왜?”
“간호장교님은 도와주셨어.”
“...”
동생이 왜 그러는지 짐작이 된 찬수였다.
“동기분은 언제 뵙기로 했나요?”
“저녁떄요...”
“같이 차라도 드시겠어요?”
이대로 헤어진다면 더 어색할 것 같았다. 그래도 부대안에서 적극적이지는 못해도 찬수의 편을 들었던 몇 안되는 사람이었던 서나래 중위가 은폐사건의 공모자 오해를 받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 아직 시간 있으시면 같이 얘기하면서 기다려요.”
오빠가 일을 무마하려는 느낌이 들어 거들었다. 방금전까지 쌀쌀맞게 대한 자신이 이러는게 우스웠지만, 이대로는 오빠의 입장이 어색해질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작년 그날처럼 자신의 말 하나가 오빠의 인생에 영향을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조금 더 신중할 것을 순간적으로 울컥해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7월 18일 강원도 시내군 한천면
“의료 기록에 손대는게 어떤 일인지 알고 있는거야?”
“그럼? 이대로 부대 시끄러워지라고?”
“그래서 일을 숨길 생각이었어?”
“군대는 나쁜일 안해.”
“그건 네 생각이야?”
“...”
삼겹살 불판위에서 고기가 익어가고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그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나래는 언성을 높이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2009년 9월 19일 춘천 시내 지하상가
삐리리
그렇게 잠시 붙잡으려는중에 서나래 중위의 전화기가 울렸다.
“아... 죄송해요. 벌써 온건가...”
서나래 중위는 급히 핸드백에서 전화를 꺼내 받았다.
“... 응. 그래... 어쩔 수 없지...”
살짝 실망하는 느낌이었다.
“뵙기로 한 친구분 전화신가봐요?”
동생은 서나래 중위에게 물었다.
“예...”
“벌써 오셨데요?”
“아니요. 긴급 후송떄문에 지금 수통(수도 통합병원: 군병원들중 최종 단계의 종합병원.)에 가야한다고...”
“그럼 오랜만에 뵙는 것 같은데 저희랑 있어요.”
“그건...”
“시내군에서 여기까지 나와서 그냥 들어가시긴 그렇잖아요?”
“...”
“예전에 저도 기껏 갔는데 그렇게 바람 맞아본 적 있었거든요. 오빠라도 있었으니 다행이지.”
2004년 1월 27일 삿포로
“여기까지 왔는데...”
눈축제 준비때문 출입이 통제된 오오토리 공원 앞에서 실망스러운 말투로 동생이 말했다.
“음...”
“엄마는 알고 있을까? 눈축제 시작하기전에 사람 없을 때 다녀오라고 했잖아.”
“알면서 다녀오라고 하셨을리는 없지.”
“우리 다시 돌아가서 오늘 새벽에 하던거 다시할까?”
“응.”
“어유~ 우리 오빠도 아까 그르케 조아쪄요?”
“응?”
한국에서 들고온 관광 가이드북을 보며 다른 곳을 찾아보다가 자기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 모르는 찬수였다.
2009년 9월 19일 춘천 시내 카페
“정말 당황스러우셨겠어요.”
“그러니까요. 자기가 무슨 대답했는지 알고는 얼마나 당황하던지.”
동생은 삿포로에서 있었던 일 중 근친상간 부분은 다른걸로 둘러댄채 공원앞에서 찬수를 놀린 이야기를 했고, 서나래 중위는 재미있어했다.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마주쳤을때의 어색한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그럼 유찬수 대위님 보러 오신건가요?”
“예, 오빠가 워낙 무심하니까 밑에 두명밖에 없는데 안 챙겨줄 것 같아서요.”
“사이가 많이 좋으신 것 같아요.”
“제가 아니면 누가 오빠 챙겨주겠어요.”
“...”
두 여자가 이야기하는동안 찬수는 창 밖을 쳐다봤다. 김보미 하사와 서나래 중위가 함께 어울려 찬수와 뭔가를 먹으러 나가기도 했던 일이 몇 달 전이었음에도 어느새 멀어진 과거의 느낌이 들었다.
“뭐해 오빠?”
“별로...”
“창 밖에 예쁜 여자라도 있어?”
“아니.”
“이렇게 미인이 둘 씩이나 같이 있는데 얼마나 예쁜 여자를 보길래 한 눈을 팔아?”
“그런거 아니야.”
“어머~ 오빠 저 아저씨 보고 있었어?”
“응?”
창밖에는 체육복 차림에 지저분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창 밖에 있는 남자의 시선이 찬수가 있는쪽을 향했다.
“...”
“...”
남자의 시선은 동생과 서나래 중위쪽을 향했다. 서나래 중위는 남자의 시선이 지나가는 순간 겁먹은 듯 움찔했다.
“하... 우리 오빠 그런 취향 있는줄 몰랐는데~”
서나래 중위만큼은 아니었지만, 동생도 혐오스러움을 느꼈는지 어색하게 웃으며 찬수를 놀렸다.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 남자는 비열하고도 섬찟한 기분이 들도록 웃고 있었다.
“제발 그런 농담은 참아줘...”
웃고나서 주위를 의식하듯 두리번거리는 그 남자를 보며 찬수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일은 좋지 않다고 아버지가 말했지만, 저 사람은 예외처럼 여겨졌다.
“그래, 임마. 알지? 그년이 좀 도도하긴해도 먹음직하잖냐. 선생님을 믿어봐. 말만 잘들으면 니네들도 먹게 해줄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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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때문에도 마음때문에도 이야기를 쓰지 못하다가 오늘에야 올립니다.
* 지난회에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물어 그 결과로 찬수는 서나래 중위와 마주쳤습니다. 원래 플롯에 설정한 인물이 찬수와 마주치고 이게 끔찍한 일의 계기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여러분의 선택덕분에 조금은 나아지게 수정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 사실 2부에서 연애 파트가 임미혜 간호사 몫이고 부대 파트는 찬수와 별개로 서나래 중위와 김보미 하사가 부딪히는 내용이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때는 도용사건으로 급히 마무리지어 생각을 못했는데 나래의 활약이 맹탕이 되니 이번회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기분도 듭니다. 가끔 하는 생각이지만, 리셋하고 다시 써야되는걸까 고민도 듭니다.
* 찬수의 동생과 여자친구의 이름이 같아 헷갈리시는지요?
“다음엔 맛있는 곳 데려가줄게.”
나은에게 다녀오고 한참을 아무 말 없던 찬수가 입을 뗐다.
“그럼 다음에도 그런 맛없는데에 데려갈 생각이었어?”
“데려간건 너야.”
“뭐냐 남자가 치사하게...”
아무 말 없던 찬수를 데리고 가던 동생이 차를 세운 곳은 어느 경양식집이었다. 어릴 때 엄마 손을 붙잡고 간 기억이 어렴풋이 나서 갔지만, 그때의 맛과는 다른 조잡한 맛이 나는 가게였다.
차라리 자기 학교 앞 왕돈까스집이 더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 느끼하고 질긴 고기가 나왔다. 누린내가 안나는게 천만다행이라고 여겼다.
“다음에 서울 가면 같이 가보자. 역삼동 근처에 맛있는 집이 있거든.”
그렇지만 나은은, 아무 말 없이 돈까스를 선택해서 먹는 오빠를 보며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은씨와 사귀면서부터 고기도 특히 기름진 것을 안먹기 시작한 오빠였다. 나은씨의 영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같이 밥을 먹던 날 왜 그녀가 샐러드만 먹었는지, 그때는 몰랐었다.
그때부터 기름진 요리는 안먹었기에 몇 달 전에도 가져간 오리고기를 잘 먹지 않는 오빠였다. 그나마 같은 부대의 보미와 나래 언니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고기가 다 남았겠지란 생각을 했다.
“...”
그날 오빠를 사랑한다며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했던 보미가 오빠를 배신할 줄은 몰랐다.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이 흔한 외과의인 오빠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정신이 강한 사람이라 여겼지만, 절대 아니었다. 여린 사람이었다. 상처도 잘 받는 사람이었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다는 말처럼 나은씨가 그렇게 떠난 상처를 곁에 있는 보미가 달래 줄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런 보미가 오빠의 믿음을 져버릴 줄은 몰랐다.
오빠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다시 많이 외로울 오빠였다.
“왜 안하던걸...”
“피... 원래 자주 했었다.”
“...”
2006년 2월 7일 대학로 바 I am Fool
“어머, 이렇게 예쁜 동생이 있었어?”
바의 마스터 누님은 찬수의 팔짱을 끼고 있는 나은을 보고는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예.”
“드디어 연애하는줄 알고 좋아했더니...”
“아직이요.”
“뭐야? 동생 때문에 눈 높아져서 다른 여자들이 눈에 안들어오는거 아니야?”
“아니예요.”
“슬기한테도 그렇게 무관심하더니 말야.”
만 20세가 되기전에는 절대 금주라던 오빠였기에 며칠전 생일이 지난 나은은 오빠에게 약속을 지키란 말을 했다. 그리고 자기의 단골 가게라는 이곳으로 데려왔다.
“이런 곳이 있는줄 몰랐어요.”
“우리 가게가 외지긴 외지지.”
“아뇨. 그런건 아니고... 그냥 편안해요.”
“며칠전에 생일이라고 했지? 아... 말 놓아도 되죠?”
“예. 그럼요.”
오빠를 따라 골목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자그마한 가게였다. 왜 이런 곳으로 데려왔나 싶었지만, 곧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길가의 시끄러움도 혼잡함도 없는 편한 쉼터 같은 느낌이었다. 오빠의 취향에 맞는 것 같았다.
2009년 9월 19일 춘천 시내 지하상가
“충성.”
의외? 아니 어쩌면 가능한 일이었다.
“...”
“...”
찬수도 동생도 잠시 말이 끊겼다.
“어머, 여기서 뵐 줄은 몰랐네요.”
가볍게 경례를 한 서나래 중위가 먼저 말을 열었다.
“예...”
찬수가 조금 어색하게 대답했다.
“... 여기는 왠일이신가요?”
동생이 조금은 쌀쌀맞게 서나래 중위에게 물었다.
“예... 동기가 오늘 놀러오기로 해서 보기로 했거든요. 외... 유대위님 뵈러 오신건가요?”
“이제 오빠가 훈련소 의무실장이라고 유대위님이신건가요?”
“아니요. 그건...”
“제대로 말하기도 힘드네요. 김보미 하사님은 안오셨나보네요.”
“예...”
“그럼 일 보세요.”
“예...”
그런 동생의 반응을 느꼈는지 조금 어색해하는 서나래 중위와 배신감을 느낀 듯한 동생의 대화는 불편하게 흘러갔다.
“나은아...”
동생의 어깨를 손으로 잡고 지긋이 눌렀다.
“왜?”
“간호장교님은 도와주셨어.”
“...”
동생이 왜 그러는지 짐작이 된 찬수였다.
“동기분은 언제 뵙기로 했나요?”
“저녁떄요...”
“같이 차라도 드시겠어요?”
이대로 헤어진다면 더 어색할 것 같았다. 그래도 부대안에서 적극적이지는 못해도 찬수의 편을 들었던 몇 안되는 사람이었던 서나래 중위가 은폐사건의 공모자 오해를 받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 아직 시간 있으시면 같이 얘기하면서 기다려요.”
오빠가 일을 무마하려는 느낌이 들어 거들었다. 방금전까지 쌀쌀맞게 대한 자신이 이러는게 우스웠지만, 이대로는 오빠의 입장이 어색해질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작년 그날처럼 자신의 말 하나가 오빠의 인생에 영향을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조금 더 신중할 것을 순간적으로 울컥해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7월 18일 강원도 시내군 한천면
“의료 기록에 손대는게 어떤 일인지 알고 있는거야?”
“그럼? 이대로 부대 시끄러워지라고?”
“그래서 일을 숨길 생각이었어?”
“군대는 나쁜일 안해.”
“그건 네 생각이야?”
“...”
삼겹살 불판위에서 고기가 익어가고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그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나래는 언성을 높이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2009년 9월 19일 춘천 시내 지하상가
삐리리
그렇게 잠시 붙잡으려는중에 서나래 중위의 전화기가 울렸다.
“아... 죄송해요. 벌써 온건가...”
서나래 중위는 급히 핸드백에서 전화를 꺼내 받았다.
“... 응. 그래... 어쩔 수 없지...”
살짝 실망하는 느낌이었다.
“뵙기로 한 친구분 전화신가봐요?”
동생은 서나래 중위에게 물었다.
“예...”
“벌써 오셨데요?”
“아니요. 긴급 후송떄문에 지금 수통(수도 통합병원: 군병원들중 최종 단계의 종합병원.)에 가야한다고...”
“그럼 오랜만에 뵙는 것 같은데 저희랑 있어요.”
“그건...”
“시내군에서 여기까지 나와서 그냥 들어가시긴 그렇잖아요?”
“...”
“예전에 저도 기껏 갔는데 그렇게 바람 맞아본 적 있었거든요. 오빠라도 있었으니 다행이지.”
2004년 1월 27일 삿포로
“여기까지 왔는데...”
눈축제 준비때문 출입이 통제된 오오토리 공원 앞에서 실망스러운 말투로 동생이 말했다.
“음...”
“엄마는 알고 있을까? 눈축제 시작하기전에 사람 없을 때 다녀오라고 했잖아.”
“알면서 다녀오라고 하셨을리는 없지.”
“우리 다시 돌아가서 오늘 새벽에 하던거 다시할까?”
“응.”
“어유~ 우리 오빠도 아까 그르케 조아쪄요?”
“응?”
한국에서 들고온 관광 가이드북을 보며 다른 곳을 찾아보다가 자기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 모르는 찬수였다.
2009년 9월 19일 춘천 시내 카페
“정말 당황스러우셨겠어요.”
“그러니까요. 자기가 무슨 대답했는지 알고는 얼마나 당황하던지.”
동생은 삿포로에서 있었던 일 중 근친상간 부분은 다른걸로 둘러댄채 공원앞에서 찬수를 놀린 이야기를 했고, 서나래 중위는 재미있어했다.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마주쳤을때의 어색한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그럼 유찬수 대위님 보러 오신건가요?”
“예, 오빠가 워낙 무심하니까 밑에 두명밖에 없는데 안 챙겨줄 것 같아서요.”
“사이가 많이 좋으신 것 같아요.”
“제가 아니면 누가 오빠 챙겨주겠어요.”
“...”
두 여자가 이야기하는동안 찬수는 창 밖을 쳐다봤다. 김보미 하사와 서나래 중위가 함께 어울려 찬수와 뭔가를 먹으러 나가기도 했던 일이 몇 달 전이었음에도 어느새 멀어진 과거의 느낌이 들었다.
“뭐해 오빠?”
“별로...”
“창 밖에 예쁜 여자라도 있어?”
“아니.”
“이렇게 미인이 둘 씩이나 같이 있는데 얼마나 예쁜 여자를 보길래 한 눈을 팔아?”
“그런거 아니야.”
“어머~ 오빠 저 아저씨 보고 있었어?”
“응?”
창밖에는 체육복 차림에 지저분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창 밖에 있는 남자의 시선이 찬수가 있는쪽을 향했다.
“...”
“...”
남자의 시선은 동생과 서나래 중위쪽을 향했다. 서나래 중위는 남자의 시선이 지나가는 순간 겁먹은 듯 움찔했다.
“하... 우리 오빠 그런 취향 있는줄 몰랐는데~”
서나래 중위만큼은 아니었지만, 동생도 혐오스러움을 느꼈는지 어색하게 웃으며 찬수를 놀렸다.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 남자는 비열하고도 섬찟한 기분이 들도록 웃고 있었다.
“제발 그런 농담은 참아줘...”
웃고나서 주위를 의식하듯 두리번거리는 그 남자를 보며 찬수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일은 좋지 않다고 아버지가 말했지만, 저 사람은 예외처럼 여겨졌다.
“그래, 임마. 알지? 그년이 좀 도도하긴해도 먹음직하잖냐. 선생님을 믿어봐. 말만 잘들으면 니네들도 먹게 해줄테니까.”
-=-=-=-=-=-=-=-=-=-=-=
* 등장 인물, 단체명, 지명은 실제가 아닙니다.
* 소라넷에만 연재중입니다. 허가되지 않은 복사, 변형, 도용을 금지합니다.
"개인의 저작물은 형식은 물론 인터넷,오프라인 여부를 불문하고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됩니다. 현행법상 저작물을 창작한 자에게는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저작권이 발생하며, 타인이 당해 저작물을 임의로 인터넷상에 게재하는 것은 복제권 및 전송권 침해가 됩니다.
또한 저작물의 내용을 임의로 변경한 경우에는 2차 저작물 작성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으며, 저작물의 형식이나 제호 등을 임의로 변경한 경우에는 저작인격권 침해도 성립될 수 있습니다."
"미국법에서는 연방저작권법(Federal Copyright Act.)에 의거. 이의 침해시 저작권 침해자는 저작권 침해 행위와 저작권 침해로 얻은 실제 이익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 침해건에 대해 200$~15만$의 피해 보상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발생하는 원저작자의 변호사 선임비용과 재판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피해보상과 별도로 징역형이 부가될 수 있습니다."
* 일때문에도 마음때문에도 이야기를 쓰지 못하다가 오늘에야 올립니다.
* 지난회에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물어 그 결과로 찬수는 서나래 중위와 마주쳤습니다. 원래 플롯에 설정한 인물이 찬수와 마주치고 이게 끔찍한 일의 계기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여러분의 선택덕분에 조금은 나아지게 수정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 사실 2부에서 연애 파트가 임미혜 간호사 몫이고 부대 파트는 찬수와 별개로 서나래 중위와 김보미 하사가 부딪히는 내용이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때는 도용사건으로 급히 마무리지어 생각을 못했는데 나래의 활약이 맹탕이 되니 이번회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기분도 듭니다. 가끔 하는 생각이지만, 리셋하고 다시 써야되는걸까 고민도 듭니다.
* 찬수의 동생과 여자친구의 이름이 같아 헷갈리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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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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