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이라도 끼고 있는 걸까?
강간하고 있는 새끼한테 뭘 기대하는건지..
쓸데없는 생각을 빠르게 지운다.
반팔티는 자지로 끝없이 그녀의 보지를 퍼올리고 있다.
짐작했던대로 힘 쓰는게 보통이 아니다, 꺽꺽대는 그녀의 비명이 그걸 증명한다.
"아윽... 아윽!"
"헉헉, 씨발 존나 쪼이네! 역시 좃만한 년들이 꽉꽉 물어준다니까 흐흐흐.."
밀어부치는 힘은 갈수록 강해지고 그녀는 벽으로 꾸역꾸역 처박혀 간다.
제법 시간이 지났고 슬슬 쌀 법도 한데, 반팔티는 발정제 한바가지 처먹은 수퇘지마냥 아직도 헉헉댄다.
여자 쪽에서도 얌전히 감내하기엔 한계에 도달했는지 연신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억지로 쥐어짜이고 있었다.
"이 새끼야! 뭔 뽕을 혼자서 그렇게 뽑냐? 시발넘이.."
바지춤에 손을 넣고 주물럭대던 멸치의 밑바닥이 드러난다.
더 이상 기다릴 인내심은 없었는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반팔티를 향해 성큼 다가온다.
"아~ 미안 미안! 어흐 씨발,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졸라 느낌이 안온다 이거."
말과는 달리 허리를 연신 움직이는 반팔티의 모양새는 조금의 미안함도 묻어나오질 않는다.
멸치 녀석도 한 두번 겪은 일이 아닌지 무시하고는 여자의 가슴을 움켜쥔다.
"어휴, 뭐 걸리는게 없네 진짜!"
연신 투덜대는 그가 입을 연다.
"야, 자세 좀 바꿔봐."
"엉? 뭐할려고?"
반팔티가 퉁명스럽게 묻는다.
"니가 쓰고 있는데 그럼 어떡하냐? 노는 입에 좆이라도 물려야지 씨발!"
결국 참다 못한 놈이 적당히 타협을 본 모양이다, 구겨지는 멸치의 표정이 여기까지 선하다.
"아서라 새끼야. 좆 짤릴려고? 이 놈은 겁대가리가 없는건지..."
빈정대는 반팔티의 말에 멸치가 발끈했는지 언성을 마주 높인다.
"아 그럼 어쩌라고! 계속 이렇게 손빨래만 할까!?"
"이 새끼 존나 빠가야로네, 구멍이 거기 밖에 없냐? 잡고 벌려줄테니까 빨리 박아라 새꺄."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팔티는 벽에 납작 눌러져있는 여자를 껴안는다.
그녀가 녀석의 품에 파묻히듯 들려 오른다.
"이 씨발, 개 찝찝한데..."
멸치 녀석은 궁시렁대면서도 그녀의 등 뒤로 들어가 벽에 턱하니 기댄다.
얼추 자세를 잡자, 반팔티는 기다렸다는 듯이 양손으로 여자의 허벅지를 붙든다.
단단한 결박이 불편했던 것일까, 그녀는 허리를 좌우로 비틀어보지만 앞뒤로 바짝 붙은 두 남자에게 저지당한다.
오히려 여자의 가벼운 저항은 반팔티의 자지를 더욱 깊숙히 집어삼키는 행위에 불과했다.
"오~ 이년이 이제 지가 알아서 꼭꼭 물어주네, 오빠 좆이 그렇게 좋았어요~?"
"아, 아니...아으윽!""
양 허벅지를 잔뜩 벌려진 탓에 반팔티의 자지는 그녀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다.
"헉헉! 씨발, 존나 좋아 죽지 엉? 좋아 죽겠다고 말해봐 빨리!"
"어윽..."
감시카메라의 방해가 없는 과속행위는 아픔이 되어 돌아간다.
하지만 그 뿐,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일말의 비명과 잔뜩 억눌린 신음을 나지막히 터트리는 것이었다.
"꺼윽..!!"
순간 뾰족한 여자의 비명이 차가운 밤거리를 가로지른다.
여태껏 비교적 순순했던 그녀의 목소리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혹시라도 누가 듣진 않았을까?
이해할 순 없지만 철제난간에 바짝 엎드려 지켜보는 나자신마저도 "누군가가 듣진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눈치를 보게끔 만드는 날카로운 저항이었다. 당연히 반팔티를 거스르기엔 충분했고 그것은 그녀에게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행으로 변질되어 기생충 마냥 자신을 좀먹는다.
"이런 미친년이! 씨발, 내가 아가리 다물어라 했지, 엉!!"
"아악! 악악!!"
녀석의 손지검은 그녀 스스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아 먹먹한 소리가 마디 사이사이를 비집을때까지 계속 되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저 아래에서 씩씩대는 반팔티의 움직임은 심박수가 올라가는 육체적 운동에 의한 헐떡임에 불과했고,
스스로의 폭력에 꽤나 만족하는 듯, 연신 자신의 손을 어루 만진다.
그는 분명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번씩 줘패야 한다"는 사상의 첨단(尖端)이 분명하다.
씩씩거리는 그와 쌕쌕대는 그녀의 콧소리가 불협화음처럼 어우러진다.
마치 익숙한 멜로디에 코드 몇개를 비틀어 교묘히 표절을 피한 싸구려 음악처럼, 그것은 귀를 거칠게 쓸어간다.
"그만 좀 때려 미친놈아, 면상 다 갈리겠다."
그나마 멸치가 입을 열지만 서푼의 동정심도 없다는 것은 서로가 잘 알고 있었다.
"크크크, 존나 야들야들해졌는데 너도 빨랑 하지?"
"안그래도 이 형님도 준비중이시다, 시발넘아~"
격하게 움직이던 반팔티가 멸치를 생각했는지 잠시 멈춘다.
멸치 놈의 손가락이 달덩이 같은 그녀의 엉덩이 골로 사라진다.
"아, 아윽!..읍!!"
충분히 만져준 상황이지만 비명이 터질 것을 예상한 반팔티가 빠르게 여자의 입을 막는다.
"야, 한번에 넣었냐?"
"미친, 똥 덩어리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대가리에 총 맞았냐? 니미, 손가락 하나 찔러 넣었다, 왜?"
"하긴 크크, 신나게 좆질 했는데 콩나물 대가리 감겨서 나오면 찝찝해서 어쩌냐?"
"그나저나 썅년, 손가락 한개 가지고 졸라 발악하네, 야 꽉 좀 잡고 있어봐!"
멸치는 손가락을 이용해 여자의 항문을 긁어간다.
치욕스러움에 그녀는 발버둥치며 발악했지만, 두 남자는 그것을 있는둥 마는둥 무시하며 욕심을 채운다.
"뭐 걸리는건 없는걸 보니 변비는 없나보네?"
"미친 새캬! 그럼 빨랑 빨랑 처 넣기나 해, 나도 쌍으로 해보는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흐흐."
"으 시발, 아무리 그래도 생으로 하는건 존나 찝찝한데..."
"뭔 걱정이야? 안돼면 나중에 저 년한테 깨끗하게 빨아달라고 하던지. 말 들을때까지 존나게 패줄테니까, 크크!"
여자를 철저히 배제한 두사람만의 대화가 오갔고, 멸치 녀석이 어정쩡하게 무릎을 굽히며 자세를 잡았다.
"농담 아니라 진짜 그래야겠다, 지 몸에서 나온건데 지가 해결해야지 안그렇냐?"
재미는 볼만큼 보고 더러운 건 떠넘길려고 하는 멸치의 행동에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틈새도 없이, 강하게 윽박지르는 두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마저 때린다.
"야! 이년 졸라 발버둥친다, 빨리 쑤셔!!"
"으으..어어어!!..."
"씨발! 좀만 잘 잡고 있어봐! 자꾸 허리 빼잖아!!"
아래에선 두 놈이 사이좋게 힘을 쓴다. 그녀는 팔다리가 아무렇게나 꺾인 바비인형처럼 그 모든 하중을 받아낸다.
"꺼..꺼어억..."
반팔티가 찍어누르고, 멸치가 치고 오른다. 좁은 구멍의 힘으로썬 도무지 버틸 수 없는 힘이다.
숨 넘어가는 비명이 그녀의 입을 타고 질질 새어나온다.
"오우, 야! 좆대가리는 들어간거 같은데? 존나 쪼인다!"
"안그래도 니 귀두가 여기까지 느껴지는데? 개 이상하다 이거 흐흐.."
이렇게까지 처참할 수가 있을까.
야동에서나 볼 법한, 아니 왠만큼 연륜이 있는 포르노 배우들도 꺼린다는 샌드위치가
건물사이의 허름하고 좁은 틈에서 두 남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의 삐뚤어진 성욕 앞에서는 그 어떠한 폭력도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시뻘게진 얼굴과 난간을 움켜쥔 손아귀 사이로 땀이 흐른다.
녹이 잔뜩 벗겨졌기 때문일까, 땀은 곧 철제 난간과 뒤섞이며 비릿한 냄새를 풍긴다.
그것은 마치 하이에나의 퀘퀘한 입냄새처럼 느껴져 인지의 영역을 일순간 뒤흔든다.
흐릿한 시야가 촘촘한 난간을 뚫는다. 아래에 엉켜있는 그들의 형태가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이 모든게 꿈만 같다.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단단히 물고 있는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그들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 옛날 케쿨레가 꾸었던 꿈은 시공간을 넘어 지금의 나에게로 난폭하게 오버랩 된다.
고리를 끊고 싶다. 저열하고 추잡하게 붙어먹는 저 것들을 갈기갈기 찢어내고 싶다.
자동차에 밟혀 피떡이 된 개구리마냥 납작 엎드리고 있던 상체를 힘겹게 들어올린다.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난간을 거슬러 비상구를 통해 다시 건물로 들어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옆에 쌓여있는 플라스틱 맥주박스에서 빈병 두개를 챙겨 양손에 하나씩 틀어쥔다.
미끈거리는 병목의 시원한 감촉이 나쁘지 않게 다가온다.
그리곤 뜸들일 필요도 없이 다시 난간으로 나왔다.
아래에선 아직도 연놈들이 기괴한 모습으로 뒤엉켜 있다.
서로가 열중하고 있는지, 끙끙대는 여자의 신음과 약간의 헉헉거림을 제외하곤 아주 조용하다.
더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던 나는 시원스레 맥주병을 던졌다.
다행히 왕년의 실력이 어디 가진 않았고,
무섭게 날아간 맥주병은 반팔티의 머리통에 부딪힘과 동시에 퍼석거리며 산산이 비산했다.
"크억!!"
외마디의 짧은 비명과 함께 그 거구가 고꾸라졌고, 자연스레 여자와 멸치는 그 사이에 압착되었다.
"컥! 뭐, 뭐야?"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멸치 녀석이 반팔티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맛탱이가 간 녀석이 무슨 수로 입을 열겠는가, 놈은 두사람 분의 무게에 짓눌려 깔딱거리고 있다.
나는 왼손에 틀어쥐고 있는 병을 다시 한번 던진다.
쨍그랑-!
이번의 목표는 멸치가 아닌, 지저분한 골목의 바닥이라 훨씬 깔깔한 소리가 터져나온다.
"누, 누구야! 어떤 새끼야!?"
난간에서 지긋이 쳐다보는 나와 멸치의 눈이 마주친다.
여자의 뒷편에서 움찔대는게 꼭 숨은 것처럼 보여 한심해보였다.
아마 녀석의 물건은 진작에 쪼그라들었음이 틀림없다. 안봐도 비디오다.
"씨, 씨발.."
빤히 응시하는 내 눈이 무서웠던건지, 아니면 다음번 맥주병이 자기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놈의 자지만큼 쪼그라든 간담은 여기까지 전해졌고,
녀석은 외마디 욕설을 떠듬하게 날리며 날쎄게 골목을 빠져나갔다.
나는 단 두개의 맥주병으로 풀려버린 상황에 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빠르게 난간을 내려간다.
1.5층에 위치한 곳에서 멈춘다음 어정쩡한 시멘트 담장을 뛰어 넘는다.
그리곤 반팔티가 널부러진 곳으로 다가갔다.
한창 재미보다가 기절한 놈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여전히 좋아죽겠다는 듯이 용쓰고 있는?
혹은 흰자위가 둥둥 떠있고 혀를 쭉 내뺀?
반팔티에게로 다가갈수록 들뜨는 표정을 쉽게 숨길 수가 없다.
나에게 모르는 것이 가지는 힘은 매우 크다. 친숙한 것보다 낯선 것은 도발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쉬이 가라 앉지않는 켈로이드성 흉터와 같은 표정을 짓기도 했으니까.
가까이 접근해서 살펴본 반팔티는 기절해 있다. 아까전 맥주병은 확실히 강렬한 한방이었다.
오히려 피 한방울 터지지 않은 녀석의 머리가 대견스러울 정도로 주변은 깔끔했다.
나름 각오하고 던졌는데 말이야.
나는 골리앗을 쓰러트린 다윗마냥 늠름하게 상황을 즐겼다.
"으.. 저, 저기요..!"
낯선 음성에 순간 파들짝 놀란다.
깜박했다, 멸치가 도망가고 반팔티가 기절했다면 그 사이에 끼여있던 가여운 그녀의 존재를.
나는 단번에 반팔티의 옆구리를 걷어차 반바퀴 굴린다.
설렁대는 발놀림이었지만 돼지새끼 한마리쯤은 굴리고도 남을 힘이다.
거대한 살덩이가 치워지자 격하게 숨을 몰아쉬는 여자의 얼굴이 내 눈으로 들어온다.
"쿨럭! 하아, 하아..."
씩씩대는 그녀를 앞에두고 나는 진심으로 고민한다.
애당초 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명을 낚을 생각이었다.
꾸준히 차오르는 욕정은 그래도 나름 조절할만 했다. 하지만 은채를 만난 후부터는 그 간격이 터무니 없이
좁혀지곤 했으니 나로서도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이렇게 밤거리를 어슬렁거리는 횟수 역시도 자연스레 늘어가곤 했다.
사실 오늘은 거의 글렀다고 보는게 빨랐다.
호기심 따라 쫓아온 발자취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고, 필요 이상의 뒷처리를 남기고 말았으니까.
이제와서 다시 여자를 찾는다하여도 내 쪽에서의 여유가 있을지는 좀처럼 갸늠이 되질 않았다.
그럴 바에는 지금이라도 그쪽의 기회를 버리고 차선책을 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마침 얼간이 두명이 여자를 구해놨으니 나름 구색은 맞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발목을 잡아채는 것은 그 새끼들이 이미 과자의 포장지를 까고 한창 집어먹었다는 찝찝함이었다.
잘 쓰고나서 씻어뒀다면 차라리 모를까, 먹다가 뱉어둔 걸 가지고 재미를 봐야한다니..
정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난감할 뿐이었다.
게다가 이 여자, 학생이다.
멀리서 봤을땐 잘 몰랐었는데, 설마 입고 있는 옷이 교복이었을 줄이야.
뜯어진 블라우스 왼편에 박혀있는 이름표는 행여나 있을 한톨의 의심마저 찍어누르는 역할을 한다.
아니 물론 고등학생이 처음은 아니다, 꽤 옛날이긴 하지만 경험도 있고..
하지만 안그래도 복잡해진 상황에서 그녀의 신분은 오히려 덮어두고 싶은 골칫거리로 다가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 선에서 물러서자는 방향으로 생각이 기운다.
이정도면 적당히 생색을 낼 수준의 선의를 베푼 것이나 다름 없다. 그녀도 충분히 고마워할 것이다는
계산이 이뤄지고 있었고 누가 봐도 빠르게 손을 털 수 있는 방법으로써도 적절했다.
"아, 씨방.. 일진 졸라 사납네, 에효.."
너무나도 가벼운 투덜거림에 나는 멈칫한다.
모처럼 치킨을 시켜먹으려 전화기를 들었는데 치킨집이 문을 닫았을때도 저 반응보다는 격양스러울 것이다.
"아으.. 아저씨 미안한데 휴지 없어요? 물티슈면 더 좋구요."
"아? 아, 잠시만요.."
스스럼없는 요구에 나는 순간 당황한다. 스스로가 뭘 하는지에 대한 인지가 채 이루어지기도 전에
매고있던 백팩을 뒤적여서 조그만 물티슈 한팩을 꺼냈다.
"여기요."
나는 어수룩하게 그걸 건낸다.
"아저씨 땡큐!"
물티슈를 받아든 그녀는 몇장을 꺼낸다음 자신의 은밀한 곳을 닦는다.
낯선 남자가 앞에 있는데도 치마를 걷어올리고 연신 손을 움직이는 그녀에게, 오히려 내가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으으..! 찝찝해. 뭐 이렇게 많이 싼거야, 정말!"
발 앞에 쓰러진 반팔티를 나무라듯, 그녀는 흘러내리는 정액을 훔친 물티슈를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던졌다.
그리곤 몇장을 더 빼낸다음 멸치가 들어갔던 뒤쪽을 조심스레 닦아갔다.
"윽..으윽, 아파..!"
우악스럽게 밀려들어간 항문이 아픈지, 그녀는 뒷처리를 해나갈때마다 쓰라린 비명을 지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멸치가 찔러넣은지 큰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정액을 쏘아낼 만큼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이물질만 적당히 닦아내고는 벽을 디디고 어설프게 두발로 선다.
찢어진 교복 블라우스 사이로 젖가슴이 덜렁거린다.
"아가씨, 그.. 가슴 가리세요."
나는 구렁이 어물거리며 조심스레 말을 건낸다.
"아 이거요? 훔..~"
그녀가 블라우스를 요리조리 만져보더니 금새 손을 턴다.
"브래지어는 어찌 하겠는데, 블라우스는 단추가 다 튿어져서 어쩔 수가 없네요 에궁.."
"아.. 흠, 그러시구나."
어처구니 없는 추임새를 넣어가며 화제를 돌려보지만 그녀의 가슴께로 가는 시선은 완전히 막을 순 없었다.
"흐응~ 왜요? 보고 싶어요?"
"아니 뭐, 딱히.."
당황해서 둘려대는 말이 불쑥 나온다.
나도 남자인 이상 여자몸에 눈길이 가는건 당연한데 참으로 어설픈 변명이다.
"쳇, 뭐야."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잔뜩 얼굴을 찌푸린다.
나는 손톱만한 죄책감을 느낀다. 방금 전까지 험한 꼴을 당한 아이다, 그것도 남자 두명에게.
비록 그게 내 잘못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가 쫓기던 순간부터 모든 것을 지켜봐왔다.
어떻게 보면 나 역시도 시각적으로 그녀를 범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놈들과 다를게 없다고 손가락질 하면 마땅히 할말도 없다.
나는, 어느새 배때기 납짝 달라붙은 하물과 다를 바 없이 쪼그라 들었다.
"아저씨!"
"네, 네?"
"내 가슴이 그렇게 작아요? 아저씨도 그래서 그래요?"
당돌하다 못해 날선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때린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면, 아니면 뭔데요!"
"어휴, 왠만하면 여기서 나가죠. 이런데 계속 있고 싶어요?"
쓸데 없는 걸로 열 올리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아 그녀의 손을 잡고 황급히 밖으로 이끌었다.
그녀도 내심 바랬던 일이었는지 어렵지 않게 딸려온다.
몇번을 이리저리 돌며 조금씩 골목을 벗어나가자 희미했던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맥주병을 들고 아무렇게나 던졌다, 흡사 FPS 게임에서 수류탄을 던지듯.
그것은 불필요한 궤적을 배제한 채 날아갔고, 반팔티를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리게 만들었다.
"으음.."
죽었을까?
비집고 나오지 못한 한마디가 도돌이표처럼 사방을 맴돈다.
이 여자애를 끄집어낼 때까지도 반팔티는 미동도 없었다.
머리통에서 분수같은 피가 터진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멀쩡하게 털고 일어날 수준 역시도 아니었다.
손 너머로 전해졌던 놈의 몸둥이는 분명 무거웠다.
조금의 힘도 들어가지 않은, 정말로 익숙한 무게.
죽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마주 잡은 손이 떨려온다.
하지만 덕분에 머릿 속은 한결 개운해졌다.
떨림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그녀였기 때문에.
당차고 대찬 모습을 보였지만 오늘 많은 일을 겪은 아이다. 누군가는 평생 경험하지 못할게 분명하다.
당연히, 아주 당연하게도 그녀는 겁에 질렸어야하며 진정되지 않은 마음을 내비쳤어야 했다.
다만 그게 조금 늦었던, 아니 티나지 않은 척 했을 뿐이다.
불안해하는 그녀를 통해, 나는 빠르게 진정되어 간다.
아까의 어수룩하고 풋내나는 생각들은, 97%의 소독용 알코올만큼 빨리 휘발되어 버린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전 나를 비웃어줄 만큼의 여유가 생길거라고 확신했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나는 여전히 문제 없는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손을 좀 더 잡고 있을 이유가 생긴 것이다.
<계속>
강간하고 있는 새끼한테 뭘 기대하는건지..
쓸데없는 생각을 빠르게 지운다.
반팔티는 자지로 끝없이 그녀의 보지를 퍼올리고 있다.
짐작했던대로 힘 쓰는게 보통이 아니다, 꺽꺽대는 그녀의 비명이 그걸 증명한다.
"아윽... 아윽!"
"헉헉, 씨발 존나 쪼이네! 역시 좃만한 년들이 꽉꽉 물어준다니까 흐흐흐.."
밀어부치는 힘은 갈수록 강해지고 그녀는 벽으로 꾸역꾸역 처박혀 간다.
제법 시간이 지났고 슬슬 쌀 법도 한데, 반팔티는 발정제 한바가지 처먹은 수퇘지마냥 아직도 헉헉댄다.
여자 쪽에서도 얌전히 감내하기엔 한계에 도달했는지 연신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억지로 쥐어짜이고 있었다.
"이 새끼야! 뭔 뽕을 혼자서 그렇게 뽑냐? 시발넘이.."
바지춤에 손을 넣고 주물럭대던 멸치의 밑바닥이 드러난다.
더 이상 기다릴 인내심은 없었는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반팔티를 향해 성큼 다가온다.
"아~ 미안 미안! 어흐 씨발,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졸라 느낌이 안온다 이거."
말과는 달리 허리를 연신 움직이는 반팔티의 모양새는 조금의 미안함도 묻어나오질 않는다.
멸치 녀석도 한 두번 겪은 일이 아닌지 무시하고는 여자의 가슴을 움켜쥔다.
"어휴, 뭐 걸리는게 없네 진짜!"
연신 투덜대는 그가 입을 연다.
"야, 자세 좀 바꿔봐."
"엉? 뭐할려고?"
반팔티가 퉁명스럽게 묻는다.
"니가 쓰고 있는데 그럼 어떡하냐? 노는 입에 좆이라도 물려야지 씨발!"
결국 참다 못한 놈이 적당히 타협을 본 모양이다, 구겨지는 멸치의 표정이 여기까지 선하다.
"아서라 새끼야. 좆 짤릴려고? 이 놈은 겁대가리가 없는건지..."
빈정대는 반팔티의 말에 멸치가 발끈했는지 언성을 마주 높인다.
"아 그럼 어쩌라고! 계속 이렇게 손빨래만 할까!?"
"이 새끼 존나 빠가야로네, 구멍이 거기 밖에 없냐? 잡고 벌려줄테니까 빨리 박아라 새꺄."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팔티는 벽에 납작 눌러져있는 여자를 껴안는다.
그녀가 녀석의 품에 파묻히듯 들려 오른다.
"이 씨발, 개 찝찝한데..."
멸치 녀석은 궁시렁대면서도 그녀의 등 뒤로 들어가 벽에 턱하니 기댄다.
얼추 자세를 잡자, 반팔티는 기다렸다는 듯이 양손으로 여자의 허벅지를 붙든다.
단단한 결박이 불편했던 것일까, 그녀는 허리를 좌우로 비틀어보지만 앞뒤로 바짝 붙은 두 남자에게 저지당한다.
오히려 여자의 가벼운 저항은 반팔티의 자지를 더욱 깊숙히 집어삼키는 행위에 불과했다.
"오~ 이년이 이제 지가 알아서 꼭꼭 물어주네, 오빠 좆이 그렇게 좋았어요~?"
"아, 아니...아으윽!""
양 허벅지를 잔뜩 벌려진 탓에 반팔티의 자지는 그녀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다.
"헉헉! 씨발, 존나 좋아 죽지 엉? 좋아 죽겠다고 말해봐 빨리!"
"어윽..."
감시카메라의 방해가 없는 과속행위는 아픔이 되어 돌아간다.
하지만 그 뿐,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일말의 비명과 잔뜩 억눌린 신음을 나지막히 터트리는 것이었다.
"꺼윽..!!"
순간 뾰족한 여자의 비명이 차가운 밤거리를 가로지른다.
여태껏 비교적 순순했던 그녀의 목소리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혹시라도 누가 듣진 않았을까?
이해할 순 없지만 철제난간에 바짝 엎드려 지켜보는 나자신마저도 "누군가가 듣진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눈치를 보게끔 만드는 날카로운 저항이었다. 당연히 반팔티를 거스르기엔 충분했고 그것은 그녀에게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행으로 변질되어 기생충 마냥 자신을 좀먹는다.
"이런 미친년이! 씨발, 내가 아가리 다물어라 했지, 엉!!"
"아악! 악악!!"
녀석의 손지검은 그녀 스스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아 먹먹한 소리가 마디 사이사이를 비집을때까지 계속 되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저 아래에서 씩씩대는 반팔티의 움직임은 심박수가 올라가는 육체적 운동에 의한 헐떡임에 불과했고,
스스로의 폭력에 꽤나 만족하는 듯, 연신 자신의 손을 어루 만진다.
그는 분명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번씩 줘패야 한다"는 사상의 첨단(尖端)이 분명하다.
씩씩거리는 그와 쌕쌕대는 그녀의 콧소리가 불협화음처럼 어우러진다.
마치 익숙한 멜로디에 코드 몇개를 비틀어 교묘히 표절을 피한 싸구려 음악처럼, 그것은 귀를 거칠게 쓸어간다.
"그만 좀 때려 미친놈아, 면상 다 갈리겠다."
그나마 멸치가 입을 열지만 서푼의 동정심도 없다는 것은 서로가 잘 알고 있었다.
"크크크, 존나 야들야들해졌는데 너도 빨랑 하지?"
"안그래도 이 형님도 준비중이시다, 시발넘아~"
격하게 움직이던 반팔티가 멸치를 생각했는지 잠시 멈춘다.
멸치 놈의 손가락이 달덩이 같은 그녀의 엉덩이 골로 사라진다.
"아, 아윽!..읍!!"
충분히 만져준 상황이지만 비명이 터질 것을 예상한 반팔티가 빠르게 여자의 입을 막는다.
"야, 한번에 넣었냐?"
"미친, 똥 덩어리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대가리에 총 맞았냐? 니미, 손가락 하나 찔러 넣었다, 왜?"
"하긴 크크, 신나게 좆질 했는데 콩나물 대가리 감겨서 나오면 찝찝해서 어쩌냐?"
"그나저나 썅년, 손가락 한개 가지고 졸라 발악하네, 야 꽉 좀 잡고 있어봐!"
멸치는 손가락을 이용해 여자의 항문을 긁어간다.
치욕스러움에 그녀는 발버둥치며 발악했지만, 두 남자는 그것을 있는둥 마는둥 무시하며 욕심을 채운다.
"뭐 걸리는건 없는걸 보니 변비는 없나보네?"
"미친 새캬! 그럼 빨랑 빨랑 처 넣기나 해, 나도 쌍으로 해보는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흐흐."
"으 시발, 아무리 그래도 생으로 하는건 존나 찝찝한데..."
"뭔 걱정이야? 안돼면 나중에 저 년한테 깨끗하게 빨아달라고 하던지. 말 들을때까지 존나게 패줄테니까, 크크!"
여자를 철저히 배제한 두사람만의 대화가 오갔고, 멸치 녀석이 어정쩡하게 무릎을 굽히며 자세를 잡았다.
"농담 아니라 진짜 그래야겠다, 지 몸에서 나온건데 지가 해결해야지 안그렇냐?"
재미는 볼만큼 보고 더러운 건 떠넘길려고 하는 멸치의 행동에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틈새도 없이, 강하게 윽박지르는 두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마저 때린다.
"야! 이년 졸라 발버둥친다, 빨리 쑤셔!!"
"으으..어어어!!..."
"씨발! 좀만 잘 잡고 있어봐! 자꾸 허리 빼잖아!!"
아래에선 두 놈이 사이좋게 힘을 쓴다. 그녀는 팔다리가 아무렇게나 꺾인 바비인형처럼 그 모든 하중을 받아낸다.
"꺼..꺼어억..."
반팔티가 찍어누르고, 멸치가 치고 오른다. 좁은 구멍의 힘으로썬 도무지 버틸 수 없는 힘이다.
숨 넘어가는 비명이 그녀의 입을 타고 질질 새어나온다.
"오우, 야! 좆대가리는 들어간거 같은데? 존나 쪼인다!"
"안그래도 니 귀두가 여기까지 느껴지는데? 개 이상하다 이거 흐흐.."
이렇게까지 처참할 수가 있을까.
야동에서나 볼 법한, 아니 왠만큼 연륜이 있는 포르노 배우들도 꺼린다는 샌드위치가
건물사이의 허름하고 좁은 틈에서 두 남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의 삐뚤어진 성욕 앞에서는 그 어떠한 폭력도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시뻘게진 얼굴과 난간을 움켜쥔 손아귀 사이로 땀이 흐른다.
녹이 잔뜩 벗겨졌기 때문일까, 땀은 곧 철제 난간과 뒤섞이며 비릿한 냄새를 풍긴다.
그것은 마치 하이에나의 퀘퀘한 입냄새처럼 느껴져 인지의 영역을 일순간 뒤흔든다.
흐릿한 시야가 촘촘한 난간을 뚫는다. 아래에 엉켜있는 그들의 형태가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이 모든게 꿈만 같다.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단단히 물고 있는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그들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 옛날 케쿨레가 꾸었던 꿈은 시공간을 넘어 지금의 나에게로 난폭하게 오버랩 된다.
고리를 끊고 싶다. 저열하고 추잡하게 붙어먹는 저 것들을 갈기갈기 찢어내고 싶다.
자동차에 밟혀 피떡이 된 개구리마냥 납작 엎드리고 있던 상체를 힘겹게 들어올린다.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난간을 거슬러 비상구를 통해 다시 건물로 들어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옆에 쌓여있는 플라스틱 맥주박스에서 빈병 두개를 챙겨 양손에 하나씩 틀어쥔다.
미끈거리는 병목의 시원한 감촉이 나쁘지 않게 다가온다.
그리곤 뜸들일 필요도 없이 다시 난간으로 나왔다.
아래에선 아직도 연놈들이 기괴한 모습으로 뒤엉켜 있다.
서로가 열중하고 있는지, 끙끙대는 여자의 신음과 약간의 헉헉거림을 제외하곤 아주 조용하다.
더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던 나는 시원스레 맥주병을 던졌다.
다행히 왕년의 실력이 어디 가진 않았고,
무섭게 날아간 맥주병은 반팔티의 머리통에 부딪힘과 동시에 퍼석거리며 산산이 비산했다.
"크억!!"
외마디의 짧은 비명과 함께 그 거구가 고꾸라졌고, 자연스레 여자와 멸치는 그 사이에 압착되었다.
"컥! 뭐, 뭐야?"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멸치 녀석이 반팔티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맛탱이가 간 녀석이 무슨 수로 입을 열겠는가, 놈은 두사람 분의 무게에 짓눌려 깔딱거리고 있다.
나는 왼손에 틀어쥐고 있는 병을 다시 한번 던진다.
쨍그랑-!
이번의 목표는 멸치가 아닌, 지저분한 골목의 바닥이라 훨씬 깔깔한 소리가 터져나온다.
"누, 누구야! 어떤 새끼야!?"
난간에서 지긋이 쳐다보는 나와 멸치의 눈이 마주친다.
여자의 뒷편에서 움찔대는게 꼭 숨은 것처럼 보여 한심해보였다.
아마 녀석의 물건은 진작에 쪼그라들었음이 틀림없다. 안봐도 비디오다.
"씨, 씨발.."
빤히 응시하는 내 눈이 무서웠던건지, 아니면 다음번 맥주병이 자기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놈의 자지만큼 쪼그라든 간담은 여기까지 전해졌고,
녀석은 외마디 욕설을 떠듬하게 날리며 날쎄게 골목을 빠져나갔다.
나는 단 두개의 맥주병으로 풀려버린 상황에 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빠르게 난간을 내려간다.
1.5층에 위치한 곳에서 멈춘다음 어정쩡한 시멘트 담장을 뛰어 넘는다.
그리곤 반팔티가 널부러진 곳으로 다가갔다.
한창 재미보다가 기절한 놈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여전히 좋아죽겠다는 듯이 용쓰고 있는?
혹은 흰자위가 둥둥 떠있고 혀를 쭉 내뺀?
반팔티에게로 다가갈수록 들뜨는 표정을 쉽게 숨길 수가 없다.
나에게 모르는 것이 가지는 힘은 매우 크다. 친숙한 것보다 낯선 것은 도발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쉬이 가라 앉지않는 켈로이드성 흉터와 같은 표정을 짓기도 했으니까.
가까이 접근해서 살펴본 반팔티는 기절해 있다. 아까전 맥주병은 확실히 강렬한 한방이었다.
오히려 피 한방울 터지지 않은 녀석의 머리가 대견스러울 정도로 주변은 깔끔했다.
나름 각오하고 던졌는데 말이야.
나는 골리앗을 쓰러트린 다윗마냥 늠름하게 상황을 즐겼다.
"으.. 저, 저기요..!"
낯선 음성에 순간 파들짝 놀란다.
깜박했다, 멸치가 도망가고 반팔티가 기절했다면 그 사이에 끼여있던 가여운 그녀의 존재를.
나는 단번에 반팔티의 옆구리를 걷어차 반바퀴 굴린다.
설렁대는 발놀림이었지만 돼지새끼 한마리쯤은 굴리고도 남을 힘이다.
거대한 살덩이가 치워지자 격하게 숨을 몰아쉬는 여자의 얼굴이 내 눈으로 들어온다.
"쿨럭! 하아, 하아..."
씩씩대는 그녀를 앞에두고 나는 진심으로 고민한다.
애당초 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명을 낚을 생각이었다.
꾸준히 차오르는 욕정은 그래도 나름 조절할만 했다. 하지만 은채를 만난 후부터는 그 간격이 터무니 없이
좁혀지곤 했으니 나로서도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이렇게 밤거리를 어슬렁거리는 횟수 역시도 자연스레 늘어가곤 했다.
사실 오늘은 거의 글렀다고 보는게 빨랐다.
호기심 따라 쫓아온 발자취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고, 필요 이상의 뒷처리를 남기고 말았으니까.
이제와서 다시 여자를 찾는다하여도 내 쪽에서의 여유가 있을지는 좀처럼 갸늠이 되질 않았다.
그럴 바에는 지금이라도 그쪽의 기회를 버리고 차선책을 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마침 얼간이 두명이 여자를 구해놨으니 나름 구색은 맞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발목을 잡아채는 것은 그 새끼들이 이미 과자의 포장지를 까고 한창 집어먹었다는 찝찝함이었다.
잘 쓰고나서 씻어뒀다면 차라리 모를까, 먹다가 뱉어둔 걸 가지고 재미를 봐야한다니..
정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난감할 뿐이었다.
게다가 이 여자, 학생이다.
멀리서 봤을땐 잘 몰랐었는데, 설마 입고 있는 옷이 교복이었을 줄이야.
뜯어진 블라우스 왼편에 박혀있는 이름표는 행여나 있을 한톨의 의심마저 찍어누르는 역할을 한다.
아니 물론 고등학생이 처음은 아니다, 꽤 옛날이긴 하지만 경험도 있고..
하지만 안그래도 복잡해진 상황에서 그녀의 신분은 오히려 덮어두고 싶은 골칫거리로 다가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 선에서 물러서자는 방향으로 생각이 기운다.
이정도면 적당히 생색을 낼 수준의 선의를 베푼 것이나 다름 없다. 그녀도 충분히 고마워할 것이다는
계산이 이뤄지고 있었고 누가 봐도 빠르게 손을 털 수 있는 방법으로써도 적절했다.
"아, 씨방.. 일진 졸라 사납네, 에효.."
너무나도 가벼운 투덜거림에 나는 멈칫한다.
모처럼 치킨을 시켜먹으려 전화기를 들었는데 치킨집이 문을 닫았을때도 저 반응보다는 격양스러울 것이다.
"아으.. 아저씨 미안한데 휴지 없어요? 물티슈면 더 좋구요."
"아? 아, 잠시만요.."
스스럼없는 요구에 나는 순간 당황한다. 스스로가 뭘 하는지에 대한 인지가 채 이루어지기도 전에
매고있던 백팩을 뒤적여서 조그만 물티슈 한팩을 꺼냈다.
"여기요."
나는 어수룩하게 그걸 건낸다.
"아저씨 땡큐!"
물티슈를 받아든 그녀는 몇장을 꺼낸다음 자신의 은밀한 곳을 닦는다.
낯선 남자가 앞에 있는데도 치마를 걷어올리고 연신 손을 움직이는 그녀에게, 오히려 내가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으으..! 찝찝해. 뭐 이렇게 많이 싼거야, 정말!"
발 앞에 쓰러진 반팔티를 나무라듯, 그녀는 흘러내리는 정액을 훔친 물티슈를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던졌다.
그리곤 몇장을 더 빼낸다음 멸치가 들어갔던 뒤쪽을 조심스레 닦아갔다.
"윽..으윽, 아파..!"
우악스럽게 밀려들어간 항문이 아픈지, 그녀는 뒷처리를 해나갈때마다 쓰라린 비명을 지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멸치가 찔러넣은지 큰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정액을 쏘아낼 만큼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이물질만 적당히 닦아내고는 벽을 디디고 어설프게 두발로 선다.
찢어진 교복 블라우스 사이로 젖가슴이 덜렁거린다.
"아가씨, 그.. 가슴 가리세요."
나는 구렁이 어물거리며 조심스레 말을 건낸다.
"아 이거요? 훔..~"
그녀가 블라우스를 요리조리 만져보더니 금새 손을 턴다.
"브래지어는 어찌 하겠는데, 블라우스는 단추가 다 튿어져서 어쩔 수가 없네요 에궁.."
"아.. 흠, 그러시구나."
어처구니 없는 추임새를 넣어가며 화제를 돌려보지만 그녀의 가슴께로 가는 시선은 완전히 막을 순 없었다.
"흐응~ 왜요? 보고 싶어요?"
"아니 뭐, 딱히.."
당황해서 둘려대는 말이 불쑥 나온다.
나도 남자인 이상 여자몸에 눈길이 가는건 당연한데 참으로 어설픈 변명이다.
"쳇, 뭐야."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잔뜩 얼굴을 찌푸린다.
나는 손톱만한 죄책감을 느낀다. 방금 전까지 험한 꼴을 당한 아이다, 그것도 남자 두명에게.
비록 그게 내 잘못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가 쫓기던 순간부터 모든 것을 지켜봐왔다.
어떻게 보면 나 역시도 시각적으로 그녀를 범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놈들과 다를게 없다고 손가락질 하면 마땅히 할말도 없다.
나는, 어느새 배때기 납짝 달라붙은 하물과 다를 바 없이 쪼그라 들었다.
"아저씨!"
"네, 네?"
"내 가슴이 그렇게 작아요? 아저씨도 그래서 그래요?"
당돌하다 못해 날선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때린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면, 아니면 뭔데요!"
"어휴, 왠만하면 여기서 나가죠. 이런데 계속 있고 싶어요?"
쓸데 없는 걸로 열 올리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아 그녀의 손을 잡고 황급히 밖으로 이끌었다.
그녀도 내심 바랬던 일이었는지 어렵지 않게 딸려온다.
몇번을 이리저리 돌며 조금씩 골목을 벗어나가자 희미했던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맥주병을 들고 아무렇게나 던졌다, 흡사 FPS 게임에서 수류탄을 던지듯.
그것은 불필요한 궤적을 배제한 채 날아갔고, 반팔티를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리게 만들었다.
"으음.."
죽었을까?
비집고 나오지 못한 한마디가 도돌이표처럼 사방을 맴돈다.
이 여자애를 끄집어낼 때까지도 반팔티는 미동도 없었다.
머리통에서 분수같은 피가 터진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멀쩡하게 털고 일어날 수준 역시도 아니었다.
손 너머로 전해졌던 놈의 몸둥이는 분명 무거웠다.
조금의 힘도 들어가지 않은, 정말로 익숙한 무게.
죽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마주 잡은 손이 떨려온다.
하지만 덕분에 머릿 속은 한결 개운해졌다.
떨림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그녀였기 때문에.
당차고 대찬 모습을 보였지만 오늘 많은 일을 겪은 아이다. 누군가는 평생 경험하지 못할게 분명하다.
당연히, 아주 당연하게도 그녀는 겁에 질렸어야하며 진정되지 않은 마음을 내비쳤어야 했다.
다만 그게 조금 늦었던, 아니 티나지 않은 척 했을 뿐이다.
불안해하는 그녀를 통해, 나는 빠르게 진정되어 간다.
아까의 어수룩하고 풋내나는 생각들은, 97%의 소독용 알코올만큼 빨리 휘발되어 버린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전 나를 비웃어줄 만큼의 여유가 생길거라고 확신했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나는 여전히 문제 없는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손을 좀 더 잡고 있을 이유가 생긴 것이다.
<계속>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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