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험난(險難)한 강을 건너서…
(원제: 사랑 그리고…)
그렇게 그와 첫 만남을 가진 이후 며칠이 지나갔고 어느 날 느닷없이 윤호가 군대에 자원하여 입대한다고 선언(宣言)해 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정(水晶)이 생각하고 있는 바로는 아버지를 잃은 외아들은 군대를 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건만 자원하여 입대한다니 말릴 수도 없고 수정(水晶)이 혼자서만 가슴앓이를 하며 끙끙 앓고 있었다.
어느 날 아들 윤호는 송별회를 한다고 나갔고 그 날도 수정(水晶)은 밤늦도록 혼자 집에서 티비(TV)를 보며 있었다. 아마도 여자 친구에게 차인 맘에 도피성(逃避性) 짙은 입대인 것 같아 수정(水晶)은 그동안 너무나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데 대해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저녁이 되기 전 늦은 오후가 수정(水晶)에게는 언제나 가장 편안한 시간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카페엔 그 날 따라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고 이제 조금 있으면 저녁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집으로 퇴근을 할 수 있어서 수정(水晶)에게는 좋았다. 결산(決算)이야 다음 날 아침에 보면 될 것이므로…,
그녀는 커피 한 잔을 따라 놓고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머릿속으로 성하(星河)의 건장(健壯)한 모습이 각인(刻印)되어 스쳐지나갔다. 어린 아들의 친구인데도 어느새 성하(星河)라는 존재는 그녀에게 커다란 존재(存在)로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히 윤호와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몇 살 더 먹은 형처럼 모습으로 비쳐진다. 수정(水晶)은 성하(星河)가 보고 싶었다. 오늘 윤호의 송별회(送別會)에 성하(星河)도 함께 하는 것인지… 오늘도 또 지난번처럼 술에 취한 윤호를 데리고 오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으로 잠겨 있을 즈음 문득 집으로 달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둘러 퇴근(退勤)을 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대충 주방에 서서 저녁을 먹고 집안을 치우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밤 10시를 향해 간다.
수정(水晶)은 소파에 앉아 티비(TV)를 시청하면서 이제나 저제나 아들 윤호의 들어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시간은 자정(子正)을 넘기고 있었고 그녀는 소파에 앉아서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수정(水晶)은 졸다가 문득 잠결에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초인종이 울리고 있었다.
“엄마! 문 열어요.”
아들 윤호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수정(水晶)은 깜짝 놀라 얼른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뭐하고 계셨어요? 그렇게 벨을 눌러도 모르고… 주무셨어요?”
“아니야. 뭣 좀 하느라 못 들었나봐. 송별회(送別會)는 잘 하구 왔니?”
“뭐 특별한 게 있었나? 그냥 저녁 먹고 술 한 잔씩 나눠서 마시구 왔지 뭐….”
“친구들하고는 다 헤어졌어?”
“응….”
“거기에 성하(星河)도 있었니?”
수정(水晶)은 성급한 질문이라는 걸 깨달으면서도 궁금하던 차에 물어보았던 것이다.
“어? 엄마가 어떻게 성하(星河)를 알아?”
“응. 너 그 날 술 많이 취해서 들어 온 날 있잖아. 그 날 성하(星河)가 널 껴안다시피 해서 집에 데리고 왔거든. 그 날 성하(星河)가 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 내 나중에 음료수 한 잔 먹여서 보냈다. 그래서 알지….”
“으, 응… 그렇구나. 성하(星河)는 지금 이 아파트 밑에 있어. 내가 뭘 좀 빌려줄게 있거든. 리포트 쓸 자료(資料)인데… 그래서 같이 왔어.”
“어머! 그럼 좀 들어오라 하지….”
수정(水晶)은 반색을 하며 윤호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 애가 굳이 나보고 가져오래. 이상한 놈이야. 같이 올라오면 될 텐데 안 올라오고 굳이 나보고 가져다 달라고 하네. 엄마가 갖다 줄래?”
“그래? 그럼 내가 갖다 주고 올까?”
“그래. 그럼 나야 더 좋지. 피곤한데….”
“그래. 그럼 줘 봐. 뭔데 그래?”
수정(水晶)은 아들 윤호가 주는 책을 한 권 받아 들고는 현관문을 나서서 1층으로 내려갔다. 성하(星河)는 출입구 옆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서, 성하(星河)….”
그는 놀란 듯 급히 뒤를 돌아보며 수정(水晶)을 바라다보았다.
“어? 어, 어머니….”
“왜? 올라오지 않고서….”
“그, 그게 저….”
성하(星河)는 제대로 말을 못하고 있었다.
“윤호가 이거 전해주라고 하네. 내일 일찍 출발한다고 해서… 많이 피곤한가봐….”
“네….”
잠시 둘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돌았다. 성하(星河)는 수정(水晶)이 준 책을 받아 들고는 뒤를 돌아서서 가려 했다.
“서, 성하(星河)….”
수정(水晶)은 왠지 모를 다급함에 성하(星河)를 불렀다. 성하(星河)는 멈칫하며 뒤를 돌아 수정(水晶)을 바라보았다.
“잠시 들어가서 차 한 잔 하고 갈래…요?”
하면서 성하(星河)의 눈치를 살핀다.
“아, 아뇨…, 시간이 너무 많이 늦어서… 다음에 한 번 들릴 게요….”
“저, 저기 윤호가….”
수정(水晶)은 뭔가를 물어보고 싶다는 듯 윤호를 들먹였다.
“네. 말씀하세요.”
“그, 그럼… 저기 앉아서….”
수정(水晶)은 아파트 놀이터의 비어있는 벤치를 가리켰다.
둘은 벤치에 앉았다. 수정(水晶)은 자신이 성하(星河)를 붙잡았음에도 딱히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발을 모은 채 두 발끝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윤호…, 군 생활 잘 할 거예요.”
성하(星河)가 먼저 말을 꺼냈다.
“으, 응…, 그래야지. 이왕 군대 가기로 한 거 잘하고 와야지….”
수정(水晶)은 대화가 되는 것이 반가운 듯 얼른 성하(星河)의 말을 받아서 말을 하였다.
“성하(星河)는 언제 군대가?”
“저는… 안 가요. 아니, 못 가요…, 고아(孤兒)라서 군대 안가도 되는가 봐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 성하(星河)는 애인 있어?”
수정(水晶)은 이 질문을 해 놓고도 성하(星河)에게 합당한 질문인지 스스로 자문하면서도 이왕 궁금했던 거 물어보기로 마음먹고 성하(星河)에게 물어보았다.
“없어요!”
가장 간단한 대답이었다. 아예 여자 친구에게는 관심조차 없다는 뜻으로도 보였다.
“왜?”
수정(水晶)은 자신이 기대하며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나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질문을 해 본다.
“그냥… 내 또래 애들에게는 관심이 안 가서….”
“그럼… 어떤?”
어떤 여자에게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저는 엄마를 일찍 여의어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엄마가 있는 친구들이 부럽고…남녀관계를 떠나서 엄마 세대의 여자 분들과 이야기 하는 게 더 좋아요.”
수정(水晶)은 성하(星河)의 말에 수긍이 간다는 듯이 성하(星河)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럼… 나랑 이야기 하는 것도 괜찮아?”
조금은 성급한 질문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수정(水晶)은 성하(星河)의 의중을 알고 싶어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하면서 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성하(星河)도 고개를 돌려 수정(水晶)을 쳐다본다. 은은하게 비쳐지는 아파트 사이사이의 가로등 불빛에 비추어지는 수정(水晶)의 모습이 친구 윤호의 어머니로 비쳐지기 보다는 작고 여리고 앳되어 보이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내려앉은 듯이 보여 졌다.
“네.”
성하(星河)는 수정(水晶)을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호호호! 기분 좋으네.”
수정(水晶)은 성하(星河)의 말에 정말로 기분이 좋은 듯 표정이 밝아졌다.
“처음 봤을 때부터….”
“처음 봤을 때부터?”
성하(星河)게 낮게 말을 꺼내자 수정(水晶)도 그의 말을 따라하며 이어서 나올 말에 대해 궁금하다는 듯이 그의 표정을 신중하게 살펴보며 그의 다음 말이 얼른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성하(星河)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자 답답한 수정(水晶)이 먼저 말을 내 뱉고야 만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나도 성하(星河)가….”
이게 무슨 말인가? 수정(水晶)은 쑥스러웠다. 그냥 아들의 친구로 보여지기 보다는 의젓한 한 남자로 보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때 성하(星河)의 손이 수정(水晶)의 작은 손을 잡아 왔다. 수정(水晶)의 눈이 커지며 성하(星河)를 쳐다본다.
“서, 성하(星河)….”
수정(水晶)은 긴장된 목소리로 성하(星河)를 쳐다보며 그의 이름을 부른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하(星河)의 한 손은 수정(水晶)의 작고 부드러운 두 손을 덮고는 이어서 다른 손으로 수정(水晶)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수정(水晶)은 그의 행위에 순간적으로 놀랐다.
“정말 예뻐요. 어머니….”
마치 애기를 다루듯이 성하(星河)는 수정(水晶)의 얼굴을 다시 어루만진다.
“으, 음….”
수정(水晶)은 자신도 모르게 얕은 신음을 흘려보낸다. 남편과 사별하고 그것이 나의 운명이려니 하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나타난 한 남자로 인해 지금의 감정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으, 음… 성하(星河)….”
‘이러지 마….’
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 말은 입 안에서만 맴돌고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성하(星河)는 순간적으로 수정(水晶)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고는 가볍게 스치듯이 키스를 하고는 일어나 뛰어간다. 한동안 수정(水晶)도 그 자리에서 서 있으면서 오른 손가락으로 성하(星河)가 대고 간 자신의 입술위에 살며시 손가락을 대어 본다. 그 건장하고 씩씩해 보이는 성하(星河)도 쑥스러움을 타는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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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 계속됩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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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2-28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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