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그 남자 - 나의 동혁 씨
2부
하루가 무척이나 가지 않았다. 그 남자가 기다려졌기 때문이다. 과연 올 것인가? 안 올 것인가? 아마 틀림없이 오긴 올 것인데 그러면 나는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그를 맞이할 것인가? 무슨 옷을 입고 있어야 할 것인가? 무슨 옷을 입고 그를 맞이하여야 그가 깜빡 죽을 것일까? 나는 그에게 최대한 귀엽고 요염(妖艶)하게 보이기 위해서 무려 열 번이상이나 옷을 갈아입어 보았다. 팬티 하나에까지도 신경을 쓰면서 향수(香水)도 뿌리곤 했다. 그러는 사이에 해는 뉘엿뉘엿 져서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먹히지가 않았다. 원래 저녁을 적게 먹는 편이기도 했지만(몸매관리를 위해서 대학생 때부터 나는 저녁은 원래 적게 먹었었다. 그 결과 지금이나 대학 때나 몸매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나는 TV를 켰다가 끄고 다시 오디오를 틀었다가 끄고 심지어는 컴퓨터를 켜서 아무 사이트나 접속해서 이것저것 보다가 끄기도 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거실 벽에 있는 시계를 보는 데 시간이 너무도 가지를 않았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이 남자 이러다가 안 오는 게 아닐까! 아냐! 올 거야! 틀림없이…, 나를 향해 이글거리며 타는 그 눈빛을 나는 잊을 수가 없어. 틀림없이 나를 향해 날아 올 것이야. 예진아! 좀만 더 인내하면서 기다려 보자!’
나는 스스로를 달래면서 몹시도 애타하는 마음으로 그 남자를 기다렸다. 벌써 시간은 밤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아…, 결국 이 남자는 오질 않는 구나. 지금 오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아닌가!’
나는 스스로를 포기(抛棄)시키면서 뜨거워진 몸을 찬물로 샤워나 하면서 식힌 후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소파에 앉아서 애꿎은 시계만 원망하면서 일어서려 했다. 그때였다. 내 핸드폰 벨이 울린 것은…, 수신 되는 번호는 전혀 모르는 번호였다. 아차! 이 남자의 핸드폰 번호를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작은 방으로 가서 그 남자가 준 명함을 보았다.
‘011 - 305 - ****’
세상에! 그 남자의 핸드폰 번호였다. 나는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얼른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
나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접니다. 예진 씨….”
“아… 동혁 씨… 아직도 업무 중이신가 보죠?”
그의 목소리가 약간 들떠 있음이 수화기를 통해 느껴진다.
“아뇨. 지금 마치고 퇴근하려고 합니다.”
“지금 오실… 거죠?”
내가 묻는 것이 ‘오실 건가요?’ 하고 그의 의향(意向)을 묻는 것이 아니라 단언적(斷言的)으로 물었다. ‘오실 거죠?’ 이 말은 ‘안 오면 우리 둘 사이는 이제 끝입니다.’라고 하는 암묵적 도전(暗黙的 挑戰)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임을 저 남자는 알고나 있을까?
“네….”
물어보는 나나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가 심히 떨렸다. 심중의 불안과 긴장… 그리고 기대감이 전화에 자연히 묻어난 것이다.
“현관문은 열어 놓을 게요. 초인종은 누르지 마시고, 들어오실 때 문은 꼭 잠궈 주세요.”
“네….”
그가 오는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나는 얼른 샤워실로 달려가서 그를 위해 온 몸을 깨끗이 씻었다. 물론 그 샤워 속에는 뜨거워진 내 몸의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히려고 하는 의도도 적지 않아 있었고 또 한 편으로는 그와 나눌 사랑의 속삭임을 조금이나마 더 갖기 위해서라도 미리 샤워를 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얼른 샤워를 한 것이었다. 그를 기다리는 한 시간이 아마 거의 10시간 아니 열흘 정도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한 시간이나 흘렀을까. 그가 조용히 대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들리고 또 잠시 후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난다. 그가 온 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가! 나는 얼른 소파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하였다. 속으로는 늦게 온 그를 원망하는 맘과 이제라도 와 준 그 남자가 몹시도 고마워하는 만감이 교차하는 맘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피곤하시겠군요. 이렇게 늦게 끝나서요.”
“조금…, 하지만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가 좋아할 만한 짧고 하얀 치마 위에 분홍색 나시 블라우스를 했는데 블라우스의 끝단은 제법 넓어서 짧은 치마의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가 구두를 벗고 거실 위로 올라서는데 그의 커다란 체구 때문인지, 아니면 밤중이라 그가 더 커 보여서인지는 몰라도 거실 안이 가득 차 보인다. 다행히도 거실엔 보일러를 틀어 놓아 집안 전체가 따뜻했다. 구두를 벗고 거실에 올라서는 동안에 나는 얼른 주방(廚房)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깐 기다리세요, 마실 것 가지고 올게요.”
그가 소파에 앉는다. 나는 그를 쳐다보면서 접시에 포도주 한 병과 잔 하나… 그리고 약간의 과일을 담아 내갔다. 소파 앞 유리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의 옆에 조신하게 앉아 잔을 채웠다.
“드세요….”
그는 나를 그윽하게 내려다보며 잔을 들이켰다. 나는 다시 잔을 채웠다. 그가 나에게 권한다. 나는 그래서 그의 눈을 올려다보면서 살짝 잔을 입에 대고 홀짝거리면서 마셨다. 잔 하나로 그와 내가 술을 나누어 마신 셈이었다.
“할머님이 늘 동혁 씨 칭찬을 많이 하시더군요.”
“그랬어요? 험담(險談)을 한 게 아니구요?”
나는 웃었고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그 웃음이 정말로 백만 불짜리다.
“할머님만 그랬다면 못 믿었을 걸요…, 하지만 가끔 집에 오시는 동네 어른들 모두 동혁 씨를 칭찬하시던 걸요.”
나는 그를 띄워 주기 위해서 속에도 없는 아부성 발언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잠시 거실 안에 침묵이 흐른다.
“….”
“그래서 늘 궁금했죠…, 할머님 댁에서 본 결혼사진 속의 당신이… 어떤 분인지…제 신랑하고 너무 비교가 되었으니까요.”
“?”
나는 다시 잔을 채워 그에게 내밀었다. 붉은 립스틱 자국이 남은 그 잔을 내밀 때 나는 약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내 입술의 립스틱이 묻어 있는 그 부분으로 마셔 주길 바라는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였다. 그러는데 그가 잔을 들고는 혀로 내 립스틱 자국이 묻어있는 유리잔의 표면을 핥는다. 나는 마치 그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가 나를 소파에 눕혀 놓고 내 보지 주변을 핥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속에서는 벌써부터 액이 흘러나오고 있는가보다. 속에서는 쿵쾅거리는 소리가 어쩌면 그의 귀에까지 들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직한 탄성소리가 나간다.
그가 나를 쓰다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두 손을 말아 쥐었고 어깨를 약간 움츠렸다. 이 행위는 남편이 나에게 애정 표현을 하기 위해서 다가 올 때 내가 긴장할 때 나오는 나도 모르는 버릇이었다.
“신랑하고 무슨 문제라도…?”
그는 그 말을 하면서 포도주를 마시고 다시 잔을 채운 뒤 나에게 또 내민다. 나는 그가 준 잔을 받아 들고 내 립스틱이 지워진 유리잔 표면에 내 손가락을 약간 문지르면서 간접적으로라도 그의 입술을 문지르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연애(戀愛)할 때는 몰랐는데 결혼 후에 폭력(暴力)을 많이 행사하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병원에 있구요.”
“….”
나는 다시 술을 들이켰다. 내 감정(感情)이 격해진 탓인지 급히 들이키느라 포도주 일부가 내 목 주변을 타고 흘렀다. 그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약간 놀라는 것 같았다. 나는 남편이 그동안 나에게 행해 왔던 여러 가지 행동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그 상황을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 몸을 움츠렸을 뿐이었는데 이 남자에게는 내가 감정이 몹시 격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느껴졌는가 보다. 그가 자기의 손수건을 꺼내 나에게 내민다. 나는 그러고 있는 그를 잔을 든 채 쳐다보기만 했다. 그는 잠시 동안 나를 내려다보더니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직접 자신의 손수건으로 내 입술 주변과 내 목 주변을 닦아 준다. 내 남편이 이 남자의 반만큼이라도 친절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이 남자가 내 목을 닦아 줄때 그의 손길을 더 느끼고 싶어서 고개를 뒤로 약간 젖혔다. 그러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입술에서는 또 신음(呻吟)이 나갔는가보다. 그가 놀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
나는 포도주 잔을 가슴으로 당기면서 신음인지 탄성인지 모를 야릇한 소리를 냈다. 그가 내 손에서 포도주 잔을 빼앗더니 다시 소파 앞에 놓여 있는 탁자에다 놓고는 다시 포도주 병을 들어서 잔을 채우면서 내 얼굴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본다. 부끄럽게 왜 이리 가까이 쳐다보는 지….
“그 사람 지금 당뇨가 왔어요. 우습죠? 제 나이 겨우 27살이고 남편은 33살이에요…. 고혈압에 당뇨…, 그 사람은 몹시 비만체질이거든요. 이모님이 중매로 해서 결혼한 건데….”
나는 단숨에 그 말을 마친 후 고개를 숙였다. 아마 그 남자는 순간적(瞬間的)으로 ‘그럼… 섹스는?’ 하고 생각했을 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것까지도 생각하라고 그 말을 강조(强調)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시부모님은 오늘도 병원에?”
“네…, 저도 갈려고 했어요. 하지만 아침에 전화가 와서 저더러 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두 분만 가셨어요.”
잠시 동안 침묵(沈黙)이 감돌았다. 나는 그 남자에게 다시 물었다. 이젠 좀 더 진지해지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절 이해하실 수 있나요?”
끄덕끄덕…
그가 머리를 크게 끄덕이면서 내 물음에 대답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틱…, 틱….
나는 그가 그 말을 하자마자 얼른 일어서서 거실 벽으로 갔다. 그리고는 실내의 모든 불들을 껐다. 밖에서 비치는 으스름한 달빛과 아까부터 켜 둔 거실 TV에서 흘러나오는 모니터의 불이 우리 둘 사이를 보여 주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다시 그 남자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 남자 오늘… 절 더러 이혼(離婚)하자고 하더군요.”
-- (3부에 계속됩니다.) --
2부
하루가 무척이나 가지 않았다. 그 남자가 기다려졌기 때문이다. 과연 올 것인가? 안 올 것인가? 아마 틀림없이 오긴 올 것인데 그러면 나는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그를 맞이할 것인가? 무슨 옷을 입고 있어야 할 것인가? 무슨 옷을 입고 그를 맞이하여야 그가 깜빡 죽을 것일까? 나는 그에게 최대한 귀엽고 요염(妖艶)하게 보이기 위해서 무려 열 번이상이나 옷을 갈아입어 보았다. 팬티 하나에까지도 신경을 쓰면서 향수(香水)도 뿌리곤 했다. 그러는 사이에 해는 뉘엿뉘엿 져서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먹히지가 않았다. 원래 저녁을 적게 먹는 편이기도 했지만(몸매관리를 위해서 대학생 때부터 나는 저녁은 원래 적게 먹었었다. 그 결과 지금이나 대학 때나 몸매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나는 TV를 켰다가 끄고 다시 오디오를 틀었다가 끄고 심지어는 컴퓨터를 켜서 아무 사이트나 접속해서 이것저것 보다가 끄기도 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거실 벽에 있는 시계를 보는 데 시간이 너무도 가지를 않았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이 남자 이러다가 안 오는 게 아닐까! 아냐! 올 거야! 틀림없이…, 나를 향해 이글거리며 타는 그 눈빛을 나는 잊을 수가 없어. 틀림없이 나를 향해 날아 올 것이야. 예진아! 좀만 더 인내하면서 기다려 보자!’
나는 스스로를 달래면서 몹시도 애타하는 마음으로 그 남자를 기다렸다. 벌써 시간은 밤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아…, 결국 이 남자는 오질 않는 구나. 지금 오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아닌가!’
나는 스스로를 포기(抛棄)시키면서 뜨거워진 몸을 찬물로 샤워나 하면서 식힌 후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소파에 앉아서 애꿎은 시계만 원망하면서 일어서려 했다. 그때였다. 내 핸드폰 벨이 울린 것은…, 수신 되는 번호는 전혀 모르는 번호였다. 아차! 이 남자의 핸드폰 번호를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작은 방으로 가서 그 남자가 준 명함을 보았다.
‘011 - 305 - ****’
세상에! 그 남자의 핸드폰 번호였다. 나는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얼른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
나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접니다. 예진 씨….”
“아… 동혁 씨… 아직도 업무 중이신가 보죠?”
그의 목소리가 약간 들떠 있음이 수화기를 통해 느껴진다.
“아뇨. 지금 마치고 퇴근하려고 합니다.”
“지금 오실… 거죠?”
내가 묻는 것이 ‘오실 건가요?’ 하고 그의 의향(意向)을 묻는 것이 아니라 단언적(斷言的)으로 물었다. ‘오실 거죠?’ 이 말은 ‘안 오면 우리 둘 사이는 이제 끝입니다.’라고 하는 암묵적 도전(暗黙的 挑戰)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임을 저 남자는 알고나 있을까?
“네….”
물어보는 나나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가 심히 떨렸다. 심중의 불안과 긴장… 그리고 기대감이 전화에 자연히 묻어난 것이다.
“현관문은 열어 놓을 게요. 초인종은 누르지 마시고, 들어오실 때 문은 꼭 잠궈 주세요.”
“네….”
그가 오는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나는 얼른 샤워실로 달려가서 그를 위해 온 몸을 깨끗이 씻었다. 물론 그 샤워 속에는 뜨거워진 내 몸의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히려고 하는 의도도 적지 않아 있었고 또 한 편으로는 그와 나눌 사랑의 속삭임을 조금이나마 더 갖기 위해서라도 미리 샤워를 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얼른 샤워를 한 것이었다. 그를 기다리는 한 시간이 아마 거의 10시간 아니 열흘 정도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한 시간이나 흘렀을까. 그가 조용히 대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들리고 또 잠시 후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난다. 그가 온 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가! 나는 얼른 소파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하였다. 속으로는 늦게 온 그를 원망하는 맘과 이제라도 와 준 그 남자가 몹시도 고마워하는 만감이 교차하는 맘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피곤하시겠군요. 이렇게 늦게 끝나서요.”
“조금…, 하지만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가 좋아할 만한 짧고 하얀 치마 위에 분홍색 나시 블라우스를 했는데 블라우스의 끝단은 제법 넓어서 짧은 치마의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가 구두를 벗고 거실 위로 올라서는데 그의 커다란 체구 때문인지, 아니면 밤중이라 그가 더 커 보여서인지는 몰라도 거실 안이 가득 차 보인다. 다행히도 거실엔 보일러를 틀어 놓아 집안 전체가 따뜻했다. 구두를 벗고 거실에 올라서는 동안에 나는 얼른 주방(廚房)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깐 기다리세요, 마실 것 가지고 올게요.”
그가 소파에 앉는다. 나는 그를 쳐다보면서 접시에 포도주 한 병과 잔 하나… 그리고 약간의 과일을 담아 내갔다. 소파 앞 유리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의 옆에 조신하게 앉아 잔을 채웠다.
“드세요….”
그는 나를 그윽하게 내려다보며 잔을 들이켰다. 나는 다시 잔을 채웠다. 그가 나에게 권한다. 나는 그래서 그의 눈을 올려다보면서 살짝 잔을 입에 대고 홀짝거리면서 마셨다. 잔 하나로 그와 내가 술을 나누어 마신 셈이었다.
“할머님이 늘 동혁 씨 칭찬을 많이 하시더군요.”
“그랬어요? 험담(險談)을 한 게 아니구요?”
나는 웃었고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그 웃음이 정말로 백만 불짜리다.
“할머님만 그랬다면 못 믿었을 걸요…, 하지만 가끔 집에 오시는 동네 어른들 모두 동혁 씨를 칭찬하시던 걸요.”
나는 그를 띄워 주기 위해서 속에도 없는 아부성 발언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잠시 거실 안에 침묵이 흐른다.
“….”
“그래서 늘 궁금했죠…, 할머님 댁에서 본 결혼사진 속의 당신이… 어떤 분인지…제 신랑하고 너무 비교가 되었으니까요.”
“?”
나는 다시 잔을 채워 그에게 내밀었다. 붉은 립스틱 자국이 남은 그 잔을 내밀 때 나는 약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내 입술의 립스틱이 묻어 있는 그 부분으로 마셔 주길 바라는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였다. 그러는데 그가 잔을 들고는 혀로 내 립스틱 자국이 묻어있는 유리잔의 표면을 핥는다. 나는 마치 그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가 나를 소파에 눕혀 놓고 내 보지 주변을 핥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속에서는 벌써부터 액이 흘러나오고 있는가보다. 속에서는 쿵쾅거리는 소리가 어쩌면 그의 귀에까지 들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직한 탄성소리가 나간다.
그가 나를 쓰다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두 손을 말아 쥐었고 어깨를 약간 움츠렸다. 이 행위는 남편이 나에게 애정 표현을 하기 위해서 다가 올 때 내가 긴장할 때 나오는 나도 모르는 버릇이었다.
“신랑하고 무슨 문제라도…?”
그는 그 말을 하면서 포도주를 마시고 다시 잔을 채운 뒤 나에게 또 내민다. 나는 그가 준 잔을 받아 들고 내 립스틱이 지워진 유리잔 표면에 내 손가락을 약간 문지르면서 간접적으로라도 그의 입술을 문지르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연애(戀愛)할 때는 몰랐는데 결혼 후에 폭력(暴力)을 많이 행사하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병원에 있구요.”
“….”
나는 다시 술을 들이켰다. 내 감정(感情)이 격해진 탓인지 급히 들이키느라 포도주 일부가 내 목 주변을 타고 흘렀다. 그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약간 놀라는 것 같았다. 나는 남편이 그동안 나에게 행해 왔던 여러 가지 행동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그 상황을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 몸을 움츠렸을 뿐이었는데 이 남자에게는 내가 감정이 몹시 격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느껴졌는가 보다. 그가 자기의 손수건을 꺼내 나에게 내민다. 나는 그러고 있는 그를 잔을 든 채 쳐다보기만 했다. 그는 잠시 동안 나를 내려다보더니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직접 자신의 손수건으로 내 입술 주변과 내 목 주변을 닦아 준다. 내 남편이 이 남자의 반만큼이라도 친절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이 남자가 내 목을 닦아 줄때 그의 손길을 더 느끼고 싶어서 고개를 뒤로 약간 젖혔다. 그러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입술에서는 또 신음(呻吟)이 나갔는가보다. 그가 놀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
나는 포도주 잔을 가슴으로 당기면서 신음인지 탄성인지 모를 야릇한 소리를 냈다. 그가 내 손에서 포도주 잔을 빼앗더니 다시 소파 앞에 놓여 있는 탁자에다 놓고는 다시 포도주 병을 들어서 잔을 채우면서 내 얼굴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본다. 부끄럽게 왜 이리 가까이 쳐다보는 지….
“그 사람 지금 당뇨가 왔어요. 우습죠? 제 나이 겨우 27살이고 남편은 33살이에요…. 고혈압에 당뇨…, 그 사람은 몹시 비만체질이거든요. 이모님이 중매로 해서 결혼한 건데….”
나는 단숨에 그 말을 마친 후 고개를 숙였다. 아마 그 남자는 순간적(瞬間的)으로 ‘그럼… 섹스는?’ 하고 생각했을 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것까지도 생각하라고 그 말을 강조(强調)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시부모님은 오늘도 병원에?”
“네…, 저도 갈려고 했어요. 하지만 아침에 전화가 와서 저더러 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두 분만 가셨어요.”
잠시 동안 침묵(沈黙)이 감돌았다. 나는 그 남자에게 다시 물었다. 이젠 좀 더 진지해지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절 이해하실 수 있나요?”
끄덕끄덕…
그가 머리를 크게 끄덕이면서 내 물음에 대답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틱…, 틱….
나는 그가 그 말을 하자마자 얼른 일어서서 거실 벽으로 갔다. 그리고는 실내의 모든 불들을 껐다. 밖에서 비치는 으스름한 달빛과 아까부터 켜 둔 거실 TV에서 흘러나오는 모니터의 불이 우리 둘 사이를 보여 주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다시 그 남자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 남자 오늘… 절 더러 이혼(離婚)하자고 하더군요.”
-- (3부에 계속됩니다.)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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