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없다!’
10월 중순, 햇볕만 내리쬐지 않으면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가을이다.
정원에 화려하게 만발했던 꽃은 하나둘 제 색을 잃어가고, 푸른 잎으로 풍성했던 가지는 바짝 마른 잎사귀만을 매단 채 조금은 앙상한 자태로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런 날씨에 콧잔등에 송골 땀이 맺힐 정도로 짧은 다리를 부지런히 놀려 현관문으로 나갔건만 젖을 떼고부터 꾸준히 마셔온 우유는 그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허탈함과 좌절감에 현관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데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땀을 식혀주던 바람이 커다란 장벽에 막히며 생긴 갑갑함에 고개를 추켜드니 검은 차와 검은 양복, 그리고 검은 선글라스가 보인다.
“누…구…?”
“여기서 뭐하시나 우리 도련님.”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별하기 힘든 중성적인 목소리.
남자라 하기엔 지나치게 얇고 여자라 하기엔 살짝 걸걸하다고나 할까.
내 주변에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단언컨대 딱 한 명밖에 없다.
“아, 아저씨!”
“떽! 삼촌이라니까?”
“이제 결혼했으니까 아저씨죠.”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한 번 삼촌은 영원한 삼촌이다! 몰라?”
“몰라요, 아! 저! 씨!”
“어휴, 안 그래도 주름살이 늘어 슬프건만 너까지 이 삼촌을 아저씨 취급이라니……. 그나저나 왜 여기 늘어져있어? 바지 더러워질라.”
“아, 우유가 안 와서. 나 우유 좀 사줘요. 어렸을 때는 칼슘섭취가 중요한데…….”
“넌 내가 걸어 다니는 지갑으로 보이지? 볼 때마다 나보다 먹을 걸 더 반기는 것 같단 말이야.”
“에이, 삼촌. 내가 삼촌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어린 게 능글맞기는. 알았으니까 들어가자. 안에 계시지?”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번쩍 들리는 몸.
내가 삼촌이라 부르며 반기는 이 아저씨는 아버지와 직접적인 혈연관계는 갖고 있지 않지만 서로 형님, 동생하며 매일같이 붙어 다니는 사이다.
아버지가 회사를 차리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는 것, 그래서 아버지가 무척이나 아낀다는 정도만 들어 알고 있을 뿐이나 워낙 어렸을 적부터 얼굴을 마주해서 이제는 웬만한 친척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얼마나 자주 봤으면 친척들이 와도 어머니께 쪼르르 달려가 다리 뒤로 숨기 바쁜 은진이가 먼저 안아달라고 손을 뻗을 정도일까.
전에는 결혼 못한 것도 서러운데 아저씨란 소리까지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며 삼촌이라 부를 것을 강요하더니, 결혼 후에는 주름살 핑계를 대는 이 아저씨…….
‘나중에 애를 낳으면 또 그걸 핑계로 대겠지. 꼬부랑 할아버지가 돼서도 삼촌이라 불러달라고 할 거야 분명히.’
손에 동그라미가 잔뜩 그려진 수표를 꼭 쥐고 삼촌의 등목을 타는데 갑작스레 백발이 성한 할아버지께 삼촌이라 부르는 미래의 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절로 부르르 떨리는 몸.
조금 많이 징그럽다.
여기저기 서있는 경호원 아저씨들의 인사를 받던 삼촌이 고개를 돌려 왜 그러냐는 듯 짓는 뚱한 표정에서 자꾸만 그 그림이 떠오르는 건 괜한 우려일까.
“아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 베란다 문을 드르륵 여니 기다란 의자에 반쯤 누워 고개를 돌리는 아버지가 보인다.
“또 담배 펴?”
입과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가 신기해 몰래 피워보았다가 눈물 콧물을 쏙 뺀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절대 이해가 되지 않는 행위.
대체 무슨 맛으로 저 독한 연기를 뻐끔뻐끔 빨아들이는 건지.
하긴, 아버지가 즐기시는 술도 목구멍이 타들어갈 정도로 뜨겁고 쓴맛만 날 뿐 전혀 맛있다는 생각을 못 해봤다. 어머니가 가끔 촛불 두어 개 켜놓고 마시는 포도주 역시 떫고 신맛밖에 느껴지지 않고 말이다.
어른이 되면 나도 저렇게 술과 담배를 즐길 수 있을까.
아직은 거부감 이상을 주지 못하는 그것들을 자연스레 입에 대는 부모님의 모습에 신기함, 부러움, 괴리감 등 여러 감정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밖에 삼촌 왔어.”
“그래? 오늘은 좀 이른 시간에 왔네?”
담배 끝에 매달린 불똥을 재떨이에 비벼 끄며 커피 잔을 든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하신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내 주먹보다 작은 잔에 든 저 커피는 무척 깊은 맛을 갖고 있다. 구수한 원두 향에 이끌려 가끔 아버지 손에 들린 걸 빼앗아 마셔보지만 그때마다 입에 맞지 않는 씁쓸함에 절로 인상을 구기게 하는 그런 맛.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대체 무슨 맛으로 마시나 물어봐도 돌아오는 소리란 항상 ‘나중에 커서 남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두루뭉술한 대답뿐이다.
잔뜩 찡그린 눈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잔을 지켜보는데 어느새 다 마셨는지 ‘탁’하는 소리와 함께 잔이 바닥에 놓인다.
“아무튼 아빠 출근해야겠다. 우리 왕자님, 뽀뽀.”
“거긴 따가워서 싫은데…….”
“오늘은 안 따가울 거야.”
“면도 제대로 했어?”
“그럼. 우리 왕자님이 선물해준 면도기로 깨끗하게 밀었지. 봐. 뽀송뽀송하지? 빨리 뽀뽀해줘. 삼촌 기다리겠다.”
“어휴, 애기도 아니고 그렇게 뽀뽀가 받고 싶어?”
항상 우리 왕자님, 우리 왕자님거리며 애 취급하시는 아버지시지만 이럴 때는 오히려 아버지가 애 같다. 그래도 거부는 하지 않는 나, 면도까지 했다는 말에 순순히 발뒤꿈치를 들어 볼에 살짝 입을 댄다.
아니, 대려고 했다.
갑작스레 획 돌아가는 얼굴만 아니라면.
‘!!!’
“왕자님한테 뽀뽀를 받으니 힘이 불끈불끈 샘솟는데? 그럼 아빠 출근한다. 이걸로 친구들이랑 맛있는 것도 사먹고, 영화도 보고, 재밌게 놀다 와. 포경수술하고 나면 한동안 밖에 못 돌아다닌다? 하하하!”
출근 전 키스할 때 느껴지는 평소의 그 까칠한 느낌이 아니었다.
촉촉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달콤하면서도 씁쓸 텁텁한 맛이 입술에 감돌았다.
“아, 아빠!”
지금 느끼는 기분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11살은 친구들 사이에서 고추에 털이 났네 안 났네, 브라자를 했네 안 했네라는 대화가 심심치 않게 돌만큼 마냥 어린 나이가 아니다.
입술과 입술을 부비는 행위가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하는 애정행각이라는 것쯤은 오래 전에 뗐다는 소리며, 대상이 가족이라 하더라도 거북함이 느껴지는 시기인 것이다.
‘11년 순결이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가는구나. 그것도 남자한테… 하아…….’
충격이다.
한별이를 위해 고이 아껴둔 첫 키스가 이렇게 사라질 줄이야.
남성의 진한 화장품과 에스프레소 커피, 담배가 섞이며 만들어낸 오묘한 향이 코끝에서 사라지고, 입술에 남은 텁텁한 맛을 손등으로 비벼 없앨 즈음, 사건의 주역인 아버지는 나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은진이와 어머니께 음흉한 눈빛을 보이며 다가가고 계셨다.
은진이 이마에 침을 묻히더니 곧이어 어머니 입술까지 깊게 빨아들이는 아버지.
내 조숙함은 필시 아버지로부터 봐온 조기교육의 영향이 크리라.
한숨을 푹 쉬며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힌 하얀 수표를 꺼내 살펴본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삼촌이 준 것까지 합치니 삼십만 원에 이르는 꽤 짭짤한 돈이다.
마침 돈이 필요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생기는 돈, 오늘은 아무래도 운수가 좋은 날인가보다.
돈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고개를 드니 집밖으로 검은 차 두어 대가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
“엄마, 나 학교 가.”
“병원 예약해 놓은 거 알지? 오늘은 정말 일찍 들어와야 된다?”
“오늘 인형데이야. 내일 해 내일.”
“이게 며칠 째야? 어제는 오늘 하자며? 안 되는 거 알… 으, 은혁아 가방은 가져가야지!”
포경수술.
여기저기서 대충 알아본 결과 고추를 덮은 살 표피를 잘라내고 그 안으로 구슬을 밀어 넣어 꿰매는 무식하며 지극히 비인간적인 수술이다.
지금 갖고 있는 고추로도 충분히 볼 일 다 볼 수 있는데 왜 이리 못 자르고 못 박아 성화란 말인가.
아침저녁으로 깨끗하게 씻어주는 그곳에 무슨 병균이 그리 바글바글 생겨난다고 기어이 수술을 시키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아저씨 학교가요!”
현관문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다급한 외침을 뒤로한 채 신나게 뛰어 기사아저씨가 세워둔 차 안으로 골인한다.
평소보다 일찍, 그리고 평소와는 다르게 서두르는 내 모습에 놀랐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기사아저씨가 입을 연다.
“은혁이구나. 오늘은 일찍 가네?”
“네. 아저씨 빨리요. 밟아요, 밟아. 고고고!”
“뭐가 그리 급해? 시계 잘못 본 거 아니야?”
어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는데 기사아저씨는 오늘따라 자꾸만 딴소리다.
뭐라 한 마디를 하려는 찰나 현관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게 보였다.
“아저씨! 일단 출발! 급해요!”
“원, 알겠다, 알겠어.”
키를 돌리자 육중한 차의 몸체가 부르르 떨리고, 몸이 뒤로 쏠리는듯하더니 곧이어 정원에 심어진 나무가 차창 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삐리리리♭♩♪♬
차가 정문을 벗어나기 무섭게 울리는 촌스러운 단음 벨소리.
액정에 떠있는 글자를 보니 어머니다.
‘또 수술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어쩌고저쩌고 한바탕 설교를 하시려 들겠지.’
정신없이 알록달록 오색 빛깔을 내뿜는 핸드폰을 살포시 무시하고 카세트를 자장가 삼아 가죽시트 깊숙이 몸을 묻는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조용하면서 슬픈, 그렇지만 너무나도 고운 음색에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니 절로 잠이 쏟아진다.
“은혁아. 학교 다 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몸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기사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 비비며 비몽사몽 정신이 붕 뜬 몸을 이끌고 차문을 열려는데 등교하는 친구들의 손에 뭔가 알록달록한 포장지가 하나씩 들려있는 게 시선에 잡힌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잔영.
‘아! 인형!’
왔던 길을 되돌아가 팬시점에서 인형을 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문방구에서 고르자니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학교 앞 문방구에서나 파는 싸구려 인형을 선물할 수는 없는 법.
열던 차문을 도로 닫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빤히 기사아저씨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왜 그래? 느, 늦었니?”
“아니요…….”
“근데 왜 그래? 학교가기 싫어?”
“그게 아니라요…….”
“그게 아니면?”
“그게 말이에요…….”
“답답하다. 무슨 일이야? 아저씨한테 말해봐. 들어줄 수 있는 거면 들어줄게.”
“정말요? 정말이죠? 약속!”
“그, 그래. 약속.”
떨떠름한 얼굴로 내가 내민 새끼손가락을 잡는 아저씨한테는 죄송스러웠지만 가장 중요한 인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말하라 했던 기사아저씨가 아닌가.
“오늘이 인형데이거든요. 좋아하는 애한테 선물하려는데 팬시점에서 인형 좀 사다주세요. 가장 큰 곰 인형으로요.”
“난 또 뭐라고. 알겠다. 가장 큰 곰인형이면 되는 거지?”
“네. 여기 돈이요.”
“됐다. 그걸로 여자 친구 밥이나 사주고, 있다 점심시간에 맞춰 오면 되지? 12시?”
“헤헤, 네. 감사해요.
피식 웃으며 교문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사아저씨의 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로 향한다.
1교시, 2교시, 3교시, 4교시, 5교시, 그리고 대망의 6교시까지 모두 끝났다.
약속대로 아저씨는 내 키만치 커다란 백색 곰 인형을 가져다주셨고, 친구들과 며칠 전부터 세워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야, 전부 주목! 오늘 음악실 청소 우리 반이 하란다. 복도 청소 맡은 애가 누구지?”
“한별이랑 현아잖아.”
“복도는 교실 청소하는 애들이 하루만 분담해주고, 한별이랑 현아는 음악실로 가. 9반 6교시 음악이었으니까 키는 따로 안 받아가도 돼. 무브무브! 빨리 끝내고 집에 가자.”
반장이 음악실 청소를 운운하는 그 시간 난 음악실에서 실제 청소를 맡은 옆 반 친구들과 정신없이 무대를 세팅하고 있었다.
“불 끄면 어떡해. 양초 아직 다 세우지도 않았어.”
“김준, 테이프 모자라잖아. 어서 끊어서 갖고 와.”
“씨발 이 풍선 묶은 놈 누구냐? 바람 다 빠졌잖아.”
“그냥 붙여. 원래 언밸런스한 게 예쁜 거야. 다 빵빵하면 멋없어.”
“종 울렸다. 서둘러. 이거 다 붙이기 전에 한별이 들어오면 좆된다.”
“성진아 니가 나가서 한별이 못 들어오게 시간 좀 끌어.”
“지금 양초 모양 만드는 거 안 보이냐? 니가 하트를 알아? 모르면 닥치고 있어.”
“까고 있네. 야야! 이성은! 뒤! 뒤! 아오, 장미 좀 밟지 말라고!”
“내가 밟고 싶어서 밟았냐? 이 새끼는 도와줘도 지랄이야.”
“도와주긴 개뿔. 그냥 넌 성진이 옆에서 라이터나 들고 있어. 아니면 한별이 못 들어오게 막든지.”
평소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아이에게 고백을 한다하자 자발적으로 도와주겠다며 발 벗고 나선 친구들.
도와준다는 걸 거부하기도 뭐하고, 혼자 준비하기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기꺼이 받아들였는데 후회와 실수란 단어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 행동에 불과했다.
쉬는 시간 내내 호들갑만 떨 뿐 진척은 없는 게 영 불안하기만 하다.
도와주러 온 건지 싸우러 온 건지 도통 구별할 수 없는 대화.
“야, 한별이 올라왔어! 멀었어?”
“딱 2분만 끌어라. 다 됐다. 야, 빨리 숨어!”
“불, 불. 불 꺼야지.”
“아니, 완전히는 끄지 말고. 병신아, 확 꺼버리면 피아노 어떻게 치라고? 눈 감고 치냐? 조명밝기만 어둡게 낮추라고.”
“맞다. 양초 불 켜야지. 야야야. 빨리 불붙여.”
“라이터 하나밖에 없어? 과학실에서 성냥도 좀 가져왔어야 하는데…….”
왁자지껄 떠들며 심지에 불을 붙이는데 음악실 밖이 소란스러워진다.
질질 끌리는 슬리퍼 소리와 하하호호 계집애들의 높은 웃음소리.
“이제 쉿! 한 마디라도 하면 너네 친구도 아니다.”
친구들 엉덩이를 차서 책상 밑으로 모두 숨기고 단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피아노에 앉아 그녀를 기다린다.
10, 9, 8, 7, 6…….
대화소리가 잦아들며 희미하던 발자국소리가 조금씩 선명해진다.
-뚜벅 뚜벅 뚜벅…….
그러다가 갑작스레 흐르는 정적.
발이 멈췄다.
멈춘 소리와 반대로 내 심장은 미친 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시작했고, 덩달아 가빠지는 호흡이 느껴진다.
심장이 터질듯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게 아닐까.
갑갑해진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을 몰아쉬려는 찰나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얼굴이 눈에 비친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팔에 한 깁스도 깁스지만, 이상하게 소설을 올리려면 소설란이 마비되네요.
아무튼, 읽고 소감 한 마디와 함께 추천해주시면 3편은 더 재밌을 지도?
아, 안해주셔도 더 재밌게 써야겠지요....
10월 중순, 햇볕만 내리쬐지 않으면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가을이다.
정원에 화려하게 만발했던 꽃은 하나둘 제 색을 잃어가고, 푸른 잎으로 풍성했던 가지는 바짝 마른 잎사귀만을 매단 채 조금은 앙상한 자태로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런 날씨에 콧잔등에 송골 땀이 맺힐 정도로 짧은 다리를 부지런히 놀려 현관문으로 나갔건만 젖을 떼고부터 꾸준히 마셔온 우유는 그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허탈함과 좌절감에 현관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데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땀을 식혀주던 바람이 커다란 장벽에 막히며 생긴 갑갑함에 고개를 추켜드니 검은 차와 검은 양복, 그리고 검은 선글라스가 보인다.
“누…구…?”
“여기서 뭐하시나 우리 도련님.”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별하기 힘든 중성적인 목소리.
남자라 하기엔 지나치게 얇고 여자라 하기엔 살짝 걸걸하다고나 할까.
내 주변에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단언컨대 딱 한 명밖에 없다.
“아, 아저씨!”
“떽! 삼촌이라니까?”
“이제 결혼했으니까 아저씨죠.”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한 번 삼촌은 영원한 삼촌이다! 몰라?”
“몰라요, 아! 저! 씨!”
“어휴, 안 그래도 주름살이 늘어 슬프건만 너까지 이 삼촌을 아저씨 취급이라니……. 그나저나 왜 여기 늘어져있어? 바지 더러워질라.”
“아, 우유가 안 와서. 나 우유 좀 사줘요. 어렸을 때는 칼슘섭취가 중요한데…….”
“넌 내가 걸어 다니는 지갑으로 보이지? 볼 때마다 나보다 먹을 걸 더 반기는 것 같단 말이야.”
“에이, 삼촌. 내가 삼촌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어린 게 능글맞기는. 알았으니까 들어가자. 안에 계시지?”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번쩍 들리는 몸.
내가 삼촌이라 부르며 반기는 이 아저씨는 아버지와 직접적인 혈연관계는 갖고 있지 않지만 서로 형님, 동생하며 매일같이 붙어 다니는 사이다.
아버지가 회사를 차리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는 것, 그래서 아버지가 무척이나 아낀다는 정도만 들어 알고 있을 뿐이나 워낙 어렸을 적부터 얼굴을 마주해서 이제는 웬만한 친척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얼마나 자주 봤으면 친척들이 와도 어머니께 쪼르르 달려가 다리 뒤로 숨기 바쁜 은진이가 먼저 안아달라고 손을 뻗을 정도일까.
전에는 결혼 못한 것도 서러운데 아저씨란 소리까지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며 삼촌이라 부를 것을 강요하더니, 결혼 후에는 주름살 핑계를 대는 이 아저씨…….
‘나중에 애를 낳으면 또 그걸 핑계로 대겠지. 꼬부랑 할아버지가 돼서도 삼촌이라 불러달라고 할 거야 분명히.’
손에 동그라미가 잔뜩 그려진 수표를 꼭 쥐고 삼촌의 등목을 타는데 갑작스레 백발이 성한 할아버지께 삼촌이라 부르는 미래의 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절로 부르르 떨리는 몸.
조금 많이 징그럽다.
여기저기 서있는 경호원 아저씨들의 인사를 받던 삼촌이 고개를 돌려 왜 그러냐는 듯 짓는 뚱한 표정에서 자꾸만 그 그림이 떠오르는 건 괜한 우려일까.
“아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 베란다 문을 드르륵 여니 기다란 의자에 반쯤 누워 고개를 돌리는 아버지가 보인다.
“또 담배 펴?”
입과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가 신기해 몰래 피워보았다가 눈물 콧물을 쏙 뺀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절대 이해가 되지 않는 행위.
대체 무슨 맛으로 저 독한 연기를 뻐끔뻐끔 빨아들이는 건지.
하긴, 아버지가 즐기시는 술도 목구멍이 타들어갈 정도로 뜨겁고 쓴맛만 날 뿐 전혀 맛있다는 생각을 못 해봤다. 어머니가 가끔 촛불 두어 개 켜놓고 마시는 포도주 역시 떫고 신맛밖에 느껴지지 않고 말이다.
어른이 되면 나도 저렇게 술과 담배를 즐길 수 있을까.
아직은 거부감 이상을 주지 못하는 그것들을 자연스레 입에 대는 부모님의 모습에 신기함, 부러움, 괴리감 등 여러 감정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밖에 삼촌 왔어.”
“그래? 오늘은 좀 이른 시간에 왔네?”
담배 끝에 매달린 불똥을 재떨이에 비벼 끄며 커피 잔을 든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하신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내 주먹보다 작은 잔에 든 저 커피는 무척 깊은 맛을 갖고 있다. 구수한 원두 향에 이끌려 가끔 아버지 손에 들린 걸 빼앗아 마셔보지만 그때마다 입에 맞지 않는 씁쓸함에 절로 인상을 구기게 하는 그런 맛.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대체 무슨 맛으로 마시나 물어봐도 돌아오는 소리란 항상 ‘나중에 커서 남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두루뭉술한 대답뿐이다.
잔뜩 찡그린 눈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잔을 지켜보는데 어느새 다 마셨는지 ‘탁’하는 소리와 함께 잔이 바닥에 놓인다.
“아무튼 아빠 출근해야겠다. 우리 왕자님, 뽀뽀.”
“거긴 따가워서 싫은데…….”
“오늘은 안 따가울 거야.”
“면도 제대로 했어?”
“그럼. 우리 왕자님이 선물해준 면도기로 깨끗하게 밀었지. 봐. 뽀송뽀송하지? 빨리 뽀뽀해줘. 삼촌 기다리겠다.”
“어휴, 애기도 아니고 그렇게 뽀뽀가 받고 싶어?”
항상 우리 왕자님, 우리 왕자님거리며 애 취급하시는 아버지시지만 이럴 때는 오히려 아버지가 애 같다. 그래도 거부는 하지 않는 나, 면도까지 했다는 말에 순순히 발뒤꿈치를 들어 볼에 살짝 입을 댄다.
아니, 대려고 했다.
갑작스레 획 돌아가는 얼굴만 아니라면.
‘!!!’
“왕자님한테 뽀뽀를 받으니 힘이 불끈불끈 샘솟는데? 그럼 아빠 출근한다. 이걸로 친구들이랑 맛있는 것도 사먹고, 영화도 보고, 재밌게 놀다 와. 포경수술하고 나면 한동안 밖에 못 돌아다닌다? 하하하!”
출근 전 키스할 때 느껴지는 평소의 그 까칠한 느낌이 아니었다.
촉촉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달콤하면서도 씁쓸 텁텁한 맛이 입술에 감돌았다.
“아, 아빠!”
지금 느끼는 기분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11살은 친구들 사이에서 고추에 털이 났네 안 났네, 브라자를 했네 안 했네라는 대화가 심심치 않게 돌만큼 마냥 어린 나이가 아니다.
입술과 입술을 부비는 행위가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하는 애정행각이라는 것쯤은 오래 전에 뗐다는 소리며, 대상이 가족이라 하더라도 거북함이 느껴지는 시기인 것이다.
‘11년 순결이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가는구나. 그것도 남자한테… 하아…….’
충격이다.
한별이를 위해 고이 아껴둔 첫 키스가 이렇게 사라질 줄이야.
남성의 진한 화장품과 에스프레소 커피, 담배가 섞이며 만들어낸 오묘한 향이 코끝에서 사라지고, 입술에 남은 텁텁한 맛을 손등으로 비벼 없앨 즈음, 사건의 주역인 아버지는 나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은진이와 어머니께 음흉한 눈빛을 보이며 다가가고 계셨다.
은진이 이마에 침을 묻히더니 곧이어 어머니 입술까지 깊게 빨아들이는 아버지.
내 조숙함은 필시 아버지로부터 봐온 조기교육의 영향이 크리라.
한숨을 푹 쉬며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힌 하얀 수표를 꺼내 살펴본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삼촌이 준 것까지 합치니 삼십만 원에 이르는 꽤 짭짤한 돈이다.
마침 돈이 필요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생기는 돈, 오늘은 아무래도 운수가 좋은 날인가보다.
돈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고개를 드니 집밖으로 검은 차 두어 대가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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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학교 가.”
“병원 예약해 놓은 거 알지? 오늘은 정말 일찍 들어와야 된다?”
“오늘 인형데이야. 내일 해 내일.”
“이게 며칠 째야? 어제는 오늘 하자며? 안 되는 거 알… 으, 은혁아 가방은 가져가야지!”
포경수술.
여기저기서 대충 알아본 결과 고추를 덮은 살 표피를 잘라내고 그 안으로 구슬을 밀어 넣어 꿰매는 무식하며 지극히 비인간적인 수술이다.
지금 갖고 있는 고추로도 충분히 볼 일 다 볼 수 있는데 왜 이리 못 자르고 못 박아 성화란 말인가.
아침저녁으로 깨끗하게 씻어주는 그곳에 무슨 병균이 그리 바글바글 생겨난다고 기어이 수술을 시키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아저씨 학교가요!”
현관문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다급한 외침을 뒤로한 채 신나게 뛰어 기사아저씨가 세워둔 차 안으로 골인한다.
평소보다 일찍, 그리고 평소와는 다르게 서두르는 내 모습에 놀랐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기사아저씨가 입을 연다.
“은혁이구나. 오늘은 일찍 가네?”
“네. 아저씨 빨리요. 밟아요, 밟아. 고고고!”
“뭐가 그리 급해? 시계 잘못 본 거 아니야?”
어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는데 기사아저씨는 오늘따라 자꾸만 딴소리다.
뭐라 한 마디를 하려는 찰나 현관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게 보였다.
“아저씨! 일단 출발! 급해요!”
“원, 알겠다, 알겠어.”
키를 돌리자 육중한 차의 몸체가 부르르 떨리고, 몸이 뒤로 쏠리는듯하더니 곧이어 정원에 심어진 나무가 차창 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삐리리리♭♩♪♬
차가 정문을 벗어나기 무섭게 울리는 촌스러운 단음 벨소리.
액정에 떠있는 글자를 보니 어머니다.
‘또 수술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어쩌고저쩌고 한바탕 설교를 하시려 들겠지.’
정신없이 알록달록 오색 빛깔을 내뿜는 핸드폰을 살포시 무시하고 카세트를 자장가 삼아 가죽시트 깊숙이 몸을 묻는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조용하면서 슬픈, 그렇지만 너무나도 고운 음색에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니 절로 잠이 쏟아진다.
“은혁아. 학교 다 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몸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기사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 비비며 비몽사몽 정신이 붕 뜬 몸을 이끌고 차문을 열려는데 등교하는 친구들의 손에 뭔가 알록달록한 포장지가 하나씩 들려있는 게 시선에 잡힌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잔영.
‘아! 인형!’
왔던 길을 되돌아가 팬시점에서 인형을 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문방구에서 고르자니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학교 앞 문방구에서나 파는 싸구려 인형을 선물할 수는 없는 법.
열던 차문을 도로 닫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빤히 기사아저씨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왜 그래? 느, 늦었니?”
“아니요…….”
“근데 왜 그래? 학교가기 싫어?”
“그게 아니라요…….”
“그게 아니면?”
“그게 말이에요…….”
“답답하다. 무슨 일이야? 아저씨한테 말해봐. 들어줄 수 있는 거면 들어줄게.”
“정말요? 정말이죠? 약속!”
“그, 그래. 약속.”
떨떠름한 얼굴로 내가 내민 새끼손가락을 잡는 아저씨한테는 죄송스러웠지만 가장 중요한 인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말하라 했던 기사아저씨가 아닌가.
“오늘이 인형데이거든요. 좋아하는 애한테 선물하려는데 팬시점에서 인형 좀 사다주세요. 가장 큰 곰 인형으로요.”
“난 또 뭐라고. 알겠다. 가장 큰 곰인형이면 되는 거지?”
“네. 여기 돈이요.”
“됐다. 그걸로 여자 친구 밥이나 사주고, 있다 점심시간에 맞춰 오면 되지? 12시?”
“헤헤, 네. 감사해요.
피식 웃으며 교문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사아저씨의 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로 향한다.
1교시, 2교시, 3교시, 4교시, 5교시, 그리고 대망의 6교시까지 모두 끝났다.
약속대로 아저씨는 내 키만치 커다란 백색 곰 인형을 가져다주셨고, 친구들과 며칠 전부터 세워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야, 전부 주목! 오늘 음악실 청소 우리 반이 하란다. 복도 청소 맡은 애가 누구지?”
“한별이랑 현아잖아.”
“복도는 교실 청소하는 애들이 하루만 분담해주고, 한별이랑 현아는 음악실로 가. 9반 6교시 음악이었으니까 키는 따로 안 받아가도 돼. 무브무브! 빨리 끝내고 집에 가자.”
반장이 음악실 청소를 운운하는 그 시간 난 음악실에서 실제 청소를 맡은 옆 반 친구들과 정신없이 무대를 세팅하고 있었다.
“불 끄면 어떡해. 양초 아직 다 세우지도 않았어.”
“김준, 테이프 모자라잖아. 어서 끊어서 갖고 와.”
“씨발 이 풍선 묶은 놈 누구냐? 바람 다 빠졌잖아.”
“그냥 붙여. 원래 언밸런스한 게 예쁜 거야. 다 빵빵하면 멋없어.”
“종 울렸다. 서둘러. 이거 다 붙이기 전에 한별이 들어오면 좆된다.”
“성진아 니가 나가서 한별이 못 들어오게 시간 좀 끌어.”
“지금 양초 모양 만드는 거 안 보이냐? 니가 하트를 알아? 모르면 닥치고 있어.”
“까고 있네. 야야! 이성은! 뒤! 뒤! 아오, 장미 좀 밟지 말라고!”
“내가 밟고 싶어서 밟았냐? 이 새끼는 도와줘도 지랄이야.”
“도와주긴 개뿔. 그냥 넌 성진이 옆에서 라이터나 들고 있어. 아니면 한별이 못 들어오게 막든지.”
평소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아이에게 고백을 한다하자 자발적으로 도와주겠다며 발 벗고 나선 친구들.
도와준다는 걸 거부하기도 뭐하고, 혼자 준비하기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기꺼이 받아들였는데 후회와 실수란 단어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 행동에 불과했다.
쉬는 시간 내내 호들갑만 떨 뿐 진척은 없는 게 영 불안하기만 하다.
도와주러 온 건지 싸우러 온 건지 도통 구별할 수 없는 대화.
“야, 한별이 올라왔어! 멀었어?”
“딱 2분만 끌어라. 다 됐다. 야, 빨리 숨어!”
“불, 불. 불 꺼야지.”
“아니, 완전히는 끄지 말고. 병신아, 확 꺼버리면 피아노 어떻게 치라고? 눈 감고 치냐? 조명밝기만 어둡게 낮추라고.”
“맞다. 양초 불 켜야지. 야야야. 빨리 불붙여.”
“라이터 하나밖에 없어? 과학실에서 성냥도 좀 가져왔어야 하는데…….”
왁자지껄 떠들며 심지에 불을 붙이는데 음악실 밖이 소란스러워진다.
질질 끌리는 슬리퍼 소리와 하하호호 계집애들의 높은 웃음소리.
“이제 쉿! 한 마디라도 하면 너네 친구도 아니다.”
친구들 엉덩이를 차서 책상 밑으로 모두 숨기고 단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피아노에 앉아 그녀를 기다린다.
10, 9, 8, 7, 6…….
대화소리가 잦아들며 희미하던 발자국소리가 조금씩 선명해진다.
-뚜벅 뚜벅 뚜벅…….
그러다가 갑작스레 흐르는 정적.
발이 멈췄다.
멈춘 소리와 반대로 내 심장은 미친 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시작했고, 덩달아 가빠지는 호흡이 느껴진다.
심장이 터질듯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게 아닐까.
갑갑해진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을 몰아쉬려는 찰나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얼굴이 눈에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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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팔에 한 깁스도 깁스지만, 이상하게 소설을 올리려면 소설란이 마비되네요.
아무튼, 읽고 소감 한 마디와 함께 추천해주시면 3편은 더 재밌을 지도?
아, 안해주셔도 더 재밌게 써야겠지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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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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