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하지 못하고 잠이 든 이후 꿈속에서 그녀를 보았다. 긴 꿈을 꾼 듯 한데 기억나는건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나를 원망하듯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꿈속에서 난 울었다. 그녀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고 그녀를 몇 번을 불러보았던 것이 기억났지만 그녀를 만질 수도 잡을 수도 없었다. 무슨 말을 해도 했었던 듯 싶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GH이는 옆에서 내 팔을 껴안고 잠들어 있는 듯 싶었다.
목이 탔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었다.
물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가는길에 협탁의 핸드폰을 켜보았다.
‘맞다... 전화를 했어야 하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나면 SA는 정말 마지막으로 날 기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마음이 식기 전에 난 그녀를 잡아야만 했다.
물을 마시고 담배를 찾아 현관을 나섰다.
어스름이 새벽이 밝아오려 하고 있었다.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한참이 지나도 응답이 없었다.
두 번째 통화버튼을 누르고 응답대기가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는 순간에 종료를 눌렀다.
통화를 거부하는 것인가? 알수 없었다. 새벽이었기에 잠들어 있을수도 있는 것이었고, 잠에서 깨어 전화를 보고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심코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을수도 있을 것이었다.
궁금증은 더했지만 그렇다고 전화를 더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담배를 한대 피우고 나서 문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밤에 꿈을 꿨다. 네가 나한테 한 마지막 말한거... 꿈에서 다시봤다. 다른건 기억안나고 그것만 기억나더라... 궁금해서... 자는거 깨워서 미안해]

집에 들어오니 GH이는 화장실에 갔는지 침실에 없었다. 난 물을 한잔 마시고 이불속으로 파고 들었다. 이윽고 그녀가 나온다.
“담배피구 왔어?”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듯했다.
“엉... 깼어? 미안...”
“아냐.. 잘자 오빠...”
“GH이도 잘자...”
GH이는 잠옷속에 손을 집어넣어 자지를 움켜쥐어 본다.
“옆집갔다 온건 아니지?”
농담인걸 알고 있었지만 그리 기분좋은 농담은 아니었기에 그녀의 손길을 제지했다.
“갔다 왔으면 좋겠다 생각하는건 아니지?”
“으이그... 한마디도 안질라구...”
그녀는 손을 빼지 않는다. 나의 자지는 슬슬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녀의 다리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보지를 벌렸다.
“아파 오빠... 어제 했잖아...”
“못하게 하면 옆집 갔다 올거야...”
“에효...”
다리를 더욱 오므리고 돌아누워 잠을 청한다. 나의 잠옷속의 손도 빠져나온다.

짧은 아침잠을 자고 난 후에 눈을 떴을때 그녀는 밥을 하고 있었다.
“GH아!!”
“왜!!”
“일루 와봐...”
“왜?”
“일루 와봐...”
난 다리를 벌리고 불끈 솟은 나의 자지를 잡고 그녀를 기다렸다.
방문이 열리고 그녀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날 바라본다.
“뭐해?”
“아침에 이렇게 되믄 자기가 입으로 빨아주면서 깨웠으면 좋겠다 싶네...헤헤”
“밥은 누가하고?”
“밥이야 안먹어도 괜찮고...”
“오빠야 안먹어도 좋지만 난 먹어야겠거든?”
“암튼 입으로 빨아주면서 깨워줘...”
“뭐가 암튼이야... 언능 씻고 옷입고 밥먹어...”
“빨아줘...”
“으이그... 나 양치도 했는데...”
“뭐 어때 밥먹고 또 할거믄서...”
“알았다 알았어... 변태오빠...”
그녀의 입속으로 나의 자지가 들어갔고 알몸에 앞치마만 두른 그녀의 엉덩이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나의 왼편에 엎드려 자지를 빠는 그녀는 이따금씩 날 바라보며 눈을 마주친다.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던 나의 왼손은 그녀의 가슴과 보지를 번갈아가며 매만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그녀의 갈라진 보지속으로 파고 들었다.
“섹스는 안돼... 어제 해서 그런지 조금 아려...”
“...”
이런식일때마다 난 HJ를 생각했었고 그럴때마다 퇴근후 HJ를 찾았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오직 SA만 생각이 났다.
‘핸드폰!! 맞다 핸드폰... 문자가 와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펠라치오를 느끼며 난 손으로 그녀의 펠라치오를 돕는다. 사정을 하지 않으면 의심을 살지도 모르기에 난 왼손으론 그녀의 보지를, 오른손으론 그녀의 입에 다 들어가지 못한 나의 자지 밑둥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혀끝의 움직임에도 흥분했지만, 그녀의 보지를 만지며 눈을 감고 SA를 상상했다. 길게가지 못하고 그녀의 입안에 사정을 했다.
“읍!!... 으음!!”
그녀는 입을 가리고 욕실로 뛰어간다. 사정이후에 정액을 마셔주길 바라는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그냥 놔둔다.
“입에다 할거면 말이라도 좀 해...”
“숨소리 듣고 알아차릴때도 됐잖아... 바부..”
“오빠!!...”
“??”
“말좀 이쁘게좀 해... 배려좀 해주란 말야!!..으휴...”
그녀가 욕실에서 나오고 난 샤워를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아침식사가 끝나고 회사를 향한다.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진동으로 계속 울리고 있었지만, 그녀가 전철역까지 동행을 하기에 난 전화기를 볼수가 없었다. GH이는 나를 내려주고 차를 끌고 회사로 향했다. 플랫폼에 들어서서 문자를 확인했다.
[간밤에 보낸 문자... 못본걸로 할까?]
애매모호한 문자가 왔다.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회사를 가는 내내 문자를 생각했다. 중간에 HJ에게서 전화가 와서 GH이와 있었다는 말을 해주고 저녁에 보자는 말을 한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 문자만을 생각했다.
궁금증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쉽게 풀리지 않았기에 문자를 보낼수도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무슨 말인지 의미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퇴근시간이 될 무렵 난 끝내 무슨말인지 모른채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녀는 전화를 받아주었다.
“왜?”
“문자 봤어?”
“답장 보냈잖아... 못본거야?”
“그래서 전화했어... 무슨말인지 몰라서..”
“모를게 뭐있어... 문자 못본걸로 하는게 좋을 듯 싶어서 보낸건데...새벽에 전화도 하지 말고 문자도 보내지 말라고... 아!...새벽이 아니지 앞으로가 맞지...”
“그런거야?”
“그런거야...”
“만날까?”
“미친새끼...”
“욕좀 안하믄 안될까?”
“욕먹을 짓을 하잖아...”
“내가 뭘....”
“뭘?? 결혼할 여자 누군지 참...”
“만나서 밥이나 먹자...”
“됐구요... 집에 일찍 들어가서 마누라나 챙기셔...”
“결혼도 아직 안했는데 무슨 마누라야...”
“결혼해야 마누라야? 그럼 그여자가 오빠 말고 다른 남자 만나도 괜찮은거야?”
“뭐 어쩔수 없는거 아냐? 결혼하기도 전인데...”
GH이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상상만으로도 순간 흥분할 뻔 했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됐구 나 바빠... 전화끊어...”
“많이 바빠?”
“응 많이 바빠...”
“언제까지?”
“몰라...”
“전화해도 될까?”
“전화할때마다 내가 당신 마누라한테 전화해도 괜찮을까 먼저 생각해. 괜찮다 싶으면 전화하고...”
“진짜 바빠?”
“바쁘다고...”
“언제까지?”
“영원히 바쁠거야.. 그니깐 전화하지마!!”
“말하는 것하곤...”
그녀는 정말 바쁜 듯싶었다. 서류정리 하는 소리도 들리고 주변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전화를 계속 잡고 있을수록 그녀와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사이를 회복할 수도 있을 거라는 판단을 했지만, 눈치 없이 붙잡고 있는 것도 또한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바빠... 전화 끊어...”
끊어야 한다는 상황판단이 섰을때, 그리고 그냥 끊을 수 없다는 욕망이 겹쳐지면서 그녀에게 꿈속의 그말을 했다.
“사랑해...”
그녀는 그말을 듣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전화가 끊어질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녀는 전화를 끊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말에 대한 여운이 길수록 망설임은 길었고 그럴수록 더욱 확신이 들었다.
“끊을께... 주말쯤에 시간나면 술이나 한잔 더해... 전에 이야기도 못했잖아...”
“...”
“여보세요?... 들었어?”
“...”
“여보세요? 들었냐구... SA??"
"..."
"..."
마치 꿈속에서 아무리 잡으려 소리쳐 봐도 들리지 않았던 것 같은 그런 정적이 흐른다.
전화기 반대편쪽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같은 서울의 한 곳인데 전화기의 전파를 타고 가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주 어딘가 알지도 못하는 곳에 그녀가 있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끊을께...”
“그래...”

GH는 내게 야근을 해야 하는 바람에 집에 늦을거란 문자를 남겼고 SA와의 통화를 통해 나에대한 그녀의 미련을 알수 있었기에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HJ의 집으로 들어섰다.
“자기 왔어?”
“응”
“어제 옆집에서 잤지? 새벽에 담배피러 가는 소리도 다 들리고...”
“그랬어? 알면서 뭘 물어보고 그래?”
“새벽에 누구한테 전화한거야?”
“무슨전화?”
“전화하는거 같던데...“
“아니야...”
말은 그렇게 둘러댔지만 속으로는 적지 않게 놀랐다. 새벽에 내가 나간 것을 알았다는 것도 놀랄 일이었지만, 전화하는 모습을 예상했다는 것은 의외였었다. HJ는 가끔 나의 전화기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기에 핸드폰에 잠금장치를 켜놓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먹구 싶은거 없어?”
샤워를 하는중에 HJ가 물어본다.
“밥 안했어? 먹고싶은건 별루 없다...”
“고기 먹을래? 아빠가 낮에 고기 갖다 주셨어... 오늘잡은 고기라고...”
고기...
도축업을 하는 그녀의 아버지는 엄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사위라고 도축을 하는 날이면 빠짐없이 고기를 날라주셨다. 그런데 그 고기라는 것의 양이 약간 황당할 정도로 많았다. 한우를 잡는 날이면 등심, 안심은 물론이거니와 토시살(?), 살치살(?), 치마살(?) 등등의 소위 한 마리를 잡으면 얼마 나오지 않는다는 부위의 고기들을 조금씩 부위마다 일부분씩 한보따리를 가져다 주셨다. 그러는 바람에 매일 냉장고가 한가득 고기로 채워지곤 했다.
워낙 육식을 즐기는 성격이라 그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냉장고에 남아도는 고기를 볼때면 이만큼 내딸을 더 사랑해달라는 아버님의 말을 듣는 것처럼 부담감이 밀려들때도 있어 냉장고문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 그럼 오늘은 고기에다 와인한잔 하지 머...”
“응... 부위는... 음...”
“부위는 무슨 부위야... 보면 아냐? 그냥 잡히는대로 구워 이집에 그 고기 구별할 사람 없으니까...”
안타깝게도 실제 사실이 그랬다. 부위별로 갖다 주시는 고기였지만 그 고기마다 이름을 써 놓는 것도 아니었고 냉장고에서 보관되어지는 그냥 서로 다른 소고기일 뿐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그다지 육식을 즐겨하지 않았고 나 또한 싼 입이라 그냥 고기면 다 좋다 하는 성격이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이름 모를 부위의 소고기가 전기그릴에 익어가고 있었고 식탁에는 와인과 소주가 같이 나와 있었다.
“소주 먹을래? 와인 먹을래?”
“와인 먹고 소주 먹자... 어차피 넌 와인 좋아하니까...”
“그래... 히”
그녀는 소주를 거의 할 줄 몰랐다. 소주 반병에 정신을 놓아 버리는 타입이었지만 와인은 줄곳 마셔왔었는지 한병 가까이 먹는 경우도 있었다. 그녀를 사귀면서 와인바를 처음 갔었을때 그녀가 주문한 와인에 까버네소비뇽이라고 쓰여있는게 난 제품 이름인줄 알았다. 아마 지금도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섹스를 위한 행위를 제외한 모든 것은 그녀에게 맞추었다. 집을 꾸미는 것이라든가 쇼핑이라든가, 집안의 살림에 관한 모든 것들, 청소를 하는것, 섹스를 한 이후라도 설거지를 하는 것 등등의 것들을 도맡아 했다. 나름의 배려 아닌 배려 같은 것이었다. 그녀가 나를 위해 인생을 포기한 것에 대한 보상 같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후에 생각해보니 네명의 부인들에게 모두 그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