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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43 1,296회 0건

11. 비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진수의 발걸음은 너무나도 가벼웠다.
선생님도 자신을 제자가 아닌 한 남자로써 사랑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뻣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그것이 진수를 들뜨게 했다.
거기다가 이제 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생활 할 수 있다는 것이 진수를 더욱더 기쁘게 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진수가 엄마에게 그 사실을 말씀드리자,
엄마는 대환영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 댁에 있으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생활도 많이 건전해진 진수를 보고,
엄마는 돈이 얼마가 들던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더 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던 터 였다.

“선생님 이거 너무 고마워서 어쩌지요...”
“아니예요...진수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니 저도 뿌듯하네요...”
“이거 얼마 않되지만 진수 생활비 쪼로...”
“아니예요...어머니...이럴려구 그런거 아니니까 넣어 두세요...”(너어둬~ 너어둬~ 왜 이말이 생각났을까?...ㅡㅡ;)
“아니예요...이러면 제 마음이 편칠 않아요...”
“우리 모녀는 오히려 여자만 살다가 진수가 있어서 마음이 얼마나 든든한데요...”

선정이 한사코 사양했지만 진수 엄마는 봉투를 놓고 황급히 자릴 피했다.

그주 토요일 진수의 간단한 이사가 끝나고 환영파티가 있었다
진수와 선정은 서로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뻣고,
민주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같이 보낸다는 사실이 들뜨게 만들었다.

이렇게 들뜬 세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선정의 보호아래 나이트를 갔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들뜬 기분을 마음껏 몸으로 표현하던 세사람...
조용한 부르스 음악이 나오자 선정은 어쩔 수 없이 민주에게 진수를 맞기고 자리로 돌아왔다.
진수도 선생님의 뜻을 알고 민주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리로 돌아온 선정이 몸에 흐르는 땀을 시키고 있을 무렵,
누군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선생님...”
“누구?...어?...넌?...상필이?...”
“네...안녕하셨어요?...”

오는 2월에 졸업하는 선정의 반 제자 조상필이 선정의 앞에 서 있었다.
모범생인 상필이를 이런 곳에서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선정은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너...어떻게 이런대를?...”
“헤헤...이번에 같은 대학 들어간 친구들끼리...근데 선생님도 이런데 다니세요?...”
“어...어...우리 딸이랑 오랜만에...”
“그렇구나...선생님 제 술 한잔 받으세요...”

딸이랑 같이 왔다는 말에 상필이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상필이가 처음 민주를 만난것은 여름방학때의 일이다.
선정이 학급일 때문에 집으로 상필이를 대려온 것이다.
처음 민주를 대한 상필은 민주를 짝사랑하게 됐고,
민주를 만나기 위해 선생님에게 잘보일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민주와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는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요즘은 그냥 아는 오빠동생 사이로 가끔 전화나 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같은 대학에 들어간 동창끼리 화합을 도모할 겸 술한잔 하고 나이트를 왔는데,
그곳에서 담임선생님을 만났던 것이다.
혹시나 했는데 민주와 같이 왔다는 말을 듯고 상필은 뛸 듯이 기뻣다.

한편 선정은 제자와 이런 곳에서 만났다는 것이 조금은 쑥스럽게 만들었다.

“근데...민주는...”
“으...응...”

그때 무대에서 민주와 진수가 돌아왔다.

“오빠?...여기 왠일이야?”

민주가 왠 남자와 같이 오자 상필은 의아해 했다.

“어...그래 오랜만이다...근데...옆에...”
“응...내 남자친구야...”

순간 상필의 미간이 약간 일글어 졌다.

‘어디서 많이 보던 놈인데...’

“진수야 인사해 선생님 반 제자야...올해 졸업해...
여긴 우리학교에 다니고 올해 3학년 올라가는 이진수라고 하고...”
“아...안녕하세요...”
“어...그래...반갑다...”

서먹서먹해진 분위기에 네 사람은 서로 신경전을 벌리듯 아무말이 없었다.

“뭐야...이 썰렁한 분위기는 우리 다같이 나가서 춤추자...”

민주가 세사람은 끌고 무대로 나갔다.
민주만 신이 나서 춤을 추고,
세사람은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부르스 음악이 나오자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선생님 저랑 한곡...”

선정은 마지못해 나가는 듯이 진수의 손에 이끌려 나가고,
상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민주는 진수가 자신들과 어떤 인연으로 만났으며,
그동안 자신의 집에서 살았던 일들...
그리고 이제 같은 집에서 살기로 했다는 얘기들을 상필에게 해 주었다.

얘기를 듣던 상필은 민주와 조금이라도 더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아까부터 참아온 오줌보가 터질듯했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갔다.
나오는 길에 상필은 만일을 위해 무대위에 있을 선생님을 찾아봤다.

‘어?...어디있지?...벌써 들어가면 않되는데...’

하지만 자리에는 민주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시 무대를 찾아보던 상필의 눈에 진수의 얼굴이 들어왔다.

‘저기 있었구나...휴...다행...어?...’

위치를 확인하고 자리로 돌아가려던 상필의 시선에 이상한 장면이 보였다.

‘저 놈...아까 그놈이 아닌가?...’

하지만 자세히 보니 등을 보이는 여자는 분명 선생님이 분명했다.
둘은 마치 자리에서 않보이게 하려는 듯 기둥 뒤에 있었는데,
문제는 진수라는 친구의 손이 선생님의 치마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놀란 상필은 눈을 의심하며 다시 자세히 쳐다봤다.

‘헉!...’

그때였다.
둘은 엉겨붙어 키스까지 하고 있었다.
남자의 손은 여전히 선생님의 치마속 엉덩이를 주무르는 듯 했다.

‘저...저...저럴수가...분명 우리학교 학생이라고 했는데...
거기다가 민주의 남자친구라고 했는데...’

상필에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아온 선생님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날라가는 순간이었다.
다음 순간 상필을 다시한번 놀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아니 선생님이 손을 아래로 내려 남자의 옷위로 자지를 주무르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둘의 키스는 계속 되었다.

상필은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머...머...뭐지...선생님이 저런 여자였다니...’

신나는 음악으로 바뀌자 둘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리로 들어갔다.
상필은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리로 가 봤다.

“오빠...어디갔다 이제와?...”
“으...응...친구들한테 갔다가...”
“대학 들어간거 축하한다 상필아...”
“고...고맙습니다...”

상필은 술을 마시면서 계속해서 셋의 관계를 유심히 지켜봤다.
민주가 있는 곳에서는 그 학생과 선생님은 서로에게 아무말도 없이 무신경해 보였다.

‘그렇구나...민주는 이 사실을 모르는 구나...그렇다면...’

누군가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됐다는 사실이 이렇게 흥분된 일인지 상필은 알지 못했다.
뭔가를 심각하게 생각하던 상필이 진수를 살짝 불러냈다.
밖으로 나온 상필이 진수에게 담배를 권했다.

“담배...피지?”
“네...”
“민주 남자친구라고 했지?...”
“네...”
“나...실은 예전부터 민주...짝사랑하고 있었어...”
“네?...왜 저한테 그런 말씀을?...”
“니가 좀 도와 줬으면 해서...”
“지금 무슨 소릴하는 거죠?...뭘 도와달라는 거죠?...”
“너 민주 정말 사랑해?...”
“선배님 자꾸 이상한 소리 하실거면 전 이만...”
“나...아까 너희 년놈들이 하는 짓거리 다 봤어...”

순간 진수는 등골이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서...설마...’

상필이라는 선배는 연이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지...지금...무슨소리 하는 거예요?...”
“그래?...내 입으로 민주에게 말해줄까?...”

진수는 선배의 입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말이 않나오길 바랬다.

“참 세상 말세야...스승이란 년이 아들뻘 되는 제자와 놀아나고...”

순간 진수의 몸이 굳었다.

“민주만 불쌍하지...앞으로 같이 살면서 민주 모르게 지랄들을 하겠지...인간 말종같은 것들...”

진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너희 년놈들이 빠구리를 하던 지랄을 하던 난 상관않할게...
내가 원하는건 단지 민주 뿐이야...
혹시라도 나중에 민주가 알면 당할 고통 같은건 생각해 보지도 않았겠지?...
차라리 민주와 내가 사귀게 도와주고,
나중에 민주가 없을때 뭐든지 하고 싶은데로 해...”

상필은 거기까지 말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남은 진수는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어떻하지...선생님에게 말할까?...아냐아냐...그렇게 되면 나와 연을 끊자고 할지도 몰라...
내가 아무리 좋아도 어디 자기 자식인 민주와 비교나 되겠어...‘

진수는 뭘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렇게 밖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있자 누군가 뒤에서 불렀다.

“진수야...”

민주였다.
그리고 그 뒤로 선생님과 선배가 따라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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