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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13 782회 0건

"저기 인짱."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에루짱 말인데...옛날부터 궁금했던 게 있어. 왜 그렇게 된 거야?"

‘...그런 건 말로 할 수있는 게 아니야."

"하긴, 그렇기도 하겠다. 그런데, 에루짱하고는 어떻게 만나게 됐어?"

"악마의 농간이지 뭐."

"엇!! 에루짱, 언제 와 있었어?"

"...뭐가 악마의 농간이냐, 에.루.짱"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 - )가 그렇게 말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인! 네놈이 그렇게 부르는 건 징그러워서 못 견딘다!"

"...넘겨보지 마라, 여긴 내 꽃밭이다"

"흥, 넘겨보기에는 너무 높아서 못 넘겨본다. 그나저나 지금이 몇 신 줄이나 아냐?"

"모른다."

"응, 난 알아 에루짱. 2시 10분!"

"알면 왜 그러고 있는거야, 침대에서 다 벗고!!"

"헤, 오늘 나 스케줄 텅 비었거들랑!"

"인!! 너도 너다! 할 일이 그렇게 없냐?!!"

"너랑 나랑 백수잖아. 있었냐? 여긴 우리 공간이 아니야."

"...그렇군."

"저기~에루짱! 나 지금 인짱이랑 레슬링 한판 더 하려고 하거든?! 관전하고 싶으면 관전해도 돼~!"

"...훔쳐보기는 내 취미가 아니야. 그나저나 전적이 어떻게 돼?"

"웅~지금까지 10승 10패! 동점이야! 이번 판이 마지막이야!"

"흥, 그럼 한번 봐주기로 할까, 마지막 승부를?"

"난 관객이 있으면 잘 못해. 더더군다나 잡상인은 출입금지야."

"에잉, 그러지마 인짱."

"아니야, 저 놈은 못 믿어, 저놈은..."

"자, 그럼 간다 인짱!!"

"야, 야!! 야!!! 자, 잠깐 기다...우욱!!"

==========================================

"무슨 생각이냐."

"뭐가 불만이지?"


목궁 안의 커다란 홀에서 에루틴지스는 안락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누군가가 벽에 기대 서 있었지만, 그림자에 가려 그 사람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이리릴Yllil. 이리릴이라는 것"

"별 것 아니다. 그냥 난 재수없는 놈들이 싫을 뿐이고, 그런 놈들 중 하나를 해치우다 보니 어쩌다가 구하게 된 것 뿐이다."

"네가 방금 꾼 꿈도 어쩌다가 꾼 건가"

"...아름다운 날의 추억빛으로 가득 찬 날의 기억의 파편이 내 뇌리에 남아있는 것 정도는 이상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네 머릿속은 아직도 그 기억이 다 남아있어. 파편 정도가 아니다."

"니아라그...인정한다. 나는 그 여자아이의 모습에서...어느 순간 그녀의 모습을 보았어. 니아라그...너도 알지 않나"


그림자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온다. 천천히 걸어나오는 그의 모습은, 머리카락 색이

푸른 것부터 에루틴지스를 완벽하게 닮아있었다. 단지 니아라그가 좀더 젊고

과묵해 보이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나는 네 아바타다. 본체의 모든 것은 나에게 그대로 이어진다...그래...난 그녀의 모습에서, 이루이를 보았다. 그녀의 아바타인, 이루이를"


에루틴지스는 술병을 입에 대고 그대로 들이켰다. 술은 그대로 그의 목구멍으로

빨려들어가며 목구멍을 화하게 만들었다.


"미안하다...널 혼란된...혼란된 존재로 만들어서"

"미안할 것 없다. 난 네가 없으면 만들어지지도 못했다. 그리고원망하는 마음같은 것은 없다. 이루이와의 아름다웠던 시간으로, 충분히 나는 너에게 감사하며 인내할 수 있다, 지금의 고통은."

"고통이라고 생각하나..."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맞는 말이다."

"둘 다 뭐 하는 거야?"


미라슈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니아라그는 창문으로 나가며 말했다.


"그럼 난 이만."

"아, 그러도록."


미라슈는 창문 위로 사라지는 니아라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에루틴지스를 바라보았다.

에루틴지스는 술병을 미라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너는 묘하게 니아라그를 경계하는 것 같더군."

"그렇게 보였나?"

"크크큭...하긴, 니아라그는 어디서나 시선을 끄는 녀석이지, 나 처럼."


에루틴지스는 큭큭대며 술을 들이켰다.


"미라슈...너는 이리릴에게서 무엇을 느꼈지?"


그러자 미라슈는 뒤로 홱 돌아서며 천천히 반대쪽 복도로 걸어 나갔다.


"무시당했군, 크크큭"


다음 날 아침 아키메데는 일찍 일어났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으니까.

이 궁에서의 잠은 너무나 깊고, 또 동시에 너무나 편안하여 2시간 정도만 자도 머리가 맑고

정신이 밝았다. 생각 같아서는 이 경이로운 목궁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에루틴지스의

경고가 떠올라 그와 같이 움직이지 않는 한 밖으로 나갈 자신이 없었다.

이 귀빈실만이 귀빈들에게 허용된 유일한 세이프 존이었던 것이다.


"이보게 고르소..."


아키메데는 고르소를 향하여 말을 걸었지만, 고르소는 깊이 잠에 빠져 깨어날 줄을

몰랐다. 그것으로 보아 고르소의 피로가 평소 얼마나 극심했는 지 예상할 수 있는

아키메데는 그가 계속 잠을 자게 내버려 두었다.

그 때였다.


"니, 니아라그 님...이러시면...아학"

"니아라그 - !!"


분명히 낮에 에루틴지스가 말했었다, 나는 "니아라그" 이기도 하다고.

소리는 창문 밖 야외에서 들려왔다. 아키메데는 고개를 살짝 밖으로 내밀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니, 니아라그 님...전...하아악!!"


여자 쪽은 바깥 숲속의 나무에 묶여져 있었다.

묶여져 있다고 해도 손목만을 묶은 것이기에, 여자가 저항을 하려면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기분내기에 지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아악...아, 안돼요, 그 나무는...하아악!!"


여자 쪽은 아직 이십 세도 되어 보이지 않는 귀여운 얼굴이었지만,

그 몸은 이미 성숙해 있었다. 커다란 유방과 이미 색을 아는 피부, 그리고

발달한 대 음순. 수 없이 농락당하고 거칠게 다뤄진 흔적들이었다.

니아라그라 불리우는 사내의 모습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6피트가 조금 넘는 키에

후드를 쓰고 있었다.


"왜 그러나, 이뮤자크? 이런 건 에루틴지스의 취향이지, 내 취향이 아니다. 그리고 넌 내가 전담하는 최상층의 노예가 아니던가? 또한 에루틴지스는 그러지 않았던가? 우리 "관리자들"은 노예에 대해 공유권을 가진다고. 내가 이러는 것도 엄연한 권리다. 이 우든 에머랄드에 대해서도 이미 말하지 않았나, 뽑고 싶다면 뽑아도 좋다고. 다만 상품훼손은 용납 못 한다고."

"하악...그렇지만"


이뮤자크라 불리우는 여인은 길게 기른 갈색머리를 흔들어 대며 니아라그의 애무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아키메데는 멀리에서 보고 있었기에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이뮤자크라는 여인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다만 지금 그에게 궁금한 것은

그 여인이 아니었다. 니아라그였다.


"하아악!!"


니아라그는 거친 손길로 이뮤자크의 몸에 붙어있는 우든 에머랄드를 뿌리 채 뽑아내었다.



- 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에 아키메데는 창문 틀을 붙잡으며 공포에 몸을 떨었다.

굉음 뿐 만이 아니었다. 곧 이어 목궁에서 엄청나게 거대한 뿌리들이 튀어나오며

니아라그와 이뮤자크를 향해서 빠르게 튀어나갔다. 아키메데는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이제 곧 저 둘은 죽을 것이다. 나무의 분노를 사 죽을 것이다.


"어리석은 나무들이여!!! 나무에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안개들이여!! 나에게 저항할 텐가!! 크리에이터의 권한이 깃들어 있는 내게 저항할 텐가!!"


아키메데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후드 아래로 드러난 니아라그의 머리카락은

에루틴지스의 청발과 같은 색이었다. 다만 다른 목소리로 구분 될 뿐이었다.

아키메데는 황급히 창문에서 물러나 침대에 다시 누웠다.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이 니아라그와의 일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했다.

어차피 그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존재가 이 목궁안에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모를 리가 없다. 그리고 자신이 내일 이런 질문을 해 오리라는 것도

알고 있을 터다.



아침이 되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다. 어서 에루틴지스에게 물어봐야 한다,

니아라그와의 관계를. 처음은 그저 왕의 명령이었지만, 이제 자신이 끌리고 있었다.

자신이 에루틴지스의 매력과 고고함에 반하고 만 것이다.


"간 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사절단 여러분."

"네, 덕분에."


고르소의 얼굴은 어제와 완전히 달라져 보였다. 힘없이 축 쳐져 있던 풍성한 수염은

윤기가 흘렀으며, 창백했던 얼굴에는 생기가 감돌았다. 구부정했던 허리도 다시

곧게 펴졌고, 눈에는 총기가 흘러넘쳤다.


"아스틸레지안의 공기는 물리치지 못하는 질병이 없으며, 쫓아내지 못하는 피로가 없죠. 자, 그럼 아침 식사를 하실 시간입니다."


아키메데는 에루틴지스의 교묘한 접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의 태도는 언제나 건방져

보이지만, 실제 뭐가 건방지다고 집어내려고 하면 집을 수 없었다. 그것은 "건방"이라는

것에는 허풍이 들어있지만 그가 그들을 깔 보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기 때문일 터다.


"아키메데 님."

"네."

"물어보실 것이 있으시지 않은가요?"

"니아라그라고 하시는 분과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습니다만, 지나친 결례가 아닌가 하여서"


어느 새 의자를 타고 식당을 향해 올라가는 와중에 아키메데는 그렇게 말하였다.

그러자 에루틴지스는 빙긋이 웃으면서 의자의 방향을 돌려 아키메데를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아키메데는 에루틴지스가 쏘아보는 눈빛에 전날과 같이 압도당하는

것을 느꼈다.


"니아라그는 나 일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니아라그일 수 없습니다. 전체집합 U 에 속하는 부분집합 P의 원소는 U의 원소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U의 원소는 P의 원소라 할 수 없지요."

"알겠습니다."


잠시 에루틴지스의 눈빛에서 아키메데는 무언가 이상한 감정을 읽었다. 그의 눈은 자신을

자세히 재어보고 관찰하는 눈빛이었다.


"고르소 님, 잠시 먼저 가 있으시겠습니까? 저는 아키메데 님과 조금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게 있어서 말입니다."

"아니전"

"고르소 님, 괜찮으시겠지요?"

"네, 뭐 문제 없습니다만."

"감사합니다. 아니트가 섭섭하지 않게 대접해 드릴 겁니다, 원하시던 대로."


그의 말에 고르소의 어깨가 움찔하는 것을 아키메데는 볼 수 있었다. 어제부터

고르소는 아니트의 도발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버렸던 것 같다.

그것을 이 존재는 눈치 챈 것이다.

이윽고 아키메데와 에루틴지스의 의자는 식당이 아닌 다른 곳에 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목궁의 여느 방과 마찬가지로 장식이 없고 나무줄기들이

벽을 이루고 있는 방일 뿐이었다.


“아키메데님...나는 어제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 기백과 능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당신같은 사람이 인간으로만 머물러 있는 것...그것은 마치 번데기 속에 들어있는 나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내게 무엇을 바라시는 겁니까?”

아키메데는 약간은 두려움에 떨며 에루틴지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은 자신을 내려다 보며, 좀더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무언가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확실히...설마 그게 들킨 건 아니겠지...

...

...

아니...아니다. 상대방은 인간을 훨씬 초월하는 존재...그런 존재가 자신의 이런 술법 따위 못

읽었을 리 없다...

“네. 처음 만나뵈었을 때부터 당신의 그...외피술은 이미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그 호방한 가죽 아래 감추고 있는...진정한 모습까지.”

아키메데는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곧 한숨을 쉬고는 손을 오므려 이상한 모양의 수인을 취했다. 잠시 후 그는 눈을 부릅뜨고 주술을 해제했다.

‘검 - 교 - 연 - 접. 해!’


쉬이이이이 -


그 밑으로 드러난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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