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
츠카사와 카오리의 고난은 한 동안 이어지겠군요;;
하지만 당당하게 성장한 츠카사의 모습을 독자분들은 알고 계실테니;;
그나마 좀 덜 걱정할 수 있지 않을까;;
억지를 부려보는 작가입니다만 ㅜ.ㅜ
끄...응...요즘 바쁘네요, 많이 ;;
이번 편을 기점으로 안 그래도 느린 연재가 더 느려지게 생겼습니다;;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얼마 안 되는 독자분들에게 더욱 더 죄송하게 생겼습니다 ㅜ.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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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으응...윽...으윽...허억!!”
땀에 절어서 몸부림을 치던 츠카사는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이제 새벽 두 시도 채 안 된 이른 시각이었다. 하지만 츠카사는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고, 잠을 다시 자고픈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눈앞에서는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는 아마치의 얼굴만이 어른거렸다. 잠을 자면, 또 다시 그 악마가 나타날 텐데.
그래...지난 밤, 자신과 카오리는 분명히 분별없이 달려드는 짐승들에 의해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질의 파열은 그 정도가 상당히 심해서 도저히 집에 멀쩡히 돌아갈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자 덜컥 겁을 집어먹은 녀석들은 허겁지겁 아마치를 불렀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나타난 아마치는 자신들의 부적을 조정했다. 아마...부분 해제술이라고 했던가?
‘부적의 일부분만 조정함으로써 이렇게 묘족의 힘은 돌려주지 않은 채 회복기능만 되살릴 순 있어. 자, 봐봐. 상처가 나아가는 게 눈에 보이잖아? 어랏? 흐흠...거 참 신기한 걸, 처녀막은 재생이 되지 않다니...“
추잡스러운 인간, 더러운 인간, 짐승같은, 아니 짐승! 츠카사는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이가 바득바득 갈리는 것을 느꼈지만, 동시에 똑같은 두려움도 느껴야만 했다. 아마치는 단순히 악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치밀하고 똑똑했으며, 능력이 있었다.
묘성곡을 대대로 다스리고 주도해 온 미츠루 가문은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아무리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라 할 지라도 성으로 불리지 않고 이름으로 불렸다. 미츠루가 한 두 명이 아닐 진데 ‘미츠루’ 라고 부르면 누가 누구인지 알 리 없잖은가. 그러나 딱 한명, 미츠루 가에서 ‘미츠루 상’ 내지는 미츠루라는 성으로 불릴 수 있는 사람은, 미츠루 가문의 가장이었다.
비록 지금 미츠루 가문의 지배가 민주적으로 바뀌었다고 하나 미츠루 가문의 가장은 곧 묘성곡의 지배자를 뜻했다. 묘성곡의 지배자는 정부와의 계약에 있어서 주도권을 발휘했고,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가장에 가장 근접한 세력자가 바로 현 가장 아치바의 첫 손자 미츠루 아마치였다. 아마치가 단순히 혈연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 라고 생각하지 마시길 바란다. 아마치는 능력이 있는 악인이다. 정말로 똑똑하고, 정말로 능력있고,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를 수도 있는.
부적술의 천재, 미츠루 아마치. 이미 다섯 살 때 스스로 부적술에 관한 기본적인 책을 읽은 후 황지로 부적을 만들어낸 천재. 부적술에 맹진한 지 어언 12년 이 지난 지금, 그의 부적술은 과거 그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스스로 개발해 낸 부적만으로 전투한다 쳐도, 미츠루 아마치를 이길 자는 거의 없을 터지만 그는 체술 또한 완벽에 가깝게 체득하여, 가히 괴물로 불리우고 있었다.
그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동급생은, 사촌지간인 미츠루 료헤이. 쾌활하고 말이 많은 - 타고난 악을 가리기 위해 - 아마치와는 반대로, 료헤이는 말수가 적고 잘 웃지도 않았다. 아무도 료헤이가 큰 소리로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씨익, 하고 입을 올리는 게 다 였던 것이다.
또한 료헤이는 부적술에 관해서는 하나도 알지 못했다. 선천적으로 부적술의 조작법과 맞지 않는 기의 흐름을 타고 났기에 부적술에 관해서는 알고 싶어도 알지 못하는, 심지어 사용조차 못하는 체질이었던 것이다.
그런 료헤이가 일족 최고의 요원 중 한명으로 대접 받을 수 있게, 아니 일족 최고의 천재 두 명 중 한명으로 대접받게 된 것은 타고난 노력도 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강뢰’ 의 술법. 료헤이는 아마치의 부적술과 비등하게 겨룰 수 있을 정도의, ‘자가발전’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부적술은 주변의 기를 복잡하게 얽고 夏?하나의 효과를 나타나게 하는 것. 컴퓨터의 내부에 있는 연산 칩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료헤이의 ‘강뢰’ 는 그것을 다 망가뜨려 버릴 정도로 강했다. 그렇다고 해봐야, 금묘의 능력의 아류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츠카사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생각이 료헤이에게까지 미치자, 더욱 더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료헤이...세 살 위의 사촌. 언제나 말이 적지만, 묘족 중 그 누구보다도 자신과 카오리에게 다정한 사람.
찌르르 - 찌르르 -
정말 잠이 오지 않은 츠카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그머니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고요한 묘성곡의 초가을 - 귀뚜라미 울음소리만이 가끔 들려올 뿐이었다. 외진 산골에 위치한 묘성곡이기 때문에 하늘 또한 맑아, 헤아릴 수 없을 만치 많은 별이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서 자라난 츠카사는 그것이 은혜라는 사실을 아직은 알지 못하고 있다.
‘...이제 내일부터는 어떻게 되는 거지...’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다, 아마치가 이대로 놓아줄 리 없다는 것을. 아마치는 자신에게 노예로써 충성하라고 했으니까, 노예는 그런 거니까...
‘걷기...힘들고...이상해...’
츠카사는 자신의 몸에 지금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들의 신체 능력이 인간 소녀정도로 유지되게 만들어진 부적. 그 부적 덕분에, 지금 츠카사의 감각 반경은 예전과 비교했을 때 그녀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인간으로 치자면, 눈이 멀고 귀가 마비되고 피부가 벗겨진 것과 다름없는.
하지만 그녀를 지금 가장 괴롭히고 있는 것은, 다리 사이의 느낌이었다. 으레 첫 경험의 경우, 여자들은 남성 성기가 계속 자신의 다리 사이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어린 나이에, 그것도 굉장히 무리를 해서 첫 경험을 치른 츠카사는 지금 걸을 때 마다 심한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흐윽...”
그럴수록 오기가 생겨 걸음을 억지로 떼보는 츠카사지만 결국 바위 위에 털썩 걸터앉았다. 첫 경험 후의 아픔은, 일면은 심리적인 것. 아무리 몸이 치유되었다고는 하나, 츠카사의 뇌가 기억하고 있는 그 공포와 그 두려움이 크면 클 수록 아픔도 계속 된다.
‘이제...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집에 돌아와서도, 할머니와 부모님의 눈을 피해 재빨리 방에 들어가 이불을 펴고 잠에 들었다, 혹시나 눈치 채실까봐. 강간을 당했다고, 성폭행 당했다고 말해야 당연하건만...
‘그 비디오 때문에...’
사실 카오리와 츠카사가 그런 행동까지 하게 된 것은, 사실 그 둘에게는 전혀 잘못이 없었다. 오히려 묘족들의 잘못이다. 아무런 죄가 없는 어린 애들을 마치 살인범 대하듯 대하며 저 멀리 나가 있으라고 하는 이 맹목적인 대중들. 그런 대중들에 의해 따로 떨어져 나간 카오리와 츠카사.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면서, 서로 피해자 의식을 공유하게 되면서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부모님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할머니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료헤...이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그건,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다, 생각하는 것 조차 끔찍한...
“이런 곳에서 뭐하는 거야?”
“꺅!!!”
츠카사는 뒤 쪽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일어서다가 발이 엉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아야...”
“아, 미안해. 괜찮은 거야?”
료헤이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도 이 야심한 밤에 산책을 하다가 츠카사를 발견하고는 말을 건 것이다. 츠카사에게 봉인 부적이 붙어졌다는 걸 깜빡한 그였기에 츠카사가 자신을 감지했으리라 여겼던 것이다...지금의 츠카사는, 묘성곡 안쪽에서는 인간의 시력으로도 근시에 가깝고, 소리도 잘 안들리는 상태인데.
“...저기...료헤이?”
그제서야 료헤이는 츠카사에게 봉인 부적이 붙여졌다는 사실을 상기해 내고는, 츠카사의 귀 옆에서 큰 소리로 말을 했다.
“괜-찮-은-거-야!!”
“...그렇게까지 크게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아...그런가?”
멋쩍게 머리를 긁는 료헤이를 보며, 츠카사는 입을 꾹 틀어막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런 츠카사를 보며, 료헤이는 그냥 씩 웃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봉인 부적 이야기는 들었는데, 괜찮은 건가?”
“괜찮아요. 마을 안에서는 거의 빈약소녀 정도 밖에 못 되어서 문제지만...앞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고.”
“정도가 심한 것 같아. 뭐하면,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려서 한번 바꿔 볼게, 부적의 강도.”
“그래주시면 고맙죠.”
츠카사는 빙긋이 웃으면서 료헤이를 바라보았다. 료헤이...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촌. 료헤이는 다른 사촌이나 묘족들과 달리 자신을 피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될 수 있으면 자신에게 많이 말을 걸려고 했다. 그래봤자 그것이 동정심의 발로 이상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 츠카사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고마웠다.
“그런데 이런 밤중에는 웬일이야?”
“료헤이 상이야 말로...”
“난 오늘 비번이거든.”
“아...그러고 보니...”
미츠루 가의 관습이다. 열 다섯 살 이상의 소년들은 각각 번갈아가면서 하루 씩 마을을 순찰한다. 마을을 책임질 자라면, 어려서부터 마을에 신경을 쓰란 이야기다. 하지만 순찰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도는 것은 아마도 료헤이 외에는 없을 듯 하다. 묘성곡 구석에 위치한 아카기가 까지 순찰을 나올 정도면...
“열심이네요...”
“아.”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서...가장의 자리를 얻어내려는 목적이 뭐에요?”
“...남자로써의, 미츠루 가의 일원으로써의 야심이랄까...넌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이름으로 불려. 성으로 불리는 적은 없지, 헷갈리니까. 하지만 내가 미츠루라고 불린다면, 내가 그 이름을 달게 된다면, 내가 미츠루라는 이 수많은 성을 가진 사람을 대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 거야.”
자신의 했던 말을 곱씹던 료헤이는, 곧 툭 내뱉듯이 한 마디 했다.
“...보다도 아마치가 가장이 되는 걸 볼 수는 없다...라고 해야겠지.”
츠카사는 앞에 말한 이유보다도 뒤에 료헤이가 말한 이유가 훨씬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정말 아마치가 가장이 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그 짐승만도 못한 놈이 가장의 힘을 손에 넣게 되면 얼마나 날뛸 것인지...
“...아마치를 왜 싫어하는데요?”
츠카사는 속에서 욕이 치미는 것을 꾹 참고 물어보았다. 이유가 왜 있겠냐마는, 인간의 심리이기도 하다.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을 다른 사람도 싫어하는 것을 알았다...그럼 그 이유가 알고 싶어지면서,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의 또 다른 단점을 발견할 까 기대하는 것이다.
“...남이 없는 곳에서 남을 욕하는 건 마음에 안 들어. 그리고, 아마치를 뒤에서 욕할 이유도 없고. 앞에서 대놓고 욕해도 괜찮거든.”
“호오, 그러셔? 료헤이, 그럼 여기 불초 아마치를 대령하였으니 한번 구박이나 들어보자.”
흠칫 -
료헤이는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치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아마치가 있기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쉽게 말해 ‘넌 절라 재수없는 개새끼야’ 라는 말을 완곡하게 돌려 표현한 것. 그런 것을 눈치 못 챌 아마치가 아니고, 맞수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 껴 있는 츠카사의 입장은 참으로 곤란한 것이 되어버렸다. 료헤이에게 붙기에도 정말 곤란하다, 아마치를 상대로는. 하지만 아마치에게 붙기에도 정말 싫다, 그것도 상대가 료헤이일 때에는.
“일단, 매너가 없다, 너란 녀석은. 있다면 있다, 확실하게 기척을 내는 게 예의 아닌가? 그런데 일부러 여기까기 기척을 죽여 왔다는 건, 도촬의 욕구가 있다는 것이며 그걸로도 충분이 비난 거리가 생기지.”
“호오.”
“둘째, 넌 특기인 부적술에 있어서, 부적의 강도도 제대로 조절 못하는 어설픈 천재다. 자신의 능력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 못 하는 전문가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호오.”
“셋째, 넌 남의 약점이나 잡고 사람을 괴롭히는 변태다.”
“!!!”
“...호오...”
츠카사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료헤이를 쳐다보았다. 설마...설마 료헤이 상이 알고 있는 건가? 한편으로 츠카사는 안도감이 생기는 반면, 한편으로는 그것을 부정하고 있었다. 차라리 아마치에게 당하는 것이 낫다...료헤이 상이 그걸 알면 안돼...안돼...
“크큭...코우지의 일을 말하는 건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감을 잡자 츠카사에게는 방금 전과 반대로 똑같은 감정이 찾아왔다. 안도감과 함께, 자괴감과 괴로움이...
“비단 코우지 뿐만 아니라, 히미코, 기타노, 안지 등, 너에게 당한 모든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크크큭...료헤이, 료헤이, 나의 사촌 료헤이.”
아마치는 천천히 옆으로 걸으며, 특유의 징그러운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말하기 시작했다.
“료헤이, 너는 힘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 힘이라고 하면 F=ma 정도의 육체적인 가속도나 알고 있는 놈이지...하지만 힘은 말이다, 간단해, 이 쪽이 무언가를 쥐고 있고, 그 쪽이 무언하를 원한다. 그 대가로 나는 힘을 요구한다. 이거다. 그 무언가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코우지에게는 저당잡힌 집문서 일 수 도 있고, 또 어떤 아가씨에게는 자신의 음란한 모습이 찍힌 비디오일 수도 있겠지...”
워낙 마지막 말은 지나가는 듯이 했지만 츠카사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질 뻔 했다. 여기서 말하면 안 돼...그럼...료헤이 상이...
다행히 료헤이는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아마치를 상대하기 싫었는지, 츠카사의 손을 잡고 아카기 가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면서도 료헤이는 아마치에게 일침을 날렸다.
“아마치. 듣자하니, 너 그 구두, 키높이 구두라면서?”
“...흐음.”
“네 이론에 따르면 나도, 츠카사도 힘을 가지게 되겠군...그 구두가 키 높이 구두라는 걸 말해 버리는 걸 원치는 않을 테니, 힘을 주지 그러냐?”
“...후, 네놈치고는 괜찮은 시도였어, 하지만 그러기 싫군.”
그의 말에 료헤이는 약간은 악의가 넘치는 미소 - 평소에는 찾아보기 힘든 -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료헤이가 사라지자마자 미소를 지우고 인상을 구기며 손톱을 잡아빼는 아마치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약간은 대단한 것 같아요.”
“뭐가?”
“아마치한테 그렇게 당당히 맞서는 사람, 처음 봤거든요.”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거야. 그게 옳은 거야. 아마치는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녀석이니까. 자...다 왔다. 잠이나 자 둬. 열 세...이제 열 네 살이나 다름없잖아. 열 네 살은 지금 돌아다녀도 할 일 없으니까. 그럼...”
츠카사는 친절하게 집 앞까지 자신을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료헤이의 뒷모습을 두 볼을 상기시킨 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료헤이...언젠가 고백을 할 날이 와 주면, 얼마나 감사할까...몇 년이 지난다 하더라도, 좋아했다고, 좋아한다고 말할 날이...와 주기는...할까? 안 그래도 멀어보이던 그 날이, 더욱 멀어진 느낌...
생각을 접고 집안으로 돌아가려던 츠카사는, 문 앞 땅바닥에 놓인 종이 쪽지를 보았다. 유난히 깨끗한 종이 쪽지 위에는, ‘to 금묘’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설마...’
제발 아니기를 빌며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펼치는 츠카사였지만...
‘...료헤이가 가면 나와라, 그 나무 앞으로.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는, 알리라 믿는다 - 아마치 - ’
...
...
“정말...그 날은...가 버린 걸까...내게서...”
츠카사와 카오리의 고난은 한 동안 이어지겠군요;;
하지만 당당하게 성장한 츠카사의 모습을 독자분들은 알고 계실테니;;
그나마 좀 덜 걱정할 수 있지 않을까;;
억지를 부려보는 작가입니다만 ㅜ.ㅜ
끄...응...요즘 바쁘네요, 많이 ;;
이번 편을 기점으로 안 그래도 느린 연재가 더 느려지게 생겼습니다;;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얼마 안 되는 독자분들에게 더욱 더 죄송하게 생겼습니다 ㅜ.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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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으응...윽...으윽...허억!!”
땀에 절어서 몸부림을 치던 츠카사는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이제 새벽 두 시도 채 안 된 이른 시각이었다. 하지만 츠카사는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고, 잠을 다시 자고픈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눈앞에서는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는 아마치의 얼굴만이 어른거렸다. 잠을 자면, 또 다시 그 악마가 나타날 텐데.
그래...지난 밤, 자신과 카오리는 분명히 분별없이 달려드는 짐승들에 의해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질의 파열은 그 정도가 상당히 심해서 도저히 집에 멀쩡히 돌아갈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자 덜컥 겁을 집어먹은 녀석들은 허겁지겁 아마치를 불렀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나타난 아마치는 자신들의 부적을 조정했다. 아마...부분 해제술이라고 했던가?
‘부적의 일부분만 조정함으로써 이렇게 묘족의 힘은 돌려주지 않은 채 회복기능만 되살릴 순 있어. 자, 봐봐. 상처가 나아가는 게 눈에 보이잖아? 어랏? 흐흠...거 참 신기한 걸, 처녀막은 재생이 되지 않다니...“
추잡스러운 인간, 더러운 인간, 짐승같은, 아니 짐승! 츠카사는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이가 바득바득 갈리는 것을 느꼈지만, 동시에 똑같은 두려움도 느껴야만 했다. 아마치는 단순히 악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치밀하고 똑똑했으며, 능력이 있었다.
묘성곡을 대대로 다스리고 주도해 온 미츠루 가문은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아무리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라 할 지라도 성으로 불리지 않고 이름으로 불렸다. 미츠루가 한 두 명이 아닐 진데 ‘미츠루’ 라고 부르면 누가 누구인지 알 리 없잖은가. 그러나 딱 한명, 미츠루 가에서 ‘미츠루 상’ 내지는 미츠루라는 성으로 불릴 수 있는 사람은, 미츠루 가문의 가장이었다.
비록 지금 미츠루 가문의 지배가 민주적으로 바뀌었다고 하나 미츠루 가문의 가장은 곧 묘성곡의 지배자를 뜻했다. 묘성곡의 지배자는 정부와의 계약에 있어서 주도권을 발휘했고,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가장에 가장 근접한 세력자가 바로 현 가장 아치바의 첫 손자 미츠루 아마치였다. 아마치가 단순히 혈연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 라고 생각하지 마시길 바란다. 아마치는 능력이 있는 악인이다. 정말로 똑똑하고, 정말로 능력있고,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를 수도 있는.
부적술의 천재, 미츠루 아마치. 이미 다섯 살 때 스스로 부적술에 관한 기본적인 책을 읽은 후 황지로 부적을 만들어낸 천재. 부적술에 맹진한 지 어언 12년 이 지난 지금, 그의 부적술은 과거 그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스스로 개발해 낸 부적만으로 전투한다 쳐도, 미츠루 아마치를 이길 자는 거의 없을 터지만 그는 체술 또한 완벽에 가깝게 체득하여, 가히 괴물로 불리우고 있었다.
그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동급생은, 사촌지간인 미츠루 료헤이. 쾌활하고 말이 많은 - 타고난 악을 가리기 위해 - 아마치와는 반대로, 료헤이는 말수가 적고 잘 웃지도 않았다. 아무도 료헤이가 큰 소리로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씨익, 하고 입을 올리는 게 다 였던 것이다.
또한 료헤이는 부적술에 관해서는 하나도 알지 못했다. 선천적으로 부적술의 조작법과 맞지 않는 기의 흐름을 타고 났기에 부적술에 관해서는 알고 싶어도 알지 못하는, 심지어 사용조차 못하는 체질이었던 것이다.
그런 료헤이가 일족 최고의 요원 중 한명으로 대접 받을 수 있게, 아니 일족 최고의 천재 두 명 중 한명으로 대접받게 된 것은 타고난 노력도 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강뢰’ 의 술법. 료헤이는 아마치의 부적술과 비등하게 겨룰 수 있을 정도의, ‘자가발전’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부적술은 주변의 기를 복잡하게 얽고 夏?하나의 효과를 나타나게 하는 것. 컴퓨터의 내부에 있는 연산 칩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료헤이의 ‘강뢰’ 는 그것을 다 망가뜨려 버릴 정도로 강했다. 그렇다고 해봐야, 금묘의 능력의 아류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츠카사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생각이 료헤이에게까지 미치자, 더욱 더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료헤이...세 살 위의 사촌. 언제나 말이 적지만, 묘족 중 그 누구보다도 자신과 카오리에게 다정한 사람.
찌르르 - 찌르르 -
정말 잠이 오지 않은 츠카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그머니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고요한 묘성곡의 초가을 - 귀뚜라미 울음소리만이 가끔 들려올 뿐이었다. 외진 산골에 위치한 묘성곡이기 때문에 하늘 또한 맑아, 헤아릴 수 없을 만치 많은 별이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서 자라난 츠카사는 그것이 은혜라는 사실을 아직은 알지 못하고 있다.
‘...이제 내일부터는 어떻게 되는 거지...’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다, 아마치가 이대로 놓아줄 리 없다는 것을. 아마치는 자신에게 노예로써 충성하라고 했으니까, 노예는 그런 거니까...
‘걷기...힘들고...이상해...’
츠카사는 자신의 몸에 지금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들의 신체 능력이 인간 소녀정도로 유지되게 만들어진 부적. 그 부적 덕분에, 지금 츠카사의 감각 반경은 예전과 비교했을 때 그녀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인간으로 치자면, 눈이 멀고 귀가 마비되고 피부가 벗겨진 것과 다름없는.
하지만 그녀를 지금 가장 괴롭히고 있는 것은, 다리 사이의 느낌이었다. 으레 첫 경험의 경우, 여자들은 남성 성기가 계속 자신의 다리 사이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어린 나이에, 그것도 굉장히 무리를 해서 첫 경험을 치른 츠카사는 지금 걸을 때 마다 심한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흐윽...”
그럴수록 오기가 생겨 걸음을 억지로 떼보는 츠카사지만 결국 바위 위에 털썩 걸터앉았다. 첫 경험 후의 아픔은, 일면은 심리적인 것. 아무리 몸이 치유되었다고는 하나, 츠카사의 뇌가 기억하고 있는 그 공포와 그 두려움이 크면 클 수록 아픔도 계속 된다.
‘이제...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집에 돌아와서도, 할머니와 부모님의 눈을 피해 재빨리 방에 들어가 이불을 펴고 잠에 들었다, 혹시나 눈치 채실까봐. 강간을 당했다고, 성폭행 당했다고 말해야 당연하건만...
‘그 비디오 때문에...’
사실 카오리와 츠카사가 그런 행동까지 하게 된 것은, 사실 그 둘에게는 전혀 잘못이 없었다. 오히려 묘족들의 잘못이다. 아무런 죄가 없는 어린 애들을 마치 살인범 대하듯 대하며 저 멀리 나가 있으라고 하는 이 맹목적인 대중들. 그런 대중들에 의해 따로 떨어져 나간 카오리와 츠카사.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면서, 서로 피해자 의식을 공유하게 되면서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부모님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할머니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료헤...이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그건,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다, 생각하는 것 조차 끔찍한...
“이런 곳에서 뭐하는 거야?”
“꺅!!!”
츠카사는 뒤 쪽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일어서다가 발이 엉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아야...”
“아, 미안해. 괜찮은 거야?”
료헤이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도 이 야심한 밤에 산책을 하다가 츠카사를 발견하고는 말을 건 것이다. 츠카사에게 봉인 부적이 붙어졌다는 걸 깜빡한 그였기에 츠카사가 자신을 감지했으리라 여겼던 것이다...지금의 츠카사는, 묘성곡 안쪽에서는 인간의 시력으로도 근시에 가깝고, 소리도 잘 안들리는 상태인데.
“...저기...료헤이?”
그제서야 료헤이는 츠카사에게 봉인 부적이 붙여졌다는 사실을 상기해 내고는, 츠카사의 귀 옆에서 큰 소리로 말을 했다.
“괜-찮-은-거-야!!”
“...그렇게까지 크게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아...그런가?”
멋쩍게 머리를 긁는 료헤이를 보며, 츠카사는 입을 꾹 틀어막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런 츠카사를 보며, 료헤이는 그냥 씩 웃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봉인 부적 이야기는 들었는데, 괜찮은 건가?”
“괜찮아요. 마을 안에서는 거의 빈약소녀 정도 밖에 못 되어서 문제지만...앞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고.”
“정도가 심한 것 같아. 뭐하면,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려서 한번 바꿔 볼게, 부적의 강도.”
“그래주시면 고맙죠.”
츠카사는 빙긋이 웃으면서 료헤이를 바라보았다. 료헤이...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촌. 료헤이는 다른 사촌이나 묘족들과 달리 자신을 피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될 수 있으면 자신에게 많이 말을 걸려고 했다. 그래봤자 그것이 동정심의 발로 이상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 츠카사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고마웠다.
“그런데 이런 밤중에는 웬일이야?”
“료헤이 상이야 말로...”
“난 오늘 비번이거든.”
“아...그러고 보니...”
미츠루 가의 관습이다. 열 다섯 살 이상의 소년들은 각각 번갈아가면서 하루 씩 마을을 순찰한다. 마을을 책임질 자라면, 어려서부터 마을에 신경을 쓰란 이야기다. 하지만 순찰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도는 것은 아마도 료헤이 외에는 없을 듯 하다. 묘성곡 구석에 위치한 아카기가 까지 순찰을 나올 정도면...
“열심이네요...”
“아.”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서...가장의 자리를 얻어내려는 목적이 뭐에요?”
“...남자로써의, 미츠루 가의 일원으로써의 야심이랄까...넌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이름으로 불려. 성으로 불리는 적은 없지, 헷갈리니까. 하지만 내가 미츠루라고 불린다면, 내가 그 이름을 달게 된다면, 내가 미츠루라는 이 수많은 성을 가진 사람을 대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 거야.”
자신의 했던 말을 곱씹던 료헤이는, 곧 툭 내뱉듯이 한 마디 했다.
“...보다도 아마치가 가장이 되는 걸 볼 수는 없다...라고 해야겠지.”
츠카사는 앞에 말한 이유보다도 뒤에 료헤이가 말한 이유가 훨씬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정말 아마치가 가장이 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그 짐승만도 못한 놈이 가장의 힘을 손에 넣게 되면 얼마나 날뛸 것인지...
“...아마치를 왜 싫어하는데요?”
츠카사는 속에서 욕이 치미는 것을 꾹 참고 물어보았다. 이유가 왜 있겠냐마는, 인간의 심리이기도 하다.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을 다른 사람도 싫어하는 것을 알았다...그럼 그 이유가 알고 싶어지면서,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의 또 다른 단점을 발견할 까 기대하는 것이다.
“...남이 없는 곳에서 남을 욕하는 건 마음에 안 들어. 그리고, 아마치를 뒤에서 욕할 이유도 없고. 앞에서 대놓고 욕해도 괜찮거든.”
“호오, 그러셔? 료헤이, 그럼 여기 불초 아마치를 대령하였으니 한번 구박이나 들어보자.”
흠칫 -
료헤이는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치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아마치가 있기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쉽게 말해 ‘넌 절라 재수없는 개새끼야’ 라는 말을 완곡하게 돌려 표현한 것. 그런 것을 눈치 못 챌 아마치가 아니고, 맞수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 껴 있는 츠카사의 입장은 참으로 곤란한 것이 되어버렸다. 료헤이에게 붙기에도 정말 곤란하다, 아마치를 상대로는. 하지만 아마치에게 붙기에도 정말 싫다, 그것도 상대가 료헤이일 때에는.
“일단, 매너가 없다, 너란 녀석은. 있다면 있다, 확실하게 기척을 내는 게 예의 아닌가? 그런데 일부러 여기까기 기척을 죽여 왔다는 건, 도촬의 욕구가 있다는 것이며 그걸로도 충분이 비난 거리가 생기지.”
“호오.”
“둘째, 넌 특기인 부적술에 있어서, 부적의 강도도 제대로 조절 못하는 어설픈 천재다. 자신의 능력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 못 하는 전문가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호오.”
“셋째, 넌 남의 약점이나 잡고 사람을 괴롭히는 변태다.”
“!!!”
“...호오...”
츠카사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료헤이를 쳐다보았다. 설마...설마 료헤이 상이 알고 있는 건가? 한편으로 츠카사는 안도감이 생기는 반면, 한편으로는 그것을 부정하고 있었다. 차라리 아마치에게 당하는 것이 낫다...료헤이 상이 그걸 알면 안돼...안돼...
“크큭...코우지의 일을 말하는 건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감을 잡자 츠카사에게는 방금 전과 반대로 똑같은 감정이 찾아왔다. 안도감과 함께, 자괴감과 괴로움이...
“비단 코우지 뿐만 아니라, 히미코, 기타노, 안지 등, 너에게 당한 모든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크크큭...료헤이, 료헤이, 나의 사촌 료헤이.”
아마치는 천천히 옆으로 걸으며, 특유의 징그러운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말하기 시작했다.
“료헤이, 너는 힘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 힘이라고 하면 F=ma 정도의 육체적인 가속도나 알고 있는 놈이지...하지만 힘은 말이다, 간단해, 이 쪽이 무언가를 쥐고 있고, 그 쪽이 무언하를 원한다. 그 대가로 나는 힘을 요구한다. 이거다. 그 무언가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코우지에게는 저당잡힌 집문서 일 수 도 있고, 또 어떤 아가씨에게는 자신의 음란한 모습이 찍힌 비디오일 수도 있겠지...”
워낙 마지막 말은 지나가는 듯이 했지만 츠카사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질 뻔 했다. 여기서 말하면 안 돼...그럼...료헤이 상이...
다행히 료헤이는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아마치를 상대하기 싫었는지, 츠카사의 손을 잡고 아카기 가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면서도 료헤이는 아마치에게 일침을 날렸다.
“아마치. 듣자하니, 너 그 구두, 키높이 구두라면서?”
“...흐음.”
“네 이론에 따르면 나도, 츠카사도 힘을 가지게 되겠군...그 구두가 키 높이 구두라는 걸 말해 버리는 걸 원치는 않을 테니, 힘을 주지 그러냐?”
“...후, 네놈치고는 괜찮은 시도였어, 하지만 그러기 싫군.”
그의 말에 료헤이는 약간은 악의가 넘치는 미소 - 평소에는 찾아보기 힘든 -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료헤이가 사라지자마자 미소를 지우고 인상을 구기며 손톱을 잡아빼는 아마치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약간은 대단한 것 같아요.”
“뭐가?”
“아마치한테 그렇게 당당히 맞서는 사람, 처음 봤거든요.”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거야. 그게 옳은 거야. 아마치는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녀석이니까. 자...다 왔다. 잠이나 자 둬. 열 세...이제 열 네 살이나 다름없잖아. 열 네 살은 지금 돌아다녀도 할 일 없으니까. 그럼...”
츠카사는 친절하게 집 앞까지 자신을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료헤이의 뒷모습을 두 볼을 상기시킨 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료헤이...언젠가 고백을 할 날이 와 주면, 얼마나 감사할까...몇 년이 지난다 하더라도, 좋아했다고, 좋아한다고 말할 날이...와 주기는...할까? 안 그래도 멀어보이던 그 날이, 더욱 멀어진 느낌...
생각을 접고 집안으로 돌아가려던 츠카사는, 문 앞 땅바닥에 놓인 종이 쪽지를 보았다. 유난히 깨끗한 종이 쪽지 위에는, ‘to 금묘’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설마...’
제발 아니기를 빌며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펼치는 츠카사였지만...
‘...료헤이가 가면 나와라, 그 나무 앞으로.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는, 알리라 믿는다 - 아마치 - ’
...
...
“정말...그 날은...가 버린 걸까...내게서...”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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