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
대학을 졸업하기전에 은숙이라는 여자를 만났고 임신을 했다.
우리는 결혼보다는 동거부터 시작했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단란한 생활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비록 빌라의 지하에 10평 남짓한 방을 얻어 살았지만 우린 곧 식구가 생긴다는 생각에 너무도 기뻤고
나또한 열심히 돈을 벌어서 어서 빨리 더 좋은 집 더 넓은 집을 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집사람이 임신 7개월째쯤, 다니던 개인병원에서는 좀더 큰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았으면
한다는 의사의 소견으로 우리는 아무 일 없을 것이라 기도를 하면 대학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사형선고와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무슨 증후군으로 얼굴이 모두 똑같이 생겨서 나온다고... 평생 마음고생
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도무지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우린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었다.
아이의 이름과 베넷저고리까지 장만하고 여기저기서 아이용품을 벌써 하나둘씩 받고 기뻐서 하루하루를
기다리며 살아왔는데 무슨 청천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그날 밤은 꼬박 밤을 세고 다음날 처갓집을 찾았다.
장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고 우린 다른 병원을 찾아가서 다시 진찰을 받아 보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병원에서 같은 진단이였다.
8개월째 되는 어느날...
우린 결정을 해야만 했다.
..
지우기로.....
..
개인병원에 연락을 해 놓고 우린 서로를 위로하며 둘째를 바라보자고 서로를 부등켜앉고 울고 또 울었다.
“은숙아..눈 좀 붙여..내일은 많이 힘이 들텐데 이렇게 안 자면 피곤해서 어쩔려구 그래..”
“오빠..오빠는 잠 이와?”
“지금도 내 뱃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재영이를 생각하면....흑흑흑....엉엉엉엉”
“그래..그래..네 맘 알아..하지만 어쩌면 이 결정이 재영이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잖아..”
“정신지체장애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잖아.”
“우리..재영이 보내주자..어?.. 그리고 다시 재영이를 낳으면 되잖아..그치?”
“기운 내..자기야...내가 있잖아..”
“어서 자자..”
새벽이 되서야 우린 조금 눈을 붙였고 늘 다니던 산부인과로 향했다.
은숙은 불룩하게 솟은 배를 움켜쥐고 내내 눈물을 흘리며 걸어갔다.
말없이 눈물만 흘리며 따라오는 은숙을 뒤로 한 채 나는 담배만 물고 병원을 향했다.
하늘에는 잠자리가 날아 다녔고 가로수에는 매미가 여신 울어댔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어대는 매미를 보며
“너네 들도 슬프니? ”
“나도 슬프다.”
가을 하늘은 높고도 맑았다. 군데군데 흰 구름이 크게 크게 뭉쳐있어 마치 솜사탕 같이 보였고
구름을 보자 마음이 여려왔다. 재영이랑 솜사탕을 들고 놀이동산을 뛰노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이제는..이제는....
다시 눈물이 났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계속 계속 흘렀다.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간단히 이야기를 듣고 바로 수술준비를 했다.
8개월 이상은 법적으로도 불가능했기에 우린 몰래 수술을 해야만 했다.
내 손을 놓지 않고 바라보는 은숙에게 나는 눈을 바라보며 믿음을 심어주게 위해 괜찮다는 시늉을
해 보였다.
30분정도 지났을까?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간호사가 나오면서 말해주었다.
지금은 회복실에 있으니 가 보라고 해서 나는 간호사의 안내로 회복실로 들어갔다.
복도 끝에 있는 작은 방 이였다.
온돌방으로 은숙이 혼자 누워있었다.
담요를 덮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은숙을 보니 너무도 처량하고 불쌍해 보였다.
가만히 은숙을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얼굴에 머리카락을 떼어내며 볼을 쓰담듬어 주었다.
살며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내 손을 꼬옥 잡는다.
그리고는 말없이 다시 눈물을 흘렸다.
방은 온돌방이라 따뜻했다.
가을날씨가 아직은 온돌을 찾기에는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 였지만 산모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은숙의 몸이 조금 따뜻해질 무렵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방안은 컴컴해지고 바닥도 식어가고 있었다.
우린 금방 들어오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전기가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0여분을 지나서 나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간호사를 찾았다.
“저기요..복도 끝방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데요?”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말을 건네자 간호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병원에 전기가 어떻게 나가냐는 투로 나를
응시했다.
“병원은 전기가 나가질 않아요. 만일 전기가 나가도 자가발전기가 있어서 바로 전기가 들어오는데?”
그러면서 같이 가 보자고 그랬다.
방에 들어서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은숙은 아까보다 더 안 좋은 상태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해 있었다.
나는 놀래서
“봐요.. 불이 안 들어 오잖아요.. 바닥도 차갑구요”
하며 바닥을 만지려는 순간 너무도 깜짝 놀랐다.
바닥이 어름장처럼 차가운게 아닌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간호사와 나는 놀래서 급히 다른 방으로 은숙을 옮겼는데 은숙의 몸은 좀처럼 따뜻해 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겁이 났다. 이러다 은숙이까지 잃는건 아닌지 제발 도와달라고 하느님께 빌었다.
하느님께 빌고 있는데 어디선가 음성이 들려왔다.
“아빠~~· 아빤......내가..싫어?”
“난 아빠랑....엄마랑..같이 살고 싶었는데........”
“왜 나를 버렸어?”
“왜에...왜...?”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꿈이였다. 아니 꿈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생생한 음성, 소름이 돋았다.
옆에는 은숙이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는지 계속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소리를 냈다.
“으으으..미안해..으으.미..미..미안...해...”
“으으...으.....그래..그....그래....어..그러자... 그래..재영아..”
나는 은숙을 흔들어 깨웠다.
심하게 흔들자 은숙은 눈을 뜨자마자 나를 향해 와락 안기며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재영이..재영이..어떻해...우리..재영이...흑흑흑.”
“엉엉엉..재영이가....흑흑흑...꿈에....나타나서...흑흑흑..같이 살재..흑흑흑...”
“엉엉엉...엉엉엉...어떻게해..우리..불쌍한 재영이..흑흑흑...”
나도 말없이 은숙을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내일은 우리 절이라도 갈까?”
“재영이 극락왕생하라고 빌러 가자...”
“재영인 장애가 없는 행복한 세상에서 웃으며 살꺼야..”
“걱정 하지마 은숙아..”
은숙의 몸조리를 간단하게 끝내고 우린 근처 설렁탕집에서 점심겸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은숙은 내내 방에 들어가 울기만 했다.
아침이 밝고 우린 가벼운 차림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재영이 초음파사진을 들고 가까운 절에 들러서 재영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제를 지내주기로 했기에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영종사를 찾았다.
작은 사찰로 큰 산새를 등지고 옆으로 개울이 흐르며 스님들도 좋은 분들만 계셨다.
전부터 마음이 심란 할때는 이곳을 찾아 차도 얻어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다 가곤했던지라 이번에는 은숙과
같이 찾아뵈었다.
사찰근처에 다다르자 법회방송과 음악이 흘러나왔다.
가끔 울리는 풍경소리가 은은하게 울렸다. 지나가는 스님에게 합장을 하고 우린 큰스님을 찾았다.
큰스님께 합장을 하고 말씀을 전하려는데 큰스님께서 내 얼굴을 보더나 뭐라도 보신 듯 나에게 말을 건넸다.
“업이야..업..”
“돌아가게... 잘 지낼걸세”
“네에?”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 아이때문에.....”
“글쎄..돌아가래두 그러네..”
큰스님이 저럴 분이 아닌데...하는 생각에 의아했지만 너무도 완고히 말씀을 하신터라 우린 그냥 부처님께
삼배만 하고 산사를 내려와야 했다.
‘왜 그랬을까?’
‘언제나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던 분이였는데...’
조금은 서운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은숙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왔다.
내나이 28살..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해서 직장을 잡지 못하고 이곳저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때론 막노동도 하고 퀵서비스도 해 보았다. 택배회사도 다녔지만 오래하지는 못했다.
주위의 도움으로 작은 치킨 집을 내 보았지만 1년이 채 가기 전에 문을 닫았다.
은숙도 점점 더 변해만 갔다.
은숙은 미용학원에 다녔다.
평소에 미용에 관심도 많았거니와 기술을 배워야한다는 생각에 미용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미용학원을 다니며 은숙이의 얼굴도 점점 예전처럼 바뀌고 있었다.
무엇을 배운다는 성취감에서 였을까? 하루하루가 지날 때 마다 은숙이는 나를 상대로 미용연습도 하며
점점 밝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나또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는 동네 슈퍼 아저씨의 소개로 이웃마을에 아파트 건설현장에 막일을 다녔다.
언제까지 직장을 구하러 이력서만 들고 뛰어 다닐 수 가 없었기에 틈 나는대로 막일이라도 하게 되었다.
공사장에 벽돌을 지고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수십차례를 하고 땀이 온 몸을 적시였다.
점심을 먹을땐 정말이지 그 맛이 꿀맛보다 더 달고 맛이 좋았다.
이렇게 일하는 것도 보람이 있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그늘에 앉아 담배를 피려고 있는데 누가 옆으로 와서 앉았다.
“담배 좀 빌립시다..”
그의 음성에서 끈적끈적함에 베어 듣기가 정말 싫은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며 담배를 청하는 남자.
가끔 나오다가 안 나오다하는 그런 사람이라서 자주 볼 기회는 없었지만 가끔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정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얼굴이였다.
눈은 약간 삼백안이였고 이빨은 삐죽삐죽 제멋대로 나 있었고 수염은 언제 깎았는데 흰털과 같이 섞여 그
모습이 정말 흉직하게 생겼다.
“아..네..여기요...”
“여기...”
나는 담배를 꺼내주며 손가락이라도 닿을까 멀리 잡고 담배를 건넸다. 그리고 불을 빌려달라고 할까봐서
미리 라이타로 불까지 붙여 주었다. 그리고 반쯤 돌아 앉으며 높이 올라가는 건물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고 있는데 그 사나이가 말을 붙여왔다.
“젊고 똑똑해 보이는데...이런데 왜 왔나?”
나는 또 물어볼까봐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네에..그냥...저..아르바이트 겸해서...”
“그래도 젊은 사람이 이런데서 계속 일하다보면 습관드는데...”
“얼른 다른일을 찾아봐야지...”
“여기 자주 나오는 것 같던데...버릇 들면 다른데 못 가요..”
의외였다.
나에 대한 관심.. 나를 유심히 지켜 보았다니.
조금은 의외였지만 그에게선 약간의 따뜻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나를 위하는 마음이 나의 마음을 열게 했는지도 모른다.
“네에..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습니다.”
“조만간 취직이 되겠지요..”
그리고 그는 다른 이야기도 하였다.
사회의 움직임이나 정치..외교적인 문제까지 이야기를 하였는데 의외였다.
정말 생긴 것은 강간범이나 산도적처럼 생겼는데 의외로 경제문제나 정치까지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고
질문을 할때는 정말 해박해 보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그 사람이 이상한게 아니라 내 자신이 이상했다.
왠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딴 생각이 들면서 이야기 하는 그의 얼굴을 내 주먹으로 때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가 미쳤나? 하고 제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이상한 느낌이였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왜 그에게 주먹질을 할 마음이 생겼을까?
해답을 찾지 못하고 나는 퇴근을 했다.
집에 돌아오니 집사람이 벌써 와서 풍선을 불고 있었다.
“뭐 하게?”
“어~ 이거? 미용연습~!”
“오빠..저녁 안 먹었지? 조금만 기달려 내가 밥 차려줄게”
땀으로 범벅이된 옷을 벗고 양말을 벗으려 앉았는데 눈앞에 둥둥 떠다니는 풍선을 보니 터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가위를 잡고 풍선을 터쳤다.
“뻥~!”
순간 정신이 들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나도 몰랐다.
밥을 차리던 은숙이 깜짝 놀라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가위를 잡고 있는 나를 보더니..
“오빠가 무슨 처키야?”
“빨리 씻기나 하셔~”
가위를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고 나는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을 바라보며 내 눈을 바라 보았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티비를 보다가 살짝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내용인즉..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혼자서 걷는데 수염이 긴 할아버지가 나타나더니 내게 낫을 주는게 아닌가?
일반 낫이 아니라 타로카드에 악마들이 들고 있는 그런 손 잡이가 긴 낫을 내게 주었다.
나는 낫을 두손으로 받으며 두손을 굳게 쥐고 무엇인가를 해 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듯 두눈을
부릅뜨고 할아버지를 보았다. 할아버지는 두 번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사라지는게 아닌가.
꿈에서 깨어난 나는 손을 보았다.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너무도 생생한 꿈.
“오빠? 무슨 땀을 이렇게 흘리며 자?”
“오빠 요즘 너무 무리하는거 아냐?”
나는 꿈 얘기를 은숙에게 하지 못하고 그냥 잠을 청했다.
또 꿈을 꾸었는데 아까와 같은 상황이였다.
이번엔 죽은 재영이가 7~8살정도 커서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손에 식칼을 들고 와서는 나에게 칼을 주고 가는게 아닌가?
나는 또 칼을 받았다.
너무도 생생한 꿈.
기분이 찝찝했다.
아침이 되서야 잠을 깼고 일하러 나갈려고 준비를 하는데 평소에 하지 않던 은숙이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했다.
‘인사..잘..다녀 오라고.....음..‘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젯밤 꿈과 연관을 짓자니 조금은 찜찜함이 들었다.
어젯밤 꿈.
어쩌면 나에게 닥쳐올 파란만장한 삶을 예고라도 하려는듯한 꿈이였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기전에 은숙이라는 여자를 만났고 임신을 했다.
우리는 결혼보다는 동거부터 시작했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단란한 생활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비록 빌라의 지하에 10평 남짓한 방을 얻어 살았지만 우린 곧 식구가 생긴다는 생각에 너무도 기뻤고
나또한 열심히 돈을 벌어서 어서 빨리 더 좋은 집 더 넓은 집을 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집사람이 임신 7개월째쯤, 다니던 개인병원에서는 좀더 큰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았으면
한다는 의사의 소견으로 우리는 아무 일 없을 것이라 기도를 하면 대학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사형선고와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무슨 증후군으로 얼굴이 모두 똑같이 생겨서 나온다고... 평생 마음고생
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도무지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우린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었다.
아이의 이름과 베넷저고리까지 장만하고 여기저기서 아이용품을 벌써 하나둘씩 받고 기뻐서 하루하루를
기다리며 살아왔는데 무슨 청천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그날 밤은 꼬박 밤을 세고 다음날 처갓집을 찾았다.
장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고 우린 다른 병원을 찾아가서 다시 진찰을 받아 보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병원에서 같은 진단이였다.
8개월째 되는 어느날...
우린 결정을 해야만 했다.
..
지우기로.....
..
개인병원에 연락을 해 놓고 우린 서로를 위로하며 둘째를 바라보자고 서로를 부등켜앉고 울고 또 울었다.
“은숙아..눈 좀 붙여..내일은 많이 힘이 들텐데 이렇게 안 자면 피곤해서 어쩔려구 그래..”
“오빠..오빠는 잠 이와?”
“지금도 내 뱃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재영이를 생각하면....흑흑흑....엉엉엉엉”
“그래..그래..네 맘 알아..하지만 어쩌면 이 결정이 재영이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잖아..”
“정신지체장애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잖아.”
“우리..재영이 보내주자..어?.. 그리고 다시 재영이를 낳으면 되잖아..그치?”
“기운 내..자기야...내가 있잖아..”
“어서 자자..”
새벽이 되서야 우린 조금 눈을 붙였고 늘 다니던 산부인과로 향했다.
은숙은 불룩하게 솟은 배를 움켜쥐고 내내 눈물을 흘리며 걸어갔다.
말없이 눈물만 흘리며 따라오는 은숙을 뒤로 한 채 나는 담배만 물고 병원을 향했다.
하늘에는 잠자리가 날아 다녔고 가로수에는 매미가 여신 울어댔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어대는 매미를 보며
“너네 들도 슬프니? ”
“나도 슬프다.”
가을 하늘은 높고도 맑았다. 군데군데 흰 구름이 크게 크게 뭉쳐있어 마치 솜사탕 같이 보였고
구름을 보자 마음이 여려왔다. 재영이랑 솜사탕을 들고 놀이동산을 뛰노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이제는..이제는....
다시 눈물이 났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계속 계속 흘렀다.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간단히 이야기를 듣고 바로 수술준비를 했다.
8개월 이상은 법적으로도 불가능했기에 우린 몰래 수술을 해야만 했다.
내 손을 놓지 않고 바라보는 은숙에게 나는 눈을 바라보며 믿음을 심어주게 위해 괜찮다는 시늉을
해 보였다.
30분정도 지났을까?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간호사가 나오면서 말해주었다.
지금은 회복실에 있으니 가 보라고 해서 나는 간호사의 안내로 회복실로 들어갔다.
복도 끝에 있는 작은 방 이였다.
온돌방으로 은숙이 혼자 누워있었다.
담요를 덮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은숙을 보니 너무도 처량하고 불쌍해 보였다.
가만히 은숙을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얼굴에 머리카락을 떼어내며 볼을 쓰담듬어 주었다.
살며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내 손을 꼬옥 잡는다.
그리고는 말없이 다시 눈물을 흘렸다.
방은 온돌방이라 따뜻했다.
가을날씨가 아직은 온돌을 찾기에는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 였지만 산모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은숙의 몸이 조금 따뜻해질 무렵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방안은 컴컴해지고 바닥도 식어가고 있었다.
우린 금방 들어오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전기가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0여분을 지나서 나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간호사를 찾았다.
“저기요..복도 끝방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데요?”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말을 건네자 간호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병원에 전기가 어떻게 나가냐는 투로 나를
응시했다.
“병원은 전기가 나가질 않아요. 만일 전기가 나가도 자가발전기가 있어서 바로 전기가 들어오는데?”
그러면서 같이 가 보자고 그랬다.
방에 들어서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은숙은 아까보다 더 안 좋은 상태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해 있었다.
나는 놀래서
“봐요.. 불이 안 들어 오잖아요.. 바닥도 차갑구요”
하며 바닥을 만지려는 순간 너무도 깜짝 놀랐다.
바닥이 어름장처럼 차가운게 아닌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간호사와 나는 놀래서 급히 다른 방으로 은숙을 옮겼는데 은숙의 몸은 좀처럼 따뜻해 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겁이 났다. 이러다 은숙이까지 잃는건 아닌지 제발 도와달라고 하느님께 빌었다.
하느님께 빌고 있는데 어디선가 음성이 들려왔다.
“아빠~~· 아빤......내가..싫어?”
“난 아빠랑....엄마랑..같이 살고 싶었는데........”
“왜 나를 버렸어?”
“왜에...왜...?”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꿈이였다. 아니 꿈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생생한 음성, 소름이 돋았다.
옆에는 은숙이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는지 계속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소리를 냈다.
“으으으..미안해..으으.미..미..미안...해...”
“으으...으.....그래..그....그래....어..그러자... 그래..재영아..”
나는 은숙을 흔들어 깨웠다.
심하게 흔들자 은숙은 눈을 뜨자마자 나를 향해 와락 안기며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재영이..재영이..어떻해...우리..재영이...흑흑흑.”
“엉엉엉..재영이가....흑흑흑...꿈에....나타나서...흑흑흑..같이 살재..흑흑흑...”
“엉엉엉...엉엉엉...어떻게해..우리..불쌍한 재영이..흑흑흑...”
나도 말없이 은숙을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내일은 우리 절이라도 갈까?”
“재영이 극락왕생하라고 빌러 가자...”
“재영인 장애가 없는 행복한 세상에서 웃으며 살꺼야..”
“걱정 하지마 은숙아..”
은숙의 몸조리를 간단하게 끝내고 우린 근처 설렁탕집에서 점심겸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은숙은 내내 방에 들어가 울기만 했다.
아침이 밝고 우린 가벼운 차림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재영이 초음파사진을 들고 가까운 절에 들러서 재영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제를 지내주기로 했기에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영종사를 찾았다.
작은 사찰로 큰 산새를 등지고 옆으로 개울이 흐르며 스님들도 좋은 분들만 계셨다.
전부터 마음이 심란 할때는 이곳을 찾아 차도 얻어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다 가곤했던지라 이번에는 은숙과
같이 찾아뵈었다.
사찰근처에 다다르자 법회방송과 음악이 흘러나왔다.
가끔 울리는 풍경소리가 은은하게 울렸다. 지나가는 스님에게 합장을 하고 우린 큰스님을 찾았다.
큰스님께 합장을 하고 말씀을 전하려는데 큰스님께서 내 얼굴을 보더나 뭐라도 보신 듯 나에게 말을 건넸다.
“업이야..업..”
“돌아가게... 잘 지낼걸세”
“네에?”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 아이때문에.....”
“글쎄..돌아가래두 그러네..”
큰스님이 저럴 분이 아닌데...하는 생각에 의아했지만 너무도 완고히 말씀을 하신터라 우린 그냥 부처님께
삼배만 하고 산사를 내려와야 했다.
‘왜 그랬을까?’
‘언제나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던 분이였는데...’
조금은 서운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은숙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왔다.
내나이 28살..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해서 직장을 잡지 못하고 이곳저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때론 막노동도 하고 퀵서비스도 해 보았다. 택배회사도 다녔지만 오래하지는 못했다.
주위의 도움으로 작은 치킨 집을 내 보았지만 1년이 채 가기 전에 문을 닫았다.
은숙도 점점 더 변해만 갔다.
은숙은 미용학원에 다녔다.
평소에 미용에 관심도 많았거니와 기술을 배워야한다는 생각에 미용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미용학원을 다니며 은숙이의 얼굴도 점점 예전처럼 바뀌고 있었다.
무엇을 배운다는 성취감에서 였을까? 하루하루가 지날 때 마다 은숙이는 나를 상대로 미용연습도 하며
점점 밝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나또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는 동네 슈퍼 아저씨의 소개로 이웃마을에 아파트 건설현장에 막일을 다녔다.
언제까지 직장을 구하러 이력서만 들고 뛰어 다닐 수 가 없었기에 틈 나는대로 막일이라도 하게 되었다.
공사장에 벽돌을 지고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수십차례를 하고 땀이 온 몸을 적시였다.
점심을 먹을땐 정말이지 그 맛이 꿀맛보다 더 달고 맛이 좋았다.
이렇게 일하는 것도 보람이 있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그늘에 앉아 담배를 피려고 있는데 누가 옆으로 와서 앉았다.
“담배 좀 빌립시다..”
그의 음성에서 끈적끈적함에 베어 듣기가 정말 싫은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며 담배를 청하는 남자.
가끔 나오다가 안 나오다하는 그런 사람이라서 자주 볼 기회는 없었지만 가끔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정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얼굴이였다.
눈은 약간 삼백안이였고 이빨은 삐죽삐죽 제멋대로 나 있었고 수염은 언제 깎았는데 흰털과 같이 섞여 그
모습이 정말 흉직하게 생겼다.
“아..네..여기요...”
“여기...”
나는 담배를 꺼내주며 손가락이라도 닿을까 멀리 잡고 담배를 건넸다. 그리고 불을 빌려달라고 할까봐서
미리 라이타로 불까지 붙여 주었다. 그리고 반쯤 돌아 앉으며 높이 올라가는 건물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고 있는데 그 사나이가 말을 붙여왔다.
“젊고 똑똑해 보이는데...이런데 왜 왔나?”
나는 또 물어볼까봐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네에..그냥...저..아르바이트 겸해서...”
“그래도 젊은 사람이 이런데서 계속 일하다보면 습관드는데...”
“얼른 다른일을 찾아봐야지...”
“여기 자주 나오는 것 같던데...버릇 들면 다른데 못 가요..”
의외였다.
나에 대한 관심.. 나를 유심히 지켜 보았다니.
조금은 의외였지만 그에게선 약간의 따뜻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나를 위하는 마음이 나의 마음을 열게 했는지도 모른다.
“네에..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습니다.”
“조만간 취직이 되겠지요..”
그리고 그는 다른 이야기도 하였다.
사회의 움직임이나 정치..외교적인 문제까지 이야기를 하였는데 의외였다.
정말 생긴 것은 강간범이나 산도적처럼 생겼는데 의외로 경제문제나 정치까지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고
질문을 할때는 정말 해박해 보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그 사람이 이상한게 아니라 내 자신이 이상했다.
왠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딴 생각이 들면서 이야기 하는 그의 얼굴을 내 주먹으로 때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가 미쳤나? 하고 제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이상한 느낌이였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왜 그에게 주먹질을 할 마음이 생겼을까?
해답을 찾지 못하고 나는 퇴근을 했다.
집에 돌아오니 집사람이 벌써 와서 풍선을 불고 있었다.
“뭐 하게?”
“어~ 이거? 미용연습~!”
“오빠..저녁 안 먹었지? 조금만 기달려 내가 밥 차려줄게”
땀으로 범벅이된 옷을 벗고 양말을 벗으려 앉았는데 눈앞에 둥둥 떠다니는 풍선을 보니 터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가위를 잡고 풍선을 터쳤다.
“뻥~!”
순간 정신이 들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나도 몰랐다.
밥을 차리던 은숙이 깜짝 놀라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가위를 잡고 있는 나를 보더니..
“오빠가 무슨 처키야?”
“빨리 씻기나 하셔~”
가위를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고 나는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을 바라보며 내 눈을 바라 보았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티비를 보다가 살짝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내용인즉..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혼자서 걷는데 수염이 긴 할아버지가 나타나더니 내게 낫을 주는게 아닌가?
일반 낫이 아니라 타로카드에 악마들이 들고 있는 그런 손 잡이가 긴 낫을 내게 주었다.
나는 낫을 두손으로 받으며 두손을 굳게 쥐고 무엇인가를 해 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듯 두눈을
부릅뜨고 할아버지를 보았다. 할아버지는 두 번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사라지는게 아닌가.
꿈에서 깨어난 나는 손을 보았다.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너무도 생생한 꿈.
“오빠? 무슨 땀을 이렇게 흘리며 자?”
“오빠 요즘 너무 무리하는거 아냐?”
나는 꿈 얘기를 은숙에게 하지 못하고 그냥 잠을 청했다.
또 꿈을 꾸었는데 아까와 같은 상황이였다.
이번엔 죽은 재영이가 7~8살정도 커서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손에 식칼을 들고 와서는 나에게 칼을 주고 가는게 아닌가?
나는 또 칼을 받았다.
너무도 생생한 꿈.
기분이 찝찝했다.
아침이 되서야 잠을 깼고 일하러 나갈려고 준비를 하는데 평소에 하지 않던 은숙이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했다.
‘인사..잘..다녀 오라고.....음..‘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젯밤 꿈과 연관을 짓자니 조금은 찜찜함이 들었다.
어젯밤 꿈.
어쩌면 나에게 닥쳐올 파란만장한 삶을 예고라도 하려는듯한 꿈이였던 것 같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
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2-28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야동토렌트, 국산야동토렌트, 성인토렌트, 한국야동, 중국야동토렌트, 19금토렌트 |
추천 0 비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