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네요-ㅅ-;; 스토리가 약간 늦는것 같아서 몰아 썼더니..
15,16장까지는 별다른 기대하시는 그런 장면이 없을듯 합니다..
17장에나 므흣한.. 쿨럭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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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이번 화부터 정렬방식을 좀 바꿔봅니다.. 제가 보는 한글97에서의 줄바꿈과 소라의 줄바꿈 길이가 달라서 글 보기가 영 좋지 않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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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가 없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 "
" 마,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럴수가... "
오아시스에서 떠나온 두 소년 소녀, 그들이 서있는 높은 언덕의 아래에는 그들보다 한시간여 먼저 길을 떠났던 상인들의 시체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30여명의 장사꾼들이 작은 움직임없이 슬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뜨거운 사막에 누워있었다. 그들의 짐과 말, 마차마저 모조리 사라진 상태. 공포의 사막에서 도적떼라도 만난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을 하자 수아의 머릿속에는 문득 공포의 마적떼, 토네이도가 생각이 났다. 이 넓은 네헤루 사막에서도 오아시스 주위를 배회하면서 교활하게도 민간인 상단만 털고 다닌다는 살인마들. 원하는 것을 얻어도 결코 한명의 목격자조차 남기지 않고 쓸어간다고 해서 토네이도라고 불렸다.
" 이 근처에서 도적떼라도 돌아다니는 건가.. " 자신들에게 유난히 친절했던 무스타벳 아저씨를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시려오는 아이빈.
" ... 다,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해. "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아가 갑자기 전신을 부르르 떨면서 나지막히 속삭이자, 아이빈은 얼굴가득 의문을 보였다.
" 뭐라고 ? "
" 당장 이 곳에서 멀어져야 해! 그들... 그들은 사냥을 한 후 그 주위를 배회하며 목격자들을 공격한다고 ! "
안색이 창백히 질려버린 수아, 그녀가 부들부들 떨면서 외치자,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아이빈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저들을 이대로 두고 떠나야 되는 건가.. 어쩔 수 없지. 우리들이 지금 남들을 생각해 줄 처지가 아니야. 이 곳을 돌아서 가자. "
수아의 손을 덥석 쥐고 끌고가는 아이빈. 평소였더라면 한마디 쏘아붙였을 수아였지만, 지금은 엎드린 시체들에게서 눈을 못떼고 아이빈을 종종 쫓아갔다. 그리고..
저 먼 언덕에서 모습을 보이는 검은 무리. 설마...
" 으, 으아아.. "
" 이런 젠장. " 아이빈은 그 무리를 보고는 반대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누가봐도 분명한 도적의 무리들, 멀리였지만 그들이 들고 있는 흉악한 무기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것을 본 것이다.
두두두두. 수십명에 달하는 마적떼들 역시 아이빈과 수아를 발견하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바람이 슬슬 강해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고요한 사막. 그들이 달려오는 말의 발굽 소리는 대지를 울리면서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들과의 거리는 점점 눈에 띄게 가까워진다. 두 소년소녀는 죽어라고 달렸다.
벌써 300여미터 바깥까지 도착한 마적떼. 무어라 외치고 있다. 마치 서라는 듯한 내용. 이런 상황에 서라면 누가 서냐,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이 튀어나온다는 것에 새삼 놀라며 피식하는 아이빈이었다. 이제는 사막의 울림이 아닌, 직접 소리로 들리는 말발굽 소리 뒤돌아 볼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100여미터 밖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들리는 바람소리.
슉! 슈슉! 파악! 아이빈의 목을 지나 왼쪽에 떨어지는 화살. 조잡하긴 했지만 가녀린 그들의 몸을 꿰뚫기엔 충분했다.
" 이런 젠장. 이런 곳에서 뼈를 묻는건가.. 루시앙...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 "
이를 질끈 깨물며 달려보지만,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가 귀에서 생생 울린다.
" 당장 멈춰라! 으하하하하 !! " 점점 수아의 손을 잡는 자신의 손바닥의 땀 때문에 미끄러지는 것을 느꼈다.
" 수아야, 조금만 더 힘내 ! 멈추면 안돼.. " 헉헉 대는 수아를 돌아보는 아이빈, 순간 눈을 크게 치떴다.
슈루룽.... 푸슉 ! 비틀대던 수아의 등에 꽂혀버리는 화살. 수아는 공포와 고통으로 인해 눈이 커진다.
" 아아.... "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수아, 어느새 마적떼들은 2, 30여미터 밖까지 와서 말에서 내리고 있다.
" 멍청한 것들, 그러기에 멈추랄 때 멈출 것이지.. 쯧쯧 "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두건을 쓴 사내. 음성을 들어 40대 중후반 으로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아이빈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의 앞에 엎드려 고통스러워 하는 수아. 그녀의 등에서 퍼져나오는 핏물. 하얀 모래의 바다와 붉은 선홍색의 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째서.. 어째서... !!
" 으아아아아아아 !! " 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아이빈. 그리고 그의 목걸이에서, 아니 정확히 그의 목걸이에 걸려있는 황실의 증표, 반지에서 빛이 흘러나왔고, 그 빛은 은은하게 수아의 몸을 감쌌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소년 때문에 흠칫한 도적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몰랐다. 아이빈의 고함소리에 꽤나 놀라기도 했지만, 어느새 고통이 조금 줄어들은 수아는 힘든 몸을 일으켜서 눈에 초점이 없는 아이빈을 언덕의 밑으로 밀어버렸다.
" 너, 너라도.. 살아야 돼.. " 힘없이 밀려나는 아이빈. 그의 눈에는 어느새 몸을 일으키고 있는 수아와 당황한 도적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꽤나 급한 경사,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귀가 웅웅 거리면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 수아.. 수아야.. 도망쳐.. !!!!! " 도적들이 굴러떨어지는 아이빈을 따라서 뛰어내려오려다가 갑자기 멈칫한다.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공포. 어째서지 ? 라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자신의 몸이 이제는 구르지 않고 흘러내려간다고 느꼈다. 수아를 향해 내민 손, 그리고 얼굴까지 차오르는 모래. 벌린 입과 코로 모래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암흑속으로 빨려들어가버렸다.
" 허억.. 허억.. 이런 곳에 모래늪이라니.. 그 재수없는 자식이 흘러내려가버리지 않았더라면 우리까지 빨려들어갔을 수도 있다. "
" 으음.. 대장, 이 소년.. 아니 계집입니다. "
" 으응? 계집이라고? " 여자라는 말에 눈이 반짝거린 토네이도의 대장. 라스킨. 본래 칼루나 왕국의 도둑길드 마스터였지만 세력 다툼에 밀려 끝없는 지옥이라 불리는 이 사막에서 세력을 모아 도적떼를 규합했다. 의외로 민간인 상단들이 많아서 요즘 한창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들의 도적질이 성공할때마다 악명과 비례해서 현상금이 올라갔지만, 이 뜨겁고 갈증나는 사막까지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달려오는 정규군은 없었다. 그저 상단들은 자체 용병들을 고용해서 스스로 안전을 꾀할 수 밖에..
" 호오, 이것 꽤나 이쁘장한걸. 크흐흐 " 두건으로 둘둘 감쌌던 수아의 얼굴은 본 라스킨의 얼굴에는 음색이 가득했고, 침마저 흘러내렸다. 벌써 서너달째 여자를 품어보지 못한 도적떼들. 그들의 눈에도 기대의 빛이 반짝였다.
" 오늘의 수확은 기대 이상이구나, 으하하하 !! " 한창 기분이 좋아진 라스킨에게 그의 오른팔인 테헤리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대장, 늪으로 빠져버린 소년은 살아있을까요. "
" 당연하지, 한번 빠지면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지옥. 그 곳에 빠져서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
" 으음.. " 무언가 못마땅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 테헤리반을 무시하고는 자신의 품에 들어온 정신을 잃은 수아를 보며 낄낄 댔다. 그리고 그녀의 등에서는 어느새 피가 멈춰있었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투박하고 털이 숭숭 난 검은 손을 그녀의 품으로 거침없이 집어넣었다. 앙증맞은 가슴이 얇은 속옷 위로 느껴졌다. 자신의 자랑인 거대한 그의 육봉에 피가 쏠리는 것을 느끼면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 지금 당장 본부로 돌아간다 !! 크하하하 " 자신의 말에 탑승하는 대장의 뒤로, 궁시렁 대는 부하들.
" 도대체 우리가 본부가 어딨다는 거야-_- 천막 두서채 지어놓은 것 뿐인걸.. "
" 대장은 유난히 본부 타령하는 걸 좋아하잔냐. 크크 "
사막의 제왕 토네이도. 아직까지 그들을 압도하는 세력이 사막을 지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은 자신이 이 넓고 하얀 바다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 까지는.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하던 라스킨은 그의 시야에 검은 무리가 포착 되는 것을 느꼈다.
" 응? "
" 어랏.. 또 다른 상단인가 . " 무리에서 촉새라 불리는 타부가 먼저 달려나가 그들을 살폈다. 꽤나 눈이 좋기로 유명한 그의 시야에는 온통 검은 천으로 몸을 감싸고 정확히 그들의 무리를 향해 다가오는 정체모를 십여명의 사내가 보였다.
" 이봐 대장.. 저들은 상단이 아닌가 본데, 뭔가 이상해. "
" 흥, 상단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우리의 무리를 본 모든 자들은 목숨과 재물, 그리고.. 계집을 내놔야 하는 거다. 크하하하 "
오랜만의 수확에 이미 긴장이 풀려버린 라스킨과 는 달리 테헤리반은 잔뜩 긴장했다. 그들의 악명을 듣고 온 칼루나 왕국의 정규군이거나 실력있는 용병대 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만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였던가.
" 전원, 긴장해라. 놈들은 우릴 향해 오고 있다. " 그가 시위하듯 꺼낸 거대한 언월도. 일부러 햇빛쪽을 향해 들었기 때문에 번쩍임이 그들에게 까지 보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의 변화 없이 다가오는 흑색의 무리들. 어느새 50여미터까지 다가왔다. 아무런 말도 없는 무리, 이쯤되자 수아의 몸을 더듬기 바쁘던 라스킨 역시 조금은 긴장했다. 말에서 내리는 도적떼들.
" 네 놈들은 뭐냐 ?! 감히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 하는 거냐 !! " 우렁찬 라스킨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지만, 그들은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조용히 말한다. 분명 그들은 조용히 말했지만 소리는 토네이도 무리 전원에게 울리듯이 들렸다.
" 너희들이 데리고 있는 소녀.. 돌려준다면 죽이지는 않겠다. "
거슬리는 음성, 간만에 들어온 이쁘장한 사냥감을 포기 하기 싫었던 라스킨은 웃기지도 않는 다는 듯이 대꾸했다.
" 감히.. 어디서 건방지게 ! 죽고 싶은게냐 !! "
" 대장.. 느낌이 좋지 않소. 그냥 그 계집을 건네주고 물러납시다. "
" 이런 멍청한 자식 ! " 얼굴이 파랗게 질린 부하를 발로 차버리고 자신의 애도, 거대하고도 둥글게 생긴 자신의 칼을 꺼내들었다.
" 감히 이 네헤루 사막에서 토네이도에게 건방지게 군 대가를 뼛속깊이 느끼게 해주지. 쳐랏 ! "
" 우우우우 !! " 망설이던 무리는 대장이 먼저 나섬에 그의 뒤를 따라 검은 무리에게 달려갔다.
" ... 멍청한 것들.. 너희들이 자초한 화는, 너희들의 목숨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 자신의 좌우의 사내에게 눈짓을 하자, 그를 중심으로 4명의 사내가 튀어나갔다. 달려오는 도적떼보다 압도적인 속도, 그들의 움직임에 움찔했던 도적떼와 어느새 부딪힌 검은 천의 사내들은 아무 망설임 없이 무방비의 무리를 베어나갔다.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서너명이 쓰러지자 정신을 차린 라스킨은 분노로 타올랐다. 가장 가까웠던 사내에게 고함을 지르며 달려가서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놈들의 대장의 예상치 못한 일격, 눈만을 천밖으로 내놓은 사내의 눈에는 의외라는 듯한 빛이 흘렀지만 몸을 숙이면서 어렵지 않게 막았다.
깡!! 겉보기에 서너배 차이가 나는 두 칼이 부딪히면서 도적들은 자신의 대장이 검은 사내의 칼과 함께 두토막을 내버릴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검은 사내의 칼에 막혀서 꿈쩍도 못했다. 자존심이 상해 얼굴이 시뻘개 지도록 힘을 넣어보지만 오히려 자신이 조금씩 밀려나는 것을 느꼈다.
" 뭐, 뭐 이런것들이 다 있어 ! " 속으로 욕을 하면서 뒤로 크게 물러나곤 다시 달려들었다. 왼쪽 어깨에서부터 사선으로 베어버렸다. 두 조각이 나버렸을거라 기대했지만 검은 사내는 어느새 라스킨의 머리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직하강. 당황했지만 간신히 막아냈다. 자신에 비하면 가냘프다고 할 수 있는 몸매의 사내의 칼에 전신이 떨려오는 것을 느끼자 경악했다.
" 네, 네 놈들의 정체가.. 정체가 무어냐! " 잠시 물러서서 전황을 파악하자, 30여명의 부하들 중 절반이 쓰러져 있었다. 모두 절명. 적들은 네명밖에 움직이지 않았지만, 변변히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제야 사태가 제대로 파악되기 시작한 라스킨에게 그들의 우두머리가 나섰다.
" 애초에 너희들이 물러났다면 서로 피를 보진 않았을 것이다. 소녀가 다친 것은 .... 용서해 주려고 했건만. "
그들의 목적이 소녀라는 말에 뒤를 돌아본 라스킨은 이미 소녀를 다른 검은 옷의 사내가 안고 있는 것을 봤다.
" 으음.. 그럼, 원하는 것을 얻은 이상 물러날 것인가. " 침음성을 삼키며, 욕정이 싹 달아나버린 라스킨의 확답어린 눈빛을 받아내던 우두머리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남은 도적들은 안심과 함께 동료들을 어이없게 잃은 것에 대한 슬픔에 조용해져버렸다. 분명 동료들의 죽음은 슬프지만, 능력이 없는 이상 그들의 복수까지는 상상도 못하는 것이다. 물러나는 검은 색의 무리들. 그들을 지켜보던 라스킨은 잊고 있던 의문을 떠올렸다.
" 네 놈들의 정체는 뭐냐. 어째서, 그런 어린 소녀를 구하려는 거지. "
" ..... .... BOS를 알고 있는가. " 멈춰 선 우두머리,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조용히 말했다.
" BOS.. ? ...... ...... !!!! 허, 허헉.. ! " 익숙하지 않은 용어에 머리를 굴리던 라스킨은 곧 경악해 버렸다. 자신이 도둑길드 마스터 였을 당시 최고급 정보로 취급되었던, BOS라는 그룹의 정체. 그들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 자신이 수집했던 정보로는 칼루나 왕국, 국왕 직속의 군단. 제국의 어쎄신 크로스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BOS는 좀더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정보 수집보다는 주로 전쟁, 전투에서의 지휘관급 암살, 반대파 척살 등의 임무에 매우 활약을 보였다. 국왕의 한마디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 대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이 있었기에 강압 독재 정치가 가능했던 칼루나 왕국. 그들의 실력 역시 베일에 싸여 정보수집이 불가능 했었다.
그들을 만나고도 살아남은 것이 놀라웠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않고 임자잃은 말들과 함께 발을 돌렸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목숨이 붙어있었고, 낮의 상단에게서 약탈한 짐들이 있었기에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들과 헤어진 후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일행의 제일 앞에서 말을 몰던 라스킨은 문득 목이 마르다고 생각했다.
"이봐, 티반. "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이 실력으로 제압한 후 마음대로 지어버린 테헤리반의 애칭. 물론 자신밖에 사용 할 수 없지만 말이다. 불렀는데도 대답이 없자, 의문과 어이없음이 동시에 떠올랐다.
" 이봐, 물 좀 달라.... 고... " 그리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던 라스킨.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의 뒤로 따라오던 그의 부하들은 이미 50여미터 밖에 시체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모든 주인들을 잃어버린 말들은 그저 멀뚱히 서서 푸르릉 거릴 뿐이었다.
" 무,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이게.. ? "
"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면 한명 정도는 살려둘 필요가 있지. " 어느새 자신의 등뒤에서 울리는 목소리. 마치 지옥에서나 들려올 듯 한 웅웅거리는 목소리에 기겁했지만, 차마 뒤돌아볼 용기조차 없었다. 그를 위해서일까, 그의 앞으로 걸어온 검은 옷의 사내. 아까 그들의 일행일까도 생각해 봤지만, 무언가 달랐다. 탁한 흑색의 터번으로 눈만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감쌌던 그들과는 달리 이는 몸에 달라 붙는 타이즈와 코까지 가려버린 두건. 그리고 머리를 기형적으로 묶은 사내. 그의 눈은 회색으로 마치 죽은 자의 눈을 보는 것만 같았다.
" 허, 허억... 도대체.. 어느새.. 무슨 짓을.. " 하루에 두 번이나 목을 죄이는 공포감에 떠는 라스킨, 저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 너희들이 쫓던 소녀와 소년 중... 소년은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 다시 듣기에는 너무나 절망스러운 목소리. 그의 눈에는 지옥의 악마왕이 현신한 듯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 그, 그 녀석은.. 모, 모래 늪에 빠져서.. 확실히.. 죽어버린.. "
" 모래 늪이라.. 아까의 그 곳인가.. " 죽어버린 듯한 회색의 눈동자를 돌려 정확히 아이빈이 빠져버린 모래늪을 바라보는 사내를 피해 점점 뒷걸음 쳤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 그렇다면 시체 확인이 조금 어려운 것인가.. 쯧. 진실인 듯 하니 편히 쉬게해주어라. " 그의 속삭임을 들어버린 라스킨은 공포이 질려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 자신을 지나간다고 생각하면서 전신이 후두득 하고 분해되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라스킨의 뒤에 서있는 두명의 사내. 그들은 라스킨의 피가 묻은 날카로운 단도를 털어버리곤 품 속으로 갈무리했다.
" 삼황자의 죽음이 확인되지 않으면 곤란하겠는걸.... 독충들을 모래늪으로 던져넣고 3일정도를 기다린 후 이곳을 뜬다. "
" 옙. " 짧고 간결하게 대답한 두 명의 사내가 움직임과 동시에 곰곰이 생각을 하는 어쎄신 크로스의 서드마스터 주위로 바람이 분다. 자연의 바람이 아닌.. 바람 속에 몸을 숨킨 인자들의 살기가 느껴지는 바람.
" BOS라.. 그 소녀가 누구길래 그 지독한 놈들이 움직인 것이지. 하마터면 나의 존재가 들킬 뻔 했다.. 꽤나.. 강한 고수... "
진작에 라스킨과 그 부하들을 쓸어버리고 황자의 행방을 물으려 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BOS 때문에 일을 미뤘었다. 자신과 같은 느낌의 BOS의 우두머리, 칼루나 왕국 따위의 특수부대가 자신들과 맞먹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서드 마스터의 자존심을 가볍게 뭉개버렸던 그는 자신들의 정보로도 확인이 불가능 했다. 새로운 적의 등장. 짜릿한 긴장감과 함께 호승심이 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15,16장까지는 별다른 기대하시는 그런 장면이 없을듯 합니다..
17장에나 므흣한.. 쿨럭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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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이번 화부터 정렬방식을 좀 바꿔봅니다.. 제가 보는 한글97에서의 줄바꿈과 소라의 줄바꿈 길이가 달라서 글 보기가 영 좋지 않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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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가 없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 "
" 마,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럴수가... "
오아시스에서 떠나온 두 소년 소녀, 그들이 서있는 높은 언덕의 아래에는 그들보다 한시간여 먼저 길을 떠났던 상인들의 시체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30여명의 장사꾼들이 작은 움직임없이 슬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뜨거운 사막에 누워있었다. 그들의 짐과 말, 마차마저 모조리 사라진 상태. 공포의 사막에서 도적떼라도 만난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을 하자 수아의 머릿속에는 문득 공포의 마적떼, 토네이도가 생각이 났다. 이 넓은 네헤루 사막에서도 오아시스 주위를 배회하면서 교활하게도 민간인 상단만 털고 다닌다는 살인마들. 원하는 것을 얻어도 결코 한명의 목격자조차 남기지 않고 쓸어간다고 해서 토네이도라고 불렸다.
" 이 근처에서 도적떼라도 돌아다니는 건가.. " 자신들에게 유난히 친절했던 무스타벳 아저씨를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시려오는 아이빈.
" ... 다,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해. "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아가 갑자기 전신을 부르르 떨면서 나지막히 속삭이자, 아이빈은 얼굴가득 의문을 보였다.
" 뭐라고 ? "
" 당장 이 곳에서 멀어져야 해! 그들... 그들은 사냥을 한 후 그 주위를 배회하며 목격자들을 공격한다고 ! "
안색이 창백히 질려버린 수아, 그녀가 부들부들 떨면서 외치자,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아이빈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저들을 이대로 두고 떠나야 되는 건가.. 어쩔 수 없지. 우리들이 지금 남들을 생각해 줄 처지가 아니야. 이 곳을 돌아서 가자. "
수아의 손을 덥석 쥐고 끌고가는 아이빈. 평소였더라면 한마디 쏘아붙였을 수아였지만, 지금은 엎드린 시체들에게서 눈을 못떼고 아이빈을 종종 쫓아갔다. 그리고..
저 먼 언덕에서 모습을 보이는 검은 무리. 설마...
" 으, 으아아.. "
" 이런 젠장. " 아이빈은 그 무리를 보고는 반대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누가봐도 분명한 도적의 무리들, 멀리였지만 그들이 들고 있는 흉악한 무기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것을 본 것이다.
두두두두. 수십명에 달하는 마적떼들 역시 아이빈과 수아를 발견하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바람이 슬슬 강해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고요한 사막. 그들이 달려오는 말의 발굽 소리는 대지를 울리면서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들과의 거리는 점점 눈에 띄게 가까워진다. 두 소년소녀는 죽어라고 달렸다.
벌써 300여미터 바깥까지 도착한 마적떼. 무어라 외치고 있다. 마치 서라는 듯한 내용. 이런 상황에 서라면 누가 서냐,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이 튀어나온다는 것에 새삼 놀라며 피식하는 아이빈이었다. 이제는 사막의 울림이 아닌, 직접 소리로 들리는 말발굽 소리 뒤돌아 볼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100여미터 밖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들리는 바람소리.
슉! 슈슉! 파악! 아이빈의 목을 지나 왼쪽에 떨어지는 화살. 조잡하긴 했지만 가녀린 그들의 몸을 꿰뚫기엔 충분했다.
" 이런 젠장. 이런 곳에서 뼈를 묻는건가.. 루시앙...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 "
이를 질끈 깨물며 달려보지만,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가 귀에서 생생 울린다.
" 당장 멈춰라! 으하하하하 !! " 점점 수아의 손을 잡는 자신의 손바닥의 땀 때문에 미끄러지는 것을 느꼈다.
" 수아야, 조금만 더 힘내 ! 멈추면 안돼.. " 헉헉 대는 수아를 돌아보는 아이빈, 순간 눈을 크게 치떴다.
슈루룽.... 푸슉 ! 비틀대던 수아의 등에 꽂혀버리는 화살. 수아는 공포와 고통으로 인해 눈이 커진다.
" 아아.... "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수아, 어느새 마적떼들은 2, 30여미터 밖까지 와서 말에서 내리고 있다.
" 멍청한 것들, 그러기에 멈추랄 때 멈출 것이지.. 쯧쯧 "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두건을 쓴 사내. 음성을 들어 40대 중후반 으로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아이빈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의 앞에 엎드려 고통스러워 하는 수아. 그녀의 등에서 퍼져나오는 핏물. 하얀 모래의 바다와 붉은 선홍색의 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째서.. 어째서... !!
" 으아아아아아아 !! " 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아이빈. 그리고 그의 목걸이에서, 아니 정확히 그의 목걸이에 걸려있는 황실의 증표, 반지에서 빛이 흘러나왔고, 그 빛은 은은하게 수아의 몸을 감쌌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소년 때문에 흠칫한 도적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몰랐다. 아이빈의 고함소리에 꽤나 놀라기도 했지만, 어느새 고통이 조금 줄어들은 수아는 힘든 몸을 일으켜서 눈에 초점이 없는 아이빈을 언덕의 밑으로 밀어버렸다.
" 너, 너라도.. 살아야 돼.. " 힘없이 밀려나는 아이빈. 그의 눈에는 어느새 몸을 일으키고 있는 수아와 당황한 도적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꽤나 급한 경사,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귀가 웅웅 거리면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 수아.. 수아야.. 도망쳐.. !!!!! " 도적들이 굴러떨어지는 아이빈을 따라서 뛰어내려오려다가 갑자기 멈칫한다.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공포. 어째서지 ? 라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자신의 몸이 이제는 구르지 않고 흘러내려간다고 느꼈다. 수아를 향해 내민 손, 그리고 얼굴까지 차오르는 모래. 벌린 입과 코로 모래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암흑속으로 빨려들어가버렸다.
" 허억.. 허억.. 이런 곳에 모래늪이라니.. 그 재수없는 자식이 흘러내려가버리지 않았더라면 우리까지 빨려들어갔을 수도 있다. "
" 으음.. 대장, 이 소년.. 아니 계집입니다. "
" 으응? 계집이라고? " 여자라는 말에 눈이 반짝거린 토네이도의 대장. 라스킨. 본래 칼루나 왕국의 도둑길드 마스터였지만 세력 다툼에 밀려 끝없는 지옥이라 불리는 이 사막에서 세력을 모아 도적떼를 규합했다. 의외로 민간인 상단들이 많아서 요즘 한창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들의 도적질이 성공할때마다 악명과 비례해서 현상금이 올라갔지만, 이 뜨겁고 갈증나는 사막까지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달려오는 정규군은 없었다. 그저 상단들은 자체 용병들을 고용해서 스스로 안전을 꾀할 수 밖에..
" 호오, 이것 꽤나 이쁘장한걸. 크흐흐 " 두건으로 둘둘 감쌌던 수아의 얼굴은 본 라스킨의 얼굴에는 음색이 가득했고, 침마저 흘러내렸다. 벌써 서너달째 여자를 품어보지 못한 도적떼들. 그들의 눈에도 기대의 빛이 반짝였다.
" 오늘의 수확은 기대 이상이구나, 으하하하 !! " 한창 기분이 좋아진 라스킨에게 그의 오른팔인 테헤리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대장, 늪으로 빠져버린 소년은 살아있을까요. "
" 당연하지, 한번 빠지면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지옥. 그 곳에 빠져서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
" 으음.. " 무언가 못마땅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 테헤리반을 무시하고는 자신의 품에 들어온 정신을 잃은 수아를 보며 낄낄 댔다. 그리고 그녀의 등에서는 어느새 피가 멈춰있었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투박하고 털이 숭숭 난 검은 손을 그녀의 품으로 거침없이 집어넣었다. 앙증맞은 가슴이 얇은 속옷 위로 느껴졌다. 자신의 자랑인 거대한 그의 육봉에 피가 쏠리는 것을 느끼면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 지금 당장 본부로 돌아간다 !! 크하하하 " 자신의 말에 탑승하는 대장의 뒤로, 궁시렁 대는 부하들.
" 도대체 우리가 본부가 어딨다는 거야-_- 천막 두서채 지어놓은 것 뿐인걸.. "
" 대장은 유난히 본부 타령하는 걸 좋아하잔냐. 크크 "
사막의 제왕 토네이도. 아직까지 그들을 압도하는 세력이 사막을 지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은 자신이 이 넓고 하얀 바다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 까지는.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하던 라스킨은 그의 시야에 검은 무리가 포착 되는 것을 느꼈다.
" 응? "
" 어랏.. 또 다른 상단인가 . " 무리에서 촉새라 불리는 타부가 먼저 달려나가 그들을 살폈다. 꽤나 눈이 좋기로 유명한 그의 시야에는 온통 검은 천으로 몸을 감싸고 정확히 그들의 무리를 향해 다가오는 정체모를 십여명의 사내가 보였다.
" 이봐 대장.. 저들은 상단이 아닌가 본데, 뭔가 이상해. "
" 흥, 상단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우리의 무리를 본 모든 자들은 목숨과 재물, 그리고.. 계집을 내놔야 하는 거다. 크하하하 "
오랜만의 수확에 이미 긴장이 풀려버린 라스킨과 는 달리 테헤리반은 잔뜩 긴장했다. 그들의 악명을 듣고 온 칼루나 왕국의 정규군이거나 실력있는 용병대 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만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였던가.
" 전원, 긴장해라. 놈들은 우릴 향해 오고 있다. " 그가 시위하듯 꺼낸 거대한 언월도. 일부러 햇빛쪽을 향해 들었기 때문에 번쩍임이 그들에게 까지 보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의 변화 없이 다가오는 흑색의 무리들. 어느새 50여미터까지 다가왔다. 아무런 말도 없는 무리, 이쯤되자 수아의 몸을 더듬기 바쁘던 라스킨 역시 조금은 긴장했다. 말에서 내리는 도적떼들.
" 네 놈들은 뭐냐 ?! 감히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 하는 거냐 !! " 우렁찬 라스킨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지만, 그들은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조용히 말한다. 분명 그들은 조용히 말했지만 소리는 토네이도 무리 전원에게 울리듯이 들렸다.
" 너희들이 데리고 있는 소녀.. 돌려준다면 죽이지는 않겠다. "
거슬리는 음성, 간만에 들어온 이쁘장한 사냥감을 포기 하기 싫었던 라스킨은 웃기지도 않는 다는 듯이 대꾸했다.
" 감히.. 어디서 건방지게 ! 죽고 싶은게냐 !! "
" 대장.. 느낌이 좋지 않소. 그냥 그 계집을 건네주고 물러납시다. "
" 이런 멍청한 자식 ! " 얼굴이 파랗게 질린 부하를 발로 차버리고 자신의 애도, 거대하고도 둥글게 생긴 자신의 칼을 꺼내들었다.
" 감히 이 네헤루 사막에서 토네이도에게 건방지게 군 대가를 뼛속깊이 느끼게 해주지. 쳐랏 ! "
" 우우우우 !! " 망설이던 무리는 대장이 먼저 나섬에 그의 뒤를 따라 검은 무리에게 달려갔다.
" ... 멍청한 것들.. 너희들이 자초한 화는, 너희들의 목숨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 자신의 좌우의 사내에게 눈짓을 하자, 그를 중심으로 4명의 사내가 튀어나갔다. 달려오는 도적떼보다 압도적인 속도, 그들의 움직임에 움찔했던 도적떼와 어느새 부딪힌 검은 천의 사내들은 아무 망설임 없이 무방비의 무리를 베어나갔다.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서너명이 쓰러지자 정신을 차린 라스킨은 분노로 타올랐다. 가장 가까웠던 사내에게 고함을 지르며 달려가서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놈들의 대장의 예상치 못한 일격, 눈만을 천밖으로 내놓은 사내의 눈에는 의외라는 듯한 빛이 흘렀지만 몸을 숙이면서 어렵지 않게 막았다.
깡!! 겉보기에 서너배 차이가 나는 두 칼이 부딪히면서 도적들은 자신의 대장이 검은 사내의 칼과 함께 두토막을 내버릴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검은 사내의 칼에 막혀서 꿈쩍도 못했다. 자존심이 상해 얼굴이 시뻘개 지도록 힘을 넣어보지만 오히려 자신이 조금씩 밀려나는 것을 느꼈다.
" 뭐, 뭐 이런것들이 다 있어 ! " 속으로 욕을 하면서 뒤로 크게 물러나곤 다시 달려들었다. 왼쪽 어깨에서부터 사선으로 베어버렸다. 두 조각이 나버렸을거라 기대했지만 검은 사내는 어느새 라스킨의 머리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직하강. 당황했지만 간신히 막아냈다. 자신에 비하면 가냘프다고 할 수 있는 몸매의 사내의 칼에 전신이 떨려오는 것을 느끼자 경악했다.
" 네, 네 놈들의 정체가.. 정체가 무어냐! " 잠시 물러서서 전황을 파악하자, 30여명의 부하들 중 절반이 쓰러져 있었다. 모두 절명. 적들은 네명밖에 움직이지 않았지만, 변변히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제야 사태가 제대로 파악되기 시작한 라스킨에게 그들의 우두머리가 나섰다.
" 애초에 너희들이 물러났다면 서로 피를 보진 않았을 것이다. 소녀가 다친 것은 .... 용서해 주려고 했건만. "
그들의 목적이 소녀라는 말에 뒤를 돌아본 라스킨은 이미 소녀를 다른 검은 옷의 사내가 안고 있는 것을 봤다.
" 으음.. 그럼, 원하는 것을 얻은 이상 물러날 것인가. " 침음성을 삼키며, 욕정이 싹 달아나버린 라스킨의 확답어린 눈빛을 받아내던 우두머리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남은 도적들은 안심과 함께 동료들을 어이없게 잃은 것에 대한 슬픔에 조용해져버렸다. 분명 동료들의 죽음은 슬프지만, 능력이 없는 이상 그들의 복수까지는 상상도 못하는 것이다. 물러나는 검은 색의 무리들. 그들을 지켜보던 라스킨은 잊고 있던 의문을 떠올렸다.
" 네 놈들의 정체는 뭐냐. 어째서, 그런 어린 소녀를 구하려는 거지. "
" ..... .... BOS를 알고 있는가. " 멈춰 선 우두머리,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조용히 말했다.
" BOS.. ? ...... ...... !!!! 허, 허헉.. ! " 익숙하지 않은 용어에 머리를 굴리던 라스킨은 곧 경악해 버렸다. 자신이 도둑길드 마스터 였을 당시 최고급 정보로 취급되었던, BOS라는 그룹의 정체. 그들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 자신이 수집했던 정보로는 칼루나 왕국, 국왕 직속의 군단. 제국의 어쎄신 크로스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BOS는 좀더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정보 수집보다는 주로 전쟁, 전투에서의 지휘관급 암살, 반대파 척살 등의 임무에 매우 활약을 보였다. 국왕의 한마디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 대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이 있었기에 강압 독재 정치가 가능했던 칼루나 왕국. 그들의 실력 역시 베일에 싸여 정보수집이 불가능 했었다.
그들을 만나고도 살아남은 것이 놀라웠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않고 임자잃은 말들과 함께 발을 돌렸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목숨이 붙어있었고, 낮의 상단에게서 약탈한 짐들이 있었기에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들과 헤어진 후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일행의 제일 앞에서 말을 몰던 라스킨은 문득 목이 마르다고 생각했다.
"이봐, 티반. "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이 실력으로 제압한 후 마음대로 지어버린 테헤리반의 애칭. 물론 자신밖에 사용 할 수 없지만 말이다. 불렀는데도 대답이 없자, 의문과 어이없음이 동시에 떠올랐다.
" 이봐, 물 좀 달라.... 고... " 그리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던 라스킨.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의 뒤로 따라오던 그의 부하들은 이미 50여미터 밖에 시체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모든 주인들을 잃어버린 말들은 그저 멀뚱히 서서 푸르릉 거릴 뿐이었다.
" 무,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이게.. ? "
"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면 한명 정도는 살려둘 필요가 있지. " 어느새 자신의 등뒤에서 울리는 목소리. 마치 지옥에서나 들려올 듯 한 웅웅거리는 목소리에 기겁했지만, 차마 뒤돌아볼 용기조차 없었다. 그를 위해서일까, 그의 앞으로 걸어온 검은 옷의 사내. 아까 그들의 일행일까도 생각해 봤지만, 무언가 달랐다. 탁한 흑색의 터번으로 눈만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감쌌던 그들과는 달리 이는 몸에 달라 붙는 타이즈와 코까지 가려버린 두건. 그리고 머리를 기형적으로 묶은 사내. 그의 눈은 회색으로 마치 죽은 자의 눈을 보는 것만 같았다.
" 허, 허억... 도대체.. 어느새.. 무슨 짓을.. " 하루에 두 번이나 목을 죄이는 공포감에 떠는 라스킨, 저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 너희들이 쫓던 소녀와 소년 중... 소년은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 다시 듣기에는 너무나 절망스러운 목소리. 그의 눈에는 지옥의 악마왕이 현신한 듯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 그, 그 녀석은.. 모, 모래 늪에 빠져서.. 확실히.. 죽어버린.. "
" 모래 늪이라.. 아까의 그 곳인가.. " 죽어버린 듯한 회색의 눈동자를 돌려 정확히 아이빈이 빠져버린 모래늪을 바라보는 사내를 피해 점점 뒷걸음 쳤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 그렇다면 시체 확인이 조금 어려운 것인가.. 쯧. 진실인 듯 하니 편히 쉬게해주어라. " 그의 속삭임을 들어버린 라스킨은 공포이 질려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 자신을 지나간다고 생각하면서 전신이 후두득 하고 분해되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라스킨의 뒤에 서있는 두명의 사내. 그들은 라스킨의 피가 묻은 날카로운 단도를 털어버리곤 품 속으로 갈무리했다.
" 삼황자의 죽음이 확인되지 않으면 곤란하겠는걸.... 독충들을 모래늪으로 던져넣고 3일정도를 기다린 후 이곳을 뜬다. "
" 옙. " 짧고 간결하게 대답한 두 명의 사내가 움직임과 동시에 곰곰이 생각을 하는 어쎄신 크로스의 서드마스터 주위로 바람이 분다. 자연의 바람이 아닌.. 바람 속에 몸을 숨킨 인자들의 살기가 느껴지는 바람.
" BOS라.. 그 소녀가 누구길래 그 지독한 놈들이 움직인 것이지. 하마터면 나의 존재가 들킬 뻔 했다.. 꽤나.. 강한 고수... "
진작에 라스킨과 그 부하들을 쓸어버리고 황자의 행방을 물으려 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BOS 때문에 일을 미뤘었다. 자신과 같은 느낌의 BOS의 우두머리, 칼루나 왕국 따위의 특수부대가 자신들과 맞먹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서드 마스터의 자존심을 가볍게 뭉개버렸던 그는 자신들의 정보로도 확인이 불가능 했다. 새로운 적의 등장. 짜릿한 긴장감과 함께 호승심이 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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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2-28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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