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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 Of The Valley(은방울꽃) - 4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1:08 661회 0건
#일단 여기까지 썼습니다...판타지란게 쓰기가 어렵네요...기본 스토리는 짰는데 아무래도...ㅎㅎ;;..어설픈 솜씨라서...미흡한점 지적해주시면 열심히 고쳐서 쓰겠습니다...#


(4)

버넷의 도움으로 늦지 않게 초소로 복귀 한 앤더슨 일행은 비록 들키긴 했지만 앤더슨의 걱정과는 달리 별 징계 없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앤더슨은 분개하고야 말았는데, 이는 차후 앤더슨에게 상관의 말은 다 개뻥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기에 충분 했다.

"아! 맞다, 그래서 그런 거였나?"

캐이트론 시를 벗어나 에 누스(Eh Nuse)의 외곽지역에 다 달았을 때쯤 맥키언이 낮게 탄성을 질렀다.

"왜 그래 맥키?"

"응, 그 남자 있잖아. 아니, 그 청발 남자……."

어김없이 이어지는 패터슨의 수다를 피하려 온갖 방법을 강구하던 앤더슨은 구세주의 방귀소리와도 같이 달콤한 맥키언의 목소리에 얼른 패터슨에게서 떨어져 맥키언에게로 다가갔다.

"누구? 아, 노예시장! 여태 생각하고 있었냐?"

"아아, 신경이 쓰여서 말이야. 아무튼 그 신경 쓰이던 부분을 알아냈어."

"오~ 그게 뭔데?"

"너도 왕국의 국교(國敎)가 헤르메스라는 건 알지?"

"당연하지. 지금 우리가 트란실바니아와 싸우는 이유가 그놈들이 헤르메스를 부정하고 타란 토스를 주신으로 섬기기로 선포하고 침략을 감행했기 때문이잖아. “

"그래, 맞아. 근데 말이야 헤르메스교의 차기 교황 후보이자 3년 전 헤르메스 신관들의 신성력 소멸 사건 이후 첫 하이 프리스트 직을 얻은 자가 누군지 알아?"

"엉?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뭐 나도 직접 본적은 없고 듣기만 한 거지만 중요한건 그 신관의 머리가 청록색이라고 알려져 있다는 거지…….청록색 머리칼에 푸른 눈을 가진 미소년 하이 프리스트라고 들었어. 뭔가 께름찍 하지 않아?"

"에헤~~?"

좀처럼 먼저 입을 열지 않는 맥키언이 스스로 입을 열어 열변을 토할 듯하자 한껏 기대했던 앤더슨은 맥키언의 말을 듣고 나자 맥이 탁 풀렸다.

"야이, 미친놈아! 난 또 뭐라고! 하이 프리스트가 할 짓이 없어서 여자노예를 사겠냐? 그것도 20000골드라는 거금을 내고?"

"야, 너도 생각해봐, 이 대륙에서 가장 흔한 머리색깔이 머냐?"

"그야, 나 같은 갈색과 너의 남색이나 패터슨의 붉은색이지."

"그럼, 가장 희귀한건?"

"나의 아젠티와 같은 흑발과 청록색 머리지. 야, 근데 그건 너무 심한 비약 아냐? 청록색 머리를 가졌다고 다 하이프리스트는 아니잖아? 그리고 신관이 여자노예가 무슨 필요가 있다고?"

"그건 아니라고 봐~! 내가 알아."

"왓~! 패터슨 너 언제 옆에 와 있었냐? 그리고 뭘 알아?"

앤더슨과 맥키언의 대화가 길어지자 무료했던 패터슨이 슬금슬금 앤더슨 옆으로 다가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녀석은 변태야! 보통 변태가 아닌 하이 프리스트 변태!"

"헛……."

패터슨의 뜬금없는 말에 앤더슨과 맥키언은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패터슨은 둘이 어떻게 되든 말든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가 예전에 빵집의 클라라 아줌마한테 들은 말인데, 신관들 중에는 꽤 변태적인 기질의 녀석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그것도 상위신관일 수록 더 그렇다고 하더군. 왜 있잖냐? 지금의 노예제도가 합법화 된 것도 헤르메스의 신전에서 이 노예제도를 정식으로 인정하고서 부터였잖아. 그게 다 자기들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한 술수였을 거야. 신관의 입장에서 평범한 여자를 사귈 수 없으니, 아예 노예제도를 합법화해서 여자 노예들로 하여금 변태적인 성적욕구를 채우려는 심산인거지."

"야, 그건 너무……."

"앤더슨, 니가 헤르메스 신도인건 인정하지만 그건 패터슨 말이 일리가 있어. 너 5년 전 프랑코영감님이 촌장으로 계시던 야밀 마을 사건을 잊은 건 아니겠지?"

야밀 마을의 참사, 그것은 5년 전 야밀 마을의 헤르메스 신전으로 젊은 신관이 부임 되면서 부터 일어난 일이었다.



헤르메스력 3123년.
그 해 7월은 그 참을 수 없는 무더위로 인해 사람들에게 하여금 바람의 정령 실프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한 계절이었다.

"야아~ 시원하다~"

그날도 야밀마을의 소녀 레이니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 종일 산 속에서 나무열매를 줍고 해가 지려 할 무렵 계곡으로 와서 한낮의 열기로 달아오른 몸을 식히고 있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도 매일 매일 그날의 끼니를 위해서 이렇게 하루 종일 나무 열매를 주스로 다녀야 하는 레이니이었지만 일이 끝난 후 지금처럼 계곡에 발을 담그고 멱(冪)을 감는 이 순간은 레이니에겐 그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만큼 즐거운 것이었다.

"흥흥흥~ 흐으응~ 헤헤헷~"

낮 동안의 축척된 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시린 물의 감촉에 자신도 모르게 흥겨운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음정도 박자도 엉터리 이었으니 아마도 그 자리에 누군가가 함께 있었다면 매우 부끄러웠을 것이리라.

부스럭!!

"?!"

한참을 멱 감기에 열중하던 레이니는 숲 속에서 들리는 인기척 소리에 동작을 멈추고 혹시 있을지 모를 위험을 대비해 가지고 다니는 조그만 나이프를 품속에서 꺼내 쥐었다.

"누, 누가 있나요?"

"……."

철제 나이프의 차가운 감촉에 용기를 얻은 레이니는 인기척이 들려온 곳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인기척의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가 싫은 듯 숲 속 에서는 그 누구의 모습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도 없나요?"

평화롭기만 하던 숲 속엔 어느덧 긴장감만이 팽배해 있었다.

부스럭!!

"하, 하핫. 자매님 놀라지 마십시오. 전 신관이랍니다. 하핫……."

레이니의 초조함이 극에 다다랐을 때쯤이었다. 처음에 들렸던 부스럭 거리는 인기척을 다시 한 번 나면서 숲속 유난히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신관 하나가 불쑥 튀어 나왔다. 신관의 얼굴은 매우 젊었으며 또 탐스런 금발 머리의 매우 잘생긴 모습이었다.

"아, 시, 신관님 이셨군요…….근데 왜 거기서?"

"아,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전 주신 헤르메스 신전의 신관 알렉스라고 합니다. 오늘 이 야밀 마을 소(小)신전으로 헤르메스님의 뜻을 펴고자 새로 부임 받아 마을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다 길을 잃어 산 속을 헤매던 중 우연히 자매님의 모습을 보게 되고 또 본의 아니게 자매님을 놀라게 했군요. 너그러이 용서하시길……."

"아……."

예의 바르고 상냥한 젊은 신관의 언행에 레이니는 오히려 예민하게 반응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짐을 느꼈다.

"신관님, 신관님께 제가 무례를 범했네요. 죄송합니다, 요즘 산적들이 너무 극성인지라.정말 죄송해요."

"아이, 아닙니다! 무례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하하핫……."

레이니의 정중한 사과에 양손을 휘휘 저으며 얼굴을 붉히는 젊은 신관. 레이니는 젊은 신관 알랙스의 그런 순진한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사실 신관 알랙스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물론 헤르메스의 신관이라는 것과 야밀 마을 신전의 신관으로 새로 부임 받아왔다는 것은 사실 이었지만, 길을 잃지도 않았고 여기서 우연히 레이니와 만났다는 건 명백한 거짓 이였다. 야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은 레이니와 같은 소녀들도 돌아다닐 정도의 편한 산길이 나있었기 때문에 길을 잃는 다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불가능 했으리라.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꿈에도 상상치 못한 레이니는 그저 이 잘생긴 젊은 신관에게 순수한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레이니와 알랙스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하지만 알랙스의 의도가 어떻든 레이니에게는 알랙스는 이성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는데, 그 첫 번째 이유로는 알랙스가 신관의 신분이란 점이어서 이었고 두 번째 이유로는 15세 어린 나이의 소녀 레이니에게 이성이란 단어는 아직 낫설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알랙스, 어때? 표정을 보아하니 계획대로 잘 안되어 가는 것 같은데~ 처음의 그 자신감은 다 허풍이었나 보군."

"흥, 멍청한 계집! 내가 지한테 들인 공이 얼만데. 천한 것 주제에…….으득."

야밀 마을 헤르메스의 신전 안 신관들이 머무는 합숙소인 듯 한 곳에는 알랙스와 또 다른 신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상냥한 미소를 보여준다는 젊은 신관 알랙스. 이렇게 알려진 알랙스의 얼굴이 지금은 놀랍게도 광기와 탐욕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후후, 캔카트 집안의 수치 개망나니 알랙스 캔카트 공자께선 신관이 되고서도 하나도 달라진 게 없군요~"

알랙스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신관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개망나니 알랙스 캔카트. 그랬다. 본래 알랙스는 달란트 왕국의 캔카트 자작 집안의 막내였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이미 귀족들 사이에선 알랙스는 피의 미소 혹은 캔카트의 개망나니로 통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흉포한 성격과 변태적인 여성 향을 지니고 있던 알랙스는 15세 생일 때 첫 살인을 했다. 상대는 바로 아버지인 캔카트 자작으로 부터 선물 받은 여자 노예였다. 처음으로 노예라는 것을 받게 된 알랙스는 여자 노예를 받자마자 검을 들어 목을 베어버렸다. 그리고는 시간(屍奸)을 했다. 축하 파티 장에 있던 모든 하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그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그것은 살인의 상대가 그의 노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15세의 생일이 지나고 모두가 그 일을 잊었었지만, 알랙스는 그날 이후 광적으로 여자 노예를 사서 온갖 변태적인 행위를 했다. 매일매일 캔카트 집안에서는 여인들이 죽어나갔고 그 일이 귀족사회 전체에 퍼졌을 때도 그 누구도 알랙스를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또래의 귀족아이들의 부러움에 찬 시선을 받았고 살인에 대한 처벌 또한 가문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았다.

"쳇! 젠장, 그 일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매일을 광기와 탐욕 속에서 살던 알랙스는 어느 날, 더 이상 노예를 괴롭히는 일에 실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 이상 순종적인 노예들에게서는 스릴을 느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알랙스가 선택하게 된 것이 평민 여자들을 건드리는 것이었고, 그것은 귀족 사회에서도 꽤 큰 분란을 일으키게 되었다. 노예를 죽이는 것은 개인의 소유물이니 할 말이 없었던 거였지만, 평민 여자를 건드리는 것은 엄연한 국법 위반이었으며 반인륜적인 일이였다. 일이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번지자 캔카트 자작은 아들의 보호를 위해 가택 연금이라는 특단의 방법을 써서 일을 무마시키려 했다. 하지만 일은 거기서 터진 것이 아니었으니, 오랜 가택 연금으로 성적 욕구와 살의가 가득 차있던 알랙스는 아버지인 캔카트 자작이 자신을 위해 열어준 파티에서 수도 변방 지역의 힘없는 귀족의 영애를 강간하고 만다. 그리고선 진노한 아버지에 의해 강제로 헤르메스의 수련신관으로 쫓겨나다 시피 내몰린 것 이었다. 기실 그 당시엔 대륙 전체에 걸쳐 헤르메스의 신전에는 귀족의 자제들이 수련신관으로 들어가는 일이 성행했는데, 그중 90%는 집안에서 내 몰린 문제아 들이였다고 한다.

"알랙, 넌 이제 가문의 수호도 받지 못할 거야. 자칫 강제로 하다가 걸리면 무사히 넘어가진 않을 걸? 그냥 포기하고 조용히 가문에서 불러주길 기다리는 건 어때?"

"흥, 내가 너처럼 겁쟁이로 보이냐? 후후. 레이니라는 년을 본다면 너도 생각이 달라질걸? 나이도 어린것이 어찌나 잘 여물었는지. 크큭..그나저나 그 년을 어떻게 눕히지?"

"흠..아! 맞다 그 방법이 어때?"

달란트 왕국 역사상 이례 없던 이교도 처형 사건. 그것은 두 젊은 사제의 광기와 탐욕에 의해서 이루어진 패악 무도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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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마을에 무슨 일이 있나? 웬 소란이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나절 내내 산 속에서 나무 열매를 바구니 가득 주워서 마을로 내려온 레이니는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소란스런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리는 온통 신관들과 신전 기사단들이 점령하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모조리 광장으로 강제로 끌려 나가 처형을 당하고 있었다.

"저, 저기 신관님? 무슨 일이죠?"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레이니는 가까이에 있는 신관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여느 때와 같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친절히 지금의 상황을 설명 해주리라 레이니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앗! 여기 또 한 년이 있다~! 당장 포박하고 끌고 가라~!"

하지만 레이니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부드러운 미소와 친절한 대답이 아닌 중장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단의 거친 손길과 고통스런 포박이 전부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요! 이교도라니? 그런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마을 광장에는 마을의 사내들과 촌장인 프랑코 여감이 포박된 채 신관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었다.

"입 닥쳐라! 이미 신관에서 너희의 이교 행위에 대한 모든 증거를 잡았노라! 감히 마신(魔神) 시트리(Sytry,Sitri,Birtu)를 섬기고 헤르메스의 젊은 신관을 해하려 하다니!"

마신(魔神) 시트리(Sytry,Sitri,Birtu).
마계의 귀공자라 불리는 마신 시크리는 몸은 인간이지만 등에는 그리핀의 날래가 나 있고 머리는 표범 또는 다른 여러 가지 야수의 형상을 하고 있다. 사랑과 성에 관한 모든 사항들을 마술로 제어할 수 있으며, 여성이 스스로 옷을 벗도록 만들 수가 있다고 전해진다.

"마, 마신이라니요! 모함입니다. 우린……."

"닥쳐라! 증거도 있고 신관의 증언이 있었다! 신관 기사들은 들어라! 여기 이자들을 여자와 남자로 나뉘어 신전의 임시 징벌실로 끌고 가라!"

그렇게 사람들의 피맺힌 항의는 무시되었고, 사람들은 여자와 남자 두 무리로 나뉘어져 신전으로 끌려갔다.

- 캬아악!!!-

-크아아악~~~!!!-

신전 내부의 징벌실. 이곳의 본래 용도는 나태해진 신관들이 정신 수련을 위해 스스로의 등에 채찍질을 하거나 죄를 저지른 신관을 벌하기 위한 곳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엔 무간지옥(無間地獄 avici)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발가벗기어진 채 대롱대롱 공중에 매달려 있었고 신관들은 채찍과 인두, 가시나무 등을 사용해 고문을 가하고 있었다.

"말하라! 모두 밝히고 헤르메스의 용서를 구하라!"

-으아아악~~!!-

"우, 우린 모르는, 모르는 일이요…….마신(魔神) 시트리라니…….그, 그것이,,무엇인지 우린 정녕 알지 못한단 말이요…….크…….크아아악~~!!"

사람들의 절규는 신관들의 무지막지한 고문에 묻혀 졌다. 한편,

"알랙스 신관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신전 내부의 으슥한 골방. 그곳에는 레이니와 알랙스가 있었다.

"레이니양, 이곳 야밀마을의 사람들은 마신을 믿었습니다……."

알랙스는 침통한 얼굴로 레이니에게 말했다.

"그, 그럴 리가……."

"이것은 진실입니다. 헤르메스의 뜻을 거스르고 마을 전체가 마신의 뜻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걸 우연히 신관이 목격했고 공격당해 부상까지 입은 상황입니다……."

알랙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레이니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그, 그럴 리가 없어요! 알랙스 신관님께서 더 잘 아시잖아요? 저도 엄마도 아버지도 프랑코 할아버지와 자넷 할머니도 마을 분들 모두..모두 다 헤르메스님의 종인 것을요. 주일 미사에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것을요.아시잖아요……."

"레이니양, 물론 전 마을 사람들을 레이니양을 믿고 있습니다. 자, 자 그만 진정 하세요."

흐느끼는 레이니를 감싸 안으며 알랙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 레이니양, 제 말을 들어보세요. 제가 오늘 여기로 레이니 양을 부른 것도 다 마을 사람들의 억울한 오명을 벗게 하고자 레이니 양을 몰래 빼돌린 것입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알랙스의 말에 흐느끼던 레이니는 반색을 하며 알랙스를 쳐다보았다.

"레이니양. 다시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다짐을 받는 것 입니다. 마신에 대해 아는 것이 정녕 아무것도 없는 것이겠죠?"

"예, 물론입니다. 맹세코 없어요. 그건 저 뿐만이 아니라 마을사람들 전부 그래요. 믿어주세요."

알랙스는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레이니의 다짐을 받으려 했고 그에 레이니는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과 마을 사람들의 결백을 토했다.

"좋아요 레이니양. 그럼 사람들의 결백을 위해서 당신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어요. 할 수 있나요?"

알랙스는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내며 한껏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뭐든지 할게요……."

레이니님 알랙스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던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의 결백이 밝혀진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레이니였다. 그것을 본 알랙스는 입고 있던 펑퍼짐한 사제복 안에서 선홍빛의 영롱한 빛을 내고 있는 액체가 든 물병하나를 꺼내 레이니에게 내밀었다.

"이것은 항마수(抗魔水)라는 것으로 마신의 지배를 받고 있는 자가 마시면 섬기던 마신의 악한 능력이 밖으로 분출되는 신성수(神聖水)입니다. 물론 마신을 섬기지 않는 이가 마시면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고요. 자, 이것을 마셔보실 수 있겠습니까?"

벌컥 벌컥-

알랙스의 말에 레이니는 지체 없이 물병을 받아들고 그 안의 붉은 액체를 들이마셨다.

"어떤가? 맛이?"

"으음. 아,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제 결백해 졌나요?"

물병을 거의 다 비운 후에야 병에서 입을 뗀 레이니에게 알랙스는 비릿한 웃음을 베어 물며 물었다. 상냥하던 말투가 거칠게 변하고 존댓말이 반말로 변했지만 잔뜩 긴장한 레이니는 그러한 것을 선뜻 눈치체지 못하였다.

"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거야. 조금 더 있어야 약효가 돌 테니까. 후후."

"예, 예? 약효라니요?"

그제야 레이니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체고 의구심 가득한 얼굴로 알랙스를 바라보았다.

"흐흐흐…….지금 네가 마신 건 신성수 따위가 아닌 최음제(崔淫劑)이니까 말이야. 아무리 약효가 좋은 약이라 해도 조금은 있어야 할 테니까 너무 성급해 하지 말라구. 하하하핫……."

"그, 그게 무슨…….하아…….?"

친절하고 마음씨 좋은 신관 알랙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알랙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광인(狂人)의 모습이었다. 쾌락에 달뜬 광인. 레이니는 몸이 점점 뜨거워짐을 느끼고 불신 가득한 눈으로 뒷걸음질 치며 알랙스를 노려보았다.

"하아…….이게. 다 당신의 계획이였..나요? 아아..왜..이런 짓을……."

"후후. 드디어 약효가 슬슬 나타나나보군…….뭐, 이제 게임이 다 끝나가니까 즐기기 전에 다 말해주지…….뭐, 이번 일을 꾸민 건 내가 맞긴 하지만 너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고. 네가 좀 더 고분고분하게 내 밑에 깔려 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테지. 크크..그럼 나도 이런 귀찮은 일 따윈 하지 않아도 되고."

"게임…….?.당신에겐 이게 게임인가요.? 다, 당신 때문에...사람들이 고통 받고 죽어 가는데…….게임이라고.?"

"흥, 그따위 버러지 같은 놈들! 내 게임을 위해 죽는다는 게 오히려 영광이지."

"다, 당신…….하아. 인간도 아냐……"

"후후……칭찬 고맙군...자, 그럼 우리 즐겨볼까?"

꿈이라면 이제 깨어나게 해달라고 빌었다. 만약 신이 정말 있는 것이라면 제발 여기서 멈추게 해달라고…….그 누구라도. 그 어떤 존재에게라도…….구원받을 수만 있다면…….영혼이라도 바칠 수 있다고 레이니는 생각했다.

"까악. 다가오지 마…….아아악……."

레이니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알랙스를 보며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약기운에 풀려버린 두 다리는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닌 듯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고 오히려 알랙스의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었다.

"킥킥. 이런 자세로 그런 말을 하다니. 어린 나이에 너무 밝히는 것 아닌가?"

"아. 아냐...그런거...아앙…….아냐.아아아……."

"후후. 아니라곤 하지만 몸은 그게 아닌가 보군…….자, 그럼 어디 네가 옳은지 내가 옳은지 한번 볼까?"

아닌 게 아니라 레이니의 몸은 이미 약기운에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 눈앞에 있는 상대가 알랙스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상황이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마 끓어오르는 성욕에 비록 아직 남자의 손길이 한 번도 닿지 않은 레이니라 하더라도 남자를 향해 덤벼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아아앙…….만지지마…….하아……."

알랙스의 능숙한 손길에 레이니는 어느덧 알몸이 되었다. 레이니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지만 그 손길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 손길을 거부하기에는 알랙스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은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

"후후. 가끔은 이런 것도 재미있군. 사제복을 입고 음탕한 처녀를 구원하다니. 크크. 이것도 신관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겠지?"

방 밖에선 모진 고문에 못 이긴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눈앞엔 최음제에 취해 음욕에 몸부림치는 순진한 처녀가 있었다. 알랙스는 이런 상황이 즐거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껏 몸속에 숨죽여 있던 자신의 욕망이 한순간에 해소 될 듯 한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까악!! 아파.아아악!! 그만해 그만~!!"

알렉스는 사제임을 나타내는 흰 로브를 입은 채로 바지를 벗은 후 발가벗고 있는 레이니의 다리 사이로 한껏 부푼 자신의 분신을 강제로 밀어 넣었다.

"윽. 아직 많이 좁군. 하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다…….후후."

"아아악!! 싫어 싫어! 아파. 빼줘 제발…….아아악!!"

그랬다. 아직 여물지 않은 레이니의 몸으로는 아무리 최음제의 효력을 빌린다 하더라도 남성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알랙스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는 레이니를 보고 자신의 상징을 그 뿌리까지 한 번에 밀어붙여 버렸다.

"흐흐. 꽉 조여 주는군. 으음. 아주 좋은 몸이다. 역시 우물이야. 후우……."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레이니야 어떻든 알랙스는 거침없이 몸을 움직였다.

"아악…….아.아아악…….그, 그만…….아앙.하앗……."

최음제의 약효 때문이었을까. 레이니는 자신의 몸속에서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미묘한 쾌감의 물결이 참을 수 없는 파과의 고통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후후. 이제 너도 느끼기 시작했나 보군…….이렇게 강제로 당하면서도 느끼다니 너무 음탕한 것 아닌가?"

"아, 아냐.아앙…….아냐…….이제 그만…….해…….하아앗…….더.아앙…….더 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작자에게 강간을 당하면서도 마치 발장난 암캐마냥 쾌락에 달뜬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자신이 레이니는 원망스러웠다. 자신의 마음속 그 무언가가 점점 부서지려 하는 것 같았다.

"아앙…….아아아..제발.아앗.하……."

"이거 정말 재미있군. 정말 색다른 경험이야. 이제 이 게임의 대막을 장식해 볼까?"

이미 이지를 상실하고 끓어오르는 쾌락에 몸을 맡긴 듯 한 레이니의 모습에 알랙스는 행동을 멈추고 레이니와 몸을 밀착한 채로 일어나 모진 고문에 비명소리가 난무한 문 밖으로 걸어갔다.

"아학…….앗…….지금.아앙..어디로.아아아앙……."

알랙스가 자신을 안은 채 일어서 문밖으로 걸어 나가자 레이니는 쾌락에 이성을 상실한 채로도 당황해 알랙스에게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의미 없는 손짓과 발짓일 뿐 알랙스의 행동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크아악!!-

"하아…….아앙…….하아앙아……."

모진 고문에 비명소리만이 가득한 징벌실 안으로 이질적인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아닌 쾌락에 달뜬 신음 소리였다.

"으윽…….레…….레이니…….크읏……."

"아, 아버지.아앙…….하아앙.아아아아앙~~!!!"

알랙스의 품에 안겨 징벌실 안으로 들어간 레이니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이성의 끈이 뚝하고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징벌실 안에는 처음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신관 한명과 고문대엔 중년의 남녀 두 명만이 있을 뿐이었다.

"크크.알랙, 조금 늦었군. 저년의 어미는 이미 죽었어. 기다리기 지루해서 조금 놀아줬더니 그냥 죽어버리더군."

신관의 말대로 중년의 두 남녀 중 여자 쪽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발가벗겨진 채로 얼굴을 제외한 모든 곳엔 칼자국이 난무했고 가슴부터 음부에 이르기 까지 이어진 긴 칼자국 사이론 불뚝 삐져나온 창자와 말라버린 피가 흥건했다. 저런 몰골로 살아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리라.

"훗, 너도 정말 못 말리겠군. 이제껏 어떻게 참은 거야?"

알랙스는 즐거운 듯 웃고 있는 신관의 얼굴을 보고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에 이 신관이 참여한 것인지 이 신관의 계획에 자신이 도구로 사용된 것인지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크큭. 이제 슬슬 일을 마무리 지어야지.좀 있음 기사단 놈들도 들어올 거고 계속 이년이 이렇게 있으면 너도 좀 곤란 하겠지?"

"후후…….하긴. 자, 그럼 시작하자고……."

알랙스와 신관은 서로 마주보고 씨익 웃은 후 신관은 고문대 위의 레이니의 아버지에게로 걸어갔고 알렉스는 어느새 자신의 품에서 빠져나와 아버지에게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는 레이니를 뒤에서 붙잡고 그녀의 아버지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레이니의 몸을 돌린 후 아직도 그 위용을 발하고 있는 자신의 분신을 레이니의 비소로 꽂아 넣었다.

"아악…….아아앗…….놔줘.아앙.하악.으으으응~~"

방심하고 있던 레이니는 다시 시작되는 알랙스의 공격에 순간 고통을 느끼고 빠져나오려 했지만 이미 쾌락에 길들여 져버린 것일까. 아니면 최음약의 효과가 아직 가시지 않은 것일까. 이내 알랙스의 몸을 받아들이고 그 쾌락에 몸을 맡겼다.

"레, 레이니…….지금 무슨 짓…….크아악~!!!"

써걱~!

"아아아앙~~ 캬아악!!! 아버지!!"

오르가즘을 느끼며 쾌락에 몸을 떠는 레이니와 신관에 의해 눈을 부릅뜬 채로 목이 잘린 레이니의 아버지. 시간은 멈췄다. 그리고 신은 죽었다. 레이니는 생각했다. 신은 죽었고 세상은 미쳐가고 있다고. 그렇게 레이니는 스러져 갔다.

그 후 증거 인멸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들의 광기를 위해서인지 그들은 레이니를 제외한 모두를 혹독한 고문을 자행하며 하나하나 죽여 갔다. 노인에서부터 어린 아이까지 모두를 죽이고 나서야 그들의 만행은 그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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