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들어선 광장은, 환경미화원들이 거쳐간 쓰레기통처럼 텅 비어 있었다.
그 곳이 얼마나 넓은 곳이었는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용 구장이 다섯개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들은 아트리움에 들어서서야 이 곳이 하나의 형태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광장은 5열로 세워진 기둥들에 의해 한정되고 있는 거대한 타원형의 공간과, 시청의 포티코를 정면으로 접하고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사각형의 공간, 이렇게 2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광장 정면에서 2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탁 틔여진 상태로 기둥들의 행렬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그 열주랑은 꽃받침이 꽃술을 감싸듯이 양쪽으로 둥글게 광장을 감아 돌아 우선 타원형으로 생긴 첫번째 공간을 만들었다. 이 열주랑의 꼭대기엔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본딴 것 같은 지붕이, 기둥을 잇는 아키트레이브(주: 고대건축에서 기둥 위에 올려진 평방) 위에 무겁게 얹혀져 있었다. 지붕의 가장자리엔 복잡한 호리병 모양의 밸러스터(주: 난간에 칸막이를 한 짧은 기둥)들이 줄을 지어서, 만약 그 위에서 일광욕이라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굴러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겠다는 듯 단단하게 난간기둥을 만들고 있었다.
출산 직전에 이른 자궁처럼 팽팽히 불어난 공간을 만든 거대한 열주랑은, 건물 앞쪽에서 예각으로 꺾여나간 다음 직선으로 포티코까지 연결되어 광장의 두번째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마치 체불액이 눈덩이처럼 쌓여 채권추심에 들어간 신용카드처럼 사각형으로 각진 모양이었다.
공중에서 본다면 두 개의 공간이 합쳐져 마치 열쇠구멍처럼 생겼을 광장의 중심엔, 거리를 달리고 있을 때 쇼트웨이브가 발견했던 뾰족한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었다. 가까이서 본 오벨리스크 끝 부분에는 공처럼 생긴 커다란 수정덩어리가 올려져 있었는데, 광장을 감싸고 있는 빛은 오벨리스크의 끝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정확히 말하자면, 시청 건물의 큐폴라에서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온 푸른 빛이 그 수정에 부딪혀 마치 우산이나 삿갓을 씌운 것처럼 광장을 향해 아래 쪽으로 둥글게 산란되는 것이었다.
전속력으로 광장에 도착한 가마는, 방금 트랙을 완주한 늙은 경주마처럼 허덕허덕 거리면서도 멈출 생각은 없는 듯 광장을 느릿느릿 가로질렀다. 차를 메고 온 일행도 무사히 광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집사가 그들에게 손짓하자 그들은 가마와는 달리 오벨리스크 옆으로 다가가 그 곳에 차를 내려놓았다.
"이 곳이 우리들의 목적지입니다. 아가씨들께서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많이 무서우셨지요? 이젠 좀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 건물이 시청예요. 아, 정말 힘들군요."
집사가 모자를 벗어 땀을 씻는 시늉을 하며 그녀들에게 말했다. 디지털퍼머는 광장의 거대함과 시청이 주는 화려한 건축미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녀의 놀란 표정에 매우 만족스런 기색을 보이던 집사가 옆눈으로 쇼트웨이브를 흘낏 보았다.
"작은 아가씨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무표정한 얼굴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쇼트웨이브가 눈을 깜박이더니 집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베르니니를 생각하고 있었죠. 로렌초 베르니니."
집사가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디지털퍼머는 이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 정확하십니다. 작은 아가씨의 눈썰미는 피해갈 길이 없군요."
디지털퍼머가 쇼트웨이브의 옆구리를 툭 찔렀다. 무슨 얘기냐는 뜻이었다. 집사를 쳐다보며 쇼트웨이브가 조용히 설명을 덧붙였다.
"황야에서 만났던 표지판을 시작으로 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본 여러가지 건축물이나 조각품은 모두가 공통점이 있었어. 그건 너도 알다시피 그 건축물들이 하나같이 유명한 작품들의 모작이었다는 거야."
쇼트웨이브가 동의를 구하는 듯 말을 끊고 디지털퍼머를 응시했다. 디지털퍼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집사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투덜댔다.
"뭐, 작은 아가씨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아가씨들께서 본 것이 그저 단순한 모작은 아니었지요. 우리 시의 감각에 맞도록 훨씬 더 웅장하고 세밀하게 재창조된 것이었습니다."
쇼트웨이브가 집사의 말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이채로운 표정을 띠었다.
"그래요. 그게 중요해요. 그 작품들은 제천시의 감각에 맞도록 재창조 되었죠."
그녀는 또다시 곰곰히 무슨 생각에 빠졌다. 참다못한 디지털퍼머가 물었다.
"그래서?"
디지털퍼머의 재촉에 쇼트웨이브가 낮잠을 깬 사람처럼 고개를 들었다.
"음, 그래. 어쨌든 간에 그것들은 유명 작품들의 모작이었어. 그래서 아까 집사님이 시청으로 간다고 얘기했을 때 난 혹시 그 건물도 어떤 건축물의 모작이 아닐까 생각했지."
쇼트웨이브가 광장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 광장의 형태와 저 시청건물의 위치나 그 모양새, 무엇보다 이 광장을 둘러싼 주랑..내가 비록 로마 여행을 가 본적은 없지만 말야, 이건 성 베드로 광장의 모작이야. 좀 전에 말했던 로렌초 베르니니는 그 광장을 만든 사람이지."
"맞습니다. 한치의 틀림도 없이 말씀 그대롭니다."
집사는 깊고 불투명한 미소를 짓고는 가마꾼들에게 큰 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아가씨들 피곤하시네. 숙소로 가세."
가마꾼들은 천천히 걸어 광장 가장자리로 이동하더니 열주랑 속으로 난 길로 들어갔다.
어마어마한 기둥들이 하늘로 솟구쳐 있었다. 어림잡아 30미터는 될 듯한 기둥들의 숲이었다. 기둥들은 고요했으나 보통 이런 상황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에게 던져줄 법한 신성함은 찾아볼 길이 없었다. 대신에 그것은 뭔가 뜨겁고 어지러운 느낌을 주었으며, 보는 사람을 내내 압도하고 강하게 찍어누르는 중압감을 내포하고 있었다.
기둥의 간격은 일정치 않았고, 그것이 오히려 원시림에 들어온 것처럼 거칠고 야성적인 느낌마저 들게 했다. 기둥들의 끝에는 늑골같은 볼트가 부채살처럼 퍼져 지붕의 무게를 분산시키고, 천정을 반원형의 화려한 격자로 나누었다. 천정의 끝에서는 붉은 달빛이 사선으로 들어와 기둥의 굵은 그림자를 음산하게 드리우고 있었다.
열주들로 이루어진 이 긴 회랑은, 단순히 광장을 한정짓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현관인 포티코를 통하지 않고도 측면의 탑을 통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통로 역할도 하고 있었다. 가마는 기둥들의 숲사이를 흔들거리며 지나 탑 입구, 즉 건물로 들어가는 통로 앞에 도달하였다.
가마꾼들은 탑 안으로 뻗어있는 낮고 긴 계단 앞에 조용히 가마를 내려놓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탄력적인 몸 놀림으로 가마에서 내려서며 집사가 말했다.
"이제 다 오셨습니다. 아가씨들은 이쪽 길로 가시지요."
집사는 그녀들이 내리는 것을 도와주려는 듯 그녀들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전기 뱀장어라도 만난 듯이 몸을 움츠리며 오히려 집사의 손을 피해 구석으로 내렸다. 그냥 손을 거둬드리기가 무안해진 집사는 활짝 웃으며 팔을 끌어당겨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무사히 도착하신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집사가 가마꾼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가마꾼들은 땀투성이가 된채 기진맥진해 있었다.
"자네들 수고했네. 식당에서 음용액을 나누어 줄걸세. 마음껏 마시고 푹 쉬라구."
일행 속에서 3주 연속 이월된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들은 빈 가마를 들고서는 탑 옆 쪽으로 빠져나가 어디론가 우르르 몰려갔다.
집사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계단을 가리키며 쇼트웨이브에게 말했다.
"혹시 작은 아가씨께선 이 계단의 이름도 알고 계시나요?"
계단을 한번 쳐다본 다음 쇼트웨이브가 말했다.
"알아야 되나요?"
집사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뭐 꼭 그래야 되는 건 아니지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은 아가씨를 보면 저도 모르게 시험문제를 내게 되는군요. 얼마나 알고 계신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참 피곤한 취미를 가지셨네요."
쇼트웨이브가 냉랭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원근법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도록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은 베르니니의 특기였죠. 아마 제 추측이 맞다면, 이 계단은 실제보다 길어보이게 하기 위해서 기둥의 간격과 계단의 폭을 갈수록 좁게 만들어 놓은 것으로 유명한 베르니니의 작품을 본딴게 아닐까 해요. 그렇다면 이건 스칼라레지아의 모작일테죠."
"훌륭해요, 훌륭해."
집사가 다시 한번 박수를 쳤다.
"매력. 매력. 매력범벅이세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모르시는게 없군요."
집사는 이젠 아주 지겨워진 방법으로 쇼트웨이브를 한껏 추켜세우고는 말했다.
"말씀하신대로 스칼라레지아는 착시현상을 이용한 계단으로서 대단히 유명한 작품 중의 하나지요. 하지만 아가씨들께서 유념하실 것은 스칼라레지아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까 우리 건축물들이 단순한 복제품이 아니라고 강변했던 이유를 이제부터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 작품들을 훨씬 더 고차원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 놓았지요. 자, 이제 숙소로 가시지요. 저와 같이 이 계단을 올라서 말입니다."
집사가 앞장서서 탑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휘적휘적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따라갈지 아닐지 망설이는 사람들처럼 계단 앞에서 잠시 주춤거렸다. 쇼트웨이브는 고개를 길게 빼서 그녀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탑을 올려다 보았다.
반대편 탑과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있는 이 거대한 팔각형의 탑은, 고대 건축에서 사용되었던 도리스,이오니아,코린트 식의 오더(주: 기둥의 형식)들을 엄격한 비율로 뒤섞은 복합 양식의 기둥들로 지지되고 있었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반원형의 아치가 높이와 넓이에 있어 기하학적인 비례를 이루며 결합되어 있었고, 층마다 겹쳐있는 주두 끝과 주두 끝 사이에는 정교한 표주박모(주: 모접기의 일종)를 넣은 엔타블러쳐(주: 고대건축에서 기둥이 떠받치는 수평부분)가 장식되어 있었다.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 천국을 가겠다는 듯이 탑은 걷잡을 수 없는 높이를 자랑하며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다각뿔의 날카로운 첨탑으로 마무리 되고 있었다. 이 거친 석조 건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 괴상한 공간의 공포스런 방점이었다. 가고일과 염소머리, 용이나 뱀을 비롯한 각종 기괴한 생물의 조각과 아칸토스 잎무늬를 비롯한 다양한 꽃줄무늬가 기둥의 머리마다 조각되어 방문자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올라오세요."
집사가 계단참에 서 있는 그녀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들은 마지못한 듯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사각형의 좁고 높은 통로의 내부는 화강암으로 된 매끄러운 석판으로 둘러쌓여 거울처럼 번쩍였다. 그녀들의 발소리가 그 벽을 타고 조용히 울려퍼졌다. 내벽 위쪽엔 드문드문 백열전구처럼 빛을 내는 둥근 조명기구가 달려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계단은 밑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질 만큼 계속되었다.
"집사님.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쇼트웨이브가 앞서 걸어가는 집사를 조용히 불렀다. 집사가 웬일이냐는 표정으로 반색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뭐든지 물어보시지요. 아는 한 성심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이 도시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를 쫓아왔던 중들 말인데요, 대체 그들이 누구죠? 저희가 중들이 사는 절 근처에서 엄청나게 큰 여자를 봤거든요. 혹시 그 여자에 대해서도 아시는게 있나요."
"오."
집사가 고개를 숙이며 모자를 약간 고쳐썼다.
"사실 저도 그들에 대해서 그다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 여기선 다들 남의 집에 별 관심을 갖고 있지 않거든요. 자기 자신을 건사하기도 힘든게 사실이니까요."
그는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우리가 이 곳에 터를 잡기 전부터 있었던 치들이예요. 꽤 오래된 집단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변함이 없어요. 세를 불리지도 않고 다른 것을 만드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옥이나 그 밖의 다른 곳으로 꺼져 버리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절 하나만 끼고 돌고 있지요."
집사가 고개를 돌려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왜 그런지 아시겠어요?"
"우리가 알 턱이 있나요?"
디지털퍼머가 말했다. 집사가 사과 속처럼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그건 그들이 저주에 걸려 있기 때문이예요. 그 여자를 보셨다면 그들이 하는 행위도 보셨겠지요?"
디지털퍼머가 대답했다.
"여자가 자살하고 중들이 그 시체를 버리는거 말씀이세요?"
"네, 보셨군요. 그건 그들이 매일 밤 달이 뜨면 하는 행동이예요. 도돌이표에 갇힌 짧은 마디처럼 무한정 그 짓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그런 상태를 끝장내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합니다. 날마다 지옥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지옥의 불길이라도 좋으니까 자신들을 휩쓸어 가 달라는 거겠지요."
그녀들이 서로 마주 보았다.
"그 종소리.."
디지털퍼머가 나지막하게 속삭였으나 집사의 말이 그녀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하긴 누가 그런 상태를 원하겠습니까. 영원히 계속되는 저주의 상태를 말입니다. 하지만 지옥을 부른다고 해서 지옥이 와주는 것도 아닙니다. 원하는걸 해주는게 결코 지옥이 아니거든요. 그들이 처한 상태가 이미 지옥입니다. 뭣하러 그 상태를 해방시켜주겠어요. 제가 악마라고 해도 그들을 지옥으로 끌어들이지 않을 겁니다. 혹여 그들이 저주를 풀 실마리라도 찾는다면 그땐 얘기가 다르겠지요. 아마도 구렁이가 생쥐 잡아먹듯이 몽창 집어삼키려들 겁니다. 너희들이 우릴 불렀잖아, 이러면서 말이지요."
집사가 껄껄 웃으면서 말을 마쳤다. 그는 긴 계단의 마지막 디딤돌 위에 발을 얹고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자, 이제 여기서 뒤를 돌아보세요. 재미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녀들 역시 계단을 모두 올라와 집사가 시키는대로 뒤를 돌아보았다. 디지털퍼머가 놀라서 소리쳤다.
"세상에. 계단들이 다 어디로 갔지요?"
그녀들이 집사와 말을 하면서 올라왔던 긴 통로는 간 데 없고, 계단 몇 개만 달랑 남아 한달음에라도 뛰어 내려갈 수 있을 만큼 짧은 통로가 눈 앞에 있었다.
"이제 아시겠지요? 이것이 진정한 공간 예술입니다. 단순한 착시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늘어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비대칭적인 공간 건축을 완성한 것이지요. 확인해 보시기 위해 저길 진짜로 내려가 보진 마세요. 그랬다가는 또다시 어지간히 긴 계단을 올라와야 하실테니까요."
집사가 놀라와하는 그녀들을 보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어쩌면 베르니니가 만들고 싶었던 스칼라레지아는 이런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이야말로 스칼라레지아란 말 뜻 그대로 최상의 계단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단순한 복제품이나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는 것이지요."
그 곳이 얼마나 넓은 곳이었는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용 구장이 다섯개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들은 아트리움에 들어서서야 이 곳이 하나의 형태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광장은 5열로 세워진 기둥들에 의해 한정되고 있는 거대한 타원형의 공간과, 시청의 포티코를 정면으로 접하고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사각형의 공간, 이렇게 2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광장 정면에서 2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탁 틔여진 상태로 기둥들의 행렬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그 열주랑은 꽃받침이 꽃술을 감싸듯이 양쪽으로 둥글게 광장을 감아 돌아 우선 타원형으로 생긴 첫번째 공간을 만들었다. 이 열주랑의 꼭대기엔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본딴 것 같은 지붕이, 기둥을 잇는 아키트레이브(주: 고대건축에서 기둥 위에 올려진 평방) 위에 무겁게 얹혀져 있었다. 지붕의 가장자리엔 복잡한 호리병 모양의 밸러스터(주: 난간에 칸막이를 한 짧은 기둥)들이 줄을 지어서, 만약 그 위에서 일광욕이라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굴러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겠다는 듯 단단하게 난간기둥을 만들고 있었다.
출산 직전에 이른 자궁처럼 팽팽히 불어난 공간을 만든 거대한 열주랑은, 건물 앞쪽에서 예각으로 꺾여나간 다음 직선으로 포티코까지 연결되어 광장의 두번째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마치 체불액이 눈덩이처럼 쌓여 채권추심에 들어간 신용카드처럼 사각형으로 각진 모양이었다.
공중에서 본다면 두 개의 공간이 합쳐져 마치 열쇠구멍처럼 생겼을 광장의 중심엔, 거리를 달리고 있을 때 쇼트웨이브가 발견했던 뾰족한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었다. 가까이서 본 오벨리스크 끝 부분에는 공처럼 생긴 커다란 수정덩어리가 올려져 있었는데, 광장을 감싸고 있는 빛은 오벨리스크의 끝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정확히 말하자면, 시청 건물의 큐폴라에서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온 푸른 빛이 그 수정에 부딪혀 마치 우산이나 삿갓을 씌운 것처럼 광장을 향해 아래 쪽으로 둥글게 산란되는 것이었다.
전속력으로 광장에 도착한 가마는, 방금 트랙을 완주한 늙은 경주마처럼 허덕허덕 거리면서도 멈출 생각은 없는 듯 광장을 느릿느릿 가로질렀다. 차를 메고 온 일행도 무사히 광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집사가 그들에게 손짓하자 그들은 가마와는 달리 오벨리스크 옆으로 다가가 그 곳에 차를 내려놓았다.
"이 곳이 우리들의 목적지입니다. 아가씨들께서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많이 무서우셨지요? 이젠 좀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 건물이 시청예요. 아, 정말 힘들군요."
집사가 모자를 벗어 땀을 씻는 시늉을 하며 그녀들에게 말했다. 디지털퍼머는 광장의 거대함과 시청이 주는 화려한 건축미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녀의 놀란 표정에 매우 만족스런 기색을 보이던 집사가 옆눈으로 쇼트웨이브를 흘낏 보았다.
"작은 아가씨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무표정한 얼굴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쇼트웨이브가 눈을 깜박이더니 집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베르니니를 생각하고 있었죠. 로렌초 베르니니."
집사가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디지털퍼머는 이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 정확하십니다. 작은 아가씨의 눈썰미는 피해갈 길이 없군요."
디지털퍼머가 쇼트웨이브의 옆구리를 툭 찔렀다. 무슨 얘기냐는 뜻이었다. 집사를 쳐다보며 쇼트웨이브가 조용히 설명을 덧붙였다.
"황야에서 만났던 표지판을 시작으로 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본 여러가지 건축물이나 조각품은 모두가 공통점이 있었어. 그건 너도 알다시피 그 건축물들이 하나같이 유명한 작품들의 모작이었다는 거야."
쇼트웨이브가 동의를 구하는 듯 말을 끊고 디지털퍼머를 응시했다. 디지털퍼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집사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투덜댔다.
"뭐, 작은 아가씨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아가씨들께서 본 것이 그저 단순한 모작은 아니었지요. 우리 시의 감각에 맞도록 훨씬 더 웅장하고 세밀하게 재창조된 것이었습니다."
쇼트웨이브가 집사의 말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이채로운 표정을 띠었다.
"그래요. 그게 중요해요. 그 작품들은 제천시의 감각에 맞도록 재창조 되었죠."
그녀는 또다시 곰곰히 무슨 생각에 빠졌다. 참다못한 디지털퍼머가 물었다.
"그래서?"
디지털퍼머의 재촉에 쇼트웨이브가 낮잠을 깬 사람처럼 고개를 들었다.
"음, 그래. 어쨌든 간에 그것들은 유명 작품들의 모작이었어. 그래서 아까 집사님이 시청으로 간다고 얘기했을 때 난 혹시 그 건물도 어떤 건축물의 모작이 아닐까 생각했지."
쇼트웨이브가 광장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 광장의 형태와 저 시청건물의 위치나 그 모양새, 무엇보다 이 광장을 둘러싼 주랑..내가 비록 로마 여행을 가 본적은 없지만 말야, 이건 성 베드로 광장의 모작이야. 좀 전에 말했던 로렌초 베르니니는 그 광장을 만든 사람이지."
"맞습니다. 한치의 틀림도 없이 말씀 그대롭니다."
집사는 깊고 불투명한 미소를 짓고는 가마꾼들에게 큰 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아가씨들 피곤하시네. 숙소로 가세."
가마꾼들은 천천히 걸어 광장 가장자리로 이동하더니 열주랑 속으로 난 길로 들어갔다.
어마어마한 기둥들이 하늘로 솟구쳐 있었다. 어림잡아 30미터는 될 듯한 기둥들의 숲이었다. 기둥들은 고요했으나 보통 이런 상황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에게 던져줄 법한 신성함은 찾아볼 길이 없었다. 대신에 그것은 뭔가 뜨겁고 어지러운 느낌을 주었으며, 보는 사람을 내내 압도하고 강하게 찍어누르는 중압감을 내포하고 있었다.
기둥의 간격은 일정치 않았고, 그것이 오히려 원시림에 들어온 것처럼 거칠고 야성적인 느낌마저 들게 했다. 기둥들의 끝에는 늑골같은 볼트가 부채살처럼 퍼져 지붕의 무게를 분산시키고, 천정을 반원형의 화려한 격자로 나누었다. 천정의 끝에서는 붉은 달빛이 사선으로 들어와 기둥의 굵은 그림자를 음산하게 드리우고 있었다.
열주들로 이루어진 이 긴 회랑은, 단순히 광장을 한정짓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현관인 포티코를 통하지 않고도 측면의 탑을 통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통로 역할도 하고 있었다. 가마는 기둥들의 숲사이를 흔들거리며 지나 탑 입구, 즉 건물로 들어가는 통로 앞에 도달하였다.
가마꾼들은 탑 안으로 뻗어있는 낮고 긴 계단 앞에 조용히 가마를 내려놓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탄력적인 몸 놀림으로 가마에서 내려서며 집사가 말했다.
"이제 다 오셨습니다. 아가씨들은 이쪽 길로 가시지요."
집사는 그녀들이 내리는 것을 도와주려는 듯 그녀들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전기 뱀장어라도 만난 듯이 몸을 움츠리며 오히려 집사의 손을 피해 구석으로 내렸다. 그냥 손을 거둬드리기가 무안해진 집사는 활짝 웃으며 팔을 끌어당겨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무사히 도착하신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집사가 가마꾼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가마꾼들은 땀투성이가 된채 기진맥진해 있었다.
"자네들 수고했네. 식당에서 음용액을 나누어 줄걸세. 마음껏 마시고 푹 쉬라구."
일행 속에서 3주 연속 이월된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들은 빈 가마를 들고서는 탑 옆 쪽으로 빠져나가 어디론가 우르르 몰려갔다.
집사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계단을 가리키며 쇼트웨이브에게 말했다.
"혹시 작은 아가씨께선 이 계단의 이름도 알고 계시나요?"
계단을 한번 쳐다본 다음 쇼트웨이브가 말했다.
"알아야 되나요?"
집사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뭐 꼭 그래야 되는 건 아니지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은 아가씨를 보면 저도 모르게 시험문제를 내게 되는군요. 얼마나 알고 계신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참 피곤한 취미를 가지셨네요."
쇼트웨이브가 냉랭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원근법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도록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은 베르니니의 특기였죠. 아마 제 추측이 맞다면, 이 계단은 실제보다 길어보이게 하기 위해서 기둥의 간격과 계단의 폭을 갈수록 좁게 만들어 놓은 것으로 유명한 베르니니의 작품을 본딴게 아닐까 해요. 그렇다면 이건 스칼라레지아의 모작일테죠."
"훌륭해요, 훌륭해."
집사가 다시 한번 박수를 쳤다.
"매력. 매력. 매력범벅이세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모르시는게 없군요."
집사는 이젠 아주 지겨워진 방법으로 쇼트웨이브를 한껏 추켜세우고는 말했다.
"말씀하신대로 스칼라레지아는 착시현상을 이용한 계단으로서 대단히 유명한 작품 중의 하나지요. 하지만 아가씨들께서 유념하실 것은 스칼라레지아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까 우리 건축물들이 단순한 복제품이 아니라고 강변했던 이유를 이제부터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 작품들을 훨씬 더 고차원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 놓았지요. 자, 이제 숙소로 가시지요. 저와 같이 이 계단을 올라서 말입니다."
집사가 앞장서서 탑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휘적휘적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따라갈지 아닐지 망설이는 사람들처럼 계단 앞에서 잠시 주춤거렸다. 쇼트웨이브는 고개를 길게 빼서 그녀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탑을 올려다 보았다.
반대편 탑과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있는 이 거대한 팔각형의 탑은, 고대 건축에서 사용되었던 도리스,이오니아,코린트 식의 오더(주: 기둥의 형식)들을 엄격한 비율로 뒤섞은 복합 양식의 기둥들로 지지되고 있었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반원형의 아치가 높이와 넓이에 있어 기하학적인 비례를 이루며 결합되어 있었고, 층마다 겹쳐있는 주두 끝과 주두 끝 사이에는 정교한 표주박모(주: 모접기의 일종)를 넣은 엔타블러쳐(주: 고대건축에서 기둥이 떠받치는 수평부분)가 장식되어 있었다.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 천국을 가겠다는 듯이 탑은 걷잡을 수 없는 높이를 자랑하며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다각뿔의 날카로운 첨탑으로 마무리 되고 있었다. 이 거친 석조 건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 괴상한 공간의 공포스런 방점이었다. 가고일과 염소머리, 용이나 뱀을 비롯한 각종 기괴한 생물의 조각과 아칸토스 잎무늬를 비롯한 다양한 꽃줄무늬가 기둥의 머리마다 조각되어 방문자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올라오세요."
집사가 계단참에 서 있는 그녀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들은 마지못한 듯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사각형의 좁고 높은 통로의 내부는 화강암으로 된 매끄러운 석판으로 둘러쌓여 거울처럼 번쩍였다. 그녀들의 발소리가 그 벽을 타고 조용히 울려퍼졌다. 내벽 위쪽엔 드문드문 백열전구처럼 빛을 내는 둥근 조명기구가 달려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계단은 밑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질 만큼 계속되었다.
"집사님.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쇼트웨이브가 앞서 걸어가는 집사를 조용히 불렀다. 집사가 웬일이냐는 표정으로 반색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뭐든지 물어보시지요. 아는 한 성심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이 도시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를 쫓아왔던 중들 말인데요, 대체 그들이 누구죠? 저희가 중들이 사는 절 근처에서 엄청나게 큰 여자를 봤거든요. 혹시 그 여자에 대해서도 아시는게 있나요."
"오."
집사가 고개를 숙이며 모자를 약간 고쳐썼다.
"사실 저도 그들에 대해서 그다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 여기선 다들 남의 집에 별 관심을 갖고 있지 않거든요. 자기 자신을 건사하기도 힘든게 사실이니까요."
그는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우리가 이 곳에 터를 잡기 전부터 있었던 치들이예요. 꽤 오래된 집단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변함이 없어요. 세를 불리지도 않고 다른 것을 만드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옥이나 그 밖의 다른 곳으로 꺼져 버리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절 하나만 끼고 돌고 있지요."
집사가 고개를 돌려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왜 그런지 아시겠어요?"
"우리가 알 턱이 있나요?"
디지털퍼머가 말했다. 집사가 사과 속처럼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그건 그들이 저주에 걸려 있기 때문이예요. 그 여자를 보셨다면 그들이 하는 행위도 보셨겠지요?"
디지털퍼머가 대답했다.
"여자가 자살하고 중들이 그 시체를 버리는거 말씀이세요?"
"네, 보셨군요. 그건 그들이 매일 밤 달이 뜨면 하는 행동이예요. 도돌이표에 갇힌 짧은 마디처럼 무한정 그 짓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그런 상태를 끝장내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합니다. 날마다 지옥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지옥의 불길이라도 좋으니까 자신들을 휩쓸어 가 달라는 거겠지요."
그녀들이 서로 마주 보았다.
"그 종소리.."
디지털퍼머가 나지막하게 속삭였으나 집사의 말이 그녀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하긴 누가 그런 상태를 원하겠습니까. 영원히 계속되는 저주의 상태를 말입니다. 하지만 지옥을 부른다고 해서 지옥이 와주는 것도 아닙니다. 원하는걸 해주는게 결코 지옥이 아니거든요. 그들이 처한 상태가 이미 지옥입니다. 뭣하러 그 상태를 해방시켜주겠어요. 제가 악마라고 해도 그들을 지옥으로 끌어들이지 않을 겁니다. 혹여 그들이 저주를 풀 실마리라도 찾는다면 그땐 얘기가 다르겠지요. 아마도 구렁이가 생쥐 잡아먹듯이 몽창 집어삼키려들 겁니다. 너희들이 우릴 불렀잖아, 이러면서 말이지요."
집사가 껄껄 웃으면서 말을 마쳤다. 그는 긴 계단의 마지막 디딤돌 위에 발을 얹고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자, 이제 여기서 뒤를 돌아보세요. 재미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녀들 역시 계단을 모두 올라와 집사가 시키는대로 뒤를 돌아보았다. 디지털퍼머가 놀라서 소리쳤다.
"세상에. 계단들이 다 어디로 갔지요?"
그녀들이 집사와 말을 하면서 올라왔던 긴 통로는 간 데 없고, 계단 몇 개만 달랑 남아 한달음에라도 뛰어 내려갈 수 있을 만큼 짧은 통로가 눈 앞에 있었다.
"이제 아시겠지요? 이것이 진정한 공간 예술입니다. 단순한 착시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늘어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비대칭적인 공간 건축을 완성한 것이지요. 확인해 보시기 위해 저길 진짜로 내려가 보진 마세요. 그랬다가는 또다시 어지간히 긴 계단을 올라와야 하실테니까요."
집사가 놀라와하는 그녀들을 보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어쩌면 베르니니가 만들고 싶었던 스칼라레지아는 이런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이야말로 스칼라레지아란 말 뜻 그대로 최상의 계단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단순한 복제품이나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는 것이지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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