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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9:44 692회 0건
깨자마자 나를 <남자 눈빛> 운운 하며 그다음엔 대뜸 <함 할까요>까지 날려준 눈앞의 젊은 여자...

왠지 모르게 술이 더 깨는것도 같고 더 오르는것도 같고...모르겠다..정말..

난 지극히도 혼란스런 감정이 되어 이마를 짚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현실인지 아닌지의 경계가 잘 가늠되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다.

내 행동이 재미있는지 여자는 나를 관찰하는 듯한 생생한 눈빛으로 계속 바라봐주고 있었다.

그녀의 말없는 배려 덕에 나는 간신히 약간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었다. 맘을 좀 다스린 뒤에.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자구요? 저랑요?"

여자는 키득거리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기나긴 칠흑의 고운 머릿결이 힘차게 흔들린다...

나는 우물쭈물하다가, 이런거 물어도 되나 싶은 감정을 술김으로 억누르곤 침을 꼴깍 삼키면서 질문을 또 던져본다.

"..그 하자는 것이...그거 하자는 거...맞나요?"

내 질문에 여자는 실로 나를 기이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오히려 반문을 던져 왔다.

"? 물론이에요. 그거 하려고 나한테 다가온거 아니었나?"

그녀의 반문엔 의아함도 분명 담겨 있었지만 실로 당당함이 넘처셔 절로 위축되는 나를 느낀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속으로 외쳤다.

<당신이 워낙 예뻐서 쳐다본것이지...그걸 하고 싶단 생각은...하고 싶단 생각은....>

솔직히 들더라. 너무너무. 많이많이.


암튼 내가 또 바보같이 우물쭈물하고 있자, 여자는 마침내 여태껏 취하고 있던 M자 개각의 자세를 그사이에 풀더니,

서서히 자세를 바꾸는데, 거나하게 오른쪽 다리를 꼬고 반대쪽 다리의 무릎 위에 걸쳐 늘씬하게 쭉 뻗친 종아리부터 발끝까지 늘어뜨리는데, 아주 사람 혼을 빼놓을것만 같으면서도 나로 하여금 뭔가의 무게감이랄까.

입으로 강요하는것이 아닌데도 왠지 모르게 무언의 강요를 하는 듯한 힘이 있었다.

너무나도 고혹스럽고 신비롭게 생긴 여자라서 그런가...왠지 모를 <외경심>을 자아내게 한달까..그런게 있었다.

난 하마터면 절로 무릎을 꿇을 뻔했는데, 그 전에 여자가 내 상태를 눈치챘음인지, 배시시 웃더니 손사래를 치면서 나 혼자만 느끼고 있던 자각적 환상을 적시에 깨뜨려줬다. 정말로 그녀가 알고 그랬는지까지는 내딴엔 알 도리가 없지만...

아무튼 그녀의 신체적 변화가 가져다주는 느낌만으로 휘둘릴 지경의 나인데. 그녀가 다시 내게 그 고운 목소리를 내준다.

"딱 보면 아니까 아닌 척은 말아요. 킥..."

정말이다. 정말로 다 아는거 같다. 아니. 다 안다고 확신한다. 마치 나를 꿰뚫어보는듯한 느낌의 이 여자..

나는 두려워서 눈을 깔아내리곤 말을 돌렸다. 어차피 금방 들통날 것인데도 이토록 소극적인 나..

왜 또 말을 돌리려 하는것인지...

"...그 한다는 것...정말 아시는건지..."

"아하하하. 이 사람 정말 귀여운 남자네? 섹스 하자는거잖아요. 왜 자꾸 장난 쳐요~ 내가 그래서 물었잖아요. 여기 놀이터에서 할까요 아님 나 따라 와서 장소 옮겨서 할래요? 라고."

청명할 정도로 시원스레 울려퍼지는 맑은 웃음소리. 너무나도 바람같은 저 음색....그리고 그 바람이 내준 <진실>...

직설적이다. 지극히 직설적이다. 너무나 당당하다. 하나도 꾸밈없다..

당당한 여성...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는 여인.... 도도한 여자...

아무튼 그녀가 <섹스> 하고 그 예쁜 목소리로 운운 하자, 나는 그걸 들음과 동시에 눈을 질끈 감았다.

사방이 어두워졌고, 그녀가 나를 배려하여 또다시 침묵해줬음인지 사위마저 조용해졌다.

뭐냐 이 상황은.

이건 내가 만들어낸 상황인데...내가 자초한 것인데....?

난 죽기 전에 여자와 한번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평소에 안하던 짓을 좀전까지 했던 참이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하고 있으며 또한 겪고 있다.

병나발을 불어 봤고. 여자와 1:1로 이렇게 오래 대화해본 것은 첨이며, 모르는 여자와 섹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놀라울 뿐이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긴가민가해지려고 한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덜덜 떨면서..그녀에게 실로 불안감을 가득 당은 음성으로 <내 이야기>를 했다...

"....나는.....아니.. 우리는..우리는요.....그....서로의 이름도 몰라요...그렇지요?"

눈을 뜨고 본건 아니지만 내 질문을 연신 키득이면서 재미있게 듣는 듯한 여자의 반응이 눈에 잡힐 듯 아른거린다..

"그렇죠"

"그리고...그리고... 서로의 나이 역시도 몰라요.. 그쪽...아니..아가씨는...초면이지만 분명 나보단 어른스러워 보여요...행동이요. 조숙..해 보인다는것이지요.. 하지만..하지만 그건 행동만을 말하는 거에요. 난...난 나이로 치면 현재 대학생...에 해당되긴 하는데...아가씨는...아마도 고등학..."

내가 거기까지 말하는데, 그전까진 내 말이 끝날때까지 항상 기다려줬다가 자신의 말을 하던 이 젊은 아가씨가 처음으로 내 말을 짤라 왔다. 그녀의 대답은 실로 아리송한 것이었다.

"아? 아하하하. 그건 걱정마요. 정말로 그건. 겉보기엔 이래도 나는 <무.조.건> 그쪽보다 나이가 많으니까요"

<...무슨 뜻일까..>

하지만 나이 문제를 그녀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왠지 바로 넘기고 싶었다. 나는 다음 주제에만 몰두할 뿐이었다. 왜 자꾸 나는 이것저것 그녀에게 질문하고 말해대고 이럴까..왜 은근...<납득시키고> 싶어하는것일까...

"...좋아요..아가씨가 그리 말씀하신다면..믿겠습니다. 하지만...우린...이름과 나이..이렇게 기초적인 것조차 서로 모르잖아요? 결국....저는 아가씨란 사람을 모르고 아가씨는 저라는 놈을 모른단 말씀이 되는겁니다...그렇지요..?"

"..할 말이 더 있으면 더 해보세요. 들을땐 듣고 대꾸할땐 대꾸할테니깐. 히힛~"

저 명랑은 천성인가...아무튼 나는 여전히 눈을 감은채 떨면서도 말은 또 이어간다..

"...저는....왕따입니다...오랫동안 왕따였고...지금도...왕따입니다.. 실시간으로..."

"........"

여자의 침묵. 한동안은 듣기만 하기로 한것인가...내게 실망했을까? 왕따라고 밝혀서? 나를 비웃을까? 경멸할까?

낯이 너무나도 화끈거린다. 도저히 눈을 뜰수가 없다. 난 뜨뜻해진 내 얼굴의 온도를 스스로도 의식 및 체감하면서도 꾸준히도 주절거려댄다..

"...너무나도 오래 되었어요... 저의 겁많음이란 한도 끝도 없죠. 지금 이렇게 아가씨에게 떠벌릴수 있는것도 단순히 술의 힘을 빌렸을 뿐이에요. 평소의 저라면 속으로만 생각하고 입한번 뻥끗 거리지도 못했겠죠. 전 그런 놈이에요...."

"........."

"저는요...저는..요. 음...저란 놈은 어떤 놈이냐믄..."

여기부턴 나도 모르게 턱밑으로 뭔가가 고이는 느낌이었다. 감겨진 눈가 주변이 촉촉한 느낌도 같이 들었다. 난 누구한테 한풀이를 하는거야... 전혀 모르는 분에게 죄송하게, 또한 당황스럽게시리.... 왜 이러는 놈인 거야 나는..

정말 나는 구제할 길 없는 최악인거야? 최악인것일까?..

"저는 막...막 그래요. 상대가 노려보면 바로 납죽 엎드리구요... 막..막 겁내요.. 꼼짝도 못해요...눈앞의 존재는 다 뱀처럼 사자처럼 보여요.. 저는 숨조차 제대로 못 쉬겠어요...상대가 짜증만 부려도...두려워요...

남자애들한텐 물론이고...여자애들 심부름도 이거저거 다해봤어요... 침도 핥으라 해서 핥아봤어요...때리면 그냥 때리는대로 다 맞았구요...저는...저는 그런놈이에요...전..전 시키면 다 해요....암소리도 못하고...다해요...전..전 그래요...전...전 다해요...시키면....시키면....저는...전 그런...그런 ..놈..."

말이 이어질수록 스스로의 한심을 주체 못하겠다. 나는 턱을 부들부들 떨어 댔고, 때문에 턱밑에 모여 한껏 고여있던 물방울들이 또도독 하고 빠르게 바닥을 적셔 간다. 이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뭐라고 지껄이는지조차 모르겠다..

지금 숨을 쉬고 있는 내 자신의 존재 자체가 역겹다... 나란 놈.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나보다 역시..

얼간이는 구제할길 없다던데...내가 바로 그 얼간이인가봐....그게 나였나봐....

나는 끄윽 끄윽 대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세게 꿇었는데도 하나도 안아프다. 격통이 찾아들질 않는다...

그저 한없는 슬픔만이 나를 잠식할 뿐이다...그런채로 시간이 정지된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한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는대도 엄청나게 모든 것이 느리게 진행되는 듯했다..

아니, 모든 것이 정말로 멈춰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그런데....단 하나만이...오로지 단 한명의 존재만이....그 시간을...

이 무거운 침중의 중량을....시원하게 웃으면서...장난처럼....바수어버렸다.... 시간이라는 이 압도적인 중량감 앞에서, 세상이란 이 장소에서. 오로지 그녀만이 자유로워 보였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이 더럽고도 깊은 수렁속에서....일체의 구애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요?"

"..네?"

난 퍼뜩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언제 눈을 떴는지조차 모르겠다. 무릎은 그대로 꿇고 있었지만...

눈가 주변은 여전히 젖어 있었지만... 눈앞의 존재는 보인다.. 물기에 젖어 아릿하게..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고혹스럽고 아름답게 빛나는 미소가 내 앞에 있었다..

천사는 킥킥 거리면서 배시시 웃어준다.

"그게 도대체 뭐 어쨌다는 거에요. 서로의 이름을 모르는것은 곧 대화 나누면 알 일이고. 나이 문제는 알아들었다니 되었고. 그리고 또..또 뭐 있었죠? 그쪽의 과거사? 그쪽은 왕따? 때리면 맞았다? 겁이 많다? 심부름 다해봤다? 침도 핥아봤다?

또 있나요? 또 뭐가 있죠? 나한테 한번 말해봐요. 다 말해봐요. 있으면 다 꺼내 놓아 봐요. 지금 여기서. 그쪽을 억누르는게 잠시나마 풀릴 때까지."

"아...아니...저...화나셨..? 저..죄..죄송...그만 할께요...저 ...저 갈께요..."

그녀가 눈은 웃고 있어도, 말은 다 받아주겠다는 듯이 저래도. 혹시 화가 난게 아닐까. 내가 단단히 실수한게 아닐까 싶어, 어버버 떨면서도 재빨리 사과드리고 빠지려 했다. 하지만 여자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도리질 친다.

"사과를 받자는게 아니에요."

"..그...그럼....."

"...모르겠어요? 아무 상관 없다는 얘기에요."

"............."

그녀는 마치 어둠을 가르는 한줄기 빛의 창처럼.. 내게..이리 말했다.

"여태껏 그쪽이 내게 말한 것들의 내용이랑, 내가 지금 그쪽이랑 섹스하려는 것. 그리고 당신이 나와 하고 싶어 한다는 것... 이게 도대체 서로간에 무슨 상관이 있는거죠?"

"........."

여자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내게 또 말해 온다.

"현실과 진실에 주목해요. 현실은 지금 여기에 있어요. 놀이터 안의 두 사람. 당신과 나. 그리고 진실은. 당신은 나랑 하고 싶어 한다는 것. 또한 나는 수락했다는 것."

".........."

여자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말은 다 정했는지, 자리를 털고 일어서면서 키득이며 웃었다.

"지금을 느끼면서 살아요. 오케이?"

"...어...하..하지만..."

난 정말 온갖 감정이 내 안을 휘몰아치며 달리는것을 느꼈고. 그녀에게 뭐라 말해야 좋을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조차 들질 않았다. 내겐 이런 여인의 존재 자체가 너무나도 충격이었기에..

나는 여전히 무릎꿇은채 여전히 울고 있었다.

그렇게 무릎꿇고 있는 나. 그런 내게 천천히 걸어와 다가와 나에 맞춰 마주 무릎 꿇어준 그녀..

그녀가 최초로 내 몸에...나의 신체에 <변화>를 주었다.

따각.

그녀가 한 것은..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을 벗기는 것.. 가는 팔목의 끝에 달린 고운 손. 그리고 예쁜 손가락들이 놀려지면서

나의 검정색 뿔테 안경을 느린듯 하면서도 어느새 빼어 든 것이다.

"어......어...."

난 좀전부터 뭐라 말해야 좋을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어떤 것도 몰라 계속 이런 반응이었다.

그녀는 그런 내 이러한 행동조차 재미있는지 키득이다가 좀 진지한 얼굴로 내 낯짝을 바라보더니...

"흐~~응....?"

"......?"

"안경 벗겨 놓으니깐... 역시 귀엽네!!"

그녀의 말을 뇌내적으로 인식하기도 전에 이 여인의 다음 행동은 실로 빠르게 이어졌다.

어른의 그것이라 인식되기 충분할 정도로 안정되고 탄력있는 그녀의 가슴..

그녀는 오른손으로 내 머리를 잡곤 자기 가슴과 가슴 사이의 골짜기에 파묻힐 정도로 강하게 끌어당겨 안았다...

...

낳아주신 어머니를 제외하고...생애 두 번째로...여인의 가슴품이란 곳에..이 한가득 따스한 온기 속에..얼굴을 묻혀보았다..

그녀의 옷섶과 외적으로 드러난 흰가슴에 흩뿌려지듯 번져가는 내 눈물을 의식하면서..

나는 어머니 품 안에 모든 것을 맡긴 아기 새처럼 감격스레 떨며 ...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최대한 감사와 정중함을 담아 질문을 던졌다.

"....이름을 가르쳐 주시...."

"성은 아. 이름은 수라. 아. 말 잘라서 미안해요. 그쪽 감정상태가 지금 살짝 위험하게 격앙되어 있어서. 효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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