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부--------------------------------
청공검에 그런 내력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염라대왕이 쓰던 검이라.
뭔가 대단한 기능이 있을 것 같은데 알려주지 않으니 다음에 확인해야지.
일단 깨끗한(?) 몸을 만들었으니 다시 선계로 보내졌다.
선계의 인물들은 모두가 신선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선한 기운을 풍기며 자연과 동화되어 있는 모습.
한가로운 정취 속에 편안함을 느꼈다.
백룡이 먼저 나와서 인사를 했다.
“잘 왔어. 그래 명계의 일은 잘 됐나 보네.”
“응. 여기 계신 분들은 다 누구야?”
“선계를 관장하시는 분. 총 12분이 계시고 저기 저분이 최고 어른이야.”
난 백룡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다 한분 노인을 보고 베시시 웃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
“할아버지. 여기 계셨군요.”
“허허허. 그래. 수련을 많이 했나 보구나. 쉽진 않았을 텐데.”
“좀 했죠. 그 엄청난 일들도 겪었는데요.”
새삼 예전에 수련하던 일들이 떠올랐다.
참 모르면 용감하다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수련을 했었다.
저 노인의 도움으로 조금씩 깨달아가며 재미나게 지냈었는데.
“그런데 할아버지가 여기 대장이예요?”
“그래 사람들은 날 보고 무신(武神)이라 부른단다. 그리고 최강의 철검이 바로 나란다.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역대 철검이었다고 보면 되고. 알겠느냐?”
“제갈천이 여러 사숙조님들께 인사드립니다.”
다시금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민족의 사람들이 최강의 12인에 들어 선계를 이끌고 있다니.
저쪽에 보면 타국의 사람들도 있는데 12인 모두 한민족의 사람들이었다.
아니 신선이지.
뿌듯함을 느끼며 무신의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넌 지금 인간으로선 최강의 경지 바로 아래에 있다. 지금의 능력만 하더라도 충분히 자연계는 네 손에 놀아날 테지. 하지만 지금부터 시간이동을 하게 되는 세상은 그리 만만한 세상이 아니다. 무림(武林)이란 세계는 너와 같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으니까. 게다가 환계에서 도망친 구미호는 너의 경지를 넘어 섰다. 따라서 네가 극강의 경지에 들 수 있도록 수련을 시킬 예정이다. 시간이 없어 익힌다면 다행이지만 못 익힌다하더라도 바로 시간이동은 해야 한다. 수련이야 시간이동을 하고난 후에도 하면 되니까. 약간 앞의 시간으로 보낼 줄 테니 걱정은 말거라. 그럼 백룡에게 그 방법을 익히고 떠나도록 해라.”
무림이라고 하면 적어도 천년 전의 시대인데 그 시대로 시간여행이라.
기대도 되고 불안하기도 했다.
내가 명계에서 이름이 지워진(깨끗한 몸의 정체입니다.) 이유가 시간이동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새로운 세계로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안하지.
사람들도 다시 사귀어야할 테고 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도 해야 하고.
어짜피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조금은 편해졌다.
그리고 백룡이 말하는 수련법은 역시나 마음의 수련이었다.
마음=정신의 관계에서 수련이 시작되면 마음=정신=몸의 등식이 성립되도록 바꾼다.
현재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정신=몸의 등식은 성립된다.
명계에서의 수련이 그것을 말하지 않는가?
내 팔이 다리가 사라지더라도 정신을 집중하면 다시금 팔다리가 생기니까.
그런데 정신과 마음을 합하는 것은 어디서 어떻게 되는지 몰랐다.
같은거 아닌가?
“잘들어. 정신이란 무의식까지 포함된 어쩌면 불안한 상태의 기운이라 볼 수 있어. 그것은 깨진다는 가정이 붙지. 육체도 마찬가지야. 육체는 언제나 강한 힘에는 깨어지는 것이지. 하지만 니가 지금 정신과 육체를 합했기에 너의 육체는 정신이 깨어지지 않으면 영원히 깨지지 않을 거야.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여기까지가 사람들이 말하는 자연체의 끝이야. 무한한 내공을 담을 수도 있고 자신의 신체에 아무런 위해가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경지이지. 인간의 기준에서는 여기까지 수련하기에도 벅차. 물론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세에 한명이 있을까 말까할 경지이지. 그런데 만약 정신이 붕괴가 된다면 어떻게 제어를 할거야? 아마 너 정도의 인물이 폭주를 하게 되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걸? 구미호조차도 널 제압하긴 커녕 니 힘이 빠질 때까지 지켜볼껄? 그래서 너의 정신을 마음과 합해야 하는 거야. 마음이란 오욕칠정에서 비록 되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성이지. 사람들은 이것들을 적당히 통제해서 선한쪽으로만 생활을 해야 한다고 믿지만 그것이 잘못된 일이야. 석가가 예수가 왜 너처럼 깨끗한 몸을 가지지 못할 줄 아니? 그들 역시 선의 대표적인 사람들이라 성공을 못한 것이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욕망과 정을 어떻게 눌러 막을 생각만 하는 건지. 상황에 맞추어 일어나는 것이라 그 상황대로 행하면 되는데 말야.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추하다고 느끼는 순간 잘못을 저지르기 시작하는 것이야. 어떠한 물건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야.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당연하고. 그럼 과정을 한번 볼까? 도둑이 되어서 훔칠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돈을 벌어서 그것을 사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거야. 후자의 경우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지만 전자의 경우는 도둑놈이란 오명으로 몰아세우지. 인간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거야. 그런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왜 생겼을까?
욕망이지. 그걸 억지로 누르면 오히려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생기고. 이해하겠어?”
뭐가 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빙빙 돌려서 하다니.
“야 뭔 소리야. 난 복잡한건 딱 질색이다. 쉽게 얘기해.”
“그러니까 오욕칠정이란 억누르기만 할게 아니라 풀어야 한다는 소리지. 그리고 그 푸는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기준에서 선인이 될 수도 악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하여튼 풀어야 마음이 단단해 진다는 거다. 억지로 묶어 놓는다고 단단해 지는게 아니고.”
“그럼 요는 그거잖아. 능력되면 가지고 아님 노력해서 얻고.”
“그런가... 단순하게 해석이 되네.”
“아 짜증. 그걸 그렇게 어렵게 말하냐.”
하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만약이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안되면 그걸 어떻게 할까?
지금의 내 경지라면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취하려 할 것이다.
그보다 더 원론적으로 어릴 때부터 충분한 욕망을 누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람은 욕심이란게 있지만 항상 풍족하게 살아온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여유가 있다.
그 여유란게 마음의 그릇이 되고 단련을 시키면 지금 말하는 튼튼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그저 여유만 가지고 있다가 한순간 그것이 깨지면 오히려 추스르지 못하는게 인간이니까.
지금 나의 상황은 어떨까?
고아 때의 기억으론 항상 뭔가가 부족했지만 수련을 시작한 시점부턴 모든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냥 먹고 입고 싸고.
여자도 혜선이 있었으니 부족을 못 느꼈고 재물도 쌓여 있는걸 봤으니 탐이 안나고.
내겐 그런 굴레가 별 의미가 없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 한단계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백룡이 말을 이었다.
“그건 말야 아직 큰 시련을 겪지 못했기 때문이야. 만약 지금 네가 가진 힘을 모두 잃는다면 넌 어떻할래? 그냥 사라질거야?”
“당연히 다시 찾아야지. 얼마나 노력한 건데.”
“그래 그럼 욕심. 그게 욕망이야. 너 조차도 거기에 매여 있잖아. 매여 있는건 좋은데 버릴 줄도 알아야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이치야. 잘 생각해봐. 그리고 네가 경지를 이룬다면 상급의 신의 능력을 부여 받게 돼. 인간이 정말 신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이지.”
“어렵군. 뭐가 뭔지 이해가 안된다. 천천히 생각해 보면 되겠지. 그보다 상급의 신이란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거야?”
“무신 정도라고 보면 돼. 중급신 정도는 많지만 상급신은 몇 명 안되거든. 각계의 주인 정도나 상급신이라고. 명계의 염라대왕은 별개의 존재지. 그는 상급신의 죽음까지 관장을 하거든. 얼마나 대단한 힘인지 짐작이 가나?”
더 높은 경지가 있는 걸 알았을 땐 솔직히 기뻤다.
지지부진한 수련을 계속해야 하나란 의문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알고 나니 괴롭기만 하다.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으니 말이다.
‘모든 것을 얻을 수도 버릴 수도 있는 마음이라.’
참 애매한 말이지만 이해하긴 힘들었다.
실마리를 잡았으니 어찌하다 보면 끝도 보이리라 생각한다.
그곳에서 무신에게 조금 더 강력한 무공을 배우고 차후에 자연계로 내려가면 자신이 후손들에게 전해 달라는 말도 약속했다.
거의 한달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될 때 무신이 날 불렀다.
“그래 수련은 어떠냐?”
“잘 모르겠네요. 어려워요.”
“그렇겠지. 나도 그것을 알기까지 상당한 고생을 했으니. 힌트를 주자면 한가지에 능통해 지면 알 수 있을게야. 난 무공에 힘을 썼지만 넌... 흠... 여자에 힘을 쓰면 좋을거 같군.”
“예? 여자요?”
“그래. 네놈이 생긴거랑 색경의 능력이면 가능할 것도 같다.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거라. 모든 것은 다시 하나로 합해지는 법이다. 너의 정신과 육체가 합해졌듯이 너의 마음도 다 같이 동화되어야 하느리라. 그건 그렇고 너에게 선물을 주마.”
무신이 내게 전해준 것은 하얀색의 무복이었다.
비디오에서 보던 옛날 고구려식 복장.
“이 옷에 약간의 힘을 부여했다. 네게 도움이 될거야. 입고 가거라. 그리고 네가 하는 시간이동이 쉽지만은 안을 터. 한 가지 혜택을 더 주마. 언어에 대한 장벽이 없어지도록.”
별다른 조짐은 없었는데 그냥 언어는 통할 것이라 말해준다.
“고마워요. 근데 이 옷 정말 가볍네요. 그리고 편하기도 하구요.”
“선계의 보물이란다. 일반인이 입어도 약간의 능력은 발휘가 되지. 하지만 이 옷에도 자아가 있단다. 주인 외의 사람이 손을 대면 화를 당하게 되지. 그리고 입은 사람은 한줌의 진기로 하늘을 날 수 있단다.”
정말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하늘을 날다니.
약간의 진기로 하늘을 난다면 유사시 도망칠 때는 완전 짱이란 소리지.
난 그 상태로 진기를 주입하여 몸을 살짝 띄어 보았다.
정말 몸이 스르르 뜨더니 내가 원하는 위치에서 멈추었다.
“할아버지. 이거 정말 대단하네요.”
“그래. 나이 먹은 놈이 애 같이.”
“하하. 그래도 좋은 걸 어떻해요?”
완전 손자의 재롱을 보듯이 무신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킬킬. 아주 신이 났구만.”
갑자기 한 존재가 등장했다.
나의 감각에 걸려들지 않은 채.
“자식이 그렇게 노려볼거 없다. 네놈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지만 나쁜 뜻은 아니니까.”
“허허. 그래 환계의 주인께서 오셨군요.”
“안녕하십니까? 무신님.”
“그래요. 오랜만에 뵙는군요.”
서로 존대를 한다는 것은 대등하다는 말이겠지?
난 그 이상하게 생긴(뭐랄까 인간의 몸에 용대가리를 붙인 모습이라) 놈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제갈천이라 합니다.”
“그래. 인간치고는 정말 대단한 경지에 있구나.”
“칭찬 고맙습니다.”
“허허. 그보다 물건은 가져 오셨습니까?”
“네. 여기. 그런데 이런 물건을 유출 시켜도 되는 것입니까?”
“모든 것은 저 아이가 알아서 할 것입니다.”
무신이 받아서 주는 물건은 반지였는데 고급스럽진 않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그런 물건이었다.
“받거라. 이것은 맹약의 반지란 것이다. 이 반지의 힘은 시전자의 능력에 따른 것이라 하지만 기능은 엄청난 것이다. 원래 자연계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존재의 봉인에 목적이 있지만 그러한 존재를 굴복 시키면 영원히 노예로 부릴 수도 있는 것이다. 네가 이것을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네 마음에 달렸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그리고 그 속에는 봉황이 봉인되어 있다. 네가 그 봉황과 교감이 가능해 지면 봉황은 네 말을 따를 것이다. 우선 네 피 한 방울을 반지에 떨어뜨리거라.”
난 아무 생각 없이 손에 피가 나는걸 연상하자 피가 나왔다.
생각으로 몸이 움직인다.
그것은 피라고 다를건 없다.
‘크아아악.’
새 소리로 보기엔 엄청 큰 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그 놈 참 신통하구나. 피 한 방울로 봉황의 기를 죽이다니. 아마 그 봉황은 널 주인으로 인정했을 것이다. 이동 수단으로 새보다 좋은 것은 없지.”
“운이 좋았다 꼬마. 그 녀석은 환계에서도 유명한 놈이니 잡스런 환수들은 접근도 안할 것이다.”
그저 봉황을 얻었다 생각했는데 추가로 약한 환수의 공격도 받지 않는다니.
싸워서 질 것은 아니지만 굳이 싸울 필요가 없는 상대는 피하는 것도 요령이다.
난 두가지의 선물에 매운 만족했고 무신과 인사를 나누었다.
“지금부터 네가 가는 시대는 고구려 말기의 시대다. 아마도 신라가 강성하여 전쟁을 한참 하고 있을 것이다. 넌 그런 전쟁은 무시하고 구미호의 기운을 쫓아 이동하기 바란다. 지금은 그녀가 언제의 시간대에 있는지 알 수 없어 널 조금 빠른 시간대로 보낼 것이다. 중국 어딘가에 있을 테니 넌 네 사문의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중국으로 가면 될게야. 네게 짐을 지워서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할아버지 제가 잘 할게요.”
내게 혈육의 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인데.
다시 이렇게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씁쓸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가야겠지.
“그래 그럼 수고하거라.”
“네. 할아버지도 몸 조심하세요.”
“고생해라 꼬마야.”
“네. 용 아저씨.”
아마도 나이로 따지면 내가 꼬마가 아니라 갓난애기로 보이겠지?
난 일일이 인사를 하고 무신이 열어준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시 그놈의 하얀 빛들이 내 주위를 감싸며 날 어디론가 이동시키고 있었다.
‘흡. 젠장. 물속이라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물속에서 바둥거리는 내가 보였다.
‘하필이면 물속이라니. 에구 젠장. 영감탱이 좋게 봤더니 이런 구석도 있었나?’
열심히 팔다리를 놀려 수면 위로 올라갔다.
마치 호수 같았는데 날이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뭔가 눈에 익은 것이 들어왔다.
‘흠. 저 봉우리 백두산에서 보던 건데.’
난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봤다.
생명체의 기운을 느끼며 일단 안심을 하고 물 밖으로 나와 주위를 다시 살폈다.
생각대로 여긴 백두산이 맞았다.
그럼 사문의 사람들은 어디를 간 것일까?
드디어 시작을 하려 합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구요
아무튼 하나의 목표가 있으니
여러 갈래로 나누면 양이 많아질테고
딱 목표만 이루면 금방이겠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청공검에 그런 내력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염라대왕이 쓰던 검이라.
뭔가 대단한 기능이 있을 것 같은데 알려주지 않으니 다음에 확인해야지.
일단 깨끗한(?) 몸을 만들었으니 다시 선계로 보내졌다.
선계의 인물들은 모두가 신선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선한 기운을 풍기며 자연과 동화되어 있는 모습.
한가로운 정취 속에 편안함을 느꼈다.
백룡이 먼저 나와서 인사를 했다.
“잘 왔어. 그래 명계의 일은 잘 됐나 보네.”
“응. 여기 계신 분들은 다 누구야?”
“선계를 관장하시는 분. 총 12분이 계시고 저기 저분이 최고 어른이야.”
난 백룡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다 한분 노인을 보고 베시시 웃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
“할아버지. 여기 계셨군요.”
“허허허. 그래. 수련을 많이 했나 보구나. 쉽진 않았을 텐데.”
“좀 했죠. 그 엄청난 일들도 겪었는데요.”
새삼 예전에 수련하던 일들이 떠올랐다.
참 모르면 용감하다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수련을 했었다.
저 노인의 도움으로 조금씩 깨달아가며 재미나게 지냈었는데.
“그런데 할아버지가 여기 대장이예요?”
“그래 사람들은 날 보고 무신(武神)이라 부른단다. 그리고 최강의 철검이 바로 나란다.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역대 철검이었다고 보면 되고. 알겠느냐?”
“제갈천이 여러 사숙조님들께 인사드립니다.”
다시금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민족의 사람들이 최강의 12인에 들어 선계를 이끌고 있다니.
저쪽에 보면 타국의 사람들도 있는데 12인 모두 한민족의 사람들이었다.
아니 신선이지.
뿌듯함을 느끼며 무신의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넌 지금 인간으로선 최강의 경지 바로 아래에 있다. 지금의 능력만 하더라도 충분히 자연계는 네 손에 놀아날 테지. 하지만 지금부터 시간이동을 하게 되는 세상은 그리 만만한 세상이 아니다. 무림(武林)이란 세계는 너와 같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으니까. 게다가 환계에서 도망친 구미호는 너의 경지를 넘어 섰다. 따라서 네가 극강의 경지에 들 수 있도록 수련을 시킬 예정이다. 시간이 없어 익힌다면 다행이지만 못 익힌다하더라도 바로 시간이동은 해야 한다. 수련이야 시간이동을 하고난 후에도 하면 되니까. 약간 앞의 시간으로 보낼 줄 테니 걱정은 말거라. 그럼 백룡에게 그 방법을 익히고 떠나도록 해라.”
무림이라고 하면 적어도 천년 전의 시대인데 그 시대로 시간여행이라.
기대도 되고 불안하기도 했다.
내가 명계에서 이름이 지워진(깨끗한 몸의 정체입니다.) 이유가 시간이동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새로운 세계로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안하지.
사람들도 다시 사귀어야할 테고 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도 해야 하고.
어짜피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조금은 편해졌다.
그리고 백룡이 말하는 수련법은 역시나 마음의 수련이었다.
마음=정신의 관계에서 수련이 시작되면 마음=정신=몸의 등식이 성립되도록 바꾼다.
현재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정신=몸의 등식은 성립된다.
명계에서의 수련이 그것을 말하지 않는가?
내 팔이 다리가 사라지더라도 정신을 집중하면 다시금 팔다리가 생기니까.
그런데 정신과 마음을 합하는 것은 어디서 어떻게 되는지 몰랐다.
같은거 아닌가?
“잘들어. 정신이란 무의식까지 포함된 어쩌면 불안한 상태의 기운이라 볼 수 있어. 그것은 깨진다는 가정이 붙지. 육체도 마찬가지야. 육체는 언제나 강한 힘에는 깨어지는 것이지. 하지만 니가 지금 정신과 육체를 합했기에 너의 육체는 정신이 깨어지지 않으면 영원히 깨지지 않을 거야.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여기까지가 사람들이 말하는 자연체의 끝이야. 무한한 내공을 담을 수도 있고 자신의 신체에 아무런 위해가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경지이지. 인간의 기준에서는 여기까지 수련하기에도 벅차. 물론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세에 한명이 있을까 말까할 경지이지. 그런데 만약 정신이 붕괴가 된다면 어떻게 제어를 할거야? 아마 너 정도의 인물이 폭주를 하게 되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걸? 구미호조차도 널 제압하긴 커녕 니 힘이 빠질 때까지 지켜볼껄? 그래서 너의 정신을 마음과 합해야 하는 거야. 마음이란 오욕칠정에서 비록 되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성이지. 사람들은 이것들을 적당히 통제해서 선한쪽으로만 생활을 해야 한다고 믿지만 그것이 잘못된 일이야. 석가가 예수가 왜 너처럼 깨끗한 몸을 가지지 못할 줄 아니? 그들 역시 선의 대표적인 사람들이라 성공을 못한 것이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욕망과 정을 어떻게 눌러 막을 생각만 하는 건지. 상황에 맞추어 일어나는 것이라 그 상황대로 행하면 되는데 말야.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추하다고 느끼는 순간 잘못을 저지르기 시작하는 것이야. 어떠한 물건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야.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당연하고. 그럼 과정을 한번 볼까? 도둑이 되어서 훔칠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돈을 벌어서 그것을 사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거야. 후자의 경우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지만 전자의 경우는 도둑놈이란 오명으로 몰아세우지. 인간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거야. 그런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왜 생겼을까?
욕망이지. 그걸 억지로 누르면 오히려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생기고. 이해하겠어?”
뭐가 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빙빙 돌려서 하다니.
“야 뭔 소리야. 난 복잡한건 딱 질색이다. 쉽게 얘기해.”
“그러니까 오욕칠정이란 억누르기만 할게 아니라 풀어야 한다는 소리지. 그리고 그 푸는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기준에서 선인이 될 수도 악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하여튼 풀어야 마음이 단단해 진다는 거다. 억지로 묶어 놓는다고 단단해 지는게 아니고.”
“그럼 요는 그거잖아. 능력되면 가지고 아님 노력해서 얻고.”
“그런가... 단순하게 해석이 되네.”
“아 짜증. 그걸 그렇게 어렵게 말하냐.”
하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만약이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안되면 그걸 어떻게 할까?
지금의 내 경지라면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취하려 할 것이다.
그보다 더 원론적으로 어릴 때부터 충분한 욕망을 누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람은 욕심이란게 있지만 항상 풍족하게 살아온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여유가 있다.
그 여유란게 마음의 그릇이 되고 단련을 시키면 지금 말하는 튼튼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그저 여유만 가지고 있다가 한순간 그것이 깨지면 오히려 추스르지 못하는게 인간이니까.
지금 나의 상황은 어떨까?
고아 때의 기억으론 항상 뭔가가 부족했지만 수련을 시작한 시점부턴 모든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냥 먹고 입고 싸고.
여자도 혜선이 있었으니 부족을 못 느꼈고 재물도 쌓여 있는걸 봤으니 탐이 안나고.
내겐 그런 굴레가 별 의미가 없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 한단계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백룡이 말을 이었다.
“그건 말야 아직 큰 시련을 겪지 못했기 때문이야. 만약 지금 네가 가진 힘을 모두 잃는다면 넌 어떻할래? 그냥 사라질거야?”
“당연히 다시 찾아야지. 얼마나 노력한 건데.”
“그래 그럼 욕심. 그게 욕망이야. 너 조차도 거기에 매여 있잖아. 매여 있는건 좋은데 버릴 줄도 알아야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이치야. 잘 생각해봐. 그리고 네가 경지를 이룬다면 상급의 신의 능력을 부여 받게 돼. 인간이 정말 신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이지.”
“어렵군. 뭐가 뭔지 이해가 안된다. 천천히 생각해 보면 되겠지. 그보다 상급의 신이란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거야?”
“무신 정도라고 보면 돼. 중급신 정도는 많지만 상급신은 몇 명 안되거든. 각계의 주인 정도나 상급신이라고. 명계의 염라대왕은 별개의 존재지. 그는 상급신의 죽음까지 관장을 하거든. 얼마나 대단한 힘인지 짐작이 가나?”
더 높은 경지가 있는 걸 알았을 땐 솔직히 기뻤다.
지지부진한 수련을 계속해야 하나란 의문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알고 나니 괴롭기만 하다.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으니 말이다.
‘모든 것을 얻을 수도 버릴 수도 있는 마음이라.’
참 애매한 말이지만 이해하긴 힘들었다.
실마리를 잡았으니 어찌하다 보면 끝도 보이리라 생각한다.
그곳에서 무신에게 조금 더 강력한 무공을 배우고 차후에 자연계로 내려가면 자신이 후손들에게 전해 달라는 말도 약속했다.
거의 한달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될 때 무신이 날 불렀다.
“그래 수련은 어떠냐?”
“잘 모르겠네요. 어려워요.”
“그렇겠지. 나도 그것을 알기까지 상당한 고생을 했으니. 힌트를 주자면 한가지에 능통해 지면 알 수 있을게야. 난 무공에 힘을 썼지만 넌... 흠... 여자에 힘을 쓰면 좋을거 같군.”
“예? 여자요?”
“그래. 네놈이 생긴거랑 색경의 능력이면 가능할 것도 같다.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거라. 모든 것은 다시 하나로 합해지는 법이다. 너의 정신과 육체가 합해졌듯이 너의 마음도 다 같이 동화되어야 하느리라. 그건 그렇고 너에게 선물을 주마.”
무신이 내게 전해준 것은 하얀색의 무복이었다.
비디오에서 보던 옛날 고구려식 복장.
“이 옷에 약간의 힘을 부여했다. 네게 도움이 될거야. 입고 가거라. 그리고 네가 하는 시간이동이 쉽지만은 안을 터. 한 가지 혜택을 더 주마. 언어에 대한 장벽이 없어지도록.”
별다른 조짐은 없었는데 그냥 언어는 통할 것이라 말해준다.
“고마워요. 근데 이 옷 정말 가볍네요. 그리고 편하기도 하구요.”
“선계의 보물이란다. 일반인이 입어도 약간의 능력은 발휘가 되지. 하지만 이 옷에도 자아가 있단다. 주인 외의 사람이 손을 대면 화를 당하게 되지. 그리고 입은 사람은 한줌의 진기로 하늘을 날 수 있단다.”
정말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하늘을 날다니.
약간의 진기로 하늘을 난다면 유사시 도망칠 때는 완전 짱이란 소리지.
난 그 상태로 진기를 주입하여 몸을 살짝 띄어 보았다.
정말 몸이 스르르 뜨더니 내가 원하는 위치에서 멈추었다.
“할아버지. 이거 정말 대단하네요.”
“그래. 나이 먹은 놈이 애 같이.”
“하하. 그래도 좋은 걸 어떻해요?”
완전 손자의 재롱을 보듯이 무신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킬킬. 아주 신이 났구만.”
갑자기 한 존재가 등장했다.
나의 감각에 걸려들지 않은 채.
“자식이 그렇게 노려볼거 없다. 네놈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지만 나쁜 뜻은 아니니까.”
“허허. 그래 환계의 주인께서 오셨군요.”
“안녕하십니까? 무신님.”
“그래요. 오랜만에 뵙는군요.”
서로 존대를 한다는 것은 대등하다는 말이겠지?
난 그 이상하게 생긴(뭐랄까 인간의 몸에 용대가리를 붙인 모습이라) 놈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제갈천이라 합니다.”
“그래. 인간치고는 정말 대단한 경지에 있구나.”
“칭찬 고맙습니다.”
“허허. 그보다 물건은 가져 오셨습니까?”
“네. 여기. 그런데 이런 물건을 유출 시켜도 되는 것입니까?”
“모든 것은 저 아이가 알아서 할 것입니다.”
무신이 받아서 주는 물건은 반지였는데 고급스럽진 않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그런 물건이었다.
“받거라. 이것은 맹약의 반지란 것이다. 이 반지의 힘은 시전자의 능력에 따른 것이라 하지만 기능은 엄청난 것이다. 원래 자연계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존재의 봉인에 목적이 있지만 그러한 존재를 굴복 시키면 영원히 노예로 부릴 수도 있는 것이다. 네가 이것을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네 마음에 달렸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그리고 그 속에는 봉황이 봉인되어 있다. 네가 그 봉황과 교감이 가능해 지면 봉황은 네 말을 따를 것이다. 우선 네 피 한 방울을 반지에 떨어뜨리거라.”
난 아무 생각 없이 손에 피가 나는걸 연상하자 피가 나왔다.
생각으로 몸이 움직인다.
그것은 피라고 다를건 없다.
‘크아아악.’
새 소리로 보기엔 엄청 큰 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그 놈 참 신통하구나. 피 한 방울로 봉황의 기를 죽이다니. 아마 그 봉황은 널 주인으로 인정했을 것이다. 이동 수단으로 새보다 좋은 것은 없지.”
“운이 좋았다 꼬마. 그 녀석은 환계에서도 유명한 놈이니 잡스런 환수들은 접근도 안할 것이다.”
그저 봉황을 얻었다 생각했는데 추가로 약한 환수의 공격도 받지 않는다니.
싸워서 질 것은 아니지만 굳이 싸울 필요가 없는 상대는 피하는 것도 요령이다.
난 두가지의 선물에 매운 만족했고 무신과 인사를 나누었다.
“지금부터 네가 가는 시대는 고구려 말기의 시대다. 아마도 신라가 강성하여 전쟁을 한참 하고 있을 것이다. 넌 그런 전쟁은 무시하고 구미호의 기운을 쫓아 이동하기 바란다. 지금은 그녀가 언제의 시간대에 있는지 알 수 없어 널 조금 빠른 시간대로 보낼 것이다. 중국 어딘가에 있을 테니 넌 네 사문의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중국으로 가면 될게야. 네게 짐을 지워서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할아버지 제가 잘 할게요.”
내게 혈육의 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인데.
다시 이렇게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씁쓸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가야겠지.
“그래 그럼 수고하거라.”
“네. 할아버지도 몸 조심하세요.”
“고생해라 꼬마야.”
“네. 용 아저씨.”
아마도 나이로 따지면 내가 꼬마가 아니라 갓난애기로 보이겠지?
난 일일이 인사를 하고 무신이 열어준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시 그놈의 하얀 빛들이 내 주위를 감싸며 날 어디론가 이동시키고 있었다.
‘흡. 젠장. 물속이라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물속에서 바둥거리는 내가 보였다.
‘하필이면 물속이라니. 에구 젠장. 영감탱이 좋게 봤더니 이런 구석도 있었나?’
열심히 팔다리를 놀려 수면 위로 올라갔다.
마치 호수 같았는데 날이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뭔가 눈에 익은 것이 들어왔다.
‘흠. 저 봉우리 백두산에서 보던 건데.’
난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봤다.
생명체의 기운을 느끼며 일단 안심을 하고 물 밖으로 나와 주위를 다시 살폈다.
생각대로 여긴 백두산이 맞았다.
그럼 사문의 사람들은 어디를 간 것일까?
드디어 시작을 하려 합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구요
아무튼 하나의 목표가 있으니
여러 갈래로 나누면 양이 많아질테고
딱 목표만 이루면 금방이겠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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