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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물] 증발 - 1부6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1:03 576회 0건

[재난물] 증발 1부

chapter 6 亂離



(인물설명5) 채유선
31세, 외과 전문의, 미혼, 신장:162 체중:51
평소의 모습은 차가워 보이지만 본성은 따뜻한 여자이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외삼촌 부부 밑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독립한다. 그녀의 까다로워 보이는 태도는 자기방어에 기인한 바가 크다.



영수는 정오에 유선의 집을 나서, 차에 시동을 걸고 카오디오의 스위치를 넣는다. Heart의 ‘Alone’이 차안을 울린다.

“I hear the ticking of the clock. I"m lying here, the room"s pitch dark~ I wonder where you are tonight, No answer on the telephone And the night goes by so very slow~ Oh, I hope that it won"t end, though, Alone~~~~(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를 들어요 어둠이 깃든 방에 누워서요 난 오늘밤 당신이 어디 있는지 궁금합니다 당신의 전화는 대답도 없고 밤이 너무 느리게 지나가요 오,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혼자 말이에요.)



"당신 머리 스타일 너무 심한거 아니에요?“
“내 머리?”
유선의 지적에 영수는 화장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본다. 머리는 덥수룩하게 자란데다가 방금 일어난 터라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세 달 동안 자신이 담당한 남부지방의 탐사를 하느라 이발할 새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 이발하는 게 좋겠어요.”
“그래 미란이 누나에게 인사도 할 겸 그러지 뭐.”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미용사인 미란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후후”
“그런가? 불행 중 다행인가?”
“어머 그러고보니 직업이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네요.”
“그래, 그것 참 공교롭지. 거기다 이 지역 사람만 남은 것도 그렇고. 공교로운 것 투성이야.”
“아침 지을 테니까 씻으세요.”
“응.”
영수는 유선에게 이끌려 욕실로 향한다. 소연이 없어서 허전했던 영수는 유선의 따뜻한 보살핌이 고맙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욕실을 향하는 영수를 유선은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럴 땐 꼭 막내동생같아.’



이것이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영수는 차안에 흐르는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며 차를 미란의 미용실로 몬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청명했고 노래가사의 내용과는 달리 그의 기분은 상쾌해진다. 텅빈 거리와 도로가 주는 이질감만 아니라면 너무나 정상적이고 평화로운 세상이다. 마침내 미용실에 도착한 그는 안에 사람이 있는지 기웃거리다 미란을 발견하고는 미용실로 들어선다.
“누나, 저 커트 좀 하려고 왔습니다.”
“아....”
무료하게 비디오 영화를 보고있던 미란은 영수의 출현에 본능적으로 활짝 웃다가 억지로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
“저 머리 길죠?”
“흥~! 그래 지저분하게도 길렀구나.”
“에이, 누나 화 푸세요.”
영수는 미란에게 다가가 그녀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힌다. 미란은 깔깔거리며 그를 밀어내고 영수에게 의자를 권한다.
“자~ 앉아. 어떻게 해줄까?”
영수는 의자에 앉자 느긋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글쎄요. 남의 이목을 신경 안써도 되는 세상이니 확 삭발을 할까요?”
“바보, 그렇다고 삭발은 왜 하니?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가꾸고 살아야 그나마 덜 허무한거야.”
“그럼 그냥 자연스런 스타일로 해주세요.”
“자아~ 그럼 가볼까?”
미란은 능숙한 솜씨로 가위질을 시작한다. 머리카락이 날카로운 가위에 잘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슬쩍 슬쩍 그의 머리와 귀, 얼굴을 만지는 미란의 손길이 부드럽다. 긴장이 완전히 풀어진 영수는 약간의 졸음을 느낄 정도이다.
“얘! 자니?”
“아, 아니. 누나.”
“머리 감자.”
“다 됐어요?”
“그래. 샴푸실로 와.”
미란은 따뜻한 온수와 좋은 향기가 나는 샴푸를 재료 삼아 영수의 헤어를 세심하게 감긴다. 영수는 이대로 한 십년동안 머리를 감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 다 됐다. 이제 드라이 하자.”
영수는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미란의 지시에 따라 가만히 그녀의 드라이에 머리를 맡긴다. 특별히 젤리나 무스를 쓰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드라이 솜씨는 영수의 헤어스타일을 세련되게 만들어 놓는다.
“와~ 누나 매일 여기 와서 샴푸해도 돼요?”
“호호호 그럼 난 환영이야.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더구나 영수라면 더 환영이지.”
“네에....”
영수는 ‘영수라면...’이란 부분에 주목한다. 누나도 역시 나를?
“자 드라이까지 다 되었다. 커피 한 잔 할래?”
“네 감사합니다.”
탁자를 마주하고 영수와 미란이는 커피를 마시고 비스킷을 씹으며 수다를 떤다. 영수는 과장이 90%인 군대시절 무용담을 손짓 발짓을 하며 늘어놓고 미란은 그의 이야기를 무슨 신의 계시라도 되는 듯이 관심을 가지며 경청한다.
“근데 누나 난 누나한테 커트를 하거나 샴푸를 할 때는 정말 마음이 편안해져.”
“호호~ 무슨? 미용사들은 다 그만한 기술은 가지고 있어.”
“아닌데? 누나는 특별해!”
“그렇게 좋아?”
“그럼.”
“그럼, 누나가 마사지를 해주면 더 기분이 좋겠네? 샴푸나 커트와는 비교도 안되게.”
“누나 맛사지도 할 줄 알아.”
“아니. 몰라. 하지만 왠지 영수에겐 해주고 싶은걸.”
“누나~ 해줘.”
“후~ 그럼 방으로 갈래?”
“그...그럴까?”
미용실엔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둘은 방에 들어갔고 분위기가 사뭇 어색해졌다.
“누나, 마사지 할려면 옷 벗어야 하나?”
“어머! 몰라.”
영수는 예전에 받았던 출장마사지를 연상하곤 그렇게 말한 것이다. 영수는 상의를 훌훌 벗고 다리에서 청바지를 빼냈다. 영수의 도발적인 행동에 미란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영수야, 너 왜 그래?”
“누나, 마사지는 살에 직접 해야죠. 옷 위로 하는 마사지는 효과가 없잖아요.”
“그래도, 얘~”
영수는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 미란이 귀여웠다.
“자, 눕습니다.”
“어머~ 얘는.”
미란은 마치 새색시처럼 부끄러워하며 한 켠에 무릎을 꿇고 앉아만 있다. 내심 연모하던 영수이지만 이런 상황이 닥치다 보니 특유의 처녀다운 부끄러움이 발동한 것이다.
“누나, 뭐 해요? 마사지 해준다고 먼저 말한건 누나인데...”
영수는 엎드려 누워 있다가 몸을 뒤집었다. 자연스레 발기한 영수의 중심이 미란의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기다리던 영수는 미란의 손을 잡아 거칠게 끈다.
“이리와~”
미란은 과장되게 몸이 휘청이며 영수의 가슴에 쓰러진다.
“나 마사지 처음인데.”
“괜찮으니까 부탁해요. 미란이 누나의 손길은 뭐든지 다 최고니까.”
“영수야~ 그래도 좀 엎드려라. 이건 좀 부끄러운걸~”
“아~ 그러죠.”
영수는 다시 엎드려 누웠다. 얼굴을 베개에 묻고 느긋하게 그녀의 손길을 기다린다. 잠시 후 부끄러운 듯 미란의 손길이 영수의 어깨를 주무른다. 역시나 안마사에 비하면 서투른 솜씨, 그러나 그 즐거움은 안마사가 주는 그것보다 몇 배나 더 했다. 미란은 자신이 붙었는지 손가락에 힘을 더한다. 미란의 부드러운 손이 그의 등을 오가며 근육의 피로를 풀어준다.
“와~누나, 최고다.”
“훗~ 그래?”
더욱더 자신이 붙은 미란은 아예 영수의 등에 올라타 적극적으로 마사지를 하기 시작한다. 미란은 스커트를 입었는지라 영수의 살결에 그녀의 속옷이 닿을 수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기분이 좋아진 영수는 끄응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집는다.
“어머~ 뭐 하는거야?”
“앞 쪽도 부탁해요.”
“어머! 무슨 말이야?”
미란은 영수의 방자함에 약간 화가 났다.
(얘가 지금 나를 어떻게 보고? 나를 막되먹은 계집애로 보는 거 아니야?)
“누나, 어서요!”
“싫어, 나 그만 할래.”
순간 영수는 미란을 쓰러뜨려 올라탔다.
“나, 누나가 좋아,”
건장한 청년의 뜨거운 고백을 받자 미란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
“바보, 이런 상황에서 그런 고백을 하면 어떡하니?”
“미안해. 하지만 내 마음은 진짜야.”
영수의 입술이 미란의 어여뿐 입술을 덥친다.
“으음~”
기묘한 신음 소리를 흘리는 미란이. 영수는 꿈틀거리며 미란의 상의를 벗긴다. 마침내 브레지어 차림을 한 미란을 한동안 황홀하게 바라보던 영수는 그 얇은 면직물을 위로 밀어 올린다. 거대한 두 개의 실체를 출렁이며 새하얀 유방은 공기 중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영수의 얼굴은 그 사이로 파묻힌다.
“어머! 어떡하니?”
미란이 다급하게 비명을 지른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영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능숙한 솜씨로 귀여운 젖꼭지를 공략한다. 미란은 연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행위를 독려한다.
“영수야, 나 정말 좋아해?”
“좋아해.”
영수는 미란의 부름에 유방 사이에서 얼굴을 들어 진한 키스를 한다. 영수는 언제나 눈을 감고 키스를 한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다. 눈을 떳다. 역시 암흑이다. 영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눈을 몇 번 껌벅이고 다시 눈을 부릅뜬다. 역시 암흑이었다.
“미란아, 좀 이상하게 되었다.”
“으음, 뭐가?”
한참 쾌락에 빠진 미란은 영수의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 채지 못했을 뿐더러 연하의 남자가 자신에게 반말하는 것 조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으음~ 모야? 왜 그러는데?”
순간적으로 어렵게 고친 사투리가(독자분들은 경북 사투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현실의 경북를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작품의 세계는 제가 가장 잘 아는 한국을 모델로 하였지만 현실의 한국은 아닙니다. 한국과 매우 유사한 어느 미지의 국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튀어나온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미란은 상대가 애무를 중지한 것이 불만스럽기만 하다.
“미란아 눈 떠 봐.”
마침내 눈을 뜨는 미란이, 암흑이다. 미란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몇 번 눈을 껌벅인다.
“아아아악~~~~~~~~~~~~~!”
미란은 영수의 품 안에서 히스테릭한 비명을 질러댄다.
그것은 일상적인 한 밤중의 어둠이 아니었다. 아무리 어둔 밤도 약간의 빛은 있기 마련이다. 미약하지만 구름에 가린 약간의 달빛과 별빛.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것은 절대 암흑. 숯같이 검은 암흑이다.
“미, 미란아! 진정해! 진정하란 말이야!”
진정하란 말을 해보지만 영수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미란아 내 허리를 잡아. 우리 떨어지면 안돼.”
“아, 알았어.”
영수는 방을 나와 미용실의 바닥을 맨발로 걷는다. 미란은 부들부들 떨며 영수의 허리를 부여잡고 그의 뒤를 따른다.
“여기군. 미용실의 입구가. 미란아 손 놓지 말아줘.”
“아라따~”
긴장이 되니 미란의 입에서 사투리가 연달아 튀어 나온다. 영수는 미용실의 문을 슬쩍 밀어본다. 다행히 열린다. 문을 열고 한 발 두발 내 딛는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감촉. 햇빛에 달궈진 따뜻한 느낌이 아니다. 단지 차가운 철판같은 느낌이다. 영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낀다. 영수는 급히 문을 닫고 미란의 몸을 껴안는다.
“미란아, 방으로 들어가자.”
“뭐 이상한 거라도 봤나?”
미란의 생소한 사투리에서 그녀의 초조함이 느껴진다. 미란과 영수는 더듬거리며 다시 방에 들어가 꼭 끌어 안는다.
“미란아, 아니 미란이 누나 우리도 죽을 때가 되었나 봐요.”
“밖이 어떤데?”
“똑같아요. 온통 암흑이에요. 세상이 끝난 것처럼.”
“.......”
“누나?”
“흐흐흐흐흑...흑 흑 흑....”
“누나 울어?”
“미안해. 죽는다고 생각하니 내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져서.”
“누나, 내가 누나를 기억하잖아? 그런데 누나 인생이 왜 허무해?”
“그래. 고맙다.”
영수와 미란은 자연스럽게 사랑의 행위를 시작했다. 영수는 미란의 옷을 벗기고 부드럽게 들어갔다. 미란은 파과의 아픔에 떨며 절규한다. 미란의 중심에서 조용히 피가 흐른다.
“누나 많이 아파? 사랑해. 누나.”
“하악~ 영수야, 아니 영수씨 고마워. 나 이대로 죽어도 후회는 없어. 그리 행복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영수씨로 인해 완전한 여자가 되었어.”
“미란아. 좋아해.”
영수는 천천히 왕복운동을 한다. 미란은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다가 차차 그 소리가 잦아든다. 한동안 행위를 하던 영수는 풀어지는 기분이 들며 미란의 자궁 깊이 사정한다. 그것은 절망의, 그리고 희망의 사정이었다.
“아, 영수씨 사랑해.”
“나도.”
영수는 사정이 끝난지 한참 지나 물건이 말랑말랑해졌지만 미란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미란을 품에서 놓아주면 저 멀리 영원의 세계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영수는 눈을 감은 채 미란의 이마에 입맞추었다. 그때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익~~~~~!!!!!!”
거대한 수레바퀴를 굵은 밧줄이 돌릴 때 나는 소름끼치는 소리다. 도대체 이 괴이한 소리는 어디서 나는 것인가?!
“으으으음~~~~흑흑흑”
미란이 영수의 품 안에서 신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낸다. 영수도 두렵다. 그러나 귀를 막아도 정신을 딴 곳으로 돌리려 해도 공포스러운 소리는 계속된다.
“끼이이이이익~~~~~!!!!!!”
영수는 터질듯이 미란을 꽉 껴안는다. 이 순간 미란의 존재가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는 영수이다.
“미란아~”
“흐흐흐흑~”
영수는 아예 눈을 감아 버린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든 영수는 눈을 뜬다. 미란의 애처로운 얼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굉음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빛이다!!!!
빛이다!!!!
영수는 살았다는 생각이 들며 미란의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다시 응시한다. 역시 또렷이 보인다. 미란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9월 12일 11시 27분 %&고속도로의 한가운데 이다. 마침내 S시를 마지막으로 내가 담당한 북부지방의 탐사가 모두 끝났다.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부디 사람들과 무사히 재회하기를 바란다.
며칠 전의 암흑, 그리고 J시 발전소에서의 놀라운 경험을 모두와 의논하고 싶다. 사람이 정말 그립다. 이토록 사람이 그리운 적은 일찍이 없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부디, 부디, 돌아갈 집과 사람이 남아있다면 좋으련만.....
-소연의 녹취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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