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야경을 바라보며 혜림이 와인을 마시고 있다.
허벅지까지 내려 오는 얇은 슬립만 입은 혜림의 발 아래에 수현이 벌거벗은 채 네발로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신인 여성 정치인 포럼에 참석차 온 수현이 혜림을 찾은 것이다.
혜림과 희주 자매가 해가문을 떠날 것을 대비하여 뉴욕의 혜림의 지주회사 임원들을 만나러 온 일정에 맞춰 수현이 찾아 온 것이다.
" 한수현 아니 똥개 69호.
내 침대에서 몇 번 자게 해 주고 이뻐해 줬더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구나"
" 주인님 잘못했습니다.
전 다만 희주가 주인님께서 가까이 계신다길래..."
" 그래서 무조건 찾아왔다는 거로구나.
언제 내가 그리 해도 좋다고 했더냐? "
" 한참 주인님 뵙지 못했고 이역만리에서 뵙는다는 반가운 마음에 앞뒤 생각을 못했습니다."
" 지금 희주, 희경이는 내 지주회사 임원들과 중요한 회의 중이다.
네 년 보좌관 노릇하느라 좀 소홀했던 회사 업무를 이번에 다 정리하고 가려고
정신 없이 바쁜데 네 년까지 신경쓰게 하다니..."
" 송구합니다 주인님....그저 모시고 싶은 마음에..."
수현을 내려다보며 혜림이 헬레나의 말을 떠올린다.
"글로리아, 네 최대 단점은 사랑을 하면 지나치게 헌신적이라는 것이다.
네가 말하는 그 한수현이라는 개에게 그렇게 계속 마음 주다간 언젠가 네가 그 개에게 잡아 먹힐 수도 있다.
아님 네가 스스로 그 개에게 굴종을 하든지 "
혜림이 헬레나의 말을 생각하며 차가운 냉소를 머금는다.
"내가....이 서혜림이 헬레나님 외에 다른 여자를 그것도 내 똥개에게 굴종을...
상상이 안 가는 일이네..."
혜림이 수현의 목에 목줄을 채우고 리더줄을 걸더니 잡아 당긴다.
" 네 년 소원대로 모시게 해 주마. 먼저 개처럼 산책 나갈까? "
혜림이 가운을 걸치고는 수현을 잡아 끌고 방문을 열고 복도를 나간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현이 혜림의 뒤를 따라 호텔 복도를 기어가기 시작한다.
양탄자가 깔린 복도를 그렇게 기어 가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현이 조금의 동요도 없이 그저 혜림이 끄는대로 부지런히 기고 있다.
혜림이 은근히 놀란다.
"설마 이 년이 이 호텔이 내 소유이고 내 섭들이 이 호텔 주요 직원인 걸 알리는 없을 것이고...
지나 가는 사람들을 일반인이라고 생각할 텐데...
이렇게 전혀 동요도 없이...."
혜림의 입가에 다시 차가운 미소가 어린다.
" 짖어 "
" 멍멍멍 멍멍멍"
조용한 복도에 수현의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쳐다 보아도 아랑곳없이 수현이 계속 짖어댄다.
엎드린 수현의 눈엔 전혀 보이지 않지만 복도를 지나가는 몇몇 사람들의 눈엔 부러움의 빛이 역력하다.
그들 모두는 혜림이 거느린 개들이었다.
희주와 희경이 회의를 마치고 승강기에서 내리다가 혜림이 수현을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어제밤에 혜림을 모셨음에도 둘의 눈에 새파란 질투의 불곷이 피어 오른다.
혜림의 전용객실. 오직 혜림을 위해 존재하는 객실로 투숙객들의 숙박이 금지된 곳이었다.
시원하게 냉방된 방에서 혜림이 희주 희경에게 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있다.
" 임직원들의 뜻은 모두 주인님의 뜻에 따른다는 겁니다.
별가문으로 라인을 옮겨도 이탈자는 없습니다."
" 현실적으로 해가문에 남아 있어 봐야 눈치밥 먹기 십상인데....
게다가 우리 라인만큼 처우나 복지 수준이 좋은 곳도 없으니 별 문제 없을 겁니다,"
" 다른 의견은 없느냐? "
" 자원 개발에 대해 좀 더 속도를 내자고...."
" 그건 안 된다. 현상 유지만 하면 된다.
우리가 확보한 자원은 GREAT COREA를 위한 히든카드다."
" 일단은 현상유지를 하는 선에서 보류시켰습니다.
주인님께서 별가문으로 옮긴 후 좀 더 개발을 할 거라고 무마했습니다."
" 그리고 임원들은 물론이고 레벨이 없는 일반 조직원까지도 주인님께서 아론님과 혼인할 거러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 아론님이 작정한 모양입니다 기정사실화 시켜 놓고 밀어 부치려는..."
" 아론이 하는 게 아니다.아론은 그런 건 생각도 못한다."
" 그럼 누가? "
" 샤론이다. 아론의 동생이자 내 친구...."
" 그 유복자로 태어난 자폐아들 데리고 산다는 ..."
" 그래. 샤론이 오빠를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 샤론이 노리는 건 오직 혼인뿐인 겁니까? "
" 아니다.내게서 자신의 조카들을 낳게 해서 보는 것...."
" 그럼 아론님의 아이를...? "
" 낳아야지. 그만큼 아론이 우리 계획에 더 기여하게 하려면..."
" 별가문의 힘이 보태지면 한결 수월한 건 사실입니다."
" 한수현은 어찌할 겁니까? 헬렌이나 스즈키는 마르스쪽으로 기울어 버린 듯 한데..."
" 헬렌이나 스즈키는 내가 길들였으나 나중엔 다시 마르스에게 길들여졌으니까 그렇겠지.
마르스가 한수현을 어찌하지는 못한다.
결국 한수현은 우리와 끝까지 가야한다."
" 혈육간인데...마르스가 포기할런지..."
" 한수현이 내 앞에서야 개지만 마르스 앞에선 절대 강자다.
마르스가 수현을 거두지는 못한다."
" 제국을 움직일 정도인 천하의 마르스가 쩔쩔 매는 인물이 한수현이라니....
참 세상일은 요지경이군요."
" 이강에게는 잘 전했느냐? "
" 예. 이강은 레아와 꽃피는 봄날이더군요."
" 레아는 정말 좋은 여자다.헬레나님과는 대척점의 유형이지."
" 그 올가라는 동생은? "
" 이번에 보니 천하의 절색이더구나. 성격도 온화하고 두뇌도 총명하고....나무랄 데가 없어.
언니들의 장점을 모두 모아 놓은....한국에 오면 내가 키우기로 했다."
세사람이 잠시 대화를 멈추고는 약속이나 한 듯이 창밖의 베란다를 쳐다본다.
수현이 베란다에 묶인 채 안타까운 눈길로 혜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주보는 혜림의 눈빛이 떨려오기 시작한다.
"희주 희경 그만 돌아가 쉬거라."
"예 주인님."
아쉬운 눈길을 뒤로 하고 희주 자매가 돌아가자 혜림이 베란다 문을 열고 수현을 끌어 안는다.
몇 시간을 같은 자세로 더위에 시달린 수현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미련한 개년.덥다고 핑계 대고 쓰러지기라도 하든지...아님 짖기라도 하든지..."
별가문의 후원.
샤론의 목에 굵은 올가미가 걸려 있다.
그 올가미의 끝은 나무가지에 묶여 있었고 샤론은 까치발을 하고 간신히 서 있다.
두 손은 등뒤로 묶인채 팔등신의 알몸으로 그렇게 서 있었다.
아론이 걸어 오더니 샤론의 입에 뭔가를 물린다.
골프공 모양의 가그였다.
" 참기 힘들면 그걸 뱉아라.샤론..."
아론의 말에 샤론이 처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론은 알고 있었다. 결코 샤론이 입안의 가그를 뱉지 않을 것임을....
테이블 위에 놓인 가방에서 채찍을 집어 든 아론이 샤론의 하얀 나체를 향해 휘두른다.
" 쫙 ...쫘악...."
금새 핏빛의 혈선이 새겨지며 샤론이 몸부림을 친다.
발끝으로 겨우 선 몸이 휘청거리더니 다시 중심을 잡는다.
아론이 인정사정 없이 샤론의 온 몸을 채찍으로 후려갈긴다.
샤론의 눈빛이 크게 일렁거리더니 이윽고 눈을 감아 버린다.
" 쫘악...쫘악...."
" 쪼악 쫘악..."
샤론의 고개가 숙여지는 모습을 본 아론이 재빨리 샤론의 몸을 부축하고는 올가미를 풀어낸다.
풀밭 위에 깔린 자리에 샤론을 눕힌 아론이 눈물을 글썽거린다.
" 미안하구나. 네 고운 몸에 채찍질이나 해서 네 죄책감이나 달래 주는 것 밖에 못하니..."
한참 후 샤론이 눈을 드더니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 심판관님....처벌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 씻고 나오너라. 달빛도 좋은데 얘기나 하자구나."
샤론이 씻고 얇은 나이트 가운을 걸치고 나온다.
" 혜림이 헬레나를 만났다면서요? "
" 그래.네 예상대로 나보다 헬레나를 먼저 찾아갔어"
" 혜림은 아마 오빠를 찾아 오지 않을 거예요"
" 왜? 목적이 나를 보러 온 거 아닌가? "
" 내가 장난을 좀 쳤거든요.제국의 조직 전부에 혜림이 오빠와 혼인할 거라고..."
" 그럼 혜림이 그대로 돌아 간다는 거냐?"
" 오빠가 가진 물건은 보내세요.큰오빠에게 받은 그것...별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 필요가 없다니? 그게 얼마나 중요한 기밀인데..."
" 혜림이 한국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이예요.
그 정도 자리에 앉으려면 이미 부모의 정보도 한국 정부에서 샅샅이 파악했겠지요.
혜림 부모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으니까요."
" 네 말은 우리가 가진 혜림 부모 정보를 혜림도 한국 정부의 기밀 문서를 통해 알아볼 수 있을 거라는 ..."
" 오빠가 보내는 자료는 사실 확인을 위한 검증 자료로 필요한 정도겠지요."
" 혜림도 대단하지만...너도 만만치 않구나.
우리 가문은 네가 이어 받아야 하는데 그 놈의 율법 때문에...."
" 율법은 맞아요 계집은 아무리 잘 나도 계집일 뿐....저 보세요
사내 만나니 정신 잃고 허우적 거리다가 그 사내가 남긴 씨와 교미나 하는...
혜림도 마르스 앞에서 그랬고요.가문은 사내가 이어야지요."
" 혜림이 나의 아이를 낳아줄까? "
" 무조건 매달리세요.우리 가문의 흥망이 거기에 달렸으니까....
큰오빠에게 받은 물건과 같이 오빠의 결심을 담은 물건도 같이 보내요...."
" 샤론 네가 아주 나를 갖고 노는구나.그냥 구체적으로 말해 보렴 그게 뭔지? "
" 오빠가 혜림에게 어떤 존재가 되길 원하는지......그 존재를 드러낼 물건....."
아론의 얼굴에 긴장의 표정이 어린다.
샤론이 차마 말못하는 그 물건을 눈앞에 떠올린다.
" 시작부터 글로리아 서혜림에게 결국 나는 그런 존재에 불과하겠구나"
샤론이 아론에게 말한다.
" 오빠 잊지마. 조카 알렉스가 혜림을 아직도 연모한다는 걸.
오빠가 망설이면 젊고 매력적인 알렉스가 혜림에게 대시하여 가로채 갈 수도 있다는 사실....
혜림이 제국의 황후가 되는 건 기정사실이야.
달가문의 유력한 후계자이자 제자인 알렉스에게 가느냐 아님 별가문의 수장 아론에게 가느냐는 혜림의 선택일 뿐..."
" 양손의 떡을 쥔 자는 혜림이고.....난 최선을 다해 그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겠지.
그러나 내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헬레나라는....혜림이 어쩌지 못하는 유일한 인물"
샤론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 좋겠수. 아이비리그의 절대 쌍미라 불리던 여신 둘에게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
" 얼마나 이쁘고 총명한 애들일지 기대되는구나."
달빛 아래 오누이의 대화는 그렇게 한참을 이어졌다.
허벅지까지 내려 오는 얇은 슬립만 입은 혜림의 발 아래에 수현이 벌거벗은 채 네발로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신인 여성 정치인 포럼에 참석차 온 수현이 혜림을 찾은 것이다.
혜림과 희주 자매가 해가문을 떠날 것을 대비하여 뉴욕의 혜림의 지주회사 임원들을 만나러 온 일정에 맞춰 수현이 찾아 온 것이다.
" 한수현 아니 똥개 69호.
내 침대에서 몇 번 자게 해 주고 이뻐해 줬더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구나"
" 주인님 잘못했습니다.
전 다만 희주가 주인님께서 가까이 계신다길래..."
" 그래서 무조건 찾아왔다는 거로구나.
언제 내가 그리 해도 좋다고 했더냐? "
" 한참 주인님 뵙지 못했고 이역만리에서 뵙는다는 반가운 마음에 앞뒤 생각을 못했습니다."
" 지금 희주, 희경이는 내 지주회사 임원들과 중요한 회의 중이다.
네 년 보좌관 노릇하느라 좀 소홀했던 회사 업무를 이번에 다 정리하고 가려고
정신 없이 바쁜데 네 년까지 신경쓰게 하다니..."
" 송구합니다 주인님....그저 모시고 싶은 마음에..."
수현을 내려다보며 혜림이 헬레나의 말을 떠올린다.
"글로리아, 네 최대 단점은 사랑을 하면 지나치게 헌신적이라는 것이다.
네가 말하는 그 한수현이라는 개에게 그렇게 계속 마음 주다간 언젠가 네가 그 개에게 잡아 먹힐 수도 있다.
아님 네가 스스로 그 개에게 굴종을 하든지 "
혜림이 헬레나의 말을 생각하며 차가운 냉소를 머금는다.
"내가....이 서혜림이 헬레나님 외에 다른 여자를 그것도 내 똥개에게 굴종을...
상상이 안 가는 일이네..."
혜림이 수현의 목에 목줄을 채우고 리더줄을 걸더니 잡아 당긴다.
" 네 년 소원대로 모시게 해 주마. 먼저 개처럼 산책 나갈까? "
혜림이 가운을 걸치고는 수현을 잡아 끌고 방문을 열고 복도를 나간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현이 혜림의 뒤를 따라 호텔 복도를 기어가기 시작한다.
양탄자가 깔린 복도를 그렇게 기어 가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현이 조금의 동요도 없이 그저 혜림이 끄는대로 부지런히 기고 있다.
혜림이 은근히 놀란다.
"설마 이 년이 이 호텔이 내 소유이고 내 섭들이 이 호텔 주요 직원인 걸 알리는 없을 것이고...
지나 가는 사람들을 일반인이라고 생각할 텐데...
이렇게 전혀 동요도 없이...."
혜림의 입가에 다시 차가운 미소가 어린다.
" 짖어 "
" 멍멍멍 멍멍멍"
조용한 복도에 수현의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쳐다 보아도 아랑곳없이 수현이 계속 짖어댄다.
엎드린 수현의 눈엔 전혀 보이지 않지만 복도를 지나가는 몇몇 사람들의 눈엔 부러움의 빛이 역력하다.
그들 모두는 혜림이 거느린 개들이었다.
희주와 희경이 회의를 마치고 승강기에서 내리다가 혜림이 수현을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어제밤에 혜림을 모셨음에도 둘의 눈에 새파란 질투의 불곷이 피어 오른다.
혜림의 전용객실. 오직 혜림을 위해 존재하는 객실로 투숙객들의 숙박이 금지된 곳이었다.
시원하게 냉방된 방에서 혜림이 희주 희경에게 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있다.
" 임직원들의 뜻은 모두 주인님의 뜻에 따른다는 겁니다.
별가문으로 라인을 옮겨도 이탈자는 없습니다."
" 현실적으로 해가문에 남아 있어 봐야 눈치밥 먹기 십상인데....
게다가 우리 라인만큼 처우나 복지 수준이 좋은 곳도 없으니 별 문제 없을 겁니다,"
" 다른 의견은 없느냐? "
" 자원 개발에 대해 좀 더 속도를 내자고...."
" 그건 안 된다. 현상 유지만 하면 된다.
우리가 확보한 자원은 GREAT COREA를 위한 히든카드다."
" 일단은 현상유지를 하는 선에서 보류시켰습니다.
주인님께서 별가문으로 옮긴 후 좀 더 개발을 할 거라고 무마했습니다."
" 그리고 임원들은 물론이고 레벨이 없는 일반 조직원까지도 주인님께서 아론님과 혼인할 거러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 아론님이 작정한 모양입니다 기정사실화 시켜 놓고 밀어 부치려는..."
" 아론이 하는 게 아니다.아론은 그런 건 생각도 못한다."
" 그럼 누가? "
" 샤론이다. 아론의 동생이자 내 친구...."
" 그 유복자로 태어난 자폐아들 데리고 산다는 ..."
" 그래. 샤론이 오빠를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 샤론이 노리는 건 오직 혼인뿐인 겁니까? "
" 아니다.내게서 자신의 조카들을 낳게 해서 보는 것...."
" 그럼 아론님의 아이를...? "
" 낳아야지. 그만큼 아론이 우리 계획에 더 기여하게 하려면..."
" 별가문의 힘이 보태지면 한결 수월한 건 사실입니다."
" 한수현은 어찌할 겁니까? 헬렌이나 스즈키는 마르스쪽으로 기울어 버린 듯 한데..."
" 헬렌이나 스즈키는 내가 길들였으나 나중엔 다시 마르스에게 길들여졌으니까 그렇겠지.
마르스가 한수현을 어찌하지는 못한다.
결국 한수현은 우리와 끝까지 가야한다."
" 혈육간인데...마르스가 포기할런지..."
" 한수현이 내 앞에서야 개지만 마르스 앞에선 절대 강자다.
마르스가 수현을 거두지는 못한다."
" 제국을 움직일 정도인 천하의 마르스가 쩔쩔 매는 인물이 한수현이라니....
참 세상일은 요지경이군요."
" 이강에게는 잘 전했느냐? "
" 예. 이강은 레아와 꽃피는 봄날이더군요."
" 레아는 정말 좋은 여자다.헬레나님과는 대척점의 유형이지."
" 그 올가라는 동생은? "
" 이번에 보니 천하의 절색이더구나. 성격도 온화하고 두뇌도 총명하고....나무랄 데가 없어.
언니들의 장점을 모두 모아 놓은....한국에 오면 내가 키우기로 했다."
세사람이 잠시 대화를 멈추고는 약속이나 한 듯이 창밖의 베란다를 쳐다본다.
수현이 베란다에 묶인 채 안타까운 눈길로 혜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주보는 혜림의 눈빛이 떨려오기 시작한다.
"희주 희경 그만 돌아가 쉬거라."
"예 주인님."
아쉬운 눈길을 뒤로 하고 희주 자매가 돌아가자 혜림이 베란다 문을 열고 수현을 끌어 안는다.
몇 시간을 같은 자세로 더위에 시달린 수현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미련한 개년.덥다고 핑계 대고 쓰러지기라도 하든지...아님 짖기라도 하든지..."
별가문의 후원.
샤론의 목에 굵은 올가미가 걸려 있다.
그 올가미의 끝은 나무가지에 묶여 있었고 샤론은 까치발을 하고 간신히 서 있다.
두 손은 등뒤로 묶인채 팔등신의 알몸으로 그렇게 서 있었다.
아론이 걸어 오더니 샤론의 입에 뭔가를 물린다.
골프공 모양의 가그였다.
" 참기 힘들면 그걸 뱉아라.샤론..."
아론의 말에 샤론이 처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론은 알고 있었다. 결코 샤론이 입안의 가그를 뱉지 않을 것임을....
테이블 위에 놓인 가방에서 채찍을 집어 든 아론이 샤론의 하얀 나체를 향해 휘두른다.
" 쫙 ...쫘악...."
금새 핏빛의 혈선이 새겨지며 샤론이 몸부림을 친다.
발끝으로 겨우 선 몸이 휘청거리더니 다시 중심을 잡는다.
아론이 인정사정 없이 샤론의 온 몸을 채찍으로 후려갈긴다.
샤론의 눈빛이 크게 일렁거리더니 이윽고 눈을 감아 버린다.
" 쫘악...쫘악...."
" 쪼악 쫘악..."
샤론의 고개가 숙여지는 모습을 본 아론이 재빨리 샤론의 몸을 부축하고는 올가미를 풀어낸다.
풀밭 위에 깔린 자리에 샤론을 눕힌 아론이 눈물을 글썽거린다.
" 미안하구나. 네 고운 몸에 채찍질이나 해서 네 죄책감이나 달래 주는 것 밖에 못하니..."
한참 후 샤론이 눈을 드더니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 심판관님....처벌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 씻고 나오너라. 달빛도 좋은데 얘기나 하자구나."
샤론이 씻고 얇은 나이트 가운을 걸치고 나온다.
" 혜림이 헬레나를 만났다면서요? "
" 그래.네 예상대로 나보다 헬레나를 먼저 찾아갔어"
" 혜림은 아마 오빠를 찾아 오지 않을 거예요"
" 왜? 목적이 나를 보러 온 거 아닌가? "
" 내가 장난을 좀 쳤거든요.제국의 조직 전부에 혜림이 오빠와 혼인할 거라고..."
" 그럼 혜림이 그대로 돌아 간다는 거냐?"
" 오빠가 가진 물건은 보내세요.큰오빠에게 받은 그것...별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 필요가 없다니? 그게 얼마나 중요한 기밀인데..."
" 혜림이 한국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이예요.
그 정도 자리에 앉으려면 이미 부모의 정보도 한국 정부에서 샅샅이 파악했겠지요.
혜림 부모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으니까요."
" 네 말은 우리가 가진 혜림 부모 정보를 혜림도 한국 정부의 기밀 문서를 통해 알아볼 수 있을 거라는 ..."
" 오빠가 보내는 자료는 사실 확인을 위한 검증 자료로 필요한 정도겠지요."
" 혜림도 대단하지만...너도 만만치 않구나.
우리 가문은 네가 이어 받아야 하는데 그 놈의 율법 때문에...."
" 율법은 맞아요 계집은 아무리 잘 나도 계집일 뿐....저 보세요
사내 만나니 정신 잃고 허우적 거리다가 그 사내가 남긴 씨와 교미나 하는...
혜림도 마르스 앞에서 그랬고요.가문은 사내가 이어야지요."
" 혜림이 나의 아이를 낳아줄까? "
" 무조건 매달리세요.우리 가문의 흥망이 거기에 달렸으니까....
큰오빠에게 받은 물건과 같이 오빠의 결심을 담은 물건도 같이 보내요...."
" 샤론 네가 아주 나를 갖고 노는구나.그냥 구체적으로 말해 보렴 그게 뭔지? "
" 오빠가 혜림에게 어떤 존재가 되길 원하는지......그 존재를 드러낼 물건....."
아론의 얼굴에 긴장의 표정이 어린다.
샤론이 차마 말못하는 그 물건을 눈앞에 떠올린다.
" 시작부터 글로리아 서혜림에게 결국 나는 그런 존재에 불과하겠구나"
샤론이 아론에게 말한다.
" 오빠 잊지마. 조카 알렉스가 혜림을 아직도 연모한다는 걸.
오빠가 망설이면 젊고 매력적인 알렉스가 혜림에게 대시하여 가로채 갈 수도 있다는 사실....
혜림이 제국의 황후가 되는 건 기정사실이야.
달가문의 유력한 후계자이자 제자인 알렉스에게 가느냐 아님 별가문의 수장 아론에게 가느냐는 혜림의 선택일 뿐..."
" 양손의 떡을 쥔 자는 혜림이고.....난 최선을 다해 그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겠지.
그러나 내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헬레나라는....혜림이 어쩌지 못하는 유일한 인물"
샤론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 좋겠수. 아이비리그의 절대 쌍미라 불리던 여신 둘에게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
" 얼마나 이쁘고 총명한 애들일지 기대되는구나."
달빛 아래 오누이의 대화는 그렇게 한참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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