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소설은 허구의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소설에 등장하는 인명, 지명 및 단체는 현실과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설 속 묘사와 관계없이 모두 성인이며, 미성년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또한, 건전한 사회 질서 유지와 올바른 성 풍속 확립을 위해, 본 소설을 현실과 혼동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현대사회의 성숙한 구성원으로서 보편타당한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수치/조교]여고생 아영이 이야기 : 06. 거짓된 우정의 끝(4)
○○○○○○○○○○
"야, 여자애 얘기 하나 때문에 우리가 또 모였다. 웃기지 않냐?"
"그러게. 근데 꼭 아영이 얘기 아니더라도 종종 보자 우리. 옛날 생각도 나고 좋네."
"그러자. 다들 바쁜 거 알지만 그래도 시간 내서 보니까 좋다. 한잔 쨘!"
"크~"
다음 주 주말 저녁 여섯시, 우리는 다시 모였다. 남자 넷. 밤새도록 바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멤버 그대로였다.
출출했던 우리는 근처 고깃집에 들어가 삼겹살을 구우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날의 기억을 반추하며 앞다투어 말을 꺼냈다.
"야 근데. 그날 너 민지랑 같이 가서 뭐했냐?"
"뭐하긴~ 걔 내리고 나서 한잔만 더 하자고 해서 좀 더 마셨지."
"같이 술만 마셨냐?"
"...응?"
대답이 굉장히 늦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이 담긴 언어폭력을 아끼지 않았다.
"에라이 좆같은 님아. 당신은 병자가 확실합니다. 들쑤실 데가 없어서 동창을 건드리냐."
"이새끼 지가 신사라느니 그러더니만... 했네, 했어."
친구는 멋적게 웃었다.
"크크... 근데 니들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똑같이 했을걸?"
"하여간 대단한 놈일세. 그래서 다음날엔 어떻게? 그냥 쌩?"
"그렇지 뭐. 이게... 동창이랑 하니까 그렇더라. 다음날 너무 뻘쭘해. 그냥 생판 모르던 사람이랑 잤을 때보다 더."
"그래도 뭐 함 했으면 됐지 뭐."
"야 근데, 지은이는 언제 와? 누가 연락했어?"
○○○○○○○○○○
"이거 한 장씩 받아."
퇴근이 늦었던 지은이는 뒤늦게 합류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지은이는 이뻤다. 고 2때 아영이와 반에서 외모로 투톱을 달렸지만, 아영이와는 또 다른 색깔의 청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10년만에 본 지은이의 매력은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있었다. 그간의 오랜 세월이 지은이의 청아한 외모에 성숙한 여성의 색을 덧입혀 준 듯 했다.
아무튼, 그녀는 우리에게 인사하자마자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한 장씩 돌렸다.
"청첩장이네? 아이고... 타이밍 좋네. 우리 다 모였을 때. 식은 언제야?"
"다음 달이야. 꼭 와 주면 좋겠어~ 호호"
"어 근데... 신랑 이름이 낯익네? 내가 아는 그 사람 맞아?"
"응 맞아. 그때 만나던 그 사람이야. 오래 만나다가 이제 결혼해. 요즘 결혼 준비하느라 눈코뜰 새가 없이 바쁘네."
"...응 그래. 축하한다."
"고마워~ 그나저나 너희 넷은 고등학교 때부터 쭈욱 같이 연락하고 지낸 거야?"
"아니, 다들 바빠서 치어 살다가 성민이 결혼식 날 다같이 모이고 오늘 또 만난거야."
"그렇구나~ 성민이도 결혼했구나~"
십수년만에 만난 친구의 결혼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안부 인사를 건넸다.
의례적인 대화가 몇 차례 겉돌았다. 저녁을 먹지 않은 지은이를 위해 삼겹살을 더 시키고, 소주도 한참 동안 더 마셨다.
해가 완전히 넘어갔을 때 쯤, 우리는 지은이를 데리고 자리를 옮겼다. 왁자지껄한 고깃집에서는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안 나올 것 같아서였다.
조용한 모던바로 자리를 옮겨 데킬라 한 병을 시켰다. 샷잔이 계속 채워졌고, 술기운이 오른 지은이의 행동이 느릿해지기 시작했다.
친구 둘은 다트를 친다며 능청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테이블엔 나와 친구, 그리고 지은이까지 셋이 남았다.
우리는 지은이와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슬슬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성민이 결혼식 끝나고 우리 되게 늦게까지 술 마셨어. 거의 밤 샜을걸? 우리 고등학교 때 얘기가 진짜 많더라. 해도해도 끝이 없어서 다 못하고 집에 갔다 야."
"아하하~ 무슨 남자들이 그래.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했는데?"
"어... 그게..."
사설이 길어지는 것이 끔찍이도 싫었던 나는 딱 잘라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오늘 지은이 너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어."
"응? 뭔데?"
"아영이."
지은이는 태연히 웃고 있었지만, 순간 그녀의 눈에 미묘한 기운이 비쳤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아영이 완전 예뻤지~ 인기 많았잖아~"
"그 날 술자리에 민지도 왔었어. 민지도 많이 이뻐졌더라."
"..."
지은이가 조금씩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하. 얘 왜 이래. 나 결혼이 코앞인데 이런 이야기 꼭 해야겠니?"
"2학년 때 우리 반이었던 애들이라면 이 청첩장 받고 누구라도 궁금해 할 걸."
어느 새 다트를 치고 온 친구 둘이 돌아와 발연기를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그리 재밌게 하고 있냐?"
나도 장단을 맞춰 주었다.
"아 별 건 아니고, 지은이가 결혼하기 전에 털어놓고 싶은 게 있대서."
친구들이 지원사격을 하며 어색해진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래 야~ 못다한 얘기 남겨둔 채로 결혼하면 찜찜하잖아. 속 시원하게 그냥 털어놔."
"그래 지은아~ 어차피 다 지난 일인데 뭐 어때? 아영이랑 연락 되는 사람 우리중에 아무도 없어. 그냥 얘기해 줘. 뭐 어때?"
"아하하..."
웃으며 손사래를 치던 지은이는, 어느새 말이 없어졌다. 우리는 서로 그녀의 눈치만 살폈다. 가게에서 나오는 음악만이 우리의 주위를 맴돌았다.
지은이는 적막함이 어색했는지, 이내 말을 꺼내 침묵을 깨 버렸다.
"...그러면 오늘 이거 마시고 내일 아침엔 다 잊어버려. 알았어 몰랐어?"
"오~ 그럼. 물론이지."
우리는 안도하며, 하나같이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
그 날 밤, 집에 돌아온 민준의 심경은 착잡했다.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맴도는 것은 지난 주에 있었던 6월 모의고사 성적도, 곧 다가올 수시 원서접수도 아니었다. 바로 아영이였다.
최근 몇 달 새 아영이의 스타일은 급격히 변해, 그가 원래부터 알던 아영이와 너무나 달라져 갔다.
그녀가 춘추복을 처음 줄이고 온 날, 민준은 "나의 그녀가 색기넘치는 몸매를 다른 남자들에게 내보이지 않았으면" 하고 은연중에 어필했으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한 얼마 전 아영이를 만나러 그녀의 반에 내려갔다가 본, 허리숙인 그녀의 치마 밑 고간에 훤히 보였던, 하얗게 얼룩진 천박한 끈팬티가 민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비록 민준이 사랑하는 아영이였지만, 오늘 그녀는 하복을 노출광처럼 입고 나와 그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학생들은 함께 있는 아영과 민준을 흘겨보기 바빴었다.
민준 또한 그들의 경멸하는 시선을 의식할 수 있었다. 그것을 다시 떠올린 그는 다시금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그래. 아영이한테 전화해서 직접 물어보자. 돌직구를 던져보는 거야. 중요한 문제니까. 목소리 안 듣고 문자로 하면 오해가 생길지도 모르니 전화로 얘기해야겠어."
방문을 꾹 닫은 민준은, 막상 전화를 하려니 망설여졌다. 그의 엄지가 통화버튼 위에서 맥없이 맴돌았다.
그녀에게 물어볼 말을 머릿속에서 정리한 그는, 통화를 눌러 아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아영이는 발가벗고 침대에 누워 그녀의 달아오른 연분홍빛 나신을 쓰다듬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 날 학교에서 벌어진 치욕 쇼의 부끄러움에 의해 아로새겨진 쾌락은 밤이 늦은 시간까지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그날 밤도 자위에 열중했다. 자기위안이 주는 희열에 한껏 도취되어 헐떡이는 아영이의 귀엔, 몇 번씩 떨어대는 그녀의 휴대폰 진동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화를 몇 번이나 해도 받지 않는 아영이가 의아했던 민준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왜 전화를 안 받지...? 전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영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앞선 민준은 안절부절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던 민준은, 같은 반 친구인 지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영이랑 같은 반이고, 최근에 친해지기도 했으니 지은이한테 한 번 물어봐야지. 지은이는 분명 뭔가 알고 있을거야."
●●●●●●●●●●
다음 날 태양은 어김없이 떴고, 아영이의 죽을 만큼 부끄러운 하루 일과가 다시금 개시되었다.
아영이는 일찍이 학교에 도착해 화장실에서 속옷을 벗었다. 그리고 예의 헬로키티 thong에 그녀의 양 다리를 통과시켰다. 오늘은 하늘색이었다. 가느다란 하늘빛 띠가 아영이의 탄력있는 맨 엉덩이 골짜기를 음란하게 가로질렀다.
다음으로, 브라를 벗어 무방비로 드러난 그녀의 맨 유방 위로 타이트한 블라우스 단추를 힘겹게 잠궈나갔다. 단추는 겨우 잠글 수 있었지만, 아영이의 야무지게 솟아오른 가슴에 의해 블라우스의 사이사이가 꽤나 벌어져 맨살이 드러나, 그녀가 브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하복 블라우스의 얇은 천에 맞닿은 아영이의 연분홍빛 유두가 언뜻언뜻 비치는 듯 했다.
다음으로, 총 길이 25센치밖에 되지 않는, 치마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천조각을 입기 시작했다. 그것을 입으며 힘주어 올린 탓에, 평소보다 밀려올라가 그냥 서 있어도 그녀의 가랑이가 훤히 드러났다.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양 손으로 치마 끝을 잡아당겼다. 그리하여 그녀의 은밀한 삼각을 힘겹게 감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초미니의 치마는 고간에서 5센치밖에 내려오지 않았다.
여학생들은 화장실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다 그녀를 보고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저들끼리 뭐라 수군댔지만, 그런 것에 이제 익숙해진 아영이는 태연히 교실로 돌아왔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녀의 비부 균열에 정확히 맞닿은 하늘색 팬티의 그 곳에서 굵은 진주알이 이리저리 움직였고, 요염한 느낌에 아영이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어느덧 그녀의 부끄러운 삼각형엔 진한 물자국이 생겼다.
반 친구들은 모두 교실에 들어서는 아영이를 싸늘하게 위아래로 훑어보며 아무도 그녀에게 인사하지 않았다. 그녀는 관능과 서글픔이 뒤섞인 마음을 애써 추스리며 자리에 앉았다.
"아영아~ 왔어? 오늘도 교실에서 오줌 한 번 싸줘! 다들 기대하고 있어."
"어제 흥분했지? 오줌누기 전부터 막 젖어있던데. 우리도 엄청 꼴렸어 어제."
남자들은 저마다 음란하게 한 마디씩 던지며 히히덕거렸다.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에게 야유를 보내며, 동시에 아영이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야 안돼! 어제도 교실에서 냄새 장난 아니었잖아. 오늘 또 하진 말아줘. 우린 그런 거 보기 싫어."
"쉬 마려우면 화장실로 가 주라 제발~ 아영이는 남자화장실 쓰면 되겠네."
그녀를 노골적으로 희롱하는 말들이었지만, 아영이는 여러 감정들을 추스린 후에야 애써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답했다.
"어젠... 미안... 정말..."
그녀를 끝없는 치욕의 한가운데로 몰아넣는 학생들 사이에서, 지은이는 턱을 괸 채 책만 보며 아영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은이의 얼굴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영이는 조그만 공책을 꺼내 의자에 앉은 그녀의 허벅다리 위에 얹었다. 그것으로 아영이의 치마 아래로 훤히 드러난 팬티만은 대충이나마 가릴 수 있었지만, 치마는 허벅지 끝까지 말려올라가 허벅지를 전부 드러내, 옆에서 보면 맨 엉덩이의 살결이 반쯤 훤히 드러났다. 아영이의 엉덩이는 탄력있게 눌려 그녀의 큰 골반 양 옆으로 더욱 벌어졌다.
하지만 아영이에게 더 큰 문제는, 그녀의 균열을 희롱하는 두 알의 진주였다. 그것은 아영이가 처음 팬티를 입었을 때부터 그녀의 질구를 마구 간지럽히며 움직였고, 자리에 앉은 후엔 무게에 눌려 민감한 부분을 꾸욱 찌르는 느낌이었다.
아영이는 구슬을 덜 민감한 부분으로 보내려, 국부를 의자에 딱 맞댄 채 허리를 돌려 이리저리 부볐다. 하지만 원수 같은 그것은 앞쪽으로 굴러 그녀의 클리토리스에 안착했다. 곧바로 아찔한 쾌감이 그녀의 하체를 덮쳤다.
"아흐윽..."
아영이는 눈을 감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 때 그녀의 샘에서 울컥 새어나온 애액의 향내가 요염하게 올라와, 초미니의 치마에 의해 드러난 맨살의 허벅지 위로 아영이의 냄새가 스멀스멀 감돌았다.
그녀의 짝꿍이 눈치채지 못했길 간절히 바라며, 아영이는 애써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교과서를 펴고 아침자습을 시작했다.
그 후로 한 시간에 걸친 아침자습 시간 동안, 아영이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으나 눈빛이 점점 애욕에 젖어들었고, 가끔씩 몸을 경련하듯 움찔움찔 떨었다.
교실에서의 쾌락에 젖어든, 공책으로 가린 그녀의 가랑이 사이엔 어느 새 희멀겋고 뜨거운 애액이 가득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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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자습이 끝나고, 아영이는 창문으로 복도를 내다보며 늘 그렇듯 민준을 기다렸다.
하지만, 민준은 오지 않았다.
오전 수업이 모두 종료될 때 까지 민준은 아영이의 반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어제 민준의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아영이는 점심시간에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오빠 화났나 보다... 내가 오빠 반으로 올라가 봐야겠어."
민준의 반은 아영이의 반보다 두 층 위에 있었고, 아영이는 복도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아영이가 한 계단씩 발을 디딜 때마다, 팬티의 은밀한 곳에 달린 구슬이 흔들림에 의해 점점 굴러내려오기 시작했다. 구슬은 어느 새 맨 뒷쪽까지 내려가 아영이의 질구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흐읏..."
그녀가 자위할 때와 같이 그녀의 입구를 꼬옥 누르는 구슬의 감촉을 느끼며, 아영이의 성감엔 다시금 슬금슬금 불이 붙었다.
계단 밑 복도에서 그녀의 짧은 치마 아래로 젖은 고간이 훤히 보였고, 그 곳에 있었던 다른 반 남자들은 모두 그곳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영이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남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뒤늦게 눈치챘다.
"앗...!"
아영이는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황급히 가렸지만, 그녀는 이미 묘한 웃음을 띈 남학생들에게 좋은 눈요기거리를 제공하고 말았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남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면하자 마자, 자기네들끼리 떠들며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 무리들을 지나쳤다. 그들 역시 아영이의 매끈한 다리라인을 감상하며, 하던 말을 중지하고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하늘색이었냐?"
"아니 파란색. 헬로키티 팬틴데?"
그녀를 지나쳐 가는 남자 무리들의 대화를 엿듣고, 아영이는 뒤가 아닌 앞에서도 자신의 팬티가 훤히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계단을 오르며 아영이가 팬티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한 손으로는 가랑이 사이를 가려야 했다.
양 손으로 엉덩이와 고간을 가린 채 엉거주춤하게 계단을 오르는 아영이를 보며, 남자들은 흐뭇한 미소로 화답했다. 두 층을 오르는 길이 이렇게 길고 험난한 적은 처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민준의 반 앞 복도에 도착한 아영이는, 뒷문을 기웃거리며 민준을 찾기 시작했다.
후배 여학생이 몸소 찾아온 것은, 심심한 고3 교실의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민준의 반 학생들은 아영이가 누구를 찾으러 왔나 궁금해하며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이내 그녀의 짧은 치마를 발견하고는 저들끼리 수근대기 시작했다. 여자 선배들이 그녀의 훤히 드러난 맨 다리를 보며 질시어린 눈길을 보내는 것을 아영이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는 어쩔 도리가 없이 양 무릎을 붙여 되도록이면 음란해 보이지 않는 포즈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평소 아영이와 면식이 있던 민준의 친구가 그녀를 발견하고 뒷문으로 나가 그녀에게 인사했다.
"어 아영이네? 안녕~ 여긴 왠일이야? 민준이 보러 왔어?"
"아 오빠 안녕하세요~ 민준오빠 만나러 잠시 올라왔어요~"
아영이에게 인사한 그는, 훤히 내놓은 그녀의 하체에 시선을 빼앗겼다.
"저기 그... 치마가 좀 밀려 올라간 것 같은데..."
주저하며 꺼낸 그의 말을 듣고, 아영이는 그녀의 치마를 확인했다. 그의 말처럼, 짧고 타이트한 치마가 계단을 오르며 조금 밀려올라가, 서 있는 자세에서도 그녀의 하늘빛 삼각지대가 보이는 상태였다. 아영이는 선배들이 그녀를 경멸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던 진짜 이유를 뒤늦게 눈치챘다.
"아앗!"
아영이는 당황하며 두 손으로 치맛단을 잡고 힘껏 끌어내렸고, 민망한 분위기가 되지 않기 위해 그는 아영이 앞에서 너스레를 떨었다.
"민준이 부럽네. 섹시한 여자 취향인 줄은 처음 알았는데? 하하..."
"왜 그래요 오빠~"
"엇 아영아. 너네 여기서 뭐 해?"
아영이의 등 뒤에서 민준이 나타났다.
"아영님이 너를 보러 친히 올라오셨댄다. 그럼 난 이만. 크크."
그는 타이밍 좋게 빠져 주었다. 민준은 어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아영이와 어색한 대화를 시작했다.
"...어젯밤에 전화했었는데, 일찍 잤어?"
"앗... 그건..."
그 시간에 홀로 욕정을 푸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는 아영이였다.
"요즘 많이 피곤한가 보네."
"어제 전화를 무음으로 해 놔서 못 봤나 봐요. 오빠 미안해요 정말... 오늘 안 오셔서 오빠 화나신 줄..."
아영이는 고개를 숙인 채 민준의 눈치만 보았다. 평소같으면 그런 모습을 보고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풀릴 상황이었지만, 민준은 여전히 어딘가 데면데면했다.
"그랬구나. 알았어. 오늘은 수행평가 내야 돼서 오전 내내 바빠서 못 찾아갔어."
"아 글쿤요..."
산발적으로 끊어지는 대화를 두 사람 모두 의식했다. 민준의 반 친구들은 문 너머로 아영이에게 계속해서 시선을 고정했다. 민준은 이제 얼른 교실로 돌아가 앉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아영이도 그것을 눈치챘고, 이내 작별 인사를 고했다.
"저 이제 내려갈게요. 오늘 밤엔 전화 잘 신경쓸게요. 그럼 이따 전화주세요!"
"그래~ 들어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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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야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영이는, 쾌락에 눈이 멀었던 어제의 상황을 다시 한 번 반성했다.
"내가 못살아 정말... 그런 짓 하느라 민준오빠 전화까지 못 받다니... 완전 변태 같아..."
진심으로 반성한 아영이는, 그 날만큼은 자위하지 않고 민준의 전화를 기다렸다.
10분... 15분... 30분... 1시간...
그러나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초조해진 아영이는 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중이었다.
"이 시간에 누구랑 통화를 하지?"
그녀는 몇 번이나 다시 전화를 걸어 봤지만, 고객님이 통화중이어서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된다는 안내음만 무정하게 들릴 뿐이었다.
상심한 아영이는 으레 즐겨하던 자위도 하지 않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잠들어 버렸다.
●●●●●●●●●●
다음 날 아영이는 민준의 반을 찾아가 어제 왜 전화하지 않았냐고, 자신이 전화해보니 통화중이었다고 그에게 이야기했다.
민준은 그가 수행평가 때문에 밤 늦게까지 친구와 오랫동안 토의할 것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그 시각, 민준은 지은이와 긴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가 어제 아영이의 상황을 묻기 위해 지은이에게 처음 전화한 이래로, 그녀와 나누는 두 번째 긴 대화인 셈이었다.
이어 민준은 요즘 수행평가와 조별과제, 기말고사 준비와 수능 준비로 바쁘니 자신이 시간이 날 때까지 그의 반에 올라오지 말라고 말했다.
아영이는 섭섭함을 느꼈다. 다른 일도 아니고 그녀를 만나는 일에 소홀해진 민준의 냉랭함이 그녀의 가슴에 사무쳤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뒤로 일 주일이 넘도록 민준은 아영이를 보러 내려오지도, 밤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오지도 않았다.
아영이는 민준의 반에 찾아가 그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사랑하는 민준의 말에 순종하기로 결심하고,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그의 연락을 기다린 일 주일 간, 아영이는 자위도 하지 않은 채 휴대폰만 책상에 올려놓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자위로써 그날그날의 욕정을 해소하지 않았기에 다음 날 학교에서의 욕구불만은 덤으로 따라왔다. 아영이는 그녀의 몸을 훑는 남학생들의 뜨거운 시선을 더욱 예민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세 가지 팬티에 준비된 각각의 음습한 장치가 쾌락의 물꼬를 터 주었기에, 아영이의 보지에선 매일같이 애액이 흘러나와 팬티를 물들이고 그녀가 앉은 자리를 축축히 적셨다.
반 남자들에게는 아영이를 눈으로 맛볼 수 있는 특권이 매일 주어졌다. 터져나갈 듯이 꼭 맞는 블라우스 단추 사이로 보이는 노브라의 가슴, 도드라져 나온 복숭아빛 유두, 잡힐 듯 잘록한 허리라인, 그리고 맨 살이 요염하게 드러난 허벅지부터 타이트한 초미니에 감싸인 탱글한 엉덩이, 양말을 신지 않은 맨 발가락 끝까지.
남자들이 그녀를 보며 품는 음탕한 상상의 크기만큼, 아영이도 음탕한 상상을 머릿속에서 펼쳤다. 남자들의 시선을 온 몸으로 받으며, 아영이는 여성으로서의 자각을 매 순간 확실히 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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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못한 아영이는, 열흘째 되던 날 점심시간에 그의 반으로 찾아갔다.
오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 아무 것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민준을 보고 싶었고,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녀가 뭔가 잘못한 게 있다면 빌고, 오해가 있다면 모두 설명하고 예전과 같은 사이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어느새 민준의 반에 도착했지만 그는 자리에 없었다. 아영이는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를 기다려 꼭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하고, 복도에 서서 오지 않는 민준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민준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상급생들은 아영이를 보며 수군거렸다.
"요즘엔 진짜 여자애들 과감하게 입네. 치마가 아니라 팬티가리개 수준인데?"
"쟤 저번에도 올라왔었잖아. 오늘은 회색 팬티네? 저번엔 하늘색이더니."
"근데 쟤 거기 다 젖어있다. 봐봐 한 번. 진짜야."
"노출하면서 흥분하는 애가 2학년에 있다더니, 그게 쟨가봐. 처음 보네."
교실에 앉은 여자 선배들도, 천한 것을 본다는 눈길로 이죽대기는 마찬가지였다.
"쟤 민준이 보러 온 애 맞지?"
"민준이가 좀 잘생기긴 했지. 그래도 그렇지, 몸으로 꼬시려는 거 너무 티내는 거 아니니?"
"근데 민준이는 쟤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저번에도 그냥 교실로 들어오고 싶어하던걸."
"불쌍하다~ 몸도 맘도 다 줬는데 사랑을 못 받는 여자네."
비아냥대는 말들을 온 몸으로 받으며 아영이는 30분을 넘게 서서 기다렸고, 종이 치기 5분 전에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민준을 볼 수 있었다. 너무도 반가운 그를 본 아영이는,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 지 몰라 망설였다.
"오... 오빠..."
"아영아... 내가 나중에 보자고 했잖아. 나 바쁘다고."
"오빠... 나한테 무슨 할 말 없어요?"
"...나중에 사람들 없는 데서 따로 이야기 하자."
"지금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온 거에요...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일단 내려가. 나중에 이야기하자."
"..."
민준의 냉랭한 태도에, 아영이는 말문이 막혔고, 하고팠던 말은 하나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교실로 내려오고 말았다. 남자들의 음란한 눈초리와 여자들의 경멸이 여전히 그녀에게 쇄도했으나, 상심한 아영이에겐 그런 것들은 이제 중요치 않았다.
교실로 돌아온 아영이는 참았던 서러움이 복받쳐, 자리에 앉자마자 숨죽여 흐느꼈다.
지은이도 그것을 보고 있었다.
●●●●●●●●●●
하루종일 아영이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민준의 마음이 돌아선 이유가 무엇일까. 그날 전화를 받지 않아서? 아니면 요즘 학교에서의 그녀의 차림새 때문에?
어두운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영이였다.
그날 야자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 아영이를 지은이가 불러세웠다. 지은이와 함께 노는 여자애들 무리 세 명도 함께 있었다.
"아영아...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잠깐 시간 좀 내 줄래?"
전교생이 모두 하교하고 난 후 깜깜한 복도를 걷다, 아영이와 지은이의 무리와 복도 끝 음악실 안으로 들어가 딸깍하고 전등 스위치를 켰다. 교실이 밝아지며, 쿰쿰한 먼지 냄새가 났다.
교실의 한가운데에서 아영이는 지은이네들과 마주 섰다.
"할 얘기라는 게 뭔데?"
아영이는 지은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최근 지은이의 바뀐 태도가 맘에 걸리는 아영이였지만, 이렇게 밤에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윽고 지은이는 아영이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아영이에게 되물었다.
"...오늘 민준오빠 반에 올라갔었지?"
"응. 그게 왜?"
"앞으로 그 오빠한테 꼬리치지 말아줬음 해서."
"...그게 무슨 말이야 지은아? 나 그 오빠랑 만나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민준 오빠 요즘 나랑 잘 되고 있어. 곧 사귀게 될 것 같아."
"그 말 사실이야...?!"
"응. 이제 알았으면 우리 둘 사이를 방해하지 말아줘."
!!!
아영이는 그녀를 대하는 지은이의 태도가 최근 싸늘해졌지만, 그래도 내심 친구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 지은이가 그녀를 배신하고 그녀의 남자를 빼앗아갔다는 생각에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짜아악!!!
아영이는 지은이의 뺨을 때렸다. 짜악하는 살벌한 소리가, 형광등 빛이 창백한 음악실에 가득 울려퍼졌다.
(계속)
[수치/조교]여고생 아영이 이야기 : 06. 거짓된 우정의 끝(4)
○○○○○○○○○○
"야, 여자애 얘기 하나 때문에 우리가 또 모였다. 웃기지 않냐?"
"그러게. 근데 꼭 아영이 얘기 아니더라도 종종 보자 우리. 옛날 생각도 나고 좋네."
"그러자. 다들 바쁜 거 알지만 그래도 시간 내서 보니까 좋다. 한잔 쨘!"
"크~"
다음 주 주말 저녁 여섯시, 우리는 다시 모였다. 남자 넷. 밤새도록 바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멤버 그대로였다.
출출했던 우리는 근처 고깃집에 들어가 삼겹살을 구우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날의 기억을 반추하며 앞다투어 말을 꺼냈다.
"야 근데. 그날 너 민지랑 같이 가서 뭐했냐?"
"뭐하긴~ 걔 내리고 나서 한잔만 더 하자고 해서 좀 더 마셨지."
"같이 술만 마셨냐?"
"...응?"
대답이 굉장히 늦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이 담긴 언어폭력을 아끼지 않았다.
"에라이 좆같은 님아. 당신은 병자가 확실합니다. 들쑤실 데가 없어서 동창을 건드리냐."
"이새끼 지가 신사라느니 그러더니만... 했네, 했어."
친구는 멋적게 웃었다.
"크크... 근데 니들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똑같이 했을걸?"
"하여간 대단한 놈일세. 그래서 다음날엔 어떻게? 그냥 쌩?"
"그렇지 뭐. 이게... 동창이랑 하니까 그렇더라. 다음날 너무 뻘쭘해. 그냥 생판 모르던 사람이랑 잤을 때보다 더."
"그래도 뭐 함 했으면 됐지 뭐."
"야 근데, 지은이는 언제 와? 누가 연락했어?"
○○○○○○○○○○
"이거 한 장씩 받아."
퇴근이 늦었던 지은이는 뒤늦게 합류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지은이는 이뻤다. 고 2때 아영이와 반에서 외모로 투톱을 달렸지만, 아영이와는 또 다른 색깔의 청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10년만에 본 지은이의 매력은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있었다. 그간의 오랜 세월이 지은이의 청아한 외모에 성숙한 여성의 색을 덧입혀 준 듯 했다.
아무튼, 그녀는 우리에게 인사하자마자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한 장씩 돌렸다.
"청첩장이네? 아이고... 타이밍 좋네. 우리 다 모였을 때. 식은 언제야?"
"다음 달이야. 꼭 와 주면 좋겠어~ 호호"
"어 근데... 신랑 이름이 낯익네? 내가 아는 그 사람 맞아?"
"응 맞아. 그때 만나던 그 사람이야. 오래 만나다가 이제 결혼해. 요즘 결혼 준비하느라 눈코뜰 새가 없이 바쁘네."
"...응 그래. 축하한다."
"고마워~ 그나저나 너희 넷은 고등학교 때부터 쭈욱 같이 연락하고 지낸 거야?"
"아니, 다들 바빠서 치어 살다가 성민이 결혼식 날 다같이 모이고 오늘 또 만난거야."
"그렇구나~ 성민이도 결혼했구나~"
십수년만에 만난 친구의 결혼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안부 인사를 건넸다.
의례적인 대화가 몇 차례 겉돌았다. 저녁을 먹지 않은 지은이를 위해 삼겹살을 더 시키고, 소주도 한참 동안 더 마셨다.
해가 완전히 넘어갔을 때 쯤, 우리는 지은이를 데리고 자리를 옮겼다. 왁자지껄한 고깃집에서는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안 나올 것 같아서였다.
조용한 모던바로 자리를 옮겨 데킬라 한 병을 시켰다. 샷잔이 계속 채워졌고, 술기운이 오른 지은이의 행동이 느릿해지기 시작했다.
친구 둘은 다트를 친다며 능청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테이블엔 나와 친구, 그리고 지은이까지 셋이 남았다.
우리는 지은이와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슬슬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성민이 결혼식 끝나고 우리 되게 늦게까지 술 마셨어. 거의 밤 샜을걸? 우리 고등학교 때 얘기가 진짜 많더라. 해도해도 끝이 없어서 다 못하고 집에 갔다 야."
"아하하~ 무슨 남자들이 그래.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했는데?"
"어... 그게..."
사설이 길어지는 것이 끔찍이도 싫었던 나는 딱 잘라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오늘 지은이 너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어."
"응? 뭔데?"
"아영이."
지은이는 태연히 웃고 있었지만, 순간 그녀의 눈에 미묘한 기운이 비쳤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아영이 완전 예뻤지~ 인기 많았잖아~"
"그 날 술자리에 민지도 왔었어. 민지도 많이 이뻐졌더라."
"..."
지은이가 조금씩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하. 얘 왜 이래. 나 결혼이 코앞인데 이런 이야기 꼭 해야겠니?"
"2학년 때 우리 반이었던 애들이라면 이 청첩장 받고 누구라도 궁금해 할 걸."
어느 새 다트를 치고 온 친구 둘이 돌아와 발연기를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그리 재밌게 하고 있냐?"
나도 장단을 맞춰 주었다.
"아 별 건 아니고, 지은이가 결혼하기 전에 털어놓고 싶은 게 있대서."
친구들이 지원사격을 하며 어색해진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래 야~ 못다한 얘기 남겨둔 채로 결혼하면 찜찜하잖아. 속 시원하게 그냥 털어놔."
"그래 지은아~ 어차피 다 지난 일인데 뭐 어때? 아영이랑 연락 되는 사람 우리중에 아무도 없어. 그냥 얘기해 줘. 뭐 어때?"
"아하하..."
웃으며 손사래를 치던 지은이는, 어느새 말이 없어졌다. 우리는 서로 그녀의 눈치만 살폈다. 가게에서 나오는 음악만이 우리의 주위를 맴돌았다.
지은이는 적막함이 어색했는지, 이내 말을 꺼내 침묵을 깨 버렸다.
"...그러면 오늘 이거 마시고 내일 아침엔 다 잊어버려. 알았어 몰랐어?"
"오~ 그럼. 물론이지."
우리는 안도하며, 하나같이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
그 날 밤, 집에 돌아온 민준의 심경은 착잡했다.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맴도는 것은 지난 주에 있었던 6월 모의고사 성적도, 곧 다가올 수시 원서접수도 아니었다. 바로 아영이였다.
최근 몇 달 새 아영이의 스타일은 급격히 변해, 그가 원래부터 알던 아영이와 너무나 달라져 갔다.
그녀가 춘추복을 처음 줄이고 온 날, 민준은 "나의 그녀가 색기넘치는 몸매를 다른 남자들에게 내보이지 않았으면" 하고 은연중에 어필했으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한 얼마 전 아영이를 만나러 그녀의 반에 내려갔다가 본, 허리숙인 그녀의 치마 밑 고간에 훤히 보였던, 하얗게 얼룩진 천박한 끈팬티가 민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비록 민준이 사랑하는 아영이였지만, 오늘 그녀는 하복을 노출광처럼 입고 나와 그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학생들은 함께 있는 아영과 민준을 흘겨보기 바빴었다.
민준 또한 그들의 경멸하는 시선을 의식할 수 있었다. 그것을 다시 떠올린 그는 다시금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그래. 아영이한테 전화해서 직접 물어보자. 돌직구를 던져보는 거야. 중요한 문제니까. 목소리 안 듣고 문자로 하면 오해가 생길지도 모르니 전화로 얘기해야겠어."
방문을 꾹 닫은 민준은, 막상 전화를 하려니 망설여졌다. 그의 엄지가 통화버튼 위에서 맥없이 맴돌았다.
그녀에게 물어볼 말을 머릿속에서 정리한 그는, 통화를 눌러 아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아영이는 발가벗고 침대에 누워 그녀의 달아오른 연분홍빛 나신을 쓰다듬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 날 학교에서 벌어진 치욕 쇼의 부끄러움에 의해 아로새겨진 쾌락은 밤이 늦은 시간까지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그날 밤도 자위에 열중했다. 자기위안이 주는 희열에 한껏 도취되어 헐떡이는 아영이의 귀엔, 몇 번씩 떨어대는 그녀의 휴대폰 진동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화를 몇 번이나 해도 받지 않는 아영이가 의아했던 민준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왜 전화를 안 받지...? 전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영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앞선 민준은 안절부절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던 민준은, 같은 반 친구인 지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영이랑 같은 반이고, 최근에 친해지기도 했으니 지은이한테 한 번 물어봐야지. 지은이는 분명 뭔가 알고 있을거야."
●●●●●●●●●●
다음 날 태양은 어김없이 떴고, 아영이의 죽을 만큼 부끄러운 하루 일과가 다시금 개시되었다.
아영이는 일찍이 학교에 도착해 화장실에서 속옷을 벗었다. 그리고 예의 헬로키티 thong에 그녀의 양 다리를 통과시켰다. 오늘은 하늘색이었다. 가느다란 하늘빛 띠가 아영이의 탄력있는 맨 엉덩이 골짜기를 음란하게 가로질렀다.
다음으로, 브라를 벗어 무방비로 드러난 그녀의 맨 유방 위로 타이트한 블라우스 단추를 힘겹게 잠궈나갔다. 단추는 겨우 잠글 수 있었지만, 아영이의 야무지게 솟아오른 가슴에 의해 블라우스의 사이사이가 꽤나 벌어져 맨살이 드러나, 그녀가 브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하복 블라우스의 얇은 천에 맞닿은 아영이의 연분홍빛 유두가 언뜻언뜻 비치는 듯 했다.
다음으로, 총 길이 25센치밖에 되지 않는, 치마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천조각을 입기 시작했다. 그것을 입으며 힘주어 올린 탓에, 평소보다 밀려올라가 그냥 서 있어도 그녀의 가랑이가 훤히 드러났다.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양 손으로 치마 끝을 잡아당겼다. 그리하여 그녀의 은밀한 삼각을 힘겹게 감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초미니의 치마는 고간에서 5센치밖에 내려오지 않았다.
여학생들은 화장실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다 그녀를 보고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저들끼리 뭐라 수군댔지만, 그런 것에 이제 익숙해진 아영이는 태연히 교실로 돌아왔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녀의 비부 균열에 정확히 맞닿은 하늘색 팬티의 그 곳에서 굵은 진주알이 이리저리 움직였고, 요염한 느낌에 아영이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어느덧 그녀의 부끄러운 삼각형엔 진한 물자국이 생겼다.
반 친구들은 모두 교실에 들어서는 아영이를 싸늘하게 위아래로 훑어보며 아무도 그녀에게 인사하지 않았다. 그녀는 관능과 서글픔이 뒤섞인 마음을 애써 추스리며 자리에 앉았다.
"아영아~ 왔어? 오늘도 교실에서 오줌 한 번 싸줘! 다들 기대하고 있어."
"어제 흥분했지? 오줌누기 전부터 막 젖어있던데. 우리도 엄청 꼴렸어 어제."
남자들은 저마다 음란하게 한 마디씩 던지며 히히덕거렸다.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에게 야유를 보내며, 동시에 아영이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야 안돼! 어제도 교실에서 냄새 장난 아니었잖아. 오늘 또 하진 말아줘. 우린 그런 거 보기 싫어."
"쉬 마려우면 화장실로 가 주라 제발~ 아영이는 남자화장실 쓰면 되겠네."
그녀를 노골적으로 희롱하는 말들이었지만, 아영이는 여러 감정들을 추스린 후에야 애써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답했다.
"어젠... 미안... 정말..."
그녀를 끝없는 치욕의 한가운데로 몰아넣는 학생들 사이에서, 지은이는 턱을 괸 채 책만 보며 아영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은이의 얼굴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영이는 조그만 공책을 꺼내 의자에 앉은 그녀의 허벅다리 위에 얹었다. 그것으로 아영이의 치마 아래로 훤히 드러난 팬티만은 대충이나마 가릴 수 있었지만, 치마는 허벅지 끝까지 말려올라가 허벅지를 전부 드러내, 옆에서 보면 맨 엉덩이의 살결이 반쯤 훤히 드러났다. 아영이의 엉덩이는 탄력있게 눌려 그녀의 큰 골반 양 옆으로 더욱 벌어졌다.
하지만 아영이에게 더 큰 문제는, 그녀의 균열을 희롱하는 두 알의 진주였다. 그것은 아영이가 처음 팬티를 입었을 때부터 그녀의 질구를 마구 간지럽히며 움직였고, 자리에 앉은 후엔 무게에 눌려 민감한 부분을 꾸욱 찌르는 느낌이었다.
아영이는 구슬을 덜 민감한 부분으로 보내려, 국부를 의자에 딱 맞댄 채 허리를 돌려 이리저리 부볐다. 하지만 원수 같은 그것은 앞쪽으로 굴러 그녀의 클리토리스에 안착했다. 곧바로 아찔한 쾌감이 그녀의 하체를 덮쳤다.
"아흐윽..."
아영이는 눈을 감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 때 그녀의 샘에서 울컥 새어나온 애액의 향내가 요염하게 올라와, 초미니의 치마에 의해 드러난 맨살의 허벅지 위로 아영이의 냄새가 스멀스멀 감돌았다.
그녀의 짝꿍이 눈치채지 못했길 간절히 바라며, 아영이는 애써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교과서를 펴고 아침자습을 시작했다.
그 후로 한 시간에 걸친 아침자습 시간 동안, 아영이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으나 눈빛이 점점 애욕에 젖어들었고, 가끔씩 몸을 경련하듯 움찔움찔 떨었다.
교실에서의 쾌락에 젖어든, 공책으로 가린 그녀의 가랑이 사이엔 어느 새 희멀겋고 뜨거운 애액이 가득 모였다.
●●●●●●●●●●
아침자습이 끝나고, 아영이는 창문으로 복도를 내다보며 늘 그렇듯 민준을 기다렸다.
하지만, 민준은 오지 않았다.
오전 수업이 모두 종료될 때 까지 민준은 아영이의 반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어제 민준의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아영이는 점심시간에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오빠 화났나 보다... 내가 오빠 반으로 올라가 봐야겠어."
민준의 반은 아영이의 반보다 두 층 위에 있었고, 아영이는 복도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아영이가 한 계단씩 발을 디딜 때마다, 팬티의 은밀한 곳에 달린 구슬이 흔들림에 의해 점점 굴러내려오기 시작했다. 구슬은 어느 새 맨 뒷쪽까지 내려가 아영이의 질구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흐읏..."
그녀가 자위할 때와 같이 그녀의 입구를 꼬옥 누르는 구슬의 감촉을 느끼며, 아영이의 성감엔 다시금 슬금슬금 불이 붙었다.
계단 밑 복도에서 그녀의 짧은 치마 아래로 젖은 고간이 훤히 보였고, 그 곳에 있었던 다른 반 남자들은 모두 그곳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영이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남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뒤늦게 눈치챘다.
"앗...!"
아영이는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황급히 가렸지만, 그녀는 이미 묘한 웃음을 띈 남학생들에게 좋은 눈요기거리를 제공하고 말았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남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면하자 마자, 자기네들끼리 떠들며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 무리들을 지나쳤다. 그들 역시 아영이의 매끈한 다리라인을 감상하며, 하던 말을 중지하고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하늘색이었냐?"
"아니 파란색. 헬로키티 팬틴데?"
그녀를 지나쳐 가는 남자 무리들의 대화를 엿듣고, 아영이는 뒤가 아닌 앞에서도 자신의 팬티가 훤히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계단을 오르며 아영이가 팬티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한 손으로는 가랑이 사이를 가려야 했다.
양 손으로 엉덩이와 고간을 가린 채 엉거주춤하게 계단을 오르는 아영이를 보며, 남자들은 흐뭇한 미소로 화답했다. 두 층을 오르는 길이 이렇게 길고 험난한 적은 처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민준의 반 앞 복도에 도착한 아영이는, 뒷문을 기웃거리며 민준을 찾기 시작했다.
후배 여학생이 몸소 찾아온 것은, 심심한 고3 교실의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민준의 반 학생들은 아영이가 누구를 찾으러 왔나 궁금해하며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이내 그녀의 짧은 치마를 발견하고는 저들끼리 수근대기 시작했다. 여자 선배들이 그녀의 훤히 드러난 맨 다리를 보며 질시어린 눈길을 보내는 것을 아영이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는 어쩔 도리가 없이 양 무릎을 붙여 되도록이면 음란해 보이지 않는 포즈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평소 아영이와 면식이 있던 민준의 친구가 그녀를 발견하고 뒷문으로 나가 그녀에게 인사했다.
"어 아영이네? 안녕~ 여긴 왠일이야? 민준이 보러 왔어?"
"아 오빠 안녕하세요~ 민준오빠 만나러 잠시 올라왔어요~"
아영이에게 인사한 그는, 훤히 내놓은 그녀의 하체에 시선을 빼앗겼다.
"저기 그... 치마가 좀 밀려 올라간 것 같은데..."
주저하며 꺼낸 그의 말을 듣고, 아영이는 그녀의 치마를 확인했다. 그의 말처럼, 짧고 타이트한 치마가 계단을 오르며 조금 밀려올라가, 서 있는 자세에서도 그녀의 하늘빛 삼각지대가 보이는 상태였다. 아영이는 선배들이 그녀를 경멸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던 진짜 이유를 뒤늦게 눈치챘다.
"아앗!"
아영이는 당황하며 두 손으로 치맛단을 잡고 힘껏 끌어내렸고, 민망한 분위기가 되지 않기 위해 그는 아영이 앞에서 너스레를 떨었다.
"민준이 부럽네. 섹시한 여자 취향인 줄은 처음 알았는데? 하하..."
"왜 그래요 오빠~"
"엇 아영아. 너네 여기서 뭐 해?"
아영이의 등 뒤에서 민준이 나타났다.
"아영님이 너를 보러 친히 올라오셨댄다. 그럼 난 이만. 크크."
그는 타이밍 좋게 빠져 주었다. 민준은 어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아영이와 어색한 대화를 시작했다.
"...어젯밤에 전화했었는데, 일찍 잤어?"
"앗... 그건..."
그 시간에 홀로 욕정을 푸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는 아영이였다.
"요즘 많이 피곤한가 보네."
"어제 전화를 무음으로 해 놔서 못 봤나 봐요. 오빠 미안해요 정말... 오늘 안 오셔서 오빠 화나신 줄..."
아영이는 고개를 숙인 채 민준의 눈치만 보았다. 평소같으면 그런 모습을 보고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풀릴 상황이었지만, 민준은 여전히 어딘가 데면데면했다.
"그랬구나. 알았어. 오늘은 수행평가 내야 돼서 오전 내내 바빠서 못 찾아갔어."
"아 글쿤요..."
산발적으로 끊어지는 대화를 두 사람 모두 의식했다. 민준의 반 친구들은 문 너머로 아영이에게 계속해서 시선을 고정했다. 민준은 이제 얼른 교실로 돌아가 앉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아영이도 그것을 눈치챘고, 이내 작별 인사를 고했다.
"저 이제 내려갈게요. 오늘 밤엔 전화 잘 신경쓸게요. 그럼 이따 전화주세요!"
"그래~ 들어가구."
●●●●●●●●●●
그 날 밤 야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영이는, 쾌락에 눈이 멀었던 어제의 상황을 다시 한 번 반성했다.
"내가 못살아 정말... 그런 짓 하느라 민준오빠 전화까지 못 받다니... 완전 변태 같아..."
진심으로 반성한 아영이는, 그 날만큼은 자위하지 않고 민준의 전화를 기다렸다.
10분... 15분... 30분... 1시간...
그러나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초조해진 아영이는 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중이었다.
"이 시간에 누구랑 통화를 하지?"
그녀는 몇 번이나 다시 전화를 걸어 봤지만, 고객님이 통화중이어서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된다는 안내음만 무정하게 들릴 뿐이었다.
상심한 아영이는 으레 즐겨하던 자위도 하지 않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잠들어 버렸다.
●●●●●●●●●●
다음 날 아영이는 민준의 반을 찾아가 어제 왜 전화하지 않았냐고, 자신이 전화해보니 통화중이었다고 그에게 이야기했다.
민준은 그가 수행평가 때문에 밤 늦게까지 친구와 오랫동안 토의할 것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그 시각, 민준은 지은이와 긴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가 어제 아영이의 상황을 묻기 위해 지은이에게 처음 전화한 이래로, 그녀와 나누는 두 번째 긴 대화인 셈이었다.
이어 민준은 요즘 수행평가와 조별과제, 기말고사 준비와 수능 준비로 바쁘니 자신이 시간이 날 때까지 그의 반에 올라오지 말라고 말했다.
아영이는 섭섭함을 느꼈다. 다른 일도 아니고 그녀를 만나는 일에 소홀해진 민준의 냉랭함이 그녀의 가슴에 사무쳤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뒤로 일 주일이 넘도록 민준은 아영이를 보러 내려오지도, 밤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오지도 않았다.
아영이는 민준의 반에 찾아가 그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사랑하는 민준의 말에 순종하기로 결심하고,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그의 연락을 기다린 일 주일 간, 아영이는 자위도 하지 않은 채 휴대폰만 책상에 올려놓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자위로써 그날그날의 욕정을 해소하지 않았기에 다음 날 학교에서의 욕구불만은 덤으로 따라왔다. 아영이는 그녀의 몸을 훑는 남학생들의 뜨거운 시선을 더욱 예민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세 가지 팬티에 준비된 각각의 음습한 장치가 쾌락의 물꼬를 터 주었기에, 아영이의 보지에선 매일같이 애액이 흘러나와 팬티를 물들이고 그녀가 앉은 자리를 축축히 적셨다.
반 남자들에게는 아영이를 눈으로 맛볼 수 있는 특권이 매일 주어졌다. 터져나갈 듯이 꼭 맞는 블라우스 단추 사이로 보이는 노브라의 가슴, 도드라져 나온 복숭아빛 유두, 잡힐 듯 잘록한 허리라인, 그리고 맨 살이 요염하게 드러난 허벅지부터 타이트한 초미니에 감싸인 탱글한 엉덩이, 양말을 신지 않은 맨 발가락 끝까지.
남자들이 그녀를 보며 품는 음탕한 상상의 크기만큼, 아영이도 음탕한 상상을 머릿속에서 펼쳤다. 남자들의 시선을 온 몸으로 받으며, 아영이는 여성으로서의 자각을 매 순간 확실히 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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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못한 아영이는, 열흘째 되던 날 점심시간에 그의 반으로 찾아갔다.
오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 아무 것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민준을 보고 싶었고,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녀가 뭔가 잘못한 게 있다면 빌고, 오해가 있다면 모두 설명하고 예전과 같은 사이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어느새 민준의 반에 도착했지만 그는 자리에 없었다. 아영이는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를 기다려 꼭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하고, 복도에 서서 오지 않는 민준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민준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상급생들은 아영이를 보며 수군거렸다.
"요즘엔 진짜 여자애들 과감하게 입네. 치마가 아니라 팬티가리개 수준인데?"
"쟤 저번에도 올라왔었잖아. 오늘은 회색 팬티네? 저번엔 하늘색이더니."
"근데 쟤 거기 다 젖어있다. 봐봐 한 번. 진짜야."
"노출하면서 흥분하는 애가 2학년에 있다더니, 그게 쟨가봐. 처음 보네."
교실에 앉은 여자 선배들도, 천한 것을 본다는 눈길로 이죽대기는 마찬가지였다.
"쟤 민준이 보러 온 애 맞지?"
"민준이가 좀 잘생기긴 했지. 그래도 그렇지, 몸으로 꼬시려는 거 너무 티내는 거 아니니?"
"근데 민준이는 쟤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저번에도 그냥 교실로 들어오고 싶어하던걸."
"불쌍하다~ 몸도 맘도 다 줬는데 사랑을 못 받는 여자네."
비아냥대는 말들을 온 몸으로 받으며 아영이는 30분을 넘게 서서 기다렸고, 종이 치기 5분 전에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민준을 볼 수 있었다. 너무도 반가운 그를 본 아영이는,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 지 몰라 망설였다.
"오... 오빠..."
"아영아... 내가 나중에 보자고 했잖아. 나 바쁘다고."
"오빠... 나한테 무슨 할 말 없어요?"
"...나중에 사람들 없는 데서 따로 이야기 하자."
"지금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온 거에요...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일단 내려가. 나중에 이야기하자."
"..."
민준의 냉랭한 태도에, 아영이는 말문이 막혔고, 하고팠던 말은 하나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교실로 내려오고 말았다. 남자들의 음란한 눈초리와 여자들의 경멸이 여전히 그녀에게 쇄도했으나, 상심한 아영이에겐 그런 것들은 이제 중요치 않았다.
교실로 돌아온 아영이는 참았던 서러움이 복받쳐, 자리에 앉자마자 숨죽여 흐느꼈다.
지은이도 그것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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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아영이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민준의 마음이 돌아선 이유가 무엇일까. 그날 전화를 받지 않아서? 아니면 요즘 학교에서의 그녀의 차림새 때문에?
어두운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영이였다.
그날 야자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 아영이를 지은이가 불러세웠다. 지은이와 함께 노는 여자애들 무리 세 명도 함께 있었다.
"아영아...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잠깐 시간 좀 내 줄래?"
전교생이 모두 하교하고 난 후 깜깜한 복도를 걷다, 아영이와 지은이의 무리와 복도 끝 음악실 안으로 들어가 딸깍하고 전등 스위치를 켰다. 교실이 밝아지며, 쿰쿰한 먼지 냄새가 났다.
교실의 한가운데에서 아영이는 지은이네들과 마주 섰다.
"할 얘기라는 게 뭔데?"
아영이는 지은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최근 지은이의 바뀐 태도가 맘에 걸리는 아영이였지만, 이렇게 밤에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윽고 지은이는 아영이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아영이에게 되물었다.
"...오늘 민준오빠 반에 올라갔었지?"
"응. 그게 왜?"
"앞으로 그 오빠한테 꼬리치지 말아줬음 해서."
"...그게 무슨 말이야 지은아? 나 그 오빠랑 만나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민준 오빠 요즘 나랑 잘 되고 있어. 곧 사귀게 될 것 같아."
"그 말 사실이야...?!"
"응. 이제 알았으면 우리 둘 사이를 방해하지 말아줘."
!!!
아영이는 그녀를 대하는 지은이의 태도가 최근 싸늘해졌지만, 그래도 내심 친구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 지은이가 그녀를 배신하고 그녀의 남자를 빼앗아갔다는 생각에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짜아악!!!
아영이는 지은이의 뺨을 때렸다. 짜악하는 살벌한 소리가, 형광등 빛이 창백한 음악실에 가득 울려퍼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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