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1부.
‘미안한데 안 되겠어 오늘은 일이 있어서.’
‘집이라도 빌려줘 새꺄’
‘안 된다니까’
‘아 씨발 뭔 일이야’
‘알 거 없잖아’
‘ㅅㅂ 김영진 많이 컸다? 이제 형님 쌩까냐?’
한숨이 나왔다. 이 녀석은 또 이런 식이다.
차재원. 고등학교 2학년 때 알게 된 놈이다. 키만 컸지 약골이었던 나는 고등학교 때 무넌히도 괴롭힘을 당했었다. 나중에 가자 때린 정이니 뭐니 하며 내게 담배랑 술을 가르쳐줬었다. 아마 자기 시다를 하나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나마 배려해준 건지 고 3때는 이따금씩 담배나 한 대 피는 사이였고, 수능이 끝나자마자 나를 흔히들 말하는 ‘빡촌’ 으로 데려갔었다. 첫날밤이니 하는 나의 꿈은 그 날로 끝났었다.
나는 서울에 나름 이름 있는 G 대학에 들어갔고, 녀석과의 관계가 아예 끝날 줄 알았다. 그 녀석이 서울로 올라올 때까지는. 카센타에서 일한다고 했던가. 그 후로 두 달에 한 번 꼴은 녀석에게 집을 빌려줬어야 했다. 녀석이 간 후 집에서 났던 이상한 비린내와 이불에 말라붙은 뿌연 자국은 구토를 유발했다. 처음 여자친구를 사겼을 때 부추긴 것도 그 녀석이었다. 거기에 넘어가서 괜히 덤볐다가 헤어지자 그 녀석은 나를 대딸방에 데려갔다. 새로운 경험이 될 거라느니 그러면서. 혼전순결까진 아니더라도 여행을 가서 눈이 맞았다느니 하는 로맨틱한 상상은 다 업소로 채워졌다. 욕구를 위해 돈을 내고, 돈을 위해 몸을 파는 그런 관계. 조금 비싼 술. 제법 비싼 담배. 집에 처박혀서 야동 보느니 나가서 하는 게 남자라는 말. 아주 바람직했다. 나도 즐겼던 것 같다. 언제나 녀석이 냈으니까. 그 돈이 진짜 일해서 번 돈이든 뜯어낸 돈이든 훔친 돈이든 상관 없었다. 집이 제법 큰 부자라고 했던가. 아니면 우리 집을 이용하는 모텔값인가.
그리고 이놈은 이 작은 상념마저 방해했다. 아아, 이게 시작이었지.
“나 지금 니네 집 앞이다.”
“뭐?”
한 열 다섯번쯤 울린 다음에 받은 전화였다. 여전히 걸걸한 목소리. 급히 창문을 열었다. 입구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창문을 닫자마자 들리는 쿵쿵거리는 목소리. 문이 잠긴 걸 다시 확인했지만 재원이는 내가 안 나오면 소리라도 지를 녀석이다. 그리고 목소리는 분명 술에 취해 있었다. 옷을 급히 입고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내 방이 있는 층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170정도 되는 키에 나시 위로 튀어나온 근육. 눈을 질끈 감았다.
“야 이 새끼야. 왜 형님이 오시는데 쌩깔 생각을 다 하냐. 니가 이 시간에 집에 없으면 어디 있다고!”
급히 검지를 세워서 입에 대었다. 물론 통할 리가 없다. 어느새 재원이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 때 날 불러 세울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뭐? 씨발 나 같이 너 챙겨주는 놈이 어딨다고? 얼씨구?”
나는 재원이의 어깨를 붙잡아서 가까이 끌었다. 생각해보면 참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지금은 안 돼.”
“뭐가 이 썅년아.”
“안 된다고.”
“아 그러니까 뭐가?”
녀석의 얼굴은 어느새 호기심으로 덮여 있었다. 내 반응이 오히려 신기했나 보다. 하긴 내가 이렇게 말한 건 처음일 테니.
고등학교 때부터 이 녀석은 자기 무용담을 신나게 말해줬다. 어디서 누굴 먹었다느니, 어떻게 했다느니, 거기서 강간은 빠지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만 꼽아봐도 세 번.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이 녀석이라면...
“들어와 볼래?”
“... 뭐냐.”
방문을 열었을 때 녀석의 첫 반응이었다. 벌벌 끓던 목소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녀석은 곧바로 문을 닫더니 숨 죽여 말했다.
“야 이 미친 새꺄. 집 안에서 저지르면 어떡해? 소리가 다른 방에 들렸으면 어떡할려고?”
“그래.”
“야, 쟤 대체 누구야? 저렇게 묶어놓으면 다 해결될 거 같아?”
“...”
‘읍! 읍!’
안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비명일까, 도움의 요청일까?
“일단... 저 아가씨부터 좀 닥쳐놔야겠군.”
재원이는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지러진 방이 다시 펼쳐졌다. 닫힌 창문. 짙은 담배연기. 굴러다니는 술병. 그리고 이불에 반쯤 덮인 나신까지.
“이름이... 지윤이라고 했던가?”
머리부터 이불을 덮어놨는데 이불이 반쯤 벗겨져 있었다. 내가 나간 사이 몸부림을 쳤던 것 같다. 조그만 가슴이 어두운데도 똑똑히 보였다.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지윤이도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뭐 손발이 다 묶여있으니 무리지만.
“아 괜찮아. 괜찬아.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야. 자, 착하지? 뭐야 왜 이렇게 세게 묶어놨어? 이러면 피가 안 통하잖아! 안 아파?”
점점 커지던 신음이 재원이가 다가가자 다시 묻혔다. 최소한 도와주러 온 사람이 아니란 건 확실했으니.
“자, 읏차. 좀 쉬어요. 움직이지 말구, 그래. 자, 자.”
손발에 묶여진 노끈을 가볍게 푼 재원이는 지윤이를 다시 이불에 눕혔다. 말투는 나긋나긋했지만 그 투박한 손에 잡힌 순간부터 지윤이는 떨고 있었다. 재원이는 지윤이가 도망가지 않을 것을 확신했는지 이불만 덮어주고는 다시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 왼쪽 손을 지윤이 머리 근처에 놨다. 소리를 못 지르게 하려는 건가.
“자,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거부터 알아야겠지?”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5시간 전.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다시 돌리고 싶었던 그 때의 얘기를 시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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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얘기가 길어졌군요. 원래 덮친 얘기 시작할랬는데.
지금 대강 생각하는 게 순진? 소심? 그랬던 애가 애를 덮친 이후 죄책감에서 벗어나려다가 친구랑 손을 잡게 된다...
글쎄요. 일단 등장인물 중 여자 (... 그러니까 얘네한테 당하는 애들) 를 얼마나 더 만들까 그게 문제죠. 제 필력에 따라 달라지겠죠. 여자가 늘어날수록 현실성과는 멀어지겠죠. 뭐 이런 얘기가 현실성 가지면 더 안 되겠지만요.
이 얘기는 100% 제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경험담, 혹은 실제 있었던 일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뭐 실제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가 그 얘기를 들을 정도의 놈은 아니구요.
이런 상상을 머리속에서 하는 게 더 문제일려나요? @ _@) 자, 다음부터 완전 본편 시작합니다. 저렇게 책임회피하는 놈이 얼마나 망가질까 기대해주세요.
‘미안한데 안 되겠어 오늘은 일이 있어서.’
‘집이라도 빌려줘 새꺄’
‘안 된다니까’
‘아 씨발 뭔 일이야’
‘알 거 없잖아’
‘ㅅㅂ 김영진 많이 컸다? 이제 형님 쌩까냐?’
한숨이 나왔다. 이 녀석은 또 이런 식이다.
차재원. 고등학교 2학년 때 알게 된 놈이다. 키만 컸지 약골이었던 나는 고등학교 때 무넌히도 괴롭힘을 당했었다. 나중에 가자 때린 정이니 뭐니 하며 내게 담배랑 술을 가르쳐줬었다. 아마 자기 시다를 하나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나마 배려해준 건지 고 3때는 이따금씩 담배나 한 대 피는 사이였고, 수능이 끝나자마자 나를 흔히들 말하는 ‘빡촌’ 으로 데려갔었다. 첫날밤이니 하는 나의 꿈은 그 날로 끝났었다.
나는 서울에 나름 이름 있는 G 대학에 들어갔고, 녀석과의 관계가 아예 끝날 줄 알았다. 그 녀석이 서울로 올라올 때까지는. 카센타에서 일한다고 했던가. 그 후로 두 달에 한 번 꼴은 녀석에게 집을 빌려줬어야 했다. 녀석이 간 후 집에서 났던 이상한 비린내와 이불에 말라붙은 뿌연 자국은 구토를 유발했다. 처음 여자친구를 사겼을 때 부추긴 것도 그 녀석이었다. 거기에 넘어가서 괜히 덤볐다가 헤어지자 그 녀석은 나를 대딸방에 데려갔다. 새로운 경험이 될 거라느니 그러면서. 혼전순결까진 아니더라도 여행을 가서 눈이 맞았다느니 하는 로맨틱한 상상은 다 업소로 채워졌다. 욕구를 위해 돈을 내고, 돈을 위해 몸을 파는 그런 관계. 조금 비싼 술. 제법 비싼 담배. 집에 처박혀서 야동 보느니 나가서 하는 게 남자라는 말. 아주 바람직했다. 나도 즐겼던 것 같다. 언제나 녀석이 냈으니까. 그 돈이 진짜 일해서 번 돈이든 뜯어낸 돈이든 훔친 돈이든 상관 없었다. 집이 제법 큰 부자라고 했던가. 아니면 우리 집을 이용하는 모텔값인가.
그리고 이놈은 이 작은 상념마저 방해했다. 아아, 이게 시작이었지.
“나 지금 니네 집 앞이다.”
“뭐?”
한 열 다섯번쯤 울린 다음에 받은 전화였다. 여전히 걸걸한 목소리. 급히 창문을 열었다. 입구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창문을 닫자마자 들리는 쿵쿵거리는 목소리. 문이 잠긴 걸 다시 확인했지만 재원이는 내가 안 나오면 소리라도 지를 녀석이다. 그리고 목소리는 분명 술에 취해 있었다. 옷을 급히 입고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내 방이 있는 층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170정도 되는 키에 나시 위로 튀어나온 근육. 눈을 질끈 감았다.
“야 이 새끼야. 왜 형님이 오시는데 쌩깔 생각을 다 하냐. 니가 이 시간에 집에 없으면 어디 있다고!”
급히 검지를 세워서 입에 대었다. 물론 통할 리가 없다. 어느새 재원이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 때 날 불러 세울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뭐? 씨발 나 같이 너 챙겨주는 놈이 어딨다고? 얼씨구?”
나는 재원이의 어깨를 붙잡아서 가까이 끌었다. 생각해보면 참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지금은 안 돼.”
“뭐가 이 썅년아.”
“안 된다고.”
“아 그러니까 뭐가?”
녀석의 얼굴은 어느새 호기심으로 덮여 있었다. 내 반응이 오히려 신기했나 보다. 하긴 내가 이렇게 말한 건 처음일 테니.
고등학교 때부터 이 녀석은 자기 무용담을 신나게 말해줬다. 어디서 누굴 먹었다느니, 어떻게 했다느니, 거기서 강간은 빠지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만 꼽아봐도 세 번.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이 녀석이라면...
“들어와 볼래?”
“... 뭐냐.”
방문을 열었을 때 녀석의 첫 반응이었다. 벌벌 끓던 목소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녀석은 곧바로 문을 닫더니 숨 죽여 말했다.
“야 이 미친 새꺄. 집 안에서 저지르면 어떡해? 소리가 다른 방에 들렸으면 어떡할려고?”
“그래.”
“야, 쟤 대체 누구야? 저렇게 묶어놓으면 다 해결될 거 같아?”
“...”
‘읍! 읍!’
안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비명일까, 도움의 요청일까?
“일단... 저 아가씨부터 좀 닥쳐놔야겠군.”
재원이는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지러진 방이 다시 펼쳐졌다. 닫힌 창문. 짙은 담배연기. 굴러다니는 술병. 그리고 이불에 반쯤 덮인 나신까지.
“이름이... 지윤이라고 했던가?”
머리부터 이불을 덮어놨는데 이불이 반쯤 벗겨져 있었다. 내가 나간 사이 몸부림을 쳤던 것 같다. 조그만 가슴이 어두운데도 똑똑히 보였다.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지윤이도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뭐 손발이 다 묶여있으니 무리지만.
“아 괜찮아. 괜찬아.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야. 자, 착하지? 뭐야 왜 이렇게 세게 묶어놨어? 이러면 피가 안 통하잖아! 안 아파?”
점점 커지던 신음이 재원이가 다가가자 다시 묻혔다. 최소한 도와주러 온 사람이 아니란 건 확실했으니.
“자, 읏차. 좀 쉬어요. 움직이지 말구, 그래. 자, 자.”
손발에 묶여진 노끈을 가볍게 푼 재원이는 지윤이를 다시 이불에 눕혔다. 말투는 나긋나긋했지만 그 투박한 손에 잡힌 순간부터 지윤이는 떨고 있었다. 재원이는 지윤이가 도망가지 않을 것을 확신했는지 이불만 덮어주고는 다시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 왼쪽 손을 지윤이 머리 근처에 놨다. 소리를 못 지르게 하려는 건가.
“자,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거부터 알아야겠지?”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5시간 전.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다시 돌리고 싶었던 그 때의 얘기를 시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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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얘기가 길어졌군요. 원래 덮친 얘기 시작할랬는데.
지금 대강 생각하는 게 순진? 소심? 그랬던 애가 애를 덮친 이후 죄책감에서 벗어나려다가 친구랑 손을 잡게 된다...
글쎄요. 일단 등장인물 중 여자 (... 그러니까 얘네한테 당하는 애들) 를 얼마나 더 만들까 그게 문제죠. 제 필력에 따라 달라지겠죠. 여자가 늘어날수록 현실성과는 멀어지겠죠. 뭐 이런 얘기가 현실성 가지면 더 안 되겠지만요.
이 얘기는 100% 제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경험담, 혹은 실제 있었던 일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뭐 실제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가 그 얘기를 들을 정도의 놈은 아니구요.
이런 상상을 머리속에서 하는 게 더 문제일려나요? @ _@) 자, 다음부터 완전 본편 시작합니다. 저렇게 책임회피하는 놈이 얼마나 망가질까 기대해주세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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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2-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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