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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34 1,150회 0건
바이러스바이러스

박봉구 이춘식 김유석



제 16부 발바리

길 기복은 아침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바람이 끈적한 여름 근처의 날씨 때문이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싫어하는 것이 늘지만 그 중 가장 싫은 게 잔소리다. 마누라 잔소리도 싫었지만 상부에서 쏟아져 나올 잔소리는 정말 싫었다. 이젠 자주 듣는 잔소리가 짜증이 될 정도였다. 어제도 밤을 꼬박 샜지만 귀신같은 놈은 어디에서 지랄을 하는 지 코빼기도 뵈지 않았다. 어쩌다 운 좋게 마주친 젊은 향사들이 한 방에 나가떨어진 것도 이해가 됐다. 얼마나 날렵한지 보이는 순간 휙, 주먹을 휘두르더니 어둠에 녹아든 것처럼 사라졌다고 했다. 얼음이 녹은 자리는 젖어 있기라도 하지 그놈은 진짜 아무런 자국이 없었다. 홍길동이 무슨 둔갑술을 한다는 데 혹시 그 아래서 배웠는가 싶을 정도였다.



개새끼, 피던 담배를 비벼 끈 길 형사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마른 체구의 몽타주를 다시 봤다. 아무리 봐도 평범해 보인 인상에 그저 그런 신체조건이다. 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인상이다. 이것도 그나마 놓치고 나서 기억을 떠올려 만든 거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엄청 큰 덩치에 힘이 셌고 얼굴이 짐승 같다고 했다. 친구랑 둘이 있다가 당한 한 여자는 그 놈 몸에서 아주 역한 노린내가 났다고 했다. 사람이라고 도저히 생각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겨우 몸을 움직이게 된 그녀는 그날 꼭 죽은 지 알았다고 하며 금세 눈물이 글썽해졌다. 피해자가 한 둘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아마 이것도 드러난 것만 그럴 것이다. 발바리란 별명으로 통한 그 놈을 꼭 잡고 말겠다는 길 형사는 개새끼, 담배에 새로 불을 댕기며 또 한번 욕을 해댔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교환이 바꾼 외부전화다.



“예, 그런데요, 그래요? 거기가 어디죠. 알았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또 사건인가, 길 기복 형사는 타다만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끄고 일어났다.

“살인이랍니다. 두 사람이나 죽었다고 하는데 이거 어쩌죠?”

“어쩌라니, 난들 아나. 가봐. 빨리”

시큰둥한 대답은 과장의 특징이라 별수 없이 몽타주를 던지고 핸드폰을 들었다. 장소는 주택가가 밀집한 곳이라 쉽게 알 수 있었다. 아파트만 가득한 동네에 주택가는 뻔했다. 날은 점점 더워가고 있어 짜증스런 오전이 낮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늦은 장미꽃이 벽을 타고 피어있는 집이 보이자 차를 세우고 문을 밀었다. 스르르 열리는 문이 누군가 먼저 와 있다는 걸 말해준다. 정원은 오전의 고요가 잠겨있다. 잘 손질된 화분이 줄지어 있어 이 집 주인 성격을 대신 말해주었다. 꼼꼼한 성격이 대개 말썽을 피우곤 한다. 이 주인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여깁니다. 세상에 어떻게 되려고 이런 일이”

머리가 희끗한 노년이 코를 막으며 거실에 서 있다 손짓을 했다.

“난 강 인수란 사람이외다. 예전에는 연구소에서 있었고 지금은........”

“그렇습니까? 근데 시체는..........”

말을 자르며 그가 현장을 묻자

“저기 저 안에 있습니다. 너무 참혹해서”

그건 그랬다. 희끗한 머리를 가진 노인이 머리가 180도로 돌아간 듯 뒤틀려 있고 입엔 피가 고여 있다. 발가벗은 몸이 금방 치정? 이란 생각을 추측케 했다. 이런 유의 사건이란 뻔하다. 늙은 노인네가 젊은 여자를 탐하다가는 꼭 이런 변고를 당한다니까.



여자 역시 가슴이 엉망이다. 바람에 나부낀 점집 깃발처럼 유방이 뜯어져 나풀거렸다. 가슴도 그랬지만 가랑이는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져 있다. 일부러 굵은 막대기 그것도 가시가 박힌 막대기로나 쑤셔대면 생길 듯한 상처다. 묘하게 벌려진 여자의 국부는 무언가 말을 하려는 사람처럼 입을 벌리고 있다. 죽은 지 오래된 시체에서는 쾨쾨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고 그 냄새를 ?아 파리 새끼들이 몰려들었다.



“신원은 알고 있나요?”

강 인수란 사람이 설명을 할 작정으로 자리에 앉자마자 길 형사는 취조하듯 물었다. 길 형사는 이 늙은이가 무슨 문제가 있을 거라고 지례 짐작을 했는데 설명을 다 들은 뒤엔 또 머리가 찌근거렸다. 바이러스는 뭐고 M프로젝트는 뭐며 레마르크 진화론은 또 뭔가. 중요한 것은 이곳에 둘이 저렇게 죽어 있다는 사실 아닌가. 오후 햇살이 짜증스러웠다.

“단, 절대로 언론에 알려서는 안 됩니다. 만약 알려지면 큰 일이 일어날 겝니다. 그 놈이 훔쳐간 M바이러스가 알려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절대로 비밀로 해야 하며 빨리 상부로 보고를 하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측은 했는데”

“...............”

길 형사는 머리가 더 아파왔다. 미친 사람이 지껄이는 것 같진 않았지만 맨 정신으로 알아듣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단 부검부터 하고 천천히 상의하십시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위에서 어떤 조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때 가서 다시 상의하죠? 요즘 이것 말고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많습니다. 웬 별 미친놈들이 날뛰는지. 어디 숨어 있다 말년이 다되니까 나타나서 원.”



길 형사는 나이가 쉰이 넘어 자기네들 세계에선 노인 축에 가까웠다. 눈치가 빠르다는 이점은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길 형사의 푸념을 듣는 순간 강 박사는 퍼뜩 떠올랐다는 듯 그의 팔을 잡았다.

“혹시 짐승처럼 여자들을 범하고 그랍니까? 저기 저 방에 여자가 당하듯 참혹하게........”

“아니 아주 잘 아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맞아요, 사람새끼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습디다. 어디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나요? 짐승도 그렇게는 안 할 거요”

“그렇담 감이 잡힙니다. 빨리 서두릅시다. 그놈들은 아마 가면 갈수록 날뛸 겁니다. 지금이 아마 가장 치솟을 때고 조금 지나면.........”

처음엔 그렇게 소스를 입력했었다. 몸의 유전자가 변이를 시작하면 암세포처럼 급히 성장해서 빠른 시일 내에 노화되어 죽는 것으로 했었는데 장담은 못했다. 서둘러 말을 끊었다. 이박사가 비밀을 안고 이렇게 죽어버린 마당이라 사실 그로선 속수무책이었다.



“뭐라고요? 그게 말이나 됩니까? 요즘에 공룡이 부활하고 세포가 어떻고 해서 화제가 되니까 별 이상한 걸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누가 그걸 믿겠습니까?”

대뜸 반박을 하는 수사과장이다. 보고꺼리도 안된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강간이나 살인을 하는 놈들은 모두 뻔하다. 가정환경이 불우하거나 어린시절에 삐딱한 길로 이미 접어든 놈들이 그렇지 정상인 사람들은 대부분 옳은 길을 걷기 마련이다.

“시간 낭비입니다. 그걸 애기하면 누가 믿겠어요? 알았으니 그만 가보세요”

“아니 좀 더 들어보실 필요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발바리란 놈을 보면 왠지 그렇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짐승의 노린내가 풍기는 거하며 얼굴이 사람 같지 않다고 목격자들 아니 피해자들이 그랬잖습니까.”

“이 사람이........ 정말 정신 나갔나. 범인을 못 잡으니 이젠 엉뚱한 것에 둘러 붙이고”

“그렇다면 다시 상세히 설명을 해드리다. 처음 시작은...........”



늙은 박사란 자가 다시 설명을 하자 얘기를 다 들은 과장은 문득 떠돌던 이상한 소문들을 끄집어냈다. 누가 납치가 됐는데 엉망으로 당하고 돈을 주었다는 소문, 본인은 한사코 부정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틀림없다고 했었다. 그냥 유야무야했지만 실종된 여자들만 해도 한 둘이 아니었다. 대개 시간이 지나면 윤곽이 나오는데 최근엔 전혀 집히는 게 없었다.

“그렇다면 큰일인데........ 이봐, 길 형사. 당신이 보고서 좀 만들지. 지금 들은 것하고 아까 다녀온 사건 정황하고 묶어서 브리핑 좀 만들어 주게나. 일단 보고는 하자고”

“그럼 미제처리까지 몽땅 집어넣을까요?”

“그렇게 해. 어차피 이판사판 아닌가?”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길 형사는 강 박사란 노인네와 그 연구소를 찾아가볼 생각이었다. 뭔지 모르지만 찜찜한 육감이 찾아온 것이다.



발바리로 불린 김 유석은 걷잡을 수 없는 욕구에 빠져들었다. 몸의 세포가 문드러져 살갗이 떨어져나가는 고통이었다.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낮에도 불쑥 찾아온 충동은 막을 수 없었다. 눈빛이 붉어지고 얼굴이 일그러지곤 해서 동사무소도 나가지 않은 게 며칠이다. 오늘은 대낮부터 눈을 번들거리며 먹이를 찾았다. 이미 작성한 목록의 반은 붉은 줄이 쳐있었다. 사람을 100명은 먹어야 천당으로 간다느니, 인간으로 환생한다느니 한 여우이야기 같지만 어쨌든 유석에게는 약이 필요했고 지금 그 약이 바로 가까이 있었다. 태양은 한가하게 뜰을 비추고 있었다. 담장의 노란 꽃이 자신을 불렀다. 주민조사 목록엔 네 가족이 살고 있다고 나왔다. 딸이 둘이라. 하체가 꿈틀거리며 먹이를 찾았다. 두 손을 쥐자 우두둑 뼈가 맞물리는 소리를 냈다. 근육이 팽창하고 귀가 민감해지며 코는 살아났다. 노란 꽃의 향기 속으로 싱싱한 여자내음이 풍겼다. 아, 이 기막힌 향기. 유석은 코를 벌름거리며 주위를 살피다 담장을 잡았다. 높은 벽을 스며들 듯 뛰어넘은 유석은 널따란 뜰을 가로질러 대리석 난간으로 몸을 숨겼다. 사냥개가 짖으려다 눈빛을 보곤 꼬리를 감춘다. 마스크를 꺼내고 마침 맞게 난간 밑에 버려진 줄넘기를 주어 담았다. 뜰에서 가끔 운동을 한 모양이다. 오전 시간의 화사함이 거실에서 풍겼다. 목소리가 여럿이었지만 개의치 않는 유석이다. 지금 당장 급한 건 트레이닝 하의에서 춤을 추는 이 좆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그 좆을 붙잡고 쓰러질 것이다. 아니 손으로 움켜지고 딸딸이라도 쳐야 할 판이다.



“꼼짝 마. 움직이면 죽여 버린다. 대가리 숙여. 빨리. 이 쌍 년 봐라”

TV를 보며 웃음꽃을 피우던 거실은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찻잔이 쓰러지고 비명이 쏟아졌다. 거실 창으로 햇빛이 쏟아졌다. 따사로운 6월 하순의 오전이다.

“빨리 빨리 움직여, 이런 씨팔년들. 대가리 숙이고 손은 뒤로, 손가락하나 까닥하면 껍질을 벗겨버릴 테니까”

“왜 이래요, 누구 길래 남의 집에 들어와 행패를 부려요. 소리칠 거예요”

마흔 후반의 여자가 몸을 움츠리면서 반항을 하지만 유석에겐 그런 게 통하지 않았다. 얼굴을 반이나 가린 큰 마스크에 눈빛만 붉게 물들어 있다. 오른발로 여자의 옆구리를 냅다 질렀다. ‘캭!’ 데굴거리다 긴 소파 옆에 거품을 품으며 죽어가는 시늉이다. 숨쉬기도 거북한 표정에 벌써 두려움이 깃든다.

“까불지 마. 난 니 년들처럼 피가 흐르는 그런 놈이 아냐. 다 죽여 버린다. 니 년부터 목을 따줄까?”



얼굴이 화사한 스물 초반의 계집년이 발발 떨며 눈을 마주치다 ‘엄마야’ 기겁을 하며 대가리를 박았다. 웨이브가 있는 긴 머리가 출렁거렸다. 외출복 차림이다. 청바지에 반팔 티를 가볍게 걸친 게 학교라도 가려는 모양이다. 녹색 티셔츠에 쌓인 몸매가 남자들 꽤나 ?을 꼴리게 만들었을 것 같다. 아랫도리 역시 마찬가지다. 청바지가 찢어질듯 탄탄한 허벅지하며 궁둥이다. 함지박만한 히프를 보자 좆이 솟구쳐 얇은 추리닝을 뚫으려 한다. 청바지 밖으로 속옷이 살짝 드러난다. 요즘엔 다 저렇게 입고 다니는 게 유행인가, 아이보리색의 팬티가 갈색 피부와 잘 어울려 묘한 느낌이다. 시선을 피한 얼굴이 바닥을 향하자 긴 웨이브 머리가 목을 타고 흐른다. 하얀 목덜미가 보기 좋다. 지난봄 목련 향기가 느껴진다. 땅에 떨어진 흰 목련의 마지막 모습이 순간 스친다. 발에 짓밟힌 꽃잎은 뭉개진 비명을 냈다. 숨이 가빠진 유석이다. 식식, 증기엔진의 피스톤소리.



“소파에 대가리를 묻어. 손은 뒤로 빼 발목을 잡아. 이년아 그렇게 뒤로 빼면 잡아 져. 옆으로 내려 각각 잡아야지”

청바지가 뜯어질 듯 풍만한 스물 초반의 계집년은 손을 뒤로 뺀 채 발목을 잡으려니 잡히지 않아 낑낑댔다. 상체를 숙인 탓이다. 다시 손을 아래로 내려 비스듬하게 발목을 잡는다. 양말이 아닌 스타킹을 신었는지 살색 스타킹으로 통통한 발이 드러난다. 아래 폭이 넓은 청바지에 연갈색 발바닥이 조금 드러난다. 두 손으로 두 발목을 잡은 계집아이는 얼굴을 옆으로 뉘이고 겁먹은 눈을 껌뻑거린다. 외까풀 눈이 그런대로 커서 그런지 예쁘다. 귓가의 보송보송한 솜털도 보기 좋다.

“그대로 있어. 엉덩이라도 달싹거리면 목과 몸을 따로따로 나누어버릴 테니까. 하얀 목덜미에 칼날이 그어지면 얼마나 멋있을까? 흐흐”

야비한 웃음은 계집아이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계집년뿐 아니다. 옆구리를 채인 마흔 후반 여자도 벌벌 떨고 있을 뿐이다. 딸아이가 얼굴을 소파에 묻고 발목을 잡은 모습을 보며 무언가 말을 하려다 짐승 같은 웃음에 입을 다문다. 아직도 옆구리가 욱신거렸다.

“학생이야? 학생이 일찍 학교를 가야지 이렇게 뒹굴 거리고 있으면 어떡해. 손이 부드러워 좋네 쌍년, 근데 좆대가리 잡아 봤어? 이 손으로 잡아봤냐고?”

“흑, 흑”

“이년이 찢어진 입으로 말도 못해. 아래구멍으로 말하려고? 어디 얼마나 잘 하나 볼까?”

해사한 얼굴의 스물 초반 대학생 여자아이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오른손을 잡힌 채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다. 눈을 감고 마주보기 피하는 듯 머리를 숙이고 아니 행여 띌까 숨기고 있었다. 뒷덜미의 솜털이 보소송하다. 하얀 얼굴의 해맑은 선이 목덜미로 이어져있다. 그 선은 녹색 셔츠 안으로 사라진다. 눈길을 따라 그 선을 이어가자 앞가슴의 봉긋한 곡선에 머문다. 상체를 숙인 탓인지 젖통이 더 늘어져 통실하다. 그때 옆구리를 추스르던 마흔 중후반의, 여자아이 어머니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이봐요, 젊은이. 밝은 대낮에 무슨 일로....... 이렇게 횡포를 부려요. 우리가 뭐 잘못한 게 있다고. 빨리 나가요. 좀 있으면 사람들이 올 거 에요. 젊은 나이에 큰 일 당하지 말고......”

아마 귀여운 딸을 보호하려고 아픈 옆구리를 껴안은 채 소리를 질렀으리라.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아차 싶었다. 아니 차라리 가만히 있었던 게 나을 뻔 했다.

“얼래, 이 년 보게. 아직도 입이 살아있다고 주절거리네. 그래 대낮에 이 작업을 하지 밤에 하냐? 밤에 오면 가랭이 벌리고 맞이해 줄래? 좆 맛을 보고 싶어 미치겠다는 얼굴로 뭘 중얼거려.”

반팔 셔츠에 불거진 가슴을 어루만지던 유석은 긴 웨이브머리를 몇 대 쥐어박으며 일어서 중년여인께로 다가선다. 손바닥에 남은 따뜻한 젖통의 여운은 대신 다리를 오므린 채 앉아 있는, 통통한 젖가슴 년의 어미인 중년의 야들야들한 뺨으로 가득 찼다. ‘짝!’ 뺨을 후려치는 동작이 너무 빨라 중년은 얼굴을 피하지도 못했다. 그새 뻘겋게 부풀은 뺨을 두 손으로 만지며 짧은 비명을 연거푸 질렀다. 충격이 너무 큰지 놀란 눈으로 사내를 볼 뿐이다. ‘짝!’ 소리는 효과가 컸다. 중년만이 아니라 더 젊은 여인, 결혼 한 지 꽤 되어 보이는 서른 중후반과 엎드린 자세로 발목을 잡고 있는 웨이브머리까지 찍 소리도 못하고 얼굴을 돌렸다.



“또 아가리를 벌리면 그땐 뺨이 찢어지도록 두들겨 줄 테니까 알아서 해. 냄비들은 그냥 후두러 패야 말귀를 알아듣는다니까. 근데........”

짐승 얼굴의 남자가 자신을 본 듯하자 서른 대여섯 여자는 몸을 흠칫 떨었다. 이 사람은 정말 사람이 아니었다. 여자를 막무가내 손과 발로 때린 남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요즘 세상에.

“근데 말이야. 아줌씨. 너 말이야. 너”

시선을 피하기 위해 자꾸 얼굴을 돌리지만 머리를 끌어당겨 얼굴을 들게 했다. 약한 화장을 한 얼굴이 밉상은 아니다. 살이 제법 도톰하게 오른 게 살기 좋은 모양이다. 옆으로 뻗은 종아리도 매끈한 게 입술로 훔치고 싶을 정도다.

“어디를 봐. 나를 봐야지. 이쁜 얼굴이 망가지면 어떻게 해? 여기를 걸레처럼 갈기갈기 찢어줄까, 응? 네년도 한 대 맞고 싶어 미치겠어? 그래줄까, 응?”

이죽거리며 힘줘 낚아챈 머리가 빠질 듯 아팠다. 지금까지 이렇게 아프게 머리를 쥔 적은 없었다. 자신도 몰래 신음이 나왔다. 뺨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긴 손가락이 입술을 더듬으며 파고들었다. 매쓱한 냄새가 역겨워 입을 다물지만 두 손가락에 힘을 줘 벌리자 이를 드러내며 벌어졌다. 진한 색깔의 립스틱은 좋아하지 않은 그녀다. 연한 에나멜 립스틱으로 살짝 바른 입술은 그대로의 색깔을 가졌다.

“보드라운 입술이군. 이런 보드라운 입술로 남자 거시기를 빨면 얼마나 좋아할까, 결혼 했지? 했다고. 어때, 남편 빨아주면 좋아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냥 싸대기 바쁠 것 같은데. ‘찍!’ 소리 내며........, 흐흐”

“아, 아니에요. 그러지는 않아요.”

“그러면? 빨아주지 않는다고. 왜 이래. 다 아는데. 정말 그렇다면 오늘 한번 신나게 빨아볼까? 쭉 쭉 소리를 내며 빨아보면 아마 다음엔 아이스크림만 봐도 아랫도리가 꼴려 환장할 걸, 흐흐”

웃음소리가 아니다. 가늘게 찢어진 눈꼬리와 노리끼리 한 눈은 흰자위가 거의 없었다. 얼굴은 갸름했지만 눈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바람에 제대로 보지 못한 탓도 있지만 보통의 사람 형상은 아니었다. 특히 가까이 있으면 심한 노린내가 풍겼다. 너무 역겨운 냄새가 꼭 오랫동안 떠돈 개에서나 풍기는 것과 같았다. 아니 동물원에 가면 맡아지는 그런 냄새 같기도 했다. 입에서 나온 냄새라기보다는 온 몸에서 풍겨났다.

“아, 이러지 마세요. 아파요.”

“아프다구? 다 뜯어버릴 건데 벌써 아프다면 어떻게. 그건 그렇고 아까 저 년이 한 말, 뭐지? 사람들이 온다고 했나?”

“..........”

“이년이........”



쌍말을 퍼붓자 눈물만 흘리며 얼굴을 찡그린다. 사람들. 그렇다. 오늘은 언니가 바쁘다고 아침 먹자마자 오라고 한 것이다. 작은 모임을 갖고 있는 언니는 이번 달엔 자기 차례라고 제발 와서 도와 달라고 했다. 언니가 주도한 모임은 좀 고상한 성격을 띄웠다. 언제부터인지 갑자기 민속공예품에 빠져들더니 갖가지 모양의 골동품을 수집하기 시작하고, 뭐 말로는 나중에 큰 돈이 된다고 했지만, 하나하나 모은 공예품을 정성스레 손질해서는 뒷마당에 마련한 창고에 차곡차곡 모아뒀다. 널찍한 창고는 꼭 작은 박물관처럼 꾸며놓고 귀한 손님이 오면 한번은 방문을 해서 칭찬을 받아야 직성이 풀렸다. 아마 오늘 모임에는 친한 친구들로 자기도 알 만한 얼굴들일 것이다. 몇 명이 올지 모르지만 서넛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금영은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읊어댔다. 그러면서도 이 남자가 빨리 떠났으면 했다.

“그래? 거 잘 됐군. 친구들을 화려하게 마중해줘야겠지. 먼저 준비를 좀 할까?”

유석은 기분이 좋아졌다. 추리닝 아래서 덜렁거린 뭉치를 만지며 몸을 일으켰다. 아랫도리가 불룩 솟아난 게 커다란 바위 같다. 그때서야 지금 이 남자가 무엇을 할 것인지 안 세 여자는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 ‘악!’ 비명을 내지른 스물 초반 계집애는 얼결에 도망치려했다.

“어딜......., 이런 씨팔년이. 껍질을 벗겨버릴까 보다. 피부도 야들야들 한 게 홀라당 벗겨서 빨랫줄에 널어버려? 이리 와 이 쌍년”

“아아악!, 우욱!”

단말마 비명에 이은 바람 빠진 소리. 태엽 풀린 인형이 쓰러지듯, 아니 돌다가 균형을 잃은 팽이가 한쪽에 고꾸라지듯 다리를 꺾으며 두 걸음도 못가 비실거렸다. 배를 움켜잡은 청바지는 등을 구부리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사람의 모양이 아니라 돌돌 만 무슨 벌레모양이다. 유석의 발길질은 빠르고 거셌다. 온 근육이 팽창한 그는 이미 한 마리 늑대였다. 말을 쏟으며 동시에 발길이 날랐다.



흰자위를 드러낸 계집년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가볍게 들어올린 그는 다시 한번 왼 주먹으로 아랫배를 후려쳤다. 거품을 품으며 웨이브머리가 출렁댔다. 웩! 웩! 숨을 몰아쉬며 토악질을 해대는 그녀를 발로 밀어놓고 경악스런 눈을 치켜뜬 중년 두 여인에게 다가갔다. 발걸음으로 주춤주춤 뒤로 몸을 빼지만 가구에 막혀 더 이상 뺄 곳이 없는 두 여자는 그때서야 손을 모으며 빌기 시작했다. 찌그러진 얼굴이 오히려 더 성욕을 자극한 탓인지 유석은 추리닝 속에 손을 넣고 주물럭거렸다. 물컹 잡히는 좆대가리. 평소보다 서너 배는 커졌다. 그래도 오늘은 천천히 요리를 하고 싶은 그다. 요리? 그렇다. 산채로 먹는 음식보다 양념을 골고루 섞은 음식이 더 맛있겠지 않은가, 앞에 걸릴 것은 없다. 한적한 주택가. 누가 찾아올 것인가? 찾아오면 또 어때. 흥분으로 가득 찬 그는 눈이 노리끼리 해지며 숨을 거칠게 쉬었다.



거실 옆은 주방이다. 세 년은 그가 잠깐 주방으로 몸을 옮기자 엉금엉금 기어 딸년의 얼굴과 배를 잡고 난리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계집년이다. 아마 몇 분이 더 가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주방에 들어간 그는 깨끗하게 씻어놓은 요리용 가위를 들었다. 손잡이는 두꺼웠지만 날이 싸늘하게 선 가위다. 손바닥에 문질러보자 금방이라도 벨 듯싶다. 거실 쪽에선 약한 흐느낌이 흘러나왔지만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하려는 낌새는 없다. 그 정도 폭력을 보여주었으면 제 풀에 주저앉을 것이다. 오른 손에 주방에서 걸머쥔 가위를 들고 다시 거실로 나오자 세 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가위는 이미 흉기로 변한 거다. 김치를 썰 때나 파, 양파를 썰 가위는 아니다. 남자의 얼굴은 정상이 아니다. 눈과 코 입은 보이지만 모양이 일그러, 아니다. 사람의 형상이 아니라 촛불이 아래에서 비춘 듯 괴물의 모습이다.

“오늘은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요리를 해볼까? 급하게 먹어치운 음식은 맛을 느낄 여유가 없거든. 향도 맡고 혀를 내밀어 부드러움도 느끼며 천천히........”

이모란 서른 중반의 여자가 얼굴을 떨어트린다. 긴치마를 입은 하체가 제법 통통하다. 살결이 뽀얀 게 쪽 빨면 푸딩처럼 녹아들어 입안을 채울 것 같다. 유석은 서두르지 않았다. 거실가의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이다. 두툼한 커튼을 내리쳐도 햇빛은 그 사이로 빛을 뿌리고 있다. 그래도 약간은 어둑한 실내다. 태양 속 외로운 섬. 고도. 그렇다 이곳은 그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떠나기 전까지 그가 왕인 것이다.

“몇 시에 오지? 누군가 온다며........”

“저, 점심때.”

“그래? 손님을 환영하기 전에 먼저 네 젖꼭지를 먹어볼까?”

“이이힉!”

그의 손이 갑자기 블라우스를 헤집자 서른 중반 여자는 놀래서 비명을 질렀다. 손이 파고든 것보다 차가운 금속성이 속옷위로 느껴진 탓이다. 가위로 살갗을 잘라낼 것처럼 가져다 댄 바람에 놀라 비명을 내지른 것이다. 그래도 이미 파고든 손길은 얇은 블라우스를 뜯어 헤치고 박음질이 단단한 곳은 가위로 끊어버렸다. 하얀 속옷 안으로 브라가 비춘다. 손을 저으며 막은 여자는 차가운 금속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움추려들뿐이다. 남자의 손아귀 힘은 너무 거칠고 막아낼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자신의 힘으론 밀어내기가 역부족이었다.

“하지 마. 하지 마. 싫어”

“싫다니. 이렇게 좋은 가슴을 가지고 있으면서 뭐가 싫어. 잘 난 젖통을 드러내고 보여줘야지. 저 년, 니 언니란 년도 가슴이 꽤 팡팡한 것 같은데,”

누리끼리한 눈초리가 자기를 향하자 마흔으로 보인 여자는 얼결에 손으로 가슴을 가린다. 딸아이를 끌어안은 여자는 무력감에 짓눌린 표정이지만 뭔가 해야 한다는 의식이 박혀 있는 듯 문 쪽을 자주 쳐다봤다. 도망? 그러나 남자의 감각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 줄로 한 손과 한 발을 묶어. 서로 서로 묶으면 되겠네. 아니 왼 손과 왼 발목을 묶으란 말이야.”

던져진 줄은 아침이나 밤에 정원에서 줄넘기할 때 썼던 줄이다. 가위로 손잡이를 자르고 가운데를 싹둑 잘라 반씩 던졌다. 앉는 자세로 서로 한쪽 손과 한쪽 발을 묶자 몸을 일으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른손만 자유로워 저항을 할 수도 없다. 남자는 가위로 속옷을 싹둑 자르고 내처 브라까지 가운데 끈을 잘라 한쪽에 던졌다. 출렁거리며 매달린 유방이 하얀 빛으로 드러났다. 검은 유두가 처녀의 그것은 아니지만 크지 않은 게 살빛 유륜과 잘 어울렸다. 웃옷은 이미 다 발가벗겨지고 흑흑, 흐느끼는 서른 여자의 하의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안 돼. 하지 마”

“이런 쌍년이........, 어디서 혀 짧은 소리를 내고 그래. 다시 말해 봐. 누가 주인이야. 이거. 누구 거야? 혀 짧은 소리하면 그냥 잘라버려.”

“흑, 흑. 하지 마”

“이 년이 아직 맛을 못 봤군. 매운 맛을 봐야 하나”

“그만, 그만해요. 그 애는 우리랑 아무 관계도 없어요. 더 이상 손대지 말아요, 제발”

“웃기는 년들이군. 누가 상관있다고 지랄이야 지랄은. 글고 너도 저년처럼 존대를 해야 지, 안 그래. 다시 말 해봐”

“하지 마세요. 잘 못 했어요. 봐 주세요”

“그래 볼 테니까 일어나서 천천히 이거 벗어. 난 저년들이란 대화를 나눌 테니까. 빨리”

그의 목소리는 비아냥거린 듯하면서도 힘이 들어섰다. 묘한 위압감은 그녀를 내리 눌렀다. 가위가 눈앞을 왔다 갔다 하자 정말 유두를 떼어낼 것 같은 공포가 찾아들었다.

“자 이리 와 착한 아이들. 나의 귀여운 아기들. 이 보드라운 입술과 뺨과 귀. 향기까지 좆을 꼴리게 만든 이 아름다운 화초들. 이 기름기 흐르는 머리카락이며 목덜미를 타고 도는 이 보송보송한 솜털하며........, 자 이리 가까이 와. 우리 함께 쇼를 즐기자고. 저년이 하나씩 벗을 때마다 피어날 장미를 떠올리며. 근데 넌 왜 이리 떨어? 내가 싫어? 정말 싫어?”



말 할 때마다 풍긴 노린내는 역겹기 그지없었다. 입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저 속 깊은 가에서 쏟아져 나온 동물의 액취 같았다. 가까이에서 본 얼굴은 일그러지고 뒤틀려 있어 진짜 얼굴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였다. 어깨를 끌어안은 바람에 불편한 몸이 잡아당긴 대로 쏠렸다. 양쪽에 모녀를 끌어안고 손으로 젖가슴을 주물럭거렸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러나 현실이었다. 정화는 지금까지 그 어느 누가 이렇게 무례하게 자신의 젖가슴을 주무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가슴이 숭배와 사랑의 대상이 된 적은 있지만. 다른 여자아이들보다 큰 가슴이지만 징그럽게 크지는 않았고 날씬한 허리와 잘 어울려 가슴이 더 돋보였을 지도 모르지만 남자들의 눈길이 자주 머문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였다. 가슴뿐만 아니다. 얼굴도 결코 쳐지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퀸카인 그녀였다. 거칠게 가슴을 움켜쥐자 징그러운 느낌보다는 아프다는 느낌이 더 컸다. 애정이 깃들지 않은 손아귀는 반죽을 하듯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네 년은 이름이 뭐지? 대학생 같은데”

“.........”

왼 손과 왼 발이 한데 묶인 그녀는 싫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배가 욱신거린 아픔은 가셨지만 이런 무례한 남자와 말을 나눈다는 자체가 고역이었다.

“다시 묻는다. 이름?”

“.........”

차가움 감촉. 두 개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짐승이 입을 벌린 것처럼 가위는 x자로 뻗으며 뺨을 스쳤다. 소르르 돋은 소름. 금방이라도 살갗을 베어낼 듯싶은 움직임이다. 우유빛 살결은 부드러운 사포처럼 가위에 눌린 대로 모양을 잡는다. 힘을 더 주면 붉은 피가 솟아날 것이 분명하다. 무서움, 정화는 아뜩한 가운데 ‘엄마’를 찾는다. 목소리는 울먹임이다. 눈물에 젖은 속눈썹이 길다. 아름다운, 아니 청순한 얼굴이다. 입술로 구석구석 핥아대고 싶은 얼굴이다. 그래, 니 년의 얼굴을 내 아랫도리에 깊숙이 박아주지. 유석은 웃음을 흘린다.

“넌 이름이 뭐지?”

묵직한 물음에 어깨를 움츠린 은미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딸 정화를 안쓰럽게 보다 상체를 다 벗고 서 있는 동생에 눈길이 머문다. 대체 무슨 일인가, 자신이 부르지 않았으면 오지 않아도 됐고 이런 변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은미는 자신은 관두고라도 딸아이와 동생만은 아무 일 없었으면 싶었다. 숨을 몰아쉬고 남자를 본다. 역겨운 냄새는 계속 풍겼다. 눈물이 글썽하다. 곱상한 얼굴이 밉상은 아니다.

“은미에요. 저 애는 은희구요. 저 애랑 젠 다치게 하지 말아요. 부탁입니다.”

글썽이는 은미는 딸 정화를 걱정스레 지켜보곤 한숨을 쉰다. 무지막지한 이 남자는 거칠 것 없이 딸의 속옷을 파고들고 있다. 어깨를 숙이며 손길을 피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얇은 티셔츠 앞쪽이 불룩한 게 젖가슴을 휘젓고 있지 않나 싶다. 이쁜 딸이 거친 손에 놀아나는 것, 참기 어려운 은미다.

“하지 마세요. 그러지 마세요. 그 앤 다치지 말아요, 제발........, 흑흑”

“누가 뭐 했다고 그래, 이 쌍년이......., 조금 만진다고 어디 덧나나?”

쌍스런 욕이 쏟아졌다. 욕과 함께 거친 손길이 그녀의 상체를 뚫고 들어섰다. 가벼운 홈드레스 차림 은미는 아래서부터 솟구치며 더듬자 부르르 떨었다. 추운 겨울 찬물이 피부를 스쳐간 느낌이다. 아주 싫었다.

“이참에 피를 한번 볼까? 여길 잘라줘? 아님 이년 이 야들한 젖통을 그어버려?”

“하, 하지마세요. 제발 그러지 말아요.”

눈이 발갛게 충혈된 여자를 즐거운 듯 오른팔로 감는다. 허리까지 올려진 드레스가 통통한 하체를 보여준다. 마른 몸을 싫어한 유석은 이렇게 살집이 제법 있는 중년 여인의 튕기는 몸을 좋아했다. 통통한 몸매만큼 질퍽한 물을 질질 흘리지 않겠는가.



은희는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이런 불상사가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두 손을 오므려 상체를 가리고 있지만 발가벗긴 몸이다. 상체를 다 드러낸 그녀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윽박지르며 일어서라해 일어섰지만 다음은 차마 할 수 없었다. 하얀 치마, 무릎까지 오는 치마차림에 겉옷을 걸치고 온 그녀다. 윗도리는 속옷까지 갈기갈기 찢어져 구석에 박혀있었다. 하나씩 벗어라 했지만 어떻게 벗을 수 있나, 그냥 두 발을 벌리고 엉거주춤하고 있었다. 주저앉기는 저 남자가 너무 무서웠다. 손에 든 가위는 언제라도 상처를 낼 것 같았다. 상처뿐이랴, 가슴을, 복부를 찌를지도 몰랐다. 떨면서 가까스로 서있는 은희는 남자의 두 팔에 안겨 있는 언니, 조카와 눈이 마주치자 얼굴이 더 뜨거웠다. 발가벗은 몸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지만 온 몸을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 더 경황이 없었다. 제발 이대로 끝났으면 싶었다. 남자는 다시 양 손을 뻗어 두 여자의 아랫도리를 더듬고 있다. 가슴을 주물럭거리던 손이 두 다리 사이에 머물러 있는 게 보였다. 조카의 바지는 반은 벗겨져 있다. 거의 벗겨진 바지 앞으로 베이지색 속옷이 비춘다. 남자의 손은 지금 그 팬티 안에서 조몰락거리고 있다. 언니의 아래도 마찬가지로 팬티가 불룩했다. 하얀색 팬티는 동물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년은 털이 왜 이리 무성해. 이걸로 좀 다듬어줘야겠는걸. 흐흐. 근데 네년은 뭐하고 있어? 구경하고 있을 거야. 빨리 벗어봐. 아랫도리 좀 보자고. 그래 봐야 조갯살 밖에 더 있을까마는, 그렇지 언니?”



은미는 오른 손이 묶인 탓에 왼손으로 남자의 팔을 막고 있었지만 그 팔마저 남자의 뒤로 돌려버려 상체가 오히려 조금 들어졌다. 엉덩이는 바닥에 놓여있지만 이 남자가 더 들어올리면 공중에 붕 뜰 것이다. 묶인 다리를 끌어 두 허벅지로 막고 있지만 남자의 손을 피할 수 없었다. 들춰진 드레스 안으로 사정없이 파고든 손가락은 팬티 속을 더듬다 도톰한 겉음순을 위에서 아래로 문질러댔다. 부드럽게 만지던 손가락이 갑자기 거칠게 음순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흡! 숨을 들이쉬었다. 연한 질벽을 누르며 안으로 파고든 손가락은 쉴 새 없이 넘나들었다. 허벅지를 오므릴수록 손가락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뜨거움이 하체를 스쳤다. 숙인 얼굴을 들지도 못한 채 귓볼을 물들였다. 나이 마흔이 넘은 은미는 이렇게 강렬한 자위를 해본 적도 없었고 외간남자의 손이 부끄러운 이곳을 더듬은 적도 없었다. 순간은 들뜬 그녀다. 그녀에게 입냄새를 풍기며 얼굴을 핥듯 들이민 남자에게 정신이 퍼뜩 들었다. 고개를 가로 저은 은미다. 털이 많은 편인 그녀는 음모를 뽑아낼 듯 잡아채는 아픔에 그만 비명을 질렀다. 안쪽의 여린 살을 두 손가락으로 쥘락펼락 장난치다 갑자기 잡아챈 거다. 악!, 따끔한 아픔이다. 허리를 곧추 세웠다. 자유로운 왼손으로 하복부를 막았지만 이미 검은 털 두세 가락이 남자 손에 잡혀있었다. 코로 끙끙거리며 냄새를 맡은 그는 정화 코 밑으로 들이민다. 아직도 한손은 팬티 속을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이런 패팅이 처음은 아니다. 사귄 남자들마다 너도나도 치마 속을 파고들고 싶어 미쳤다. 그때마다 이 정도는, 하고 넘긴 그녀다. 그래도 팬티 안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기습키스를 하며 손이라도 넣을라치면 매섭게 손목을 꼬집곤 했다. 키스 정도야 괜찮다는 생각이지만 그곳을 함부로 만진다는 것은 불결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이 무지막지한 놈의 우악스런 손길은 죽기보다 싫었다. 부드러움이란 애당초 없었다. 밥그릇에 숟가락을 꼽듯 막무가내 파고들었다. 왼손이 묶인 정화는 오른손으로 아래를 막으며 오른다리를 틀어쥐었지만 그때마다 가위로 뺨을 톡톡 건드리는 통에 힘이 풀어졌다.



“냄새가 죽이지. 어때? 너 꺼하고 같아 달라. 니 년 것도 뽑아볼까?”

“.........”

묵묵히 고개를 숙인 정화는 가슴의 강한 통증에 입을 열었다. 터럭을 휙 분 남자는 왼손을 팬티에서 빼더니 셔츠 겉으로 젖가슴을 움켜쥔 것이다. 갑작스런 아픔에 비명을 지르며 정화는 허리를 비틀었다. 짜릿한 아픔이 왼쪽 가슴을 얼얼하게 만들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며 얼굴을 들었다.

“아, 아파. 그만........ 으윽!”

손에 힘을 주며 더 쥐어짜자 눈물을 흘리며 애원을 했다. 젖가슴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이 년이 이제야 입을 여는구만. 난 성질이 좆같아서 기다리지 못하거든. 알았지? 대가리를 끄덕이지 말고 말을 하라구, 응. 공손하게 말이야. 이쪽마저 쥐어짜줄까? 말랑말랑한 게 갖고 놀기 딱 좋거든. 아님 이걸로 떼어 내볼까?”

그때서야 정화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남자의 손길을 잡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정말 거칠 게 없어 보였다. 몸을 더럽히는 따위 말고도 얼마든지 나쁜 짓거리를 할 것 같았다.

“자, 잘 못했어요. 아저씨. 시, 시킨 대로 할 게요. 정말이에요. 아, 아파”

“그으래? 그렇다면 좋아. 이번은 봐 주지. 다음엔 정말 확 그어버린다. 알았어?”

“네, 네”

“그럼 벗어. 이 바지랑 셔츠랑 다 벗어, 팬티까지 홀라당.”

“손을........”

풀어달란 시늉이다. 제법 고분고분해진 모습에 만족한 모습이다. 가위를 한 손으로 덜렁대며 묶이지 않는 정화의 오른손을 들어 자크가 풀어헤쳐진 바지의 허리춤에 가져댄다.

“그냥 해. 한 손이면 충분하지 뭘. 빨리 벗고 그 파닥파닥한 몸을 보여 봐.”



정화는 엉덩이를 움찍이며 불편한 손으로 청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오른쪽은 바지가 그런대로 벗겨졌지만 반대쪽은 손발이 묶여있어 여의치 않았다. 티셔츠도 마찬가지로 왼쪽은 벗어지지 않은 채 목에 걸렸다. 반은 발가벗은 몸이 오히려 자극적이다. 분홍빛이 싸고도는 젊은 몸은 예술이었다. 아래와 위는 베이지색의 두 속옷이 눈을 부시게 했다. 유석은 흥분을 참으며 눈으로 그것마저 벗어, 했다. 망설이는 틈은 한번 가위가 춤을 추자 없어졌다. 얼른 다리를 비벼대며 벗고 어렵게 브라까지 끌렀다. 탱탱한 젖통에 맨드로운 아랫배, 그 아래로 검게 펼쳐진 숲까지 꼴리게 만들었다. 얼굴을 외로 꼰 계집아이를 무시하며 오른손을 등 뒤로 꺾자 젖통이 자랑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두 개의 흰빛 그릇이다. 먹음직한 음식을 담고 있는 그릇을 그냥 둘 순 없는 것. 유석은 손을 뻗어 아래를 받치며 손가락으로 분홍 젖꼭지를 뱅글뱅글 돌렸다. 작은 콩 크기의 젖꼭지가 연신 돌려대자 제법 커졌다.

“어떤 놈들이 이걸 빨고 즐겼을까? 많겠지? 몇 놈이나 빨아댔어? 열 놈 스무 놈? 나도 빨아줄까, 응? 쪽 빨면 맛있는 드링크가 뿜어져 나올 것 같은데........ 아님 똑 끊어서 질겅질겅 씹어줄까? 몇 놈이야? 이 년이 또 그래?”

오늘따라 말이 많은 그다. 고급음식점을 찾아 묵직한 메뉴판을 살피며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는 사람처럼 호흡을 고르며 거실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많은 말을 할 계획은 없었다. 오늘따라 자리에 주저앉아 먹잇감을 갖고 노는 맹수가 되었다. 호흡이 빨라진 것은 사실이었다. 분명 뭔가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다. 머리 속이 아득하다가 뱃속이 가스가 찬 것처럼 더부룩했다.



젖꼭지를 만지작거린 그는 오른쪽에 역시 오른손발이 묶인 채 불편하게 앉아 있는 중년에게도 드레스를 벗게 했다. 거추장스런 드레스를 벗으려고 낑낑대자 가위로 목에서부터 아래까지 길게 날카로운 날로 그어버렸다. 찌익! 천이 잘라진 소리가 마치 자신의 운명처럼 느낀 것은 유석만 아니다. 정화의 어머니, 은미는 소름이 돋은 충격에 몸을 움츠렸다. 중년의 몸은 펑퍼짐했다. 마흔이 들어서며 아랫배는 주책없이 나오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몸 관리를 잘 한 탓인지 그리 못나보이지는 않았다. 허리의 주름이나 좀 통통한 체격이 그렇지 좋아 보인 몸이다. 유석은 오히려 이런 통통한 몸을 좋아했다. 마른 체격은 아주 싫어해 줘도 안 먹은 편이라고 해야 맞을까. 물론 지금은 그런 사정을 따지지 않은 그다. 한번 찾아온 강렬한 충동은 구멍이 있으면 파고들어가 안식을 찾아야 했다. 가위로 갈기갈기 찢어발긴 팬티와 브라를 집어던진 그는 큼지막한 젖통을 손에 쥐고 역시 주물럭거렸다. 딸년이 분홍빛 콩이라 치면 이번은 검은 완두콩이다. 실핏줄이 연하게 드러난 젖통을 거칠게 주무른 그는 손가락으로 으깨려는 듯 젖꼭지를 돌렸다. ‘아, 아!’ 비명 이전의 고통의 신음이 중년에게서 흘렀다.

“아퍼? 벌써 아프면 어떻게.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버릴 텐데.......흐흐”

추악한 웃음에 은희는 떨면서 눈을 피했다. 이젠 자기 차례일 것이다. 발가벗은 언니와 조카의 몸을 내려보며 그녀 역시 긴장으로 숨이 막혔다. 아니나 다를까 언니의 젖꼭지를 비틀던 짐승은 곧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이젠 니 년 차례군. 아직도 그대로 서 있었단 말이지. 그 치마는 그대로 허리에 걸쳐있고 얇은 천조가리 역시 갈라진 구멍을 그대로 가리고 있고........, 좋아. 이렇게 해줄까?”

싹둑싹둑 소리가 뚜렷하게 들릴 정도로 언니의 머리채를 잡고 날선 가위로 잘라냈다. 검은 눈처럼 날린 머리카락. 낯빛이 허옇게 질린 언니는 입을 멍청히 벌리고만 있다. 귓가의 머리를 한 움큼 자른 남자는 또 그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이 목을........, 보고 싶지? 보고 싶어 미치겠지, 이년아. 붉은 피를 미친년 오줌싸듯 질질 흘리게 해줄까?”

“아......., 흐으윽!”

놀란 다음 찾아온 흐느낌. 언니는 저항의 겨를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은희 역시 깜짝 놀라 눈물을 주룩 흘렸다.

“흐흐흐, 시작해. 두 번 말 하면 피곤해지거든. 글고 너희 두 년은 손으로 여기를 아름답게 만져. 아름답게란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지저분하지 않게 잘 해”



은미와 정화는 망설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남자의 추리닝 하의는 두 손이 들어가기에 넉넉했다. 소파에 등을 대고 반쯤 누운 남자의 하체에 손을 넣고 딱딱하게 굳은 성기를 만지기 시작했다. 정화는 얼굴이 붉어졌다. 은미도 마찬가지로 눈을 피하며 빨개진 얼굴로 더듬기 시작했다. 정말 이 남자는 목이라도 자를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그건 너무 무서웠다.



발가벗은 상체를 가리고 있던 두 손을 내려 허리 양쪽으로 가져간 은희는 남자를 두려운 눈으로 봤다. 남자의 눈은 붉게 물들었다. 충혈된 눈이 더 무서웠다. 술에 취한 것처럼 점점 붉어진 눈은 마치 적외선을 쏘아내고 있은 듯 했다. 가슴에 구멍을 낼 듯싶었다. 옆 단추를 푼 그녀가 가볍게 허리를 비틀자 하얀 치마는 바닥에 떨어졌다. 남은 것은 스타킹과 팬티 한 조각. 가벼운 차림이라 팬티와 스타킹만 걸친 그녀다. 검은 팬티를 벗기 전 상체를 기우려 스타킹을 돌돌 말아 벗었다. 다음은, 잠시 망설이다 숨을 크게 쉬고 옆으로 몸을 돌려 팬티까지 벗었다. 손에 들고 주춤하다 남자의 까닥하는 손짓에 따라 앞으로 나섰다. 팬티를 받아 쥔 남자는 코를 박고 킁킁 거렸다. 자기 속옷의 은밀한 부분에 불쾌한 생각이 든 은미, 그러나 생각뿐 두어 걸음 앞에서 아랫도리를 손으로 가리고 있다.

“털내음하고는 분위기가 좀 다르네. 시큼한 게 꼭 먹다버린 사과 조각 같기만 한데, 이리 가까이. 손을 치우고. 손은 뒤로 돌려놓지 그래. 열중 쉬어 자세, 알지? 차렷 자세 오래하면 다리에 쥐가 나거든. 편하게 뒤로 돌려놓고 일로 오라구. 빨리! 네 년들은 사람을 참 피곤하게 만들어. 한번 말을 하면 두 셋은 알아들어야지. 이 년이나 이 년이나 다들 왜 그래? 넌 좀 부드럽게 주물 거려라. 무슨 나무 막대기 들고 쇼 하냐. 응?”

쇼, 라면 그럴 수도 있는 게 정화 입장이다. 사귄 남자들을 가끔 바지 겉으로 만져본 적은 있었다. 대개 발기를 하더라도 이렇게 크진 않았다. 물론 튼튼한 재질에 막힌 탓도 있었지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크진 않았다. 엄마의 손길이 간혹 잡힐 때는 부끄럽기도 했다. 일부러 피하면서 가급적 아래쪽을 쥘락펼락 했다. 튼실한 나무 밑동이 부드러운 고무에 쌓인 듯 했다. 좋은 느낌? 물론 아니다. 어둔 상자에 손을 넣을 때 만져지는 뱀의 감촉, 으슥한 산길에서 넘어질 때 손에 잡힌 물렁한 검은 이끼, 전자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가슴을 조몰락거리고 있는 손도 치워줬으면 싶었다. 어깨를 껴안은 채 유방을 돌돌 말고 있었다. 긴장인지 유두가 딱딱해진 느낌이 들었다. 드러난 하체에서도 묘한 열기 같은 게 피었다. 흥분은 아니다.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 정화는 다리를 꽉 오므렸다. 흘깃 건넨 시선에 엄마의 숙인 얼굴이 보였다. 자세가 무너져 있다. 다리가 벌어지고 호흡이 거칠어 보였다. 이마에 땀이 맺힌 모습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좋아 죽겠나 보지. 니 년들이 이런 대물을 언제 가까이 해 볼 거야. 운이 좋은 년들이지. 기껏해야 번데기 사촌이나 먹어볼 걸, 흐흐흐. 야. 넌 처녀야? 이년이나 저년은 물론 아새끼들을 쫙 까질러 놓아 구멍이 널널하겠지만, 넌?”

이미 손가락을 찔러 넣을 때 안 유석이다. 물기가 촉촉하니 잡힌 게 몇 번 씹질을 해본 그릇임에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1분도 되지 않아 분비물을 질질 흘리진 않을 거다. 몇 번이나 해봤냐니까? 톤을 높인 그. 정화는 머리를 끄덕일 뿐이다. 옆이 아니라 상하로.

“요즘엔 처녀가 정말 없어. 야, 이년아 고이 간작했다가 나한테 주면 안 되냐? 이럴 거라고 해서 벌써 삽질을 당했단 말이야. 아니겠지. 니 년이 좋아라고 헉헉, 댔겠지. 그렇지?”

“아, 아니에요. 술에 취해서........”

“그놈 건 어떻디? 번데기 커져봐야 번데기지. 나비가 될 거야 매미가 될 거야. 안 그래? 힘을 줘. 이 년아 쥘 때는 힘을 주다 놓을 때는 힘을 빼고 부드럽게. 강약, 리듬을 느끼면서. 대가리가 안 돌아?”

손에 쥐가 났다. 팔목의 핏줄이 도드라졌다. 묶인 왼손은 더 아팠다. 발목 역시 움직이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쥐가 났다. 이 남자에겐 어떤 말을 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숨이 가파른 것을 보니 흥분하나 보다. 붉어진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다. 지독한 노린내가 역겨운 남자다. 다시 오른손을 움직여 큼직한 밑동을 쥐고 주물럭거린다. 은미 역시 귀두를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징그러운 물건을 만지듯 마지못해 옴지락거렸다. 껍질이 벗어진 귀두에서 촉촉한 느낌이 전해지자 아랫도리가 뜨거워졌다. 묘한 상상. 팬티 속의 남자 물건이 자신의 은밀한 곳을 파고든 기분이랄까. 고개를 저은 그녀다. 이런 생각을 갖는 자체가 불결하게 느껴졌다. 근데 딸애가 이미 처녀를 잃었다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은 은미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대학 2년인 딸이 벌써 경험을 하다니. 실망감과 허탈감이 겹쳐 일어났다.



“아, 기분 좋아. 이렇게 보드라운 손길을 이제야 갖다니 내 좆이 오늘에야 호강하는군. 기분 끝내주는 날이야. 근데 넌 왜 그렇게 서 있어? 꿔다 놓은 보릿자루야 뭐야. 가랭이를 벌리고 그 가운데 시커먼 구멍을 꺼내봐. 다리를 쫙 벌리고, 더. 손은 뒀다 뭐해. 한 손은 젖통을 쓰다듬으며 한 손은 알지? 더 아래로. 더. 거기 가운데 시커먼 털에 쌓인 거기 말이야. 그래? 이제 알아듣네. 거기를 잘 보이게 펼치고 손가락으로 애무해봐. 애무하는 것 알지? 딸딸이 말이야. 오나니라고 해야 알아듣나? 옛날에 많이 했을 거 아냐? 안 했다고. 이 년이 아주 귀엽게 노네. 그럼 요즘에 하냐? 남편이 자주 박아주지 않아? 얼굴을 들고 젖통을 만지며 허리를 꼬면서........, 내 좆이 발딱거리게 만들어봐. 멋지게 하지 않으면 이 가위로 거기 털을 자르고 날을 박아버린다. 정말이야.”

“흐으윽, 하......할게요. 해치지는 말아요. 무서워요.”

“무섭기는 뭐가 무서워. 나처럼 부드러운 남자 있으면 나와 봐라 그래. 그렇지?”

정화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발가벗고는 있지만 아직 큰일을 당하진 않았다. 이대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를 바란 그녀다. 은미 역시 그러기를 바랐던 것인지 손을 보드랍게 움직이며 남자의 성기를 정성스레 애무했다.



유석은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는 여자들의 거기에만 집착을 가졌다면 오늘은 여자의 아름다운 향기까지 골고루 느끼고 싶었다. 얼굴의 입과 눈과 귀와 가슴의 봉긋한 유방, 낮게 솟구친 아랫배의 따뜻함, 거기 아래의 은밀한 치부와 그 뒤로 이어지는 선을 따라 숨어 있는 항문까지 모두 음미하고 싶었다. 생각을 흩트린 소리. ‘사르르르릉. 사르르르릉.’ 전자음. 소파 옆 테이블에서 나온 소리다. 휴대폰. 유석은 아차 싶었지만 손을 뻗어 폰을 들고 번호를 봤다. 누구 거? 눈짓을 보내자 오른쪽에 앉아 있는 중년이 얼굴을 든다.

“집에서는 전화 좀 끊어. 개나 새나 다 휴대폰이야. 자, 받아. 대신 딴소리하면 이 년 얼굴이 왕창 바뀔 거야. 용건은 간단히, 알지?”

“예, 예,”

목소리가 떨린다. 떨린 목소리는 상대방에게 의혹을 줄 수도 있다.

“이 번호는 누구야? 남편?”

“아, 아니에요. 치, 친구. 오늘 만날........”

유석은 잘 됐다는 표정으로 신호가 계속 오는 전화를 건넨다.

“네 친구들이 다 오면 너흰 아무 일 없이 놔주지. 어때?”

얼굴빛이 순간 환해진 은미는 얼른 전화를 받아 친구를 불러들였다.

“그래그래. 빨리 와. 얼른. 개 네들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아니, 응. 응”

친구는 나중 일이다. 지금 당장 이 지긋한 남자에게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이 남자가 들어선 한 시간이 평생 같았다. 성기를 주무르게 하고 부끄럽게 옷을 발가벗긴 이 남자는 악마였다. 그것도 딸과 동생이 있는데.........

“아주 잘 했어. 그럼 친구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그만 즐기고 너, 너는 이리 엎드려. 머리를 처박고. 거기 넌 이리 가까이 기어와. 무슨 말인지 몰라? 이것들이 그냥.”

“아니, 그냥 두겠다고 했잖아요? 친구들이 오면......, 약속은”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은 그다. 손바닥으로 젖통을 세차게 내리쳤다. 얼마나 세게 쳤으면 큰 돌덩이가 물에 떨어진 소리가 냈다. ‘쫙!’ ‘쫙!’ 동시에 퍼진 손바닥소리와 함께 정화와 은미는 악! 소리를 냈다. 인정사정없이 내리친 손바닥은 유방에 벌건 손도장을 만들었다. 또 들어올린 손을 보고 둘은 허겁지겁 상체를 숙이며 몸을 굽혔다. 뜨거운 아픔이었다. 가슴이 떨어져 나간 고통은 그의 말을 듣게끔 만들었다. 엉금엉금 기어 무릎을 굽히고 얼굴을 바닥에 댔다. 하체를 들어올린 모녀는 눈물을 삼키면서 엉덩이를 남자 쪽으로 향했다. 부끄러운 자세가 된 모녀는 차라리 보지 않으려는 듯 눈을 감았다. 감은 눈 아래로 주룩 눈물이 맺혔다.

“또 그러면 이번엔 이 엉덩이에 불을 붙게 만들어 줄 테야. 통통한 게 웬 만큼 내리쳐도 괜찮을 듯싶네. 한번 해볼까?”

“아......., 때리지 마세요. 너무 아파요. 엄마, 흑흑”

“누굴 찾아 찾긴. 니 년 엄마는 여기 이렇게 얌전히 엎드려 있는데. 똥구멍을 보이고 엎드려 있는 모양이 마치 찔러 달라 하는 것 같아. 너도 해줄까? 넌 이리. 빨리 기어. 개새끼처럼 재빨리 기지 못해!”



하복부에 머리에 닿을 정도로 기어오자 유석은 탐스런 머리채를 감아쥐고 얼굴을 들었다. 동그란 얼굴에 귀여운 보조개를 가진 서른 초반의 여자. 하얀 피부가 혀로 샅샅이 핥고 싶을 정도다. 푸석한 피부는 사실 맛이 없다. 오래된 음식처럼 퉤, 하고 뱉어버리고 싶었다. 이렇게 보드라우며 진득한 살갗이야말로 진정한 육체의 뜻을 전해주는 거다. 한손에 밭쳐든 얼굴. 뺨에 눈물이 흐른 자국. 붉어진 눈. 좋아, 이제야 흥분이 되가는 군. 난 이런 얼굴이 아주 좋아. 저런 어린애들은 비려서 싫고 저렇게 늙은 보지는 너무 늘어져서 싫고. 이렇게 분위기 있는 여자가 좋아. 그럼 이 이쁜 입을 즐겨볼까? 빨아!“

“네?”

놀란 은희. 돌아온 것은 화끈한 날벼락. 잠깐 이 남자의 무례함을 잊었던 대가치곤 독했다. ‘억!’ 뺨을 감싸고 얼굴을 숙이지만 그 통증은 참아내기 어려웠다. 몸을 피하고 싶었지만 머리채를 감아쥔 악력에 그럴 수도 없었다. 또 다시 손등에 떨어진 잇따른 고통.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빌 뿐 다른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잘 못했어요. 잘 못 했어요.’ 용서를 구하는 어린아이가 된 그녀다. 손등에 떨어진 손바닥일지라도 아픔은 대단했다. 손을 떼면 또 얼굴에 날라들었다. 몇 번 후려친 뒤에야 머리카락을 놓았다.

“빨아. 정성스럽게. 맛이 없으면 아예 얼굴 껍질을 벗겨줄 테니까. 엎드려서 깊숙이 넣고 혀로...... 알지? 사탕을 녹이듯 살랑살랑. 기분 잡치면 끝이야. 이 야들한 보조개에 좆을 박아줄 테니까. 어서!”

혀를 놀리는 게 서투른 그녀다. 빨아본 적이 없는 그녀는 가끔 친구들이 말한 대로 입을 벌려 붉으죽죽한 살 뭉치를 대뜸 빨았다. 침이 흐르면 삼키면서 혀로 앞부분을 건드리다 입술로 물었다. 역한 냄새가 싫었지만 얼굴 전체를 하복부에 파묻고 핏줄이 곧추선 남자의 성기를 땀이 나게 빨았다.



기분이 좋은 유석은 다리를 펴고 앉아 고운 향기를 뿌린 중년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털이 매끈한 강아지를 어루만지듯 정수리에서 목까지 쓰다듬어주며 한 손을 스물 계집아이의 아랫도리에 쑤셔 넣었다. 움찔 엉덩이를 피하는 게 하얀 꽃다발이 춤을 춘 듯 하다. 아름다워, 연분홍빛 살갗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왜 그동안 희뿌연 어둠 속에서 이리 고운 육체를 먹었을까? 눈부신 햇살에 드러난 이 흰 나신이야말로 신에게 바칠 제수가 아니겠는가.

손가락이 푹 들어가는 감촉은 그에게 잔잔한 떨림을 주었다. 한차례 이슬비로 이미 젖어 있는 골목길은 보드랍기 그지없다. 엉덩이를 비틀며 끙끙댄 정화란 계집아이는 얼굴을 바닥에 누이고 손을 뒤로 뻗어 남자의 손길을 막으려 한다. 그거마저 귀엽게 본 유석은 손가락 끝에 묻어 있는 물기를 입으로 쪽 빨며 중년의 엉덩이를 갖고 놀 작정으로 두 손가락을 찔러 넣는다. 푹, 소리는 느낌이다. 매 마른 땅처럼 푸석푸석하게 일그러진 원을 펼치다 그 위에 검게 오므린 항문을 간지렷다. ‘하악!’ 짧은 신음을 내며 허리를 비틀어 손가락을 피하는 은미. 그래도 손가락은 목표물을 빗나가지 않고 정확히 밀고 들어갔다. 매서운 손바닥 맛을 보기 싫은 은미는 둔부를 뒤틀 뿐 빼지 못했다. 더러운 감촉, 그렇다. 이 남자의 긴 손가락은 참으로 더럽기 짝이 없었다. 여자의 그곳을 함부로 만지작거리다 이젠 부끄럽기 한이 없는 자세로 두고 거기를 만지다니. 아, 한숨을 쉬며 또 허리를 비틀었다.



문득 유석은 발목스타킹에 쌓인 정화란 계집아이의 커피색 발바닥을 보며 춘식이 떠올랐다. 그 놈은 뭐할까? 그 새끼가 있었으면 틀림없이 저기에 배를 깔고 누워 이년의 통통한 발을 헬레레 빨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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