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입니다. 카페에 사진까지 같이 올려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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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얼굴은 괜찮은데 너무 뚱뚱하고 그러지 않냐?"
"뭔 소리야? 그러니까 네가 여자를 모른다는 소리나 듣고 있는 거야. 그건 뚱뚱이 아니라 육덕이라고, 육덕. 나는 그런 스타일이 좋더라."
"하긴 그래도 걔 가슴보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더라. D컵 쯤 되려나?"
"D컵? 웃기고 있네. 그건 진짜 최소로 잡아야 D컵인거야. 세영이는 몸무게도 60이 넘을텐데 아마 E컵이나 F컵쯤 되겠지."
술자리, 남자들끼리 모여있는 술자리에서는 여자의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에 끼는 게 싫었다. 지금 우리의 놀이감이 되고 있는 여자애들은 전부 다 우리 과 여자애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과 여자애들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안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게 간단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너 희원이랑은 어떻게 잘 돼가냐?"
"야, 너는 술 잘 마시고 있는데 그런 얘기는 또 왜 해? 그러면? 그럼 너는 수빈이랑 잘 돼가냐?"
지금 보다시피 우리들은 우리 과 여자애들이랑 사귀는 경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율이 잘 안 맞는다.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과의 특성상 남자 애들은 별로 잘 나지 못한 애들이라도 과 씨씨를 한번 정도는 꼭 했다. 이러다보니 다른 장소에서 가슴이 어떻고, 엉덩이가 어떻고 했는데 나중에 그 자리에 있던 애가 또 걔랑 사귀고 하는 그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던 거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우리 과 애들을 이런 식으로 입에 오르내리게 하는 걸 싫어했지만 지금 보다시피 그런 걸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근데 희원이랑 헤어진 건 진짜 잘 한거야. 걔 집착이 좀 심했냐? 그리고 아까 세영이가 육덕이니 뚱뚱이니 그랬지만 희원이는 솔직히 그냥 뚱뚱이야. 말을 할 가치도 없지. 그냥 뚱뚱이야."
"그거야, 그렇지. 오히려 잘 됐다."
"맞아. 그리고 너 이제 지은이 만난다면서."
"지은이? 이지은? 내가 걔를 만난다고?"
"희원이가 그러던데? 네가 바람피우고 그랬다고."
"와! 그게 진짜 무슨 말이야? 진짜 어이가 없네. 희원이가 평소에도 또라이인줄은 알았는데 이렇게도 뒤통수를 치네?"
우리는 대학생이다. 대학생 때 만나서 결혼까지 골인하는 커플이 얼마나 될까? 아주 극소수일거라 생각된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상황들을 봤을 때 그렇다. 내가 아는 커플들 중에서 결혼까지 한 커플은 하나도 없다. 결국에는 깨진다. 깨지고 이렇게 자기에 대해 도는 안 좋은 소문이 들리면 사람이 변하게 된다.
"희원이가 그래도 가슴은 엄청 컸거든. 걔가 위에서 방방 뛰면 아주 그냥 죽었지. 출렁출렁."
"근데 걔는 가슴만 출렁거리는 게 아니라 다 크니까. 뱃살도 출렁출렁."
"가슴만 큰건 아니었지. 그래도 가슴이 엄청 나기는 했으니까."
"걔는 몇컵이었냐?"
"걔가 진짜 F컵이었지."
"우와. 그래도 죽이네. 나는 언제 F컵이랑 한번 자보냐?"
"어떻게? 희원이라도 한번 꼬셔보던지."
"됐다. 걔는 진짜 내 스타일 아니다. 만나더라도 섹스나 몇번 하고 말아야지. 난 누구처럼 걔랑 몇년씩 못 사귄다."
확실히 말이 조금 심한 감이 있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사이라고 해도, 그리고 이미 헤어져버린 여자친구라고 해도 과했다. 막말로 걔가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과 사귈 수도 있는 일이었고.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배제해버릴만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인마. 희원이 얘기는 그만 해라. 그래도 얘랑 꽤 오랫동안 사귀고 그랬는데 말이 너무 심하네."
내가 중재를 하듯이 끼어들었다.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제야 내 말에 동의를 하는 몇몇이 입을 열었다.
"맞아. 그거 얘기를 뭐하러 자꾸 꺼내냐?"
"다른 얘기해. 희원이 말고도 예쁜 애 많이 있잖아."
애들이 갑자기 이런 반응을 보이자 희원이 얘기를 하면서 한참을 떠들던 고 녀석도 다른 얘기를 꺼내자고 했다.
"그럼 아예 우리과 애들이랑 안 사귄 여자애들만 이야기하자. 어때? 그건 괜찮지?"
나에게는 그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 애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어쨌거나 내 주변 애들이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는 여럿이 함께 이야기를 하는 장소였고, 내가 싫다고 해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제 각 학번 중에서 누가 가장 예쁜 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그래도 가장 먼저 이야기가 나온 것은 요즘 애들이었다. 요즘 애들이 가장 핫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이미 몇달이 지나버려서 얼굴을 다 익힌 사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잘 모르는 애들도 꽤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그래도 괜찮은 애들 꽤 들어오지 않았냐?"
"작년에도 예쁜 애들 몇명 있기는 있었잖아."
"근데 이상하게 작년 예쁜 애들은 다 학교를 안 다니더라?"
"걔 있잖아. 예쁜 애. 보미는 유럽인가 갔더라. 여행으로 잠깐 가는 게 아니라 아예 거기서 살거래. 그럴거면 학교에는 왜 온거야? 바로 유럽이나 갈 것이지."
"걔네 집이 딱 봐도 부자더만. 부자면 그냥 이거 저거 해보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돈낭비도 아니잖아. 걔네 집 입장에서는 그냥 경험이나 쌓은 거라고."
"그런가? 작년에는 그래도 걔가 제일 예뻤는데... 그래도 조금 아깝기는 하다."
아쉽기는 뭐가 아쉬운 걸까? 어차피 걔가 있었더라도 우리 같은 애들은 거들떠도 안 봤을 거다. 걔는 처음부터 우리와 거리가 있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거리가 그건가? 아니면 잘 나가는 사람과 찌질이와의 거리가 그건가? 아무튼 거리가 있었고, 걔가 계속해서 학교를 다녔다고 해도 우리와 사귀기는 커녕 가까워지기도 어려웠을 거다. 저런 시시한 이야기만 계속하고 있어서 나는 안주나 깨작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내 귀를 뒤흔드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 올해에는 세영이가 제일 예쁜 거고, 작년에는 보미가 제일 예쁜 거고. 우리 학번에서는 혜진이가 제일 예쁜 거네?"
"그렇지. 우리 학번에는 예쁜 애가 진짜 없었잖아. 혜진이가 원톱이지."
혜진이... 나는 그 이름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니까.
"혜진이... 혜진이는 좀 그렇지 않냐?"
한 친구의 말에 나는 또 다시 신경을 세웠다. 혜진이가 좀 그렇다? 저건 또 무슨 소리지?
"왜? 혜진이 정도면 원톱. 또 누가 있냐?"
"나도 혜진이가 원톱인 거는 인정한다. 혜진이가 솔직히 우리 학번 중에 제일 예쁘다. 그런데 좀 맛이 갔지. 옛날에는 진짜 예뻤거든. 처음 봤을 때. 그런데 지금은 좀 그렇다... 그냥 애초에 원톱이었으니까 지금도 제일 예쁘기는 한데 세영이나 보미한테 비교할 건 안 돼."
저 녀석이 저렇게 말을 하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수긍을 하는 분위기였다. 저건... 나도 인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혜진이의 스무살 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본다면... 차이가 분명히 있었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얼굴이 많이 맛이... 갔지.
"걔는... 양아치잖아. 그러니까 애가 그렇게 맛이 가지."
"맞아. 걔는 양아치지. 담배도 뻑뻑 피우고, 술도 엄청 마시잖아. 뭐하냐고 물어보면 맨날 술먹는데."
"부를까?"
"부른다고 오겠냐? 걔랑 여기서 친한 애들 별로 없잖아."
"왜 없어? 그리고 걔는 부르면 아무때나 와."
뭔가 분위기가 안 좋다. 그리고 혜진이라면... 부르면 오는 애다. 걔는 진짜 부르면 온다. 공짜 술을 준다고 부른다면... 그리고 딱히 하는 일이 없고... 가깝다면 반드시 올 애였다.
"뭘 또 부르냐? 걔 부르면 좀 그렇잖아. 지금 우리끼리 여자 얘기하고 그러는 거야 괜찮지. 그런데 혜진이 불러봐. 걔 앞에서 아까 희원이 같은 이야기 할 수 있겠냐?"
나는 다급하게 말리면서 말했다. 혜진이가 안 왔으면 좋겠다. 이런 자리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다.
"얘는 좀 이상한 애네. 아까는 희원이 같은 얘기 하지말자고 하더니만. 지금은 또 그런 얘기 못 한다고 부르지 말래."
"맞아. 이상해. 그리고 혜진이 부르면 재밌지. 이렇게 남자들만 잔뜩 있는 것보다 여자 하나 부르면 좋잖아."
"맞아. 게다가 혜진이는 빼지도 않고."
"안 빼? 그러면 넣게 해주냐?"
"이 새끼는 그런 생각밖에 안 한다니까?"
이런 농담이 싫다. 혜진이한테 넣게 한다니... 뭐 이런 농담을... 불편하다. 혜진이가 와서 좋을 게 없었다.
"불러. 불러!"
"그래, 그러면 나 전화 한다!"
녀석은 전화를 건다. 나는 말릴 수가 없다. 그저 속으로 전화를 안 받기를 기도할 뿐이다. 혜진이는 게으르다.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애다. 어쩌면 지금 자고 있을 수도 있다. 내 기도가 통한 것일까?
"안 받는 거 같은데?"
전화를 걸고 있던 녀석이 말한다.
"에이, 뭐야? 그럼 끊어라."
다른 녀석이 저렇게 말을 하고 끊으려던 찰나...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잠에 젖은 듯이 힘이 없는 목소리다.
"자냐?"
"응... 자고 있었어."
"지금 놀고 있는데 나올래?"
"놀아? 뭐하고?"
"너 좋아하는 거 하지. 술 먹는 거."
"술? 술 좋지... 근데 나 지금 좀 졸린데?"
"빨리 와. 내가 쏜다."
"진짜? 그래... 그럼 알겠어. 갈게."
혜진이는 계속 잠이 덜 깬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이 덜 깼는데 뭔 또 술을 먹겠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 혜진이는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많았던 애니까... 어쩔 수 없다.
"이제 온대."
"뭘 또 불러가지고..."
나는 괜히 힘없는 한소리를 내뱉어봤다. 내 말은 정말로 아무런 힘이 없었고, 잠시 후 혜진이는 도착했다.
혜진이... 아주 정리를 많이 하고 온 얼굴은 아니었다. 화장을 하기는 했지만 열심히 한 것 같지는 않았고, 대충 얼굴에 분칠을 한 정도였다. 잠을 자고 일어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살짝 얼굴이 부어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머리도 안 감았는지 조금은 푸석푸석해보였다. 그래도 한가지 사실은... 예쁘다는 거다. 예쁜 애는 화장을 대충해도, 얼굴이 부어도, 머리를 안 감아도 예쁜 거니까.
"어! 왔어?"
혜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혜진이는 우리쪽으로 왔다. 나는 어디에 앉을까도 걱정을 했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혜진이는 내 옆에 앉았다.
"오랜만이다!"
혜진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혜진이의 콧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다. 콧소리... 혜진이는 콧소리가 심한 편이다. 내가 여태까지 들어왔던 그 누구보다 콧소리가 심한 편이었다. 현영같은 연예인과 비교를 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콧소리였다. 하지만 현영의 콧소리가 조금 비호감이었던 반면에 혜진이의 콧소리는 귀여운 맛이 있었다. 혜진이는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콧소리를 계속 내면서 거기에 있는 내 친구들과 악수를 나눴다.
"너랑은 안 해도 되지?"
혜진이는 나를 보고 말했다.
"왜? 나랑은 손도 잡기 싫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자주 보잖아. 그것도 엄청."
혜진이는 나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나는 저 말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같이 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는 비밀이었고.
"뭐야? 그래가지고 그랬던 거야?"
옆에 있는 친구가 끼어들며 말했다. 순식간에 이야기의 대상은 나와 혜진이에서, 그 녀석과 혜진이로 바뀌었다.
"왜? 뭐 어땠는데?"
"우리가 사실 아까 누가 우리 학번에서 제일 예쁘냐, 이런 얘기를 했었거든. 그러니까 거기에 당연히 네 얘기가 나왔지. 그래서 애들이 너 보고 싶다고 부르려고 했거든. 근데 얘는 자꾸 뭘 부르냐는 거야."
"뭐야? 진짜로 그랬어?"
혜진이는 나를 살짝 흘겨보며 말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다 이유가 있었구만. 우리 몰래 자주 만나나보다. 뭐 둘이 사귀고 그런 거야?"
"에이, 사귀기는 무슨. 그냥 친하니까 자주 보는 거지."
"그래. 그럼 우리랑도 좀 친하게 지내고 하자. 애들 다 너랑 놀고 싶어해."
녀석이 말했다. 나는 역시나 이 자리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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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얼굴은 괜찮은데 너무 뚱뚱하고 그러지 않냐?"
"뭔 소리야? 그러니까 네가 여자를 모른다는 소리나 듣고 있는 거야. 그건 뚱뚱이 아니라 육덕이라고, 육덕. 나는 그런 스타일이 좋더라."
"하긴 그래도 걔 가슴보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더라. D컵 쯤 되려나?"
"D컵? 웃기고 있네. 그건 진짜 최소로 잡아야 D컵인거야. 세영이는 몸무게도 60이 넘을텐데 아마 E컵이나 F컵쯤 되겠지."
술자리, 남자들끼리 모여있는 술자리에서는 여자의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에 끼는 게 싫었다. 지금 우리의 놀이감이 되고 있는 여자애들은 전부 다 우리 과 여자애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과 여자애들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안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게 간단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너 희원이랑은 어떻게 잘 돼가냐?"
"야, 너는 술 잘 마시고 있는데 그런 얘기는 또 왜 해? 그러면? 그럼 너는 수빈이랑 잘 돼가냐?"
지금 보다시피 우리들은 우리 과 여자애들이랑 사귀는 경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율이 잘 안 맞는다.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과의 특성상 남자 애들은 별로 잘 나지 못한 애들이라도 과 씨씨를 한번 정도는 꼭 했다. 이러다보니 다른 장소에서 가슴이 어떻고, 엉덩이가 어떻고 했는데 나중에 그 자리에 있던 애가 또 걔랑 사귀고 하는 그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던 거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우리 과 애들을 이런 식으로 입에 오르내리게 하는 걸 싫어했지만 지금 보다시피 그런 걸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근데 희원이랑 헤어진 건 진짜 잘 한거야. 걔 집착이 좀 심했냐? 그리고 아까 세영이가 육덕이니 뚱뚱이니 그랬지만 희원이는 솔직히 그냥 뚱뚱이야. 말을 할 가치도 없지. 그냥 뚱뚱이야."
"그거야, 그렇지. 오히려 잘 됐다."
"맞아. 그리고 너 이제 지은이 만난다면서."
"지은이? 이지은? 내가 걔를 만난다고?"
"희원이가 그러던데? 네가 바람피우고 그랬다고."
"와! 그게 진짜 무슨 말이야? 진짜 어이가 없네. 희원이가 평소에도 또라이인줄은 알았는데 이렇게도 뒤통수를 치네?"
우리는 대학생이다. 대학생 때 만나서 결혼까지 골인하는 커플이 얼마나 될까? 아주 극소수일거라 생각된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상황들을 봤을 때 그렇다. 내가 아는 커플들 중에서 결혼까지 한 커플은 하나도 없다. 결국에는 깨진다. 깨지고 이렇게 자기에 대해 도는 안 좋은 소문이 들리면 사람이 변하게 된다.
"희원이가 그래도 가슴은 엄청 컸거든. 걔가 위에서 방방 뛰면 아주 그냥 죽었지. 출렁출렁."
"근데 걔는 가슴만 출렁거리는 게 아니라 다 크니까. 뱃살도 출렁출렁."
"가슴만 큰건 아니었지. 그래도 가슴이 엄청 나기는 했으니까."
"걔는 몇컵이었냐?"
"걔가 진짜 F컵이었지."
"우와. 그래도 죽이네. 나는 언제 F컵이랑 한번 자보냐?"
"어떻게? 희원이라도 한번 꼬셔보던지."
"됐다. 걔는 진짜 내 스타일 아니다. 만나더라도 섹스나 몇번 하고 말아야지. 난 누구처럼 걔랑 몇년씩 못 사귄다."
확실히 말이 조금 심한 감이 있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사이라고 해도, 그리고 이미 헤어져버린 여자친구라고 해도 과했다. 막말로 걔가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과 사귈 수도 있는 일이었고.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배제해버릴만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인마. 희원이 얘기는 그만 해라. 그래도 얘랑 꽤 오랫동안 사귀고 그랬는데 말이 너무 심하네."
내가 중재를 하듯이 끼어들었다.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제야 내 말에 동의를 하는 몇몇이 입을 열었다.
"맞아. 그거 얘기를 뭐하러 자꾸 꺼내냐?"
"다른 얘기해. 희원이 말고도 예쁜 애 많이 있잖아."
애들이 갑자기 이런 반응을 보이자 희원이 얘기를 하면서 한참을 떠들던 고 녀석도 다른 얘기를 꺼내자고 했다.
"그럼 아예 우리과 애들이랑 안 사귄 여자애들만 이야기하자. 어때? 그건 괜찮지?"
나에게는 그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 애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어쨌거나 내 주변 애들이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는 여럿이 함께 이야기를 하는 장소였고, 내가 싫다고 해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제 각 학번 중에서 누가 가장 예쁜 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그래도 가장 먼저 이야기가 나온 것은 요즘 애들이었다. 요즘 애들이 가장 핫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이미 몇달이 지나버려서 얼굴을 다 익힌 사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잘 모르는 애들도 꽤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그래도 괜찮은 애들 꽤 들어오지 않았냐?"
"작년에도 예쁜 애들 몇명 있기는 있었잖아."
"근데 이상하게 작년 예쁜 애들은 다 학교를 안 다니더라?"
"걔 있잖아. 예쁜 애. 보미는 유럽인가 갔더라. 여행으로 잠깐 가는 게 아니라 아예 거기서 살거래. 그럴거면 학교에는 왜 온거야? 바로 유럽이나 갈 것이지."
"걔네 집이 딱 봐도 부자더만. 부자면 그냥 이거 저거 해보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돈낭비도 아니잖아. 걔네 집 입장에서는 그냥 경험이나 쌓은 거라고."
"그런가? 작년에는 그래도 걔가 제일 예뻤는데... 그래도 조금 아깝기는 하다."
아쉽기는 뭐가 아쉬운 걸까? 어차피 걔가 있었더라도 우리 같은 애들은 거들떠도 안 봤을 거다. 걔는 처음부터 우리와 거리가 있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거리가 그건가? 아니면 잘 나가는 사람과 찌질이와의 거리가 그건가? 아무튼 거리가 있었고, 걔가 계속해서 학교를 다녔다고 해도 우리와 사귀기는 커녕 가까워지기도 어려웠을 거다. 저런 시시한 이야기만 계속하고 있어서 나는 안주나 깨작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내 귀를 뒤흔드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 올해에는 세영이가 제일 예쁜 거고, 작년에는 보미가 제일 예쁜 거고. 우리 학번에서는 혜진이가 제일 예쁜 거네?"
"그렇지. 우리 학번에는 예쁜 애가 진짜 없었잖아. 혜진이가 원톱이지."
혜진이... 나는 그 이름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니까.
"혜진이... 혜진이는 좀 그렇지 않냐?"
한 친구의 말에 나는 또 다시 신경을 세웠다. 혜진이가 좀 그렇다? 저건 또 무슨 소리지?
"왜? 혜진이 정도면 원톱. 또 누가 있냐?"
"나도 혜진이가 원톱인 거는 인정한다. 혜진이가 솔직히 우리 학번 중에 제일 예쁘다. 그런데 좀 맛이 갔지. 옛날에는 진짜 예뻤거든. 처음 봤을 때. 그런데 지금은 좀 그렇다... 그냥 애초에 원톱이었으니까 지금도 제일 예쁘기는 한데 세영이나 보미한테 비교할 건 안 돼."
저 녀석이 저렇게 말을 하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수긍을 하는 분위기였다. 저건... 나도 인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혜진이의 스무살 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본다면... 차이가 분명히 있었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얼굴이 많이 맛이... 갔지.
"걔는... 양아치잖아. 그러니까 애가 그렇게 맛이 가지."
"맞아. 걔는 양아치지. 담배도 뻑뻑 피우고, 술도 엄청 마시잖아. 뭐하냐고 물어보면 맨날 술먹는데."
"부를까?"
"부른다고 오겠냐? 걔랑 여기서 친한 애들 별로 없잖아."
"왜 없어? 그리고 걔는 부르면 아무때나 와."
뭔가 분위기가 안 좋다. 그리고 혜진이라면... 부르면 오는 애다. 걔는 진짜 부르면 온다. 공짜 술을 준다고 부른다면... 그리고 딱히 하는 일이 없고... 가깝다면 반드시 올 애였다.
"뭘 또 부르냐? 걔 부르면 좀 그렇잖아. 지금 우리끼리 여자 얘기하고 그러는 거야 괜찮지. 그런데 혜진이 불러봐. 걔 앞에서 아까 희원이 같은 이야기 할 수 있겠냐?"
나는 다급하게 말리면서 말했다. 혜진이가 안 왔으면 좋겠다. 이런 자리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다.
"얘는 좀 이상한 애네. 아까는 희원이 같은 얘기 하지말자고 하더니만. 지금은 또 그런 얘기 못 한다고 부르지 말래."
"맞아. 이상해. 그리고 혜진이 부르면 재밌지. 이렇게 남자들만 잔뜩 있는 것보다 여자 하나 부르면 좋잖아."
"맞아. 게다가 혜진이는 빼지도 않고."
"안 빼? 그러면 넣게 해주냐?"
"이 새끼는 그런 생각밖에 안 한다니까?"
이런 농담이 싫다. 혜진이한테 넣게 한다니... 뭐 이런 농담을... 불편하다. 혜진이가 와서 좋을 게 없었다.
"불러. 불러!"
"그래, 그러면 나 전화 한다!"
녀석은 전화를 건다. 나는 말릴 수가 없다. 그저 속으로 전화를 안 받기를 기도할 뿐이다. 혜진이는 게으르다.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애다. 어쩌면 지금 자고 있을 수도 있다. 내 기도가 통한 것일까?
"안 받는 거 같은데?"
전화를 걸고 있던 녀석이 말한다.
"에이, 뭐야? 그럼 끊어라."
다른 녀석이 저렇게 말을 하고 끊으려던 찰나...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잠에 젖은 듯이 힘이 없는 목소리다.
"자냐?"
"응... 자고 있었어."
"지금 놀고 있는데 나올래?"
"놀아? 뭐하고?"
"너 좋아하는 거 하지. 술 먹는 거."
"술? 술 좋지... 근데 나 지금 좀 졸린데?"
"빨리 와. 내가 쏜다."
"진짜? 그래... 그럼 알겠어. 갈게."
혜진이는 계속 잠이 덜 깬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이 덜 깼는데 뭔 또 술을 먹겠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 혜진이는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많았던 애니까... 어쩔 수 없다.
"이제 온대."
"뭘 또 불러가지고..."
나는 괜히 힘없는 한소리를 내뱉어봤다. 내 말은 정말로 아무런 힘이 없었고, 잠시 후 혜진이는 도착했다.
혜진이... 아주 정리를 많이 하고 온 얼굴은 아니었다. 화장을 하기는 했지만 열심히 한 것 같지는 않았고, 대충 얼굴에 분칠을 한 정도였다. 잠을 자고 일어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살짝 얼굴이 부어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머리도 안 감았는지 조금은 푸석푸석해보였다. 그래도 한가지 사실은... 예쁘다는 거다. 예쁜 애는 화장을 대충해도, 얼굴이 부어도, 머리를 안 감아도 예쁜 거니까.
"어! 왔어?"
혜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혜진이는 우리쪽으로 왔다. 나는 어디에 앉을까도 걱정을 했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혜진이는 내 옆에 앉았다.
"오랜만이다!"
혜진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혜진이의 콧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다. 콧소리... 혜진이는 콧소리가 심한 편이다. 내가 여태까지 들어왔던 그 누구보다 콧소리가 심한 편이었다. 현영같은 연예인과 비교를 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콧소리였다. 하지만 현영의 콧소리가 조금 비호감이었던 반면에 혜진이의 콧소리는 귀여운 맛이 있었다. 혜진이는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콧소리를 계속 내면서 거기에 있는 내 친구들과 악수를 나눴다.
"너랑은 안 해도 되지?"
혜진이는 나를 보고 말했다.
"왜? 나랑은 손도 잡기 싫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자주 보잖아. 그것도 엄청."
혜진이는 나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나는 저 말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같이 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는 비밀이었고.
"뭐야? 그래가지고 그랬던 거야?"
옆에 있는 친구가 끼어들며 말했다. 순식간에 이야기의 대상은 나와 혜진이에서, 그 녀석과 혜진이로 바뀌었다.
"왜? 뭐 어땠는데?"
"우리가 사실 아까 누가 우리 학번에서 제일 예쁘냐, 이런 얘기를 했었거든. 그러니까 거기에 당연히 네 얘기가 나왔지. 그래서 애들이 너 보고 싶다고 부르려고 했거든. 근데 얘는 자꾸 뭘 부르냐는 거야."
"뭐야? 진짜로 그랬어?"
혜진이는 나를 살짝 흘겨보며 말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다 이유가 있었구만. 우리 몰래 자주 만나나보다. 뭐 둘이 사귀고 그런 거야?"
"에이, 사귀기는 무슨. 그냥 친하니까 자주 보는 거지."
"그래. 그럼 우리랑도 좀 친하게 지내고 하자. 애들 다 너랑 놀고 싶어해."
녀석이 말했다. 나는 역시나 이 자리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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