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그러니까 대략 35년 전, 고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하던 20살 시절의 어느 날이다. 억지로 끌고
오다시피 그녀를 허름한 여관방에 데리고 온 나는 방문이 닫히자마자 거칠게 그녀의 옷을 벗
겨내었다. 그녀는 싫다고 거부했지만 화가 나서 ‘오늘은 기어이 따먹고 말겠다.’고 작정한 채
덤벼드는 남자의 손길을 당해내진 못했다. 하나하나 벗겨지고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자 어느
정도는 포기했는지 이불 속으로 몸으로 감추는 걸 보고 나도 서둘러 옷을 벗고는 몸을 포갰
다.
20살의 나는 여자를 다룰 줄 몰랐다. 나와 그녀, 그리고 친한 친구가 삼각관계로 번져버리고,
나보다 친구에게 더 빠져드는 것 같다는 걸 느끼며 질투심과 열등감에 불타서 일단 차지하고
보자는 어리석은 경쟁심만 가진 채 허겁지겁 덤벼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자를 눕
혀놓은 채 막상 속으로는 겁을 먹고 있었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 이웃집 아줌마의 유혹에
이끌려 동정을 뗄 뻔도 했지만, 소심했던 나는 욕구가 불타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서 발기가 되
지 못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 아줌마의 옥문엔 샘물이 질펀한 채 내 자지를 잡아 입구에
대주었지만 발기되지 못한 자지로 결국엔 그 문을 밀고 들어가질 못했다. 억지로 손으로 잡아
넣어보려고도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는 비록 웃으며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너 바보니?’하는
소릴 들었었다. 어린 나이에도 그런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마음 한구석 깊이 박혀 있었다.
이미 칼은 뽑아 들었고 ‘될 대로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입술을 빨고 가슴을 덮쳤다.
그녀는 머리를 휘젓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싫다고 몸을 비틀었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영영 그녀
를 놓쳐버릴 것 같았다. 겨우 브래지어를 벗기고 내 입술이 그녀의 가슴을 빨며 팬티를 벗겨
내는 동안 그녀도 지쳤는지 거부의 몸짓이 수그러들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힘겨루기를 치
러내고서야 그녀는 겨우 알몸이 되었고 나의 몸을 그 위에 실었다. 남녀의 살과 살이 맞닿는
느낌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좋았다. 마음속에는 두려움을 감춘 채 내 중심을 그녀의 중심
에 대고 비비고 눌러 보았지만 내 자지는 완전히 딱딱해지지 못했다. 더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에 완전히 발기하지 못한 자지를 잡고 그녀의 옥문에 대었다. 그래도 이전에 달콤
한 키스를 하고 가슴까지는 빨았던 것을 몸이 기억하는 것일까? 이미 그녀의 옥문도 매끄러
운 샘물로 적셔져 있었다. 어디를 겨냥하고 힘을 주는지 몰라 귀두로 그녀의 옥문을 몇 차례
나 문질러 가며 입구를 찾았다. 애초 두려움을 안고 시작했던 일이라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지
가 죽으려는 걸 느끼고 손으로는 자위하듯 하며 입구를 찾아 찌르다보니 어딘가 들어가는 느
낌이 온다. 그렇게 손의 힘을 빌린 채 밀어서 비로소 미지의 동굴 입구에 들어서고, 어느 순
간 그녀는 거부의 몸짓을 보이지 않고 그저 내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이어서 손을 놓
고 나머지도 다 들어가 결합을 완성할 수 있었고, 본능적으로 그녀의 동굴을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며 그 부드러운 황홀한 자극에 내 자지도 점차 딱딱해져 갔다. 자지를 손으로 잡지 않
고 그녀의 동굴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할 수 있게 되자, 두려움에 발기되지 못하는 소심함을
떨쳐내고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남자로서 완성되는 것 같은 자신감이 충만했다. 난 그
녀를 다 가진 것 같았다. 난 양팔로 그녀의 겨드랑이 쪽에 대고 버틴 자세로 그녀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녀에 대한 정복감과 삼각관계인 친구에 대한 승리감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전
리품이었다.
지금에서 보면 순진했던 어린 시절의 일이다. 나는 삼각관계의 와중에서, 일부나마 내가 먼저
선점했던 내 여자를 빼앗기는 패배자가 되기 싫었다. 그녀의 거부는 두 남자 중 나에 대한 거
부였는지, 존중받지 못하는 첫 경험에 대한 거부였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렇게 첫 관문을
넘기고서는 재수하는 내내 공부는 팽개치고 그녀와 붙어 지냈다. 혈기왕성한 나이에 섹스의
달콤함을 맛보았으니 그 유혹을 어찌 절제할 수 있으랴. 그녀는 나보다 1년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참이었다. 그녀가 직장을 구하게 되어 이사 갔던 신정동 31
번 버스 종점의 반지하 단칸 자취방, 그곳에 갈 때면 처녀가 혼자 자취하는데 남자 신발이 놓
여있음을 들키지 않으려 내 신발은 방 안에 들여놓았다. 재수하는 내내 안 가는 날보다 가는
날이 더 많았고, 가는 날엔 잠자기 전에 2번, 새벽에 일어나서 2번이 고정 패턴이었다. 첫 사
정 후에 결합한 채 잠시 쉬었다가 서서히 움직이면 다시 발기해서 한 번 더 하는 식이었다.
집에는 친구네 가서 공부한다고 둘러대고 2일을 그녀의 자취방에 가고 1일을 집에서 자는 생
활이 반복됐다. 그렇게 공부를 등한시했으니 결과는 빤한 것이었다. 재수하던 친구들 대부분
대학에 진학했는데 난 여자에 빠져 1년을 허송세월한 것처럼 여겨졌다. 부끄럽게도 난 마음속
으로는 원인이 그녀에게 있다고 책임전가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죽고 못 살 것 같았던 그녀
에 대한 감정이 서서히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고시 패스한 남자가 뒷바라지한 애인을 버리고
조건 좋은 여자와 결혼하는 3류 영화에서처럼, 성공에 대한 남자의 욕구가 여자에 대한 사랑
보다 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3수를 하던 어느 날 공부를 핑계로 그녀에게 이별
을 고했다. 이젠 기억마저 흐릿한 아련한 추억들이 많다. 가난한 어린 연인에게 순두부찌개는
최고의 외식이었고, 지금도 어쩌다 순두부를 먹을 땐 그 시절이 떠오른다. 아니, 그 시절이 떠
오를 때면 일부러 찾아서 순두부찌개를 먹는다는 것이 맞을게다.
군대를 갔다 와서 복학하고 무미건조하게 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귀가하며 일부러 멀리 돌아
가는 버스를 타고 왔다. 따듯한 오후 햇살에 졸다가 퍼뜩 깨서 두리번 거려보니 마포쯤 지나
는 중이었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려고 입구에 서 있는 여자를 보는 순간 가슴은 터질 듯
쿵광거리고 사고는 중지되는 듯 했다. 그녀였다.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는 동안 버스가 서고
그녀는 내렸다. 버스가 출발하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그녀는 그 사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다시 그 정거장엘 갔다. 후회했다. 당연히 그녀를 찾
을 수 없었고, 그녀를 뒤따라 내리지 못한 걸 후회했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그 근처에서 볼
수 있다면 커피라도 한잔하며 왠지 모를 미안함을 사과하고 싶었다. 그녀는 졸고 있는 나를
알아보진 않았을까? 혹은 내가 깨어있었다면 그녀가 버스에 타서 내리기 전에 알아보고 인사
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것이 나의 첫사랑이고 첫경험이었던 그녀를
본 마지막이었다. 사과하고 싶었던 감정이 마지막으로 남아서였을까? 비록 철없는 어린 시절
이었다지만 사랑하는 감정을 가진 여자를 소중하게 대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크게 남았다.
쓰고 보니 35년 전쯤의 일이 작년쯤 된 듯싶다. 누구에게나 첫경험은 평생의 기억으로 남는다
는데 내게도 그렇다.
그 후로 여러 만남과 이별을 가져봤지만, 지금은 인연이라는 것에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있
다. 지금에 와서 친구와 삼각관계로 갈 것 같으면 애초에 물러서고 말 것이다. 또는 그 자리
에서 원치 않는다면 억지로 함락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를 정복하는 섹스보단 서로가
즐기는 섹스가 내게 맞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서로가 자연스레 끌리지 않는 인연에 대해서
는 아무리 매력적인 상대라도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식의 대쉬는 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깊이 가지 못하는 인연이라면 무리하게 대쉬하기 보단 그냥 그 정도의 인연인대로
머물러 있고 만다. 직간접으로 들어보면 대개의 남녀관계의 끝은 좋지 않게 끝나는 것 같다.
지금의 난 여자와 가까워지게 되면 꼭 말한다. 좋은 인연인데 끝날 땐 끝나더라도 서로 원수
가 되어 끝내지는 말자고 한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도록 열심히는 살았지만 결과로만 본다면 평범에도 못 미치는 인생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새로운 인연이 생길지 그다지 기대하지 않은 입장에서, 많
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인연들을 경험담이란 형식으로 남겨놓고 싶다. 지나온 일들을 추억하
며 그것을 야설이라는 형식으로라도 남겨놓고 싶은 욕심이다.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아름다운
시절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 누드 사진을 찍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게다. 후끈한 섹스 장면
은 가급적 절제하고, 상황 묘사와 그런 일들이 훗날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들을 풀어놓으려
한다.
그러니까 대략 35년 전, 고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하던 20살 시절의 어느 날이다. 억지로 끌고
오다시피 그녀를 허름한 여관방에 데리고 온 나는 방문이 닫히자마자 거칠게 그녀의 옷을 벗
겨내었다. 그녀는 싫다고 거부했지만 화가 나서 ‘오늘은 기어이 따먹고 말겠다.’고 작정한 채
덤벼드는 남자의 손길을 당해내진 못했다. 하나하나 벗겨지고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자 어느
정도는 포기했는지 이불 속으로 몸으로 감추는 걸 보고 나도 서둘러 옷을 벗고는 몸을 포갰
다.
20살의 나는 여자를 다룰 줄 몰랐다. 나와 그녀, 그리고 친한 친구가 삼각관계로 번져버리고,
나보다 친구에게 더 빠져드는 것 같다는 걸 느끼며 질투심과 열등감에 불타서 일단 차지하고
보자는 어리석은 경쟁심만 가진 채 허겁지겁 덤벼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자를 눕
혀놓은 채 막상 속으로는 겁을 먹고 있었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 이웃집 아줌마의 유혹에
이끌려 동정을 뗄 뻔도 했지만, 소심했던 나는 욕구가 불타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서 발기가 되
지 못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 아줌마의 옥문엔 샘물이 질펀한 채 내 자지를 잡아 입구에
대주었지만 발기되지 못한 자지로 결국엔 그 문을 밀고 들어가질 못했다. 억지로 손으로 잡아
넣어보려고도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는 비록 웃으며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너 바보니?’하는
소릴 들었었다. 어린 나이에도 그런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마음 한구석 깊이 박혀 있었다.
이미 칼은 뽑아 들었고 ‘될 대로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입술을 빨고 가슴을 덮쳤다.
그녀는 머리를 휘젓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싫다고 몸을 비틀었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영영 그녀
를 놓쳐버릴 것 같았다. 겨우 브래지어를 벗기고 내 입술이 그녀의 가슴을 빨며 팬티를 벗겨
내는 동안 그녀도 지쳤는지 거부의 몸짓이 수그러들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힘겨루기를 치
러내고서야 그녀는 겨우 알몸이 되었고 나의 몸을 그 위에 실었다. 남녀의 살과 살이 맞닿는
느낌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좋았다. 마음속에는 두려움을 감춘 채 내 중심을 그녀의 중심
에 대고 비비고 눌러 보았지만 내 자지는 완전히 딱딱해지지 못했다. 더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에 완전히 발기하지 못한 자지를 잡고 그녀의 옥문에 대었다. 그래도 이전에 달콤
한 키스를 하고 가슴까지는 빨았던 것을 몸이 기억하는 것일까? 이미 그녀의 옥문도 매끄러
운 샘물로 적셔져 있었다. 어디를 겨냥하고 힘을 주는지 몰라 귀두로 그녀의 옥문을 몇 차례
나 문질러 가며 입구를 찾았다. 애초 두려움을 안고 시작했던 일이라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지
가 죽으려는 걸 느끼고 손으로는 자위하듯 하며 입구를 찾아 찌르다보니 어딘가 들어가는 느
낌이 온다. 그렇게 손의 힘을 빌린 채 밀어서 비로소 미지의 동굴 입구에 들어서고, 어느 순
간 그녀는 거부의 몸짓을 보이지 않고 그저 내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이어서 손을 놓
고 나머지도 다 들어가 결합을 완성할 수 있었고, 본능적으로 그녀의 동굴을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며 그 부드러운 황홀한 자극에 내 자지도 점차 딱딱해져 갔다. 자지를 손으로 잡지 않
고 그녀의 동굴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할 수 있게 되자, 두려움에 발기되지 못하는 소심함을
떨쳐내고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남자로서 완성되는 것 같은 자신감이 충만했다. 난 그
녀를 다 가진 것 같았다. 난 양팔로 그녀의 겨드랑이 쪽에 대고 버틴 자세로 그녀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녀에 대한 정복감과 삼각관계인 친구에 대한 승리감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전
리품이었다.
지금에서 보면 순진했던 어린 시절의 일이다. 나는 삼각관계의 와중에서, 일부나마 내가 먼저
선점했던 내 여자를 빼앗기는 패배자가 되기 싫었다. 그녀의 거부는 두 남자 중 나에 대한 거
부였는지, 존중받지 못하는 첫 경험에 대한 거부였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렇게 첫 관문을
넘기고서는 재수하는 내내 공부는 팽개치고 그녀와 붙어 지냈다. 혈기왕성한 나이에 섹스의
달콤함을 맛보았으니 그 유혹을 어찌 절제할 수 있으랴. 그녀는 나보다 1년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참이었다. 그녀가 직장을 구하게 되어 이사 갔던 신정동 31
번 버스 종점의 반지하 단칸 자취방, 그곳에 갈 때면 처녀가 혼자 자취하는데 남자 신발이 놓
여있음을 들키지 않으려 내 신발은 방 안에 들여놓았다. 재수하는 내내 안 가는 날보다 가는
날이 더 많았고, 가는 날엔 잠자기 전에 2번, 새벽에 일어나서 2번이 고정 패턴이었다. 첫 사
정 후에 결합한 채 잠시 쉬었다가 서서히 움직이면 다시 발기해서 한 번 더 하는 식이었다.
집에는 친구네 가서 공부한다고 둘러대고 2일을 그녀의 자취방에 가고 1일을 집에서 자는 생
활이 반복됐다. 그렇게 공부를 등한시했으니 결과는 빤한 것이었다. 재수하던 친구들 대부분
대학에 진학했는데 난 여자에 빠져 1년을 허송세월한 것처럼 여겨졌다. 부끄럽게도 난 마음속
으로는 원인이 그녀에게 있다고 책임전가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죽고 못 살 것 같았던 그녀
에 대한 감정이 서서히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고시 패스한 남자가 뒷바라지한 애인을 버리고
조건 좋은 여자와 결혼하는 3류 영화에서처럼, 성공에 대한 남자의 욕구가 여자에 대한 사랑
보다 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3수를 하던 어느 날 공부를 핑계로 그녀에게 이별
을 고했다. 이젠 기억마저 흐릿한 아련한 추억들이 많다. 가난한 어린 연인에게 순두부찌개는
최고의 외식이었고, 지금도 어쩌다 순두부를 먹을 땐 그 시절이 떠오른다. 아니, 그 시절이 떠
오를 때면 일부러 찾아서 순두부찌개를 먹는다는 것이 맞을게다.
군대를 갔다 와서 복학하고 무미건조하게 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귀가하며 일부러 멀리 돌아
가는 버스를 타고 왔다. 따듯한 오후 햇살에 졸다가 퍼뜩 깨서 두리번 거려보니 마포쯤 지나
는 중이었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려고 입구에 서 있는 여자를 보는 순간 가슴은 터질 듯
쿵광거리고 사고는 중지되는 듯 했다. 그녀였다.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는 동안 버스가 서고
그녀는 내렸다. 버스가 출발하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그녀는 그 사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다시 그 정거장엘 갔다. 후회했다. 당연히 그녀를 찾
을 수 없었고, 그녀를 뒤따라 내리지 못한 걸 후회했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그 근처에서 볼
수 있다면 커피라도 한잔하며 왠지 모를 미안함을 사과하고 싶었다. 그녀는 졸고 있는 나를
알아보진 않았을까? 혹은 내가 깨어있었다면 그녀가 버스에 타서 내리기 전에 알아보고 인사
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것이 나의 첫사랑이고 첫경험이었던 그녀를
본 마지막이었다. 사과하고 싶었던 감정이 마지막으로 남아서였을까? 비록 철없는 어린 시절
이었다지만 사랑하는 감정을 가진 여자를 소중하게 대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크게 남았다.
쓰고 보니 35년 전쯤의 일이 작년쯤 된 듯싶다. 누구에게나 첫경험은 평생의 기억으로 남는다
는데 내게도 그렇다.
그 후로 여러 만남과 이별을 가져봤지만, 지금은 인연이라는 것에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있
다. 지금에 와서 친구와 삼각관계로 갈 것 같으면 애초에 물러서고 말 것이다. 또는 그 자리
에서 원치 않는다면 억지로 함락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를 정복하는 섹스보단 서로가
즐기는 섹스가 내게 맞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서로가 자연스레 끌리지 않는 인연에 대해서
는 아무리 매력적인 상대라도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식의 대쉬는 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깊이 가지 못하는 인연이라면 무리하게 대쉬하기 보단 그냥 그 정도의 인연인대로
머물러 있고 만다. 직간접으로 들어보면 대개의 남녀관계의 끝은 좋지 않게 끝나는 것 같다.
지금의 난 여자와 가까워지게 되면 꼭 말한다. 좋은 인연인데 끝날 땐 끝나더라도 서로 원수
가 되어 끝내지는 말자고 한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도록 열심히는 살았지만 결과로만 본다면 평범에도 못 미치는 인생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새로운 인연이 생길지 그다지 기대하지 않은 입장에서, 많
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인연들을 경험담이란 형식으로 남겨놓고 싶다. 지나온 일들을 추억하
며 그것을 야설이라는 형식으로라도 남겨놓고 싶은 욕심이다.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아름다운
시절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 누드 사진을 찍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게다. 후끈한 섹스 장면
은 가급적 절제하고, 상황 묘사와 그런 일들이 훗날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들을 풀어놓으려
한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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