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술기운때문인지 그녀의 몸은 뜨거웠다. 아니, 내 몸이 더 뜨거울지도 몰랐다. 그녀의 가슴 위에 얹혀진 내 손은 말 그대로 그냥 얹혀져있었다. 손가락 하나 꿈틀거리지 않았다. 다만, 지금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듯한 내 손의 움직임은 내 의지가 아닌, 내 손 위에 포개어진 그녀의 손에 의한 것이였다.
"지우야... 오늘만... 내 애인... 되줄래...? 오늘만... 나... 네 여자가 되면 안될까...?"
그 말을 내뱉은 그녀의 입에선 뜨거운 입김이 내 뺨을 때리고 있었다. 뭔가를 갈구하는듯하는 그녀의 입술엔 이미 립스틱이 지워져있었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입술은 유난히 빨갛게 보였다. 내가 봤던 그 어느 여자보다도...
애인... 애인이 되어달라는 그녀의 말... 그녀가 그에게 원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내 여자가 되겠다는말... 인신매매도 아니고 어떻게 내가 이 여자를 소유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내꺼, 너꺼 하는 것은 물건에게나 하는 말이다. 과거에 사람을 노예취급하던 시절에는 그들에게 소유의 개념이 적용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절과는 다르다. 지금은 21세기,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고, 그렇기에 자유가 있다.
간혹 드라마나 아니면 친구들의 연애스토리를 보면 난 내꺼야~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드라마이기때문에, 그리고 어리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줌마... 아니, 은주는 벌써 나이가 40에다가 명철이라는 아들까지 있는 여인이다. 그런 여자가 오늘 하루만 내 여자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부적절해보였다. 하지만 이 부적절한 상황속에서 내 심장은 왜이렇게 두근거리는 것일까. 나는 도대체 이 상황속에서 뭘 상상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화끈거리는 그 감촉을 애써 이겨내며 그녀를 부축한채 그녀를 내 침대에 눕혔다. 눕히기 전까지 그녀의 가슴에 접착제가 발라진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던 내 손이 드디어 그녀의 속박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더욱 강력한 속박이 나를 구속하려고했다. 몸을 일으키려던 내 몸을 그녀가 끌어안은 것이였다.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그녀의 셔츠의 윗단추 4개는 풀린채 그녀의 브레지어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었다. 엄마처럼 우유빛깔이였지만 같은 색임에도 그녀의 유방은 왠지모르게 엄마와는 달랐다.
"하아... 하아... 지우야... 응...?"
나는 아무런 짓도 안했건만 그녀는 그녀 스스로 침대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리고 점점 더 깊어져가는 그녀의 뜨거운 한숨... 그녀는 나에게 도대체 뭘 원하는걸까. 아니, 그녀가 원하는게 뭔지 말하지 않아도 난 내가 뭘 해야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러기 싫었다. 난 그놈이 아니다. 다른 남자들이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친놈들과 나는 다르다. 그들과는... 그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내 입술은 점점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까워질수록 그녀가 내뱉는 숨이 내 코를 간지럽혔다. 술냄새가 섞인 그 향기속에서 나는 술냄새가 아닌 강렬한 뭔가를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 순간 나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것인지를 깨달았다.
"누나, 취했어요... 그만 주무세요. 알겠죠...?"
"으응... 치..."
앙탈을 부리는 그녀의 모습... 그녀의 모습은 40먹은 여자가 아닌, 마치 4살짜리 아이같았다. 어릴때 다른 친구의 집에 갔을때 귀여워서 머리카락을 만져주면 행복한 얼굴로 잠들곤 했던 그런 아이의 모습... 지금 그녀의 모습은 그때의 그 아이의 모습과 같았다. 나는 그래서 다른 행동을 하는 대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려주었다. 술기운때문인지 뭔가 인상을 찡그리곤했던 그녀의 얼굴엔 곧 평온함이 찾아왔다. 나는 그녀에게 안긴채 계속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져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내 품속에서 행복한 꿈나라로 떠난듯한 표정을 지었다.
"휴... 큰일날뻔했다..."
혹여라도 그녀가 깰까 조심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나는 천천히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술기운과 함께 극도의 피곤함이 찾아오는것 같았지만 그냥 이대로 잠들 수 없었다. 그녀와 벌려놓은 술판을 정리해야만 했다. 나중에 엄마가 들어와서 나에게 술을 마셨냐며 추궁할 것이 두려웠던것은 아니였다. 그녀가 무슨 자격으로 날 추궁한다는 말인가. 오히려 나는 은주... 아줌마를 보호하고 싶었다. 엄마가 돌아와서 그녀에게 왜 나와 술을 마셨냐고, 정리도 안하고 잔거냐고 따지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줌마를 보호할 나이는 아니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문득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내 여자가 되겠다... 오늘만 내 애인이 되겠다... 그 말들... 그게 남녀간의 관계에서, 연인들의 관계에서는 평범하게 내뱉는 그런 말들일까. 그렇다면... 엄마도 다른 남자에게, 아니... 명철이에게 그런 말들을 하고 있을까. 엄마는 명철이의 것일까? 그렇다면 왜 엄마는 하필이면 명철이의 여자가 되고 싶은걸까... 그게 바로 내가 모르는, 은주에게서 잠깐 봤던, 여자로써의 엄마의 모습인걸까...
얼추 뒷정리를 끝내고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이불을 내팽겨치고 잠든 은주를 보며 나는 다시 그녀의 몸을 이불로 덮어주었다.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장롱에서 혹시나 해서 마련해뒀던 이불을 꺼내 바닥에 깔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옆에서 잘 수는 없었다. 어릴때는 몇번 그녀의 옆에서, 그리고 엄마의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잠들곤 했었던것 같지만 지금은 아니였다. 나는 더이상 아이가 아니였다.
아니... 생각해보면 그녀들에게 나는 아직도 아이일지도 모른다. 그녀들보다 키가 커도, 아무리 밖에서 이제 다컸네~ 같은 소리를 들어도 나는 여전히 그녀들에게 아이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아이일것이 분명한 나에게 왜 은주는 자신의 애인이 되어달라고 했을까. 그녀에게만은 난 아이가 아닌 남자인걸까? 엄마에게는 아이지만 그녀에게는 남자인걸까? 그래서 아들인 나는 엄마에게는 아이이고, 내 친구인 명철이는 남자인걸까.
모든게 뒤바뀐것 같았다. 그녀에게 아이일것 같은 나는 남자가 된 것 같았고, 성인인 그녀는 내 앞에서 아이같은 모습을 보였다. 술때문인걸까? 외로워서? 아니면 세상 남자들의 말처럼 남자가 그리워서?
지금쯤 엄마는 명철이에게 엄마의 표정이 아닌, 아이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까...? 아이같은 얼굴로 미소를 지은채 잠든 은주처럼, 명철이에게 아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잠들어있을까...? 아니, 그건 인정할 수 없다. 엄마와 은주는 다르다. 적어도 은주아줌마가 내게 보였던 표정들은 진지했다. 짐승같은 욕망을 갈구하는것이 아닌... 그런 느낌이였다.
아니, 이것도 말이 안된다. 은주아줌마가 짓는 그런 표정은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을 갈구하는 것이고, 엄마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은 더러운 창녀들처럼 육체적인 쾌락을 갈구하는 그런 것이라는 논리는 마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마인드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은주는 순결하지만 엄마는 아니다.
모르겠다. 일단은 자고, 나머지는 그 다음 생각해야겠다. 조금 더 엄마에 대해 알아야겠다. 안다고 해서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엄마를 알게 된 후에도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지우야~~ 일어나. 학교가야지."
날 깨우는 소리에 나는 눈을 비비고 일어난다. 그 소리가 평소에 들리던 그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에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바라보고있던 나에게 은주아줌마가 문을 열고 윙크를 하더니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을 했다.
"아... 맞다... 어제 아줌마랑 술마셨지..."
전까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건만 어제 술을 마셨던 것을 떠올리자 머리가 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머리도 헝클어진것 같았다. 바닥에서 자던 나는 몸을 일으키며 내가 누웠던 이불에 원래는 침대에 있어야 할 베개가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어이구... 정말 아줌마 잠버릇이 심하네. 자면서 베개까지 떨구고..."
베개를 침대 위로 올려놓은 나는 베개에 이미 깊게 배인 그녀의 향기가 신경쓰였다. 하지만 어차피 금방 날아갈 것이라 생각하며 대수롭게 생각하진 않았다.
언제 돌아왔는지 엄마는 아줌마와 함께 밥을 하고 있었다. 숙취라고는 전혀 느끼지 않는지 싱글벙글 웃고있었단 아줌마와 달리 엄마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제 명철이를 만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경쓰이긴 했지만 어차피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화를 내야 하는건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아줌마도 있고 해서 욕실에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엄마와 단 둘이 살기 때문에 남의 눈치를 볼 일도 없기에 이런 식으로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들어간채 샤워를 하는 것이 익숙치 않았다. 가족이기 때문에 알몸을 보여도 부끄러울것이 없었다. 내가 엄마의 알몸을 보고 흥분한다면, 그것은 아들이 아니라 그저 짐승에 불과하다. 반대로 엄마도 내 알몸을 보면서 이상한 상상을 한다면, 그건 엄마가 아니라 발정난 암캐에 불과하다. 아니, 암캐도 자기 아들과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암캐에 대한 모독이다.
하지만 엄마는 왜 자신의 아들 또래인 명철의 품에 안기는 것일까. 그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나와 동갑이다. 엄마가 느끼기에 명철은 아들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들과 동갑이지만 아들은 아니라는, 제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엄마가 인식하고 있는 나와 명철의 존재의 차이는 그런 것일까. 나와 명철이의 차이는 몸을 섞을 수 있냐 없냐로 드러나는 것일까...
대충 머리를 말리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평소처럼 엄마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아줌마가 내 옆에 앉았다. 엄마는 고개를 들고 있지 않았다. 분명 어제 무슨 일이 생긴것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내 옆에 앉아 다정하게 나에게 반찬을 챙겨주는 아줌마의 행동을 나무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애시당초에 지는...
"언니! 어제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그리고... 지우랑 같이 마신거야?"
"응~~ 술친구도 없고 해서. 호호호..."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이 언니... 지우 아직 미성년자라구."
"뭐 어때~~ 그리고 어제 보니까 지우 다 컸던데~ 장가보내도 되겠다. 얘~"
"무... 뭐...?"
"으휴... 농담이야 농담. 풋... 아들데리고 술 한번 마신거기지고 엄청 뭐라그러네. 누가보면 내가 니 아들 잡아먹은줄 알겠다?"
"..... 그리고 그... 아침에 그 꼴이 뭐야 그게..."
"응? 뭐오~? 어떤꼴?"
"왜 언니가 다 큰 남자애 옆에서 옷을 다 벗구 자구있냐고!"
엄마는 식탁에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줌마는 살짝 당황한듯한 눈치였다. 어이가 없었다. 애시당초애 아줌마가 나와 술을 마시게 된 것이 누구탓인데...
"엄마! 왜 아줌마한테 그래요?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걸 아줌마한테 화풀이해도 되는거에요?"
"뭐...?"
"아... 진짜... 짜증나..."
나는 밥공기에 남아있던 밥알 몇개를 급하게 쑤셔넣고 양치를 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엄마는 울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에게 화를 낸 것은 저번에 핸드폰가게에서가 처음이였고, 남들 앞에서 이렇게 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아줌마가 보고 있는 앞에서 내가 화를 낸 것에 충격을 받았는지 엄마는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그 눈물때문에 나는 더 화가 났다. 엄마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지우야. 아무리 그래도 엄마한테 그렇게 화를 내면 안되지..."
"후... 몰라요..."
"호호... 엄마 많이 속상하겠다."
"....."
학교를 가기 위해 나는 집에서 나왔고, 아줌마도 더이상 집에 있기 불편했는지 내가 나가는 시간에 맞춰서 함께 문 밖으로 나왔다.
분명 아줌마와 내 관계는 친구의 엄마, 아들의 친구의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건만 아줌마는 마치 나를 아들인것처럼 내 팔짱을 끼고 걷고 있었다. 오늘의 아줌마의 얼굴은 어제 술에 취해 나에게 애인이 되달라고 했었던 그 얼굴이 아닌, 엄마같은 얼굴이였다. 나는 어쩌면 지금의 아줌마의 얼굴이 진짜 엄마다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 안녕하세요."
"응... 안녕... 근데 거긴 누구...?"
"누구니 지우야?"
학교를 가던중 앞에 서있었던 도덕선생, 지윤을 발견한 나는 인사를 했다. 지윤은 무뚝뚝하게 내 인사를 받아주며 나와 팔짱을 끼고 있던 은주아줌마의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우리는 엄마와 아들처럼 보이겠지만, 그녀는 아줌마가 내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옆집사람이니까.
그녀들은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이 침묵에 서서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때쯤, 지윤은 쌀쌀맞게 몸을 돌리고 평소 학교에서처럼 불만이 있다는듯한 발걸음으로 우리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지우야, 저분 진짜 선생님 맞아?"
"네. 도덕선생님이에요."
"푸훗... 뭐어~? 도덕선생님~?"
"네... 별로 웃긴 말은 아닌거같은데..."
"푸하하... 맞아맞아. 웃긴 말은 아니지. 호호호... 그런데 나는 왜이렇게 웃긴지 모르겠다 얘."
그녀가 왜 내 말이 웃긴지 모르겠는것처럼, 나 또한 아줌나가 왜 계속 웃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야, 너 뭐 화난일 있어??"
"몰라... 지우야. 나 오늘 좀 생각할게 있으니까 가만히 점 내버려둬. 나중에 얘기해줄게..."
오늘 아침 엄마와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엄마가 왜 화가 나 있을까를 생각했던 나에게 명철이의 대답은 일종의 해답과도 같은 것이였다. 그들에게 뭔가 일이 생겼던 것이 분명했다. 싸운걸까...? 왜? 스스로 알몸을 찍어서 그에게 보내주면서, 얼마전만 하더라도 명철 말고 다른 남자와는 절대로 몸을 섞지 않겠다고 말한주제에 왜 이제와서 싸운 것인지 나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엄마가 명철이와 싸운 이유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엄마라는 여자를 알기 위해서 엄마의 랜덤채팅의 대화가 어땟는지를 살피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했다. 집으로 돌아오는내내 그 방법을 생각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매고 고민했던것을 무색하게 만들만큼 그 방법이란 것은 쉬웠다. 엄마는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가면 핸드폰은 항상 거실에 있는 쇼파 위에 올려놓는다. 내 또래의 남자에게 다리를 벌려주며 그 은밀한 관계를 지속하는 여자치고는 너무나도 하술했다. 아니, 엄마는 그짓을 하는 것에 당당함을 느끼는걸까...
아무튼 나는 핸드폰 화면과 욕실문을 번갈아보며 엄마의 랜덤채팅을 실행하고 지난 대화목록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보면 볼수록 <물보지유부>라는 닉네임이 역겹기 짝이없었지만 대화들을 읽어나갈수록 엄마에게는 그 닉네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는 <개보지유부>가 더 어울린다.
섹스가조은남 : 꼴려?
물보지유부 : 응 많이...
섹스가조은남 : ㅋㅋㅋ
섹스가조은남 : 몇살?
물보지유부 : 37
섹스가조은남 : 누님이네
섹스가조은남 : 난 22살
물보지유부 : ㅎㅎㅎㅎㅎ
물보지유부 : 나이많아서 시러?
섹스가조은남 : 아니
섹스가조은남 : 더 따먹고싶은데? ㅎㅎㅎ
물보지유부 : 아잉~
섹스가조은남 : ㅋㅋ 시발년 개꼴리네
섹스가조은남 : 보지에 물 많아?
물보지유부 : 응 많아
물보지유부 : 지금도 홍수 ㅠㅠ
섹스가조은남 : ㅋㅋㅋ 걸레년
섹스가조은남 : 보지사진좀 보내바
그 음란한 대화를 나누며 그 남자의 자지사진... 과 엄마의 보지사진이 대화을 채우고 있었다. 그 남자의 자지사진에는 조금도 흥미가 없었던 나는 그것을 빠르게 내리고 엄마의 보지사진을 터치해서 확대했다. 확실히 그 보지의 갈라진 틈새는 마치 호수처럼 물이 고여있었다. 아니, 그냥 고여있다못해 흘러넘쳐 줄줄 흐르고 있었다.
섹스가조은남 : ㅋㅋㅋ 시발 존나 철철 넘쳐 흐르네
섹스가조은남 : 존나 빨고싶다 개년
물보지유부 : ㅠㅠ 흥분?br /> 섹스가조은남 : 37이면 남편 없어?
물보지유부 : 응 없어 ㅠㅠ
섹스가조은남 : ㅋㅋ 미혼?
물보지유부 : 아니 남편 죽었어
섹스가조은남 : ㅋㅋ 그럼 그 보지 임자 없겠네?
물보지유부 : 그건 비밀 ㅎㅎㅎ
섹스가조은남 : ㅋㅋ 시발 너 이제부터 내꺼해라
섹스가조은남 : 매일매일 쑤셔줄게
물보지유부 : ㅎㅎ 정말?
물보지유부 : 거짓말~~
물보지유부 : 젊은년 만나면 버릴거면서~~
섹스가조은남 : ㄴㄴ
섹스가조은남 : 너같은 물보지에 질릴리가
섹스가조은남 : 어차피 내 여친 쓰리썸 좋아하니까
섹스가조은남 : 너랑 여친 눕혀놓고 덮밥 존나 먹어줄게
물보지유부 : ㅎㅎㅎ 여친도 있어?
섹스가조은남 : ㅇㅇ
섹스가조은남 : 아 아무튼 꼴린다
섹스가조은남 : 폰섹할래?
물보지유부 : 응...
그 남자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그것을 끝으로 엄마와 그 남자의 역겨운 대화는 끝이 났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대화기록이 주르륵 이어져있다는 것이였다. 이것 하나만 읽는데도 이토록 피곤한데, 다른것까지 읽으려면 얼마나 힘들까...
마침 욕실에서 샤워기의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랜덤채팅어플을 종료시키고 핸드폰을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았다. 욕실에서 나온 엄마와 내 방에 들어가려던 내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엄마의 몸을 스캔했다. 특히 엄마의 보지를... 하지만 엄마는 아들이 그녀의 부끄러운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히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올리며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있었다.
물론 지금 엄마의 보지는 샤워기에서 흘러나온 물에 젖어있는 보지였다. 하지만 내가 곁에서 사라지면, 엄마만의 공간이 생기면 모르는 사내놈들과 저속한 대화를 하면서 씹물을 흘려대는, 그런 음탕한 보지일 뿐이였다.
아침에 엄마에게 화를 낸 것에 아직도 사과를 하지 附年? 아니, 이제는 사과를 할 마음도 없었다. 저런 년이 엄마라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내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이해하고싶은데 이해할수가 없다. 보는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대화를 저렇게 아무렇지도 하는 엄마는 도대체 어떤 생각일까... 채팅만으로도 저런데 폰섹을 한다거나, 실제로 몸을 섞으면서는 엄마는 과연 어떤 행동을 할까, 어떤 말을 내뱉을까. 뻔했다. 발정난 년처럼 씹물이나 흘리겠지... 어제 술을 마셔서인지 유난히 더 피곤했다. 눈이 스스르 감겼다. 나는 지금 눈을 감으면 영원히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몽정을 했다. 그 어느때보다 강렬한 쾌감을 느끼며... 그 어느때보다도 생생한 꿈 속의 엄마는 마치 내 자지기둥을 뿌리뽑을기세로 내 자지를 빨아대고 있었다. 그리고 꿈속의 나는 그 어느때보다 강렬한 쾌감을 느끼며 정액을 그녀에게 분출했다.
희미하게 눈 앞에 있는 엄마의 얼굴은 내 정액으로 범벅이 되었건만... 엄마는 그것을 기분나빠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에 묻은 정액을 그녀의 손가락으로 닦고는 자신의 입으로 그것을 삼켰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전에 상상했던것처럼 더러운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이였을까...
바지에서는 축축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잠에서 깬 내가 제일 먼저 느꼈던 것은 따뜻함이였다. 뜨거움이라든가, 불쾌한 따스함이 아닌 편안함. 그 어느곳보다, 그 어느때보다 따뜻했고 포근했다. 그렇기에 몽정을 한 것을 빠르게 처리하기보다 그 따스함을 더욱 오래 느끼고 싶었다. 그렇기에 눈도 뜨지 않고 그 따스함의 원천으로 나는 다욱 깊이 파고들어갔다.
살결냄새... 너무나도 그리운 냄새... 원했던, 너무나도 원했었던 그것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그 푸근함을 찾아 나는 내 얼굴을 그곳에 더욱 깊이 묻었다. 그 순간 옅은 신음소리 비슷한 것이 들렸다. 그리고 그것이 꿈만 같았던 그 환상을 깨버렸다. 눈을 뜬 내 앞에 있는 것은 엄마의 젖무덤이였다.
"윽... 이게 뭐야..."
"으음... 깼니...?"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엄마는 잠들어있었고, 내가 눈을 뜨고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자 엄마도 그것에 잠이 깬듯 눈을 비비며 일어나고 있었다.
"엄마! 왜 여기서 그러고 자요!!"
"응...? 왜에... 엄마가 아들 옆에서 자는게 뭐 어떻다고..."
"그... 그게 아니라... 왜 아무것도 안입고 그러고 있냐고요!!"
"뭐 어때... 어릴때 이렇게 재워주면 너 좋아했잖아. 그때 생각나서..."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서야 나는 내가 몽정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나는 또다시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며 욕실로 도망치듯 달려갔다. 마치 엄마에게 몽정을 한 것을 들킨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엄마는 내가 몽정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저렇게 잠들어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나를 부끄러운 아들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난 여전히 엄마의 아들일 뿐이였다...
주말이였다. 명철의 표정은 나아졌다. 엄마의 표정도 그날, 아침에 내 옆에서 자고 있었던 그날 이후로 밝아져서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아마 명철은 오늘 그 여자, 엄마를 만날 것이 분명했다. 엄마 또한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외출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확증을 잡고 싶었다. 내가 그들이 만나는 현장을 덮쳐서 뭘 하고 싶은지는 알고 싶었지만 그들이 발도 빼지 못할만한 증거를 찾고 싶었다. 아니, 그 반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쨋든 내가 확인하고 싶은 것이 뭐든간에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엄마를 미행하기로 했다.
물론 엄마의 외출을 막을 수도 있었다.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면서 엄마에게 나가지 말라고 할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이 그들의 밀회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방법이 영원히 먹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오늘은, 다음주는, 아니면 한달 뒤까지 그 방법이 먹힐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 방법은 마치 내성이 생긴 것처럼 엄마에게 먹히지 않을수도 있었다.
아니, 애시당초에 오늘 통할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미지수였다. 예를들어 내가 아프니까 오늘은 같이 있어달리고 하면... 엄마는 엄마로써 당연히 아픈 아들의 곁에 있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 큰 아들이 그런 응석을 부린다고 나를 나무라며 밖으로 향할수도 있었다. 두가지였다. 하나는 만약 엄마가 나를 외면하고 나가게 되었을때 내가 느낄 상실감이 두려웠던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밖에서의 엄마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그래서 나는 엄마를 미행하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설령 옳지 않은 선택이라고 해도...
나는 최대한 평범한 옷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엄마보다 먼저 나온 후 숨어서 엄마가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엄마는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며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나는 엄마의 뒤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를 유지하며 엄마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다행인것은, 어쩌면 아들로써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많은 인파속에 수많은 여자들의 뒷모습 속에서도 엄마의 모습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였다.
지하철에 탑승하고 구석에서 몸을 기댄채 엄마를 힐끗힐끗 훔쳐봤다. 엄마는 사람이 없는 곳에 몸을 기댄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던 것일까. 그리고 한 5정거장정거장 정도를 지나서 엄마는 지하철에서 내렸다. 나 또한 따라내린 후 또다시 거리를 유지한채 엄마를 미행했다.
"이런... 시발..."
지하철 역 입구에서 명철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비록 엄마와 명철이는 서로에게 아는척을 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그를 지나치자 명철이도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 방향이 달랐기에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고, 그중 나는 엄마를 따라가는 것을 선택했다.
거의 확실했다. 이제 엄마의 꽁무니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저 명철과 만나서 엄마의 가면을 벗어던진 엄마를 보고 싶었던 것이였던 나는 이제 그들이 만나는 순간 그들의 관계를 깨부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아니다, 그들이 만나고나면 늦는다. 만나기 전에 엄마를 다시 되돌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엄마를 쫓는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골목길에 들어선 엄마.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그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 순간 나는 그 잠시의 망설임을 후회했다. 엄마의 모습을 놓쳐버린 것이였다. 하필이면 골목길을 얼마 지나지않아 네갈래길이 나왔다. 내가 지나온 길은 어차피 아니라고 하면, 1/3의 확률이였다. 승산이 낮은 게임... 패배였다. 나의 패배였다.
나는 속으로 욕을 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엄마의 실체가 내가 바라는 엄마가 아니였던것처럼, 나 또한 더이상 엄마가 원하는 그런 착한 아들로 남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랜덤채팅을 실행했다...
~
골목길 한켠에서 한 여인이 어떤 남자의 모습을 숨어서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단지 아름답다고만 생각할 뿐이였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다가가고싶지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눈물이... 더이상 그녀도 그녀가 바라는 것이 뭐였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집에가서 대충 옷을 갈아입은 나는 <심심해>와 만나기 위해 다시 한번 그녀와의 채팅내용을 상기했다. 서로의
신상은 공개하기 싫다는 이유로 전화번호같은 것은 일체 교환하지 않았다. 단지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나는 청바지에 검은 셔츠, 그리고 회색 코트를 입겠다고 했고, 그녀는 빨간색 원피스에 갈색 코트, 그리고 나비모양의 머리핀을 하겠다고 했다. 약속장소는 내 집앞 지하철역으로부터 15정거장 떨어진 곳...
이동하는 내내 그녀가 소위 날 낚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애시당초에 아무나 걸려라 싶은 마음으로 무턱대고 랜덤채팅을 하던 나였다. 그러던 중 <심심해>가 보였던것 뿐이였고, 나의 한번 하자는 말에 그녀는 처음에는 놀라하더니 순순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그녀가 나오지 않을수도 있었다. 어차피 엄마에게 버림받은마당에 채팅에서 만난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바람맞는다고해도 더이상 달라질건 없었다.
암호명은 "딸기바나나 좋아하세요?" 였다. 수많은 사람들중이 우연히 복장이 비슷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뜬금없이 상대방일것 같은 사람에게 그 질문을 던짐으로써 서로를 확인하는 것이였다.
번화가답게 사람이 많았다. 지하철역에 내려 처음와본 장소에 3번출구가 어딘지를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도덕... 지윤의 모습이 띄었다. 뜻밖이었다. 집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다니... 그녀도 이것에서 남자를 만나는 것일까? 엄마처럼 다른 남자를 만나 다리를 벌릴 생각으로 보지가 젖어들어가고 있을까? 아니...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음란한 여자는 우리 엄마뿐일 것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 지우야... 네가 어떻게 이곳에..."
"그냥요. 만날 사람이 있어서. 선생님도 누구 만나요?"
그녀는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주변 사람들이 보면 그녀보다 어린 내가 그녀를 난처하게 만드는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 말만 남기고 나는 그녀에게 등을 보인채 3번출구로 향했다. 학교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원피스차림에 코트를 걸친 그녀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다. 우리 또래 여자아이들과 다르게 성숙된 모습. 그것이 여자였다. 음란한 여자들과 다르게 지적인 모습.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자의 모습이였다. 내가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과 다른 여자의 모습, 그것이 내가 바라는 여자의 모습이였다.
약속시간이 넘었는데도 <심심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갈색 코트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 몇이 내 주변을 지나갔지만 그녀들은 너무 나이가 많았다. <심심해>가 나이를 속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심해>로 의심되는 여자들은 너무나도 나이가 많아버였다.
내 건너편, 횡단보도 건너에서도 지윤이 누군가를 계속해서 기다리는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자연히 나와 그녀의 눈빛은 몇번 마주치긴 했지만 어색한 웃음만 주고받을뿐 그것이 끝이였다. 아니, 사실은 그녀가 일방적으로 내 모습을 보는 것을 의식해 내가 몇번 쳐다보는 것에 가까웠다.
그제서야 나는 지윤의 모습이... <심심해>와 약속했던 복장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리가 없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언제는 22살이라고 하고, 언제는 23살이라고 하며 나이를 왔다갔다하는 여자가 실제로는 27살이라고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도덕선생님이라는 여자가... 그냥 선생님도 아니고 "도덕"선생님이라는 여자가 랜덤채팅이나 하면서 대주라는 자신의 말에 흔쾌히 나왔다? 나는 갑자기 이 세상 모든 여자가 더럽게 느껴졌다. 엄마만 그런 것이 아니였다. 아줌마도, 선생님도, 내 옆을 방금 스치고 지나간 저 여자도... 다 똑같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미쳐있었다. 나만 제외하고 다들 미쳐버렸다. 미친놈들 세상에선 정상인 내가 미친놈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미치는 것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녀에게 뭘 말하려는지도 모르겠다. 뭘 하고싶은지도 모르겠다. 나는 신호등이 바뀌자 천천히 길을 건넜다. 그녀에게로, 우두커니 서서 내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안절부절못하며 내 시선을 피하는 그녀에게로 나는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딸기바나나... 좋아하세요...?"
그리고 그날 도덕선생님... 아니, 지윤도 미친 여자가 되었다.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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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쓰니까 손이 아프네요. 역시 PC가 제일...
-드디어 지우가 나름의 성장을 겪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지우에게 벌어질 일들, 지우가 겪게 될 감정의 변화, 엄마에 대한 인식, 물론 독자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수도 있고 재미있을수도 있습니다. 그건 독자분들이 판단할 몫이지 제가 재미있으니까 재미있어하세요! 라고 말할 부분은 아닌것 같네요.
-야설을 쓸때마다 느끼는건데 인물을 그려내는건 정말 힘든 작업입니다. 마성의 매력으로 여자를 두루 섭렵해버리는 유형의 인물도 나름 사이다를 선사하며 독자분들의 욕망을 대리만족시켜줄수도 있는 반면, 이새끼는 왜이렇게 답답해? 라고 느끼시면서 여러분에게 발암을 선사할수도 있습니다. 물론 작가의 의도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을 작가의 의도대로 받아들이냐 아니냐는 독자의 몫입니다. 제가 가이드를 제시해드릴순 있지만 그 가이드가 독자분들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것일수도 있습니다. 애시당초에 그게 꼭 바람직한것 같지도 않구요.
-그렇다고 독자분들의 의견을 무시하겠다! 라는 것도 아닙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큰 줄기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독자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드릴만한 장면을 넣는다거나, 전개를 살짝 비틀기도 합니다. 이번편을 예로 들면 지우의 미행씬 중 수진의 시선에서 바라본 짧은 씬이
그것이죠. 뭐... 물론 그 장면때문에 독자분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하실수도 있습니다만, ㅎㅎㅎ
술기운때문인지 그녀의 몸은 뜨거웠다. 아니, 내 몸이 더 뜨거울지도 몰랐다. 그녀의 가슴 위에 얹혀진 내 손은 말 그대로 그냥 얹혀져있었다. 손가락 하나 꿈틀거리지 않았다. 다만, 지금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듯한 내 손의 움직임은 내 의지가 아닌, 내 손 위에 포개어진 그녀의 손에 의한 것이였다.
"지우야... 오늘만... 내 애인... 되줄래...? 오늘만... 나... 네 여자가 되면 안될까...?"
그 말을 내뱉은 그녀의 입에선 뜨거운 입김이 내 뺨을 때리고 있었다. 뭔가를 갈구하는듯하는 그녀의 입술엔 이미 립스틱이 지워져있었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입술은 유난히 빨갛게 보였다. 내가 봤던 그 어느 여자보다도...
애인... 애인이 되어달라는 그녀의 말... 그녀가 그에게 원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내 여자가 되겠다는말... 인신매매도 아니고 어떻게 내가 이 여자를 소유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내꺼, 너꺼 하는 것은 물건에게나 하는 말이다. 과거에 사람을 노예취급하던 시절에는 그들에게 소유의 개념이 적용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절과는 다르다. 지금은 21세기,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고, 그렇기에 자유가 있다.
간혹 드라마나 아니면 친구들의 연애스토리를 보면 난 내꺼야~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드라마이기때문에, 그리고 어리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줌마... 아니, 은주는 벌써 나이가 40에다가 명철이라는 아들까지 있는 여인이다. 그런 여자가 오늘 하루만 내 여자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부적절해보였다. 하지만 이 부적절한 상황속에서 내 심장은 왜이렇게 두근거리는 것일까. 나는 도대체 이 상황속에서 뭘 상상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화끈거리는 그 감촉을 애써 이겨내며 그녀를 부축한채 그녀를 내 침대에 눕혔다. 눕히기 전까지 그녀의 가슴에 접착제가 발라진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던 내 손이 드디어 그녀의 속박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더욱 강력한 속박이 나를 구속하려고했다. 몸을 일으키려던 내 몸을 그녀가 끌어안은 것이였다.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그녀의 셔츠의 윗단추 4개는 풀린채 그녀의 브레지어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었다. 엄마처럼 우유빛깔이였지만 같은 색임에도 그녀의 유방은 왠지모르게 엄마와는 달랐다.
"하아... 하아... 지우야... 응...?"
나는 아무런 짓도 안했건만 그녀는 그녀 스스로 침대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리고 점점 더 깊어져가는 그녀의 뜨거운 한숨... 그녀는 나에게 도대체 뭘 원하는걸까. 아니, 그녀가 원하는게 뭔지 말하지 않아도 난 내가 뭘 해야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러기 싫었다. 난 그놈이 아니다. 다른 남자들이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친놈들과 나는 다르다. 그들과는... 그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내 입술은 점점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까워질수록 그녀가 내뱉는 숨이 내 코를 간지럽혔다. 술냄새가 섞인 그 향기속에서 나는 술냄새가 아닌 강렬한 뭔가를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 순간 나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것인지를 깨달았다.
"누나, 취했어요... 그만 주무세요. 알겠죠...?"
"으응... 치..."
앙탈을 부리는 그녀의 모습... 그녀의 모습은 40먹은 여자가 아닌, 마치 4살짜리 아이같았다. 어릴때 다른 친구의 집에 갔을때 귀여워서 머리카락을 만져주면 행복한 얼굴로 잠들곤 했던 그런 아이의 모습... 지금 그녀의 모습은 그때의 그 아이의 모습과 같았다. 나는 그래서 다른 행동을 하는 대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려주었다. 술기운때문인지 뭔가 인상을 찡그리곤했던 그녀의 얼굴엔 곧 평온함이 찾아왔다. 나는 그녀에게 안긴채 계속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져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내 품속에서 행복한 꿈나라로 떠난듯한 표정을 지었다.
"휴... 큰일날뻔했다..."
혹여라도 그녀가 깰까 조심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나는 천천히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술기운과 함께 극도의 피곤함이 찾아오는것 같았지만 그냥 이대로 잠들 수 없었다. 그녀와 벌려놓은 술판을 정리해야만 했다. 나중에 엄마가 들어와서 나에게 술을 마셨냐며 추궁할 것이 두려웠던것은 아니였다. 그녀가 무슨 자격으로 날 추궁한다는 말인가. 오히려 나는 은주... 아줌마를 보호하고 싶었다. 엄마가 돌아와서 그녀에게 왜 나와 술을 마셨냐고, 정리도 안하고 잔거냐고 따지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줌마를 보호할 나이는 아니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문득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내 여자가 되겠다... 오늘만 내 애인이 되겠다... 그 말들... 그게 남녀간의 관계에서, 연인들의 관계에서는 평범하게 내뱉는 그런 말들일까. 그렇다면... 엄마도 다른 남자에게, 아니... 명철이에게 그런 말들을 하고 있을까. 엄마는 명철이의 것일까? 그렇다면 왜 엄마는 하필이면 명철이의 여자가 되고 싶은걸까... 그게 바로 내가 모르는, 은주에게서 잠깐 봤던, 여자로써의 엄마의 모습인걸까...
얼추 뒷정리를 끝내고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이불을 내팽겨치고 잠든 은주를 보며 나는 다시 그녀의 몸을 이불로 덮어주었다.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장롱에서 혹시나 해서 마련해뒀던 이불을 꺼내 바닥에 깔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옆에서 잘 수는 없었다. 어릴때는 몇번 그녀의 옆에서, 그리고 엄마의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잠들곤 했었던것 같지만 지금은 아니였다. 나는 더이상 아이가 아니였다.
아니... 생각해보면 그녀들에게 나는 아직도 아이일지도 모른다. 그녀들보다 키가 커도, 아무리 밖에서 이제 다컸네~ 같은 소리를 들어도 나는 여전히 그녀들에게 아이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아이일것이 분명한 나에게 왜 은주는 자신의 애인이 되어달라고 했을까. 그녀에게만은 난 아이가 아닌 남자인걸까? 엄마에게는 아이지만 그녀에게는 남자인걸까? 그래서 아들인 나는 엄마에게는 아이이고, 내 친구인 명철이는 남자인걸까.
모든게 뒤바뀐것 같았다. 그녀에게 아이일것 같은 나는 남자가 된 것 같았고, 성인인 그녀는 내 앞에서 아이같은 모습을 보였다. 술때문인걸까? 외로워서? 아니면 세상 남자들의 말처럼 남자가 그리워서?
지금쯤 엄마는 명철이에게 엄마의 표정이 아닌, 아이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까...? 아이같은 얼굴로 미소를 지은채 잠든 은주처럼, 명철이에게 아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잠들어있을까...? 아니, 그건 인정할 수 없다. 엄마와 은주는 다르다. 적어도 은주아줌마가 내게 보였던 표정들은 진지했다. 짐승같은 욕망을 갈구하는것이 아닌... 그런 느낌이였다.
아니, 이것도 말이 안된다. 은주아줌마가 짓는 그런 표정은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을 갈구하는 것이고, 엄마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은 더러운 창녀들처럼 육체적인 쾌락을 갈구하는 그런 것이라는 논리는 마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마인드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은주는 순결하지만 엄마는 아니다.
모르겠다. 일단은 자고, 나머지는 그 다음 생각해야겠다. 조금 더 엄마에 대해 알아야겠다. 안다고 해서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엄마를 알게 된 후에도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지우야~~ 일어나. 학교가야지."
날 깨우는 소리에 나는 눈을 비비고 일어난다. 그 소리가 평소에 들리던 그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에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바라보고있던 나에게 은주아줌마가 문을 열고 윙크를 하더니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을 했다.
"아... 맞다... 어제 아줌마랑 술마셨지..."
전까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건만 어제 술을 마셨던 것을 떠올리자 머리가 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머리도 헝클어진것 같았다. 바닥에서 자던 나는 몸을 일으키며 내가 누웠던 이불에 원래는 침대에 있어야 할 베개가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어이구... 정말 아줌마 잠버릇이 심하네. 자면서 베개까지 떨구고..."
베개를 침대 위로 올려놓은 나는 베개에 이미 깊게 배인 그녀의 향기가 신경쓰였다. 하지만 어차피 금방 날아갈 것이라 생각하며 대수롭게 생각하진 않았다.
언제 돌아왔는지 엄마는 아줌마와 함께 밥을 하고 있었다. 숙취라고는 전혀 느끼지 않는지 싱글벙글 웃고있었단 아줌마와 달리 엄마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제 명철이를 만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경쓰이긴 했지만 어차피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화를 내야 하는건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아줌마도 있고 해서 욕실에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엄마와 단 둘이 살기 때문에 남의 눈치를 볼 일도 없기에 이런 식으로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들어간채 샤워를 하는 것이 익숙치 않았다. 가족이기 때문에 알몸을 보여도 부끄러울것이 없었다. 내가 엄마의 알몸을 보고 흥분한다면, 그것은 아들이 아니라 그저 짐승에 불과하다. 반대로 엄마도 내 알몸을 보면서 이상한 상상을 한다면, 그건 엄마가 아니라 발정난 암캐에 불과하다. 아니, 암캐도 자기 아들과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암캐에 대한 모독이다.
하지만 엄마는 왜 자신의 아들 또래인 명철의 품에 안기는 것일까. 그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나와 동갑이다. 엄마가 느끼기에 명철은 아들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들과 동갑이지만 아들은 아니라는, 제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엄마가 인식하고 있는 나와 명철의 존재의 차이는 그런 것일까. 나와 명철이의 차이는 몸을 섞을 수 있냐 없냐로 드러나는 것일까...
대충 머리를 말리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평소처럼 엄마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아줌마가 내 옆에 앉았다. 엄마는 고개를 들고 있지 않았다. 분명 어제 무슨 일이 생긴것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내 옆에 앉아 다정하게 나에게 반찬을 챙겨주는 아줌마의 행동을 나무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애시당초에 지는...
"언니! 어제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그리고... 지우랑 같이 마신거야?"
"응~~ 술친구도 없고 해서. 호호호..."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이 언니... 지우 아직 미성년자라구."
"뭐 어때~~ 그리고 어제 보니까 지우 다 컸던데~ 장가보내도 되겠다. 얘~"
"무... 뭐...?"
"으휴... 농담이야 농담. 풋... 아들데리고 술 한번 마신거기지고 엄청 뭐라그러네. 누가보면 내가 니 아들 잡아먹은줄 알겠다?"
"..... 그리고 그... 아침에 그 꼴이 뭐야 그게..."
"응? 뭐오~? 어떤꼴?"
"왜 언니가 다 큰 남자애 옆에서 옷을 다 벗구 자구있냐고!"
엄마는 식탁에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줌마는 살짝 당황한듯한 눈치였다. 어이가 없었다. 애시당초애 아줌마가 나와 술을 마시게 된 것이 누구탓인데...
"엄마! 왜 아줌마한테 그래요?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걸 아줌마한테 화풀이해도 되는거에요?"
"뭐...?"
"아... 진짜... 짜증나..."
나는 밥공기에 남아있던 밥알 몇개를 급하게 쑤셔넣고 양치를 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엄마는 울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에게 화를 낸 것은 저번에 핸드폰가게에서가 처음이였고, 남들 앞에서 이렇게 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아줌마가 보고 있는 앞에서 내가 화를 낸 것에 충격을 받았는지 엄마는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그 눈물때문에 나는 더 화가 났다. 엄마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지우야. 아무리 그래도 엄마한테 그렇게 화를 내면 안되지..."
"후... 몰라요..."
"호호... 엄마 많이 속상하겠다."
"....."
학교를 가기 위해 나는 집에서 나왔고, 아줌마도 더이상 집에 있기 불편했는지 내가 나가는 시간에 맞춰서 함께 문 밖으로 나왔다.
분명 아줌마와 내 관계는 친구의 엄마, 아들의 친구의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건만 아줌마는 마치 나를 아들인것처럼 내 팔짱을 끼고 걷고 있었다. 오늘의 아줌마의 얼굴은 어제 술에 취해 나에게 애인이 되달라고 했었던 그 얼굴이 아닌, 엄마같은 얼굴이였다. 나는 어쩌면 지금의 아줌마의 얼굴이 진짜 엄마다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 안녕하세요."
"응... 안녕... 근데 거긴 누구...?"
"누구니 지우야?"
학교를 가던중 앞에 서있었던 도덕선생, 지윤을 발견한 나는 인사를 했다. 지윤은 무뚝뚝하게 내 인사를 받아주며 나와 팔짱을 끼고 있던 은주아줌마의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우리는 엄마와 아들처럼 보이겠지만, 그녀는 아줌마가 내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옆집사람이니까.
그녀들은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이 침묵에 서서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때쯤, 지윤은 쌀쌀맞게 몸을 돌리고 평소 학교에서처럼 불만이 있다는듯한 발걸음으로 우리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지우야, 저분 진짜 선생님 맞아?"
"네. 도덕선생님이에요."
"푸훗... 뭐어~? 도덕선생님~?"
"네... 별로 웃긴 말은 아닌거같은데..."
"푸하하... 맞아맞아. 웃긴 말은 아니지. 호호호... 그런데 나는 왜이렇게 웃긴지 모르겠다 얘."
그녀가 왜 내 말이 웃긴지 모르겠는것처럼, 나 또한 아줌나가 왜 계속 웃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야, 너 뭐 화난일 있어??"
"몰라... 지우야. 나 오늘 좀 생각할게 있으니까 가만히 점 내버려둬. 나중에 얘기해줄게..."
오늘 아침 엄마와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엄마가 왜 화가 나 있을까를 생각했던 나에게 명철이의 대답은 일종의 해답과도 같은 것이였다. 그들에게 뭔가 일이 생겼던 것이 분명했다. 싸운걸까...? 왜? 스스로 알몸을 찍어서 그에게 보내주면서, 얼마전만 하더라도 명철 말고 다른 남자와는 절대로 몸을 섞지 않겠다고 말한주제에 왜 이제와서 싸운 것인지 나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엄마가 명철이와 싸운 이유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엄마라는 여자를 알기 위해서 엄마의 랜덤채팅의 대화가 어땟는지를 살피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했다. 집으로 돌아오는내내 그 방법을 생각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매고 고민했던것을 무색하게 만들만큼 그 방법이란 것은 쉬웠다. 엄마는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가면 핸드폰은 항상 거실에 있는 쇼파 위에 올려놓는다. 내 또래의 남자에게 다리를 벌려주며 그 은밀한 관계를 지속하는 여자치고는 너무나도 하술했다. 아니, 엄마는 그짓을 하는 것에 당당함을 느끼는걸까...
아무튼 나는 핸드폰 화면과 욕실문을 번갈아보며 엄마의 랜덤채팅을 실행하고 지난 대화목록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보면 볼수록 <물보지유부>라는 닉네임이 역겹기 짝이없었지만 대화들을 읽어나갈수록 엄마에게는 그 닉네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는 <개보지유부>가 더 어울린다.
섹스가조은남 : 꼴려?
물보지유부 : 응 많이...
섹스가조은남 : ㅋㅋㅋ
섹스가조은남 : 몇살?
물보지유부 : 37
섹스가조은남 : 누님이네
섹스가조은남 : 난 22살
물보지유부 : ㅎㅎㅎㅎㅎ
물보지유부 : 나이많아서 시러?
섹스가조은남 : 아니
섹스가조은남 : 더 따먹고싶은데? ㅎㅎㅎ
물보지유부 : 아잉~
섹스가조은남 : ㅋㅋ 시발년 개꼴리네
섹스가조은남 : 보지에 물 많아?
물보지유부 : 응 많아
물보지유부 : 지금도 홍수 ㅠㅠ
섹스가조은남 : ㅋㅋㅋ 걸레년
섹스가조은남 : 보지사진좀 보내바
그 음란한 대화를 나누며 그 남자의 자지사진... 과 엄마의 보지사진이 대화을 채우고 있었다. 그 남자의 자지사진에는 조금도 흥미가 없었던 나는 그것을 빠르게 내리고 엄마의 보지사진을 터치해서 확대했다. 확실히 그 보지의 갈라진 틈새는 마치 호수처럼 물이 고여있었다. 아니, 그냥 고여있다못해 흘러넘쳐 줄줄 흐르고 있었다.
섹스가조은남 : ㅋㅋㅋ 시발 존나 철철 넘쳐 흐르네
섹스가조은남 : 존나 빨고싶다 개년
물보지유부 : ㅠㅠ 흥분?br /> 섹스가조은남 : 37이면 남편 없어?
물보지유부 : 응 없어 ㅠㅠ
섹스가조은남 : ㅋㅋ 미혼?
물보지유부 : 아니 남편 죽었어
섹스가조은남 : ㅋㅋ 그럼 그 보지 임자 없겠네?
물보지유부 : 그건 비밀 ㅎㅎㅎ
섹스가조은남 : ㅋㅋ 시발 너 이제부터 내꺼해라
섹스가조은남 : 매일매일 쑤셔줄게
물보지유부 : ㅎㅎ 정말?
물보지유부 : 거짓말~~
물보지유부 : 젊은년 만나면 버릴거면서~~
섹스가조은남 : ㄴㄴ
섹스가조은남 : 너같은 물보지에 질릴리가
섹스가조은남 : 어차피 내 여친 쓰리썸 좋아하니까
섹스가조은남 : 너랑 여친 눕혀놓고 덮밥 존나 먹어줄게
물보지유부 : ㅎㅎㅎ 여친도 있어?
섹스가조은남 : ㅇㅇ
섹스가조은남 : 아 아무튼 꼴린다
섹스가조은남 : 폰섹할래?
물보지유부 : 응...
그 남자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그것을 끝으로 엄마와 그 남자의 역겨운 대화는 끝이 났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대화기록이 주르륵 이어져있다는 것이였다. 이것 하나만 읽는데도 이토록 피곤한데, 다른것까지 읽으려면 얼마나 힘들까...
마침 욕실에서 샤워기의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랜덤채팅어플을 종료시키고 핸드폰을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았다. 욕실에서 나온 엄마와 내 방에 들어가려던 내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엄마의 몸을 스캔했다. 특히 엄마의 보지를... 하지만 엄마는 아들이 그녀의 부끄러운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히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올리며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있었다.
물론 지금 엄마의 보지는 샤워기에서 흘러나온 물에 젖어있는 보지였다. 하지만 내가 곁에서 사라지면, 엄마만의 공간이 생기면 모르는 사내놈들과 저속한 대화를 하면서 씹물을 흘려대는, 그런 음탕한 보지일 뿐이였다.
아침에 엄마에게 화를 낸 것에 아직도 사과를 하지 附年? 아니, 이제는 사과를 할 마음도 없었다. 저런 년이 엄마라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내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이해하고싶은데 이해할수가 없다. 보는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대화를 저렇게 아무렇지도 하는 엄마는 도대체 어떤 생각일까... 채팅만으로도 저런데 폰섹을 한다거나, 실제로 몸을 섞으면서는 엄마는 과연 어떤 행동을 할까, 어떤 말을 내뱉을까. 뻔했다. 발정난 년처럼 씹물이나 흘리겠지... 어제 술을 마셔서인지 유난히 더 피곤했다. 눈이 스스르 감겼다. 나는 지금 눈을 감으면 영원히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몽정을 했다. 그 어느때보다 강렬한 쾌감을 느끼며... 그 어느때보다도 생생한 꿈 속의 엄마는 마치 내 자지기둥을 뿌리뽑을기세로 내 자지를 빨아대고 있었다. 그리고 꿈속의 나는 그 어느때보다 강렬한 쾌감을 느끼며 정액을 그녀에게 분출했다.
희미하게 눈 앞에 있는 엄마의 얼굴은 내 정액으로 범벅이 되었건만... 엄마는 그것을 기분나빠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에 묻은 정액을 그녀의 손가락으로 닦고는 자신의 입으로 그것을 삼켰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전에 상상했던것처럼 더러운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이였을까...
바지에서는 축축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잠에서 깬 내가 제일 먼저 느꼈던 것은 따뜻함이였다. 뜨거움이라든가, 불쾌한 따스함이 아닌 편안함. 그 어느곳보다, 그 어느때보다 따뜻했고 포근했다. 그렇기에 몽정을 한 것을 빠르게 처리하기보다 그 따스함을 더욱 오래 느끼고 싶었다. 그렇기에 눈도 뜨지 않고 그 따스함의 원천으로 나는 다욱 깊이 파고들어갔다.
살결냄새... 너무나도 그리운 냄새... 원했던, 너무나도 원했었던 그것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그 푸근함을 찾아 나는 내 얼굴을 그곳에 더욱 깊이 묻었다. 그 순간 옅은 신음소리 비슷한 것이 들렸다. 그리고 그것이 꿈만 같았던 그 환상을 깨버렸다. 눈을 뜬 내 앞에 있는 것은 엄마의 젖무덤이였다.
"윽... 이게 뭐야..."
"으음... 깼니...?"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엄마는 잠들어있었고, 내가 눈을 뜨고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자 엄마도 그것에 잠이 깬듯 눈을 비비며 일어나고 있었다.
"엄마! 왜 여기서 그러고 자요!!"
"응...? 왜에... 엄마가 아들 옆에서 자는게 뭐 어떻다고..."
"그... 그게 아니라... 왜 아무것도 안입고 그러고 있냐고요!!"
"뭐 어때... 어릴때 이렇게 재워주면 너 좋아했잖아. 그때 생각나서..."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서야 나는 내가 몽정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나는 또다시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며 욕실로 도망치듯 달려갔다. 마치 엄마에게 몽정을 한 것을 들킨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엄마는 내가 몽정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저렇게 잠들어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나를 부끄러운 아들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난 여전히 엄마의 아들일 뿐이였다...
주말이였다. 명철의 표정은 나아졌다. 엄마의 표정도 그날, 아침에 내 옆에서 자고 있었던 그날 이후로 밝아져서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아마 명철은 오늘 그 여자, 엄마를 만날 것이 분명했다. 엄마 또한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외출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확증을 잡고 싶었다. 내가 그들이 만나는 현장을 덮쳐서 뭘 하고 싶은지는 알고 싶었지만 그들이 발도 빼지 못할만한 증거를 찾고 싶었다. 아니, 그 반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쨋든 내가 확인하고 싶은 것이 뭐든간에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엄마를 미행하기로 했다.
물론 엄마의 외출을 막을 수도 있었다.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면서 엄마에게 나가지 말라고 할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이 그들의 밀회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방법이 영원히 먹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오늘은, 다음주는, 아니면 한달 뒤까지 그 방법이 먹힐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 방법은 마치 내성이 생긴 것처럼 엄마에게 먹히지 않을수도 있었다.
아니, 애시당초에 오늘 통할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미지수였다. 예를들어 내가 아프니까 오늘은 같이 있어달리고 하면... 엄마는 엄마로써 당연히 아픈 아들의 곁에 있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 큰 아들이 그런 응석을 부린다고 나를 나무라며 밖으로 향할수도 있었다. 두가지였다. 하나는 만약 엄마가 나를 외면하고 나가게 되었을때 내가 느낄 상실감이 두려웠던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밖에서의 엄마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그래서 나는 엄마를 미행하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설령 옳지 않은 선택이라고 해도...
나는 최대한 평범한 옷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엄마보다 먼저 나온 후 숨어서 엄마가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엄마는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며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나는 엄마의 뒤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를 유지하며 엄마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다행인것은, 어쩌면 아들로써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많은 인파속에 수많은 여자들의 뒷모습 속에서도 엄마의 모습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였다.
지하철에 탑승하고 구석에서 몸을 기댄채 엄마를 힐끗힐끗 훔쳐봤다. 엄마는 사람이 없는 곳에 몸을 기댄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던 것일까. 그리고 한 5정거장정거장 정도를 지나서 엄마는 지하철에서 내렸다. 나 또한 따라내린 후 또다시 거리를 유지한채 엄마를 미행했다.
"이런... 시발..."
지하철 역 입구에서 명철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비록 엄마와 명철이는 서로에게 아는척을 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그를 지나치자 명철이도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 방향이 달랐기에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고, 그중 나는 엄마를 따라가는 것을 선택했다.
거의 확실했다. 이제 엄마의 꽁무니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저 명철과 만나서 엄마의 가면을 벗어던진 엄마를 보고 싶었던 것이였던 나는 이제 그들이 만나는 순간 그들의 관계를 깨부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아니다, 그들이 만나고나면 늦는다. 만나기 전에 엄마를 다시 되돌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엄마를 쫓는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골목길에 들어선 엄마.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그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 순간 나는 그 잠시의 망설임을 후회했다. 엄마의 모습을 놓쳐버린 것이였다. 하필이면 골목길을 얼마 지나지않아 네갈래길이 나왔다. 내가 지나온 길은 어차피 아니라고 하면, 1/3의 확률이였다. 승산이 낮은 게임... 패배였다. 나의 패배였다.
나는 속으로 욕을 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엄마의 실체가 내가 바라는 엄마가 아니였던것처럼, 나 또한 더이상 엄마가 원하는 그런 착한 아들로 남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랜덤채팅을 실행했다...
~
골목길 한켠에서 한 여인이 어떤 남자의 모습을 숨어서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단지 아름답다고만 생각할 뿐이였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다가가고싶지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눈물이... 더이상 그녀도 그녀가 바라는 것이 뭐였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집에가서 대충 옷을 갈아입은 나는 <심심해>와 만나기 위해 다시 한번 그녀와의 채팅내용을 상기했다. 서로의
신상은 공개하기 싫다는 이유로 전화번호같은 것은 일체 교환하지 않았다. 단지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나는 청바지에 검은 셔츠, 그리고 회색 코트를 입겠다고 했고, 그녀는 빨간색 원피스에 갈색 코트, 그리고 나비모양의 머리핀을 하겠다고 했다. 약속장소는 내 집앞 지하철역으로부터 15정거장 떨어진 곳...
이동하는 내내 그녀가 소위 날 낚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애시당초에 아무나 걸려라 싶은 마음으로 무턱대고 랜덤채팅을 하던 나였다. 그러던 중 <심심해>가 보였던것 뿐이였고, 나의 한번 하자는 말에 그녀는 처음에는 놀라하더니 순순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그녀가 나오지 않을수도 있었다. 어차피 엄마에게 버림받은마당에 채팅에서 만난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바람맞는다고해도 더이상 달라질건 없었다.
암호명은 "딸기바나나 좋아하세요?" 였다. 수많은 사람들중이 우연히 복장이 비슷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뜬금없이 상대방일것 같은 사람에게 그 질문을 던짐으로써 서로를 확인하는 것이였다.
번화가답게 사람이 많았다. 지하철역에 내려 처음와본 장소에 3번출구가 어딘지를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도덕... 지윤의 모습이 띄었다. 뜻밖이었다. 집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다니... 그녀도 이것에서 남자를 만나는 것일까? 엄마처럼 다른 남자를 만나 다리를 벌릴 생각으로 보지가 젖어들어가고 있을까? 아니...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음란한 여자는 우리 엄마뿐일 것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 지우야... 네가 어떻게 이곳에..."
"그냥요. 만날 사람이 있어서. 선생님도 누구 만나요?"
그녀는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주변 사람들이 보면 그녀보다 어린 내가 그녀를 난처하게 만드는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 말만 남기고 나는 그녀에게 등을 보인채 3번출구로 향했다. 학교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원피스차림에 코트를 걸친 그녀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다. 우리 또래 여자아이들과 다르게 성숙된 모습. 그것이 여자였다. 음란한 여자들과 다르게 지적인 모습.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자의 모습이였다. 내가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과 다른 여자의 모습, 그것이 내가 바라는 여자의 모습이였다.
약속시간이 넘었는데도 <심심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갈색 코트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 몇이 내 주변을 지나갔지만 그녀들은 너무 나이가 많았다. <심심해>가 나이를 속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심해>로 의심되는 여자들은 너무나도 나이가 많아버였다.
내 건너편, 횡단보도 건너에서도 지윤이 누군가를 계속해서 기다리는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자연히 나와 그녀의 눈빛은 몇번 마주치긴 했지만 어색한 웃음만 주고받을뿐 그것이 끝이였다. 아니, 사실은 그녀가 일방적으로 내 모습을 보는 것을 의식해 내가 몇번 쳐다보는 것에 가까웠다.
그제서야 나는 지윤의 모습이... <심심해>와 약속했던 복장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리가 없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언제는 22살이라고 하고, 언제는 23살이라고 하며 나이를 왔다갔다하는 여자가 실제로는 27살이라고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도덕선생님이라는 여자가... 그냥 선생님도 아니고 "도덕"선생님이라는 여자가 랜덤채팅이나 하면서 대주라는 자신의 말에 흔쾌히 나왔다? 나는 갑자기 이 세상 모든 여자가 더럽게 느껴졌다. 엄마만 그런 것이 아니였다. 아줌마도, 선생님도, 내 옆을 방금 스치고 지나간 저 여자도... 다 똑같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미쳐있었다. 나만 제외하고 다들 미쳐버렸다. 미친놈들 세상에선 정상인 내가 미친놈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미치는 것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녀에게 뭘 말하려는지도 모르겠다. 뭘 하고싶은지도 모르겠다. 나는 신호등이 바뀌자 천천히 길을 건넜다. 그녀에게로, 우두커니 서서 내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안절부절못하며 내 시선을 피하는 그녀에게로 나는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딸기바나나... 좋아하세요...?"
그리고 그날 도덕선생님... 아니, 지윤도 미친 여자가 되었다.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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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쓰니까 손이 아프네요. 역시 PC가 제일...
-드디어 지우가 나름의 성장을 겪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지우에게 벌어질 일들, 지우가 겪게 될 감정의 변화, 엄마에 대한 인식, 물론 독자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수도 있고 재미있을수도 있습니다. 그건 독자분들이 판단할 몫이지 제가 재미있으니까 재미있어하세요! 라고 말할 부분은 아닌것 같네요.
-야설을 쓸때마다 느끼는건데 인물을 그려내는건 정말 힘든 작업입니다. 마성의 매력으로 여자를 두루 섭렵해버리는 유형의 인물도 나름 사이다를 선사하며 독자분들의 욕망을 대리만족시켜줄수도 있는 반면, 이새끼는 왜이렇게 답답해? 라고 느끼시면서 여러분에게 발암을 선사할수도 있습니다. 물론 작가의 의도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을 작가의 의도대로 받아들이냐 아니냐는 독자의 몫입니다. 제가 가이드를 제시해드릴순 있지만 그 가이드가 독자분들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것일수도 있습니다. 애시당초에 그게 꼭 바람직한것 같지도 않구요.
-그렇다고 독자분들의 의견을 무시하겠다! 라는 것도 아닙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큰 줄기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독자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드릴만한 장면을 넣는다거나, 전개를 살짝 비틀기도 합니다. 이번편을 예로 들면 지우의 미행씬 중 수진의 시선에서 바라본 짧은 씬이
그것이죠. 뭐... 물론 그 장면때문에 독자분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하실수도 있습니다만, ㅎㅎㅎ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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